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4(IT)

IT issues : 2012. 1. 4. 14:57

1. [매일경제]10~20대 `QUICK 세대` 한국을 바꾼다

◆ 화통한국 2012 / 모바일 네이티브 ◆

오는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김태준 군(13ㆍ경기 고양시 풍산초)은 겨울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자신에겐 선행학습보다 중요한 아이폰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군은 지난여름 아이폰 영상제에서 '움트는 꿈'이란 작품으로 2등을 차지했다. 앞으로 시놉시스도 만들어 제법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김군은 새해 첫날 영하의 날씨에도 축구 장면을 찍기 위해 고양 어울림누리 축구경기장을 찾아 아이폰으로 여러 장면을 찍었다.

김군은 "아빠가 사준 스마트폰은 처음엔 장난감 같았는데 이제는 학교 숙제할 때도 없어서는 안돼요. 중학교에 진학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TV의 비디오자키(VJ)로도 활약하고 싶어요. 최근엔 스크래치라는 프로그램 언어도 배웠는데 중학생을 위한 망고폰(MS의 최신 스마트폰) 앱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김군이 태어난 1999년은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이 세계 최초로 ADSL(전화선으로 컴퓨터가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게 하는 통신수단) 방식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성공해 IT코리아의 기틀을 닦은 해다.

김군이 두 살 때인 2000년에는 삼성전자가 휴대폰에 35만화소 '카메라폰'을 처음으로 공개해 휴대폰이 미디어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쐈다. 세 살 때인 2001년에는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쳐져 NHN이 탄생해 종합 포털시대를 알렸으며, 싸이월드가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군은 휴대폰을 쥐고 태어나 디지털 세상 속에서 자라 따로 배우지 않고도 이제는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아는 '모바일 네이티브(Mobile Nativeㆍ원주민)'인 셈이다. 모바일 네이티브는 1975~1988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넷세대' 또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에 비해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이 특징이다. 넷세대가 1가구 1인터넷의 정착기에 탄생했다면 모바일 네이티브는 1인 1인터넷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K팝 등 한류 확산의 주인공들도 모바일 네이티브다. 동영상을 스스로 편집해 올리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확산시키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따로 배우지 않고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한국 사회 및 산업의 변동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바일 네이티브는 그러나 텍스트 중심의 책보다 동영상, 이미지가 친숙하기 때문에 맥락(콘텍스트)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 <용어설명>

모바일 네이티브 : 초고속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고 카메라폰이 등장한 1999년부터 스마트폰 보급 3000만명을 바라보는 2012년까지 디지털 혁명기 한복판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10~30대를 지칭한다. 모바일 기기와 언어를 마치 특정 언어를 쓰는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면에서 '모바일 네이티브'로 부른다. 10~30대는 현재(2012년 추계) 1319만6339명으로 전체 인구의 26.4%에 달한다.

[손재권 기자 / 황지혜 기자 / 이동인 기자]


2. [매일경제]초등생도 태블릿PC 보며 목욕하다 엄마한테 `카톡`

◆ 모바일 네이티브 ① ◆

#김재은 양(15ㆍ울산)은 부모님께 화장실과 욕조 주변에 태블릿PC 거치대를 설치해달라고 졸랐다. 변기 옆은 아버지가 보시던 책이나 신문을 모아두는 곳이었다. 이제는 김양은 물론 아버지도 신문이 아니라 태블릿PC를 들고 간다. 욕조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뮤직뱅크'를 스트리밍으로 보면서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김양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밖의 어머니께 '카카오톡'을 날린다. '엄마, 나 15분 후에 나가서 라면 먹을게…배고파♥♡'

재은 양의 이런 모바일 라이프는 같은 반 친구과 별다르지 않다. 대다수가 이미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 콘텐츠를 편하게 활용하고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바일 네이티브'이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는 2001년 그의 논문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이미그런츠'에서 1990년대 휴대전화와 인터넷 확산 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30세 미만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지칭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이 모바일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서비스를 만나 중동 재스민 혁명,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한국 안철수 돌풍 등 폭발적 사회 변화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이제 모바일 네이티브를 주목해야 한다"며 "그들이 바꿀 정치ㆍ사회, 산업적 변화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네이티브를 대표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퀵(QUICK)'으로 요약된다. 스마트 디바이스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언제든 검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먼저 '쿼터(Quarterㆍ15분)'. 모바일 네이티브의 리드타임(lead timeㆍ생산부터 소비까지 시간)은 15분이다. 수면 시간을 제외하곤 15분 이상 스마트 기기가 손에서 떠나면 불안에 휩싸인다. 15분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 때 모바일 네이티브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최대 시간이 15분이라는 점도 시사점을 준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순발력은 인간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데 모바일 네이티브는 이런 능력을 극대화할 줄 아는 세대"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일체화(Uniting experience)'다. 모바일 네이티브는 언제 어디서나 동시간대에 연결돼 있다는 연대감을 중요시한다. 좋아하고(like) 옳다고 믿는 일은 공유하고자(share) 하며 이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빠르고 쉽게 퍼져 나간다.

항상 연결된 세상을 사는 모바일 네이티브의 시대정신은 일체화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이를 공유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또다시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신념이다. 이들이 정보를 나누고 키우는 곳은 바로 SNS다.

세 번째는 '직관(Intuition)'이다. 모바일 네이티브는 경험보다 직관을 중요시한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구글을 '검색'하면 경험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순간적 느낌인 '직관'은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된다. "운이나 운명과는 다른 자신의 삶을 준비한 자만이 주저 없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 바로 직관이었다"고 말하는 스티브 잡스, 팀 쿡 등 롤모델의 삶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수만 원짜리 모바일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등 스마트 디바이스에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모방(Copy & paste)'과 'K웨이브(K-wave)'. 그들은 '모방'을 '창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기기로도 언제든지 오리고 붙이기 기능을 통해 텍스트를 변화시킬 수 있다. 모바일 네이티브가 모방을 통해 만든 콘텐츠는 '베끼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한류(K-wave)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들 다수는 개인의 흥미를 혼자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변형ㆍ발전시킨 다음 유튜브 사이트를 이용해 재생산했다.

이를 본 세계 다수의 팬이 이를 재생산하는 순환 구조를 보였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K팝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모바일 네이티브에 의해 재편집돼 유튜브 등을 통해 외국에 확산됐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모바일 네이티브가 만드는 문화가 세상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재권 기자 / 이동인 기자 / 김대기 기자]


3. [매일경제]`디지털 밀도`가 모바일 네이티브 만든다

■ 용어 설명 :

디지털 덴시티(Digital Density) : 노트북PC 등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이동통신 등 디지털 네트워크, 포털, SNS 등 서비스가 주변에 얼마나 촘촘하게 들어찼는지를 표현하는 말. 디지털 덴시티가 높다는 것은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 탄생에는 디지털 덴시티(밀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지털 덴시티는 노트북PCㆍ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ㆍ이동통신 등 디지털 네트워크, 포털 등 디지털 서비스가 주변에 얼마나 촘촘하게 들어찼는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디지털 덴시티가 높아졌다는 것은 디지털 관련 기기와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대중화해 있다는 의미다.

디지털 덴시티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가 나타날 수 있었다.

전 세계는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가득 차 있다. 전 세계 인구 수보다 많은 100억대의 모바일 기기(노트북PC 휴대전화 태블릿PC 등)가 보급돼 있다.

2000년 7억2000만명에 불과했던 전 세계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는 지난해 50억명을 훌쩍 넘어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인구도 전 세계적으로 14억명에 이른다.

단 60초 동안 전 세계적으로 70만건의 구글 검색이 이뤄지고 600개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록되며 1만3000건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다운로드되는 등 '빛의 속도'로 정보 탐색과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 유통과 정보 습득 방식도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책, TV 등을 통해 완성된 지식이 전달됐지만 이제는 위키피디아, 지식인 등을 통해 공유하고 참여하는 웹2.0 스타일로 바뀌었다.

또 원하는 정보를 골라서 수신하는 RSS로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싸이월드 프리챌 등 토종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ㆍ인터넷ㆍ구글ㆍ트위터 등 디지털에 둘러싸여 성장기를 보냈던 모바일 네이티브는 생활ㆍ대화ㆍ학습 등을 모두 디지털 기반에서 하면서 즉시성, 트리플 태스킹, 적극적인 자기 표현 등 특징을 갖게 됐다.

TVㆍ무선호출기ㆍ팩스 등을 통해 정보가 단방향으로 전달됐던 과거에 자란 세대와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특히 SNS 활성화는 모바일 네이티브가 정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리터러시)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모바일 네이티브는 자신이 폴로한 사람을 통해 뉴스와 정보를 검증하는 특징을 보인다.

앞으로도 디지털 덴시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에릭슨은 "2015년 인터넷 접속 총인구의 80%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할 것이며 향후 10년 내에 500억개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도움주신 분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서진석 SK텔레콤 CSR팀장, 성장현 KT 오픈콘텐츠활성화팀장,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윤종록 연세대 융합대학원 교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유미 교육과학기술부 학교폭력SOS지원단장, 이현숙 강남 SOT 영어학원 원장, 정동훈 광운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가나다 순>

[황지혜 기자]


4. [매일경제]스마트폰 3社의 黑龍大戰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2012년 들어 스마트폰 시장의 기선 제압에 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초 '갤럭시 엠스타일(M style)'과 '웨이브3'를 선보이며 보급형 라인업 확장에 나선다. 갤럭시 엠스타일은 세계에서 2000만대가 넘게 팔린 갤럭시S의 계보를 잇는 중저가 제품이다.

'갤럭시S2, 갤럭시노트' 등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굳힌 것을 보급형 시장에서도 이루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제품 사양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4.0인치 슈퍼아몰레드플러스 디스플레이에 1㎓(싱글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모바일 CPU를 탑재했고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채택했다. DMB도 지원하며 3G 전용이다. 삼성전자 바다 운영체제(OS)의 최신 스마트폰 웨이브3도 함께 선보인다. SK텔레콤과 KT로 출시되며 삼성전자가 강화하고 있는 콘텐츠 서비스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웨이브3는 삼성전자 자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챗온'을 내장했다. 안드로이드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는 챗온으로 타 기종 스마트폰과의 연계성을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월에 출시되는 중저가 스마트폰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피처(일반)폰 사용자의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350만대를 넘으며 업계 2위를 굳힌 팬택은 2012년을 'LTE 프리미엄 전략'에 올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1년 12월 기존 LTE 스마트폰인 베가 LTE에서 밝기와 선명도를 높인 업그레이드 LTE폰 '베가 LTE M'을 SK텔레콤과 KT로 내놓은 팬택은 LG유플러스에도 이 제품을 내놓는다.

베가 LTE M은 LTE 스마트폰 중 가장 밝은 550니트(nitㆍ밝기 단위)의 '소니 IPS HD LCD' 등을 채택했고 퀄컴 1.5㎓ 듀얼 코어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 2.3버전(진저브레드)을 갖췄다. 16GB 내장 메모리, 1830mAh 대용량 배터리,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NFC, 안테나 내장형 지상파 DMB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팬택은 당초 베가(프리미엄), 이자르(여성 취향), 미라크(보급형)로 나눴던 라인업도 베가 제품만을 내놓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올 한 해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

팬택 관계자는 "올해 팬택은 LTE를 탑재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2분기 때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동작인식 기능 등을 강화한 후속 제품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LTE 시장에서 옵티머스LTE가 좋은 반응을 얻은 여세를 몰아 명품 스마트폰 '프라다폰3.0'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분야에서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프라다폰 3.0은 지난해 말 이뤄진 예약판매에서 3G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2000명 이상의 가입자가 몰리는 등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내부에선 프라다폰 판매량이 '옵티머스 LTE'의 초기 판매와 견줄 만한 수준으로 분석하며 글로벌 누적판매 100만대를 넘어선 원조 프라다폰의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LG전자는 프라다 스타일의 휴대폰 거치대와 블루투스 이어셋 등 전용 액세서리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동인 기자 / 김명환 기자]


5. [매일경제][사이언스플라자] 학비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원생

과학 발전을 위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중에서 첫 단추에 해당되는 것이 과학계를 이끌어 갈 미래 연구자들을 훈련시키는 대학원 교육이다. 박사학위 연구로 수행되는 굵직한 내용들이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기초과학 연구의 한 축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원 현실을 볼 때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다. 효과적인 교육과 연구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과학자를 키워내는 훈련장인 대학원에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문제는 박사과정 정원이 미달되거나 경쟁률이 1대1에 가까운 기초과학 분야가 많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공계 기피 현상도 동일한 문제점을 시사한다. 의ㆍ치ㆍ한의대 등 전문대학원이 아닌 기초과학 분야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인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한국 과학 미래는 어둡다.

뛰어난 인재들이 대학원에 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의 길은 어렵고 힘들다는 오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을 수 있다. 이공계 대학원은 종종 3D 업종으로 분류되고 학생들은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위험을 각오하고 뛰어드는 도전 정신은 사라지고, 대세를 따라가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서글픈 상식이 시대 정신으로 자리 잡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사급 연구인력을 대학이 흡수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과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누이 지적되는 얘기다.

대학원 과정을 밟는데 드는 비용도 걸림돌이다. 석사과정 졸업을 코앞에 둔 장래가 촉망되는 어느 대학원생에게 장래 계획을 물었다.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고 있단다.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학생이 여전히 유학을 떠난다. 학문적 수준이 떨어진 분야는 유학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유학을 간다면 분명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 상위급 대학에서 자연과학 분야 박사과정 학생이 받는 생활비는 연간 3만달러 가까이 된다. 몇 억 원에 달하는 박사과정 등록금과 생활비를 보장해 주겠다는 외국 대학과 장학금으로 겨우 등록금 정도 해결해주는 국내 대학을 비교한다면 선택은 분명해 보인다.

4~6년이 걸리는 박사학위 과정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논외로 치더라도, 등록금과 생활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학원 교육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지난 10여 년간 지원 폭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기초과학 분야 대학원생들의 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대학원생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다. 프로 세계에 뛰어든 그들은 이미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생활비나 등록금을 염려해야 한다면 그들은 진정한 프로가 되기 어렵다. 지도교수한테서 인건비를 지원받더라도 본인 연구와 관련 없는 막노동 일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아르바이트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대학원생들이 미국 대학원생들에 비해 연구 생산성이 뒤떨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난 10여 년간 두뇌한국(BK)21이라는 제도를 통해 많은 대학원생이 등록금을 해결할 정도로 지원을 받았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BK21사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BK21 수준의 지원을 넘어 대학원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현실화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작년에 실시되었던 몇몇 사업처럼 소수에게 승자독식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 다수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가야 한다. 한국 과학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수한 인재들을 받아 훌륭한 과학자로 키우고 싶다면 대학원생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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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