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경제][한·미FTA 시대] 대한민국 경제 또 한번 飛上하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또 한번의 비상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동력을 갖게 된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무역장벽을 허물게 되면서 중국, 일본 등 주요 산업국을 제치고 아시아 무역허브가 될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EUㆍ미국과 동시에 FTA를 발효시킨 첫 국가로 한국의 브랜드 가치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일자리 연간 35만개 생긴다

한ㆍ미 FTA 발효를 눈앞에 두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경제규모의 61%와 관세 없이 교역을 할 수 있게 됐다. 한국 경제영토는 칠레(87%), 멕시코(72%)에 이어 세계 3위로 넓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10개 국책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실질 GDP 증가율이 5.66%에 달하고 35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한ㆍ미 FTA의 경제적 효과는 한ㆍEU FTA 발효에 따른 경제효과(GDP 5.62%)보다 크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은 "한ㆍ미 FTA는 성장과 고용, 무역수지 증가라는 선순환을 통해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수출도 크게 늘어 무역흑자는 15년간 연평균 27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수지도 연평균 1억4000만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크게 늘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3~32억달러가 추가 유입될 것이란 진단이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은 한국산 8628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이는 대미 수출품목의 82%에 해당하고 수출액 기준으로 85%가 넘는다. 우리는 9016개 품목의 관세를 없앤다. 관세가 철폐되면서 소비자 선택권도 넓어진다. 관세 철폐에 따른 제품 가격하락은 국내 물가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미국산 수입차량은 관세가 낮아지고 5년 후부터는 무관세가 된다. 또 미국산 화장품(8%), 의류(13%), 셔츠(13%) 등 생활용품에 부과되는 관세도 점진적으로 철폐돼 소비자들이 그만큼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삼겹살도 관세 22.5%가 앞으로 10년간 점진적으로 철폐되면서 소비자 가격이 18.4%가량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체다 슬라이스 치즈는 26.5%, 캘리포니아 오렌지 주스는 35.1% 정도 가격이 인하된다.

한ㆍ미 FTA는 낙후된 서비스업 경쟁력을 크게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된다.

한국 기업들은 금융, 법률, 회계 등 서비스산업에서 선진화된 제도와 시스템을 받아들여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어두운 면도 있다. 한ㆍ미 FTA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는 농축수산업이다. FTA 발효 시 농ㆍ어업 생산 감소액은 15년간 총 12조66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품목은 축산품(7조2993억원)이고 수산업 피해(4431억원)도 작지 않다.

◆ 엇갈리는 업종별 명암

한ㆍ미 FTA 발효에 따른 업종별 희비도 엇갈린다. FTA는 양자 간 협정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역흑자는 자국 무역적자로 직결되는 '제로섬'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전자 등 수출 경쟁력을 갖춘 품목과는 달리 농축산물과 식ㆍ의약품 등 미국산 제품의 브랜드 파워가 앞서는 분야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 시장도 자금력을 앞세운 미국 회사들의 진출이 더 활발해져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분야도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분야로 꼽힌다.

자동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시장 가격 경쟁력이 높이지고 관세(2.5%) 폐지로 인해 부품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수혜 분야로 꼽힌다. 미국 무역위원회가 자동차를 자국의 대표적인 피해업종으로 분류해 놨을 정도다. 반도체, LCD, 3D TV 등 국내 기업들의 비교우위가 예상되는 전자업계는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섬유업계도 미국 시장 점유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유성우 지식경제부 FTA팀장은 "냉장고, LCD 등 가전제품 대미 수출은 늘어나지만 미국 브랜드 경쟁력이 앞선 전자의료기기나 방송통신장비 등은 수입 증가폭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려를 낳고 있는 농축산물과 식ㆍ의약품 분야가 미국산 제품의 물량 공세에 얼마나 맞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등은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오렌지 등 농산물의 경우 품목별로 예외 조항이 설정됐지만 이미 상당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농축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식품의 경우 라면이나 삼계탕, 김치 등은 미국 수출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고 농업도 가공 수출 산업으로 새롭게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 분야도 국내 업체들의 상대적인 고전이 예상된다. FTA 협정에 따라 미국 제약회사들이 특허권 제동을 걸면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 생산이 어려워지게 된다. 화이자, 얀센, 애보트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특허 공세가 확산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 비중이 낮은 국내 제약업계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전병득 기자 / 채수환 기자]


2. [매일경제][FTA 이것이 궁금하다] FTA 오해와 진실

한ㆍ미 FTA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독소조항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투자자ㆍ국가 소송제도(ISD) 조항으로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국내에서 재판을 받을 필요 없이 국제기구에 제소함으로써 대한민국 주권이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개방으로 개방 불가로 규정하지 않은 분야가 즉각 개방돼 의료 민영화가 잇따르고 궁극적으로 의료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렇듯 독소조항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12가지나 된다. Q&A를 통해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래칫(Ratchet) 조항으로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돼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래칫 조항은 모든 사안에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되고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막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이다. 광우병에 따른 30개월령 이상인 쇠고기 수입 중단은 검역 조치에 해당하는데, 검역사항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전기, 가스, 수도 등 기간산업 민영화 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도 예전으로 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공 서비스 부문은 포괄적 유보 대상으로 래칫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쌀은 시장 개방을 아예 하지 않았다. 더욱이 FTA 미래 유보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추후 필요 시 개방 수준을 후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래칫 조항은 한ㆍ일 투자협정, 한ㆍ칠레, 한ㆍ싱가포르 FTA 때도 채택한 바 있다.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로 나라 주권이 없어진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상대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만약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는데 오히려 북한이 금강산 부동산 시설을 일방적으로 몰수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역에서 가장 불안한 요인은 불합리한 규제로 손해를 입었을 때다. 그래서 ISD가 필요하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제3 국제중재절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ISD는 전 세계 2500여 개 투자협정(BIT)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우리가 체결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발효 중인 모든 FTA와 85개 투자보장협정 대부분에도 들어가 있다.

-최혜국 대우 조항 때문에 농업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많다.

▶최혜국 대우 조항은 투자와 서비스 부문에만 적용되므로 농산물에 적용되지 않는다. 투자와 서비스는 최혜국 대우 조항이 적용된다. 한국이 다른 국가와 FTA를 맺고 더 큰 개방을 하면 이 부문은 한ㆍ미 FTA에도 적용된다.

-미국계 기업이 국내 알짜 공기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염려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한 조치는 우리 측 미래 유보에 명시했다. 따라서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FTA로 한국 금융시장이 국제 투지자본의 놀이터가 된다고 한다.

▶미국 투기자본이 한국 내에서 은행업을 할 수 있거나 주식을 100% 보유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FTA 부속서에 따르면 외국 자본이 국내 은행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한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주식 10% 이상을 보유하려면 대한민국 정부 판단이 필수다.

[이상덕 기자]


3. [매일경제][FTA 이것이 궁금하다] 협정문으로 본 한·미 FTA 주요내용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양국 간 교역시장이 활짝 열렸다.

자동차를 비롯한 공산품과 농축수산물 관세가 사라져 한ㆍ미 간 교역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민감한 품목이나 공공 서비스는 FTA 협정이 적용되지 않거나 유보된다. 협정문을 토대로 한ㆍ미 FTA 주요 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 상품

양국은 원칙적으로 모든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관세가 즉시 사라지는 품목은 섬유ㆍ농산물을 빼고 한국이 7218개(85.6%), 미국이 6176개(87.6%)에 이른다. 한ㆍ미 간 대표적인 교역상품인 승용차의 경우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 우선 미국이 국산 수입차에 대한 관세 2.5%를 즉각 없애고, 한국은 현재 8% 관세를 4%로 내린 뒤, 4년 후에는 완전히 없애게 된다. 다만 전기자동차는 미국이 관세 2.5%를 4년간 균등 철폐, 한국은 관세를 8%에서 4%로 내렸다가 4년간 균등 철폐한다. 화물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25% 관세를 7년간 유지한 뒤 향후 2년에 나눠 없애고, 한국은 10% 관세를 바로 없앤다. 관심을 끄는 것은 특정 상품 수입이 급증하면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고 취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다. 양국은 자동차에 한해 상호주의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가능한 기간은 관세 철폐 후 10년이고, 최대 4년 동안 발동할 수 있다.

◆ 농업ㆍ섬유

농업 분야에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이미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품목 수 기준으로 37.9%, 수입액 기준으로는 55.8%가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쌀과 쌀 관련 제품은 FTA 협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오렌지(수확기), 식용대두, 식용감자, 분유, 천연 꿀 등 국내외 가격 차가 크거나 관세율이 높아 관세를 완전히 철폐할 경우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는 품목은 현 관세를 유지하고 일정 물량의 수입쿼터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 측 민감 품목인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15년, 1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관세가 철폐된다. 추가 협상을 통해 돼지고기 중 '냉동 기타(목살, 갈빗살 등)' 품목은 관세 철폐 기간이 2년 더 연장됐다.

우리나라는 쇠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해 사과, 고추 등 30개 품목에 대해 수입 물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 섬유 분야에서 미국은 수입액 기준으로 61%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스웨터, 양말, 남성셔츠, 폴리에스테르 등 우리 측이 관심 품목으로 제시한 225개 중 164개의 관세가 사라지는 것이다.

◆ 개성공단

북한 영토 안에 있는 개성공단에서 만드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가 논란이 됐다. 한ㆍ미 FTA 협정은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 한국산과 같은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양국 공무원으로 구성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에서 역외가공지역(OPZ)을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받아 한국산 지위가 인정되면 개성공단 제품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OPZ로 지정받으려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OPZ 내 일반적인 환경 기준, 근로기준, 경영ㆍ관리 관행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무역구제

미국이 우리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할 경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확보했다. 양국은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기 전 상대국에 통보하고 협의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반덤핑 제소 전에 우리 기업 입장을 적극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반덤핑 조사과정에서 수출 기업이 가격을 올리거나 수출 물량을 제한하겠다고 제안해 이를 조사당국이 수락하면 반덤핑관세 부과없이 조사를 중지하거나 종결하는 '가격 또는 물량합의' 제도를 도입했다.

또 반덤핑 조사 개시 전부터 최종 판정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우리 기업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무역구제위원회가 설치된다. 양국은 다자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때 상대국 수출품이 끼치는 피해가 크지 않으면 발동 대상에서 상대국을 면제해주는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 서비스ㆍ투자

도박, 금융, 항공운송, 정부조달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제한 조치 도입 금지, 현지 주재 의무 부과 금지 등 네 가지 의무가 적용된다. 방송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한해 최소한으로 개방된다. PP에 대한 직접투자는 현행대로 49%로 한정된다. 국내법인 설립을 통한 투자는 현 50%에서 100%로 확대된다. 종합편성, 보도, 홈쇼핑 채널은 제외다. 스크린 쿼터는 현 수준인 73일로 동결됐다.

기간통신사업에 대한 직접투자는 현행 제한(49%)이 유지되고, 간접투자는 100%까지 허용된다. 국내 핵심기간망을 보유한 KT와 SK텔레콤은 제외된다. 법률 서비스는 3단계, 회계ㆍ세무 분야는 2단계로 개방이 추진된다. 양국은 '전문직 서비스 작업반'을 협정 발효 즉시 구성해 우선 엔지니어링, 건축설계, 수의 분야에서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 의약품

미국 측 신약에 대한 최저가 보장 요구가 거부되고 약가 적정화 방안의 기본 틀이 유지됐다. 양국은 약가제도 투명성 차원에서 독립적인 이의신청 절차를 도입했다. 의약품ㆍ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복제의약품 시판허가 등을 상호 인정하는 논의를 추진할 근거도 마련했다. 신약 개발업체가 복제약 개발업체의 허가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 허가절차를 중지시키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도입하되 이행의무를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 지적재산권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연장됐다. 단, 보호기간 연장 시점은 협정 발효 후 2년간 유예된다. 상표권의 경우 냄새 또는 소리로만 구성된 상표도 인정된다. 상표권 전용사용권을 위해 등록을 의무화했던 요건이 폐지됐다. 일시적 복제에 대해 저작권자에게 복제권을 인정했다. 특허심사 출원 후 4년 또는 심사청구 후 3년을 초과해 불합리하게 지연되면 초과 기간만큼 특허기간이 연장된다.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상ㆍ하한을 미리 법령에 규정해 놓는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김병호 기자]


4. [매일경제]현대·기아차, 年1500만대 美시장서 일본·독일 앞지른다

◆ 한·미FTA 대미 수출 효과 / 자동차 ◆

한ㆍ미 FTA는 연간 1500만대 규모의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로서는 큰 기회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20.1%를 차지하며 전 세계 각종 자동차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이다. 이번 한ㆍ미 FTA 법안의 국회 통과로 일본이나 유럽 국가 등 경쟁국에 비해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무역흑자는 102억달러로 우리나라의 전체 대미 무역흑자규모 94억달러를 8억달러 초과할 정도로 미국과의 교역에서 자동차 부문의 역할은 크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 498억2000만달러 중 자동차 수출이 21.8%에 달할 정도로 대미 수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ㆍ미 FTA 발효 시 교역구조상 더욱 강해져 대미 수출 증대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완성차는 2.5~25%의 비교적 높은 수준의 관세율에도 불구하고 67억4000만달러라는 수출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0~4%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자동차부품도 4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한ㆍ미 FTA 발효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2.5~25% 관세가 발효 5년 후에는 완전히 철폐된다. 이 경우 일본, EU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경쟁국에 비해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브랜드별 딜러 할인 등 경쟁이 매우 격화된 시장이라 2.5%의 관세 철폐만으로도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와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등인데 이들 브랜드의 자동차 구매자가 자동차값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철폐의 효과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일본 지진 이후 다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딜러 인센티브 및 신차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일본 차업체에 대응해 한ㆍ미 FTA는 국내 차들의 이익을 줄이지 않고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시장은 브랜드 선전 효과가 큰 곳이라는 점에서 한ㆍ미 FTA의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타 시장으로의 진입도 쉽고 프리미엄 차량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쉽게 말해 미국은 자동차에 관한 한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한ㆍ미 FTA 발효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 판매가 증가해 국산 차의 브랜드 및 이미지가 향상되면 중국, 인도 등의 브릭스 시장은 물론 신흥 시장 등 제3국으로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간접적인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FTA 발효 즉시 관세(최대 4%)가 철폐됨으로써 대미 부품수출이 크게 증가해 5000여 개 중소부품업체들의 수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더구나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등 현지 공장에서는 부품조달비용 인하로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대미 자동차 수출이 확대됨으로써 고용 증대 효과도 예상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용인원은 170만명(직접고용 27만명, 간접고용 143만명)에 달해 자동차산업의 성장은 신규고용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제림 기자]


5. [매일경제][한·미FTA 시대] 제네시스 100만원 정도 싸져

◆ 한·미FTA 시대 / 자동차 ◆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자동차 산업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ㆍ개별소비세 인하로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과정에서 '저렴'해진 가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가격인하 효과는 개별소비세 인하를 통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 FTA 협정에 따라 2000㏄ 초과 차량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10%)와 자동차세(㏄당 220원)가 3년에 걸쳐 2000㏄ 미만 차량 수준(5%ㆍ㏄당 200원)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한ㆍ미 FTA 발효에 따라 개별소비세는 내년부터 10%에서 8%로 내려가는 데 이어 3년 뒤에는 5%로 인하된다. 개별소비세와 연동해서 부과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등도 함께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인하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세제 변경은 미국산 수입차뿐 아니라 일본ㆍ유럽계 수입차, 국산차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적용된다. 개별소비세의 경우 차량 구입시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사실상 차량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준대형급 이상 차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차량가격 4310만원인 현대차 제네시스 3.3은 100만원가량 저렴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가격 3050만원인 르노삼성 SM7 2.5는 70만원, 비슷한 가격의 그랜저 2.4도 71만원가량의 인하 효과가 생긴다. 대당 8000만~1억원을 호가하는 유럽계 대형 차량은 150만~200만원의 소비세 감소가 예상된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누리기 위해 신차 구입을 내년 이후로 미루려는 소비자들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판촉에 돌입한 자동차업계에는 이 같은 구매보류 현상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하를 통해서도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미 FTA가 내년 초 발효되면 미국산 수입차에 붙는 관세율은 현행 8%에서 4%로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소비자가격을 2.5~3.0%가량 떨어뜨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미국차 업계는 보고 있다.

그렉 필립스 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는 "차량은 평균 2.0~2.4% 정도, 부품은 이보다 더 많이 가격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다양한 차종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6. [매일경제][한·미FTA 시대] `메이드 인 USA` 캠리도 들어온다

◆ 한·미FTA 시대 / 자동차 ◆

한ㆍ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 차뿐만 아니라 일본 차들도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미 엔화 강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생산이라는 우회 수출 방법을 모색하던 일본 차업체들은 한ㆍ미 FTA를 계기로 미국에서 생산된 차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물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관세 혜택을 받는다면 충분히 일본에서 생산되는 차보다 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거기다 해답이 없는 엔고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된다. 이제 '메이드 인 재팬' 일본 차가 아닌 '메이드 인 USA' 일본 차들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산 차량을 들여올 계획을 세우는 곳은 한국토요타다. 한국토요타는 이미 지난달 미니밴 시에나를 인디애나 공장에서 들여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는 신형 캠리를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가져온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캠리는 도요타 최고의 볼륨 모델이기 때문에 FTA로 가격할인 효과까지 가세하면 한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일본 차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여기에 크로스오버 세단인 벤자까지 하반기 켄터키 공장에서 들여올 예정이라 내년 한국토요타가 출시하는 전 차종이 '메이드 인 USA' 차종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혼다코리아 역시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혼다의 오하이오주 메리스빌 공장에는 어코드가, 오하이오주 이스트리벌티 공장에는 시빅과 CR-V가 생산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에는 오디세이와 어코드가 생산되는 등 한국에서 판매 중인 혼다코리아의 대부분 라인업이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향후 일본산 혼다차를 미국산 혼다차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닛산은 이미 2009년부터 알티마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만든 차종이라 한국에서 판매하는 알티마도 미국 테네시 공장산이다. 인피니티에서도 처음으로 미국산 차가 나온다. 이미 LA모터쇼에서 선보인 바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X는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김제림 기자]


7. [매일경제]IT·전자제품 해외생산 많아 `관세효과` 크지 않아

◆ 한·미FTA 시대 / IT·전자제품 ◆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한ㆍ미 FTA 체결에 따라 미국 IT 업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 IT 기업이 상당수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면서 주력 제품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은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한ㆍ미 FTA 발효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TV와 가전제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멕시코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철폐 혜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무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보다도 한ㆍ미 간 교역이 확대되면서 IT 산업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IT 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 경쟁력이 있다. 한ㆍ미 FTA 비준에 따라 무역 비용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IT 산업의 대미국 무역 규모는 2009년 기준 수출 185억달러, 수입 77억달러로 10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ㆍ미 FTA 발효에 따라 IT 산업에서 연간 대미 수출이 1억6000만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TV와 모니터, 기타 가전제품 등을 미국에 수출할 때 현재는 최고 5% 관세를 물고 있다. 그러나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돼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올라간다.

LCD TV는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대형 냉장고가 가전 수출에서 가장 큰 수혜 품목으로 예상되고 있고 TV도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3.9~5% 관세가 철폐돼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에서의 수입 비중이 높았던 핵심 IT 부품소재와 방송통신장비 등의 공급처가 미국으로 다변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질적인 대일 무역적자가 다소나마 개선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핵심 부품소재와 장비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국내 IT 업계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도 "전자ㆍIT 산업은 상대적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산업구조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한ㆍ미 FTA 발효 시 우리나라 업계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전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 외에도 한ㆍ미 FTA 발효에 따라 △투자 유치 증진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 제고 △기술협력 확대 △생산시험장비와 자재 등 가격 인하 등 무형의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취약 부문인 전자의료기기 분야에서 관세 철폐를 중장기 유예한 것도 국내 IT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 등 교역량 증가와 수출 인프라스트럭처 강화 효과가 예상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고재만 기자]


8. [매일경제]고전하는 해운업계 물동량 증가로 `숨통`

◆ 한·미FTA 시대 / 조선·철강·해운 ◆

철강ㆍ조선ㆍ해운 업계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간접적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은 '산업의 쌀'인 철강의 공급처가 넓어졌다며 일단 긍정적 반응이다. 다만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철강제품은 이미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고 미국 수출 물량도 많지 않아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 원재료도 대부분 호주나 브라질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 등 철강 수요산업에서 수출이 증가할 경우 이에 맞물린 후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2004년 이후 한ㆍ미 간 무관세 수입이 이뤄져왔다"며 "이번 타결이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자동차나 가전 등 수요산업에 따라 철강 역시 간접적인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로 국내 해운업계는 물동량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어나를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운임 하락, 유가 급등으로 시달리던 해운업계에 호재가 나타난 셈이다.

업계에선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컨테이너와 곡물 등의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미주 노선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운업계는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등 품목이 다양해 상당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해운업체들은 물동량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물량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FTA 발효 후 연간 수십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항구는 FTA 발효 후 늘어나는 물량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늘어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체들의 발주를 받아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체들도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선주들이 유럽에 몰려 있는 데다 선박도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문일호 기자]


9. [매일경제]한·미FTA 유화제품 가격경쟁력에 큰 도움

◆ 한·미FTA 시대 / 유화 ◆

석유화학업계는 폴리스틸렌과 에폭시수지 등 범용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석유화학 수출제품은 폴리스틸렌 ABS 등 합성수지와 벤젠 톨루엔이고, 수입품목은 자일렌 부타디엔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제품과 폴리아미드 실리콘수지 등 고부가 합성수지다.

폴리스틸렌은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5%에 불과하지만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폴리스틸렌은 품질이 캐나다나 멕시코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FTA가 발효되면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스틸렌은 관세가 6.5%로 FTA 발효 시 즉시 철폐된다. 폴리스틸렌은 포장재 건축자재 자동차 관련 소재로 쓰이는 범용 플라스틱 원료다.

에폭시수지는 6.1%인 관세가 FTA 발효 시 즉시 철폐됨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에폭시수지 대미 수출액은 3400만달러로 전년보다 79% 증가했다.

탄소 포집 및 저장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저장장치는 관세율이 각각 5.8%와 3.5%인데 FTA 발효로 관세가 각각 10년, 즉시 철폐됨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21%나 증가한 1016만달러어치 폴리카보네이트를 미국에 수출했고, 올해도(1~7월) 62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탄소 포집ㆍ저장장치는 지난해 약 18만달러 규모를 미국에 수출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가격 측면에서 경쟁국에 밀렸던 한국 석유화학 제품이 FTA를 계기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게 됐다"며 "향후 대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석유제품도 최대 배럴당 84센트인 관세가 한ㆍ미 FTA 발효 직후 철폐되기 때문에 수출증가가 기대된다. 타이어코드 베어링 필름 등 플라스틱 제품과 ABS 등 합성수지는 관세가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관계로 중장기 효과가 예상된다. 이 밖에 볼트 너트 화학기계 증기터빈부분품 등 기계류, 사진영화용 재료 등 정밀화학제품, 일부 석유제품, 섬유사 등은 관세 수준이 높아 FTA로 단기간(즉시 또는 5년 철폐)에 관세 철폐 시 상당한 효과가 전망된다.

연료전지 관련 품목은 3.4~3.5%의 관세율이 즉시 철폐됨에 따라 FTA가 체결되지 않은 중국, 대만, 일본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료전지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5.7%로 2015년에는 11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중국(6500만달러) 일본(3500만달러)에 이어 미국에 연료전지를 연간 1000만달러가량 수출하고 있다.

[정승환 기자]


10. [매일경제]섬유제품 2~3년내 對美수출 20~30% 증가할듯

◆ 한·미FTA 시대 / 섬유 ◆

폴리에스터 염색직물 제조업체 선일텍스는 수출물량 전부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약 135억원. 이 회사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수출이 연간 12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9%에 달했던 관세가 즉시 철폐됨에 따라 8% 정도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겨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선일텍스 관계자는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경쟁국 대비 가격 우위를 선점한 만큼 기존 바이어들과 거래처 확대 등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미국 시장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극세사 클리너 제조업체인 웰크론도 한ㆍ미 FTA로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전체 수출 가운데 13%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웰크론은 현재 6.2%로 책정돼 있는 관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웰크론 관계자는 "미국 시장 내 주요 공급처인 중국ㆍ동남아시아산 제품에 비해 우월한 품질에 더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며 "미국에서 향후 2~3년 내에 수출 물량이 현재보다 20~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은 자동차와 더불어 한ㆍ미 FTA 발효에 따른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비교우위가 있는 품목인 데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서 중국과 겨룰 만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돼 대미 수출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섬유업계는 한ㆍ미 FTA 발효에 따른 교역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평균 13.1%(최대 32%)인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대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섬산련에 따르면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대미 섬유교역 증대에 따른 △국산 섬유 브랜드 가치 제고 △미국 통관 절차 신속화 △한ㆍ미 간 기술 협력 효과 등이 예상된다.

특히 화학섬유가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폴리에스터와 카매트는 관세가 각각 4.3%, 6.7%인데 FTA 발효 이후 즉시 철폐된다. 지난해 폴리에스터와 카매트 대미 수출액은 각각 1억3700만달러, 1900만달러 정도다. 폴리에스터는 최근 면화 가격이 급등하면서 폴리에스터 혼방비율이 확대되고 있어 대미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한ㆍ미 FTA는 얀포워드(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 방식)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그동안 값싼 중국산 폴리에스터를 써왔던 국내 직물업체들은 국내산 사용을 크게 늘릴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 대한 한국 섬유 수출은 12억2000만여 달러, 수입은 3억6000만여 달러로 한국이 8억6000만여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시장 내 한국 점유율은 중국 터키 인도 등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6년 매출액 기준 1.8%였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0.9%까지 줄어들었다.

한ㆍ미 FTA는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액 기준 61%, 품목 수 기준 87%인 미국 측 관세가 즉시 철폐돼 한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고 섬산련 측은 설명했다.

섬산련은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가, 생산성 향상 등으로 향후 15년간 연평균 4846억원 정도 생산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희찬 섬산련 회장은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등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여온 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무역 특혜를 받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비해 시장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며 "한ㆍ미 FTA 비준안 통과는 수출 신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기대도 크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도 "합성인조섬유와 의류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섬유업체인 코오롱 관계자는 "한ㆍ미 FTA 발효로 섬유산업 분야 관세가 철폐돼 가격경쟁력 등 여러 혜택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따라 대미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정승환 기자]


11. [매일경제]폴로·코치·갭·타미힐피거…美브랜드 의류값 안떨어질듯

◆ 한·미FTA 시대 / 의류 ◆

한ㆍ미 FTA 체결로 미국에서 들여오는 고가 프리미엄 청바지와 수입 화장품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 혜택이 예상된다.

하지만 의류제품은 미국에서 직접 만드는 고가 제품에만 관세 철폐 효과가 적용되고 베트남과 중국 등 제3국에서 만드는 대중적 캐주얼 의류들은 해당 사항이 없어 혜택이 전혀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국외 생산이 많은 의류ㆍ패션 제품에 비해 자국 생산이 많은 수입 화장품은 미국산에 비해 국내 제품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화장품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잠식에 대한 염려가 나오고 있다.

한ㆍ미 FTA 효과를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8만9000원에 팔리고 있는 캘빈클라인 청바지가 관세 13% 즉시 철폐로 7만8700원에 판매되게 된다. 타미힐피거 남성 티셔츠도 7만2000원짜리가 6만3700원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캘빈클라인과 타미힐피거 등 캐주얼제품 대부분이 제3국을 통한 해외 생산이라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청바지 한 벌에 30만원을 웃도는 미국 프리미엄 진들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많아 가격 인하로 일부에 국한됐던 소비자층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의류ㆍ패션 분야에서 4~32%에 달하는 대부분 관세가 즉시 철폐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브랜드 의류 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다.

미국 대표 의류 브랜드인 폴로는 사실상 미국에서 제조하는 상품이 극히 드물다. 대다수 폴로 제품은 동남아시아나 유럽 등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 철폐 대상이 아니다. 엘리 타하리, 도나카란, 타미힐피거, 코치, 갭, 바나나리퍼블릭 등 국내에 들어와 영업 중인 상당수 미국 브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치와 갭을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미국 브랜드라고 해도 생산은 거의 미국에서 하지 않고 고급 제품은 이탈리아, 중저가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 효과를 거의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미국적인 의류 브랜드로 불리는 '아베크롬비&피치'와 미국 스포츠웨어의 대명사 격인 '나이키'조차도 생산은 주로 아시아와 남미 등 관세 면제 대상이 아닌 나라에서 이뤄진다. 국내 아웃도어 1위인 미국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이미 영원무역이 라이선스를 통한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어 내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반면 미국 서부 최대 의류도매상권인 자바시장을 중심으로 한인들이 만드는 브랜드는 관세 철폐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만드는 이곳 패스트패션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대가 경쟁력인 데다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 혜택까지 보게 되면 국내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 이곳 한인 상인들은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아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등 국내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화장품은 현재 8%인 관세가 10년 내에 철폐되기 때문에 시장에는 당장 큰 가격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크리니크, 키엘 등 미국산 화장품 수입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화장품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미국 화장품 세율이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관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기보다는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마케팅과 판촉 등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패션의류 수출업체들은 이번 한ㆍ미 FTA 비준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의류 브랜드들이 관세 철폐 혜택을 보기 위해 수입처를 한국으로 대폭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지미 기자]


12. [매일경제]보험중개업 추가 개방돼도 미국업체 진출은 힘들듯

◆ 한·미FTA 시대 / 금융 ◆

한ㆍ미 FTA 비준으로 국내 금융회사나 소비자들이 느끼게 될 금융서비스 분야의 변화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한국 금융시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외환위기 등을 계기로 이미 대부분 개방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FTA 협상도 국내법을 최대한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타결됐기 때문에 추가 개방폭은 미미하다.

최유삼 금융위원회 글로벌금융과장은 "한ㆍ미 양측의 금융시장 개방 정도가 높아 추가적인 개방범위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라며 "국책금융기관의 특수성 인정이나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 의무화 유지 등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현재와 달라지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가 개방이 이뤄진 부문은 △보험중개업의 국경 간 거래 △금융정보처리 해외 위탁 △신금융서비스 도입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금융당국이 각종 통제장치나 규제권한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일 전망이다.

보험중개업의 국경 간 거래의 경우 미국 보험중개업자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 또는 직접 판매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국내 보험산업 특징을 고려할 때 미국의 보험중개업이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 보험중개업을 하려면 한글로 된 보험중개업 자격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이번 협상을 통해 달라진 부분은 보험중개업체가 한국에 주소지를 둬야 한다는 조항만 없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처리 해외 위탁도 미국 금융회사가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엄격한 제약조건을 붙였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고 정보의 재사용은 금지시켰다. 또한 한국 금융당국의 정보접근을 가능하게 해 언제든지 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저도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실시할 예정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에 진출한 한국금융회사들은 현지 고객들의 금융정보를 한국에서 받아보고 있기 때문에 한ㆍ미 간 불균형을 이번에 해소하는 차원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일부에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신금융서비스 도입의 경우 이중삼중의 규제장치를 마련해 사실상 현실화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신금융서비스를 하려면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금융회사의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현행 한국의 금융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도입할 수 있다.

최유삼 글로벌금융과장은 "투자자ㆍ국가소송제(ISD)도 금융 분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협정문 자체에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독장치를 광범위하게 인정해놨기 때문에 협정문 자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ISD에 갈 일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ㆍ미 FTA로 오히려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는 측면이 많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우체국보험과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험상품에 대해 3년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금융당국에서 감독할 수 있도록 협정문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보험사업자와 동일한 규범을 적용받게 된다.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4개 기관은 금융당국에서 지급능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된다. 우체국보험의 경우는 같은 종류의 보험서비스에 대해 민간 보험사업자보다 경쟁상의 혜택을 부여해선 안 되며, 기존 상품 외에 변액보험이나 퇴직보험과 같은 새로운 상품영역 진입도 제한된다.

[송성훈 기자]


13. [매일경제]회계법인 5년뒤엔 글로벌 `빅4` 와 정면대결

◆ 한·미FTA 시대 / 회계 ◆

회계업계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어도 당장은 큰 영향이 없는 분야다. 핵심 시장인 감사업무는 제외되기 때문이다.

미국 공인회계사들은 한국에서 미국의 회계제도, 또는 IFRS와 같은 국제적 회계제도에 대해서만 자문 업무를 할 수 있다. 이는 양국의 회계사 자격을 상호 인정하기가 힘들고, 감사 업무가 공익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내린 개방 수위다. 또한 기업의 중요 정부가 회계법인을 통해 상대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어서 이처럼 제한적으로 개방이 이뤄진다. 그러나 문제는 5년 뒤부터 나타날 수 있다.

외국 회계법인의 지분 투자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단, 외국 회계사가 국내 회계법인에 출자하더라도 자본금의 50% 미만까지만 가능하다. 1인당 출자한도는 자본금의 10%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5명 이상이 지분을 매집하면 사실상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

가장 염려되는 점은 글로벌 4대 회계법인(PwC, 딜로이트, KPMG, 언스트&영)의 거센 파고 앞에 맞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글로벌 회계법인은 각각 140~160개국에 진출해 있다. 회계법인당 14만~17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이 이미 국내 빅4 회계법인과 제휴 관계를 맺고 진출해 있는데 무슨 변화가 생기느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재 이들은 업무를 제휴한 '멤버 펌(member firm)' 형태로 사실상 간판만 빌려주고 있을 뿐이다.

'멤버 펌'이다 보니 업무 제휴의 범위는 품질관리, 국제적 규정 및 투자자문, 마케팅, 정보공유 등에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직접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다. 지분 투자가 허용되고 상대국 회계기준 자문 업무가 본격화되면 토종 회계법인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전 세계 회계 시장은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이 과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더욱 고착화되는 추세다. 한ㆍEU FTA가 발효된 데 이어 한ㆍ미 FTA까지 발효되면 유럽ㆍ미국 회계법인들이 국내 시장 진출에 더 적극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김문철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FTA 발효 등으로 앞으로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이 국내 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눈 뜨고 안방을 뺏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앞으로 남은 5년 동안 회계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육성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은 외국 회계법인에 대한 예속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형 회계법인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겠지만 중소형 회계법인은 더욱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다. 회계 선진국과 잇따른 FTA 발효로 회계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경향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박용범 기자]


14. [매일경제]법률시장 단계적으로 개방…로스쿨 출신 취업기회 늘듯

◆ 한·미FTA 시대 / 법률 ◆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통과로 한국 법률시장에도 커다란 파고가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 7월 영국계 로펌이 들어올 수 있게 된 한ㆍ유럽연합(EU) FTA 발효에 이어 미국계 로펌 진출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법조계에서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한국인들이 외국 변호사의 절대 다수라는 점에서 미국계 로펌 진출 영향이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한다.

◆ 3단계 개방…5년 뒤 완전개방

정부가 목표하는 협정 발효일은 내년 1월 1일. 이렇게 되면 발효까지는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후 5년간 3단계에 걸쳐 소송대리를 제외한 자문 분야의 완전 개방이 이뤄진다.

발효일부터 2년 뒤까지 미국계 로펌은 미국법 자문만 할 수 있다. 한국 변호사 고용은 금지된다. 하지만 2단계 개방부터 미국 로펌은 국내 로펌과 국내법ㆍ미국법이 섞인 사건을 공동 처리한 뒤 수익을 나눌 수 있고, 발효 5년 후엔 두 국가간 로펌의 합작 사업체가 만들어져 국내 변호사도 고용할 수 있다.

단계적 개방이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미국계 로펌의 해외 진출 움직임은 적극적이란 평이 많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미국 내 기업들이 가장 먼저 법률 비용 등을 삭감해 미국계 로펌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한 한국인 변호사는 "우리는 한국 기업들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보고 4~5명의 적은 인원이라도 이른 단계부터 연락 사무소를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제 감각 갖춘 변호사 수요↑

유럽에 법률시장이 개방된 이후 영국계 로펌의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할 외국 변호사 자격을 규정한 '외국법자문사법'은 '3년 이상' 현지(유럽) 법률 경험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국내 사정에 밝으면서도 요구를 만족하는 영국 변호사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미국 변호사는 다르다. 국내 활동 중인 미국 변호사 숫자가 적지 않고 미국 현지 한국계 변호사 숫자도 영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대표급 변호사는 "로펌들 사이에서 영국계보다는 미국계 로펌을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바로 투입될 수 있는 한국인 변호사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취업난' 논란이 일고 있는 로스쿨 배출 변호사들이 과거보다 언어구사력 등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고용 기회 확대라는 측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로스쿨생들이 이전 법조인들보다 외국어 등 국제 역량이 나아진 것은 틀림없다"면서 "이번 법률시장 개방은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 "어느 정도 대비는 돼 있다"

대형 로펌들은 FTA 발효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우려의 뜻을 전하면서도 오래된 현안인 만큼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특허 등 지재권이나 인수ㆍ합병(M&A) 분야 등에서는 국내 주요 의뢰인에게 이미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영국계 로펌인 디엘에이파이퍼(DLA Piper)의 이재철 변호사는 "국제적인 시각에서 한국 대형 로펌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고, 김종한 폴 해스팅스 변호사도 "한국의 대형 로펌들의 실력을 미국 로펌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새로운 분야나 수요를 창출하면 해외 로펌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협력 관계로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재언 기자]


15. [매일경제]의약품·화장품 8% 관세 철폐…가격 인하효과는 `별로`

◆ 한·미FTA 시대 / 보건 ◆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의약품, 화장품, 의료장비 등 보건상품에 붙던 최고 8% 관세가 철폐된다. 보건상품은 관세가 5.5~8%로 높지 않아 관세 철폐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권 보장은 강화돼 국내 제약사들이 값이 싼 복제약(제네릭)을 만들기는 어려워진다. 결론적으로 보건상품은 FTA로 피해를 입는 대표적인 부문으로 꼽힌다.

◆ 보건상품 관세 10년 내 철폐

공산품이 주를 이루는 보건상품은 관세가 8%를 넘지 않아 가격 인하 폭이 크지 않다.

의약품은 스테아르산 등 원료의약품 관세(5.5%)가 즉시 철폐되며, 아스피린 제제와 인공신장기에 부과되는 8% 관세는 3년 내 철폐된다. 의약품은 대체적으로 가격이 낮은 데다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는 경우에는 정부와 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가 크지 않다.

눈화장용 제품과 두발용 헤어린스 등 화장용품에 붙던 8% 관세도 5년 이내에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화장품은 판매업체들이 고가 정책을 사용하고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초음파영상진단기 등 의료장비는 대당 100만달러가 넘어 FTA에 따른 기대가 큰 품목이다. 그러나 이들 장비는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매년 감소 폭은 0.8%에 불과할 정도로 영향이 미미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관세 즉시 철폐 품목은 463개(비율 76.8%)에 이르고 △3년 내 철폐 122개(20.2%) △5년 내 철폐 8개(1.3%) △10년 내 철폐 10개(1.7%)다.

정유진 보건복지부 통상협력과 사무관은 "수입에 의존하거나 수급 원활화가 필요한 품목은 즉시 철폐했다"면서 "그러나 전략산업으로 육성 중인 전자의료기기를 비롯해 단기에 철폐 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화장품 등은 10년 내 철폐 품목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 복제약 제조ㆍ판매 힘들어져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권이 강화되면서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제조ㆍ판매가 한층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값이 싼 복제약 대신 비싼 신약(오리지널약)을 더 오랜 기간 사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하는 조항은 한ㆍ미 FTA에 도입된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이는 제약회사가 보건당국에 복제약 제조 허가를 신청하면 이 사실을 특허권자에 즉시 통보하고, 이에 대해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소송이 해결될 때까지 복제의약품 제조ㆍ판매를 유보해야 한다. 다만 이 제도는 3년 유예돼 201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특허 의약품을 많이 보유한 미국 대형 제약사에 유리하고 복제약을 주로 만드는 국내 제약사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금은 특허가 만료되기 2~3년 전에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제조를 위한 절차에 들어가 특허 만료 시점에 복제약을 판매할 수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값이 싼 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은 지금보다 2~3년 늦어지거나 장기간에 걸친 특허소송으로 생산 자체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소비자는 비싼 신약을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은 미개방

이번 협상에서 보건의료 서비스 부문은 개방되지 않았다. 즉 의사 간호사 등 인력 이동이나 원격의료 서비스, 영리병원 설립 등은 현재와 같은 규제가 이뤄진다.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권 보장은 강화한 반면 국내 제약사들이 요청한 '의약품ㆍ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과 '비임상시험기준(GLP)'의 상호 인정에 대해서는 직접 규정하지 않았다. 향후 작업반을 구성해 협의를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한ㆍ미 FTA로 의약품 산업에서 소비자 후생이 연평균 최고 1133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매출) 감소가 연평균 686억~1197억원에 달하고 소득 감소(생산감소액에 산업별 부가가치 유발계수를 곱한 것)가 연평균 457억~7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기효 기자]


16. [매일경제]저작권 보호기간 사후 50년 → 70년으로 늘어

◆ 한·미FTA 시대 / 지재권 ◆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는 전반적으로 강화되며 지재권 권리를 소유한 사람은 권리를 행사하기가 더 쉬워진다. 무엇보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단, 보호기간 연장 시점은 협정 발효 후 2년간 유예된다.

또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만 상표로 인정받고 등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눈에 안 보이는 소리나 냄새 등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예컨대 외국에서는 인텔의 효과음, 레이저젯 잉크의 레몬향, 야후의 '야~후'라는 소리 등이 소리ㆍ냄새 상표로 등록돼 있다.

소비자가 '띵띵 띠리띵'이라는 특정 효과음을 들으면 인텔을 떠올리고, 잉크의 레몬향을 맡으면 '레이저젯'을 떠올리게 되므로 소리ㆍ냄새가 상표로서 기능(출처 표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소리와 냄새를 상표로 등록하려는 시도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음악을 악보로 표현하듯이 보이지 않아도 시각적 표현이 가능해야 상표등록이 된다

이와 함께 상표권이 침해된 경우 민사소송에서 실제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법원이 정한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법정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권리자의 소송 부담이 줄어들고 소송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다. 또 특허출원에 대한 공지 예외기간이 종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된다. 발명자가 특허출원하는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출원 준비를 더 길게 할 수 있다. 모든 특허에 대해 출원인이 아닌 다른 이유로 등록이 지연되면 미뤄진 기간만큼 특허권 존속기간도 연장된다. 이 규정은 그동안 의약품 허가 등에만 적용했다.

상표 전용사용권에 대한 등록제도는 없어진다. 상표권리자 사이의 계약만으로 상표의 전용사용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70년으로 지재권 보호기간이 늘어나면서 당장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다소 불리하지만 길게 보면 우리도 지재권을 길게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 대표는 "국내에서는 변호사들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자동으로 변리사 시장도 열리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변리사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동자격 취득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시보 기자]


17. [매일경제]국내물 방송편성비율 5%P ↓…중소 방송PP 타격 클듯

◆ 한·미FTA 시대 / 방송 ◆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중소 방송 프로그램공급사(PP)와 독립 방송제작사들이 글로벌 경쟁의 격랑에 휩싸이면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이 국내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는 비율(국내 편성 쿼터)이 줄어들고 수입 방송 프로그램 편성 쿼터는 크게 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통신 분야에서는 외국인 간접투자 제한이 완화됐지만, 공익성 심사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PP, 위성방송 등 비지상파 방송의 국내물 편성 쿼터가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영화는 25%에서 20%로 각각 5%포인트씩 낮아진다.

지금까지 특정 방송사가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프로그램 100개 중 35개를 국내 프로그램으로 틀어야 했다면, 앞으로는 30개만 국내 방송으로 채우면 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수입물 편성 쿼터는 크게 상향된다. 현재는 수입물 중 한 국가의 편성 쿼터(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를 수입물 총량 중 60%로 제한했지만 앞으로 80%로 완화된다.

수입물을 방영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ㆍ미 FTA로 인한 이런 규제 변화가 중소 PP와 영세성을 벗지 못한 국내 독립제작사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작 프로그램은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 PP들이 당장 월트디즈니나 타임워너 등 미국 글로벌 미디어들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또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 허용 범위가 늘어나는 것도 중소 PP와 독립제작사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ㆍ미 FTA는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를 보도채널과 종합편성, 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PP에 10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거나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이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외국인 의제)해 국내 PP에 대한 지분 투자를 49%로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간접투자가 100% 허용되면 외국 PP가 국내에 투자 법인을 설립한 뒤 PP에 100% 투자해 사실상 직접 보유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다만 PP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현행대로 49% 제한을 유지했다.

이 조치는 미국 대형 방송사업자들이 국내 법인을 통해 간접투자 형식으로 얼마든지 국내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익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미디어 업체들이 사실상 국내에서 PP 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게 되고 방송 송출에서도 미국 프로그램이 종전보다 좀더 많이 방영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지상파 방송사들과 그 계열사들은 영향이 극히 제한적인 반면 미국 수입 프로그램 의존도가 높은 PP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나 시청률 부진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염려했다.

방송시장에 비해 통신시장은 한ㆍ미 FTA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 FTA 안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상한선을 현행 국내법과 동일하게 49%로 제한했다.

간접투자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최대주주고 15% 이상 지분을 소유한 국내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외국인 의제' 조항을 FTA 발효 2년 후부터 면제해주기로 했다.

[황지혜 기자]


18. [매일경제]미국산 돼지고기 식탁에 자주 오를 듯…오렌지 값 뚝

◆ 한·미FTA 시대 / 식품·농축수산업 ◆

한ㆍ미 FTA는 국내 식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미국산 과일을 비롯해 돼지고기 등 다양한 미국 농ㆍ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산 체리와 건포도, 아몬드는 8~24%인 관세가 내년부터 바로 철폐되기 때문이다.

미국산 체리는 현재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국내 대형마트에서 ㎏당 1만8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24%인 관세가 사라지면 같은 분량을 약 1만4000원대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체리는 미국산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건포도와 아몬드도 바로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품목이다.

반면 오렌지와 포도는 국내 소비자가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함께 생산되는 과일은 계절관세가 적용돼 관세가 단계별로 철폐되기 때문이다.

오렌지는 국내산 감귤류가 생산되는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현재 관세율 50%가 그대로 유지된다. 3~8월에는 20% 낮아진 30%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이후 관세는 6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5%)하게 철폐돼 2018년 1월 1일부터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포도는 성출하기(5월~10월 15일)는 17년 동안, 비출하기(10월 16일~4월)는 관세율이 45%에서 24%로 낮아진 뒤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세 인하로 수입 물량이 늘어나면 향후 가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산 과일류는 최근 매년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수입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가 증가하면 미국 업체에서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빠르게 국내 식탁을 점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현행 40%인 관세가 향후 15년간 단계적으로 없어지고 돼지고기는 부위별로 18~30%인 관세가 2016년 대부분 사라진다.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한우 농가로서는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은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돼지고기 판매가 늘었다"며 "이번 한ㆍ미 FTA 비준으로 부위별 관세 인하 혜택이 많은 미국산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늘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 경제조사청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돼지고기는 11만520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늘었다. 이는 아시아에서 일본(31만2208t) 다음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산 돼지고기 지육가는 ㎏당 2486원으로 국내 지육가(㎏당 6039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30.8% 급증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육류 시장 점유율은 2007년 6.4%에서 올해 8월 37.7%로 뛰었다.

주류 부문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그동안 유럽과 칠레산 와인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미국 와인은 금액 기준 4위(시장점유율 9%), 물량 기준 5위(1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 15%가 즉시 철폐되면 수입량이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빠르게 시장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인하폭만 고려하면 와인 수입 가격은 10~15%가량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미국 주요 와인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하 혜택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와인업계 관계자는 "한ㆍ미 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 주요 와인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통보해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라며 "가격 인상 협상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가격 인하 폭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주와 위스키는 한ㆍ미 FTA 발효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맥주는 관세가 7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데다 버드와이저는 오비맥주가 국내 소비 물량을 광주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주도 유럽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데다 가격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품목이어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유주연 기자]


19. [매일경제][한·미FTA 시대] 농축수산업 예상 피해액 12조

'12조원(농업 피해액) vs 22조원+α(정부 지원액).'

정부는 한ㆍ미 FTA 발효로 제일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분야 피해를 직접 보전하고 연구개발(R&D) 등 농업 분야 체질 강화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지난 8월 내놓은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자료'에 따르면 FTA 발효 시 농ㆍ어업 생산 감소액은 15년간 총 12조6683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품목은 축산품(7조2993억원)이고 수산업 피해(4431억원)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FTA 체결 이후 국내 농ㆍ축산업 피해 보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7년까지 총 22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07년 대책 마련 시 피해 보전 등에 21조1000억원을 책정했고 이듬해 농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축사ㆍ과수시설 현대화 등을 위해 1조원을 증액했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축사시설 현대화, 조사료(소가 먹는 김치) 생산 기반 확충 등 축산 분야에 4조7000억원, 과수 생산시설 현대화 등 원예 분야에 2조3000억원 등 품목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7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또 농ㆍ어업인 교육훈련, 수출 지원 등 농업 분야 체질 개선에 무려 12조7000억원을 쏟아 부을 방침이다. 피해 보전 직불제, 폐업 지원 제도 등 직접적 피해 보전에도 1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31일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심의 과정 중 여ㆍ야ㆍ정 합의로 피해 구제책을 보완함에 따라 실제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답변에서 "효력에 논란이 있고 지난번 한ㆍ유럽연합(EU) FTA와 달리 서명을 못한 상황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합의사항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ㆍ미 FTA 여ㆍ야ㆍ정 합의문에 정부 측 서명이 빠졌기 때문에 법적 효력은 없지만 합의 내용을 크게 거스르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합의문에는 농업계 요구사항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정부는 FTA에 따른 농ㆍ어업인 피해 보전 직불금 지급 기준을 기준 가격 80% 미만에서 85% 미만으로 완화하고 보전 비율도 차액 85%에서 9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시장 개방 이전 1000만원이었던 농민소득이 850만원 이하인 700만원으로 감소하면 135만원(차액 150만원 대비 90%)을 정부가 지급한다. 품목별 지급 한도는 법인 5000만원, 개인 3500만원이다.

밭농업 직불제와 수산 직불제를 신설하고 내년부터 식량 작물과 양념류에 대해 밭농사 직불금을 도입해 ㏊당 40만원을 지급한다. 수산 직불금은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부터 육지에서 8㎞ 이상 떨어진 어촌마을을 대상으로 가구당 50만원씩 지급할 방침이다.

농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값이 상대적으로 싼 농ㆍ어업용 전기 공급 대상도 확대된다. 미곡종합처리장(RPC) 도정시설, 산지유통센터(APC) 선별 포장 가공시설, 수산물 저온저장시설, 수산물 산지 거점 유통센터, 가축분뇨처리시설 등이 추가 적용 대상이다.

축산농가 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산과 경합하지 않는 수입사료 원료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축산ㆍ어업 소득에 대한 총소득공제액을 현재 1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이고 비과세 대상 가축 마리 수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축산업 발전을 위해 10년간 축산업발전기금 2조5000억원을 조성하고 농업용 수리시설 확충 예산을 매년 증액하며 친환경 유기ㆍ무농약 농업직불금 단가를 50%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 끝나는 농ㆍ어업 면세유 일몰 기한과 배합사료ㆍ영농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일몰 기한을 3년 이상 연장해 10년간 지속하기로 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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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