2011.8.27
주가, 유가정보 : http://www.naver.com
그림 : 매일경제, 국제금융센터
1. [국제금융센터] 버냉키 발언 영향으로 美 증시 상승, 달러 약세
▲美 주가 상승 ▲달러화 약세 ▲美 국채금리 하락 ▲유가 상승
<국제금융시장 동향 >
주식시장: 미 증시 상승, 유럽 증시 하락
美 증시: “美 경제가 즉각적 부양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 정책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라는 버냉키 발언 등으로 상승
- Dow +1.21%, S&P +1.51%, NASDAQ +2.49%
유럽 증시: 뉴욕 초반 약세로 동반 하락했으나 버냉키 발언 이후 반등. 하락 마감
- 獨 △0.84%, 佛 △1.01%, 英 △0.02%, 伊 △0.97%, 스페인 △1.37%
- Dexia △1.40%, SocGen △2.82%, Barclays △1.84%, Swedbank △0.73% 등
한국 DR: 삼성전자 △0.84%, 현대차 +3.91%, 기업은행 +0.52%, 하이닉스 +5.94%
외환시장: 달러화, 美 주가 상승 등으로 주요 통화대비 약세
유로화, 美 달러화 대비 0.79% 강세(1.4379→1.4493). 엔화, 77.46→76.67
원/달러 NDF(1M): 1,079.17원, 전일 현물환율(1,081.80원) 대비 △2.63원
채권시장: 구체적 부양책 미제시 평가와 성장률 둔화 등으로 美 금리 하락
美 장기금리: 10년물 국채금리, 2.19%로 전일 대비 4bp 하락
- 獨 10년물, 전일대비 3bp 하락(2.16%). 스위스 2년물, 플러스 전환(+0.004%)
한국 CDS: 뉴욕 시장에서 전일대비 4bp 상승한 145bp
유가: 버냉키의 “성장 재개” 발언과 허리케인 영향으로 상승. WTI$85.37(+0.08%)
금 가격은 주초의 큰 폭 하락 이후 매수세 유입되며 상승(온스당 $1,826.25, +2.93%)
<각국 동향 및 대응>
Fed 버냉키 의장, 잭슨 홀 연설. IMF , 그리스 분기별 실사 진행. ECB와 BoE, 통화스왑 약정 연장 등
미국: 버냉키 의장, 美 경제가 즉각적 부양책을 필요로 할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으며 9월 FOMC 등에서 관련 사안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
- “경제 리스크가 상승하고는 있으나 美 경제의 펀더멘탈은 변한 게 없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성장률과 실업률은 정상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지적
- “장기목표인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라면서 9월초 발표될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지지 시사
- 한편, Charles Plosser 필라델피아 Fed 총재는 „QE3‟ 반대의사 표명
- 美 상무부,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 1%로 잠정치(1.3%)에서 하향 조정
IMF: 데이비드 홀리 대변인, “EU-IMF 실사단이 그리스 경제에 대한 분기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음달 5일 마무리 될 것이라고 지적
ECB와 BoE: 9월 종료 예정이던 통화스왑 약정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합의
- „10년 12월 100억 파운드 규모로 설정되었으나 아직 사용된 적은 없음
- Weale BoE 정책위원, 추가적 QE 필요성 없으나 BoE의 통화완화는 필요
그리스: 90%의 동의가 없을 경우 민간투자자가 보유(1,350억 유로)하고 있는 채권에 대해 스왑 등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언급
- 반면, 유럽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협상 과정이 잘 진행될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
가 있다며 유보적 입장
독일: Merkel 총리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관련 논란 등을 감안하여 9월초에
예정된 러시아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
- 9월초 독일 연방하원이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어서 사
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러시아 일정을 취소
호주: 중앙은 총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면서 금리 유지 가능성에 무게
<해외시각 및 시장반응>
버냉키 연설에 대한 시장 평가 및 유로본드 관련 논란. 일본 총리 교체에 대한
시장 기대 등
Bloomberg, Fed는 인플레이션 하락 및 금융시장 불안 심화 시에만 QE3를 시행
- 반면,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올해 안에 QE3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
- Barclays Capital, 향후 경기지표가 추가 부양책(QE3)의 시행여부를 결정할 것
- Deutsche Bank, “Fed가 지금 당장 움직일 준비는 안돼 있지만 완화 쪽으로 기
울어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
Bloomberg, 독일은 유로존 체제유지를 위해 Common bond 발행에 합의할 필요
- 조지 소로스, Common Bond 도입이 유로존 붕괴를 막을 유일한 방법
- 반면, 오스트리아 및 프랑스는 Common bond 도입에 반대
- Societe Generale, 현 상태의 유로존 시스템은 불안정한 상태로 재정통합 혹은
분열 중 어느 하나를 경험하게 될 것
Nomura, 새로 일본 총리가 취임한다면 소비세 인상 등 그간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주요 정책의 신속한 집행을 시도할 것이라고 기대
- FT, 신임 총리는 주요 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지지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
Nobel 경제학상 수상자 Michael Spence, 세계경제 침체확률 50%라고 주장
- 유럽 및 미국 성장세 부진 등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
ABN Amro, 비용 축소 등을 이유로 앞으로 4년간 2,350명 감원할 계획
2. [매일경제]버냉키 FRB의장 추가부양책에 침묵 왜?
"아직 최후카드 꺼낼때 아니다" 판단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QE)를 비롯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언급을 아낀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좀 더 지켜보자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가 당장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들 것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밝힌 대로 다음달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까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을 통해 버냉키 의장의 미국 경제에 대한 인식은 다소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기의 완만한 상승세가 계속되고,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성장률과 실업률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런 인식은 지난 9일 개최된 FOMC 회의에서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함으로써 기본적인 경기부양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최근 경제 지표는 지난해 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2차 양적완화 방침을 시사했을 때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7월 내구재 주문이나 시카고 연준이 발표한 7월 전미 경제활동지수 등은 전월비 상승세를 보였다.
당장 추가적인 부양책을 발표하지 못한 배경에는 물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디플레이션이 염려된 탓에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월 1.6%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3.6%까지 치솟았다. 양적완화 등 섣부른 경기부양 조치는유동성 증가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그 밖에도 이번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3차 양적완화 조치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총 6000억달러를 투입한 2차 양적완화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 양적완화로 인해 고용시장이 다소 개선되고, 디플레이션 염려가 차단되는 등 효과는 인정받았다. 올들어 실업률과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등 실업 지표는 일부 개선됐고, 물가가 오르면서 일본식 불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생겨났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부양 효과 측면에서 양적완화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시중에 푼 자금 규모에 비해 경제 살리기 효과가 미미했다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2년간 2조달러 이상 돈을 풀었지만 신용을 완화하거나 경제를 살리는 데 거의 도움이 안 됐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2.6%를 기록한 뒤 4분기 2.3%, 올 1분기 0.4%로 떨어진 데 이어 2분기에는 1.0%로 반등했다. 그러나 2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2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가 1.0%를 기록해 지난달 발표한 속보치(1.3%)보다 둔화됐다고 밝혔다.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이날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8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55.7을 기록하며 전달의 63.7을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 유동성이 과잉공급되면서 상품가격 급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다. 금값과 유가 상승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이 시장이 기대하던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당장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버냉키 의장이 발언이 오히려 향후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미국 뉴욕 증시가 장 초반 상승세로 전환한 것에서도 그런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변우영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주를 거치면서 `잭슨홀`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계속 낮아졌기 때문에 결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잭슨홀 이벤트 이후 무엇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를 시사하지 않음으로써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카드는 접었어도 연준이 두 손 놓고 시장을 지켜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에 열릴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대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ㆍ단기 금리구조에 대한 연준의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준이 보유하는 단기채를 장기채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미국 국채 30년물과 같은 장기 채권을 연준이 매수하면서 미래현금이 현재 시점으로 앞당겨져서 시장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 장점과 모기지 금리하락으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버냉키 연설 내용은 외환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원화값이 상당 부분 절하돼 있는 상황에서 원화값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류현정 씨티은행 부장은 "이미 원화 등의 화폐는 3차 양적완화를 안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상황이 반영돼 있다"며 "3차 양적완화가 없다고 해도 영향이 그리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혁훈 기자 / 김기철 기자 / 최승진 기자]
3. [매일경제]한국 이미지 먹칠하는 `숙박대란`
#1.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8일 한국을 찾은 독일의 ARD와 ZDF 방송사 관계자 91명은 매일 경북 경주에서 1시간가량 차를 타고 대구로 출퇴근한다. 대구에 있는 호텔 18곳 2000여 실 예약이 모두 끝나 어쩔 수 없이 경주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회가 끝나는 다음달 4일까지 경주와 대구를 오가는 불편을 겪게 됐다.
#2. 지난 4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세계대표자대회와 수출상담회.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 참가자는 50개국 900여 명의 한상과 지자체, 중소기업 관계자 200여 명. 미국에서 참가한 제임스 박(가명) 사장은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부산을 왔다갔다 하는 불편을 겪었다. 창원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해운대에 호텔을 잡았기 때문이다. 행사 마지막 날 박 사장은 차가 막혀 창원으로 가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려 바이어와의 약속에 늦었다.
서울과 부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에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없다. 한국의 3대 도시인 대구는 호텔에 2000여 명을 채 수용하지 못하고, 마산과 진해를 통합하면서 경남의 대표 도시로 떠오른 창원시는 고작 1000여 명의 숙소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행사 등 대규모 행사를 치를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27일 개막하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대구에 숙박 대란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선수ㆍ임원 등을 포함해 대구를 찾는 대회 관계자들은 6400여 명. 여기에다 외국인 관광객 2만9000여 명을 합하면 3만5400여 명이 대회 기간 대구에서 하룻밤 이상을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ㆍ임원 등 3500명이 머무는 선수촌 2032실을 제외하고 적어도 3000실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구 시내 호텔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
나머지는 대구 시내 모텔이나 경북 경주 등 호텔에 숙소를 마련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모텔의 경우 통역 등 외국어 서비스가 전무하고, 식사 해결에도 어려움이 많아 대회 관계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육상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대회 개막일 주말인 27~28일에는 대회 관계자와 관광객 등이 한꺼번에 대구를 찾을 것으로 보여 숙박 대란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남 지역 대부분의 국제행사가 집중된 창원시는 특급호텔 등 고급 숙박시설에는 1000여 명밖에 수용할 수 없다. 부자 도시로 알려진 울산에도 특급호텔은 두 곳밖에 없어 객실이 495개에 불과하다. 울산에서 국제행사가 열리기라도 하면 숙소 잡기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F1그랑프리 대회에서 호텔을 구하지 못한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취재기자가 러브호텔에서 숙박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매머드급 행사 줄줄이…숙소경쟁 불보듯
대전 역시 호텔 부족 문제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대전 시내 호텔은 24곳 1800여 객실. 대부분이 1~3급 관광호텔로 시설이 열악하다.
문제는 VIP들을 맞이할 대형 특급호텔 부족 등으로 매머드급 행사를 유치할 수 없다는 것. 당장 내년 5월 대전에서 열리는 '2012 대전세계조리사회연맹(WACS) 총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총 97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참여하는데 지금 호텔 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숙박시설 부족으로 행사 유치에 고배를 마시는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창원시를 비롯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세계 40여 개국 3300여 명의 한상이 모이는 '2012년 세계한상대회' 유치를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창원을 비롯한 광주와 전남 지역 숙박시설 부족 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대규모 국제 행사 때문에 무조건 숙박시설을 짓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김병국 대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특급호텔의 경우 행사 후에는 이용층이 한정돼 과잉투자에 따른 유휴시설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외국인과 가족들이 숙박할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을 많이 확충해 대규모 행사를 치르고 난 후에는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잉투자 문제와 행사 숙박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한필 기자 /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4. [매일경제]시중銀, 마이너스대출로 고금리 장사
지난 2분기 가계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올리는 사례가 나타났다.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통해 새로운 고금리 장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B씨에게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7.8%에서 10.5%로 2.7%포인트가량 올린다고 통보했다.
C은행도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한 고위 인사에게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연 5%대에서 1%포인트 올린 연 6%대로 조정한다고 통보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줄이는 방안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전반적으로 올리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대출이자 상향 조정은 명목은 대출원금 상환 압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저금리 상황에서도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한 장삿속 행동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대출 금리 상승은 금융권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에 따른 우려가 전해진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2분기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분 15조6000억원 중 절반 이상인 8조원이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기타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기타 대출의 한 부분이지만 기타대출 중 90% 이상이 마이너스통장 대출에 속하는 것으로 한은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실제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돈이 나간 금액은 가계 전체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약정한도인 94조9000억원 중 44.9%인 42조5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송성훈 기자 / 전정홍 기자 / 최승진 기자]
5. [매일경제]팀 쿡 "애플 마법 계속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변함없는 경영 방침을 천명했다. 스티브 잡스 전 CEO 공백에 따른 염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시선이 애플 새 사령탑에 쏠려 있는 가운데 팀 쿡에 대한 숨겨진 사생활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팀 쿡 CEO는 25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애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애플의 원칙과 가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의 CEO로 일할 놀라운 기회를 앞두고 있다"고 감회를 밝힌 뒤 "애플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애플이 마법과 같은 곳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 스티브 잡스 CEO에 대해서도 이메일 중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애플에 합류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으며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한 13년은 최고 영예"라며 "스티브 잡스는 나뿐만 아니라 전체 임직원에게 놀라운 리더였으며 멘토였다"고 말했다.
또 "스티브 잡스는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 문화를 만들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잡스가 영원히 애플에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전했다. 그는 "잡스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애플에 영감을 불어 넣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AP 역시 스티브 잡스 전 CEO는 최고비전책임자(Chief Visionary Officer)로 여전히 애플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팀 쿡 CEO 성품과 사생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소도시 출신으로 조선소 노동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강한 정신력을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은 그를 웬만해선 동요하지 않는 강한 성품을 지녔으며, 함부로 화를 내거나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팀 쿡은 또 애플에 관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챙길 정도로 철저하다.
강한 추진력과 철저함은 애플이 맥PC 등을 직접 제조하던 공장을 폐쇄한 뒤 중국 폭스콘 등 다른 공장에서 PC와 아이폰, 아이팟을 모두 위탁 생산하는 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부품을 효율적으로 수급하고 규모의 경제를 끌어낸 사람도 바로 팀 쿡이다.
한국과도 많은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과 여러 차례 만나며 우의를 다졌다.
그러나 팀 쿡은 올해 1월 실적 발표에서 경쟁사를 향해 '독설'을 내뱉은 적이 있어 향후 경쟁 구도에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쿡은 삼성 등 경쟁사 태블릿PC에 대한 애플 측 견해를 묻자 "너무 크고 무겁고, 해괴하고 증기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등 강한 어조로 공격한 바 있다.
그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운영체제(OS)가 태블릿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크기만 키운 스마트폰으로, 우리 시각에서는 기괴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팀 쿡은 미국 오번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듀크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IBM에서 12년간 근무한 뒤 컴팩 부사장을 지냈고 1998년 애플에 들어왔다. 2002년부터 애플 글로벌 세일즈 책임과 매킨토시 컴퓨터 부문을 맡았으며 2007년 애플 2인자인 COO 자리에 올랐다. 쿡은 잡스가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을 때와 2009년 간이식 수술을 받을 때 또 최근 병가를 냈을 때도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일각에서는 사이클 등 혼자서 하는 운동을 즐기고 지천명(50)이 되도록 독신생활을 하는 것을 두고 그가 동성연애자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황지혜 기자]
6. [매일경제]버냉키 잭슨홀 발언 전날 투자銀, 성장전망 낮췄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소도시 잭슨홀에서 열렸다. 전날 만찬을 시작으로 공식 개막한 '2011 경제정책 심포지엄'은 이날 오전 버냉키 의장 기조연설과 함께 '장기 경제 성장 극대화'를 주제로 열띤 발표와 토론에 들어갔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캔자스시 연방준비은행은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전 세계 100여 개국 중앙은행 관계자와 각국 정책 담당자, 경제학자, 교수 등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양적 완화(QE) 정책에 항의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미국 양적 완화로 위안화 강세와 수출 경쟁력 약화, 외환보유액 가치 하락 문제를 겪어온 중국이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전 세계 관심은 버냉키 의장 입에 집중됐지만 그에 못지않은 이벤트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특히 27일 심포지엄 마지막을 장식할 행사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트리셰 ECB 총재,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의 강연과 패널 토론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장기 성장을 위한 정책 우선순위'를 주제로 각자 견해를 밝힌 뒤 각계에서 모인 청중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역임한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강연이 사실상 글로벌 데뷔 무대인 데다 IMF 총재로는 2004년 이래 7년 만에 잭슨홀 강단에 선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유럽 재정위기를 직접 수습한 경험이 있는 IMF 총재인 만큼 최근 유럽 위기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버냉키 의장 연설이 끝난 뒤 따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됐을 때 어떤 컨틴전시플랜(비상대책)을 갖고 공조체제를 가동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잭슨홀 심포지엄에 하루 앞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9%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에는 UBS와 씨티그룹, 소시에테제네랄 등이 가세했다.
2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UBS는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내년 전망치를 3.7%에서 3.2%로 내렸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4.6%에서 3.9%로 내렸다.
투자은행들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씨티그룹은 "최근 경기가 둔해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 실적 개선 추세가 되돌려질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흥국보다 선진국 경제가 더욱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씨티그룹은 주요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8%에서 1.4%로, 내년에는 2.2%에서 1.7%로 조정했다.
성장세 부진이 내년 말까지 지속되면서 실업률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올해 유로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은 2.0%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투자은행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UBS와 씨티그룹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9.0%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치보다 0.2~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올해 중국 경제활동은 지금까지 예상보다 강했지만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 둔화 영향을 받아 아래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대신 위안화 평가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혁훈 기자]
7. [매일경제]정부·韓銀 "더블딥 가능성 적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6일 은행회관에서 제2차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했다.
재정부와 한은은 거시정책협의회 개최 후 "미국 경제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글로벌 경제 더블딥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신흥국 고성장세, 일본 대지진 복구수요 등이 가시화하면 글로벌 경기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G7ㆍG20ㆍ유럽연합(EU) 정부 간 활발한 정책공조 노력도 위기 확산을 막는 데 한몫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기관은 또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한 모습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도는지를 보여주는 단기자금시장 지표들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이다.
은행 간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하루 단위로 빌려쓰는 금리 추이를 보여주는 리보(Libor)-OIS 금리 스프레드(리보 금리와 OIS 금리 차이)를 보자.
금융거래가 정상적일 때 리보-OIS 스프레드는 1% 아래에서 움직인다.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이 수치가 2% 위로 올라서는데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3.6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달 중 리보-OIS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 수치는 0.23%에 불과했다. 유럽 은행 간 자금경색 지표로 사용하는 유리보(EURIBOR)-OIS스프레드도 2008년 당시 2.07%까지 올라갔지만 이달 중 최고치는 0.70%에 그쳤다.
국내금융시장도 외국인 비중이 큰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지만 채권ㆍ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원화 가치가 리먼 사태 때는 20.5% 폭락했지만 이달 중 원화 가치는 최대 3.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박봉권 기자 / 전병득 기자]
※ 용어
Libor-OIS(Overnight Indexed Swap) 스프레드 : 단기 자금시장에서 돈이 제대로 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리보(Libor)는 런던 은행 간 무보증 대출 금리이고 OIS 금리는 신용리스크를 거의 반영하지 않는 초단기 금리다.
8. [매일경제]비만에 美경제 휘청…한해 치료비 660억달러
비만 인구 급증에 따라 미국의 의료비용이 20년 뒤 한 해 660억달러(약 7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1억명 수준인 미국 비만 인구도 20년 뒤에는 6500만명 더 늘어나 인구의 절반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26일 영국의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랜싯 (The Lancet)은 '글로벌 비만 광풍'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만이라는 만성질환에 대해 각국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에서 열린 보고서 발표회에서 공동연구자인 보이드 스윈번 호주 디킨대 교수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미 비만이라는 만성질환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 인구 증가를 "뜨거운 물 안에 앉아 있는 개구리"로 비유하며 "그대로 두면 삶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에 참여한 글레어 왕 컬럼비아대 전염병학자는 "저소득 국가에서는 중산층의 중년 여성 비만이 많지만, 소득이 늘수록 연령ㆍ성별에 관계없이 비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현 추세를 개선하지 않으면 미국은 비만 인구가 20년 뒤 지금보다 6500만명 늘어나 1억6500만명에 달한다"며 "비만 인구 증가에 따라 한 해 의료비만 6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는 비만 문제를 경제적 악영향과 경제적 해결책으로 설명한 것이 흥미롭다. 즉 비만 위기에 대해 '시장 실패, 상업의 성공'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스윈번 교수는 "1970년대 이후 비만이 급증한 것은 식품산업 성장으로 소비자가 '수동적인 과다섭취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미 조리된 식품과 패스트푸드가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의료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 다양한 '비만 위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건강하지 못한(살찌는) 음식과 음료에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줄이고, 식품의 '비만 영향 정도'를 포장지에 교통신호등처럼 알기 쉽게 표기하도록 규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어린이 비만을 유발하는 패스트푸드나 과다한 설탕 첨가물 등의 광고를 제재할 수도 있다.
스티븐 고트마커 하버드대 교수는 "담배회사들이 금연운동에 끈질기게 저항하듯 식품회사들도 비만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저항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어린이의 권리보호'와 '의료비용 경감'을 위해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수 정부 비만대책 사례로 영국 정부의 학교 급식 규제ㆍ개선과 미국의 아동 비만 줄이기 운동을 꼽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비만을 '국가 위기'로 규정하고 올해 초부터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미 정부는 소금ㆍ설탕ㆍ지방 등 비만 요소의 식품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TV와 인터넷 등의 광고를 제한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펩시ㆍ맥도널드 등 미 식품업체는 '음식정책연합'이라는 조직을 구성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회 로비를 벌이고 있다.
다음달 19일부터 이틀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유엔총회에서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비만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회는 '비전염병'을 논의하기 위한 첫 고위급 총회다. 고트마커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비만 예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각국 정부는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찬동 기자]
9. [매일경제]장마 때문에… 에어컨 재고 쌓이네
예년보다 긴 장마로 지난달 에어컨 판매가 주춤하면서 삼성 LG 등 가전업체가 재고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진 데다 에어컨 판매 부진이 겹쳐 3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6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휴가철 수요 증가로 대부분 품목이 매출 증가를 보였지만 가전부문은 오히려 매출이 0.6% 줄었다. 지경부는 더위가 한창일 때지만 긴 장마로 에어컨 등 냉방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에어컨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는 직장인 휴가가 시작되는 7월 중순부터 8월 상순까지다.
삼성은 이 시기 제품 불량 사태로 국내시장 판매가 급격히 줄었고 LG는 기대했던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주춤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견된 하반기 에어컨 재고가 실적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모델로 해 국내시장 에어컨 점유율을 높였다. 날렵한 디자인으로 LG전자의 국내 점유율을 빼앗아 왔지만 새로 시도한 배관 연결부품에 문제가 생기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여기에다 에어컨이 스스로 꺼졌다 켜지는 문제까지 겹쳐 삼성전자는 4개 모델을 상대로 지난 7월 사전점검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에어컨은 지난 7월 이후 사실상 판매가 없는 상태였다.
특히 스탠드형 에어컨은 주로 국내에만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내년 여름까지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급 스탠드 에어컨 한 대 가격이 100만~200만원대에 이르는 만큼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삼성 에어컨 불량 사태로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는 선전했다. 7월까지 에어컨 매출이 132%나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 등 해외시장에서 이상저온 등으로 판매가 주춤하면서 재고 부담이 생겼다. LG전자 에어컨사업을 담당하는 AE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437억원,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쳤다.
이들 업체와 달리 위니아만도는 초여름 판매량을 크게 늘려 올해 생산량을 전량 소진했다. 이 회사가 5월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약 170% 증가했다고 밝혔다. 때이른 더위가 시작된 5월 하순에서 6월 상순 사이 판매량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 6월 말에 이미 올해 판매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동인 기자]
10. [매일경제]9월 증시 키워드는 `CRISIS`
지난 1주일간 글로벌 증시에는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콘퍼런스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그대로 반영됐지만 정작 잭슨홀에서 벤 버냉키 의장 연설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주일 글로벌 증시에 잭슨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지만 사실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며 "이는 투자자들도 잭슨홀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잭슨홀 콘퍼런스 이후 증시는 실물과 금융으로 다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증시를 이끌 요소는 'CRISIS'가 될 가능성이 높다. CRISIS는 중국(China)의 역할, 원자재(Raw Material) 가격의 변화, 인플레이션(Inflation) 압력, 안전자산(Safe Asset)선호도, 경제지표(Index) 움직임, 추가 경기부양책(Stimulus)을 의미한다.
◆ C - 중국(China)의 역할
=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벤 버냉키 발언보다는 오히려 니콜라 사르코지의 중국 방문이 더 주목할 이슈"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국채 문제, 더블딥 문제 해결의 열쇠가 중국 정부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유로존 국가들의 채권 매입을 논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이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면 유럽 재정위기는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도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상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들의 채권 매입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중국발 경기 호조도 글로벌 증시에 중요한 시그널이다. 지난주 HSBC는 중국 PMI가 개선되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아직 반등하고 있지 않다"며 "증시에서의 중국 모멘텀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R - 원자재(Raw Material) 가격
=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보다는 국제 유가의 안정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1차 양적완화와 2차 양적완화가 나타낸 효과의 차이는 바로 유가가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유가가 30~40달러대에서 움직일 때 시작되었던 1차 양적완화는 이후 유가가 70달러대까지 상승했으나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제한적이었던 반면 80달러대 유가로 시작한 2차 양적완화는 유가가 11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내 경기 회복세 둔화를 가져왔다. 미국 정부는 전략 비축류 방출이라는 강수까지 써서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아보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유가 안정은 이머징마켓의 경기 호조에도 중요한 요소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센자산운용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고급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 역전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WTI를 주로 소비하는 선진국보다 두바이유를 소비하는 아시아 지역의 경기를 신뢰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 I - 인플레이션(Inflation) 압력
= 원자재 가격 안정은 인플레이션 압력과도 연과돼 있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CIO는 주가 회복의 바로미터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꼽고 있다. 그는 "원유 가격이 안정돼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다면 신흥국발 증시 모멘텀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더블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 때문이다.
이날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7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예상외로 낮았다"며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정점을 지났으며 이후 서서히 둔화하기 시작하여 또 한 차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연말이면 2.2%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S - 안전자산(Safe Asset) 선호도
= 글로벌 증시가 타격을 입은 것은 소버린 쇼크로 인해 유동자금이 모두 금이나 스위스프랑,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탈해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안전자산 선호도의 완화가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줄어든다면 증시를 이탈한 자금이 '낙폭 과대' 기대 등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주 들어 금가격과 스위스프랑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들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 I - 경제지표(Index) 움직임
= 잭슨홀 콘퍼런스 이후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음주는 월말과 월초가 겹쳐 굵직한 경제지표가 많이 쏟아져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음주 주목할 지표로 8월 수출동향, 미국의 고용지표와 ISM제조업지수, 중국 소비자물가 등을 꼽았다.
그는 "심리적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지표가 '더블딥은 아니다'고 이야기한다면 주가는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치가 단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 연준이 내년도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는데 이를 어느 정도 조정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S - 추가 경기부양책(Stimulus)
= 경제지표는 정책이슈와 역의 관계에 있다. 투자자로서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현재 추가 대책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아직 경기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증시가 미국ㆍ중국ㆍ유럽 정부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시장이 자생력을 잃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변수가 현재 글로벌 증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추가적인 부양책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둔 미국 오바마 정부는 굳이 3차 양적완화 정책이 아니더라도 추가 부양책을 통해 더블딥을 방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 경기 불안감이 다시 커질 수 있지만 오히려 정책 당국의 대책을 촉진할 수도 있다"며 "이것이 증시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이새봄 기자]
11. [매일경제]삼성그룹주 펀드매니저 "삼성전자 위기론 과장됐다"
한국 간판기업 삼성전자가 'IT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모바일기기 시장의 주도권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지닌 애플과 구글로 넘어감에 따라 하드웨어에 주력하는 국내 IT기업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 위기론의 골자다. 연초 100만원을 돌파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30% 가까이 빠져 73만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비관적 전망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 펀드매니저가 "휴대폰시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빅2 자리를 차지했던 과거보다 지금 여건이 더 낫다"며 위기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투신운용에서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백재열 팀장은 최근 펀드판매사 PB들에게 A4용지 4쪽 분량 리포트를 보냈다. 이 리포트는 애플과의 특허권 소송과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가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론으로 이를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바일기기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이라며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사양 단말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 통신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리포트 핵심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한다.
-애플과의 특허권 소송이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은.
▶지금은 애플이 PC쪽 특허권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통신과 휴대폰에 우위가 있는 삼성전자가 통신기술 특허권으로 맞제소하는 형국이다. 어느 한쪽으로만 불리한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특허권이 문제가 된다면 휴대폰 관련 특허권을 3만건이나 보유한 삼성전자가 아니라 특허권 수가 크게 부족한 대만 HTC 및 중국 업체가 위험하다. 시장은 후발주자들이 진입할 수 없는 소수 기업의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기반을 구축한 삼성에는 오히려 유리하다.
-애플이 삼성 견제를 위해 부품 공급선을 대만이나 일본으로 옮길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가설이나 당장 삼성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향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점점 얇으면서 가볍고 유연한 기기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삼성의 관련 기술 없이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웨이퍼 한 장으로 모바일칩을 구현할 수 있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에서 확고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정책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대만ㆍ일본 업체가 이 격차를 따라잡긴 어렵다. 삼성과의 결별이 유일한 목적이라면 몰라도 비용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결별'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모토롤라를 인수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모토롤라에만 독점 공급할까.
▶현재 구글의 OS 시장 점유율은 43.4%에 이르는 반면 스마트폰 최강자인 애플의 점유율은 20%에 그치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아무리 선전한다 해도 애플을 추월하기 쉽지 않다 했을 때 안드로이드를 모토롤라 전용 OS로 전환해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 향후 안드로이드 OS에 대해 로열티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 휴대폰 시장에서 퀄컴칩에 대해 지급했던 정도의 합리적 수준이 될 것이다. 구글과 삼성의 '윈윈 전략'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유효하다.
-이건희 회장의 향후 대응은.
▶최근 이 회장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인력과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활발한 인수ㆍ합병(M&A)이 예상된다. 막강한 자금 동원 능력을 바탕으로 이미 검증된 인력과 기술을 외부에서 수혈하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원명 기자]
12. [매일경제]서초 전세금이면 강북 집 사겠네
집값은 안 오르고 전세난은 계속되면서 서울 서초구 아파트 평균 전세금이 웬만한 강북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앞질렀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번지가 서울지역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과 전세금을 집계한 결과 서초구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4억3759만원으로 강남 송파 양천구 등 일명 '버블7'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21개구 평균 매매가격(4억3728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의 공급면적 84㎡ 전세는 최근 5억5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9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매매가격을 감안하면 전세가율(전세금이 매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인 60%를 돌파했다.
인근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87㎡가 5억7000만~6억2000만원, 113㎡가 8억원에 나와 있다.
강남 도곡렉슬은 이들 반포 새 아파트보다 입주가 빠르지만 85㎡ 전세가 4억5000만원 선으로 1억원 이상 낮다. 전세가율 역시 55%대로 반포보다 5%포인트가량 낮아 서초구의 높은 전세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서초에 이어 전세금이 높은 지역은 강남구(4억2739만원) 용산구(3억5283만원) 송파구(3억3579만원) 중구(2억9515만원) 등이었다.
3.3㎡당 전세금은 강남구(1188만원)가 서초구(1142만원)보다 여전히 높지만 강남구에는 개포주공 등 소형 재건축 아파트가 다수 통계에 포함돼 가구당 전세금이 서초구보다 낮게 집계됐다.
서초구 지역 아파트 전세금은 서울 25개구 중 12개구 매매가격보다 높았다.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값이 가장 싼 금천구의 평균 매매가는 3억388만원으로 서초구 전세금의 69% 수준에 불과했다. 또 노원구(3억1834만원) 도봉구(3억2298만원) 중랑구(3억3350만원) 등도 서초ㆍ강남ㆍ송파ㆍ용산 지역 아파트 전세금에 크게 못 미쳤다.
서초ㆍ강남ㆍ송파ㆍ양천 등 4개구 평균 전세금은 3억7638만원, 나머지 21개구 평균 전세금은 2억942만원으로 약 1.5배 차이가 났다.
매매가 역시 서초ㆍ강남ㆍ송파ㆍ양천 등 4개구 평균은 9억5027만원, 나머지 21개구는 4억3728만원으로 2배 격차가 있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연구실장은 "서초구는 최근 2년간 가구당 전세금이 평균 1억원 이상 올랐지만 서울 지역 매매가격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해 벌어진 현상"이라며 "서초구 아파트 평균 면적이 서울 전체 평균보다 넓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서초구 아파트 평균 면적은 126㎡로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105㎡)보다 넓다.
[김은정 기자]
13. [매일경제][WEEKEND 매경] 세계는 지금 세금전쟁
17세기를 살았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1619~1683)가 했던 고민은 3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태양왕 루이 14세 당시 프랑스 재정총감이던 콜베르는 수출과 제조업에 기반한 중상주의 정책으로 도산 상태였던 프랑스 경제를 회생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도 루이 14세의 방만한 재정 지출로 고민하다 "조세 기술(art of taxation)이란 거위 털을 뽑는 기술과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거위가 꽥꽥거리지 않게 하면서 많은 털을 뽑는 것만큼 복잡미묘하다는 얘기다.세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숙제다. 전성기 로마제국 세금은 단순 명료했다. 로마 황제들이 세제를 경제가 아닌 정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훗날 동로마제국이 과도한 세금 때문에 멸망한 것은 역사적 아니러니지만.
지금도 유럽에 가면 벽에 가짜 창문을 그린 옛 건물과 마주친다. 프랑스는 14세기 초 필립 4세가, 영국은 17세기 말 윌리엄 3세가 '창문세'를 만들어 창문 개수에 세금을 매겼다. 그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건물주들은 분루를 삼키며 창문 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도 이른바 '부자감세'를 놓고 논쟁 중이지만 선진국들도 요즘 세금 문제로 시끄럽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 재정감축이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결국 세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꽤나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최근엔 워런 버핏이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아서 패러 박사가 버핏을 위선자로 몰아붙였다. 프랑스에선 화장품회사 로레알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 등이 특별기부세를 신설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게 해 달라고 자청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구멍 난 항아리' 같은 국가 재정을 증세로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내 세금은 올리지 마라"는 게 인간 속성 아닌가. 게다가 내년에 주요 국가들은 정권 교체기를 맞는다.
◆ 감세경쟁으로 시작된 21세기
21세기 벽두만 해도 감세는 글로벌 트렌드였다.
서서히 성장동력을 잃어가던 선진국들은 세금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감세정책 매력에 이끌렸다. 각국은 앞다퉈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국을 떠나는 기업을 붙잡고, 다국적기업(MNCs)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2%에서 2011년 현재 23.6%로 크게 낮아졌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더 내는 부자들이 국적까지 바꿔가며 절세에 나서자 소득세도 낮췄다. OECD 평균 소득세율(최고세율 기준)은 2000년 40.2%에서 10년 만에 35.5%로 줄었다.
이처럼 직접세는 낮추는 게 트렌드였지만 간접세는 소폭 올랐다. OECD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같은 기간 17.8%에서 18.4%로 조금 올랐다.
감세 트렌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유효했다. 영국이 2008년 30%이던 법인세율을 28%로 낮췄고, 독일(국세 기준)은 같은 해 25%에서 15%로 무려 10%포인트를 줄여줬다. 재정 상태가 안 좋다는 이탈리아 역시 33%에서 27.5%로 깎았다. 아시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물론 중국도 2008년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내렸다.
◆ 주춤하는 감세 트렌드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화라는 두 가지 상충된 정책목표가 등장하면서 각국 정부의 선택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
이른바 '적자 감세'가 옳은 선택이냐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법인세를 22%까지 내렸다가 스톱했고,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도 2012년으로 미뤘다.
작년 말 유럽연합(EU) 27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평균 79.6%로 4년간 무려 20.8%포인트나 증가했다. EU 이사회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3%를 넘어선 9개 나라에 적자 감축을 명령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각국 재정 상태에 따라 상이한 정책 권고를 내놨다.
6% 이상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나라들에는 증세를 권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도 부가가치세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IMF 판단이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부가가치세 증세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권 말기 부가가치세를 인상했다가 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공화당 참패를 가져왔다. 세금이 유신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촉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틈새 전략'을 모색 중이다. 마치 17세기 '창문세' 같은 신종 세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은 고소득층 세제혜택을 종료하고 금융회사에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물어 징벌적 과세에 나섰다. 영국은 부가가치세율을 17.5%에서 20%로 올리는 한편 환경세 등을 올렸다. 독일은 '출발세(departure tax)'를 비행기 승객에게 부과해 1억유로 규모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독일은 또 파생상품 거래세를 신설해 연간 2억유로를 걷고 담뱃세도 올리기로 했다. 프랑스는 특수관계법인 간에 지식재산권을 주고받을 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대체로 유럽 국가들은 조세 저항이 작은 부가가치세를 조금씩 높이는 분위기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은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등 '부자 증세'에 나섰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헝가리 등은 일제히 은행세를 만들었다.
◆ 세금은 정치다
흥미로운 점은 내년에 주요 국가들이 정권 교체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그렇다.
당연히 세금 문제가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경제보다는 정치가 대선 결과를 좌우했던 우리나라도 최근 포퓰리즘 논쟁에 이어 세금 논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여정부 실세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40%를 넘는다. 권위주의 시절 중산층과 서민에게 되도록 세금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던 일종의 조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세를 하려면)중간계층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느 정당, 어떤 정치지도자가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감세보다 증세를 말하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41%, 사업소득자 중 3분의 1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농민도 마찬가지다.
소득세 납부자 중 14~18%인 상위 소득자가 소득세 90% 이상을 부담한다. 선진국 면세자 비율은 20~25%에 그친다.
이런 상황인데 정치인들은 최상위 구간에 대한 소득세 감세 철회에만 집착한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내년 선거에서 복지 확대를 위한 진짜 증세를 말할 용기가 있을까.
[신헌철 기자 / 일러스트 = 유제민]
14. [매일경제][WEEKEND 매경] `減稅=세수감소`는 오해?
법인세ㆍ소득세 감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게 아직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8ㆍ15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균형재정 조기 달성을 천명했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감세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때 결국 정부가 감세 철회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며칠 안 돼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감세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주장하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다수와 민주당 등 야당은 감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연간 4조원가량의 세수 감소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2017년 기준으로 이른바 '3무+1반(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는 데 연간 22조원이 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재원을 감세 철회와 4대강 등 사회간접자본(SOC) 세출 축소를 통해 만들자고 주장한다. 감세 반대론자들은 감세가 장기적으로 기업이익과 개인소득 증가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세율을 낮추면 세수는 반드시 줄어든다는 게 그들의 믿음이다.
그러나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공급경제학자들은 '감세→경제 성장→세수 증가→건전재정 유지'라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세수 감소를 가져온다는 '래퍼곡선'이 1970년대 아서 래퍼 박사에 의해 창안된 이래 여러 학자들이 분석작업을 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머와 남편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GDP의 1%만큼 세금을 늘리면 10분기 누적으로 3%의 GDP 감소'를 초래한다. 공화당 지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세금을 1달러 깎으면 GDP가 3달러 늘어난다"고 역해석한 글을 재작년 말 뉴욕타임스에 싣기도 했다.
한때 감세를 각국 정부에 권고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비슷한 결론이다.
IMF가 1970년부터 30여 년간 41개 회원국의 조세ㆍ재정정책을 분석한 결과 감세를 실시한 첫해에는 실질GDP가 0.7% 감소하지만 이후 4년 연평균으로는 4.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에 대해선 세금만이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고, 경제성장 속도가 빨랐던 과거와 저성장 국면인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어쨌든 세금을 최대로 거두면서 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는 적정 세율이 어느 수준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마치 경제성장률 전망이 매년 빗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세수는 세율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감세는 세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세율을 내리는 것"이라며 "1980년대 62%이던 소득세율이 지금은 35%로, 법인세율은 40%에서 22%까지 낮아졌지만 세수는 두 배가 됐다. '세율=세수'라는 논의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신헌철 기자 / 이기창 기자]
15. [매일경제][NIE] 치킨게임 왜 일어나나
지난 17일부터 우리 정보통신업계에는 흥미로운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통신업계 양대 공룡인 KT와 SK텔레콤 간 주파수 확보 경쟁이다. 양사는 제4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대역인 1.8㎓(기가헤르츠)의 20㎒(메가헤르츠)를 놓고 한 치도 양보 없이 싸우고 있다. 26일까지 매번 올라가면서 벌써 82라운드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4455억원보다 2배 이상 올라 995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른다. 경매횟수 제한도 없고, 경매기간 제한도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사가 이 주파수를 놓치면 모두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어느 한쪽이 죽고 다른 쪽이 살아야 끝나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치킨게임은 게임이론의 연장선
= 치킨게임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불리는 전통적인 '게임이론'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공범을 저지른 두 범인이 서로 죄를 부인하면 벌을 받지 않는다. 두 범인이 동시에 죄를 털어놓으면 형량이 작아진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인정한 상황에서 다른 한쪽이 부인할 경우 부인한 측의 형량은 커진다. 고스톱에서 독박을 쓰듯 상대방 형량까지 다 얹어서 얻어맞는다는 얘기다.
결국 공범은 상대방의 의중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형벌을 줄일 수 있는 인정카드를 선택하게 된다. 이 카드가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자폐끼가 있는 존 내시 교수가 제시한 균형점(Nash Equilibrium)이다. 내시 교수는 몇 쪽 분량이 안 되지만 이런 상황을 수학적 공식의 게임이론으로 정교하게 제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 승자는 강한 체력과 배짱에 달려
= 치킨게임에서 승자는 누가 더 강한 체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경쟁에서는 자금력과 두둑한 배짱, 치밀한 전략이 승자를 결정한다. 또 상대방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그 판의 승자가 좌우된다.
2000년 영국과 독일의 제3세대 주파수 경매는 이번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판매와 같은 방식으로 주파수를 팔았다.
영국은 2000년 3월 당시 5개 주파수를 팔 때 동시오름 다중라운드 방식을 선택, 7주간에 걸쳐 150회나 경매절차를 밟았다. 결국 영국 통신사 보다폰은 2.15㎒를 주당 98억유로(10조원)에 사들였다. 이 금액은 보다폰 영국지역 매출(48억유로)의 2배가 넘는다. 다른 4개 주파수 대역까지 포함하면 총 375억유로(39조원)로 영국 GDP의 2.5%에 달했다.
독일 또한 그해 7월 같은 방식으로 3주간, 173회에 걸쳐 6개의 주파수를 508억유로(53조원)에 팔았다. 독일 통신사 만네스만의 경우 자사 매출(98년 46.5억유로)의 2배 가까운 84억유로에 2.10㎒를 낙찰받았다.
이들은 승자가 됐지만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은 물론 사회에도 큰 부담을 안겨줬다. 이들 통신사의 주가는 급락했고 몇 년을 고전했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들 통신사가 과점적인 시장구조에서 통신료를 올리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영국이나 독일 무선통신요금이 한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높은 주파수 구입비용이 전가됐기 때문이다.
◆ 승자의 저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 그렇다면 KT와 SK텔레콤 중에서 과연 누가 무릎을 꿇을까. 누가 더 겁 많은 치킨이 될지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양사 모두 1.8㎓ 주파수 대역에 대한 가치를 산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결코 노출하지 않는다.
주최 측인 방통위는 이들이 서로 담합하지 못하도록 전화통화나 직접 접촉을 못하게 한다. 휴대폰도 딱 1대만 인증받게 한 후 사용토록 했다.
KT는 이번 주파수 경쟁에서 승리해 기존에 확보한 같은 대역의 20㎒대와 나란히 붙여 사용할 계획이다. 통화량이 많고 데이터 이용량이 집중될 경우 끊기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현재 확보한 주파수로는 4세대 이동통신에서 500만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2600만명 고객 중 2100만명은 앞으로 4세대를 이용하지 못하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진화가 안된 3세대 통신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매에서 질 경우 SK텔레콤 미래는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KT나 SK텔레콤 모두 미래를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대해 게임룰을 만든 방통위 관계자들도 놀랐다. 적당히 끝날 줄 알았던 경매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도 우려된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받은 통신사의 적자폭이 심할 경우 요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 방통위는 이를 막을 수 없다. 통신사가 망하면 통신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 경매구조 설계가 잘못?
= 이런 관점에서 이번 다중오름차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매구조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매기간을 설정하든지, 회수 제한을 했더라면 과도한 승자의 저주나 소비자에게 높은 통신비 전가라는 상황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또 '유효경쟁' 보장이라는 목표가 있어서였겠지만 LG유플러스에만 2.1㎓의 20㎒ 대역폭을 미리 줌으로써 경쟁상황을 더 치열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방통위가 앞으로 내놓을 주파수 자원들을 공개하고 경매 가능하다는 계획을 제시했다면 이렇게까지 과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민수 중앙대 교수는 "KT와 SK텔레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1.8㎓ 주파수 대역에 대해 충분한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만큼 경매구조 디자인은 잘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기존 주파수 할당 가격과 비교하고, 새로운 주파수 자원의 존재 및 추가 경매 가능성에 대해 알렸다면 지나친 과열은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주파수라는 국가자원을 매각할 때 통신산업의 지속발전 가능성과 함께 소비자인 국민 전체의 후생 수준이 올라가도록 경매구조를 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업자들이 치킨게임 같은 외줄타기를 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경매 경쟁시장 구조를 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 < 용어설명 >
치킨게임 : 게임이론에서 설명해주는 한 케이스다. 치킨(닭)은 가축 중에서 겁이 많은 편이다. 모이를 주더라도 선뜻 달려들지 않고 서서히 눈치를 본다.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자동차 충돌게임에서 처음 나온 용어다.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경기에서 먼저 핸들을 꺾은 이가 지는 게임이다. 핸들을 꺾은 이는 비겁한 겁쟁이 치킨이 된다. 두 운전자가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비겁하다는 평가는 피한다. 이처럼 치킨게임은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가 됐다. 치킨게임 양상은 국제정치, 경제무대에서 자주 목격된다.
1962년 10월 미국의 남부 아래 바다 쿠바해협으로 진입하는 소련의 군함에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핵미사일을 쏘겠다고 경고해 마침내 소련이 기수를 돌린 사건 또한 치킨게임 중 하나다. 치킨은 소련이었다. 이번 글로벌 소버린 쇼크(주요국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경제위기)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막판 벼랑 끝까지 달려가며 대치, 세계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던 사건도 치킨게임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2000년 초 IT 붐 붕괴 이후 반도체 D램 값이 급락하면서 벌어진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 간 생존 게임 또한 치킨게임이다. 제1위 D램 회사인 삼성전자는 불황에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와 3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4위 인피니온 엘피다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D램 값을 계속 내렸다. 결국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이 무릎을 꿇었다. 최근 다시 번진 반도체 D램 가격인하 경쟁 또한 비슷한 치킨게임 구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부 = 서양원 부장]
16. [매일경제][아하! 그렇구나] 사이드 카? 서킷브레이커?
주식시장은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특히 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여 주식을 내던지게 되고 이는 더 큰 폭락을 가져오게 된다. 이럴 때 투자자들의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사이드카(Side Car)와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다.
서킷브레이커는 원래 전기회로에서 과부하가 걸릴 때 자동으로 회로를 정지시키는 장치다. 주택마다 있는 일명 두꺼비집을 말한다. 사이드카는 경찰 과속단속반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개 모두 과열을 막는 장치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달 8일과 9일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된 것은 그만큼 시장이 패닉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서킷브레이커가 더 크다. 주식 거래 자체를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는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30분간 정지시킨다.
반면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해 현물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동장치다. 우리나라는 주식이 거래되는 현물시장과 이를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인 선물이 거래되는 선물시장이 있다.
선물시장의 가격과 현물시장의 가격을 비교해서 이뤄지는 거래를 프로그램 차익거래라고 하는데 선물시장이 급락해 현물시장의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프로그램 매도를 통해 주식시장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가 사이드카다.
[이덕주 기자]
17. [매일경제][경제용어산책] NDF 차액결제선물환
환율 급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차액결제선물환(NDF·non-deliverable forward)이란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외환거래는 결제 시기에 따라 현물환 거래와 선물환 거래로 나뉜다. 현물환 거래는 외환거래 당사자 간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통상적으로 2영업일 이내에 결제가 이뤄지는 결제를 뜻한다.
이와 달리 선물환 거래는 매매계약 체결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한 이후 특정일에 결제를 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 같은 선물환 거래에는 일반 선물환 거래와 NDF 등이 있다.
일반 선물환 거래와 NDF는 만기 시점에 결제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일반 선물환 거래는 만기 시점에 실제 외환 인수·인도가 이뤄진다. 하지만 NDF는 만기 시점에 실물 인수가 없다. 대신 계약 환율과 만기 시점 현물 환율 간 차액만큼만 정산된다. 한 거래자가 NDF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자. 만기일에 현물 환율이 계약 환율보다 높으면 두 환율 간 차이에 계약액을 곱한 금액을 상대방에게서 받게 된다. 반대로 만기일에 현물 환율이 계약 환율보다 낮으면 차액을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NDF 매도 계약을 체결하면 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NDF 거래는 차액만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선물환 거래에 비해 결제 위험이 작다. 하지만 적은 금액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가 높아 자연히 투기적 성격이 강해진다. 또 NDF 거래에서 결제가 주로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화 등 국제화되지 않은 통화에 대해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NDF를 활용하면 비거주자가 해당 통화를 수취하거나 지급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물환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진 기자]
18. [매일경제]매경TEST로 경제경영 공부해요
◆ 매경테스트 ◆
▶ 예제 : 금융산업에 감독기구 왜 필요할까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금융감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다음 보기 중 금융감독기구가 필요한 이유로 가장 올바르게 짝지어진 것은?
㉠ 제조기업의 수출금융 지원
㉡ 예금자와 투자자 보호
㉢ 안정적인 금리정책 결정
㉣ 공정한 금융거래관행 확립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 해설
금융업은 효율적인 자금 유통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파생시키는 산업으로 자금 수요와 공급을 중계하며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금융은 때로는 정부 통제를 벗어나 자기 스스로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기도 하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나 어리석음과 결합해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는 국민적 합의로 형성된 국가질서에 금융이 정해진 궤도 위를 달리도록 규제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만약 금융업을 국가 관리 없이 자유롭게 운영하도록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는 불법 대부업체의 살인적 고금리 횡포를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여 국가경제에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과열 영업경쟁에 빠져 계속해서 대출을 늘리다가 당국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정부 입맛대로 금융을 통제해 금융시장 왜곡을 발생시키는 관치금융은 사라져야 하지만, 금융의 무분별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도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는 필요하다. 만약 정부 규제가 없다면 불법 금융업자의 횡포가 만연해 건전한 금융환경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그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정부의 감독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에 대한 감독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와 투자자 등 금융 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설립된 행정기관이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금융감독원 직원들 비리가 드러나면서 금융감독기구 존재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는 금융감독시스템 구축과 실제 작동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감독시스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납득할 만한 효과적인 실행 방안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답은 ④.
[김재진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19. [매일경제][View & Overlook] 격변하는 글로벌 IT…한국기업이 가야할 길은
▶ 생각열기
최근 노키아의 몰락,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인수, HP의 PC사업 분사로 인해 글로벌 IT산업이 격변하고 있다.
IT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급속히 이전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산업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최근 IT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 애플이 몰고온 IT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노키아의 추락,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HP의 PC사업 분사 등 IT산업 격변의 이면에는 애플의 IT산업 주도권 장악이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대성공으로 인해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매출과 순익이 무려 82%, 125% 증가했다.
애플의 욱일승천으로 노키아와 LG전자는 급격한 실적 악화를 기록했고 모토롤라도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것이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OS 플랫폼으로 애플과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특허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HP도 애플의 아이패드가 급속도로 PC 시장을 잠식하자 결국 PC사업을 분사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애플은 어떻게 IT산업의 판도를 바꾸었는가. IBM 호환 PC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걸었던 애플이 대변신을 한 것은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후발 기업이었음에도 아이팟 출시를 통해 시장을 석권하면서부터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장악한 전략은 아이팟에서 보여준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PC 시절부터 갈고닦아온 세계 최고의 운영체제(OS)와 유저 인터페이스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적 디자인 등 애플 특유의 핵심 역량이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애플과 한국 기업 간의 명운을 가른 가장 큰 차이점은 콘텐츠 제공 역량이었다.
애플은 아이튠스라는 온라인 음악 스토어를 아이팟과 결부시켜 다양한 음원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해 시장을 석권했다. 스마트폰 전쟁에서도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거래장터를 만들어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하게 확보해 제공함으로써 승기를 잡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은 산업 생태계의 협력자인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 제공자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고 협력자들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선도했다.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PC는 콘텐츠와 같은 보완재가 있어야 가치가 창출되는 소위 플랫폼 상품이다. 플랫폼 상품의 경우 이를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산업 생태계에서 협력자들이 보완재를 더 많이 개발하게 돼 그 가치가 상승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완재에 의한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애플의 연이은 성공은 플랫폼 상품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콘텐츠ㆍ애플리케이션 제공자와의 협력을 통한 플랫폼 리더십의 확보와 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힘입은 것이었다.
◆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가 몰고올 파장
그러면 스마트폰 전쟁에서 애플은 승리했는가. 현 상황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는 안드로이드 OS 플랫폼을 육성해온 구글이다.
콘텐츠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지만 단말기나 OS에서는 폐쇄성을 고집하고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한 것이 애플의 주요 약점이다.
따라서 콘텐츠, 단말기, 통신서비스 사업자 등 산업 생태계 내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개방형 모델을 채택한 구글이 애플에 위협을 느끼거나 반감을 가진 단말기 제조업체,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을 광범위하게 모아 급속히 세를 키웠다.
그런데 개방적 모델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온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함으로써 큰 변수가 발생했다.
구글은 MS와 애플의 OS 관련 특허 소송과 높은 로열티 요구로 인해 안드로이드 진영이 수세에 처하자 맞대응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에 긍정적인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입장에서도 자사 웹 서비스에 최적화된 플랫폼과 기기들을 확대함으로써 광고 수입 등을 늘리는 것이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한 주요 이유였기에 안드로이드 OS 채택 기업들과 경쟁 관계로 돌변하기보다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드웨어 제조의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 HP가 PC 사업을 분사한 주요 이유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아 안드로이드 OS를 자사 전용의 폐쇄적 플랫폼으로 전환시켜야 할 인센티브는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모토롤라의 기기 개발 역량을 활용해 보다 완결성 높은 OS를 만들어 기기 개발 역량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확대시키려고 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돼 이익률이 저하될 것이다.
◆ 한국 기업의 향후 전략 방향은
하드웨어 중심의 한국 IT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 기업의 IT제품 설계, 제조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제조해온 세계 최대의 전자 위탁제조 업체인 대만의 팍스콘은 조립 제조 역량만 놓고 본다면 한국 기업들을 이미 능가하고 있다.
따라서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ㆍ솔루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 IT 기업의 당면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 강화가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기에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계속 채택해야 할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물론 MS의 OS 플랫폼을 수용하면서 OS 플랫폼 간의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멀티 OS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바다 OS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키거나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사 RIM 또는 HP의 웹 OS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도 옵션 확보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의 직접 경쟁자로 대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OS 플랫폼은 질적 수준 못지않게 산업 생태계에서 어떻게 특정 OS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최근 블랙베리가 급속히 점유율을 잃은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이나 구글보다도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 개방과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확보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한국 기업이 확보할 OS 플랫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플랫폼 전쟁은 향후 스마트TV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한국의 전자업체들과 정부는 스마트TV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상생의 플랫폼 리더십 전략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을 중시하면서 개방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20. [매일경제][Hello Guru] `분석경영` 기업들은 위기때 무너지지 않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무디스의 일본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짝하려던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이른바 '더블딥'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경영자들은 최대한 미래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해 이에 대비해야만 기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특히 경영자들은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기 기업을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고 회계장부와 전략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단순히 최고경영자(CEO)의 직관만 믿고, 누군가의 조언만 듣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고자 한다면 그 기업은 반드시 표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BAO(Business Analytics and Optimizationㆍ경영분석 및 최적화) 기법을 적용해 위기 상황의 기업을 분석하고 전략을 제시해주는 IBM의 최고 컨설턴트인 프레드 발보니를 전화 인터뷰했다. '글로벌 리더'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발보니는 "(분석경영에 대해) '중소기업은 하기 힘들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건 모두 핑계일 뿐"이라며 어느 기업이든 분석경영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비즈니스 분석'이라는 말이 다소 익숙지 않은데 설명해달라.
▶비즈니스 분석이란 패턴을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식별해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고 이에 적합한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선 비즈니스 분석을 사용하면 현재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 중 필요한 것만을 선별할 수 있기에 정보의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바일 통신 서비스사업 제공업체의 경우 어떤 고객이 다른 고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제 통화 패턴에 대한 소셜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가격체계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궁극적으로 기업은 실시간 패턴 전략과 상황에 따른 정보가 통합되는 BAO 최고 단계인 '돌파(Breakaway)' 수준에까지 올라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회 및 제약 사항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대한 의사결정 사항을 기업 전체 조직에 전달해 실천하도록 하는 프로세스까지 진행되면 '최적화'가 이뤄진다.
쉽게 말하면 기업 리더가 핵심적인 자재가 어디에 있는지, 고객들의 구매 행태는 어떠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통찰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자신뿐 아니라 파트너 업체에 대한 분석까지 한 뒤 현재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앞으로의 사건이 경제적ㆍ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분석경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와 닿을 것이다. 분석 없이는 기업 자체가 경쟁력이 없는 조직이 된다. 돈의 흐름에 대한 정보는 돈 그 자체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분석이 없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과 같다. 즉 살아남을 수 없다.
무조건 돈을 아끼지 말고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조직은 분석 과정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많은 직원이 분석에 통달할수록 효율성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100%의 직원이 전문가 수준의 분석을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분석의 중요성을 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분석이 이뤄진 뒤에 모든 결정은 신뢰 속에서 단행해야 한다. 자신이 믿는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신뢰해야 한다. 미래에 걸어갈 길에 대해 또렷하게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보만큼은 많이 확보해야 하고, 자신의 분석만큼은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자신의 데이터에도 틀린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분석에 의해 만들어진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실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이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중소기업들은 분석경영에 장기 투자하기 어렵지 않을까.
▶'분석'이라는 게 여행의 과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분석학을 도입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 많은 기업은 (분석경영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경영자가 분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것보다 실제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깨닫는 게 더 중요하다. 실무자들이 분석을 알아야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분석에 돈을 쓸 수 없다는 기업들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모든 기업은 자료를 수집한다. 회계장부든 전략 로드맵이든 무엇이 되든 기업들은 자신들의 발자취를 기록해 놓는다. 이러한 데이터가 모여 '결정'을 돕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크기와 전혀 무관한 것이다. 데이터가 모이면 이 데이터를 갖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정보를 이용해 전략적 분석 프로젝트들을 시행하는 것이다. 여기엔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계획과 의제만 갖고 있으면 되는 일이다.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매일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집착해 큰 그림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 의제를 세울 땐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을 검토한 뒤 남들에게 어떻게 정의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 안팎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부분부터 시작하라. 분석을 하면 그 분야가 틀림없이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분석을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 분석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오히려 기업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을까.
▶분석학 컨설팅을 통해 실패한 사례는 없었다. 내 답은 간단하다. '너무 분석적'이라는 말은 없다. 하지만 분석에만 치우쳐 결단력이 없어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분석을 포기할 것인가. 한국 기업은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분석을 제대로 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뛰어난 실천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많은 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정보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실천에 옮기는 것이 미비해 아이디어를 따라가는 실적을 거두지 못한다. 그저 분석이라고 하면 회계장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전부인 줄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분석학이라는 것은 실천의 과학이다.
더 많은 사람이 무엇이 중요한 분석학적 정보가 될 수 있는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조직은 그런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분석학을 조직 내부에 심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를 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 역량의 효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다. 힘을 얻고 다른 경쟁사들보다 앞서 나가고 싶다면 조직 내부 깊숙이 분석학을 심는 방법 이외엔 없다.
-얼마 전 매경 MBA팀은 역시나 분석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토머스 데이븐포트 교수와 인터뷰했다. 본인이 말하는 분석경영과 데이븐포트 교수의 주장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둘이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하는 일이 다른 것이다. 데이븐포트 같은 분은 기본적으로 연구자에 가깝다. 나와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나는 컨설턴트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현실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른 학자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들보다 내가 더 많은 내용의 분석학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학자들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하겠지만 학자라는 위치 또는 연구원이라는 위치에서 그들이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연구다. 나는 내가 하는 비즈니스 분석이 '나 혼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IBM에서 제공하는 비즈니스 분석을 통한 컨설팅은 팀으로 이뤄진다. 한 명의 지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각자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맡은 바 분석을 정확히 하고 각자의 지식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해 팀워크로 결정체를 맺는 것이 IBM의 BAO다.
-직관과 분석의 관계에 대해 말해달라. 맬컴 글래드웰 같은 대가는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가끔 리더들은 직관에 의지할 때가 있다. 분석학을 100% 신뢰하는 나라 할지라도 이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직관적 판단을 하더라도 정보를 알고는 있어야 한다. 알고리즘과 수학적 분석을 제쳐두고 느낌에만 충실하면 안 된다.
경영에서 분석을 수년 동안 하다 보면 감이라는 것이 생긴다. 이미 정보를 파악한 후이기 때문에 직관에 충실할 수 있고, 직관적 판단이 아니라 분석학적 판단이 언제 필요한지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나 또한 직관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고 직관을 통해 성공한 많은 사람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다. 하지만 분석은 직관보다 더 디테일하고 더 질 높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도구다.
모든 것이 발전하면서 시간은 더 많아지고 거리는 더 좁혀졌다(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먼 거리도 이젠 가까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직관에 의한 결정은 마이크로 레벨(미시적인 수준)에서는 불가능하다. 매크로 레벨(거시적인 수준)에서는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이크로 레벨화됐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접하는 정보도 수백만 가지로 늘어났다.
마이크로 레벨에서는 무조건 분석이 제일 중요하다. 분석을 자주 하게 되고 결국 분석에 통달하게 되면 사람들 또는 기업은 이미 갖고 있는 모델이 몇 가지 생기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모델이란 분석학을 통한 기업의 패턴을 말한다. 이런 패턴을 알고 기본적으로 갖게 되면 그 후에 직관을 써도 된다. 내가 신뢰하는 직관이란 바로 분석학을 바탕으로 둔 직관이다.
-BAO 컨설팅을 의뢰하는 고객들의 문제점은 무엇이었고, 컨설팅 후 경영 방식을 어떻게 바꿨는가.
▶조직 내에 알맞은 기술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BAO는 지금까지 해온 경영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알맞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고객은 자신들이 분석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세일즈와 고객들에 대한 정보원 자체를 확보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내 기업 고객들은 그것이 없었다. IBM 컨설팅은 항상 고객들에게 자신의 비즈니스에 도전하라고 권고한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 생태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도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던지다가 기회라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고객들은 그렇게 해서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매우 새로운 시대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도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 He is…
프레드 발보니(Fred Balboni)는 유통 부문에서 25년 이상의 컨설팅 경력을 갖고 있는 IBM의 대표 컨설턴트다. 그는 IBM의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의 리더이자, BAO(Business Analytics and Optimization)의 글로벌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IBM에 입사하기 전에는 회계법인이자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컨설팅 이머징 앤 인티그레이팅 테크놀로지 프랙티스 부문의 리더로 일했고, 1992년에 IBM으로 이직했다. IBM에서 아시아태평양 유통산업 본부 부사장직과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의 세계유통산업 리더직을 거쳤다.
올해 미국의 유명 컨설팅 잡지인 컨설팅 매거진(Consulting Magazine)에서 선정한 '2011 TOP 25 컨설턴트'에 들기도 했다.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해 우등 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학에서 대학원을 다녔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살고 있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