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3
1. [매일경제]中企 금융지원 체계 대수술…연대보증도 단계 폐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다.
우선 연대보증제도가 점진적으로 폐지되고 담보대출이 중심인 중소기업 대출 관행도 기업, 사업성 평가를 바탕으로 한 신용보증 형태로 전환된다.
금융위는 내년에 부실 중소기업이 대거 나올 것에 대비해 후속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청년 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억 원대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2일 "내년을 중소기업 금융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며 "우선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을 하거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족쇄인 연대보증제를 폐지해 중소기업과 창업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관련된 금융 지원 관련 제도는 2004년 한 번 손질된 이후 지금까지 방치돼 있었다"며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내년에 모든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 중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금융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금융연구원에 '창업, 중소기업 금융환경 개선 관련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금융위는 연대보증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기 위해서는 민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연대보증 폐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신보ㆍ기보와 같은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부터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시중은행 등 금융회사들로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현재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담보에만 의존하는 은행 대출 관행도 내년에는 대대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땅 짚고 헤엄치듯이 담보를 받아 대출하는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무분별한 담보대출 요구를 줄이고 중소기업 신용대출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대출을 했다면 사후에 여신이 부실해져도 임직원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면책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대출로 전환했을 때 금리만 올라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사회공헌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창업지원펀드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올해보다 50% 증액된 1조원가량을 사회공헌에 쓸 예정인데, 이 중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 창업지원펀드에 투입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저금리로 대출해줘 중소기업과 청년 창업자들에게 동맥경화를 뚫어주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2. [매일경제]박재완 장관 밝혀…내년 성장률 3.7% 전망
정부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추경예산 편성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글로벌 차원의 위기가 3년 만에 연달아 발생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며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1~2% 수준으로 급락하고 유럽 해법이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같은 기조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2년 경제정책방향회의' 이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세계 경제가) 경착륙 국면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추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이날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3.7%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8%보다 0.1%포인트 낮은 것이다. 또 수출과 수입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보다 100억달러 떨어진 160억달러로 줄어들고 취업자 수도 28만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 재정의 60%를 조기에 집행하고 내수 부양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기로 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과 수입 증가율도 올해 각각 19.2%, 23.2%에서 한 자릿수인 7.4%, 8.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1만4000명으로 4000명 늘리고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청년인턴을 각각 4만명, 1만2000명으로 확대한다.
[전병득 기자 / 신헌철 기자 / 이진명 기자]
3. [매일경제][표] 주요시세 (12월 12일)
4. [매일경제]"돈된다" 건물 옥상마다 태양광설치 붐
경기도 파주에 4층짜리 오피스텔을 지은 A씨(55)는 최근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올렸다. 185㎡(약 56평) 넓이에 발전용량은 30㎾ 규모. 설치비용 1억원은 갖고 있던 여유자금으로 해결했다. A씨는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 값으로 매월 37만8000원씩 수입을 챙기고 있다. 1억원을 투자해 연간 4.5% 정도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 A씨는 "은행에 1억원을 예금해도 연 3~4% 정도에 불과한데 이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내년에 태양광 발전 공급자로 낙찰받게 되면 12년간 연 1600만원대 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태양광 재테크'가 입소문을 타며 확산되고 있다.
최근 태양광발전소 설치비용이 대폭 낮아진 데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보조금 제도를 활용하는 신종 재테크다. 특히 지방에 빌딩을 갖고 있는 자산가들이 적극적이다. 논ㆍ밭이나 목장 등 임야에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으면 발전 용량의 70%밖에 인정받지 못하지만 건물 옥상에 설치하면 최대 150% 가격으로 전기를 팔 수 있다.
최근 LG 한화 등 대기업들이 방치돼 있던 지방 공장 옥상을 잇달아 태양광발전소로 바꾸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공장은 임대수입을 얻고 최근 실적 부진 몸살을 앓고 있는 태양광 계열사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전기를 판매해서 버는 매전 수입까지 생기는 1석3조 효과다. 중소 태양광 업체들은 불황 타개책으로 전국 자산가들을 찾아다니며 태양광 시공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연 450만원대 A씨 수입이 어떻게 내년에는 1600만원대로 3.5배나 늘어날 수 있을까. 해답은 단순 매전사업자와 낙찰된 매전사업자 차이에 있다. 현재 한전이 사주는 전기값은 ㎾당 120원 정도. A씨 월발전량은 하루 일조량 3.5시간 기준으로 3150㎾(30㎾×3.5시간×30일)다. ㎾당 120원씩 매전하면 월수입은 37만8000원이다.
A씨는 내년부터 도입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RPS란 발전회사가 연간 전력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발전회사들은 자체 발전을 통하든, 다른 사업자로부터 구매를 하든 이 비율을 맞춰야 한다. 비율을 못 맞추면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매전사업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입찰을 통해 결정한다. 낙찰이 되면 ㎾당 120원 하던 매전 가격이 대폭 올라간다. 구조는 이렇다. 낙찰 사업자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받게 된다. REC는 월 1000㎾당 1장씩인데, A씨는 월발전량이 3150㎾이므로 매월 3장의 REC를 받게 된다. 이 증서를 13개 발전회사에 팔 수 있다. 현재 REC 1장 가격은 약 22만원. A씨는 건물 태양광발전이라 1.5배 가중치를 인정받는다. 기존 한전에 대한 매전 가격 월 37만8000원에다 REC 판매금 월 99만원을 합해 A씨의 연간 태양광사업 소득은 1642만원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이 계약은 향후 12년간 적용한다. 12년 계약 기간이 끝나도 단순 사업자로 매전을 할 수 있다.
입찰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내년 사업자를 뽑는 올해 입찰 경쟁률은 3대1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락하면 현물시장을 기대해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내년 2월부터 월 1회 REC를 판매할 수 있는 현물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다만 현물시장 판매는 장기 공급계약이 보장되지 않는다. 판매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구매자가 없으면 판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12년간 공급계약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 재테크를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다. 한 태양광 설비업체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라는 점을 활용해 발전사업자 등록을 미성년 자식 명의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렇게 하면 세금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태양광발전 전문가는 "태양광 재테크는 초기 설치비 부담이 과중하기 때문에 자기 빌딩에다 여유자금이 있는 자산가라면 몰라도 임차하거나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최용성 기자]
5. [매일경제]정부 "태양광 중구난방 투자 등 부작용 주시"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촉진법을 개정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정부는 시행 첫해인 내년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최대한 많이 유도해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박대규 신재생에너지과장은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빌딩 옥상을 활용한 온-빌딩(On-Building) 형태로 태양광을 발전하고 정부가 이에 대해 우대혜택을 제공한다"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도심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민간 부문의 사업 참여는 일단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피스텔 옥상에 대한 불법 개조 등 중구난방식으로 민간 사업자들이 에너지 보급사업에 참여할 경우 에너지수급 관리와 전력 거래 등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파생될 수 있다며 시행 첫 해인 내년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제도적인 보완대책도 병행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행 관련법에 따르면 1ㆍ2종 전용주거지역은 자가 사용 목적으로만 가능할 뿐 사업용 목적으로는 태양광 설치가 규제돼 있고, 오피스텔이나 빌딩 옥상 등 상업용 건물의 경우도 개인 지분에 따른 사전 합의와 냉각탑 등 옥상 시설물 관련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 개인들이 중구난방식으로 태양광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지난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RPS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과 5개 산하 발전회사,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포스코파워, GS EPS, GS파워, MPC율촌전력 등 총 13개 민ㆍ관 전력발전 업체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첫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2012년에는 200MW, 2013에는 220MW, 2014년에는 240MW 등 단계적으로 의무발전 할당물량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RPS 도입이 성공할 경우 향후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49조원 규모의 신규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수환 기자]
6. [매일경제]재정 조기집행·서민대출 확대·펀드 稅혜택…"경착륙 막아라"
◆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 ◆
정부의 내년 경제 전망은 '준(準) 경제위기'에 가깝다.
12일 정부가 예상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7%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3.8%)보다도 낮은 수치다. 올해 3.8% 성장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 잠재성장률(4% 안팎)을 밑도는 수치여서 자칫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가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일단 정부의 판단은 지나친 낙관론으로 위기 국면을 호도하기보다는 현실적 전망을 내놓고 민간 부문과 솔직하게 소통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정부가 내년 경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7%는 베이스라인 시나리오"라며 "유로존이 계속 가닥을 잡지 못하면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고, 유럽존과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3.7%보다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으나 정책의지를 강하게 표명해 경제주체 의욕을 부추기기보다 시장 신뢰가 우선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기대치 거품을 빼고 민간 연구소 전망치와 눈높이를 맞췄다는 얘기다. 성장률 전망치가 이처럼 낮아진 것은 역시 수출이 부진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수출증가율은 올해 19.2%에서 내년에 7.4%로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올해 1.9%포인트에서 내년 0.8%포인트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입증가율도 8.4%로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둔화되는 불황형 시스템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경기 둔화와 수출 위축의 결과는 고용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신규 취업자가 올해 40만명에서 28만명으로 30%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카드는 민간소비(내수)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3.7% 중 내수에 2.9%나 기댔다.
박재완 장관은 "정도를 벗어나는 부양 정책은 (현재 상황에서) 상당히 위험하지 않을까 판단한다"면서 "일단은 내수, 중소기업, 서비스업, 자영업 등 지체되고 낙후된 부문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를 해제하고 문턱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맥락에서 경기부양보다 위기관리용 응급처치에 방점을 찍었다. 대외경제 충격시 불안 요인부터 보완하겠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흑자도산을 막기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제도인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이나 기업구조조정 세제 지원을 연장한 것은 2009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또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돼온 가계부채도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9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빚의 증가율을 종전처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내에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말 현재 각각 0.5%, 6.4%였던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2016년 말까지 모두 30%로 늘리려는 대책이 눈에 띈다.
만기를 길게 해 중장기 자금 확보가 가능한 '커버드 본드' 발행을 은행권이 활성화하도록 하는 동시에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늘리는 방안도 내놨다. 증자가 이뤄지면 커버드 본드나 유동화증권인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고 대출도 늘릴 수 있다.
다만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완전히 부인하진 않았다. 정부는 일단 빠르게 하강하는 경기를 붙잡기 위해 상반기 중 지출예산의 60% 내외를 조기 집행하고 공기업들의 선행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쓰는 대표적인 카드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면 추가경정예산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는 경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가계부채, 수출 부진, 고용위기, 물가불안 등 위험요소가 한꺼번에 분출될 경우 정부 처방전이 민첩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전병득 기자 / 신헌철 기자]
7. [매일경제]국내기업 경제자유구역 입주때 稅혜택
◆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 / 내수 활성화 ◆
정부가 내년 경제계획을 놓고 고심 끝에 추가한 내용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경제자유구역을 국내 기업에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 인천에서 시작한 경제자유구역은 현재 부산ㆍ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ㆍ경북, 새만금ㆍ군산 등 모두 6개로 늘어난 상태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기업엔 용적률 제한이 완화되고 각종 인허가 절차가 대폭 줄어든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수익 발생일로부터 3년간 100%, 그후 2년간 50%를 감면해 준다. 취득세나 재산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같은 혜택이 모두 외국인 투자 기업에만 부여됐고, 국내 기업은 진입 유인이 없어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경제자유구역 문호를 국내 기업에 과감히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전면적인 개념 전환을 시도하는 셈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지난 10년간 경제자유구역 운영 성과를 종합 진단한 뒤 국내 기업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외로 진출했다가 해당 국가의 임금 등 경영환경 악화로 국내로 'U턴'하는 기업에는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을 떠난 기업을 다시 불러들여 내수시장에서 고용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연어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를 5년간 100%, 그후 2년간 50% 감면하는 조치를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이를 2015년 말까지 3년 연장한다. 또 국내 복귀를 희망하는 기업엔 현지사업 철수부터 국내 공장 입지 선정, 통관 등 각종 업무를 KOTRA에서 원스톱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ㆍ소득세 감면기간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세액감면율(50%)을 수도권과 지방 간에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내년 세제개편 때 반영할 계획이다.
또 에너지 절약형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소규모 공공발주 사업에는 시공실적 평가기준을 완화해 신설 기업에 참여 기회를 늘려주기로 했다.
[신헌철 기자]
8. [매일경제]공공기관 신규채용 1만4000명 40% 늘려
◆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 / 일자리 창출 ◆
내년 경제지표에서 고용 위축이 가장 염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일자리부터 크게 늘리기로 했다. 특히 고졸 취업자에 대한 문호가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내년도 공공기관 신규 채용을 올해 1만명에서 1만4000명으로 40% 늘릴 계획이다.
늘어나는 일자리 중 20%(2800개)는 고졸자에게 의무적으로 할당된다. 올해의 경우 공공기관이 창출한 1만개 일자리 중 불과 340개(3.4%)만 고졸자 몫이었다. 공공기관이 채용 시 학력제한을 폐지한 뒤 오히려 고졸자 비중이 줄어든 셈이다.
정부는 추후 채용 성과를 감안해 5년 내에 공공기관 신규 채용의 40%까지를 고졸자에게 배분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내년도 공공기관별 채용 계획은 15일 일괄 발표될 예정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청년인턴을 올해보다 8000명 늘린 4만명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2만명은 고졸자에게 할당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청년인턴을 1만명에서 1만2000명으로 늘리되 20%를 고졸자로 채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대로 기존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 중 상당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2일 "공공기관 고졸 채용을 대폭 늘리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대졸자 편향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청년 전용 창업자금을 2000억원 규모로 신설하고,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때 창업지원 노력을 지표화해서 반영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신헌철 기자]
9. [매일경제]내년 보육비 지원 3~4세까지 단계적 확대
◆ 내년 경제정책 키워드 / 중산층 보호 ◆
내년부터 △중산층 자산 안정 △육아 보육 △주택 담보 등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이 가시화된다. 우선 10년 이상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장기 펀드에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총급여가 5000만원 이하인 개인이 10년 이상 펀드에 적립했을 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장기 펀드에 대한 판매보수와 수수료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세제 혜택이 적용된 신규 상품은 펀드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 본부장은 "통상 3년마다 경기 사이클이 변하기 때문에 펀드 투자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늘어나면 시장 변동성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 보육 부문에서도 새로운 대책이 많이 나온다. 만 5세 아이에 대한 어린이집ㆍ유치원 통합 교육과정(누리 과정)이 생기며 모든 계층에게 월 20만원씩 보육료가 지원된다. 현행 소득 하위 70%에만 지원됐던 보육비가 전 계층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누리 과정은 3~4세 아이를 대상으로 연차별로 확대되며, 0~2세 아이에 대한 보육 지원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집 없는 중산층을 위해서는 장기ㆍ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이 내년에 출시된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2500만~4500만원인 무주택자가 85㎡ 이하 주택을 살 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금리 수준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기본형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장기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만기에 따라 4.5~4.75%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10. [매일경제]연대보증 걸림돌 없애면 `패자부활전` 가능
◆ 무너진 중소기업 금융 (下) 中企 금융종합대책 뭘 담을까 ◆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중소기업 금융종합대책은 일선 중소기업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다.
중소기업인들의 창업 의지를 꺾는 연대보증제도 폐지는 그동안 '패자부활전'이 용납되지 않았던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보증을 받으려면 회사뿐만 아니라 회사 소유주, 회사 소유주와 가족관계이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인물에 대한 연대보증이 필수였다.
이 같은 연대보증제도가 이어지다 보니 기업가정신을 크게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번 실패하면 평생을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하고, 더군다나 가족기업의 경우에는 배우자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빚이 대물림될 수 있다.
또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대표나 그의 가족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 대표가 '덤핑' 등 방법으로 회사를 살리려다 업계를 고사 위기로 내모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앞날이 창창한 청년에게는 연대보증이 주는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청년 창업 활성화의 대표적 걸림돌로 꼽혀왔다.
한 기업인은 "청년들의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은데, 사실은 실패할 때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워낙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되면 창업 때 부담을 훨씬 덜 수 있다.
또 연대보증을 감내할 수 있는 기업에만 편중되던 신보ㆍ기보의 보증이 다른 기업에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무턱대고 담보부터 요구하는 은행들의 관행 역시 개선한다.
현재로서는 담보거리가 마땅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신용대출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보증기관이나 금융사들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신용도를 따질 때 담보 능력부터 먼저 살폈다.
정부가 지원하는 경영개선자금 역시 담보 없이는 대출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개인 소유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도 많다.
한 자전거부품 업체 사장은 "기술이 전 재산인 회사라고 하더라도 기업이 보유한 기술보다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시설을 담보로 해야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담보 없는 대출이 가능해지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평가가 활발해지고, 중소기업들의 운신폭이 보다 넓어지게 된다.
다만 신용대출로 전환했을 때 금리 상승폭을 어느 정도 줄이는지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 창원지원펀드' 역시 기존 창업지원자금의 '관행적인 운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 펀드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20~40대 청년들의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에인절 펀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보증기금, 창업 지원 기관 등의 창업지원자금이 연대보증이나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에 한해 지원됐다는 단점을 보완해 순수하게 기술력이나 사업성만을 따져 투자를 집행하는 성격이 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사회공헌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12일 낮 시중은행장들과 회의를 열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창업지원펀드는 아직까지 정확한 운용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고 현재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구체화한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당근'을 제시하는 이면에는 내년도 상황이 크게 악화할 중소기업 업계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 공포가 여전히 존재하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크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012년에는 부실화하는 중소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활성화, 청년 창업 지원과 동시에 중소기업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정부의 정책 지원에 안주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해 "썩은 물을 제거해야 새 물이 흐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11. [매일경제]중기 연대보증제도, 가산보증도 대안
◆ 무너진 중소기업 금융 (下) 전문가 제언 ◆
"현행 연대보증제도에서 창업이 계속된다면 10만 창업자 중 5만명은 신용불량자가 될 것이다."(이민화 KAIST 초빙교수)
"실적이 좋은 반도체 소재 중소기업인데도 건설 계열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탓에 자기자본보다 연대보증 금액이 더 많다."(A자산운용사 CIO)
전문가들은 연대보증제도의 폐해에 대해 지적하면서 현행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김선우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 연대보증 문제가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라며 "기업가에게 과도하게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 탓에 신규 기업 설립을 기피하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만 해도 20%에 달했던 신규 기업 설립 비중은 2006년 이후 10%대로 떨어졌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한 기업이 부실화하면 연대보증을 선 사람까지 같이 부실을 떠안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 6월 과점주주 중에서도 직접 기업경영과 관련된 이사에게만 연대보증을 지게 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간 연대보증 여파가 경영자의 배우자나 자녀들에게까지 미치던 것을 차단하고자 한 조치다.
연대보증제도에 대한 대안으로는 가산보증제가 꼽힌다. 과거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운영했던 이민화 KAIST 교수는 가산보증제도 정착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정부 출연 보증기구인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업보증기금이 중심이 돼 보증기관들이 손해를 입는 부분에 대해 가산보증료를 부과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연대보증을 통해 회수하는 금액은 보증 총액의 0.3% 수준"이라며 "0.3%는 보증기관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아니기 때문에 창업자인 개인과 자금 회수자인 정부 모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12. [매일경제]사업 키우고 싶어도 담보·보증 없으면 돈 안 빌려주니…
◆ 무너진 중소기업 금융 (下) 中企 좌절케 하는 금융 ◆
자동차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주거래은행 교체를 고려 중이다.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공장 신설 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A씨 회사는 대출 연체금도 없었고, 특히 최근 몇 년간 매출 성장률이 연평균 50%에 달할 정도로 성장성이 뛰어났다. 하지만 은행 측은 "현재 매출 규모가 작고 담보 여유도 크지 않아 장기 대출이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분기 말만 되면 '대출 실적을 맞춰야 하니 며칠만 돈을 써 달라'며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수십억 원씩 억지로 떠맡기면서도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챙겨 가더라"며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이용해놓고 정작 필요해서 부탁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금난'으로 대표되는 금융 애로는 중소기업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들어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은 '돈맥경화'로 고통받고 있다. 대출 자산건전성을 이유로 담보나 보증기관 보증 없이는 중소기업대출을 꺼리는 등 '비 올 때 우산 뺏는' 금융회사들의 관행이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소기업들이 겪는 금융 부문 제약이 유달리 심한 나라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36개국 중소기업 실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겪는 금융 관련 애로는 해외 중소기업들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국제 회계법인 '그랜트손턴(Grant Thornton International)'이 지난해 세계 36개국, 74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같은 항목에 대한 219개 국내 중소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 분석해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은 금융 부문이 사업 확대에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금융비용, 운전자금, 장기자본 등 항목에서 제약이 많았다. 금융비용이 사업 확장 시 제약 요인이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은 제약 요인이 된다는 응답 비율이 그렇지 않다는 비율보다 49%포인트나 높았지만, 유럽연합(EU) 중소기업의 경우 반대로 제약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34%포인트 높았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운전자금과 장기자본이 제약 요인이 된다고 응답한 업체 비율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업체 비율보다 각각 38%포인트, 34%포인트 더 높았지만 EU 중소기업들은 두 항목에 대해 제약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업체 비율이 각각 34%포인트, 38%포인트 더 높았다.
금융 활용도도 크게 떨어졌다. 우제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가 필요할 때 금융권에서 대출해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36개국 평균 69%인 반면 한국은 39%에 불과했다"며 "이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년에 중소기업들의 금융 애로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산에서 금형 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부도 업체가 늘어나 지점마다 초비상 상태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며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주거래은행도 단기 자금만 대출해주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등 금융 거래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이상덕 기자]
13. [매일경제]EU 新재정협약 이번엔 국민투표 걸림돌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정상들은 지난 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재정 불량국을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재정협약(fiscal compact)에 합의했다. 유로존이 통화 통합에서 재정 통합으로 가는 발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국채 무제한 매입이나 유로본드 발행과 같은 극적인 처방전은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서 이번 EU 정상회의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신(新)재정협약 때문에 당장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재정협약을 법제화하는 절차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유럽 통합에 비판적인 세력들이 "신재정협약을 의회 비준은 물론 국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재정협약은 개별 회원국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각각 3%와 60% 이하로 제한하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을 위반한 재정 불량국에 불이익을 줘 재정 건전성을 강제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3월 상세 내용이 결정되겠지만 '3ㆍ60% 황금률'을 위반하는 국가가 제시하는 긴축안을 EU 집행위원회가 심사하고 세율 인상, 재정지출 축소 등 시정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 불량국가 경제 주권이 상당 부분 EU기구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헝가리, 스웨덴, 체코 등은 협정 비준을 위해 의회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도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신재정협약은 또 양날의 칼이다. 회원국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해 재정 통합을 앞당길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황금률'을 충족하는 국가는 에스토니아, 룩셈부르크, 핀란드 3개국뿐이다. 유럽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도 재정ㆍ국가부채가 모두 3ㆍ60% 룰을 충족하지 못한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세금을 걷거나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이 경기 침체를 부추기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구제금융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독일이 당초 절대불가 방침에서 한 발짝 물러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투트랙으로 동시 운용하도록 양보했지만 유로존 재정ㆍ은행위기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실탄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4400억유로 수준인 EFSF는 그리스 등을 구제하느라 이미 2000억유로 가까이 써버려 실제 남은 돈은 2500억유로 정도다. 국채 손실을 20~30% 보증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실제 운용 가능 자금을 7000억유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내년 7월 가동 예정인 5000억유로의 ESM과 ECB가 IMF에 우회 지원한 자금(2000억유로)을 합치면 총 1조1500억유로를 유로존 구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이 진단한 최소 구제금융자금 2조유로에 크게 모자란다.
또 ECB의 유로존 국채 무제한 매입 같은 조치를 통해 시장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 판단이지만 ECB는 당장 그럴 생각이 없다.
다른 해결책인 유로본드 발행과 관련해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9일 유로뉴스TV와 인터뷰에서 "유로 채권 발행이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는 유용한 방법이라는 데 독일 등이 결국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 불량국가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들어 독일 정부가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박봉권 기자]
14. [매일경제]中 3천억달러 국영펀드 또 조성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집중 투자하는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활용해 재정위기로 자산가치가 급락한 유럽과 미국에서 채권이나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의도다.
중국증권보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국무원으로부터 상하이에 미국 투자를 위한 화메이와 유럽투자를 위한 화오우라는 명칭의 기금설립을 승인받았다.
인민은행은 넘쳐나는 외화보유액의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채권발행을 통해 3000억달러의 자본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자본금 200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CIC는 2007년 9월 재정부의 특별국채 발행을 통해 2000억달러 규모 외환보유액을 사들여 설립됐다. CIC의 현재 운용자금은 4096억달러에 달하며 2009년과 작년에 각각 1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9월 말 현재 3조2017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달러 자산에 투자돼 있다.
중국이 기존 국부펀드인 CIC를 놔두고 다시 별도의 투자기금을 만드는 것은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CIC는 국부펀드 특성상 투자안전성을 따져 미국과 유럽 등의 국채 위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된 뒤 유럽에선 이탈리아 에너지기업과 프랑스 은행 등 글로벌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상태다.
신설되는 펀드는 이러한 기업들의 주식을 쓸어담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펀드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해 글로벌 기업의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며 "이미 펀드 매니저들도 선발을 마쳤다"고 12일 전했다.
[박만원 기자]
15. [매일경제]"이익공유제 더이상 못참아" 전경련 반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설립 이후 최대 암초를 만났다.
13일로 예정된 동반위 본회의에 대기업 대표가 모두 불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년 전 동반위 출범 이후 대기업 대표들이 본회의 참석을 단체로 보이콧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13일 열릴 동반위 본회의에 대기업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이번 동반위 본회의에 불참을 선언한 핵심 이유는 '이익공유제'다. 대기업들은 13일 안건으로 심의ㆍ의결될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같이 안건으로 올라올 '적합업종 선정'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동반성장위원회와 경제계가 여러 차례 실무회의를 거쳤지만 목표초과이익공유제를 비롯한 몇몇 안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이익공유제로 △판매 수입 공유제 △순이익 공유제 △목표초과 이익공유제 등 세 가지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해 대기업 측은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상태다. 특히 대기업 측은 목표초과 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를 완전히 위배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배 본부장은 "목표초과 이익공유제는 대기업들이 연초에 세웠던 목표에 대해 초과해서 거둬들인 이익에 대해 협력사는 물론 협력사와 향후 거래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들까지 지원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제도가 통과된다면 만약 삼성전자가 목표를 초과하는 이익을 달성한다면 이익을 LG전자 협력사와도 공유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 동반위가 자율적인 민간기구임에도 위원들의 의견을 합의해서 결정하기보다는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강행처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반위가 중소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자의적인 처리를 고집한다면 재계로서는 더 이상 동반위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며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이 같은 재계 방침이 전해지면서 동반위와 중소기업계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동반위는 "위원회는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간기구인 만큼 이익공유제 안건을 강행 처리할 이유가 없다"며 "이견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운찬 동반위 위원장은 "이 안건은 이미 실무회의를 통해 논의된 사안인데, 강한 사람들이 회의에서 얘기를 해야지 이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기업 측 관계자가 없더라도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도 우려를 표시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대기업이 통 크게 마음먹으면 전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안인데 자존심 싸움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경련 처지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반대하고 허창수 회장도 반대하고 나서니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태가 급박해지면서 동반위가 대기업 위원들의 불참 통보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강행할지가 주목된다.
[노현 기자 / 윤원섭 기자]
16. [매일경제]국가부채 부담 줄이려면 복지지출 속도 조절하라
"복지 혜택과 재정건전성, 조세 부담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묘안은 없지만 이를 적절히 선택 활용한다면 연착륙도 가능하다."
한국경제학회(회장 하성근)가 매일경제신문 산업은행 후원으로 '한국 경제의 복지지출 확대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주제로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정책 세미나 핵심 내용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장기재정전망과 OECD 통계를 심층 분석해 국가부채, 복지지출 규모, 복지지출 증가 속도 간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가 부채와 복지지출 증가 속도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복지지출 규모와 국가 부채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복지 지출을 한꺼번에 늘리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세수를 확보하면서 적절한 속도로 완만하게 상승시킨다면 국가 부채에 영향을 적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민부담률이 0.43%포인트 감소하거나 재정적자가 0.6%포인트 늘어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1%포인트 증가했다.
아울러 의료서비스 지출보다 연금 지출이 큰 국가일수록 국가 부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이 7.2%, 의료 지출 비중이 6.6%에 달했다. 반면 그리스는 연금이 11.9%, 의료가 5.8% 수준이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재정위기와 재정건전성 간 상관관계를 실증 분석했다. 이 교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95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재정위기 발발 건수는 총 88회에 달했다. 1980년대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90년대 11건, 2000년대 14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교수는 "재정위기 발발 직전보다 직후에 국가부채비율이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성근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교수)은 "복지 재정을 투입하기에 앞서 먼저 낭비 요소를 없애는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구조적으로 개선할 것이 무엇인지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덕 기자]
17. [매일경제]한·미 FTA 발효 늦어져도 車업계 가격인하 그대로
"한ㆍ미 FTA로 내년 1월 자동차 개별소비세가 내릴 줄 알고 12월 판매분부터 미리 인하분을 적용해 판매해왔는데…."
내년 1월 1일 예상됐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이 사실상 2월로 늦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ㆍ미 FTA 발효와 함께 배기량 2000㏄ 초과 차량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현행 10%에서 8%로 2%포인트 인하된다.
당연히 1월 1일 발효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현대ㆍ기아차는 12월 판매분부터 에쿠스, 제네시스, 그랜저, K7 등 2000㏄ 초과 차량 구매자들에게 개별소비세 인하분 2%포인트를 지원해왔던 것. 차량 가격이 4310만원인 현대차 제네시스 3.3의 경우 2%포인트 인하분이 10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구매 혜택이 없을 경우 적잖은 중대형차 구매자가 12월을 피해 한ㆍ미 FTA가 발효되는 내년 1월에 몰릴 것을 우려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발효 시기가 2월로 한 달가량 늦어지게 되면서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해 미리부터 개별소비세 2%포인트 인하분을 반영해왔던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쉬게 됐다. 당장 '울며 겨자 먹기'로 12월 구매분에 적용해오던 2%포인트 지원 혜택을 1월 판매 때도 계속 유지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한ㆍ유럽연합(EU) FTA 발효 후 수입차 업계의 파격 할인 공세가 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더더욱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2%포인트 인하 혜택을 유지해야 할 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만큼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진 않지만 여기에 추가로 각종 혜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한ㆍ미 FTA 발효 지연이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조기 발효에 대한 양국 간 공감대가 확고해 지연 시기가 길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업계에 혹시라도 부정적 영향이 있는지를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 문일호 기자]
18. [매일경제][표] 정기적금 금리 (12월 12일 현재)
19. [매일경제][표] 외국환율고시표 (12월 12일)
20. [매일경제]`산업자본 기준` 은행법 손질한다
금융당국이 산업자본 기준과 관련된 은행법 손질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여부가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의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 같은 불필요한 논란이 향후 또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2일 "은행법에 규정된 산업자본 규정을 손볼 필요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라며 "정액으로 돼 있는 규정을 삭제하거나 비율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에서는 은행법 개정을 위한 사전준비에 착수했으며 외환은행 매각이 완료되면 현시점에 맞는 기준으로 은행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특수관계인(동일인) 중 산업자본 비중이 25% 이상이거나 규모가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간주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론스타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문구는 '2조원 이상'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마지막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론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인 산업자본으로 판명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자본 규모가 2조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 노조나 일부 시민단체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은행법 규정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2002년 2조원 기준을 마련할 당시 의도는 삼성 등 대기업그룹의 금융산업 진입을 막기 위함이었다. 당시 2조원 기준도 30대 재벌 최하위 업체의 자산기준을 참조해 만든 것이다. 2002년 30대 기업집단 중 30위였던 고합의 비금융자산은 2조4810억원이었다.
정액 기준으로 할 경우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에는 산업부문의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총수입을 기준으로 비금융회사의 수입이 전체 수입의 15% 이상인 경우 비금융주력자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정 당시 2조원이라는 정액 기준을 만든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인수ㆍ합병(M&A)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씨티은행이나 SC 등도 전 세계 자산을 뒤져보면 2조원 이상의 비금융자산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론스타 처지에서는 자신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금융당국에 억울한 인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적용하기에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기업집단 및 해당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원을 특수관계인으로 보는 규정을 외국인에게까지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외국인 주주에 대해서는 비금융주력자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법조항도 존재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은행에 대한 주식보유비율 이내에서 주식을 보유하는 외국인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서는 9% 지분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은행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나 관계회사 대부분은 우리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산업자본 관련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발언한 부분도 이런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손일선 기자]
21. [매일경제]삼성전자, 수비는 선전했으나 카운터블로는 없었다
"일본에서 나올 예정인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결과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애플과의 내년 특허소송전 전망은 이 판결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설명하는 내년도 특허소송 그림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간에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소송전은 최근 애플이 특허소송 전문업체와 손을 잡고,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판결(일본, 이탈리아)이 임박하면서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소송전 진행상황을 보면 초반에는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세가 펼쳐졌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잇따라 반격에 성공하면서 호각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통신기술'을 무기로 제기한 아이폰4S 판금 가처분 소송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일 현재 애플과의 소송에서 3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3승은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이뤄낸 결과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회피하거나(독일, 네덜란드), 방어(호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호주 판결은 판매금지된 갤럭시탭10.1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다시 판매할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애플의 기술특허를 무력화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로 삼성은 호주에서 갤럭시탭10.1을 조속히 판매하고 판매금지 때문에 3개월 동안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애플에 요구할 예정이다.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것도 삼성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의 가처분 신청을 판결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고혜란) 판사는 "디자인 특허들은 이미 샤프 등 다른 기업이 같은 내용의 특허를 출원했거나 다른 제조사들이 제품을 만드는 데 적용한 특허"라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가 미국 본토에서 특허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타 지역의 가처분 신청 결과나 본안소송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뮬러는 "애플의 경우 디자인이 성공신화의 초석이 됐지만 IP 소송에서는 실패(패소)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특허전의 분위기가 삼성전자로 쏠린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강력한 3G무선통신 특허를 내세워 네덜란드에서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판매금지를 꾀했지만 3G무선통신 특허가 '프랜드 조항(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허)'에 속한다는 판결이 나와 실패했다.
프랑스에서는 역시 3G무선통신 특허로 최신 버전인 아이폰4S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8일 프랑스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삼성이 애플의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에서 승리한다면 결정적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창특허법률사무소의 고영회 변리사는 "애플이나 삼성이나 각자 '특허'는 인정하지만 판매금지로 이어지는 것은 과하다는 방향으로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 통신기술과 디자인 특허가 동시에 결려 있는 아이폰4S 판금 조치 판결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22. [매일경제]특허괴물과 손잡은 애플의 속내는
애플이 '특허괴물' 디지튜드 이노베이션(Digitude Innovation)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IT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 모토롤라 등 경쟁사와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새로운 공격 카드를 꺼내들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4월 미국 특허전문업체 '디지튜드 이노베이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특허 12건을 이전했다. 애플의 특허를 무기삼아 디지튜드 이노베이션은 지난 2일 총 4건의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삼성전자ㆍLG전자ㆍHTCㆍ모토롤라ㆍ노키아ㆍRIM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이 중 2건이 애플에서 받은 특허다. 협력관계인 애플은 소송 대상에서 빠졌다.
특허괴물(patent troll)의 특성상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애플이 특허괴물과 손잡은 표면적인 이유에 대해 글로벌 특허소송에서의 잇따른 패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많다. 한 IT업계 변호사는 "최근 애플은 모토롤라, 삼성전자, 스페인 태블릿 PC 전문업체인 NT-K 등과의 특허소송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며 "특허괴물과의 협력으로 열세 분위기를 뒤집는 동시에 디지튜드가 애플의 경쟁사들을 공격하는 반사이익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보다는 애플이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협력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허전쟁' 저자 정우성 변리사는 "삼성전자 등 경쟁자를 공격할 목적이었다면 특허괴물을 통한 우회적인 전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허괴물과 한 배를 탄 이유는 복잡한 소송전을 조금이라도 단순화시켜 소송 위험을 줄이고자 한 데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향후 삼성과의 로열티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특허괴물을 끌어들였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삼성과의 표준특허 소송에서 패해 로열티를 지불하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기 기자]
23. [매일경제]소비자원 조사, 생필품 102개 품목중 54개 가격 올라
서울 상암동에 사는 주부 김신혜 씨(33)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대형마트에 가는 게 겁난다. 김씨는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5살짜리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유를 구입한다. 대신 라면 등 가격을 인상한 다른 제품의 구매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소비 수준을 조절하고 있지만 향후 생필품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다. 연말 물가가 심상찮다. 우유, 라면, 즉석밥 등 생필품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12일 한국소비자원은 생필품가격정보시스템(티프라이스)에 수집된 생필품 102종 가격을 분석한 결과 52.9%(54종) 품목이 10월과 비교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유는 전달보다 6.2% 올라 최고 인상률을 보였으며, 과일 통조림(5.0%)과 즉석밥(3.4%)이 그 뒤를 이었다. 레토르트 식품(3.2%), 혼합조미료ㆍ고추장(3.1%)도 10월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올랐다. 특히 지난달에는 우유 가격 인상이 겨울철 생필품 물가 상승의 주범이었다.
유가공업체들이 낙농가의 원유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11월에 우유 가격을 일제히 높인 결과다. 당시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흰우유 출고가를 평균 9.5%, 남양유업은 9.4% 올렸다.출고가 인상분은 판매가에도 영향을 미쳐 '매일 ESL 우유' '남양 맛있는 우유' '서울우유' 시중 판매가가 각각 7.2%, 5.8%, 5.4% 인상된 것으로 소비자원 조사에서 나타났다.
저렴하게 식사 대용으로 이용하는 레토르트 제품 가격 인상폭도 컸다. '맛있는 오뚜기밥'(6개 묶음)은 전월 대비 25.8% 상승했으며 CJ제일제당의 '약간 매운맛 카레'와 '볶음짜장', 그리고 대상의 '맛선생 해물'도 7~9% 가격이 올랐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농심이 라면 가격을 평균 6.2% 인상했다. 신라면은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으로 730원에서 780원으로, 안성탕면은 650원에서 700원으로, 너구리는 800원에서 850원으로, 짜파게티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올랐다.
우유, 라면에 이어 맥주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지난 8일 카스ㆍOB골든라거ㆍ카프리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7.4% 인상한다고 밝혔다가 사흘 만에 가격 인상을 보류했다. 국세청이 물가 때문에 제동을 걸었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맥주 가격 인상은 다시 추진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과일과 축산물 등은 국내산ㆍ수입산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축수산물 주간 거래동향'(11월 24~30일)에 따르면 출하량 감소로 인해 사과, 배, 돼지고기 등 가격이 10월 대비 최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과(부사ㆍ15㎏)는 10월 평균 가격이 6만1000원에서 지난달 마지막주 7만3690원으로 20.8% 올랐다. 배(신고ㆍ15㎏)는 같은 기간 3만4590원에서 4만1200원으로 19.1% 올랐다. 돼지고기(삼겹살ㆍ500g) 소매가격도 10월 평균 8688원에서 11월 넷째주에는 9904원으로 13.9% 올랐다.
또 지난달 쇠고기ㆍ돼지고기ㆍ과일 수입 가격도 크게 올랐다.
관세청이 내놓은 '11월 농축수산물 수입 가격 동향'에 따르면 쇠고기 수입 가격은 10월 대비 4.4% 상승했다.
냉동 소갈비는 ㎏당 6830원으로 전달보다 5.9% 올라 상승폭이 컸다. 돼지고기는 한 달 전에 비해 4.3% 올랐다. 냉동 삼겹살이 ㎏당 4830원으로 0.7% 내렸으나 기타 돼지 부위가 8.9% 상승해 오름세를 부추겼다.
[채종원 기자]
24. [매일경제]프라임브로커 첫발 내딛는 국내 증권사들
◆ 닻 올린 한국형 헤지펀드 ⑤ / 프라임브로커가 핵심이다. ◆
◆ 헤지펀드 운용에 윤활유 기능
개인ㆍ기관 등 헤지펀드 투자자금은 수탁사(은행)가 보관하지만 자금을 굴리는 건 자산운용사다.
운용사는 전략에 맞춰 프라임 브로커(PB)에게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에 대한 매도와 매수 주문을 낸다. 모든 운용사의 공통 전략인 '주식 롱쇼트(매수ㆍ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프라임 브로커가 주식을 대여한다.
운용사가 증권과 현금자산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확대할 때 현금 제공 방식으로 돕는 곳도 PB다.
PB는 운용사 요청대로 시장에서 트레이딩을 한 뒤 그 결과를 운용사와 사무수탁사(Administrator)로 보내준다. PB가 하는 다른 중요한 업무는 거래 체결과 청산 결제이라고 보면 된다. PB는 또 호가 정보를 활용해 장외거래상품(OTC)에 대한 가격 평가도 한다.
이처럼 헤지펀드 운용에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프라임브로커가 개입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 거래된 결과물에 대한 시장가치(밸류에이션)가 산출되고, 이것이 반복되는 게 헤지펀드 운용의 큰 틀이다.
◆ 프라임브로커 준비로 분주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 중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에 먼저 나서는 곳은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현대증권은 연말까지 자기자본 규모를 맞출 계획이다. 이들은 해당 분야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전산 시스템과 부서를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증권은 2009년 3월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시작한 후 꾸준히 상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지난 1분기부터 10개 부서 이상이 참가하는 내부 TFT(태스크포스팀)를 가동해 인력을 확보했다.
대차거래, 파생, 외국 선물, 채권운용 분야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게 대우증권 강점이다. 삼성증권은 외국 프라임 브로커와 헤지펀드, 트레이딩 등 경력을 가진 국내외 인력 10여 명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팀을 구성했다. 넓은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 데다 자산관리 부문에서 경쟁력을 쌓았다. 헤지펀드 포지션 관리와 성과 분석이 가능한 IT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2007년 4월부터 주식대차 업무를 시작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9월 프랑스 헤지펀드 출자 전문 운용사인 '뉴알파(New Alpha)'와 제휴 계약을 맺고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출자 비즈니스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스왑과 퀀트 부문 애널리스트도 보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부터 싱가포르 법인 헤지펀드 운용사 키아라(KIARA)를 통해 3년간 1000억원 규모 헤지펀드를 운용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사내 TFT도 주식 대차와 스왑 거래 경험 인력과 국내 법인 주식 중개전문가, 펀드 재산 보관ㆍ관리 업무를 위한 기관 결제 담당자, 리스크ㆍ법률 검토를 위한 전문 담당자 등으로 꾸렸다.
그 밖에 현대증권은 이달 말 유상증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업무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IB가 세계 PB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승부를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지한 우리투자증권 PBS 그룹장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만이 전 종목을 가지고 헤지펀드 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는 거래 상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운용사마다 복수로 프라임 브로커를 선정하는 추세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헤지펀드 초기 단계에서는 소수 대형 증권사 위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하기 때문에 복수 PB 선정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향후 PB마다 장ㆍ단점이 확실히 갈리게 되면 업무 단계별로 각각 다른 PB와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봉진 한국투신운용 글로벌AI본부 부문장은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서 비즈니스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공매도 :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는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 주문. 시장이나 종목 약세가 예상될 때 활용된다.
◇레버리지 : '지렛대'라는 뜻으로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 빚을 지렛대 삼아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때 쓰인다.
◇호가(呼價) : 증권시장에서 주문에 따라 표시해 전달되는 매도ㆍ매수 가격.
[이유섭 기자 / 박윤수 기자]
25. [매일경제]투자 전략 뒷받침하는 IT인프라가 성공 비결
IT 인프라스트럭처와 운용 노하우.' 최근 홍콩에서 만난 게리 비숍 모건스탠리 아시아 프라임 브로커리지 본부장이 강조한 프라임 브로커(PB) 성공 비결이다. 모건스탠리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을 1981년 시작해 1994년부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진출한 전통 강자다.
비숍 본부장은 "IT 테크놀로지 개발과 지원에 가장 많이 투자한다"며 "특히 기술적인 플랫폼 구축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왔고, 투자 규모는 해마다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력이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 진출에 있어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며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보고 방식을 준수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지펀드 운용사를 선택하는 기준과 관련해서도 조언했다. 비숍 본부장은 "파트너를 선정할 때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사항에는 질적 역량, 평판, 전략, 성장 가능성,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며 "투자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운영 인프라스트럭처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프라스트럭처와 책임의식이 약한 곳들은 투자자들이 실시하는 적정 평가 절차(Operational Due Diligence)를 통과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스크 요인을 묻자 비숍 본부장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은 대부분 담보화돼 있어 실패를 걱정하지 않는 편"이라며 "고객 담보 규모가 자동적으로 레버리지 관련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계 동향과 관련해 그는 "현재 상황은 좀 어려운 편"이라며 "헤지펀드들이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 노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홍콩 = 조시영 기자]
26. [매일경제]이수만·김연아·K팝…무역 2조달러 주역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전북 김제의 파프리카 농가, 김연아 피겨 선수, K팝 가수, 국제 기능올림픽 선수….'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어갈 주역으로 꼽은 사람들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라디오연설에서 이들을 거론하면서 "이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새롭게 시작할 때"라며 "그 주역은 주요 20개국(G20) 세대인 우리 젊은이들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미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수만 씨에 대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오늘날 문화 한류가 전 지구촌을 열광시키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전북 김제의 파프리카 농가에 대해서는 "철저한 안전성 관리와 품질 향상을 통해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면서 "이제는 연간 총매출 140억원, 농가당 평균 1억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 파프리카 농가는 최근 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파프리카 소비가 줄어들자 캐나다 수출 길을 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농업 피해를 우려하자 농업도 국제경쟁력을 갖춰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면서 파프리카 농가 사례를 거론해 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젊은 세대에 주목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일등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를 놀라게 한 김연아 선수,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K팝 가수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최고 기량을 떨치고 있는 우리 기술인들, 인류를 위해 꿈을 키우는 과학 인재들을 거명하며 "나는 이런 우리 젊은이들이 열어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박태환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 금메달을 땄을 때,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감격해 마지 않았으며 한국의 연예인들이 유럽에서도 성황리에 공연한 것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수상한 기술인들과 과학 인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하는 시간도 가진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무역 2조달러를 이끌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 기성 세대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과 젊은 여공들이 밤새 재봉틀을 돌려 만든 봉제품으로 수출의 길을 닦은 것을 거론하며 "53세의 성정순 씨는 '그때는 그렇게 일해야 우리 집이 살고, 나라가 산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며 "성씨는 주야 2교대, 12시간씩 일하며 그 돈으로 다섯 동생을 모두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켰다"고 소개했다. 또 종업원 500명인 중견기업 '캐프'가 40개 나라에 자동차 와이퍼를 수출하면서 한 해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실을 전하며 "이런 중소기업이 무역 1조달러의 주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무역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도 있는 것이다. 무역은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자, 먹을 거리와 일자리의 원천이었다"면서 "오늘이 있기까지 밤낮없이 땀흘린 기업인과 근로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진명 기자]
27. [매일경제][클릭 현장에서] 독일이라는 엔진
"독일은 유럽이라는 자동차의 엔진이다. 엔진이 멈추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한다."
미하일 글로스 전 독일연방 경제기술부 장관은 '독일의 역할론'을 이 한마디로 명료하게 설명했다. 이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금형전문 전시회 '유로몰드 2011' 개막식 자리에서였다. 2005~2009년 독일 경제기술부 장관을 맡았던 그는 현재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연정 파트너 기독교사회당(CSU) 수뇌부로 활동하고 있다.
축사를 마치고 내려온 그에게 '독일 역할론'의 실체에 대해 물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독일만이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며 독일의 도움을 호소한 폴란드 외무장관의 발언을 1면 톱기사로 실은 날이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 침공을 받았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다.
글로스 전 장관은 "유럽에서 제대로 된 공업국가는 사실상 독일이 유일하다"면서 "독일 경제는 튼튼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로존 위기 극복에 나설 힘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신음하고 있지만 독일은 주력 분야인 자동차, 기계, 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견실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분야는 고용시장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독일 고용률은 경기호조가 본격화했던 지난해 2분기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실업자 수는 279만명으로 실업률 6.9%를 기록했다. 현지에서 만난 코트라 관계자는 "독일에서 실업자가 3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독일 경제의 이 같은 호조세는 물론 유럽연합(EU)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은 EU 등장 이후 가장 혜택을 본 나라다. 관세와 환율 변동 요인이 사라지면서 독일의 자동차, 기계, 화학제품이 EU 시장으로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갔다. 엔고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한없이 부럽기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외적인 요소가 현재 독일 경제의 부흥을 주도했을까. 글로스 전 장관은 그 바탕에 '독일의 히든 챔피언'이 있다고 했다. 그는 "독일 중소기업은 수출의 40%, 직업교육의 90%를 책임지고 있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제조 중소기업들이 있는 한 독일은 유로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헤어져 행사장에서 한 중소기업인을 만났다. 올해로 창업 38년째, 매출 4000만유로대 중소기업을 일군 베르너 피셔 씨(62). 그는 "창업하고 일하느라 하루 3시간밖에 안잤다"고 했다. 지금도 피셔 씨는 새벽 5시까지 출근한다고 했다. 그에게는 '한달간 휴가'로 비유되는 낭만적인 유럽 기업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지금의 독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들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꺼지지 않는 열정이 있었다. 바로 독일이라는 엔진을 작동시키는 중소기업의 힘이었다.
[최용성 중소기업부 차장 choice@mk.co.kr]
28. [매일경제][매경포럼] 닥쳐올 일자리 한파가 걱정이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성장률 예상치 3.8%보다 낮은 3.7%로 내다봤다. 지난 7월 전망한 4.6%보다 무려 0.9%포인트나 하향 수정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어제 밝힌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 전망치를 3.7%로 낮췄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더 보수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각각 3.6%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미국ㆍ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한국만 독야청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내수는 빈약하고 수출이 홀로 경제성장을 이끌다시피 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해외 시장의 냉기가 그대로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가뜩이나 저조한 성장률이 더 떨어지면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일자리다. LG경제연구원ㆍ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은 당장 내년 실업률이 3.6~3.7%로 올해 예상치 3.5%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도 체감 실업이 심각한데 더 악화될 것이라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일자리 한파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있는 일자리마저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는 건설업계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감원 이야기가 공공연히 번지고 있다. 다른 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100여 명의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회사들도 얼마 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매년 실시하는 상시적인 조치라면서도 인원을 대폭 늘려잡아 샐러리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감원이 아직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년 경기가 워낙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 실적 악화가 가팔라질 경우 감원 바람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희망근로사업 같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의료ㆍ관광ㆍ금융ㆍ교육ㆍ법률 분야 등의 서비스업 육성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정부가 툭 하면 들고 나오는 단골 메뉴다. 그러나 해당 분야 기득권층(정책당국도 여기에 포함된다)의 저항을 극복하고 진입규제를 혁파할 의지 없이 서비스업 선진화만 되뇌이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그저 말의 성찬에 불과할 뿐이다. 약사들의 반발에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동계도 일자리 창출을 막는 기득권층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근로자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49시간)보다 440시간 이상 많다. 특히 현대차 등 국내 5개 자동차업체들은 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55시간으로 평균 35시간(주당)인 해외 완성차업체보다 55%가 길다고 한다. 이런 과도한 노동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여지가 생길 것이다.
경기가 나빠져도 해고가 어려운 탓에 기업이 인력 채용 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만드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실업보험 등 열악하기 짝이 없는 사회안전망부터 확충하는 것이 순서다. 실업수당이 평상 급여의 30.4% 수준으로 OECD 꼴찌 수준인 형편을 방치한 채 노동시장의 유연성만 높여서는 근로자를 삶의 벼랑으로 내모는 것밖에 안 된다.
엉터리 실업통계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실업률은 올 10월 22.1%로 정부 발표치의 3배에 달한다는 분석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문제를 못 보거나 외면하면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동하지 않는 정책을 뻔히 알면서 재탕ㆍ삼탕한다고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 닥쳐올 일자리 한파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구호가 아닌 문제의 근원을 치유할 의지와 행동이다.
[성철환 논설위원]
29. [매일경제][글로벌포커스] 문제 미루기와 IT 활용
일본은 재정 재건과 사회보장제도 개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문제, 에너지 대책 등 산적한 현안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현안을 뒤로 미루는 큰 이유는 미래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섣부른 기대감 때문이다. 난제(難題)를 해결하려면 당장 '아픔'을 수반하는데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때는 정도가 심해진다.
향후 경제가 개선되고 국민 주머니도 두둑해져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미루는 쪽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 경제 상황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현안을 자꾸 뒤로 미루는 유인(誘因)이 강한 것은 왜일까
경제학은 최근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 학문 영역에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이 분야는 뉴로이코노믹스(신경경제학)라고 불리는데 뇌과학과 경제학 경계 영역에 있다. 최근에는 뇌 활동 상태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기계가 개발돼 경제학을 포함한 행동ㆍ사회과학과 뇌과학 간 협동이 큰 연구성과를 낳고 있다.
경제학에서 이전에 가정했던 개념들, 예를 들어 개인 간 효용(만족감)은 비교할 수 없다거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인간 성향에 대한 객관적인 뒷받침을 내놓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인간 행동 가운데 '결정'은 감정에 좌우되고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모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 결정과 뇌 기능 관계를 조사해 보면 이런 사실을 경제 현상 설명에도 설득력 있게 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선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하나의 척도로 측정한다. 불행이나 불만족은 마이너스 행복이나 만족이라 간주한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반드시 적절하다고만 할 수 없다. 신경 경제학은 이득과 손실이 같은 크기라도 인간은 손실 쪽을 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을 미루는 현상도 신경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이 먼 장래 일들을 비교하고 계획을 세울 때는 이성적 행동과 관련 있는 대뇌피질(이성의 뇌)이 활약한다. 현재와 장래를 비교할 때는 본능적 행동과 관련 있는 대뇌변연계(감정의 뇌)가 강하게 활동하는 것이 연구 성과로 보고돼 있다.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해 운동이 좋다는 것이 알려져 있어도(이성의 뇌), 오늘부터 운동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내일로 미뤄 오늘은 쉬려는(감정의 뇌) 유인이 작용한다. 이성의 뇌는 현재의 비용보다 장래의 장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운동하는 것을 선택한다. 반면 감정의 뇌는 현재의 비용을 장래의 장점보다 중시하기 때문에 운동이라는 아픔을 가능한 한 미루려고 한다.
정부의 선택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장래의 장점을 중시할 것인지, 현재의 비용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젊은 사람일수록 이성의 뇌에 의한 선택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고령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은 어렵다. 한 가지 해결책은 고령세대도 이성의 뇌가 잘 작동하도록 장래의 장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보기술은 유효한 도구다. 먼 장래의 장점을 현실적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가상세계로 보여줄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는 추상적이지만 IT를 사용하면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기상 이변과 인류 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보여줄 수 있다. 또 장래 재정위기가 더 심각해진다고 강조해도 국민은 아픔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실감하기 어렵다. 이를 그리스처럼 실제로 재정위기가 표면화한 나라가 겪는 아픔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 국민도 재정 파탄으로 인한 아픔을 실감할 수 있다. IT는 '하드'와 '소프트' 측면 모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 과제로 남아 있다.
[이호리 도시히로日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
30. [매일경제][기고] 부동산 대책 護疾忌醫의 교훈
지난 7일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주거 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고,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을 담았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지원 대상 확대 조치와 함께 부동산PF 계약조건 변경 등도 포함한다.
대책 발표 직후부터 대책의 효과와 적절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 관심의 초점은 역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와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다.
참여정부 시절 많은 규제대책을 내놓고서야 겨우 안정됐던 주택시장은 이후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자생력을 잃었고, 금융위기 이후 회복 가능성 자체가 가늠되지 않았다. 올해 초 시장이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금융규제를 강화했고, 주택시장은 다시 침체에 빠졌다. 이후 주택시장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았고, 전세금은 지속적으로 올라 서민 주거 안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주택시장 침체는 정상적인 순환변동 측면에서는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현상이다. 수급과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조절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침체가 너무 길어지면 시장과 참여 주체의 내성과 건전성을 키우기보다 오히려 병만 깊게 만들 뿐이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자생적인 시장 정상화가 어려워진다.
올해 초 침체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당시 정부는 강경한 시장억제책을 유지했다. 침체는 더욱 깊어졌다. 12ㆍ7대책은 이런 시장 상황을 극복하려는 시도지만 효과와 적절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에게 호질기의(護疾忌醫) 교훈을 시사한다. 가볍지 않은 병을 제때 관리하지 않는다면 결국 몸을 망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 폐지가 소형 주택 가격을 높여 서민만 힘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다주택자들이 소형 주택을 구입한다면 소형 주택 수요가 증가해 결국 가격은 상승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용면적 60㎡ 이하에 거주하는 가구 중 66%가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임차해 살고 있다. 다주택자의 소형 주택 매매 수요가 서민들의 소형주택 구입과 일부 경합하겠지만, 서민들은 매매보다는 임차 수요가 많아 경합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소형 주택 가격 상승 압박도 작을 것이다.
소형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임차 가구로 전가되므로 임대료 부담이 증대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양도세 중과는 자동적으로 면제된다. 양도세 중과 폐지는 임대사업자 지위를 획득하는 것과 같다. 임대사업자가 많아져 임차 가구를 위한 공급량이 늘면 임대료 부담 증가는 크지 않을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구가 주택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면 주택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주택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세시장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일거양득 대책이라 판단된다.
12ㆍ7대책에 대한 일부 염려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과장된 부분이 있다. '부작용 없는 대책은 없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고, 예상되는 부작용이 크지 않다면 12ㆍ7대책은 나름 적정성과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주택정책 실패, 올해 초 보여줬던 현 정부의 실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호질기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걱정하는 목소리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극대화해보자는 것이다. 12ㆍ7대책에 기대를 걸어보자.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
31. [매일경제][사설] 정부, 내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못보나
정부는 내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3.8%)와 비슷한 3.7%에 그칠 것으로 보고 경제운용의 틀을 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4.0%)보다 낮은 3.2%로 보았다. 또한 내년 수출과 일자리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고 내수 활력을 높이는 한편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생활물가를 잡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은 정책 의지를 담은 목표치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솔직하게 밝힌 전망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시점에 맞는 전망치일 뿐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이 신흥시장에까지 파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함께 가라앉으면 3%대 성장마저 어렵게 될 수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빗나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올해 하반기 들어 줄곧 4%를 웃돌고 있다. 억눌렸던 공공ㆍ개인서비스 요금이 오르고 올해 실질임금 감소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 물가 불안은 심해질 수 있다.
자칫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될 위험도 크다. 정부는 저성장ㆍ고물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내년 경제 운용에서도 최대한 신축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위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전략)도 가지고 가야 한다.
당장 위기가 닥친 것은 아니므로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정책기조는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세수 증가율(9.5%)을 경상성장률(7%)보다 높게 잡고 있고 여야는 내년 예산을 정부안보다 1조원 정도 늘리려고 벼르고 있다. 위기 때 재정지출을 늘릴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무분별한 선심사업과 지속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복지 확대는 자제해야 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수출 부문 성장기여도가 올해 1.9%포인트에서 내년 0.8%포인트로 낮아지는 대신 내수의 기여도가 1.9%포인트에서 2.9%포인트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증가율이 3% 안팎에 머무를 민간소비와 설비ㆍ건설투자가 과연 얼마나 강력한 성장 엔진 구실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금 같은 저금리에도 미약했던 소비와 투자가 내년에 갑자기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 문제는 국내로 유턴하는 국외 투자기업과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럴수록 교육ㆍ의료를 비롯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보다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 지지부진했던 개혁이 정권 말기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지만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32. [매일경제]내년 민간주택 10만6593가구 분양…7년만에 최저
내년 전국의 민간주택 분양 물량이 최근 7년래 최저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 물량 역시 대폭 줄어 서울과 수도권 전세난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353개 주택업체를 대상으로 '2012년 주택 공급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에는 총 163곳, 10만6593가구가 분양을 계획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임대주택 타운하우스 등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모든 주택 형태를 망라한 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 등 공공 물량은 제외됐다.
내년 주택 공급 물량은 올해(17만1488가구)보다 37.8%(6만4895가구) 감소한 수치다. 2006년 이후 최저의 주택 분양 물량이다.
◆ 경기권 공급 올해 반 토막
권역별로는 수도권 감소폭이 가장 크다. 내년 수도권에는 108곳, 6만5576가구가 공급되는데 지난해(4만9422가구)보다 43% 줄어든다.
올해 부산발 집값 훈풍으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지방에서도 내년엔 공급 물량이 크게 준다.
지방 5대 광역시에는 28곳, 2만406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올해보다 30.5% 줄어든다. 지방 중소도시 역시 27곳, 2만601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어서 올해보다 23.9% 감소한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수도권은 국내외 경제 둔화,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주택 경기 위축 영향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내에서는 경기권의 물량 감소가 가장 눈에 띈다. 총 4만1837가구로 올해(8만1153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서울은 1만313가구가 신규 공급되는데 올해 1만5570가구보다 33.8% 줄어든 수준이다. 인천은 올해 1만8275가구에서 내년 1만3426가구로 26.5% 공급이 감소한다.
◆ 지방 대도시도 공급난 여전
지방 5대 광역시 중에는 내년부터 정부 부처와 행정기관 이전이 시작되는 세종시와 가까운 대전 지역의 공급난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지역은 내년 민간 아파트 공급량이 1270가구에 불과하다. 올해 5584가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물량이다.
그나마 인근 충남 지역에서 1만2614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어 대전 배후 지역으로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3440가구) 부산(1만462가구)도 각각 올해보다 33.8%, 20.2% 물량이 줄어든다.
반면 광주는 내년 2593가구가 공급돼 올해(1000가구)보다 59.3% 공급이 늘고, 울산도 2641가구가 공급돼 올해(1934가구)보다 증가한다. 광주와 울산의 공급량은 올해보다 증가하지만 1000가구 안팎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 대도시의 공급난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
이 같은 분양 물량 가뭄과 더불어 내년엔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큰 폭으로 감소한다. 닥터아파트는 2012년 입주하는 아파트(주상복합 포함)가 총 16만7558가구로 올해(20만8038가구)보다 4만4080가구(19.5%) 감소할 것으로 집계했다. 닥터아파트가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을 처음 조사한 200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08년을 정점(31만9176가구)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2010년에는 30만가구가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20만8038가구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올해보다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2009년 이후 3년간 계속된 전세난이 내년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은아 차장 / 이명진 기자 / 이지용 기자 / 임성현 기자 / 홍장원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동욱 기자 / 백상경 기자]
33. [매일경제][2012년 내집마련] 서울 분양 70%가 재개발·재건축
서울 재건축 시장이 날개를 달게 될까.
정부의 '12ㆍ7 부동산대책' 발표에 이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송파구 가락시영 종상향을 허가하면서 재건축에 '겹호재'가 생겼다. 관건은 경기 회복세다. 전 세계를 뒤덮은 유럽발 재정위기의 그늘이 언제 걷힐지가 관건이다.
내년 분양 시장에서 재건축ㆍ재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세계 경기 흐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진다. 내년에 서울에서 공급 예정된 아파트 물량은 지난해(1만5570가구)보다 5257가구(33.8%) 줄어든 1만313가구다. 이 중 재건축ㆍ재개발이 각각 1470가구와 5830가구로 전체 공급물량의 70.8%를 차지한다. 분양물량 3가구 중 2가구가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다.
재개발은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금호동 일대에 공급물량이 집중됐다.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공동으로 왕십리뉴타운1구역을 재개발해 1702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83~179㎡ 600가구다. 분양 시기는 4월로 예정됐다.
하왕십리1-5구역은 GS건설이 570가구 규모로 재개발한다. 이 중 123가구가 6월에 일반분양된다.
왕십리뉴타운 남쪽 금호동 일대에서는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분양을 준비 중이다.
금호19구역에선 삼성물산이 1057가구 대단지를 짓는다. 150㎡ 33가구가 1월 일반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GS건설은 금호18구역과 금호13구역 재개발사업을 맡아 각각 3월과 9월에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구역별 공급 규모는 금호18구역이 430가구 중 82~148㎡ 40가구, 금호13구역은 1137가구 중 33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현대건설도 금호20구역을 재개발해 606가구 중 405가구가 상반기 분양에 돌입한다.
금호동 재개발 지역은 서울 강남ㆍ북 중심지로 이동하기 좋다. 서울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3호선 금호역을 이용할 수 있고 강변북로, 동호로, 동호대교를 이용하기 편하다. 동호대교를 건너면 강남구 압구정동과 바로 연결되므로 강남 접근성을 염두에 둔 청약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마포구 일대에도 재개발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꽤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상수2구역을 재개발해 530가구 중 156가구를 4월에 일반분양한다. 상수2구역은 6호선 상수역, 광흥창역을 이용할 수 있고 강변북로, 서강대교로 진입이 편하다. 한강변에 위치해 있어 층과 동에 따라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다.
GS건설은 아현4구역을 재개발해 1164가구 중 85~152㎡ 134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서울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 인접한 역세권 단지로 서울역, 서울시청 일대 업무지구와 가까워 '직주근접형 거주단지'로 주목된다.
재건축 아파트는 단연 강남권 물량에 관심이 기운다. 강남권은 개발 포화상태로 새 집으로 '내집 마련'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아 재건축 아파트로 수요자 이목이 몰릴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이 서초구 서초동 삼익2차를 재건축해 280가구 중 113~186㎡ 93가구를 2월 일반분양한다. 주변 교통망으로 2호선, 신분당선 강남역과 2ㆍ3호선 교대역이 있고 서초초등, 원명초등, 서일중, 반포고 등 학군을 갖췄다.
롯데건설은 이어 5월 중 4ㆍ7호선 이수역 역세권인 서초구 방배동 427-1 일대에서 683가구 규모로 단지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82~251㎡ 372가구다.
대림산업은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추진한다. 376가구 규모로 이 가운데 4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앞으로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선이 공사 중이라 향후 지하철 개통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상반기 중 강남구 자곡동 강남지구 A6구역에서 아파트 1020가구를, 강동구 천호동 448 일대에서 주상복합 904가구를 각각 공급한다.
[기획취재팀=이은아 차장 / 이명진 기자 / 이지용 기자 / 임성현 기자 / 홍장원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동욱 기자 / 백상경 기자]
34. [매일경제]폐허서 일군 기적…이젠 무역 2조달러 향해 뛴다
한국이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12월 5일을 기준으로 수출액이 5150억달러, 수입액은 4850억달러를 각각 기록한 것. 올해 들어 쌓인 무역(수출+수입)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수출은 5570억달러, 수입은 52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구미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국토 면적이 10만㎢로 세계 순위가 110위 내외인 조그마한 나라가 세계 최대 무역거상 대열에 올라선 것을 보고 세계 각국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의 출발은 정말 미미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무역액은 고작 6400만달러였는데 농산물과 광산물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무역 규모는 1974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20여 년 만에 이룬 대단한 성과였다. 이후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무역 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어선 뒤 23년 만인 지난 5일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1조달러는 100달러 지폐로 에베레스트산(8848m)을 136개 쌓을 수 있고, 13억 중국인에게 스마트폰(대당 700달러 기준)을 한 대씩 나눠줄 수 있는 금액이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구세주였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는 급감했지만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 다른 나라보다 일찍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인 '한국무역 1조달러 달성과 그 의미'에 따르면 한국보다 먼저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8개국이 전 세계 무역의 50%가량을 차지하면서 세계 무역질서를 주도해온 것을 고려할 때 무역 1조달러 달성은 교역대국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세계 무역질서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주연이 되는 기반이 조성된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하나로 신흥국의 일원으로 인식됐으나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이들을 제치고 진정한 무역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후발 개도국들의 롤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무역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지면서 그늘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출 투자 소비'라는 성장 3각축 중 투자와 내수는 부진한 반면 수출만 잘나가는 외발 성장 구조가 고착되면서 경제구조가 대외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다.
또 수출 내수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심해지는 등 장기적인 국가 성장동력도 훼손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이 늘면 투자가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을 가져온다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수출 강소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육성돼야 한다는 것이 무역업계의 목소리다. 수출 대상 지역도 선진국에서 중국 등 신흥국으로 다변화해야 하며, 공산품뿐만 아니라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수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가 중국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술력의 우위와 차세대 신성장 산업 육성을 통해 향후 중국의 비상에 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 원천기술 확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시장 선점, 한ㆍ중ㆍ일 분업 구조를 활용한 윈윈 전략의 구사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은 "한국이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수출 확대와 녹색산업 성장에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1964년 무역 규모 5억달러에 머물던 한국이 1조달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것은 '사람이 만든 기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성장은 한국이 대외 개방형 성장전략을 채택하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선도 아래 세계 전체가 자유무역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서비스 수출과 녹색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강계만 기자 / 정승환 기자 / 문일호 기자 / 박인혜 기자 / 김제림 기자 / 장재웅 기자]
35. [매일경제]무역 1조달러 한국무역의 원동력
한국무역의 신화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당시 수출품목의 대외경쟁력은 낮은 수준으로 기술 및 품질경쟁력보다는 값싼 유휴인력을 활용한 가격경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는 무역규모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974년 100억달러에서 1980년대 말 1000억달러로 수직 상승하기까지 일등 공신은 의류, 직물, 신발 등 노동집약적 공산품이었다. 이 시기는 섬유산업 수출의 최절정기로 기록되며 사상 처음으로 1986년에는 31억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 시기는 수출제조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로, 수출구조가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산업고도화 과정의 진전으로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선박, 석유제품 등이 5대 품목의 반열에 진입했다. 특히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높아지면서 전자제품 수출구조가 TV와 라디오 등 완성형 제품에서 반도체, 컴퓨터 등 중간재 부품으로 전환되고 휴대폰 등 IT 성장의 기반이 마련됐다.
2000년대 초에는 IT산업의 부흥 속에 반도체가 우리 수출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이 주요 품목으로 부상한 것을 제외하면 수출품목의 구성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으나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좋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내실을 다져 품질 향상을 통해 세계 일류 수준에 도달하고자 노력했고 반도체, 휴대폰, 선박 등의 품질과 생산량 측면에서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 일류 상품은 반도체, 선박, 평판디스플레이 등이며 자동차 및 부품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던 섬유산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로 재부상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아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북미지역으로까지 늘어난 해외 생산시설과 주요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의 경제영토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강계만 기자 / 정승환 기자 / 문일호 기자 / 박인혜 기자 / 김제림 기자 /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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