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

Economic issues : 2011. 10. 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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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매일경제


1. [매일경제]떼이는 수출대금 유럽위기로 급증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경제로 빠른 속도로 옮겨 붙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외국 바이어로부터 제때 받지 못한 수출대금이 2분기 만에 22% 이상 급증한 데다 수출 리스크를 줄이고자 우리 기업들이 무역보험에 가입한 금액도 1년 새 15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8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9% 줄어 7월 -0.3%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를 지속했다. 광공업생산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1~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수출 리스크가 얼마나 높은지를 뜻하는 무역보험 사고계류금액은 올 3분기(9월 28일까지) 5387억원으로 1분기 4403억원보다 22.3% 급증했다. 무역보험 사고계류금액이란 수출업체들이 외국 바이어 파산 등을 이유로 수출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공사 측에 신고하는 수출 사고금액이다. 이 금액은 2분기 4737억원에 그쳤으나 1분기 만에 650억원 늘었다.

특히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인 PIIGS에 대한 수출 위험이 급증했다. 9월 접수된 이들 국가 사고금액은 총 420억원으로 작년 말 69억원보다 6배 이상 폭증했다.

추병양 무역보험공사 리스크관리본부장은 "대외적인 변수가 많고 침체 위험이 큰 만큼 공사 안에 '금융위기 비상상황 점검 태스크포스'를 구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보험에 가입하겠다는 국내 기업들도 쇄도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무역보험 가입액은 140조원으로 작년 같은 달 125조원에 비해 12%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바이어 도산 등에 따라 한국경제 성장동력인 수출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제 때 받지못한 수출대금…재고늘고 출고는 줄고

광공업 생산이 두 달째 하락한 가운데 주력 수출제품군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월 대비 자동차 -6.7%, 석유정제 -5.4%, 반도체ㆍ부품 -3.0%, 화학제품 -3.2%, 컴퓨터 -6.9% 등이 하락했다. 영상음향통신도 0.5% 증가에 그쳤다.

8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80.5%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 재고는 3.1% 증가했고, 출하는 0.6% 감소했다. 출하 대비 재고비율이 6월 이후 석 달째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예상만큼 수출을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재고 증가는 경기가 좋을 때는 향후 수요에 대비해 나타나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판매 감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 함께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과 같은 100.9였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제자리에 머물렀다. 지난 5월 이후 석 달간 두 지표가 동반 상승하던 흐름이 끊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생산의 구성요소 중 광공업을 제외한 서비스, 건설업, 공공행정은 모두 전월 대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 말대로 서비스 생산은 8월에 0.5% 증가하는 등 4개월 연속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과 공공행정은 지난 7월에 각각 전월 대비로 16.5%, 21.1% 급감했다는 점에서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헌철 기자 / 이상덕 기자]


2. [매일경제][매경 MBA] 中레노버, 美서 존경받는 이유

대기업의 임원이 지식경제부나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를 찾아가 점심식사를 하는 광경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상당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면 특혜를 얻기 위한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기업의 '대관(對官)업무' 뒤에는 '특혜'나 '정경유착', '뇌물'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대관업무로만 한정할 수 없는 '공공관계활동', 즉 PA(Public Affairs)는 지금의 기업들에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IBM의 싱크패드(Thinkpad) 사업부를 인수한 중국 기업 레노버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전략으로 자연스레 인지도를 넓혀갔고 미국 의회의 신뢰를 얻었다. 인도에서는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무료로 치료제를 배포하면서 인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얻었고 인도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글로벌 정유회사 발레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정책기관이나 국민들을 상대로 한 소통작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3. [매일경제]경조사비 인플레에 짓눌린 한국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A씨는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경조사비로 340만원을 썼다. 얼마 전 취업한 둘째딸의 첫 월급보다 많은 액수다. 그 달에 유독 상례가 많았고 자식의 결혼을 알려오는 청첩도 많았던 탓이다. 그는 "현직도 아닌데 여기저기 챙겨야 할 경조사비로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A씨는 월 평균 150만~200만원을 경조사비로 지출한다고 한다. 사회 다른 고위직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

전ㆍ현직 장ㆍ차관을 비롯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8명), 최고경영자(CEO) 등 대기업 임원(10명), 중소기업ㆍ자영업체 사장(10명)과 대학교수(4명) 등 한국사회 고위직 27명의 사례를 직접 들어본 결과, 이들은 한 달에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경조사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조사비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들에겐 1회 경조사비 기본 비용이 최소 10만원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30만원 이상 50만원을 지출하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당연히 고위직에 있거나 퇴직했을수록 경조사비 지출 규모가 컸다.

대부분 "뿌린 대로 거둔다. 그래도 OO인데 가봐야지…"라는 관계 중시 심리와 체면치레, 품위유지 관행이 작용했다. 여기에 경조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도 경조사비 거품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갑을관계에 따라 성의표시 혹은 로비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관혼상제가 갈수록 대형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경조사비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다.

예컨대 서울 시내 S호텔 700석 규모 대연회장에서 예식을 치를 경우 하객 1인당 식대 10만원, 꽃장식 2000만원, 무대연출비용 500만원과 세금 및 봉사료 등을 포함해 예식에 드는 기본 비용만 1억5000만원 정도다. 각종 옵션과 스튜디오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을 합친 이른바 '스드메' 비용 수백만 원이 더해지면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2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민 전체(20세 이상 인구 기준)의 경조사비 규모는 올해 9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막대한 경조사비 거품을 확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혼상제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결혼과 장례가 각각 59.6%, 66.9%에 달했다.

◆ 경조사비 직장인`월급도둑`1순위

문제는 경조사비 인플레이션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까지 경조사비에 대한 과도한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3만원은 '택시로 치면 기본요금'이 돼 버렸고, 경조사비로 월 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계 경영컨설팅업체 전무인 이 모씨(45)는 "회사 상사나 친한 후배 등 앞으로 '관리'해야 할 사람들의 경조사는 신경이 쓰여 10만원 이상 낸다"며 "적게 내면 빚을 지는 것 같아 꺼림칙하고 내자니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수 이 모씨(50)의 경우 장례식 조의금만 매달 40만원 정도다. 이 교수는 "경조사비는 성의를 표시하는 건데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내다 보니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내게 되는 것 같다"면서 "보통 경조사비는 홀수로(1만, 3만, 5만원) 내는데 경조사비 인플레이션으로 언젠가부터 10만원, 20만원, 30만원 등 '짝수'가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들에게 경조사비는 월급을 갉아먹는 '도둑'처럼 변해버렸다. 결혼 적령기를 맞아 가뜩이나 주변에 결혼하는 선후배, 친구들이 많은데 회사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들까지 챙기느라 주말에 쉴 틈이 없다. 대부분 인연과 네트워킹, 미래에 대한 투자로 경조사비 비중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차 대기업 직장인 최 모씨(28)는 지난 5월에 100만원을 경조사비로 낸 적이 있다. 최씨는 "시즌에는 매주 말, 하루에 두 탕은 기본이었다"며 "요즘은 직접 가지 않고 계좌번호를 받아서 돈만 부칠 때도 많다"고 말했다.

[김경도 기자 /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4. [매일경제][포토] 깊어가는 백두산의 가을

백두산에선 벌써 만추(晩秋)가 지나가고 있다. 지난 9월 말 장백폭포 주변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캐논 EOS5D 마크2 카메라, EF50㎜ 렌즈, ISO 100, 셔터속도 1/80초. 조리개 F13으로 촬영.

[사진 제공=김진홍 작가 / 문의 010-3326-8682]


5. [매일경제]서울 버스·지하철 200원씩 요금인상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2007년 4월 이후 약 4년6개월 만에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추진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11월 중 100원 올린 후 내년 상반기 추가로 100원 인상할 방침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기본운임이 900원인 지하철과 간선ㆍ지선버스 요금은 11월 1000원, 내년 상반기 중 다시 1100원으로 오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환승 할인 등으로 대중교통 운영기관의 적자 누적이 심해지고 있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편 요금도 10월 1일부터 5년 만에 전격 인상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인건비 및 물가 상승을 반영해 우편 요금을 20원(50g 이하 중량별) 인상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우편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국제우편 요금도 2002년 이후 9년 만에 인상된다. 항공서간과 항공엽서는 각각 20원이 인상된 420원과 370원으로, 선편엽서는 10원 인상된 260원으로 조정된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엽서용 우표를 현재 220원에서 240원으로, 보통우표는 250원에서 270원으로 각각 20원 인상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석기 기자 / 채수환 기자]


6. [매일경제]대출 죄자 가계대출금리 급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했지만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급등해 서민층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2011년 8월 금융사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은행권 가계대출금리가 전월보다 0.12%포인트 상승한 5.58%로 급등했다.

이는 2010년 3월 가계대출 금리가 5.8%를 기록한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8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가계대출 이자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체 가계대출(잔액기준) 금리도 5.86%까지 치솟아 2009년 2월(5.98%)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서민층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문지희 조사역은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예금은행과 비은행기관들의 대출금리가 8월 중 하락세를 보였지만 가계대출 금리만 반대로 움직였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발맞춰 은행들이 가계대출금리만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7월 말 현재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통틀어 가계대출 규모는 622조원으로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6200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한편 8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은행권 저축성 수신금리는 0.02%포인트 떨어진 3.77%에 머물렀지만 상호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오히려 전월보다 0.11%포인트 오른 5.36%로 상승했다.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렸다는 분석이다.

[박봉권 기자]


7. [매일경제]구리값 이달 23%급락…경기침체 깊어지나

제조업 경기와 주가 전망의 가늠자 구실을 해 '닥터 쿠퍼'란 애칭을 갖고 있는 구리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구리 가격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5.61% 급락한 데 이어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파운드당 4.2달러이던 가격이 30일 현재 3.2달러 선까지 주저앉아 23%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5.6% 떨어져 구리의 하락폭이 훨씬 크다.

시장은 가격 하락폭이 20%를 넘으면 약세장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최근 구리값 하락폭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선 제조업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구리는 전선뿐만 아니라 전자산업과 중공업 등의 산업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중국과 미국이 1, 2위를 다투며 소비량이 많다.

두 나라의 경기전망이 밝아 구리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로 수요가 줄면 가격이 하락한다. 중국의 경제 둔화가 구리 가격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HSBC가 발표한 중국 제조업 지수는 9월까지 3개월 연속 기준점 50을 밑돌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야 할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세관당국은 올해 중국의 구리 수입량이 지난해에 비해 26%나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레이더들은 구리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지난달 말 발표한 통계를 보면 구리 가격 상승보다 하락에 베팅한 포지션이 더 많았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리 가격은 2008년 12월 최저가로 떨어졌다. 3개월 후인 2009년 3월 주식시장은 바닥을 찍었다. 올해 3분기 구리값 하락폭은 24.5%로 리먼 쇼크 당시인 2008년 4분기 이래 분기별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전례대로라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구리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가 30일 향후 구리 가격 전망에 대해 애널리스트 11인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5명은 '상승', 4명은 '하락', 2명은 '보합'으로 응답했다. MKM파트너스의 캐티 스탁턴은 "리먼 쇼크 당시 구리와 주식 가격은 3개월 시차를 두고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면서 "주식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기 전에 구리 가격의 상승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찬동 기자]


8. [매일경제]`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청년창업자 2인

청년 기술창업자 육성이라는 목표로 올해 3월 문을 연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서서히 땀의 결실을 맺고 있다. 입교생 총 224명 중 40여 명이 매출을 거두고 있고 총 매출액은 50억원을 넘어섰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공식 후원하는 매일경제신문이 그 땀의 현장을 찾아가 창업자들을 만나봤다.

◆ 권종익 아이펫브랜드 대표 "동물용품 名家 키울 자신감 아이폰앱으로 120국서 홍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창업 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권종익 아이펫브랜드 대표(29)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물용품 판매 업체인 아이펫브랜드를 설립했다.

하지만 그냥 순수한 열정만으로 뛰어든 풋내기 기업인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말 그대로 영업 쪽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학교를 다니던 그가 처음 물건을 팔아본 것은 2008년 6월 우연히 뉴질랜드에 갔다가 녹용으로 만든 동물영양제가 출시됐다는 말을 듣고 소량만이라도 국내에 가져와 유통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한 달 동안 서울 강남, 삼성, 압구정 등 소위 부촌 지역 동물병원과 용품점 200여 곳을 돌아다녔지만 약장수 취급을 당하며 쓴맛을 봤다.

그가 설립한 아이펫브랜드는 동물용품 개발ㆍ유통업체다. 아이폰에 앱을 만들어 현재 4개 국어로 서비스하고 있고 120개국에 배포돼 있다. 이 앱은 간단한 동물 질병 진단과 함께 동물용품 등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이달 쇼핑몰 오픈도 앞두고 있다.

권 대표는 "아직까지 동물용품 분야에서는 유명한 브랜드가 없다. 아이펫브랜드를 동물용품 전문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펫브랜드 시제품은 다음주에 나온다. 또 뉴질랜드 업체가 만드는 영양제에 다른 성분을 첨가해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영양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권 대표는 "올해 매출 2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관학교 안에서도 지독한 일벌레로 유명한 그는 "새벽 3시께 사관학교 내 사무실을 나서면 아직도 켜져 있는 다른 사무실들을 바라보며 경각심을 갖는다"며 예비창업자로서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박준형 기자

◆ 정종찬 아이테크코리아 대표 "다기능 車 룸미러 블랙박스해외수출로 연내 30억 매출"

"룸미러 블랙박스에 관한 사업 구상을 한 지는 10년쯤 됐지만 정작 사업에 본격 나서게 된 것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와서 가능했죠. 연말까지 수출 등으로 매출 30억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종찬 아이테크코리아 대표(44)는 차량용 룸미러 블랙박스를 만들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14개국에서 샘플 주문을 받았다.

그가 만든 블랙박스가 기존 제품과 다른 점은 스마트폰과 연동이 된다는 것. 스마트폰과 연결한 뒤 앱을 활용해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도 있고, 게임을 즐기고 뉴스를 볼 수도 있다. 전후방 카메라로 감시하는 2채널 블랙박스 가격이 50만원. 고급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다.

낙생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접착제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던 그는 2001년 성남에 있는 한 대로에서 사고를 목격한 사람을 찾는 현수막을 보고 차량용 블랙박스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곧바로 사업 아이디어를 특허 등록했지만 실제 창업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물건만 만들어 놓고 다음 단계는 뭘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곳에서 많이 배웠죠. 지원자금 6400만원도 시제품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됐어요." 10년간 기울인 노력이 현실로 이뤄졌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국내보다는 브라질 미국 일본 등 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남에 위치한 아이테크코리아에는 근로자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문 물량이 많아지면 제품 조립은 외주를 줄 생각이다. 정 대표는 아침에는 사관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거나 제품 연구에 몰두하고 오후 3시께 성남 공장으로 출근해 밤 10시 넘게까지 일을 한다.

▶ 청년창업사관학교는

경기도 안산 소재 중소기업연수원에 자리 잡은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말 그대로 쓸 만한 창업자를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에 따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주관으로 운영하는 기술 창업자 양성 기관이다. 지난 3월 문을 열어 내년 2월까지 1기를 운영하는 창년창업사관학교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1대1 창업컨설팅과 함께 기술 지원은 물론 평균 700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으로 100여 명을 모집하는 1차에만 신청자가 391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이후 5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입교생을 선발했다.

입교 이후 교육생들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다잡기 위해 중간 탈락자를 내보내기도 했다.

현재 입교자 224명(지방 입교자 포함)이 창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2월 졸업 후 창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송종호 중진공 이사장은 5월 입교식을 앞두고 "창업자 1인당 10억~20억원을 지원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준형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9. [매일경제]`톰 번` 무디스 부사장 美코리아소사이어티 강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2008년보다 강해졌다며 대외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진단을 내렸다. 다만 과다한 가계부채는 향후 국가신용등급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톰 번 무디스 아시아ㆍ중동담당 국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강연하면서 "한국 정부와 은행 부문이 2008년보다 강해져 유로존 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위기의 파고를 잘 견뎌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급격히 감소한 점을 강조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80%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외채 상환 능력이 건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 예대율이 최근 100% 미만으로 하락한 점도 높이 샀다. 번 국장은 "지난해부터 당국이 미리 개입해 은행들 예대율을 2008년 120% 수준에서 최근 98%까지 낮췄다"며 금융 부문 건전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국 은행 부문은 유럽이나 미국 은행처럼 그리스와 아일랜드 같이 위기를 겪는 국가에 대한 대출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환보유액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한 해 동안 외환보유액이 600억달러나 빠져나갔지만 이번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한국 외환보유액은 중국처럼 과도하지 않고 충분히 적절한 수준이란 점에서 위기 때 단기적인 버퍼(충격완화장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해 "저축은행 부문 수신 규모는 전체 금융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며 "저축은행 사태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릴 정도로 파괴력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도 탄탄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26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액은 모두 68억달러지만 2008년엔 9월까지 320억달러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거시경제 건전성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번 국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우리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오히려 높였다"며 올해 한국이 3.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로존 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도 이보다 낮아질 수 있겠지만, 내년 이후에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한국 정부 부문도 2008년 위기 직후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가신용등급이 비슷한 국가들보다도 우수하다고 진단했다.

번 국장은 다만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가계 부문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했다"며 "주택시장이 붕괴되면 전체 은행시스템에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은행들은 현재 (전체 자산 중)가계부채 비중이 높고 외화자금 조달 구조도 취약하다"며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 안정되고 은행 부문 리스크가 줄어야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부문에서 국책은행이나 정부 소유 은행의 비효율성도 은행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 국장은 "당분간 한국 신용등급을 현재 A1과 '안정적' 전망에서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앞으로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10. [매일경제]경조사비에 짓눌린 한국…지도층 앞장서야 `祝華婚`거품 빠진다

과도한 경조사비 거품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경조사비 관행'을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리에 따라 경조사비 금액이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단순한 인사치레로 경조사를 모두 챙겨야 한다는 심리도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얼마나 경조사비 거품이 심각한지는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은퇴한 전직 고위공직자(1급) 김 모씨(59)는 "(은퇴해서)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 이 정도지 현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경조사비 액수가 배나 더 든다"면서 "경조사비가 부담돼 연락을 끊어버린다는 다른 퇴직자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 대기업 사장인 이 모씨(57)는 한 달에 평균 500만원가량 경조사비를 지출한다. 워낙 주변관계를 중시해온 성격 탓도 있지만 사업 성격상 챙겨야 할 '갑'이 많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젠 결혼식장이든 장례식장이든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경조사비만큼은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잘 실천(?)하고 있는 사례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경조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회 전ㆍ현직 고위직들의 경우 해외출장이나 휴가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에 있으면 경조사를 직접 챙기지 않아도 되는 '면책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 CEO를 지낸 유 모씨는 "꼭 경조사비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해외출장이나 휴가가 과도한 경조사비 부담을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조사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액수를 줄이면서 동시에 다른 방식으로 서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문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에서 경조사비는 최소 1만엔(약 14만4000원)으로 한국에 비해 높고 사회지도층은 5만~10만엔 내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경조사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꼭 와줬으면 하는 사람만 초청하고 하객도 신랑ㆍ신부와의 관계에 따라 참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처럼 '명함 한 번 교환한' 모든 지인을 부르지 않고 '인맥' 때문에 경조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경조사에 들어가는 경비 부담이 경조사비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호텔 결혼식에서 결혼하는 사례가 늘고 대형 장례식장에서 수백 개 화환을 진열하면서 치르는 상례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조사비 과다지출 주범인 식대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장례식만 해도 장례식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음식값으로 나가고, 결혼식은 식비가 전체 비용의 65~70%를 차지한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임 모씨(30)는 "식대를 낮출 수 있다면 결혼식 비용이 줄어들고 '밥값'을 신경 쓰는 하객의 부담도 덜 수 있어 경조사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객들이 '최소한 밥값이 5만원 이상 할 텐데 축의금도 5만원 이상은 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조사 때 내놓는 음식 비용을 줄이면 경조사비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에서는 장례식 때 다과만 내놓는 사례도 많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도한 경조사 비용이 하객들의 경조사비 부담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회 지도층부터 허례허식을 줄이고 비용을 간소화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도 기자 /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11. [매일경제]▶ 3번에서 계속 : 경조사비 직장인`월급도둑`1순위

문제는 경조사비 인플레이션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까지 경조사비에 대한 과도한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3만원은 '택시로 치면 기본요금'이 돼 버렸고, 경조사비로 월 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계 경영컨설팅업체 전무인 이 모씨(45)는 "회사 상사나 친한 후배 등 앞으로 '관리'해야 할 사람들의 경조사는 신경이 쓰여 10만원 이상 낸다"며 "적게 내면 빚을 지는 것 같아 꺼림칙하고 내자니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수 이 모씨(50)의 경우 장례식 조의금만 매달 40만원 정도다. 이 교수는 "경조사비는 성의를 표시하는 건데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내다 보니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내게 되는 것 같다"면서 "보통 경조사비는 홀수로(1만, 3만, 5만원) 내는데 경조사비 인플레이션으로 언젠가부터 10만원, 20만원, 30만원 등 '짝수'가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들에게 경조사비는 월급을 갉아먹는 '도둑'처럼 변해버렸다. 결혼 적령기를 맞아 가뜩이나 주변에 결혼하는 선후배, 친구들이 많은데 회사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들까지 챙기느라 주말에 쉴 틈이 없다. 대부분 인연과 네트워킹, 미래에 대한 투자로 경조사비 비중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차 대기업 직장인 최 모씨(28)는 지난 5월에 100만원을 경조사비로 낸 적이 있다. 최씨는 "시즌에는 매주 말, 하루에 두 탕은 기본이었다"며 "요즘은 직접 가지 않고 계좌번호를 받아서 돈만 부칠 때도 많다"고 말했다.


12. [매일경제]남쪽서 설 땅 잃은 제조 中企들 북한서 두자릿수 성장 `신바람`

◆ 개성공단은 지금 ◆

"봉제공장으로 작년 대비 15% 이상 매출이 신장했습니다. 남쪽에서라면 이게 가능했겠습니까?"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나인모드 대표)은 "요즘 같은 때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 남한에서 제조업으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회사를 찾기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대부분 개성공단 진출 업체들은 월 생산계획에 따라 정규 근무시간 외 야근과 특근을 통해 생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화학원료를 사용하는 신발 등과 같은 업종은 기계를 세워둘 수 없기 때문에 매일 24시간 철야 가동도 하고 있다.

옥 부회장은 "북측 근로자들도 수당을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야근, 특근을 자원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남북 당국만 조용하면 개성공단은 아무런 걱정 없이 잘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별로 없었던 올해 개성공단 생산액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으로 어수선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크게 신장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 1~7월 개성공단 총 생산액은 2억266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생산액(1억8613만달러)보다 21.7% 증가했다. 월평균 생산액도 3000만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투자를 전면 동결한 '5ㆍ24 조치'가 아직 유효한 가운데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 대부분이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보면 놀라운 성장세다. 개성공단 123개사의 약 60%가 섬유ㆍ봉제 업종으로 개성공단에서 보란 듯이 재기한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의 최대 애로 사항은 '5ㆍ24 조치'다. 이 조치 이후 대북 투자가 전면 동결되면서 신축 중이던 공장 건설이 중단된 채 1년 이상 방치돼 있다. 옥 부회장은 "정부가 '5ㆍ24 조치'를 해제하고 과감하게 베푸는 대북 정책을 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용성 기자]


13. [매일경제]`백화점·공정위` 수수료인하 팽팽한 신경전

대형 유통업체들의 중소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발표를 앞두고 백화점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과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자발적 인하 계획에 합의하고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인하폭을 내놓아야 하지만 공정위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공정위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3사에 따르면 업계는 늦어도 10월 말까지 중소업체 판매수수료 인하폭과 적용 대상 납품 중소기업 등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유독 백화점 업계를 상대로 할인점ㆍ홈쇼핑 업계보다 높은 수준의 판매수수료 인하 계획을 요구하고 있어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판매수수료 인하폭이 낮을 경우 공정위가 백화점 업계의 시장 불공정 행위를 대대적으로 조사할 계획이어서 진퇴양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독과점 구조에서 손쉽게 과실을 향유해 온 백화점 업계가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보다 각별히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다른 업계는 몰라도 백화점들은 지난달 합의한 인하폭(3~7%포인트) 구간에서 평균인 5%포인트보다는 큰 결정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백화점 업체는 공정위와 수수료 인하폭에 대한 세부 협의를 진행했지만 서로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협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공정위가 판매수수료 인하와 별개로 "영업이익의 최대 10%를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를 긴장시켰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그런 요구를 한 사실이 없다. 수수료 인하폭도 우리가 나설 게 아닌 업계가 자율 결정할 사안"이라고 부인했지만 업계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가 문서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계속 압박을 해놓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유통업체 반발이 심하니까 한 발 빼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곧 시장 불공정 행위를 겨냥한 직권조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말이 자율 결정이지 이달에 어떻게 인하폭을 결정해 내놓을지 답이 안 나온다"고 답답해 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동반성장 효과가 높으면 조사 면제 등 상당한 인센티브도 제공될 것"이라며 업계의 과민반응을 경계했다.

[심윤희 기자 / 이재철 기자]


14. [매일경제]카드사 과당경쟁금지 `특단의 대책` 안먹히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카드업계에 무리한 카드 발급을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렸음에도 전업 카드사들은 2분기에 모집 비용을 32% 더 늘렸다.

전업계 카드사들이 지출한 모집 비용은 1분기 1668억원에서 2분기에 32% 늘어난 220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KB국민카드는 분사 효과에 따라 1분기 222억원에서 2분기 749억원으로 늘었고, 삼성카드는 345억원에서 434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한카드 역시 370억원에서 377억원으로 늘었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모집 비용을 줄이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오히려 업계 1~3위 카드사들이 비용을 경쟁적으로 늘렸던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당국이 지난 6월 초 발표한 외형경쟁 차단 특별대책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대책을 발표하며 올해 하반기부터 카드사별 마케팅 비용 증가율의 상한선을 '올해 상반기 대비' 증가율로 정했다. 카드사들로서는 하반기 마케팅 비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6월에 집중적으로 비용을 늘린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올해 하반기 마케팅 비용 증가율을 제한하면서 '지난해 말 대비'와 '올해 상반기 대비' 중 하나를 업체가 선택하도록 했다"며 "이러다보니 올해 하반기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상반기 카드사 중 마케팅 비용을 무리해서 늘린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외형경쟁이 최고 수준에 달했던 올해 1분기의 마케팅 비용은 더 이상 늘릴 수 없을 정도인 한계 수준"이라며 "2분기에 마케팅 비용을 더 늘렸다는 것은 심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카드사들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마케팅 비용 지출에 관한 통계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통계가 공개된 모집 비용도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마케팅 비용 역시 1분기에 비해 2분기에 상당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카드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자연히 마케팅 비용도 낮추게 될 것이기에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승진 기자]


15. [매일경제]해외자원개발 예산 논란불구 9.8% 증액

외국을 포함한 자원 확보 분야에 대한 내년 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9.8% 늘어난 1조3099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예산(출자)은 올해 7100억원에서 내년 7603억원으로, 광물자원공사는 올해 1800억원에서 내년 22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나게 된다. 반면 성장동력과 직결돼 있는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은 올해보다 3.5% 늘어나는 데 그친 4조6843억원으로 책정됐다. 또 바이오의료기기(-5.4%)나 로봇(-5.6%) 등도 올해보다 예산이 더 축소됐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0일 제4차 정책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보다 2.1% 증가한 총 16조1361억원을 내년 예산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을 올해 14%에서 내년에는 20%대로 높일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국외 자원 분야에 대한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예산 배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 중인 자원외교를 집권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국외 에너지ㆍ광물자원 개발ㆍ조사와 실질적인 개발 활동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에도 총 3000억원에 달하는 융자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원개발 양해각서(MOU) 중 상당수가 불발로 끝났고 투자회수율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경제와 직결돼 있지 않은 자원 개발 분야 예산이 너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29일 광물자원공사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진표 의원(민주당)은 "참여정부 5년 동안 자원 분야 투자회수율은 25%였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3년 동안 누적 회수율이 16%대로 떨어졌다"며 "너무 빠르게 상당한 국외 자원 개발사업들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경부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R&D 지원 예산 가운데 인건비 비중을 올해 30%에서 내년에 40%로 높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R&D 분야에서 고급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별도로 예산 45억원을 편성해 성과공유제 확산, 대ㆍ중소기업 생산성 혁신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채수환 기자]


16. [매일경제]하나금융, 미래저축銀 2대 주주로

하나금융지주 계열사가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0일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이 최근 미래저축은행이 실시한 86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145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투자로 하나캐피탈은 미래저축은행의 보통주 290만주를 취득하게 됐다.

이번 투자로 하나캐피탈은 9.93%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해 김찬경 회장의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미래저축은행의 사실상 2대주주가 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캐피탈과 저축은행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돼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유상증자와 후순위채권의 출자전환 등으로 1100억원이 넘는 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5% 이상으로 끌어 올리며 탄탄한 파트너를 얻게 됐다.

[김인수 기자]


17. [매일경제]▶ 1번에서 계속 : 떼이는 수출대금 급증

광공업 생산이 두 달째 하락한 가운데 주력 수출제품군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월 대비 자동차 -6.7%, 석유정제 -5.4%, 반도체ㆍ부품 -3.0%, 화학제품 -3.2%, 컴퓨터 -6.9% 등이 하락했다. 영상음향통신도 0.5% 증가에 그쳤다.

8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80.5%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 재고는 3.1% 증가했고, 출하는 0.6% 감소했다.

출하 대비 재고비율이 6월 이후 석 달째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예상만큼 수출을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재고 증가는 경기가 좋을 때는 향후 수요에 대비해 나타나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판매 감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와 함께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과 같은 100.9였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제자리에 머물렀다. 지난 5월 이후 석 달간 두 지표가 동반 상승하던 흐름이 끊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생산의 구성요소 중 광공업을 제외한 서비스, 건설업, 공공행정은 모두 전월 대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18. [매일경제]교육자금 따로 떼 운용하고 목돈은 연금보험에 넣어라

Q. 서울에 살고 있는 박진국(51ㆍ가명)입니다. 저와 아내(49) 모두 전문 분야에서 20여 년간 일해왔기 때문에 부부 공동명의의 집과 작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기적인 수입은 제 연봉 3억원과 아내의 연봉 1억원(상가 임대수입 포함)을 합쳐 약 4억원입니다.

현재 금융자산은 12억원 정도가 있습니다. 아들과 딸은 외국에서 대학과 사립고등학교에 재학 중인데 매년 1억50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늦둥이 막내딸은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건강상의 문제로 조기 은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후 대비 등을 위해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2년까지만 직장생활을 한다는 가정하에 금융자산의 재테크 방향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부탁드립니다.

흔히 사람들은 재무설계와 재테크의 개념을 혼동한다. 하지만 두 가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재테크는 자산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재무설계는 재무목표를 먼저 설정한 뒤에 장단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인생 전반에 필요한 자금을 필요한 때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그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다.

전문직 부부인 주인공도 무엇보다 재무설계의 첫 단추인 재무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학 중인 대학생, 고등학생 자녀의 학비와 늦둥이 막내딸의 교육비 지출액이 상당하고 남편은 건강상의 문제로 2012년 말에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무목표는 당연히 자녀의 교육자금과 부부의 노후자금 마련이 중심이 돼야 한다.

먼저 유학생 두 자녀의 교육비가 연간 1억5000만원씩 향후 3년간 필요하고, 둘째 아이는 추가로 3년간 7500만원씩 소요된다고 가정하고, 막내딸의 교육비도 감안한다면 적어도 8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3년부터 부인만 일을 하게 될 텐데, 이 시점부터 매월 고정적인 수입을 예상해보고 적정 생활비 수준의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금액을 산출해볼 필요가 있다. 부인의 연간소득이 상가 임대수입을 포함해 1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부인이 언제까지 일을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즉 현재 금융자산과 퇴직금을 고려해 15억원 정도의 준비자산으로 물가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을 고려해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우선 이 중에서 교육비는 따로 떼어서 안정성 위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자금 목적으로 5억원을 배분하고 연 목표수익률 7% 정도로 운용전략을 세워보자. 연 5% 정도의 확정금리형 상품과 연 10% 정도의 투자형 상품(펀드 또는 ELS 등) 등에 분산 투자하면 8억원에 달하는 교육비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남편 은퇴 이후인 2013년 시점부터의 현금흐름표를 대략 구상해 보더라도, 교육자금을 목돈으로 따로 떼어서 불려나가지 않으면 향후 현금흐름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연금보험 가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인을 피보험자로 해 30년 보증형, 혹은 100세 보증형 종신연금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3억원 정도 가입하고 10년 거치 후(부인 59세) 연금을 개시하면 대략 월 200만원의 연금을 피보험자인 부인의 생존 시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확정금리형 종신연금보험과 더불어 변액연금보험의 가입도 함께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또한 피보험자를 부인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실손의료비보장보험에도 가입하는 것이 좋다. 남편이 건강 문제로 가입이 안 될 경우라도 아내와 막내딸의 의료비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배분하고 남는 자금은 비상예비자금을 떼어놓고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볼 수 있다.

단기, 중기 목적의 투자자금은 주가연계상품(ELS)과 국내주식형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 목적의 투자자금은 국내우량주식과 글로벌채권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3년 정도 투자한다면 연 10~12% 정도의 목표수익률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에서 촉발된 경기 재침체 우려, 유럽 재정 리스크로 인한 신용 위험지표 상승, 중국의 긴축과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투자 환경이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해 당분간 현금 비중을 유지하며 투자시점을 분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주기적으로 목표수익률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리뷰하고 재조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리 = 손일선 기자]


19. [매일경제][환전의 기술] 기러기아빠 어떻게…

열흘 새 등락폭만 60원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환율. 기러기 아빠나 외국 유학생을 둔 가정은 점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환율 급변동기에 국외 송금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개인의 국외 송금은 사실상 환헤지 방법이 없다. 그만큼 환율 급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선물환계약을 체결해 환율을 일정 수준에 고정시키곤 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선물환계약은 해외 펀드 가입 용도에 국한된다. 유학생 송금 등 목적으로는 선물환 계약 체결이 안 된다.

이에 따라 환율 급변동기에는 별도의 국외 송금 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우선 필수학비 등 꼭 필요한 송금이 아니면 송금 액수를 줄이고 송금 시기도 미루는 것이 원화값 급락에 대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환율 변동 추이를 살피며 필요한 달러를 분할 매수하는 것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외 펀드에 투자한 고객이라면 보유한 외화자산을 현재 높은 달러값으로 미리 매도하는 것도 재테크 방법이다.

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적립식 외화예금을 활용하는 것도 환율 급변기에 추천할 만하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환율 변동 추이를 봐 가며 외화를 분할 매수해 조금씩 외화로 적립해 두면 평균 환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외화로 가입하는 정기적금은 매월 일정액에 해당하는 외화를 매입하기 때문에 환차익에 따른 이익도 작지만 그만큼 손실도 작다. 적립식 펀드처럼 변동성 영향을 덜 받게 된다.

[최승진 기자]


20. [매일경제][표] 은행 정기예금 금리


21. [매일경제][표] 외국환율고시표 (9월 30일)


22. [매일경제]유로존 물가 3년래 최고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물가가 2008년 10월 이후 35개월 만에 최고치인 3%로 치솟았다.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8월 연율로 2.5%였던 물가가 9월 3.0%로 급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8월 이래 가장 높은 것이자 예상을 웃도는 상승폭이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긴축 조치 속에서 유로존 서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또 재정위기와 경기침체를 고려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온 유럽중앙은행(ECB)의 운신 폭도 좁아졌다.

한편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유럽발 금융위기가 또 다른 세계 대공황을 불러오려 한다"며 유로존 재정위기를 막기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제2 대공황을 막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칼럼에서 그는 "전 세계가 또 다른 대공황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유럽 위기를 구제할 세 가지 '담대한(Bold)'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안한 세 가지 담대한 방안은 △유로존 공동 '재무부' 설립 △은행들에 대한 ECB의 보증ㆍ재자본화 지원과 감독권 확보 △재정위기 국가 국채를 ECB가 저리에 매입하는 것 등이다.

그는 현재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레버리지(차입)를 통한 지원 확대는 일시적인 효과만 줄 뿐이고 기대감이 무너지면 금융시장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경고해온 소로스는 "그리스 디폴트 위기가 유로존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벽을 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국채를 보유 중인 유럽 주요 은행들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EFSF를 이들 은행에 대한 보증ㆍ재자본화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지원 대가로 ECB가 해당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ECB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재정위기 국가 국채를 한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또 다른 부채 위기 압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23. [매일경제]노벨평화상 올해도 깜짝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010년 류샤오보에 이어 올해 노벨평화상도 흥미로운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달 7일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에 따라 노벨위원회가 또다시 '깜짝 수상'을 통해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아랍의 봄' 주역 가운데서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는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와엘 그호님,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4ㆍ6청년운동' 지도자 이스라 아브델 파타,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이끈 리나 벤 멤니 등이 선두주자"라고 전했다.

넬슨 만델라부터 테레사 수녀까지, 노벨위원회는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 그 과정에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2009년, 2010년과 같이 극심한 반발을 산 경우는 드물다. 2009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한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를 감축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0년 시상식에는 그해 수상자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참석하지 못하고 빈 의자만 등장했다.

중국 정부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중국 법체계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김규식 기자]


24. [매일경제]中 남중국해 전쟁론 파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베트남 필리핀 등과 대립 중인 중국에서 '무력 사용론'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비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에너지기금위원회 룽타오 전략분석가는 최근 관영 환구시보에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사용할 때가 왔다'는 글을 기고해 남중국해 문제 해결에 전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필리핀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에 일부 중국 네티즌까지 맞장구를 치면서 룽타오 주장은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퍼졌다. 그의 글에는 지지 견해를 밝히는 댓글 2000여 개가 달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룽타오는 "목소리를 내는 자들, 즉 베트남과 필리핀을 당장 단속해야 한다"며 "두 나라에 대한 처벌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중국해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국가들과 소규모 전쟁을 벌이기에 '이상적인 전쟁터'라며 중국이 전쟁을 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룽타오는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분쟁은 피해야 한다"는 일부 온건파 학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며 중동 문제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두 번째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장쑤성 롄윈강발전연구원의 쑨페이쑹 원장이 룽타오 견해에 반박하는 글도 함께 실었다. 하지만 쑨 원장 주장에는 '반역자'라고 비판하는 댓글 1000여 개가 달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트남과 필리핀이 중국을 코너에 몰면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 전직 인민해방군 대령 말을 인용했다. 니러슝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전쟁을 할 능력이 있지만 (중국)지도부가 아직 용기와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25. [매일경제]美 최대은행 BOA 부도위험 또 최고

미국 최대 소매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파산설과 매각설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BOA는 6월 말 기준 자산 규모 1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최대 은행이다.

부도 위험을 대변하는 BOA의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9일 4.03%포인트로 치솟았다. '리먼 쇼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르렀던 2009년 3월 30일 기록한 전고점 4.00%포인트를 넘어선 수치다.

BOA의 CDS프리미엄이 급등한 이유는 모기지증권 소송과 자본확충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지난 금융위기 때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에서 인수한 25억달러의 악성 모기지 자산이 BOA 발목을 잡고 있다.

BOA는 올해 2분기 총 88억3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BOA는 "지난 6월 골드만삭스, 블랙록, 메트라이프 등 22개 기관투자가에게 부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판매와 관련해 85억달러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뉴욕 소재 대형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문제가 많았던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면서 BOA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에서 매입한 모기지 증권 값이 폭락하자 모기지 대출자의 자격요건, 담보가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보상을 요구했다. FBR캐피털은 "최근 BOA에 대한 모기지 재매입 소송 규모가 개별적으로 추산하면 4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BOA는 최근 워런 버핏에게서 우선주 형태로 50억달러를 출자받았고, 중국 건설은행 지분 5%를 팔아 83억달러를 조달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다. 설상가상으로 버핏과 맺은 계약 내용이 공개되면서 'BOA 자본상태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는 의심이 퍼졌다.

BOA는 버핏이 투자한 50억달러의 우선주에 대해서는 주당 6% 배당수익률을 보장했다. 버핏은 BOA 보통주 7억주를 주당 7.14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도 얻어 벌써 8월 25~26일 이틀 동안에만 4억3400만달러의 평가차익이 발생했다. 현재 주가는 버핏에게 보장된 행사가격을 밑돌고 있다.

자기자본을 크게 늘려야 하는 것도 BOA에 악재다. 바젤Ⅲ 자기자본 규정에 따르면 2013년까지 자기자본비율을 9.5%까지 높여야 한다. 하지만 BOA는 지난 6월 모기지 소송 비용 증가 등으로 2013년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8%에서 6.75~7%로 내린 상태다. 결국 자기자본비율을 최대 2.75%포인트 늘려야 한다.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BOA가 자기자본비율을 1%포인트 올리기 위해서는 자금 180억달러가 소요된다. 결국 BOA에 필요한 자금은 모두 500억달러에 달한다. 이 비용은 은행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비용일 뿐 은행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

상황이 악화되자 무디스는 부실 모기지 자산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BOA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 불과 일주일 전 BOA는 직원 3만명을 줄이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비용 50억달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무디스는 비용 절감 대책과 별도로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은 미국 정부 입만 쳐다보고 있다. 딕 보브 로치데일증권 애널리스트는 "BOA는 미국 최대 은행으로 미국 다섯 가구 중 한 곳은 이 은행 고객"이라며 "미국 정부가 BOA 파산을 허락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BOA가 대출한 금액이 9400억달러이고 예금은 1조3800억달러인데 파산한다면 연방예금공사가 이 많은 돈을 커버할 수 없다"면서 "BOA의 파산은 있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무디스는 "금융위기 때보다 다른 은행으로 전염 위험이 줄었기 때문에 위기를 겪는 대형은행 파산을 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정동욱 기자]


26. [매일경제]HP 前CEO 아포테커 물러나며 155억 챙겨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업체 휴렛패커드(HP) 전 최고경영자(CEO) 레오 아포테커가 퇴임하면서 최소 1320만달러(약 155억원)를 받는다.

이에 비해 후임인 멕 휘트먼 CEO 연봉은 1달러로 책정됐다.

HP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아포테커가 퇴직금 720만달러와 주식 356만달러 상당, 그리고 240만달러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아포테커와 부인의 항공요금은 물론 HP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소재 집을 처분한 데 따른 손실 보상금 30만달러 등도 받는다.

휘트먼의 연봉은 1달러에 불과하지만 HP 주식 190만주를 매수할 수 있는 스톡옵션이 제공됐다. 또 목표를 달성했을 때 최소 240만달러에 달하는 연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HP 이사회는 지난달 22일 아포테커를 취임 9개월 만에 전격 경질하고 휘트먼을 새 CEO로 선임했다. 아포테커는 지난해 11월 취임했으며 재임기간에 HP 주가는 47% 이상 추락해 투자자 불만이 높았다.

[김덕식 기자]


27. [매일경제]로젠펠드, 美최고 여성CEO 등극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영인이 발표됐다. 아이린 로젠펠드 크래프트푸즈 최고경영자(CEO)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천은 지난달 29일 로젠펠드 CEO가 인드라 누이 펩시 CEO를 제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포천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영활동 내용, 당사자의 사회ㆍ문화적 움직임을 평가해 매년 이 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까지는 누이 CEO가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로젠펠드 CEO는 지난해 영국 제과업체 캐드베리를 인수하고, 올해 크래프트푸즈를 2개 회사로 분사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과감한 구조 개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당시 캐드베리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추진하며 각종 비난을 받았지만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크래프트푸즈 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이 과정에서 크래프트푸즈 대주주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총 1670만달러(약 186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아 여성 CEO 중 '연봉킹'에도 올랐다.

2위로 밀려난 누이 CEO는 1994년 임원으로 영입된 후 펩시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사업 포트폴리오부터 뜯어고쳤다. 우선 피자헛 KFC 타코벨 등 외식부문을 과감히 분사ㆍ매각함으로써 경쟁 외식업체에도 펩시를 납품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했다. 대신 미래에 건강음료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트로피카나와 게토레이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누이는 2006년 펩시 CEO로 임명됐고, 2007년에는 회장에 올랐다.

올해는 1~3위를 식품업계 CEO들이 차지한 점이 특징이다. 누이 CEO에 이어 3위는 퍼트리샤 워츠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CEO가 선정됐다. 워츠 CEO는 ADM가 식품과 사료에서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2006년 이 회사의 첫 여성 CEO로 발탁된 후 2007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4위는 엘런 쿨먼 듀폰 CEO, 5위는 미국 최대 보험사 웰포인트의 앤절라 브레일리 CEO가 차지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안드레아 정 에이본 CEO는 6위를 기록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지난 5월 쇼 최종 종영으로 영향력이 감소하며 지난해 6위에서 16위로 내려앉았다.

[김덕식 기자]


28. [매일경제]뉴질랜드 신용등급S&P 한단계 강등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연달아 뉴질랜드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S&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질랜드의 장기 자국통화 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또 외화통화 등급은 'AA+'에서 'AA'로 역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S&P는 뉴질랜드 지진 관련 지출 압박과 경기 부양책으로 재정이 악화돼 외채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9일에는 피치가 뉴질랜드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2곳이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뉴질랜드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잇단 신용등급 강등은 순외채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앞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29. [매일경제]콧대높던 벤츠가 할인판매 나선 까닭

강남구에 사는 윤 모씨는 얼마 전 길거리에 걸린 벤츠 할인 플래카드를 보고 놀랐다. 그동안 가격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내던 벤츠 E클래스가 36개월 무이자 할부로 판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 요즘 웬만한 수입차들도 무이자 혜택이 없는데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가 갑자기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판촉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벤츠가 36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초강수 카드를 내놓았다. 과거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특정 모델에 대해 한시적으로 무이자 할부 판매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벤츠의 주력 모델인 E클래스, S클래스를 판매 촉진 대상으로 삼았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8월부터 더 뉴 E클래스 모든 모델에 대한 금융 혜택을 적용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뉴 E300 엘레강스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30% 선납 조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차량 구입 시 이용하는 캐피털사 금리가 7% 내외인 점을 생각하면 판매가격 6800만원 정도하는 E300을 살 때 사실상 530만원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200만~300만원 정도를 암암리에 깎아주는 딜러 할인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종전 금액보다 10%가량을 할인해 살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거의 할인을 해주지 않던 벤츠코리아의 최상위 모델 S클래스도 10월부터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S350 블루이피션시, S400 하이브리드, S500 블루이피션시, S600 등 모델도 차값의 30~35%만 내면 이후엔 3년간 무이자로 차량대금을 납부할 수 있다. S350 블루이피션시는 판매가격은 1억4000만원이지만 할부로 사면 이자비용만 1100만원이다. 이번 무이자 할부로 웬만한 소형 중고차 값은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러한 벤츠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BMW에 뺏긴 수입차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한 시도로 해석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벤츠와 BMW가 점유율 10% 후반대를 유지하며 대등한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BMW가 5시리즈를 중심으로 가격을 대폭 내리면서 점유율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 3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BMW 점유율은 29%까지 올라가 벤츠와의 점유율 격차를 12%포인트까지 벌렸다. 고가정책을 고집하던 벤츠로서도 5시리즈와의 경쟁을 위해서 가격 격차를 줄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8월 수입차 판매대수 순위를 살펴보면 벤츠 E300이 949대로 BMW 520(631대)이나 BMW 528(612대)보다 많이 팔렸다. 물론 BMW 5시리즈 합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벤츠와 BMW 간 전체 판매대수 차이가 8월 말 기준으로 300대 이상이나 돼 벤츠코리아는 E클래스뿐만 아니라 S클래스까지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벤츠코리아가 무이자 혜택을 확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리스 이용 고객을 구매 고객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것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부담이 큰 고급차량인 만큼 리스 비중이 커서 조정이 필요했는데 이번 무이자 혜택으로 구매 고객이 느끼는 가격 부담이 리스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벤츠코리아의 공격적인 행보에 BMW코리아는 아직 특별한 대응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BMW코리아는 올해 일산, 분당, 대구에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오픈하고 고객이 수입차 이용 시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애프터서비스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로 했다.

[김제림 기자]


30. [매일경제]현대차 사장에 김충호씨

현대자동차 국내 부문을 책임지는 새 수장에 김충호 국내영업본부장(60)이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김충호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국내판매담당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양승석 국내 및 해외 영업담당 사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른 것이다.

김충호 신임 사장은 양 사장이 맡았던 업무에서 국내 판매와 마케팅, 경영전략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해외영업 부문은 김승탁 영업기획사업부 전무(54)가 해외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김충호 신임 사장은 1951년 전남 광양 출생으로 순천 매산고와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차 운영지원실장(이사)과 현대차 판매지원실장(이사), 현대차 판매사업부장(상무ㆍ전무)을 거쳐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담당하다 지난해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김충호 사장은 국내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그동안 추진력과 돌파력 등을 인정받아 왔다"며 "다만 해외 영업 경험이 적어 해외 부문은 별도로 담당하는 부사장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현대차 해외영업 부문을 총괄하게 된 김승탁 부사장은 1957년 제주 출생으로 제주 제일고와 제주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기아차 경영전략실장(이사)과 기아차 글로벌경영전략실장(이사ㆍ상무)을 거쳐 기아차 유럽사업부장(전무), 현대차 영업기획사업부장(전무) 등을 담당했다.

양승석 사장은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양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이승훈 기자]


31. [매일경제]한화, 이탈리아 태양광발전소 가동

한화가 이탈리아에 태양광 발전소를 완공했다.

한화는 지난달 30일 "무역부문 유럽법인을 통해 이탈리아 북부 로비고 지역 72㎿ 태양광 발전소 단지 안에 6㎿ 발전소를 직접 투자해 완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로 인근 발전소 두 곳에 12㎿ 태양광 모듈도 공급했다.

이번에 완공된 6㎿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 7월 준공된 뒤 시험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0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전력생산에 들어가면 연간 775만㎾h를 생산해 3000여 가구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 발전소에는 한화 솔라원의 총 7만5000개 태양광 모듈이 들어갔으며, 도난과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최첨단 감시장치가 설치됐다.

김은수 한화 유럽법인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 완수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유럽 내 주요 태양광 전력생산 업체로 성장하는 데 시금석을 마련했다" 고 설명했다.

한화는 성공적인 프로젝트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유럽지역 내 다수의 태양광 발전소 투자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강계만 기자]


32. [매일경제]"산업기술 유출 처벌 강화해야"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산업기술 유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전직 군 고위 간부들이 군사기밀을 유출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산업 기밀 유출의 실태와 문제점,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지난달 30일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회장 이윤호)는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밀 유출의 실태와 법적 대응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식경제부와 산업기밀보호센터 등 정부 기관과 각 산업체, 관련 학회 임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정병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지원에 의해 개발된 국가 핵심 기술은 특허출원을 의무화하는 등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며 "산업기술 유출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와 국가안보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33. [매일경제]올인원PC 전쟁…삼성·LG, 선두 HP에 도전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인원 PC를 잇달아 선보이며 PC업계 선두주자인 HP 따라잡기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PC업계에 따르면 올인원 PC의 강자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 LG전자, 한국HP 등이 디자인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삼성전자 '스마트원 AF315'는 공간 활용성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3D 입체영상 기능을 갖고 있다. 21인치 HD 액정화면과 인텔의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모니터 옆면에 부착된 3D 버튼을 누르면 2D 영상을 3D로 변환해 볼 수 있다. 베젤(화면 테두리 폭)을 11㎜로 줄여 화면 집중도를 높였다.

LG전자는 인텔과 전력적 제휴를 통해 개발한 'V300' 시리즈를 선보였다. 'V300-DE10K'는 필름패턴편광(FPR) 방식 풀HD 3D 기능을 갖춘 23인치 LED 모니터와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AMD 라데온 HD 6650 그래픽카드 등을 탑재했다. 3대의 카메라 센서를 달아 정확한 멀티터치가 가능하다.

한국HP는 'HP 터치스마트 610-1000kr'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TV, PC, 오디오 기능을 하나로 합쳐 PC를 켜지 않고도 TV를 시청할 수 있고, 화면을 최대 60도까지 눕힐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 설계를 한 게 특징이다. 오래 사용해도 어깨가 덜 아프다.

주요 PC 업체가 올인원 PC를 잇달아 내놓는 이유는 침체된 데스크톱PC 시장을 살릴 기대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세계 올인원 PC 시장은 2009년 이후 6년 동안 연평균 22% 성장해 2015년에는 2000만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 < 용어설명 >

올인원(All in One) PC : 데스크톱PC와 모니터가 결합된 형태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복잡한 케이블 연결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고재만 기자]


34. [매일경제]日공적연금 3조원 한국증시 노크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연금 적립금 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이머징마켓 주식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GPIF는 일본의 각종 공적연금 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그동안 일본 국내 주식과 채권에 집중 투자하고 해외 투자도 선진국에만 국한해 왔다. GPIF가 이머징마켓 주식매수를 본격화하면 한국 주식 투자 규모는 최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GPIF는 안정된 수익을 위한 투자 다양화 차원에서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카히로 미타니 일본 공적연금 회장은 "지금이 신흥시장에 투자할 좋은 시기"라며 "선진국에 비해 신흥시장은 성장 전망이 여전히 강해 투자 수익도 더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로이터는 "GPIF는 2011회계연도 말인 내년 3월부터 이머징 증시에서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운용사 선정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즈호자산운용 스미토모미쓰이자산운용 등 일본 운용사 6개와 인베스코 등 해외 운용사 5곳이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이로써 이머징마켓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증시에도 일본 공적연금 투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GPIF 총 운용자산은 114조엔(약 1710조원)이다. 이 중 해외 주식 비중은 11.3%인 12조8030억엔. 아직 GPIF가 이머징마켓 비중을 어느 정도 편입할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10% 선까지 비중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세정 대우증권 도쿄지점장은 "일본 대형 운용자금은 전적으로 MSCI지수를 기준으로 운용 대상을 선정한다"며 "이머징마켓 투자시 한국 투자 비중도 MSCI이머징마켓지수에 따라 할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월 말 현재 MSCI이머징마켓지수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4.2% 선이다.

따라서 12조8030억엔 중 10%를 이머징마켓에 투자하고 이 중 14.2%를 한국 증시에 편입한다면 약 1818억엔(약 2조80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신흥시장에 투자한다면 우리나라는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못하고 신흥시장에 남아 있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신흥국지수에서 중국 브라질에 이어 3번째로 비중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직접적인 수혜주는 MSCI 한국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 우량주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MSCI 한국지수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14.58% 선이다.

따라서 2조8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만 약 4000억원을 매수하게 된다. 지금까지 국내에 투자하는 일본 국적의 자금 규모는 아주 미미했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국적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2009년 4667억원, 2010년 5276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그해 외국인 전체 순매수액의 1.9%와 2.3%에 불과했다. 일본 국적 투자자는 올해에는 8월까지 662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오히려 한국에서 빠져나갔다.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계 자금은 기관투자 자금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다. 개인이 가입하는 공모펀드나 직접 해외 주식투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교석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영업팀장은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된 주식들만 투자하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개인 투자자금도 10% 정도 수익이 나면 환매하는 단기적인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금이 유입되면 국내 증시 안정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민경세 삼성증권 도쿄지점장은 "최근 들어 한국 증시 투자를 위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민간운용사들도 부쩍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일본 자금의 한국 주식 투자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35. [매일경제]딤섬펀드 가진 큰손들 고민중

'유럽발 위기가 국내 딤섬채권펀드까지 전염되나.'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채권 수익률이 최근 큰 폭 오름세(채권값 하락)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적잖은 손실을 입고 있다.

지난 8월 발행한 3년 만기 중국 국채 금리는 0.6%에 그쳤지만 9월에는 0.85%까지 올랐다. 지난달 29일 현재 5년 만기 국채 기준 중국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173.31bp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는 강세를 보인 반면 위안화는 약세로 돌아선 탓이다.

위안화가 불안하다는 판단 아래 투자자들이 딤섬채권을 팔아서 보다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사들인 것도 딤섬채권에는 불리하다.

연초까지만 해도 딤섬채권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까지 더해 연 7~8% 수익을 기대했다.

이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자금이 몰렸다. 국내에서는 주로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연초에 집중적으로 팔렸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딤섬채권펀드에 공모로는 176억원, 사모로는 694억원이 모였다. 국내에 나와 있는 딤섬채권펀드 중 가장 먼저 출시된 것은 삼성자산운용의 딤섬플러스 사모증권이다. 공모로는 하나UBS공모펀드가 있다. 이 펀드의 C클래스는 설정 이래 1.57% 수익률을 기록했다.

큰손들의 움직임은 없었을까.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 사모펀드 고객은 환매가 가능하나 최소 1~2년을 두고 투자하는 이가 대부분이라 환매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했다.

박성진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딤섬채권펀드 기대수익률이 떨어졌을 때가 오히려 투자 기회라고 했다. 결국 길게 보면 달러보다 위안화가 강세로 갈 것이라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36. [매일경제]LG전자 회사채 1900억 발행 성공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하향할 것이라는 설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비교적 양호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뚜렷한 투자처 부재 속에 대기업 회사채가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연기금 등 대형 기관들이 인수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이 LG전자 5년 만기 회사채 1900억원어치를 대상으로 기관 청약을 받은 결과 연 4.32% 금리로 전량 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LG전자 국내 신용등급은 AA인데 이번 사채 발행 조건은 동급 기업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전날 청약을 받은 민자발전사업체 GS EPS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는 연 4.08%였다.

LG전자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자재 대금, 용역 대금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회사채 발행 직전 불거진 S&P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설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S&P는 휴대폰 사업부문 실적 악화 등을 감안해 LG전자 글로벌 신용등급을 BBB에서 한 단계 아래인 BBB-로 하향 조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대기업이나 은행 등이 국외 채권을 발행할 때 잣대로 쓰이는 글로벌 신용등급은 원래 국내 신용등급보다는 몇 단계 낮다.

이 같은 악재에도 LG전자가 무난히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은 미국ㆍ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채는 물론 대기업 회사채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최근 BBB 등급 중견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들도 비교적 무리 없이 소화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가 미래 손익을 기준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비해 채권 투자자는 현재까지 대차대조표상 건전성을 중시한다. 최근 글로벌 IT산업 부진으로 실적이 다소 나빠졌다고 하지만 LG전자의 회사채 상환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10분 현재 LG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 상승한 7만300원을 기록했다. 계열 통신사 LG유플러스의 LTE 선제적 도입으로 인한 수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최근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쾌속행진을 지속했다.

[김대원 기자]


37. [매일경제]외국인 나흘연속 순매수

독일 의회에서 유럽재정안전기금(EFSF) 증액안이 통과되며 유럽 재정위기 염려를 한시름 덜었지만 증시는 보합권을 맴돌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0.02%(0.36포인트) 오른 1769.65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독일 의회의 EFSF 통과를 기정 사실화해 주요 글로벌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2.68%나 급등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종일 옆걸음질쳤다.

유럽발 호재에도 증시가 큰 힘을 받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독일 의회의 EFSF 승인은 첫 단추에 불과할 뿐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높다는 경계심리가 팽배한 탓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독일 EFSF 통과 기대감을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증시가 크게 힘을 받지 못했다"며 "독일 의회가 승인한 이후에도 결과적으로 EFSF 증액과 세부안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어 앞으로 남은 일정을 우선 지켜보자는 투자자 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나흘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이날도 2183억원어치를 대량 순매수한 점은 긍정적이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증시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굵직한 정책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독일 의회 표결은 '시간 벌기'일 뿐 시장 상황을 돌릴 만큼 힘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게 시장 평가다. 당장 EFSF 증액안만 놓고 봐도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몰타 등 아직 6개 국가에서 찬반 표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반대 여론이 강해 표결에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3일로 예정된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이 잡음 없이 통과될지, 또 이달 중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국채 만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기대감 버블이 꺼진 이후 큰 낙폭을 보였던 지난 두 달에 비해 이슈가 마무리된 후에도 증시가 어느 정도 보합권을 유지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이새봄 기자]


38. [매일경제]LIG건설 회생계획…법원, 강제인가 결정

청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LIG건설이 법원 결정으로 가까스로 회생절차에 들어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달 30일 LIG건설 관계인 집회를 열고 회사 측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강제인가 결정을 내렸다. 강제인가란 회생계획안에 대한 담보권자ㆍ채권자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하라고 내리는 결정이다. 과거 쌍용자동차 성지건설 등에 대해 법원은 강제인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LIG건설은 채권자들 간의 6개월에 걸친 지루한 공방을 마무리하고, 회생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이날 회생채권 1조3617억원 중 78.6%는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그러나 담보권은 푸른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등이 회사 측 회생계획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담보권자 중에 최대 의결권을 갖고 있는 푸른저축은행은 담보권 회수를 위해 강력히 반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대 담보권자에 대해서는 기업 회생을 통해 배당을 계획하고 있어 채권자 권리보호조항을 충족한다고 보고 이같이 판단했다.

[박용범 기자]


39. [매일경제]요동치는 환율에 울고 웃는 증권맨

증권사 통화선물 브로커 A씨는 요즘 오전 7시 출근하자마자 두통약부터 한 알 삼킨다.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원ㆍ달러 환율에 노이로제에 걸렸기 때문이다. A씨 주요 고객은 중소 수출기업이다. 원화 상승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원ㆍ달러 선물을 매도한 기업들이 원화 급락으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위기에 처하면서 A씨 환율 울렁증이 심해졌다.

기업들이 보유한 선물 자산 가치가 유지 증거금 수준 아래로 가라앉자 선물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증거금 수준으로 돈을 채워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는 "요즘은 기업들에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해야 한다고 전화 돌리는 게 일"이라며 "막상 증거금 입금을 약속받아도 실탄 동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이 제때 돈을 납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소버린 리스크로 인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몸값이 급등하며 원ㆍ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여느 때보다 환율 보폭이 커지며 여의도 증권가 표정도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환율로 먹고사는 통화 브로커와 초단위 증시 예측에 수십억 원이 오가는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피가 바짝바짝 마른다. 반면 통화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달러에 베팅하는 개미들이 부쩍 늘어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 트레이더 "고무공 환율이 미워"

사실 환율은 지수 선물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투자할 때 꼭 챙겨봐야 하는 '필수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러가 글로벌 신용경색 정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등장하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환율과 외국인, 코스피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코스피가 1만큼 움직일 때 달러당 원화값은 0.27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9월 들어서는 코스피와 원화값 상관관계가 0.7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미국 S&P500지수 상관관계는 0.8에서 0.52로 낮아졌다. 환율과 증시 연동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선물 트레이더 B씨는 "9월 이전까지 환율은 단순 참고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환율 보고 매매한다는 자세로 가격을 예측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익숙지 못한 가격 지표를 활용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트레이더는 "그동안은 주가 지수에 최적화된 시황 지표들을 이용했는데 이제 환율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매매에 적용하는 게 두렵다"면서 "요즘은 치과의사 수술도구로 내과수술을 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 물 만난 달러ETF 매니저

이와는 정반대로 통화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는 물을 만났다. 현재 달러 상승에 베팅하는 통화 펀드는 'KOSEF 달러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유일하다. 이를 뺀 통화 펀드로는 거꾸로 원화값이 오르면 수익이 나는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 ETF' 정도밖에 없다.

달러선물 ETF는 9월 원화값이 10.5% 하락하는 동안 10.7% 수익을 거뒀다. 하락장 수익률이 두드러지며 거래량이 폭발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2월 신규 설정 당시 6662주에 불과했던 달러 ETF 하루 평균 거래량은 9월 들어 평균 4만5200주로 7배가 불어났다.

같은 기간 7.7%에 그쳤던 개인투자자 비중도 50.4%까지 확대됐다. 9월 들어 개미들이 몰리자 개인투자자에게 펀드를 대주는 기관(LP) 물량이 동나면서 지난달 26~27일 이틀 동안에만 20억원어치 펀드가 추가 설정되기도 했다.

ETF는 일반 펀드와는 달리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LP는 보유하고 있는 펀드 물량을 풀어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박상우 우리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은 "연초 통화 펀드를 상장할 때만 해도 일반 수요가 따라붙을지 걱정이 많았다"면서 "환율에 투자하려는 숨은 수요가 상상 외로 매우 커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40. [매일경제]상장사 결산일 환율에 희비 갈려

"아깝다." "다행이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환율을 보고 상장사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염려와 달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200원을 뚫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3분기 결산일이었다. 환율에 따라 실적이 흔들린다. 원화가치가 하락할 때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은 장부상 빚이 늘어난다.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기업은 영업실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존 회계체계에서는 영업외항목으로 분류됐던 외환평가손익(실)이 영업수지에 묶인다.

막판까지 환율 변화에 가슴 졸였던 상장사는 항공업 1위인 대한항공이다. 항공사는 항공기를 빌려 쓰는 기업이라는 특성상 외화 부채가 많다.

증권가에서는 원화가치 10원 하락 때 빚이 51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이라면 대한항공 3분기 순손실은 3000억원"이라며 "1170원으로 환율이 마무리되면 순손실 규모는 1500억원이 된다"고 분석했다.

원화가치 급락으로 달러당 환율이 1200원을 육박했던 지난달 월요일(26일)부터 금요일(30일)까지 나흘 사이에 장부상 빚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LG디스플레이도 가슴을 쓸어내리긴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수출이 92.0%(2011년 상반기 기준)인 까닭에 매출 때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이런 사업 구조상 LG디스플레이는 원화 약세 수혜주 대열에 끼곤 하지만 지금은 예외다. 2009년부터 애플과 LCD패널 장기 공급 계약을 하면서 받은 선수금 때문이다. 총 10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안정된 수익원은 급변한 환율로 인해 장부상 빚이 늘어나는 효과를 초래한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계상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고객사와 거래한 외환 노출분은 밝힐 수 없다"며 "환율 변화에 따른 영향은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 중심인 대형 IT주와 자동차주는 실적 면에서 진정된 원화 약세가 아쉽다.

이들 기업은 원화가치가 약해질수록 외국에서 벌어들인 달러 매출이 원화로 더 크게 환산돼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한 자동차부품업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환율 안정이 기업인으로서는 반갑지만 회사로만 볼 때는 아쉽다"고 말했다.

[김대원 기자]


41. [매일경제]자본시장법 위반 과징금 31%는 체납

의료ㆍ정밀기기 도매업을 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인 T사.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회사는 상장퇴출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2008년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또 미출고된 상품까지 매출로 인식해 매출 및 매출원가를 과대계상하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점을 적발해 지난 7월 담당 임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과징금 543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납부를 거부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8월까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과징금 총 596억원이 부과됐다. 이 중 31%에 해당하는 184억원은 기한을 넘겨 체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을 체납한 회사의 상당수는 대부분 부도가 나거나 상장폐지됐다. 회수 가능성을 고려하면 결손 처리해야 할 채권이 많다. 이렇게 제재의 실효성이 낮은 것은 과세당국과 달리 금융당국은 과징금 추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체납자 재산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국토해양부를 통해 자동차, 부동산 소유 현황을 파악해 채권 회수에 나서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42. [매일경제][표] MKF 국고채 지수


43. [매일경제][표] 유가증권시장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44. [매일경제]수도권 11만6천가구 `대학생 전세임대` 가능

정부가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공급하기로 한 '전세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이 수도권에 11만6000가구가량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 대상 주택은 원룸,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아파트 등 주택 유형에 상관 없이 전용면적으로 40㎡ 이하면 된다. 공급면적으로 환산하면 대략 52㎡ 수준이다. 전세금이 수도권은 7000만원, 지방 광역시는 5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가 이 같은 요건에 맞는 주택을 분석한 결과 해당 주택은 경기도(5만938가구) 서울(3만3314가구) 인천(1만9880가구) 신도시(1만1918가구) 순으로 많았다.

지역별로는 안산(9380가구) 시흥(6336가구) 광명(4487가구) 수원(4309가구) 남양주(3341가구) 부천(3281가구)에 해당 주택이 많았다.

서울에서는 노원구(9914가구)와 도봉구(5002가구)에 해당 주택이 가장 많았다. 강남구와 송파구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도 전세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이 많았다.

대학생 전세임대는 입주자로 선정된 학생이 전세주택을 구해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주택기금에서 전세보증금을 대신 내주고, 학생은 LH에 소정의 보증금과 월 임차료를 납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서울ㆍ경기ㆍ6대 광역시에서 총 1000가구가 공급되며 수도권이나 광역시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가정의 대학생,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대학생이 지원 대상이다.

국토해양부와 LH는 오는 4일부터 24일까지 입주자를 선정한 뒤 학생이 원하는 전세임대주택을 구해오면 즉시 입주시킬 예정이다. 대학생이 부담할 금액은 지역별로 보증금 250만~350만원, 임차료는 월 8만~12만원으로 대학가 주택 임차료보다 저렴하다. 한 가구에 대학생 2~3명이 공동으로 거주하면 보증금과 임대료를 분담하면 된다.

[이은아 기자]


45. [매일경제]퇴근길 김과장 "난 인맥 넓히려 사교모임 간다"

#1. 중소기업 상무 이 모씨(59) 지난해부터 삼성경제연구소(SERI)기획경영포럼 사이트 내 오프라인 독서토론 모임에 가입했다. 참가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남도 이어간다. 20대 대학생에서부터 40~50대 직장인까지 7~8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서울시내 한 세미나실에서 모여 책 한 권을 정해 읽고 토론한다. 이씨는 "은퇴 후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책을 수단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2. 한의사 김 모씨(29)는 지난 8월 지인 소개로 '씨밀레'라는 온라인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오프라인 모임 '상부상조 토론회'에 참여한 이씨는 13명의 회원이 참여 가운데 '생활 속에서 건강지키기'주제로 강연도 했다. 다른 회원들도각각 '새로운 자본주의' '부자따라잡기' 등 자발적으로 주제를 정해 간단히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가졌다. 김씨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오프라인 모임에 세 차례 나갔더니 회원들이랑 금세 친해졌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직장인 커뮤니티들이 취미 계발이나 어학시험 대비 등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 꾸려졌다면 요즘에는 '인맥 만들기' 자체를 목적으로 사람을 사귀고 장기적인 교류를 추구하는 사교 모임이 늘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 세대와 직종도 다양하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일수록 더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정보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학연, 지연을 벗어난 SNS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넓어진 관계망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온라인 클럽 씨밀레는 '오래된 친구'란 뜻을 가진 클럽명에 걸맞게 소수 정예의 장기적이고 끈끈한 관계를 추구한다. 3년 전부터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직장인 임 모씨(28)는 "다른 동호회 활동도 많이 해봤지만 금방 싫증이 났다"며 "여기서는 단순히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곳 회원들 간 결속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한 회원 관리. 지금도 한 달 수십 명이 회원 가입을 기다리고 있지만 엄격한 활동 기준으로 가입 신청을 걸러내고 활동이 뜸한 유령 회원은 쫓아내면서 100여 명의 회원만 유지하고 있다.

정기적인 회비와 오프라인 모임 참석은 필수다. 한 달에 5~10차례 이상 소수 회원들이 만나 식사를 함께 하고 정기적으로 자산관리 토론회도 연다. 클럽 회장 김상연 씨(34)는 "회원 간에 돈 거래는 금지하는 등 철저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과반수 회원이 3년 이상 활동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유료 세미나 공간에는 평일에도 저녁 시간만 지나면 이와 같은 모임을 꾸리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모임전문공간 토즈 강남점 관계자는 "주말 예약률은 100%고, 평일 저녁 7시 이후에도 반 이상이 직장인"이라고 전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인맥 사이트 '링크 나우'도 최근 토즈, CNN the BIZ 등 모임공간 체인과 제휴해 전문직 직장인 그룹의 오프라인 교류와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도 오프라인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론칭한 '소셜 테이블'은 맛있는 식사를 곁들인 만남의 기회를 판매한다.

창업자 황정욱 씨(29)는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것 자체를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창환 인맥경영연구원장은 "최근 오프라인 모임들은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사교 모임들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으로부터 직접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46. [매일경제]대리모 4000만원·브로커 2500만원…현대판`씨받이`쇠고랑

불임부부에게 대리모를 알선해 주고 그 대가로 돈을 챙긴 브로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인터넷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대리모를 모집해 불임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한 뒤 대리 출산까지 시키고 돈을 챙긴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브로커 정 모씨(50)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8년 8월부터 최근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불임부부 남편과 대리모가 부부로 가장해 병원에서 인공수정을 받고 임신ㆍ출산하도록 알선해 매회 2000만~2500만원씩 총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불임부부와 정씨에게 대리 출산을 의뢰받은 대리모는 모두 29명. 이 가운데 11명이 임신에 성공했지만 불법으로 난자를 제공한 2명만 처벌을 받게 됐다.

임신에 성공한 대리모 11명은 출산 때까지 단계적으로 총 4000만여 원을 받았지만 출산에 실패한 대리모는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씨는 대리모의 난자 제공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서울 강북구에 24평짜리 숙소를 임차해 대리모를 합숙ㆍ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난자를 제공한 대리모 A씨(30) 등 2명과 범행에 가담한 간호조무사 B씨(27)도 생명윤리ㆍ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전문 대리모'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47. [매일경제]룸살롱 종업원 담보로…제일저축 1500억 대출

고객 명의를 도용해 거액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행장이 구속된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룸살롱) 수십 곳에도 1500억원대 금액을 불법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73개 유흥주점 업주 93명을 상대로 1546억원을 대출해 주고 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제일저축은행 전무 유 모씨(52) 등 8명을 붙잡았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임직원은 2009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신용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채무자의 변제능력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한 채 선불금 서류만을 담보로 그 같은 대출을 감행했다.

특히 허 모씨(49) 등 유흥주점 업주들은 자신이 고용한 종업원들에게 채권이 있는 것처럼 허위 서류(속칭 마이킹 서류)를 작성해 이를 담보로 은행에 제출했다.

종업원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액으로 부풀려 업주들이 대출받은 탓에 애꿎은 종업원들만 피해를 봤다. 실제로 한 유흥주점 종사자 A씨(33ㆍ여)는 11억원 상당의 대출 빚으로 곤욕을 겪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출금 1546억원 가운데 변제된 금액은 원금 325억원에 불과했으며 잔금은 무려 1221억원이었다.

경찰은 제일저축은행 임직원 8명과 알선브로커 김씨, 유흥주점 업주 93명, 마이킹 서류모집책 1명 등 총 10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검찰과 일정을 조율해 이용준 제일저축은행장(구속)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진우 기자]


48. [매일경제]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200원 인상…"적자 감당못해"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은 이달 중 확정된다. 오는 6일 열리는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의견청취서를 제출한 뒤 시 물가대책위원회 의결을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절차상으로는 시의회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를 차지해도 서울시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 최웅식 교통위원장(민주당)은 "서울시 측 얘기에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열린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내버스 요금을 최대 300원 인상하기로 했고, 인천시는 이미 지난달 15일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방침은 운송원가 상승과 환승 할인으로 인한 적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지난해 운영적자 합계는 4786억원으로 2007년보다 24.1% 증가했다. 버스도 적자 규모가 2007년보다 86% 늘어난 3069억원을 기록했다. 또 하나의 배경은 물가 인상이다. 2007년과 비교해 소비자물가는 17.2% 올랐고, CNG와 경유는 각각 37.4%와 37.8%가 올라 연료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강다영 기자]


49. [매일경제]부자라서 진보? 부잔데도 진보? 뉴페이스 `강남 좌파` 그들은

"사랑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당신은 내가 '사랑할 거야'라고 말하게 만들어요."(I thought relationships were nothing but a waste of time…. That was the only way I knew 'til I met you…. You make we wanna say I do, I do, I do, do do do do….)

올해 나이 46세. 휴대전화 컬러링에서는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랑을 만난 기쁨을 다룬 콜비 케일랫(Colbie Caillat)의 발랄한 노래 'I do'가 흘러나온다.

동기들보다 두 살 어린 나이에 서울대 법대에 최연소 입학한 그는 180㎝의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미국 명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분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아 동국대 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법대(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해왔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에 산다. 누가 봐도 고소득, 적어도 중산층 이상에 속하고 고학력으로 따지면 '종결자'나 다름없는 그는 한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개월간 영어의 몸이 된 적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4년간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대표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해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얘기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강남 좌파"로 부른다.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여유를 갖고 있으면서 명문대를 졸업한 고소득ㆍ고학력자이면서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른바 '강남 좌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야권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55ㆍ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 방배동 소재 202㎡(약 61평) 규모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남 좌파 논쟁이 온ㆍ오프라인을 달구고 있다.

조 교수처럼 스스로 강남 좌파임을 인정한 경우도 있지만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처럼 강남 좌파란 소리가 듣기 싫어 강북으로 이사한 사람도 있다. 실제로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3구에서 살지 않더라도 소득 수준과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강남 좌파에 준하는 이들도 강남 좌파로 불린다. 진보적인, 적어도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좌파'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고 있으면서 강남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강남 좌파가 날로 부각되고 있지만 강남 좌파와 강남 좌파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정도로 강남 좌파는 설익은 개념이다. 그런데도 강남 좌파, 아니 '강남 좌파라는 표현'은 주목받고 있다.

강남 좌파라는 표현은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월간지 '인물과 사상' 2006년 5월호에 '강남 좌파 : 엘리트 순환의 수호신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처음 등장했다. 강 교수는 이 글에서 강남 좌파를 "생각은 좌파적이지만 생활 수준은 강남 사람 못지않은 이들"이라고 정의했다.

강 교수가 이 용어를 꺼낸 배경에는 386세대 운동권이 많았던 당시 참여정부에 대한 보수 정치권의 비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1997년 대선 출마에 이어 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같은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사회 현장에 머물던 강남 좌파는 정치 현장으로 진출했다. 2003년 386세대가 대거 포진한 개혁 성향의 참여정부가 출범했고 이듬해인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했다.

정치권의 단어로 시작한 강남 좌파는 서서히 여의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 권영길 민노당 원내대표 등으로 예시됐던 강남 좌파로 박찬욱 영화감독, 조국 교수 등 비(非)정치인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의 세대 소외를 다룬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도 강남에 살았다. 우 박사는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지금은 강북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지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보적인 논평을 쏟아내고 있는 조국 교수는 세간의 지목에 스스로 강남 좌파임을 인정했을 정도다.

정치권도 솔직해졌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는 첼로 연주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경제적 여유와 인터넷, SNS에 능숙한 강남권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변화는 강남권 시민이나 강남에 준하는 여유를 가진 시민들 사이에서도 진보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었던 강남구민이 25%였던 지난 2006년 5ㆍ31 지방선거와 달리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때는 3명 중 1명 이상인 37.4%의 구민이 민주당, 진보신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 비율은 서초구에서도 같은 기간 27.6%에서 38.5%로 늘었고, 송파구의 경우 33.6%에서 절반에 가까운 46.13%로 급증했다.

지난여름 '반값 등록금' 이슈가 학원가를 뜨겁게 달구면서 정치권은 여야나 성향을 막론하고 복지 정책을 외치기 시작했다. 5년 전 월간지에 짧은 글로 강남 좌파를 정의한 강준만 교수는 지난 7월 아예 '강남 좌파'라는 제목을 붙여 432쪽에 달하는 단행본을 펴냈다.

이 책에서 강 교수는 강남 좌파를 형성하는 두 단어에 대한 세부적인 정의에 나선다. 먼저 강남과 관련해 강 교수는 "강남은 비유이자 상징일 뿐, 어디에 살건 소득 수준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강남 좌파일 수 있다"고 했다. "'좌파'도 '한국 정치의 이념 지형도를 크게 둘로 나누어서 본 상대적 개념'이므로 (그저) '리버럴'한 성향을 가진 강남 좌파가 '왜 내가 좌파냐?'고 항변할 일은 아니다"고 강 교수는 강조했다.

양극화가 주거를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서울특별시 강남구가 부자 동네의 대명사로 쓰였고 좌파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적어도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을 통칭해 편의상 좌파라고 불렀을 뿐이라는 얘기다.

강 교수에 따르면 강남 좌파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먼저 "상류층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건 하층계급에 큰 힘이 되고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긍정론이다. '위치의 파워'를 점하고 있는 상류층이 모두 보수가 돼 갈등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대신 상류층 내 진보가 존재함으로써 양쪽의 충돌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반면 부정론은 "권력ㆍ금력까지 누리면서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받는 이른바 '상징 자본'까지 갖겠다는 건 지나치다"며 "빈털터리라도 세상을 향해 큰소리치면서 사는 맛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그런 '도덕적 우월감'까지 상류층이 누린다는 건 부당하다"고 말한다.

이제 강남 좌파는 정치인을 분류하는 정치적 용어일 뿐 아니라 '강남스러운' 경제적 여유와 생활을 누리면서 진보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학교 동창, 직장 동료를 지칭하는 생활 용어로도 쓰이고 있다.

사실 강남 좌파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표현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4월 19일 '프레시안' 기고에서 '강남 좌파의 원조'는 저서 '자본론'으로 사회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카를 마르크스(Karl Marxㆍ1818~1883)라고 강조하며 "강남 좌파를 갑자기 생겨난 현상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손 교수의 바람과 달리 사람들은 여전히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 같은 호들갑이 범람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양극화 심화'를 꼽는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강남 사람들을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가 분배나 복지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강남 좌파는 이를 고민하는 강남 사람들에 대한 긍정과 이런 고민에 대한 강남 밖 사람들의 부정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좌파'는 양극화에 따른 복지 요구 증대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복지가 '시대정신'이 되면서 이를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뿐"이라며 "학술적으로 복지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또 "'강남 좌파'로 표상되는 사람이 실제로 늘어난 것도 아닌데 표현의 사용만 늘고 있다"며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본인이 생각하는 바가 같아야 한다는 말도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의 `강남 좌파`
美 - 리무진 진보주의자
英 - 샴페인 사회주의자

손호철 교수가 지적한 대로 강남 좌파는 새로운 표현일 뿐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강남 출신이면서도 좌파의 길을 간' 카를 마르크스뿐 아니라 러시아 혁명의 주역인 레닌 트로츠키 부하린 등도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재야 인사도 마찬가지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화이트칼라 운동을 주도한 이들도 같은 부류다.

진보 전통이 강한 서구에서도 강남 좌파는 오래된 얘기다. 고급 승용차를 타면서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의미로 미국에서는 '리무진 진보주의자(limousine liberals)'라는 표현을 쓴다.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champagne socialist)',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gauche caviar)', 캐나다의 '구찌(Gucciㆍ명품 브랜드) 사회주의자', 호주의 '샤도네이(Chardonnayㆍ고급 와인) 사회주의자'도 한국으로 따지면 강남 좌파인 셈이다.

[정석우 기자]


50. [매일경제]"보수꼴통·강성좌파보다는 낫다" 정치권 강남 좌파 뜬다

강남 좌파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강남 좌파 이미지는 기성 정치인이라는 낡고 권위적인 인식을 상쇄시키며 대중성을 높일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과 소통하고 중도세력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강성 좌파'보다는 '강남 좌파'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 7월 발간한 '강남 좌파'라는 책에서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고 규정했다. 꼭 강남에 살지 않아도 소득수준, 생활방식이 중상류층에 속하거나 그에 가까우면서 생각은 좌파적이라는 의미다.

강 교수의 개념을 현실 정치에 들이대보면 좌파 성향이 강한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들 가운데도 이 잣대에 해당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남 거주. 소득 수준, 생활방식, 학벌 중 적어도 하나는 강남 좌파 기준에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떠오르는 강남 좌파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야만시대의 기록(고문의 한국 현대사)' '국가보안법 연구'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라는 저술을 통해 좌파적 역사관을 보여줬으며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최근 서울 방배동에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인 61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박 변호사는 "1983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생겼지만 시민운동 투신 이후 집을 보유한 적은 없다"며 "지금 사는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도 거의 다 까먹었다"고 해명했다.

박 변호사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그가 강남에 사는 것만으로 상당수 사람들이 그를 강남 좌파로 인식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박 변호사의 경우 강남에 거주해 '강남 좌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면 학벌, 생활방식으로 강남 좌파로 불리는 정치인들도 있다.

학벌로 따지자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경기고, 서울대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손 대표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후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안정된 삶을 누렸다. 물론 손 대표는 대학시절 고 조영래 변호사,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1년 넘게 투옥생활을 했고 여러 번 끌려가 고문을 받은 전형적인 운동권이다. 민주당 대표로서 '3+1(무상교육ㆍ무상의료ㆍ무상보육+반값 등록금)'의 보편적 복지, '원칙 있는 포용정책',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동 현안에는 '균형 있는 투쟁론'을 제시하며 중도개혁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손 대표가 학벌로 강남 좌파라면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강남8학군 출신으로 전형적인 강남 좌파 정치인이다.

그에 대해 생활방식이 민노당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 대표는 사석에서 "'설렁탕'보다는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즐긴다"고 밝힐 정도로 생활방식이 전형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민노당은 작년 7월 이 대표 취임 이후 강성 이미지에서 비교적 유연한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강남 좌파로 분류했다. 변호사로 고소득을 올렸고 그때 쌓은 부를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했다는 점에서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강남 좌파로 분류될 수 있다. 삶의 궤적은 그렇지 않지만 변호사에다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로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며 제도권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신선한 이미지는 또 다른 '강남 좌파'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가윤 기자]


51. [매일경제][NIE] 요즘 너도나도 바이오시밀러 뛰어든다는데

최근 들어 국내외 제약사들 시선이 '바이오 의약품'에 쏠리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특허보호기간이 끝난 바이오 신약을 복제한 약) 시장 신규 참여가 눈에 띈다. 올해 초 삼성이 미국 퀸타일즈사와 공동으로 인천 송도에 바이오 공장 건립에 들어간 데 이어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도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와 합작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는 베링거인겔하임 머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이 시장에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국내외 제약사들이 바이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2013년부터 바이오 신약 특허가 대거 만료되기 때문이다. 신약은 특허보호기간이 보통 20년간인데 이 기간에 법적으로 독점적 지위와 함께 높은 가격을 보장받는다. 특허가 만료되면 거대한 복제약 시장이 열리게 된다.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을 비롯한 생물체에서 유래된 세포에 유전자 조작 등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1982년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사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체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해 사람 몸속에 있는 것과 동일한 인슐린을 생산했다. 이것이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으로 '휴물린(Humulin)'이라는 제품명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바이오 의약품에는 △생물학적제제(백신ㆍ항독소 등 주로 감염증 치료ㆍ예방에 사용)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사람 성장호르몬ㆍ인터페론 등) △자가ㆍ동종ㆍ이종세포를 배양ㆍ증식해 만든 세포치료제(줄기세포치료제 포함) 등이 있다.

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합성의약품은 약효를 나타내는 화학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다. 세계 최초 합성의약품은 1899년 독일에서 개발된 아스피린이다. 특허가 끝난 합성의약품은 공장에서 손쉽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약효를 지닌 성분을 반죽해 기계(타정기)로 1분에 수백 개씩 찍어낸다.

그러나 바이오 의약품은 생물의 세포와 유전자를 배양해 만들기 때문에 온도 습도 등 외부조건에 영향을 받기가 쉽다. 이 때문에 최초로 개발된 약(오리지널약)과 100% 똑같은 약을 만들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합성의약품 복제약은 오리지널약을 그대로 복사한다는 의미에서 '카피(copy)약(제네릭)'이라고 부르지만 바이오 복제약은 '시밀러(similar)'라고 한다.

함태선 한국릴리 부사장은 "유전자를 조작해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등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합성의약품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약을 만들고 정제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시설 투자비도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제약사가 바이오 의약품에 눈을 돌리는 것은 기존 합성의약품 개발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을 승인한 건수는 35건에서 2008년에는 24건으로 줄었지만 이 기간에 글로벌 제약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약 2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급증했다.

최종훈 한국바이오협회 수석연구원은 "고혈압 등 일부 질병은 합성의약품으로 더 좋은 약이 나오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2013년 이후 연간 매출이 수조 원을 넘는 바이오 신약 들의 특허가 대거 만료될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들은 바이오 시밀러 시장을 집중 공략할 태세다.연간 매출 6조원이 넘는 암젠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 특허가 내년 끝나는 데 이어 2013년에는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와 암젠의 '에포겐(빈혈 치료제)'이, 2015년에는 제네텍의 '리툭산(대장암 치료제)' 등이 특허 보호기간에서 풀린다.

막대한 자금과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에 비해 복제약을 만드는 바이오시밀러는 비교적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과 사실상 똑같은(복제) 제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 비용은 오리지널약에 비해 10분의 1밖에 들지 않고, 개발 기간도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대 중반 합성의약품 특허가 대거 만료될 당시 이스라엘 테바(Teva), 인도 란박시(Ranbaxy) 등 제약사는 복제약 개발로 급성장해 현재는 자체 개발한 신약까지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로 커졌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시장에 안주하면서 이 같은 기회를 놓쳤다.

국내에서는 삼성을 비롯해 동아제약 LG생명과학 셀트리온 등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는 생산 기술이 뛰어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을 수출하려면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경험이 많지 않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최종훈 수석연구원은 "국내 제약사는 임상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이 들어 감당하기 힘들다. 게다가 외국에서 신약을 등록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난치병 치료와 관련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도 바이오 의약품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벤처기업 에프씨비파미셀의 심근경색치료제 '하티셀그램-AMI'를 의약품으로 승인했다. '하티셀그램-AMI'는 심근경색 환자 골수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분리ㆍ배양한 후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경쟁은 뜨겁다. 미국 정부는 2009년 배아줄기세포(아직 분화가 일어나지 않은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추출한 세포) 연구 지원을 허용하고 2억달러 규모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유럽연합(EU)은 8개국 11개 연구기관이 공동 참여하는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일본은 '역(逆)분화 줄기세포' 등 연구에 109억엔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박기효 과학기술부 차장]


52. [매일경제][Bullish vs Bearish] 과거 그래프는 말그대로 과거

"증시에 10년 전 닷컴 버블 정도는 아니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바이오 버블이 생길 만도 한데 예상보다 쿨하네요."

닷컴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벤처캐피털 대표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식시장에 닷컴 버블 악몽을 기억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지. 이들이 시장에 있는 한 비정상적인 버블이 생길 여지는 별로 없을 걸?"

주가는 먼 미래 가치까지 반영해 움직이지만 투자자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전 주가 그래프를 보고 "이럴 땐 이렇게 움직였으니, 이번에도 이렇게 움직일 것이다". 이런 식이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이므로 펀더멘털 분석이 중요하지만 과거 그래프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기술적 분석이 때로는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나 펀더멘털이 의미가 없는 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바로 요즘 주식시장이 그런 경우다.

요즘 신문 지면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금융회사는 어딜까. 다름 아닌 '리먼브러더스'다. 3년 전 파산해 공중분해된 곳이 버젓이 살아 있는 금융회사보다 더 많이 뉴스에 언급된다. 지난 8월 초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고 난 후부터 벌어진 일이다. 투자자들은 2008년 8월 리먼 파산 이후 주가 그래프에서 현 주가 움직임의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현재 위기는 금융이 아닌 재정(그리스 디폴트 염려) 부실에서 출발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급해진 각 나라 지도자들이 내놓은 '정책'에 따라 시장이 울고 웃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분석 전문가들도 3년 전과 현재 증시에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고 말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곧 과매도와 일시적 반등에 이어 패닉(공포) 현상이 나타났다. 이후 주가가 너무 빠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들어왔다 최후의 방어선이 깨지자 놀라 항복하고, 실의에 빠져버리는 것까지 빼닮았다. 일부는 2008년 9월 리먼이 아니라 그보다 6개월 전에 터진 베어스턴스 사태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투자자들에게 3년 전 죽은 리먼과 베어스턴스가 안갯속에 빠진 증시의 등대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술적 분석은 분명 주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혼란에 빠진 장이라 하더라도 엘리어트 파동 이론과 같은 기술적 분석을 맹신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펀더멘털 분석이 양방이라면 기술적 분석은 한방이다. 가격의 흐름을 보는 기술적 분석은 가격의 본질을 분석하는 펀더멘털 분석과 함께 가야 비로소 유의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술적 분석 전문가의 조언을 그 어느 때보다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황형규 기자]


53. [매일경제][아하 그렇구나] 펀드 수수료와 보수

K씨는 은행 창구에서 3년 만기 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다. 판매직원이 판매수수료와 각종 보수를 포함해 2.4%를 비용으로 떼는 A클래스 펀드라는 설명을 들었다. 100만원을 납입하고 잔액을 확인했더니 99만원만 들어가 있었다. 판매직원은 선취수수료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하며 보수는 3개월마다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펀드 수수료와 보수, 어떤 차이가 있을까.

판매수수료는 펀드를 판매한 회사에 내는 돈으로 판매 행위에 대해 한 차례만 지불하면 된다. 반면 판매보수는 펀드에 가입한 기간에 판매한 회사가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는 데 대한 대가다. 펀드를 살 때 약속한 비율에 따라 매일 일정 금액을 보수로 뗀다. 펀드에 투자하면서 내야 하는 보수에는 판매보수뿐 아니라 운용회사에 내는 운용보수, 신탁회사 몫인 신탁보수, 펀드 운영에 드는 관리비용인 사무관리보수도 있다.

판매수수료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특정 시점에 한 번만 부과되는 비용이다.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점에 따라 선취수수료와 후취수수료로 나뉜다. 선취수수료 1%인 펀드에 1만원을 가입해 1년 후 10% 수익을 냈다고 가정할 때 가입 당시 1%인 수수료 100원을 떼기 때문에 9900원만 펀드에 들어가 운용된다. 따라서 만기 잔액은 1만890원이 된다. 후취수수료가 1%라면 가입할 때 1만원을 넣어도 수수료를 떼지 않고 그대로 운용되다가 만기 잔액 1만1000원에 대해 110원을 수수료로 낸다.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점은 펀드를 분류하는 기준이 된다. 선취수수료를 내는 펀드를 A클래스, 후취수수료를 내는 펀드를 B클래스, 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 선ㆍ후취 수수료를 모두 내는 D클래스 등으로 나뉜다.

판매보수, 운용보수 등 펀드 투자에 따르는 보수를 펀드보수(또는 투자신탁보수)라고 한다. 개인투자자는 펀드를 은행, 증권사, 종금사, 보험회사 등 판매회사에서 살 때가 많은데 이때 판매한 금융회사에 관리비용으로 주는 돈이 판매보수다. 연 1%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석민수 기자]


54. [매일경제][매경 TEST] 대기업·中企 `개방적·수평적 협력` 시대

▶매경테스트 예제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이제는 단일 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장 올바르게 짝지어진 것은?

ㄱ. 대기업과 협력사 간 공동의 연구개발

ㄴ. 계열사와 거래 확대로 규모의 경제 실현

ㄷ. 가격 경쟁력을 위한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

ㄹ. 중소기업 포함, 기업 네트워크 전체의 능력 육성

① ㄱ, ㄴ② ㄱ, ㄹ

③ ㄴ, ㄷ④ ㄴ, ㄹ

⑤ ㄷ, ㄹ

과거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 외부보다는 내부의 역량 확보가 관건이었다.

기업은 철저히 외부와 담을 쌓아 기술 유출을 막고 동시에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경쟁 방식이 변해가고 있다.

글로벌화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수요와 산업 기술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단일 기업 혼자 모든 것을 해내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기술의 경우 산업 간 경계를 넘어 융ㆍ복합화가 일어나고 있어 과거의 경쟁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애플의 아이폰 사례는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강력한 진입 장벽임을 보여준다. 애플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 역량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을 융합시키고 협력 기업도 만족할 수 있는 수익배분 모델로 상호 윈윈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환경을 완성했다. 애플은 이렇게 확보한 콘텐츠와 네트워크로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노키아의 실적 악화와 모토롤라의 구글에의 인수는 산업 환경의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기업들의 결말을 보여준다. 애플처럼 산업 내 생태계를 만들어가지 못하면 거대 기업이라도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대ㆍ중소기업 간 상호 협력보다는 시장 지위에 따른 중소기업의 희생이 일반적인 생태계 모습이었다. 대기업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에 도전하기보다는 손쉽게 중소기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규모를 앞세운 대기업의 시장 진출은 중소기업을 더욱 위축시켰다.

최근 동반성장에 대한 분위기는 이러한 불합리를 극복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협력사가 없다면 대기업의 성장과 생존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글로벌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ㆍ중소기업 간 네트워크 전체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와 공동 연구개발 등의 방식으로 협력업체들의 역량을 키워줘야 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 경쟁력을 위한 협력은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과거의 경쟁 방식이 모두 무용지물은 아니다.

기업의 내부 기술 역량과 생산성 향상은 여전히 유효한 경쟁 전략이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만을 목표로 무리하게 협력업체를 압박했던 도요타의 추락은 생산에만 국한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 효율보다는 동반성장의 창조적 협업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정답은 ②.

[김재진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55. [매일경제][경제용어산책] 역경매 대출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선 필요한 금액을 절차에 따라 요청한다. 은행은 제출된 서류를 통해 기업의 건전성 등을 판단하고 적절하다고 생각되면 자금을 빌려준다. 역경매 대출은 그 방식이 반대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 측에서 대출조건을 제시한다. 기업은 이 중 가장 저렴한 대출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고르면 된다.

역경매 대출은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게다가 돈을 빌리는 처지에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을 고를 수 있다. 중간에 대출모집인을 두지 않고 기업과 은행이 직접 거래해 중개수수료를 아꼈기 때문이다. 여러 금융회사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대출상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역경매 대출은 신용보증기금의 '온라인 대출장터'와 여신금융협회의 '대출 직거래 장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각의 기관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신보 온라인 대출장터에 원하는 대출금액ㆍ대출조건ㆍ기업정보 등을 등록하면, 이 내용이 금융회사에 통지된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등 상세한 조건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은 이를 비교해 적절한 곳을 골라 대출을 받으면 된다. 역경매 방식의 도입으로, 신보의 보증을 이용한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연 6.22%에서 5.72%로 0.5%포인트나 낮아졌다.

소상공인들은 캐피털사들이 참여한 여신금융협회 대출 직거래 장터를 통해 5%포인트 이상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캐피털사들 평균 대출금리는 연 28%다.

[이현정 기자]


56. [매일경제]`1조 시간의 힘` SNS 세상을 바꾸다

◆ 저자 클레이 셔키, 포천·포린폴리시 '세계 움직이는 100인'에 꼽혀

전 세계인이 유튜브로 시청하는 동영상은 하루에 20억편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는 정보는 한 달에 300억건이 넘는다. 1년에 전송되는 트위터 메시지는 무려 250억건이다.

새로운 대중이 탄생하고 있다. 노동시간 감소와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1조시간이 넘는 여가가 주어졌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1조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급됐다. SNS가 생기기 전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데 낭비되던 시간이 더 크고 의미 있는 일에 쓰이게 되면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막강한 자원이 됐다.

저자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는 이 자원을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라고 부른다. 셔키는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와 함께 포천이 선정한 'IT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에 꼽힌 사람이다. 권위 있는 정치잡지 포린폴리시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셔키는 최근작 '많아지면 달라진다'(이충호 옮김)에서 인지잉여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새로운 대중은 무엇에 열광하고 분노하는지,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탐구한다.

그는 "어떤 것이 아주 많아지면 그 집단은 반드시 새로운 행동양식을 보인다"고 말한다.

참여 대중의 수나 콘텐츠가 많아지면 그것은 단순한 숫자의 힘을 넘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변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던 과거에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이 묻혀버렸지만, 카메라 보급 대수가 수십억 대인 요즘은 대부분 일이 공개되고 전파될 수 있다는 것.

"과거에 없었던 기회가 주어진 이상 대중은 어떤 식으로든 행동하게 되어 있다"는 게 저자 주장이다.

SNS는 누구나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창조와 배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평균적인 질은 떨어졌지만, 그 가운데 훨씬 강하고 뛰어난 무엇인가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아졌다.

2007년 12월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부정선거를 둘러싸고 치열한 내전이 벌어졌다. 케냐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자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인 오리 오콜로는 블로그에 폭력 사태에 관한 사실을 올리면서 독자들에게 직접 목격한 폭력현장 정보를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파장은 엄청났다.

시민들은 사진이나 리포트를 올리는 것은 물론 공격이 일어난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결국 국제사회 여론을 움직여 사태는 빠르게 진정됐다. 과거 미디어는 해내지 못했던 훨씬 빠르고 강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SNS에 참여하는 대중의 가장 큰 특징은 금전적 보상을 바라거나 누가 시켜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행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고 보상을 얻는다. 이들은 단지 자신이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는 점과 그것이 이끌어내는 파장, 그리고 자신이 점점 숙달되고 있다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

저자는 새로운 대중이 기존 사회와 갈등을 겪는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존)조직이나 단체는 오히려 그 문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속성을 띠게 된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새로운 대중과 마찰을 빚는다."

영화 '도가니'가 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보자. 기존 세력들은 자신들 입장과 습관대로 적당히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중은 이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셔키는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고 단언한다. SNS로 인한 사회 변화는 이미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나 찬성과 반대를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래 사회는 대중의 창조성과 참여와 공유에 대해 얼마나 적절하게 보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통되는 정보의 질이 저하되는 점에 대해서는 저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개탄할 정도는 아니라고 정리한다. "자유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질 낮은 작품에 대한 실험을 수반한다. 그 실험 끝에 우리는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게 된다. 다양한 실험이 탁월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허연 기자]


57. [매일경제][매경이 만난 사람]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래 봬도 (내가)방문객 10만명 돌파를 앞둔 파워 블로거라고요. 여기 직접 찍은 사진 좀 보세요." 대한민국 관광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안방마님이자 독일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최초의 공기업 수장이 맞기나 한 걸까. 기자 앞에서 침을 튀기며 야단스럽게 블로그(이참에 관광입니다 blog.naver.com/charmlee21)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이 남자, 이참(57)이다. 슬쩍 보니 누적 방문객 수는 8만5000명 정도. 1만5000명이나 과장하고도 윙크까지 하며, '이참에' 기사나 잘 써 방문객 수나 껑충 올려 달라는 당부까지 덧붙인다. 이참 사장은 늘 이런 식이다. 1978년 한국 땅을 밟은 뒤 무려 34년, 이젠 능글능글함이 한국인 뺨친다. 거기에 독일인 특유의 직설화법까지 섞어 놓았다.

올해 1000만 외래(外來) 관광객을 돌파할 분수령이 될 10월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차이나 쇼핑족' 맞이에 눈코 뜰 새 없어야 할 텐데, 지난달 29일 사장실에서 만난 이 사장 손엔 아이패드와 구닥다리 '똑딱이 카메라' 루믹스가 들려 있었다. 게다가 황매산과 합천 해인사의 가을 절경을 제대로 '디카'에 담았다며 아이처럼 들떠 있으시다. 이쯤 되면 그가 블로그 대문에 직접 표현한 '관광에 취한 남자' 정도로는 모자란다. 기자가 보기엔 그는 관광이 아니라, 한국에 제대로 취한 남자다. 그를 취하게 만든 '폭탄주' 구성이 재밌다. 황금비율로 절묘하게 섞인, 한국인 특유의 '기(氣) 흥(興) 정(情)' 이다.

▶폭탄주 재료 1 - 氣

이참 사장은 늘 주머니에 작은 금색 병을 넣고 다닌다. 병 겉면엔 '코칠리(KOCHILLI)'라는 생경한 단어가 쓰여 있다. 이게 놀랍다. 다름 아닌 고춧가루 통이다. 그는 고춧가루 광이다. 말도 마시라. 피자는 약과다. 막걸리, 칼국수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적당한 수준도 아니다. 막걸리는 아예 그릇의 절반 정도까지 벌겋게 뿌려 벌컥벌컥 마신다. 이건 한국인이 봐도 기가 찰 '기행'이다. 그가 고춧가루에 열광하는 건 이유가 있다. 그 속에 담긴 한국인 특유의 기(氣) 때문이다. 그 기운의 핵심이 '어울림'이다.

"매운맛, 쓴맛, 단맛, 짠맛을 모두 내면서 음식 고유의 맛과 충돌하지 않는 게 고춧가루죠. 동양철학의 토대를 이루는 음양오행 원리가 스며 있지요. 160개국에서 팔리는 '글로벌 핫소스' 타바스코에도 꿀릴 게 없지요."

그의 고춧가루 예찬론은 급기야 상품화로 나아간다. 고춧가루 프리미엄 브랜드로 '코칠리(KOCHILLI)'라는 상품까지 만든 것. 지금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없어서 못 파는 고급 식품으로 대접받는다.

그는 자연과 사찰, 전통 건축양식에서도 어울림의 기를 찾아낸다. 그가 구닥다리 루믹스로 찍은 사진엔 공통점이 있다. 곡선적이라는 것. 사찰을 찍어도 지붕의 휘어짐과 산의 굽은 봉우리를 연결해 잡아낸다. 곡선은 직선과는 다르다. 시선을 해치지 않는다. 에두르고 감싸안는다. 이게 어울림의 기본 원리다.

그러니 한국의 모든 자연과 사물은 모성을 품는다. 내치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받아들인다. 그게 자연의 힘이요, 모성의 힘이다. 불쑥, 아이패드를 내민다.

"여기 해인사 기둥을 한번 봐요. 툭 튀어나온 옹이를 그대로 살려 칠을 했거든요. 직선으로 깎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걸 그대로 살려놓은 거지요. 그게 진정한 한국의 기운, 즉 '어울림'입니다."

▶폭탄주 재료 2 - 興

바탕이 되는 맥주잔에 기가 담겼다면 그 속에 들어갈 양주잔엔 흥과 정이 담긴다. 사실 그가 올해를 외래 관광객 1000만명 돌파 원년으로 삼은 것은 순전히 '흥'이라는 한국인 기질 때문이다. '흥'은 곧 신명이다. 월드컵 거리 응원전 때 신명과 열정, 그게 오롯이 한국인 기질이라는 의미다. 산술적으로 올해 말까지 관광공사가 예상하는 외래 관광객은 960만명. 여기에 40만명을 기어이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이미, 슬슬 신명은 나고 있다. 자진모리 장단이 중모리, 휘모리로 휘감아 돌고 있다.

"탄력만 받으면 못할 게 없는 게 우리 한국인입니다. 중국인을 잡는 게 첫 번째 과제입니다. 공사는 이미 10월 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을 기점으로 중국인 끌어오기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기선은 한류와 K팝 열풍을 겨냥한 메가이벤트 '한류주간(Hallyu Week)'이 제압한다. 겨울 스키 시즌에 맞춘 중국과 동남아 스키ㆍ보드족 유치 작전도 함께 진행된다. 이른바 '스키 코리아(Ski Korea)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관광공사가 예상하는 유치 인원은 31만명 수준.

10월 중순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코리아그랑프리'도 한몫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ㆍ동남아 관광객 유치전이 절정을 맞게 된다. 사실 올해 1000만 외래 관광객 유치의 승패는 중국인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월 말 기준으로 중화권 방한객은 193만명. 총 입국객 점유율이 최초로 30%를 넘어서 31.1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엔 압도적으로 앞섰던 일본(32.27%)과 비교해도 불과 1.1%포인트 차이다. 그는 이르면 내년에 중국이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흥'은 이참에게 히든카드이기도 하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마지막 작품은 한국인 특유의 '흥'을 앞세운 세계적인 축제다.

"독일 옥토버페스티벌이나 브라질 삼바축제를 보세요. 그 자체가 흥입니다. 누구나 그 축제 때문에 한국을 찾게 만들, 그 근간에 흥이 깔려야 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건 한국 특유의 자산 '고궁 축제'다. 최근에 진행한 '창덕궁 달빛 기행' 같은 행사는 그 전초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궁에서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보이나 난타 공연이 펼쳐지는 날을 그는 꿈꾸고 있다. 말만 들어도 '흥'겹다.

▶폭탄주 재료 3 - 情

이참에게 '한국'은 고향 같은 아늑함이기도 하지만 '아픔'이기도 하다. 1978년 한국땅에 건너와 34년간 한국에 살았어도 바꿀 수 없는 기질이란 게 있다. 그래서 택한 게 '각인'이다. 그에게 한국은 머리로 느끼는 대상이 아니다. 몸에 새긴 것이다. 애국가를 외우기 위해 백지에 수십 번이나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반복해 썼고, 한국적인 맛을 느껴보기 위해 눈물 콧물 삼키며 고춧가루와 마늘을 먹어댄 게 이참이다.

당연히 평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토종 한국인의 한국과 그의 몸에 새긴 한국은 질적으로 다르다. 몸은 아날로그다. 빛처럼 스쳐가지 않는다. 한 번 각인된 건 그 의미가 평생 남는다.

그런 그가 이제 '정'을 알아가고 있다. 따뜻함. 배려. 포용.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정. 그건 각인 대상이 아니다. 몸에 결코 새길 수 없다. 살며 느껴야 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절로 뿜어져 나와야 하는 것이다.

'정'의 파워가 제대로 나온 게 최근 바오젠 직원 방한을 유치한 쾌거다. 최근 중국인 1만명을 한번에 한국에 보내는 초대형 인센티브 관광 정보를 그가 입수한 건 2009년 9월. 그는 수차례 중국을 방문해 리다오(李道) 바오젠 총재 설득전을 벌인다. 유보적이었던 리다오가 마음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는 그의 끈끈한 정 때문이다.

"거의 삼고초려였죠. 공식 방한 일정 때 한국적인 코스를 죄다 챙겨 둘러보게 만들었죠. 중국에 돌아간 뒤에는 김치까지 직접 챙겨 보냈거든요. 중국어 메시지를 보내려고 중국어도 배웠어요. 이 정도 정성을 외면하면 그게 이상하죠."

갈고 닦은 중국어 실력으로 지난달 30일 경복궁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맞아 '일일 가이드'를 자처한 것도 정의 실천이다.

한국인 특유의 정까지 쏙 흡수해 버린 이 사장. 그렇다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앞두고 독일 뮌헨과 한국 평창이 맞붙었을 때는 어떤 쪽을 응원했을까.

"평창이 결정된 날, 직원들하고 밤늦게까지 관광공사 건물 앞 T2 마당에서 응원전을 펼쳤어요. 저도 그 정도일 줄 몰랐는데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손에 쥔 메모에서 평창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울컥 하더라고요."

이제 기억이 난다. 기자는 그가 2년 전 관광공사 대표로 부임할 당시 얄궂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독일인과 한국인 가운데 어디를 선택하고 싶냐고. 그때 그의 답변은 이랬다.

"당연히 우리 민족(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야죠. 저는 늘 제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난 순도 100% 한국사람이기도 하고 또 순도 100% 독일사람이기도 하다. 나아가서는 순도 100% 세계 사람이다"고.

참으로 맞는 말이다. '원 아시아 시대', 아시아도 세계도 하나다. 나라를 나누고, 민족을 나누는 건 어찌보면 옹색함이다. 우리는 한국인이 아니라 '우리는 세계인'이라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 취해, 이제는 막걸리, 수제비에까지 기어이 고춧가루 뿌려가며 먹는 남자.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이참에 순도 100% 세계인이 되자고 줄기차게 주창하는, 참으로 정 많은 사나이, 그가 바로 '한국인' 이참이다.

추상화 경력 30년 그림그리는 CEO

이참은 그림 고수다. 그는 '취미'라 하지만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 고수다. 경력을 보시라. 추상화 한 우물로 벌써 30년째다. 관광공사 집무실 벽엔 그림 10여 점이 걸려 있다. 잘 보면 추상화 딱 3점이 눈에 띈다. 모두 그가 직접 그린 것이다. 이참으로 개명(改名)하기 전인 '이한우' 시절 1992년작(사진)을 그는 가장 아낀다. 유화 물감을 손바닥 전체에 발라 캔버스에 펼쳐 그린 추상이다. 유화 물감을 손가락으로 찍어 펼쳐 그린 그 그림의 핵심은 음과 양의 조화다. 한데 일반적인 음양의 흐름과는 반대다. 동양학에서 양은 위, 음은 아래다. 한데 이 그림에선 음(여자)이 위, 양(남자)이 아래다.

"벌써 20년 전에 사회의 기운이 조화로워지기 위해선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걸 추상으로 표현한 그림이었죠. 이제서야 그런 분위기가 슬슬 엿보이네요. 서울시장 후보에도 여성들이 등장한 걸 보면 말이죠."

책장 바로 옆에 걸린 그림은 더 담백하다. 색이라 해 봐야 붉은 톤과 흰색이 전부. 나머진 전부 여백이다. 뜻을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느끼는 대로, 보이는 대로. 그게 내 그림이다."

그의 그림 뿌리엔 칸딘스키가 있다. 칸딘스키는 그의 그림을 '가사가 없는 음악'이라고 한다. 가락과 박자만으로 충분히 곡의 리듬, 흐름, 흥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림도 그렇다. 이참 사장 말을 빌리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을 딱 보세요. 한 폭의 추상화예요. 담백한 여백의 미. 거기에 기가, 흥이, 정이 절로 느껴지잖아요."

그의 사진에, 그림에, 음양의 흐름이 어우러지는 '기(氣)'가 담기는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사찰을 찍으면 그는 지붕과 하늘, 산의 능선을 타고 넘는 곡선을 찍는다. 1978년 한국땅을 밟은 이후 그 '기운'에 푹 빠져 34년이 훌쩍 흘러버린 것이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도 기를 담는다. 쉬 붓을 들지 않는다. 감이 올 때 한번에 10점, 20점씩 무더기로 그린다. 관광이 아닌, 그의 그림 목표는 파워 스폿 관광지의 추상화를 그려보는 것이다. 참으로 '기'찬 그림이 나올 것 같다.

▶▶He is …

△1954년 독일 출생 △1977년 구텐베르크대학(독일) 졸업 △1978년 한국에 정착, 1986년 귀화 △1991년 Trinity Theological Seminary 대학원(미국) △1978~1993년 주한 독일문화원 강사 △1992~1994년 한독상공회의소 이사 △2000~2006년 참스마트 대표 △2000~2002년 한국방문의해 추진위원(문화관광부) △2001~2008년 빅웰 회장 △2002~2003년 KTF 사외이사 △2004~2007년 기아자동차 고문 △2007~2008년 예일회계법인 고문 △2009년~현재 한국관광공사 사장

[신익수 여행전문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58. [매일경제]소설가 공지영 "책 쓸때부터 고발하겠다 협박받았죠"

"만약 서울 강남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렇게 처리했을까요.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부모가 힘 있고, 재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했을까요. 제가 분노한 건 바로 그 부분이었어요. 한국 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해요."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원작소설을 쓴 공지영 씨(48)의 목소리는 다소 흥분되어 있었다. 그는 폭력을 저지른 당사자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공씨는 한 포털 사이트에 소설 '도가니' 연재를 시작한 2008년 말 험악한 분위기가 있었음을 털어 놓았다.

"소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광주 인화학교 관계자라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장애인들의 말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며 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그래서 그랬죠. 마음대로 하시라고, 고발을 해도 나는 계속 쓰겠다고 했죠. 무섭지 않았어요. 진실이 있었으니까요. 그때 물론 피해자들도 만났어요. 함께 울었죠. 그리고 언젠가는 승리하자고 약속했어요."

공씨는 영화 '도가니'가 제작 중일 당시만 해도 "이렇게 큰 파장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국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잖아요. 그런데 영상은 훨씬 직접적이고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이 소설을 쓰면서 엄청나게 감정이입을 했는데, 영화로 보니까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대중이 움직인 것 같아요. 경험해 보지 않은 이상 성폭력의 충격과 야만성을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그 충격을 전달했던 것 같아요."

늘 사회 모순에 대항하는 소설을 써온 그는 "그것이 바로 작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도가니 사건은 사회적인 모순과 인간의 악한 본성이 하나로 만나서 빚어낸 일이에요. 성폭력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고, 여성과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한 사회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비겁한 인간들이 함께 만들어낸 사건이었던 거죠."

공씨는 "그래도 재조사를 이끌어내는 대중의 힘을 보면서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나는 사회에 소설을 던졌고, 가난한 영화제작사는 용기를 내서 영화를 만들었고, 연기자들은 몸과 마음을 던졌고, 그 영화를 본 대중은 분노와 자책을 세상에 던진 거죠."

광주 인화학교의 처리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단호했다.

"당연히 폐교해야 해요. 일사부재리 원칙을 적용한다면 방법은 그것밖에 없지 않나요. 중요한 건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모여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드는 거예요."

작가는 글로 말한다. 공지영이 그렇게 해왔다. 그는 1988년 등단한 이후 올곧게 사회의 약자들을 감싸안는 소설을 써왔다. 그때마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는 외롭지 않았다.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매일매일 영화 관객 수를 체크해서 제게 트위터로 보내주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난 혼자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소설을 다시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공씨는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몸과 마음을 추슬러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번 일이 한 번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허연 기자]


59. [매일경제]신상철 연구위원 "상속보다 분할 증여가 유리"

"가업승계는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야 하는 과업입니다. 창업주는 젊고 건강할 때부터 가업승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중소기업청ㆍ중소기업중앙회 후원으로 지난달 2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2회 '중소기업 가업승계 최고경영자 조찬 포럼'에서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성공적 가업승계 전략'에 대해 강의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업승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창업주들이 너무 건강하고 가족 간 대화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주들이 경영에 몰두하다 보니 가업승계 작업도 더디게 진행되고 갑작스러운 유고 사태를 맞는 경우가 많다"며 "후계자가 창업주에게 회사를 물려달라고 종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창업주가 평소 가업승계를 위해 필요한 사항과 현황을 종이에 써서 요약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속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상속에 따른 세금과 비용은 얼마나 필요한지 △후계자 후보는 누구인지 △상속 발생 시 예상되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같은 실무적인 사항을 스스로 진단해봐야 전문가 도움을 받고 절세 방법을 찾기도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상속보다 창업주가 후계자와 사전에 조율하면서 여러 차례에 나눠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증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여는 10년 단위로 끊어서 과세하므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수준의 금액으로 분할해서 여러 번에 나눠 하는 것이 세금 절감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총 증여 재산이 20억원일 때 이를 한 번에 증여하면 40% 세금을 부과받지만 10억원씩 두 번에 나눠서 하면 각각 30%를 적용한다.

신 연구위원은 "현재 피상속인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과세형인 상속세를 조세 인프라스트럭처가 구축된 만큼 상속인의 유산취득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취득과세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원활한 가업승계와 그에 따른 세수 확보를 위해 2008년부터 금지된 상속ㆍ증여세 비상장주식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기업 비상장주식 상속 시 적용되는 15% 할증과세 규정에 대해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알고 있다"며 "2013년까지 시행이 연기됐고 앞으로도 계속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순우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60. [매일경제][Business & Success] `제2 하기스 신화` 쓰겠다

판매를 늘리기 위해 회사 주위 아파트단지의 신혼부부들을 알아 두었다가 아기를 낳았을 때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해 찾아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여성의 사회생활과 아기의 위생을 위해 위생종이기저귀가 도움이 된다는 설득을 하며 구전이 되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첫 직장으로 전력회사에 다니던 나는 27세였던 1983년, 좀 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해 보고 싶어 전직을 결심했다. 당시 여성용품과 미용티슈 등으로 국내 위생용품시장을 선도하던 유한킴벌리가 합작기업이라 이러한 도전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그해 4월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회사에서 처음 내게 주어진 일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위생종이기저귀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일이었다. 처음 도전해보는 마케팅업무를 배우하면서 어떻게 하면 불모지인 국내 위생종이기저귀 시장을 개발할까에 몰두한 지 6개월,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하기스를 선보이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어려움은 이때부터였다. 천기저귀만 사용했던 고객들에게 위생종이기저귀를 이해시키는 것은 무모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빨아서 쓰면 되는 기저귀를 한두 번 사용하고 버리라고?" 이러한 인식은 변할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종이기저귀의 위생성과 편리성을 알릴 수 있을까?"

판매를 늘리기 위해 회사 주위 아파트단지의 신혼부부들을 알아 두었다가 아기를 낳았을 때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해 찾아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여성의 사회생활과 아기의 위생을 위해 위생종이기저귀가 도움이 된다는 설득을 하며 구전이 되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하기스 사용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아기는 정성으로 키워야 한다며 위생종이기저귀 사용을 반대하던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도 편리성과 위생성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하기스는 놀라운 속도로 판매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잘 나가기만 할 것 같았던 기저귀 시장에 또 다른 위기가 닥친 시기는 1990년대 초. 위생종이기저귀의 인기가 높아지자 경쟁사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기업 등 경쟁사의 공세는 더욱 강화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 제품의 현지화)'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유한킴벌리는 합작회사지만, 독자적인 연구개발(R&D)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소비자의 니즈로 만들어진 제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그대로 팔아서 경쟁력이 있겠는가?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꼭 맞도록 제품을 개발하자."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1990년대 말에는 세계 수준의 제품생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합작기업은 투자사의 기술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유한킴벌리는 자체 R&D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금 유한킴벌리는 세계 50개국 이상에 제품을 수출하고, 일부 기술은 투자사인 킴벌리클라크의 전 세계 관계사에도 전수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유한킴벌리가 본격적으로 기저귀 수출을 시작한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해진 2003년부터였다. 하지만 수출 목표시장이었던 중국은 이미 세계 1위, 아시아 1위를 포함한 30여 개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 만만치 않은 시장이었다. 과한 욕심보다는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치밀한 시장분석 후에 중국의 최상위 소득자에 주목했고, 국내 최고급 품질의 '하기스'만을 수출해서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창출하기로 결정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상하이, 베이징 같은 거대 거점도시에 집중하기로 한 지역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유통전략 또한 초기 베이비스토어에서 하이퍼마켓, 대형할인점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이러한 전략의 성공으로 결국 유한킴벌리는 중국 주요 도시의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에서 60~7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나는 하기스 성공의 비결을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에서 찾고 싶다. 만일 처음 몇 년 동안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고 포기했다면,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면, 오늘의 유한킴벌리 '하기스'는 없었을 것이다.

하기스의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은 또 다른 기회를 주었다. 오랫동안 아기 피부를 생각해 온 노력을 바탕으로 아기 스킨케어 사업에 도전했다. 지금은 잘 알려진 '그린핑거' 제품이 그것이다. 이 제품은 지금 세계적 기업의 브랜드와 시장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용 스킨케어와 '틴'용 스킨케어까지 출시했다. 하기스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하기스의 성공신화는 유한킴벌리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신규사업인 스킨케어와 시니어케어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한킴벌리는 조만간 각 사업부별 R&D 기능을 통합한 이노베이션센터도 출범할 예정이다.

최근 유한킴벌리는 그동안 이룩한 좋은 기업문화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문화로 발전해 가기 위해 스마트워크를 도입했다. 가족친화경영의 바탕 위에서 시간과 공간이 더 자유로운 환경을 창출하고, 소통과 협력의 시너지를 강화함으로써 창의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기업문화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규사업을 확장하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변함없이 지속해 온 사회책임활동도 사회 변화에 발맞춰 발전시켜 갈 것이다. 지난 27년간 지속해 온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30년을 맞는 2014년까지 유한킴벌리는 500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꿀 계획이며, 미래를 위한 환경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4조2교대 근무와 시차출퇴근제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 가족친화경영 또한 더 발전된 모범경영 사례로 성장시켜 우리 사회와 나누고자 한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


61. [매일경제][MK토론방] 한강수중보 철거해야 하나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수도권 식수 위해 꼭 필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이슈로 범야권 후보들이 한강의 수중보 철거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잠실 및 신곡 수중보가 물 흐름을 방해해 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보를 설치한 뒤로 수질이 나빠졌을 뿐 아니라 습지까지 사라진 것이 생태계 파괴의 전형이라는 논리다.

한강의 보는 왜 생겼는가. 잠실 및 신곡 수중보는 각각 1986년과 1987년에 설치됐다. 당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수돗물 사용량이 늘어 상수원 취수를 위한 유량이 필요했는데 한강은 경사가 심하고 유속이 빨라 안정적으로 원수를 취수하려면 물을 가둬둘 필요가 생겼고 이것이 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보를 설치해 풍부해진 유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산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보 설치 후 한강의 생태 환경이 악화되었을까? 대답은 '아니다'. 수질은 유량이 풍부해짐으로써 오히려 좋아졌고 어류, 수생생물 종류도 크게 증가했다. 한강이 죽었다는 범야권의 주장은 어떤 근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중보가 철거되면 무엇보다 수도권 식수가 위험해진다. 잠실 수중보를 철거하면 상류부 수위가 지금보다 2~3m 낮아져 잠실보와 팔당 댐 사이 12개 취수장의 원수 취수원이 크게 줄어든다. 서울시가 취수량의 90% 이상(1일 취수량 330만㎥ 중 약 310만㎥를 취수)을 이곳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취수할 원수가 없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12개 취수장 중 6개는 경기도에, 1개는 인천시에 공급되고 있어 취수가 중단되면 서울시만이 아니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이번 정전 사태와 같은 초유의 단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수도권의 젖줄인 한강은 갈수록 늘어나는 생활용수 및 농공업용수 때문에 원수 부족 문제를 걱정해야 할 때다. 특히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팔당댐의 경우 호수 면적이 넓지 않아 유량이 많지 않다. 이곳에서 수도권 지역의 모든 원수를 취수할 경우 유량도 부족하고 팔당댐 하류의 유량 고갈을 초래하여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수중보는 수질오염 주범

1982년 9월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착공했는데 '한강종합개발기본계획보고서'는 착공 후 8개월이 지난 1983년 5월 발표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준설로 하천 수위 저하를 방지하고 염수 침입을 방지하는 것이 신곡수중보 건설의 주요 목적임을 밝히면서도, '본 계획에서 하구언(수중보)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며, 과업 지시에서도 위치 검토를 제외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당초에는 수중보 건설 계획이 없었다. 1987년 신곡수중보가 준공되자 당초 예상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발생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1990년대 초 많은 언론들은 신곡수중보가 물길을 차단해 오염물질을 침전시켜 수질이 악화되었다면서 '죽은 물' '부영양화 발생' '물고기 떼죽음' 등 용어를 사용하며 수질오염의 심각함을 경고했다.

서울시 역시 한강의 흐름을 막아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신곡수중보를 지적하면서 1992년 말 수질오염의 주원인인 썩은 흙(시궁창 냄새가 나는 오염된 뻘)을 준설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수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보의 수질 악화 기능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침내 88년 동안 서울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던 노량진정수장을 1998년 한강의 수질 악화로 폐쇄했다.

신곡수중보 존치 논리로 염수 침입 문제를 들고 있는데, 신곡수중보 건설 전에도 염수 침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었다. 즉 보를 철거하더라도 염수 피해가 없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보를 철거하면 한강 수면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하는데, 필자의 계산에 의하면 최대 10% 정도 줄어든다. 왜냐하면 한강 수로는 사다리꼴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심각하게 수면이 감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한강은 오염을 줄이기 위해 계속 쌓이는 썩은 흙을 매년 40억원의 예산으로 준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물고기 인공 산란처'를 설치해야 하는 왜곡된 하천이 되었다. 로마의 영웅 카이사르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세월이 지나면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잘못 태어난 신곡수중보는 철거하는 것이 순리다.


62. [매일경제][이렇게 생각한다] 늘어나는 청년자살 막을 비전 절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사망 원인은 암을 비롯한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자살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중이 47.8%로 절반에 가깝다. 인간의 끝없는 암 정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암은 압도적인 사망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염려스러운 것은 한국인의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3명의 3배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자살은 2000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며 10년간 무려 130.2%나 늘어났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10~30대에서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인생을 채 알기도 전에 세상을 등져야 했던 그들에게 사회에서 책임질 부분이 없는지 성찰할 일이다. 학업을 통해 경쟁에서 밀려난 10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군대생활을 겪는 20대, 어려움을 헤치고 나와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다시 절망하는 30대에게 기성세대의 책임은 없을까.

젊은 세대가 인내심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즉흥적 향락문화를 조성하거나 사회가 지나치게 상업적인 측면만 부각시킨 것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없는지, 또 압축성장 과정에서 사회를 극심한 경쟁 구도로 만들어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든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없는지 기성세대는 돌아볼 일이다. 부족한 일자리 때문에 고민도 많지만 그것이 생명만큼 소중한 것일까. 젊은이들에게 다시 한번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비전을 제시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고민해보자.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63. [매일경제][세상사는 이야기] 가르치기의 어려움

대학에 있다 보면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많은 특권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꿈 많은 젊은이들과 끊임없이 만나는 그 자체다. 나는 학생들을 대면할 때마다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만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가르치려는 선생님과 배우려는 학생이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꿈이 꿈틀거리는 젊은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생동감이 넘치고 불가사의한 일들도 금방 해낼 것 같은 패기가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은 지쳐 있는 상태에서 대학을 시작한다. 입시 속박에서 해방된 기분으로 출발한다. 교수와 학생들 간 인간관계가 무시된 채 마치 '지식 주사'만을 매번 놓아주는 주입식 지식 전달 강의가 학문의 어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언젠가 강의시간에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히프(궁둥이)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니까 하얀 잇속을 내보이며 익살스럽게 깔깔대던 여학생이 생각난다. 은근과 끈기를 강조하고 싶어 한 말이다.

요즘 들어 가르치는 것이 생각보다 점점 더 힘이 든다. 학생들은 앞서 달아나고, 교수는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하며 사는 게 가장 보람 있는 삶인가?' 이 질문에 가장 현명한 대답은 '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녀 전공과 적성을 부모가 파악하고 현실에 알맞은 진학지도가 중요한 것이다.

자식 이야기 좀 해야겠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회계학과를 1년 정도 남겨놓고 통보하듯 "호텔 경영학과 2학년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1년 전부터 편입절차를 밟아 온 결과 편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때 내 솔직한 심정은 '인생사 모두가 어쩌면 이렇게 자연현상과 똑같은가!'라며 무릎을 탁 쳤다.

예를 들어 콩나물을 보아도 뿌리가 땅속 깊숙이 뻗어내려 자란 후에 머리 부분이 나온다. 심지어 대나무는 4년간이나 뿌리가 자리를 잡은 다음에 죽순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안 사실이지만 자식 처지에서는 전공에 대한 회의와 진로에 그 어떤 마음의 갈등을 못 이겨 고심 끝에 전과를 결정하고 호텔경영학과를 택한 것이다. 나는 자식한테 "너도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 편입학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 실화를 동창모임에서 말했더니 지인들은 "참 훌륭하다" "나 같으면 어림도 없다!"고 했다.

내가 자식에게 말하지 않은 이야기는 부모 처지에서는 누구나 공통된 말이다. 인생은 철저한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만 현재 일을 대처해야 된다. 보따리를 싸가지고 떠나려는데 가지 말라고 하면 아이 생각을 무시하는 처사다. 물론 상의 과정의 생략은 어떠한 해명도 변명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이미 과거로 밀려난 사실이니 탓할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젊은이들 의견에 이견을 낸 적이 없다. 대안 제시는 많았다. 그리고 대화를 통하여 열린 마음으로 공통분모를 찾아 그들을 수용해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하여 편입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가 무엇을 뜻하는가 말이다. 사회는 자녀교육이 점점 힘들게 급속도로 세분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전공 하나만으로 취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은 지금 부전공, 복수전공, 연계전공 학점 이수에 바쁘다. 더구나 법학, 의학, 치의학, 약학 전문대학원 지망학생은 입학고사를 또다시 치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은 다양한 요구를 부모에게 제시한다. 부모에게는 전공과 전혀 연관이 없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엉뚱한 일을 하려 한다고 비칠 수도 있다. 지금은 젊은이의 말도 안 되는 청천 벽력 같은 소리도 현재의 사건으로 수용하고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부둥켜안는 여유와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은 어차피 희생이며 무한한 인내를 요구한다. 20세기 65학번이 21세기 11학번을 지도하려면 고정관념을 버리고 젊은이들 속에 파묻혀 그들의 애환을 함께 공유해야만 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아직도 저만치 처져 있는 느낌이다.

[한병희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


64. [매일경제][기고] 폐기물 해양투기 논란을 보며

하수는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도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모아서 처리한 후에 방류수와 슬러지 형태로 하수처리장 바깥으로 내보낸다. 하수처리장에서는 유기물을 분해하여 부피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난분해성 유기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은 그대로 슬러지에 남게 된다. 이 방류수와 슬러지를 우리 주위 환경에 처분하게 되면 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수를 수거하고 처리하고 또 방류수와 슬러지를 처분하는 데 연간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공공수역에 방류하는 방류수 수질은 유해물질 외에도 생물독성검사를 별도로 하여 환경오염이나 자연 생태계 손상을 방지하고 있다. 공단 내 오수처리장에서 발생한 방류수를 공공수역으로 배출할 때는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매립장에 반입하는 슬러지의 유해물질 함량특성이나 생물독성은 검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립시설에서는 바깥으로 폐기물이 나가지 못하도록 별도로 장치를 하기 때문이다. 이 슬러지를 공공수역인 바다에 투기하면 슬러지에 함유되어 있는 온갖 유해물질이 바다로 용출돼 나와서 물고기에게 축적되고 이를 먹는 시민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그러므로 슬러지를 해양에 투기하는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슬러지를 투기하는 국가다. 슬러지 투기에 따른 아무런 이익이 없고 피해가 매우 크므로, 런던조약에서는 우리나라가 올해 말에 해양투기를 종료하면 이 품목을 삭제할 예정이다.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슬러지는 1992년까지는 육상에 매립하다 1993년에 해양투기를 시작하여 2005년에는 최대 78%를 바다에 버렸다. 그 결과 제주도 면적 2배에 달하는 서해와 동해에 각각 지정한 투기해역이 매우 오염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 중 특히 심하게 오염된 구역을 휴식년 구역으로 지정해 투기는 물론 어업을 금지하고 있다.

1993년에 지정한 투기해역은 그 이후 유엔해양법 발효, 일본ㆍ중국과 어업협정 체결로 공해가 아닌 인접 국가 공동어업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인접 국가에서 폐기물 투기 중지를 요청해 오기도 하였다. 이에 2006년 3월 당시 환경부, 농림부, 해양수산부는 2012년부터 하수 슬러지에 대해 해양투기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해양투기 금지 시기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 배출업계 일각에서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해양에 투기되는 폐기물은 정화 처리된 폐기물이기 때문에 해역에 버려도 상관없다거나, 독성이 없다거나, 물고기 먹이가 된다거나, 투기하는 게 국익이라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하수 처리 공정을 거쳐 나온 슬러지는 공공수역에 처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물질이기 때문에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음식물류 폐기물 재활용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수가 폐기물 중에서 가장 생물 독성이 높다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는 상식이다.

음식물이 신선한 상태에서는 사료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부패한 음식물은 맹독성 세균으로 인해 모든 동물에게 해롭다. 유기성 폐기물을 바다에 투입하면 식물플랑크톤 기반에서 박테리아 기반으로 생태계가 바뀐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모든 하수 슬러지를 연료로 가공하면 연간 438억원을 환수할 수 있다고 한다. 녹색 성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만 있어도 대안을 찾는 것이 환경관리의 유명한 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다. 정책이 공표된 지 6년도 넘은 이 시점에서 6년 전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때다. 우리 해역은 우리가 보전해야 한다.

[홍기훈 한국해양연구원 연구교수]


65. [매일경제][사설] 중국인 관광, 新산업 차원서 종합대책 세워야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수요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지만 이들을 흡수할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 이달 들어 제주도에만 1만여 명의 단체관광이 시작됐고 중국 국경일인 10ㆍ1절 연휴기간엔 무려 7만명이 한국을 찾는다는데, 숙박시설부터 턱없이 부족해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수는 지난해 521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이 187만명으로 아직 일본 관광객보다는 다소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한 추세가 올해 들어선 더 가팔라지고 있어 국내 관광시장의 최대 고객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외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 동력도 결국 중국인이다.

요즘 미국ㆍ유럽발 위기 상황을 보면 실질적으로 돈 쓰는 나라는 중국 하나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이들 씀씀이는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통이 크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도 최고 수준이다. 위안화 강세와 맞물려 외국여행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한 중국인 소비패턴을 감안한다면 한국이 지리적ㆍ문화적으로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데 넋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정부는 우선 관광을 ’산업’ 차원으로 보는 시각부터 길러야 한다. 한국은 환율이 변하면 수출 여파만 걱정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지만 관광 선진국들은 화폐가치가 달라지면 관광산업 영향부터 살필 정도로 관심을 쏟는다. 폭증하는 중국인 관광 수요를 최대한 흡수하려면 문화부나 관광공사 수준을 넘어 범(凡)부처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속히 강구하기 바란다.

특히 숙박, 음식, 쇼핑, 가이드 등 관광 인프라스트럭처는 고만고만한 여행ㆍ관광업자들이 해결하기 버거운 분야다. 정부가 관광산업 선진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구호나 외치고 외국인 CEO 데려다 앉히는 게 아니라 그런 인프라스트럭처를 빨리 구축해주는 일이다.


66. [매일경제][사설] 국민 법감정과 거리 먼 宣판사 무죄선고

광주지법 형사2부가 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 판사가 자신이 맡고 있던 법정관리업체 소송 대리인으로 친구인 강 모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알선한 혐의에 대해 기업 회생을 돕기 위한 조언이나 권고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강 변호사 소개로 광섬유업체에 5000만원을 투자해 시세차익 1억원을 남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선 판사가 아내와 불화로 주식 투자 상황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사실관계 확인에 신경을 썼다"고 굳이 강조했다.

우리는 법에 따라 재판부가 내린 판결을 흠잡으려는 뜻은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유별날 정도로 피고 처지를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재판장이 대학과 법조계 선배인 선 판사에게 ’피고인’ 대신 시종일관 ’선재성’ 또는 ’선 부장판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부터 차별대우 냄새가 난다. 선 판사가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19년 동안 근무한 향판(鄕判)임에도 광주지법에 재판을 배정한 것부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을 불러올 만하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판결 내용이 국민 눈높이와 현저히 차이가 있어 공정성에 의혹이 간다면 사법부가 결코 신뢰받을 수 없음을 법관들은 성찰해야 한다.


67. [매일경제]규제가 기업 발목 잡는다?…`똑똑한 룰` 만들기 나름 !

◆기업 역량 높이는 PA(공공관계활동)◆

다시 '규제의 시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가의 대명사였던 미국에서조차 각종 금융규제가 도입됐고, 나라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환경규제를 신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7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16개 품목을 발표한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사업영역을 제한하는 규제에 해당한다. 지난해와 올해 맥킨지가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부 및 규제기관의 역할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개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맥킨지는 이와 관련해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정기적으로 또 예방적으로 정부와 의회,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맥킨지는 사회적 어젠더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 통합적으로 활동하는 PA(Public Affairs)역량이 비즈니스 성과와 상관관계가 높다고 제시하면서 PA는 투자 대비 효과가 특히 높은 기업활동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규제와 입법환경 변화로 야기되는 비즈니스 환경의 난기류를 돌파할 해법으로 전 세계 전문가들은 PA역량 강화를 꼽고 있다. 때때로 '공공PR'로 불리기도 하는 PA는 '기업과 단체의 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정책이나 법안 그리고 규제로부터 비즈니스와 활동을 보호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펼치는 전략적인 소통활동'이다. PA가 선진국에서 본격적인 비즈니스 전략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중반 GM자동차가 대량 결함 사태를 겪으면서다. 당시 빈번하게 발생하던 GM차의 사고에 대해 GM사는 차체 결함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때 당시 젊은 변호사였던 랄프 네이더가 자료를 모으고 소송을 제기해 공룡 GM을 꺾었고 이후 미국의 대기업들은 '대중과 의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정치학자와 경영학자들과 함께 정부와 의회, 국민들에 대한 이미지 제고 전략과 대응 전략을 짜냈다.

PA 전문가인 데이브 시네이 '플레시먼힐러드'사 회장은 매일경제 MBA팀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PA라고 하면 흔히 '대관업무'나 '로비'를 떠올릴 수 있지만 미국은 로비가 합법적임에도 전통적 로비활동이 힘을 잃고 있다"며 "대중들에게 합의가 된 사항은 로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홍보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PA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네이 회장은 "2012년은 세계 각국의 선거가 몰려 있는 해여서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고스란히 비즈니스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PA역량을 핵심'소프트파워'로 규정하면서 "세계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규제는 강화되고 있고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다"며 "규제나 법안의 변화로 높은 벌금, 평판 훼손, 고객 손실과 시장에서의 수익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 기업이 PA를 통해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호의적 여론을 얻어놓지 않으면 진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PA 전문가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규제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기업들이 PA를 홍보(PR), 사회공헌활동(CSR)과 연계해 통합적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적 요소로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의 한 통신사는 '대관업무'와 사회공헌활동 업무를 한 부서에서 하고 있는데, 이는 PA에 대한 이해가 잘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는 의원들에게 불법적인 로비를 시도하는 대신 의원들이 관심을 가지나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빈민구제 사업, 즉 사회공헌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호의적인 국민여론을 얻고 대외 홍보도 이뤄지면서 동시에 불합리한 규제 등에 대한 설득작업을 할 때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에서도 PA는 중요한 요소다.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정부는 오지 등에 학교시설 등을 지어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은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사회공헌활동으로 여기면서 동시에 홍보하면 자연스레 중국 정부에 국민들에게 PA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용어설명>

PA(Public Affairs : 공공관계활동) '기업과 단체의 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정책이나 법안 그리고 규제로부터 비즈니스와 활동을 보호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펼치는 전략적인 소통활동'이다. 때때로 '공공PR'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부정적 의미의 '로비'나 '대관업무' 정도의 의미로 사용돼 왔으나 사회투명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및 대국민 홍보활동과 함께 활용되는 통합전략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 한국기업 해외사업 리스크, PA 강화로 뛰어넘어라
• 적극적인 PA 전략위해 `어젠더 세팅` 주저말라
• 국내 기업 PA(공공관계활동) 어떻게…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 사진 = 박상선 기자]


68. [매일경제][Editor`s letter] 규제 변화에 적응하려면…

기업이나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않은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경기가 위축되어 수요가 감소하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올 초만 해도 세계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글로벌 경제는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마다 규제도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사정을 보더라도 기업인들이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초 '비즈니스 플렌들리'를 표방했던 현 정부는 시장에 참견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품가격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고졸 채용 확대 등 채용정책까지 간섭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업종을 선정한 것도 일부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회적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 활동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에서만 감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기업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중국에서도 기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중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 주요 보험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무역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재 수출보다는 생산을 더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한마디로 기업활동을 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위기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거니와 글로벌 기업들의 반격과 견제 또한 기업과 기업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규제 변화와 불확실성 증대로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게 바로 기업들이 헤처나가야 할 현실인 것을요. 일부 기업인들은 제약이 많은 시장에서 떠나버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그게 바람직한 해법은 아닐 겁니다. 다른 지역 역시 정도 차이가 있을지언정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시장을 벗어나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 같은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나 정부 그리고 시장을 상대로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노력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PA(Public affairsㆍ공공관계활동)라 부릅니다.

이번주 MBA팀이 만난 홍보전략 전문가인 데이브 시네이 플레시먼힐러드 회장은 "기업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나 규제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보호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장을 구성하는 각종 주체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을 이해시키고 그들과 호흡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념 단계에서 실천 단계로 옮아감에 따라 각 환경 주체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불충분하고 이를 사전에 처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 활동에는 최고경영자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위정환 기업경영팀장 sunnywi@mk.co.kr]


69. [매일경제][Case Study] 해외로 뻗어나가는 엔씨소프트 성공비결

▶ 생각열기

'리니지의 버전이 바뀌면 그해 고3 수험생은 대학 입시를 망친다.'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다. 학부모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리니지'란 게임을 만든 기업이 바로 엔씨소프트다. 리니지 이외에도 '리니지2' '아이온' 등의 인기 온라인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온라인게임 바람을 선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7년에 2226억원이었던 엔씨소프트 매출액은 2010년에 5147억원으로 3년 사이에 두 배로 성장했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열세인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성적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특히 사업 무대를 중국 등 해외로 확대하며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엔씨소프트가 짧은 시간에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비결은 콘텐츠의 창조력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장르와 에피소드를 새롭게 개발해 적용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엔씨소프트가 1998년에 리니지를 처음 발매했을 때 내놓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게임(MMORPG)은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장르였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소수의 이용자만이 참여할 수 있던 기존 온라인게임의 공간을 몇백 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게끔 확장시켜 고객층을 대폭 늘렸다. 또한 인기 만화가 신일숙 씨 원작만화인 리니지에서 시나리오를 가져와 게임에 생소하던 고객층에게도 쉽게 다가갔다. 이후에는 3~6개월마다 온라인ㆍ오프라인 고객간담회에서 유저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이를 게임에 반영해 유저의 입맛에 맞게 게임 스토리를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리니지는 발매한 지 15개월 만에 100만 회원 온라인게임 시대를 열었고, 대한민국 게임대상(199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출상(2002년)을 연이어 수상했다.

엔씨소프트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두 번째 요인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이전 작품을 보완하는 전략이다. 오랜 시간 동안 강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던 리니지에 적응을 못하거나 기존 유저와의 수준 차이 때문에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는 유저를 위해 비슷한 장르의 새 게임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엔씨소프트는 2003년과 2008년에 각각 발매한 '리니지2'와 '아이온' 등의 자매게임에 리니지에서 이탈한 이용자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리니지의 장점으로 꼽히던 편리한 인터페이스, 유저별 커스트마이징, 에피소드의 주기적 업데이트 등을 자매게임에 그대로 적용시켜 고객층의 충성도를 견고히 했다. 민승기 엔씨소프트 홍보팀 과장은 "엔씨소프트 게임들의 성공 비결은 MMORPG 장르에 대한 집중력과 노하우 덕분"이라며 "리니지에서 10년 이상 쌓인 고객의 충성도와 믿음이 자연스레 새 발매작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렸다. 특히 현지인으로만 돌아가는 현지화 전략은 한국의 게임산업을 해외에서 쉽게 정착시키는 데 주효했다.

엔씨소프트는 2000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직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했다. 2002년에 시애틀의 게임 스튜디오인 아레나넷을 인수한 이후 한국인 직원 없이 현지인의 힘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판매한 것이다.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지인을 채용해 엔씨소프트의 게임 내용을 타 문화에 맞게 새롭게 각색해 게임의 경쟁력을 키웠다.

올해 미국 게임 전문 사이트 MMORPG닷컴(mmorpg.com)에 게재되고 있는 이용자 투표 순위 현황을 살펴보면 엔씨소프트의 '길드워2'와 아이온은 꾸준히 순위권에 들며, 미국 법인인 블리자드사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일본 법인인 스퀘어에닉스사의 '파이널판타지13'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지 유저의 취향에 맞추는 섬세한 배려 역시 엔씨소프트의 강점으로 꼽힌다. 2007년 엔씨소프트가 중국 시장에 처녀 진출작으로 아이온을 내놓았지만 경공 시스템을 적용시키지 않아 이에 익숙한 중국 유저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경공 시스템이란 게임 캐릭터의 이동 속도를 배로 늘려줘 유저에게 스릴감을 준다.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내년에 새로 출시할 '블레이드앤소울'에 경공 시스템을 도입해 중국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17조7000억원인데, 이 중 우리나라는 4조7000억원, 중국은 5조7000억원으로 합칠 경우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엔씨소프트가 내년에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전체 파이가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록희 대신증권 인터넷통신팀 연구위원은 "MMORPG와 견공 시스템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현지화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조만간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단일 장르에 치중하다간 언젠가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 Effect)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기잠식효과란 확장된 제품 간에 충돌이 일어나 수익성이 낮은 제품이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판매를 잠식하는 것을 말한다.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은 'MMORPGㆍ전투게임'이란 공통 장르이기에 이 게임들 간 고객들의 이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앞으로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단일 장르에서 탈피하고 고객층을 다분화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저가형 승용차를 만들던 도요타가 고급 세단인 렉서스를 만들어 상류층 고객을 흡수하고, 게임패드로 조작하던 게임을 내놓던 닌텐도가 유저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콘솔이 탑재된 위(Wii)를 개발해 30~60대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 예다.

김정구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핵심 브랜드(Core Brand)는 유지하되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기 위해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일정한 거리(Distancing)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엔씨소프트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MMORPG뿐만 아니라 세컨드 라이프 등 타 장르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70. '강의의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출퇴근길에서 스마트폰으로 TED(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ㆍ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동영상으로 10~15분의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은 명사의 강의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은 곧바로 서적 판매량 증가나 관련 연구자의 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사회 여러 문화시설에 '인문학 강좌' 개설이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좋은 강의'를 하고 사람들을 교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CTT(Creative Teaching Techniquesㆍ창의적 교수법)의 개발자이면서 전 세계 교사ㆍ강사ㆍ교수들의 교육 방식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밥 파이크(Bob Pikeㆍ64) 회장을 만났다. 파이크 회장은 "기업에서 '창의성'을 통한 혁신을 이뤄내려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만 있어서는 안 된다"며 "아이디어를 디테일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렇게 팀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내교육은 '만능'이 아니다"며 "회사의 문제를 꼼꼼히 검토해본 뒤에 정말 필요할 때 교육을 해야 하고, 이렇게 될 때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가 된다"고 말했다.

-파이크 박사가 개발한 CTT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KAIST, 서울시 교육정보연구원, 제주도교육청, 광주광역시교육청, 전문대학교수협의회 등 여러 기관에서 도입했다. 처음 CTT를 개발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1960년대에 내가 첫 '트레이닝 프로그램' 교육에 참여하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당시 나는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음에도 매일같이 이어지는 강의에 지쳐갔다. 뭔가 교수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내가 교수법을 가르칠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목사 시절 30~40분간 내 설교를 듣는 교인들의 특성을 분석했고 주일학교에서 내 반이었던 5학년 어린이 12명을 관찰했다. 그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도였다. 이때 깨달은 게 바로 '어른들은 큰 몸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아무런 사전 경험이나 지식 없이 실험하며 발견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이미 사전 지식도 갖고 있고 많은 경험을 토대로 한 어른들은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겠는가. 무한히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파이크의 첫 번째 교수법의 기원이 되었다.

-창의적 교수법도 시간에 따라 내용에 변화와 발전이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변하지 않는 원칙과 과거에 비해 현재 새롭게 강조되는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 뇌가 활동하는 법이 변하지 않는 이상 창의적 교수법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하고 망각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는데 이것은 100년 전이나 현재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단순히 강의실에 와 앉아 있다거나 온라인에 연결해 강연에 참석한다고 해서 그들이 곧바로 준비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다른 생각을 '강의 참여'를 통해 없애줘야 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강의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오프너(Opener)'라고 부른다. 물론 오프너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고, 어떤 주제로 할 것인가는 바뀌고 또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한 가지 주제를 20분 안에 끝마치는 법'의 기본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방법이 바뀔 수는 있다"

-'20분'에 어떤 마법이 있는가.

"사람의 단기 기억력은 20분을 넘어서면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강의는 최대 20분씩 덩어리로 잘라서 해야 한다. 또 하나 기본 원칙은 복습보다는 '재방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습은 강의자가 직접 '지난 시간에 이런 것을 배웠죠'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것이고 '재방문'은 학생들 또는 교육받는 사람들이 직접 지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특정 주제에 대한 내용을 장기 기억력 속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약 여섯 번의 재방문이 필요하다. 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수일이 지난 후에 또 그 주제를 재방문해야 한다. 단순 복습으로는 부족하다."

-파이크 박사의 CTT는 전미 교육계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 교육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은 여전히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밥 파이크 시스템 연구기반 창의교수전략, 이른바 'RCT'(Research Based Creative Teaching Strategy)를 미국 교육계와 함께 발전시키고 있는 이유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사이프레스 페어맹크 학교 지구가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60명의 수학 선생님과 6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텍사스 내 첫 RCT를 실행했다.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각각 다른 수업에서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치는가를 비디오테이프로 찍고, 학생들의 반응도 찍었다. 학교 성적, 시험 성적, 과목에 반응하는 학생들의 태도까지 지켜봤다. 여름방학 동안 우리는 교사들에게 창의적 교수법을 가르쳤고, 그 뒤 1년 동안 6주에 한 번씩 수업을 촬영했다. 1년 후 교사와 학생 모두를 다시 평가한 결과는 놀라웠다. 학생 중 수학을 배우는 데 흥미를 느낀 학생은 20% 이상 늘어났고 수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어하는 교사도 비슷한 비중으로 늘었다. 뿐만 아니라 이 학교 지구가 텍사스 아카데믹 스킬테스트 수학 부문에서 최고 점수로 패스했다. 우리의 궁국적인 목적은 한 학생, 한 선생, 한 학교, 한 지역 등 점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강의에 대해서도 유명한 전문가로 통한다. 현대인들은 꼭 학교에서 강의하지는 않더라도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발표 비결은 무엇인가.

"강의나 연설이 곧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말하고 싶다.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은 자신의 발표를 통해 어떤 결과를 얻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코치하는 발표자에게 나는 항상 '집중시킬 수 있는 깔끔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고 한다. 이 '집중'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이고, 발표자가 주목하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깔끔함'이란 발표자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얼마나 이해했는가가 핵심이다. 나는 프레젠테이션용 노트를 준비하기보다는 '실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봄으로써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C S 르위스라는 철학자가 한 '경험을 가진 자는 이론만 가진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격언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대변한다."

-기업 얘기로 들어가보면 현재 많은 기업이 인력 개발과 직원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이를 '비용'으로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기업은 '사내교육'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하나.

"사내교육이 기업 내 문제 해결의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과정이지 행사가 아니다. 교육의 목적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기업에서 교육 요청을 받았을 때 요청한 기업에 먼저 물어보는 것들이 있다. 나는 '왜,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를 해결하면 뭐가 좋은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얼마의 비용이 낭비되는가?'를 묻는다. 만약 '실적이 문제'라는 답변이 오면 나는 시스템, 정책, 과정, 현장, 인재 채용 등에서 모든 노력을 했을 때에도 해결이 안 된다면 그때 '교육'을 하라고 조언한다. 교육한다고 곧바로 실적이 올라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했는데도 문제가 있다면, 어떤 특정한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때는 기업이 아낌없이 교육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때 들어가는 돈은 절대 '비용'이 아니고 진짜 중요한 투자다."

-개인이나 기업, 조직은 늘 '창의적이 돼라'는 요구를 받는다. 미래 기업에 요구되는 창의성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르고 있는 기업(조직)이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혁신과 창의력은 과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꺼내 일을 시작하는 데 특출나다. 하지만 이것으로 기업이 성과를 곧바로 낼 수 있나? 아니다. 일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도출된 창의적 아이디어를 다듬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창의력이 약하더라도 디테일에 강한 사람들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굵직한 아이디어만 집중해서 소소한 것들을 빠뜨리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나사 하나만 없어도 차가 굴러가지 않는 현상이 있을 수 있으니 디테일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도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창의력ㆍ창조력은 사실 팀 과제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현실성 있게 다듬고 디테일에 신경 쓰고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업이 유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창의성, 디테일 각각의 분야에 강한 여러 명이 함께 창의적 아이디어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지속적인 창의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팀'이 필요하다."

-많은 직장인이 인터넷과 IT기기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또 수험생들도 '인강'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강의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부작용은 없을까? 활용법은?

"내가 보기에 '온라인 교육'에는 큰 가치가 있다. 특별히 실시간 온라인 강좌는 더 그렇다. 내 딸이자 그룹 부사장인 베키는 '온라인 트레이닝과 성장'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강의와 그 성과를 보면 90%의 창의적 교수법이 온라인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절대 모든 수업을 온라인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강의해도 될 만한 주제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많은 고객이 이것을 어렵게 받아들였는데 우리가 주는 팁은 이것이다. 온라인에서 시험을 칠 수 있으면 온라인에서 가르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공교육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한국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생이 돼서도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자살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학교 수업을 통해 이런 불행한 일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학교 교육의 핵심이라고 본다. 나는 고등학교 때 영어와 수학에서 상급 과정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똑똑하고 성적이 좋은 상위 20명의 학생을 모아서 그들에게 상급 과정을 제공하고는 그들끼리 상대평가를 내려서 점수를 줬던 것이다. 상급 과정을 듣지 않는다면 그 학생들은 모두 A를 받을 수 있는 학생들임에도 상급 과정에 가서 상대평가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함께 일하는 것과 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학교 교육에서 배워온 것은 경쟁뿐이다. 나는 교육시스템에서 학생들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두면서 그들을 압박하는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그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과 비교돼야지 자꾸 다른 사람과 비교돼서는 안 된다. 내가 내게 주어진 능력만큼 일을 해낸 것일까가 중요한 것이다. 여기에서 강조되는 게 '캐릭터'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최고의 학력을 갖고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사회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최소한의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사회에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을 가르는 것은 캐릭터다."

■ He is…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밥 파이크 그룹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 파이크 회장은 1969년부터 교육 분야에 몸담기 시작해 지금까지 29권의 교수법 관련 책을 단독 혹은 공동 집필해왔다. 본래 목사였던 밥 파이크는 마케팅, 트레이닝, 컨설팅 등 '사람을 다루는 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결과 '트레이닝'의 대가가 됐다. 하루에 600건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든 기록도 갖고 있는 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올바른 교육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창의적 교수법'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창의적 교수법 출판사'의 설립자이면서 현재 '창의적 교수법 뉴스레터'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그는 매년 리더십, 동기부여, 의사결정, 문제해결, 개인과 조직의 효과성을 주제로 150일 이상을 강의하고 있다. 창의적 교수법 워크숍에는 7만5000명 이상의 교수, 강사들이 참가했다.

파이크 회장은 1991년 NSA(미 국가안보국) 회원 3800명 중 9%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연설전문가 인증(CSP)을 받았다. 또한 1999년에는 연사들의 명예전당인 CPAE에 오르기도 했다. 저서로는 '창의적 교수법 안내서' '1대1 교육' '어려운 참가자를 다루는 방법' '50가지 창의적인 강의 시작 방법' '50가지 창의적인 교육 종료 방법' 등이 있다.

[올랜도(미국) = 황미리 연구원]


71. [매일경제]적극적인 PA 전략위해 `어젠더 세팅` 주저말라

◆기업 역량 높이는 PA(공공관계활동)◆

# 사례 1 = 2005년 중국기업 레노버(Lenovo)는 IBM의 싱크패드(ThinkPad) 사업부를 인수했다. 낮은 인지도도 문제였지만 의회에서는 미국 해외 투자위원회의 승인 과정이나 국무부와의 계약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레노버가 중국 정부 소유라는 점 역시 비호감 요소였다. 레노버는 즉각 미국 주요 경제지ㆍ일간지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면서 레노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켰고 호의적인 보도를 늘려갔다. 대정부 관계 활동을 진행할 때에는 회사가 진행한 환경보호 프로그램, 지적재산에 대한 존중, NGO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한 미군의 지원활동 등 사회공헌활동(CSR) 프로그램을 강조한 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레노버의 브랜드 인지도는 뚜렷하게 상승했고 2008년 7월 월스트리트저널 독자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중국 회사 3위에 오르게 됐다.

# 사례 2 =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인도시장에서 특허등록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정부가 기존 약품과 차별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특허 인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의 특허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노바티스사는 문제해결을 위해 두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다. 우선 인도 법원에서의 법정다툼과 대정부 설득에 힘을 쏟았다. 또 한편으로 글리벡을 인도 환자들에게 무료로 공급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관업무와 법정투쟁'이라는 공공영역에서의 업무 추진과 '사회공헌활동'과 이를 통한 '홍보'가 동시에 진행됐다. 특히 소비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작업과 이해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데 힘을 쏟았다. 노바티스사는 이를 통해 인도 국민 여론의 힘을 얻게 됐고 결국 특허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레노버와 노바티스가 벌인 활동과 성공스토리의 핵심에 공공관계 활동(PA)이 있다. 이들 회사는 모두 PA의 성공전략을 충실하게 따랐다. 대정부ㆍ의회와의 관계에서 치밀하게 설득하는 한편 사회공헌활동과 이에 대한 홍보, 회사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창출로 여론을 등에 업었다. 기업의 정치전략 'CPS'(Corporate Political Strategy),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홍보 'PR'(Public Relations)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통합전략으로서의 PA가 제대로 구현된 것이다.

PA는 이처럼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한 국가 안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비즈니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활동이다. 해외 진출 시에는 진출 국가의 정치환경과 규제, 경제여건에 맞는 전략을 짜고 진출국가 국민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작업의 핵심으로서 PA가 사용된다. 이는 정부나 국회는 물론 대중을 상대로 비즈니스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활동이다.

글로벌 정유회사 볼레로도 성공적 PA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볼레로는 지부가 있는 모든 지역에서 직원들의 시간을 투자해 사회공헌활동을 독려하고 심지어 내부 경쟁을 시키면서 모금운동까지 펼친다.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높아져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커뮤니티에서부터 볼레로사에 대한 평판이 높아진다. 이는 자연스레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을 통해 정부로 들어가 해당 지방정부ㆍ중앙정부로부터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받을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PA전략도 더욱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스스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시키는 과정에서 지금껏 구사해 온 '소극적ㆍ방어적 PA'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업계가 자신의 산업에서의 규제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ㆍ의회와 함께 '똑똑한 규제'를 만들어가는 '적극적 PA'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김희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금융위기로 금융권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에는 방어적 PA보다 적극적 PA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산업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수소전지는 친환경 차량 사업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인데 안전성 문제로 인해 필연적으로 규제자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공정한 제3자로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정부관료나 입법하는 의원들이 사업자들보다 관련내용을 잘 알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업계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먼저 정부기관과 의회를 찾아 어떤 방식으로 규제가 만들어지고 시장이 형성돼야 비즈니스가 잘 이뤄질지 설명해야 한다"며 "이렇게 규제자와 피규제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올바른 시장형성과 산업발전을 촉진할 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정 기업이나 업계가 적극적인 PA를 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나 의회로부터 특혜를 얻으려 할 때에는 곧바로 '정경유착'이 될 수 있고, 기업에 대한 여론과 시장의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감시자가 들어와 투명하게 정책결정과정을 볼 수 있어야 PA도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적극적 PA를 펼치는 과정에서 합리적 규제를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형성되면 이때 외부 전문가집단과 감시자 역할을 하는 시민ㆍ소비자단체 등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며 "감시자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고 투명성을 인정받아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 PA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한발 더 나가면 '어젠더 세팅'형 PA로 진화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PA가 기본적으로 기업이 활동하는 데 유리한 정치적ㆍ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치적 전략 중 하나라고 볼 때, 각종 규제를 만들고 푸는 과정에서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기업의 선제적 어젠더 세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각종 환경문제가 걸려있는 사업에서 환경단체가 비즈니스나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슈를 선점해버리면 기업은 자동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방어에 급급하다가 결국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 구축에 실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도한 PA',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직접 정책을 결정하려는 행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 교수는 "골드만삭스의 경우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재무장관, 경제자문회의 의장, 세계은행 총재 등을 직접 배출하면서 사실상 정책결정자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게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됐을지 모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가 각종 음모론에 시달리고 '공공의 적'이 되면서 여론의 신뢰를 잃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승연 기자]


72. [매일경제]국내 기업 'PA(공공관계활동)' 어떻게…

◆기업 역량 높이는 PA◆

'커뮤니케이션 팀', '대외협력실'.

이 조직들은 한국 기업들의 '대관(對官)업무' 담당부서가 많이 쓰고 있는 명칭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다수 기업들은 그동안 PA를 대관업무로 한정해 활동해왔다. 여론의 지지를 얻거나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활동하는 홍보실과는 별도로, 또한 사회공헌활동을 책임지는 부서와는 별도로 운영했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을 접대해 자사에 유리한 정책이 실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였다. 평상시에는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후원금 등을 통해 국회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기업 차원에서 총력 로비에 나서는 식이다. 정책 담당자와 출신지, 학교 등 인연이 닿는 임직원이 임무를 맡는다. 한 중견 식품기업의 A대외협력팀장은 "이슈가 터졌을 때 논리를 개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담당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대관업무에 할당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주로 개인적인 로비에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대관 또는 대외 협력업무는 기업이 소속된 단체나 협회를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A팀장은 "식품공업협회 회원사들은 중기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 식품공업협회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 8월 국회를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시도하다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아직 국민정서상 대관업무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정경유착'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 대관업무다. 이 때문에 2007년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이 실시된 후 삼성그룹이 경영쇄신 차원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대관업무 등을 담당하던 전략기획실 폐지였다.

하지만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PA라는 통합적 전략의 틀에서 사회공헌활동과 홍보활동 등과 연계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비즈니스 활동 전략'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투명하게 일을 진행해 '합리적 규제'를 정부기관ㆍ의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변화도 감지된다. 한국 사회가 많이 투명해지면서 대관업무가 PR(홍보)와의 긴밀한 연계 속에서 통합적인 PA로 이뤄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락앤락과 삼광유리의 '강화유리 안전성 논란'이다.

강화유리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락앤락과 삼광유리의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자 기술표준원은 올해 상반기 강화유리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두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기술표준원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락앤락은 지난 8월 강화유리 전문가인 독일의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긴급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권위자의 입을 통해 강화유리의 위험성을 알려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였다. 삼광유리도 지지 않았다. 락앤락의 기자간담회 직전에 기술표준원의 비공식적인 발표를 언론에 흘리면서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고자 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두 회사가 자사의 이익을 부각시키지 않고 소비자의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안전과 이익을 도외시한다'는 소비자들 평판이었다. 특정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에 집중됐던 대관업무가 PR와 연계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일부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CSR), 대관업무, 홍보활동을 연계해 통합적 PA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의 정태철 전무는 "대관부서와 CSR부서가 같은 대외협력팀에 속해 있다"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회사를 보호하는 소극적인 역할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도 '법무실'을 통한 소극적 방어와 은밀한 부서를 통한 수면 아래 접촉에 익숙한 대기업들이 대다수"라며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관이나 의회와 접촉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함께 산업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우호적 비즈니스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각 산업분야의 선두 기업들이 단기적인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대승적인 차원, 산업의 파이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통합 PA를 펼쳐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 차원에서 투명하게 의회와 행정부에 접근하고 다른 이해 당사자들이나 국민들에게 설득할 것은 설득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면 그 이후에 투명성 감시 등 시스템 구축은 아주 쉬워질 수 있다"며 "'정경유착'이나 '특혜'의혹 없이 당당하게 비즈니스 전략으로서 PA, 대관업무 등을 할 수 있을 때 결국 기업도 최대의 이득을 얻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73. [매일경제]한국기업 해외사업 리스크, PA 강화로 뛰어넘어라

◆기업 역량 높이는 PA(공공관계활동)◆

"한국 기업들은 이제 글로벌 PA활동을 강화할 때입니다."

PA 전문가인 데이브 시네이 플레시먼힐러드 회장은 지난달 20일 매일경제 MAB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 침체와 각 지역의 규제 변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의 해외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한국은 그동안 수출 시장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PA활동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한 직전 10여 일 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머물며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도 참가했다는 시네이 회장은 "서머 다보스의 주제는 질적인 성장"이었다면서 "중국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점점 세계적인 브랜드로 뻗어나가기 위해 PA역량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글로벌 톱 브랜드 명단에 중국 브랜드는 하나도 없고 한국은 두 곳 정도가 있지만 미래에는 아시아권 브랜드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네이 회장은 "다만 한국의 기업들은 뛰어나나 거의 '하드 파워(Hard power)'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는 약하다"고 지적하고 PA의 기본이 되는 소프트 파워를 갖기 위한 8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진행한 이번 인터뷰에는 조앤 웡 플레시먼힐러드 아시아퍼시픽 클라이언트 서비스 수석부사장과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대표가 배석해 국내외 기업들의 PA활동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한국에서는 PA(Public Affairs:공공관계 활동)란 개념이 다소 생소하다.

"맞다. Public Affairs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기업과 단체의 활동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정책이나 법안 그리고 규제로부터 비즈니스와 활동을 보호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펼치는 전략적인 소통활동을 PA라고 말한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성공하고 해외에서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에 PA가 왜 중요한가.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수출 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사업을 글로벌하게 구축하고자 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려면 PA가 중요하다. 실제로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하듯 아직까지 한국의 기업들이 강세를 보여준 부분은 하드 파워다.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은 다름 아닌 소프트 파워다. PA는 대표적인 소프트 파워로 대한민국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 키워야 할 역량이다."

-그런데, PA라 하면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사람들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PA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생각하는데, 한국의 경우 로비는 불법이다. PA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PA는 시장이나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의 PA전략을 지원하는 플레시먼힐러드도 국가별 PA활동 범위가 다르다. 로비가 법적으로 용납되는 국가에서는 로비도 시도하지만, 한국처럼 법적으로 불법인 나라에서는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의 경우 변호사법에 의해 변호사만 로비를 할 수 있다. 따라서 PR회사가 로비를 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일 추진 과정의 투명성이 더욱 요구되고, 여론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대중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다. 따라서 대중의 심리를 읽고 이슈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서 변호사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변호사법에 의거해 변호사들이 로비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로비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로비와 PA는 어떻게 다른가.

"방금 말했듯이 각 나라와 지역에 따라 로비와 PA활동이 다르다. 미국 워싱턴DC의 경우 로비가 합법적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통적 방식의 로비 활동은 힘을 잃고 있다. 워싱턴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은 내용은 얘기를 하지 말고, 이미 대중에게서 합의가 된 사항은 로비를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경우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이 진출할 때 워싱턴의 미국 중앙정부 차원의 입장과 개별 주정부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된다. 주정부나 시에서는 투자가 도움이 되어 적극 환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국 기업도 지역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에서 먼저 신뢰를 쌓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다. 즉 미국의 경우 전략적 캠페인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보고 로비보다는 정부와 지역사회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유럽의 브뤼셀에서는 로비가 많다. 유럽에서는 전문성에 근거한 비즈니스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자료 제시가 당연해 로비 활동 역시 당연하게 생각한다. 2012년부터는 ECI(European Citizens' Initiative)라고 해서 EU 가입 국가의 시민들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책 어젠더를 제안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활발하게 ECI를 활용하겠다는 기업과 NGO가 벌써 나오고 있어서 한국 기업들도 ECI가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는 정부기관, 규제기관에 투명한 방식으로 진출해 아시아 기업들이 영국 경제에 투자, 일자리 창출,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 구축이 필수적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이런 이미지를 적극 구축해 정치권에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 타 아시아의 경우는 아직 관계를 중시하는 모델이다. 이는 중국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또한 바뀌고 있다. 일본은 과거에는 누구와 술을 마셨느냐가 중요할 정도로 관계 중심적 사회였는데 지금은 이런 일본마저도 바뀌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 중국 기업들이 서로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지나친 자존심 경쟁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비를 제외하고 PA를 생각하다 보면 PR(홍보)와 개념이 애매모호하다. 어떻게 다른가?

"Public Relations(PR)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대중의 이해를 이끌어 내는 활동에서 PA를 보면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 즉 입법, 행정기관, 규제기관을 대상으로 소통에 집중한다. 따라서 PA는 PR보다는 좀 더 좁은 범위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Public Affairs 활동 사례로 어떤 것이 있는가?

"지난주 중국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 참석했던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정부와 사회로부터 단순히 제약사가 아닌 '헬스케어 파트너'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PA활동을 전개해왔다. 가격, 경쟁, 지적재산권만 가지고 비즈니스를 풀어 나가기는 힘들다. 오히려 기업 측에서 중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사회적 어젠더의 도전과제를 인지하고, 중국 정부가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고 물론 이는 매우 바람직한 전략으로 중국 정부는 물론 대중에게도 우호적인 기업으로 자리잡은 좋은 사례다. 이 사례를 보면, CSV(Creating Social Value)의 개념에서 최고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A를 하는 데 최고경영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A활동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를 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는가.

"(조앤 웡) PA에는 이슈, 산업, 지역에 대한 전문성과 관련 분야 리더들과의 인맥,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 모두를 요구한다. PA가 중요해짐에 따라 C-level 임원진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포천 100대 기업 임원진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소통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에 PA트레이닝을 포함해 진행한 적이 있다. 이는 인맥만 좋은 고위 관료 출신이나 법에 정통한 변호사들이 소통 전문가는 아니다는 의미다. 단순히 말만 잘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대정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소통하기 위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관련 부처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적이 있어서 명함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슈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가 있어야 하고, 평소에 준비하고 훈련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상황에서 전략적인 PA 필요를 경험하면 CEO가 직접 법무, 대관업무(GR), PR(홍보), CSR(사회공헌활동) 등 통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율에 적극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 시장의 상황은 어떠한가?

"(박영숙 대표)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우호적 환경 조성도 Public Affairs 영역이고, 정부와의 갈등 사안이나 사회적 임팩트가 큰 정책에 대해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교육 캠페인도 역시 PA 영역이다. 플레시먼힐러드 한국지사는 방폐장,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노동관계법 개정, 경기도 GTX 녹색 성장, 기후변화 대응, G20 비즈니스 서밋 등 국내외 소통 업무를 맡았다. 공공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위한 Public Affairs 영역에서도 개별 기업과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PA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PA활동 사례를 제시해 준다면.

"국내에 투자한 유럽계 백신회사(C사)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곳에 지자체의 지역 개발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주민들한테 알박기 기업으로 비난받기 시작하고 국제기구 고객사에 백신 공급 중단 시 비즈니스 중단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플레시먼힐러드는 국가적 어젠더와 지역 어젠더의 갈등 사안에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메시지 구축, 로펌과 메시지 및 통합적 소통 전략 조율, 협회 등과 연대해 여론 형성, 영향력 그룹 대상 백신 생산 특수성과 사업 가치에 대한 교육자료 개발, 협상 소통 트레이닝 등 종합적 PA자문 활동을 했다. 결과적으로 자칫 외교적 이슈로까지 불거질 위기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백신 생산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보호를 받고, 수출을 늘리며 기업 신뢰도도 높일 수 있었다. 적극적인 PA활동을 통해 서로가 승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사업을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해외에서 문화적인 차이가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데 이 같은 장벽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인재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훌륭한 인재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다. 네트워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러 지역에 지사 네트워크를 갖추었다고 해서 훌륭한 네트워크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플레시먼힐러드는 현재 톱200 클라이언트 중 3분의 2가량이 지역 단위로 함께 일하고 있으며, PA 서비스에서의 협력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팀워크는 우리의 커다란 경쟁력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각국 정부의 규제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기업이 잘못된 행동으로 만든 상황을 단순히 커뮤니케이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기업의 책임경영과 윤리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만 정부의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기업이 정부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PA는 비즈니스를 할 때 방패나 헬멧과 같은 방어막이 될 수 있다. 독점 이슈 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 He is…

데이브 시네이 회장은 198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플레시먼힐러드 본사 소비자마케팅 분야 담당 AE로 입사했으며, 이후 27년 동안 다양한 프랙티스(practice)그룹의 리더 역할, 세인트루이스주지사의 총책임자이자 미 중서부, 캐나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사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국제 무대에서 회사 성장을 책임지는 플레시먼힐러드 최고경영진 위원회 공동의장을 역임해 왔으며, 회사의 장기 계획 수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네이 회장은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경영학과 커뮤니케이션 학위를 취득하고 국제 마케팅 분야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플레시먼힐러드의 모기업인 세계 최고 커뮤니케이션 지주회사인 옴니콤(Omnicom)을 대표하여 하버드 경영학부(Harvard School of Business Faculty)와 밥슨대학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Omnicom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최근에는 2011년 칸 국제 광고제(Cannes Lions) PR부문(PR Lions) 심사위원단장을 역임했다.

[대담=위정환 기업경영팀장 / 정리 = 황미리 연구원 / 사진 = 이승환 기자]


74. [매일경제]What`s HOT ! in this week

◆ 최고경영자들에게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 CEOs Need a New Set of Beliefs

'CEO들에게는 새로운 신념이 필요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지난 26일 게재한 내용 중 하나다. 지난 25년간 대기업 총수들은 잘못된 착각 속에 살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현실적으로 효과적이지 않았던 믿음을 갖고 경영에 임했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속에서 자신이 피땀을 흘려 키워놓은 기업이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과거 기업 CEO에서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된 레이먼드 길마틴은 이 기사에서 길을 잃은 CEO들에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이전의 신념은 잘못된 것이다. CEO가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오히려 기업이 주주보다 사회를 우선시한다는 믿음을 줘야 하고 CEO는 사회와 대중의 대변인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 주식시장이 단기적인 시장이라고 착각했던 신념도 그릇된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도 장기적으로 지불 가능한 프로젝트를 반갑게 받아들인다.

▷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면 일을 열심히 할 것이라는 것도 착각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돈을 위해 일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목적 있는 삶'이다. 동기부여를 하고 목적의식을 심어주고 임무에 성공했을 때 그것에 대한 보너스를 주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오히려 나눠준 주식으로 인해 자신의 성과에 상관없이 회사 주식의 오름과 떨어짐에 따라 사기가 상승되고 저하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는 일에 대한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 사회적인 문제들은 기업의 사회책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믿음 또한 잘못된 것이다. 사회적 이슈들은 기업 전략 필수 요소다. 이는 기업경영에 대한 이해 없는 사회책임 부서라는 조직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다.

▷ CEO 승계는 기업 안팎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에 뽑아 이뤄져야 한다는 믿음은 지금껏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야기해 왔다. 가장 적합한 CEO는 기업 안에서 자라온 사람이다. 기업 내부에서 성장했지만 안팎의 조율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외부의 시선에도 민감하고 다른 방향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밸런스가 잘 맞는 CEO가 될 수 있다.

◆ '성차별'의 벽을 넘어서 Breaking the Mould

인도의 주간지 비즈니스투데이는 최근 호에 인도에서 성공한 여성 리더들에 대한 글을 실었다. 모든 남자가 태생적으로 CEO가 될 만한 DNA를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여자도 그런 DNA를 갖고 태어나진 않는다. 브리타니아의 디렉터 비니타 발리는 "'성별'에 대한 문제가 사회에서 자주 논의되지만 이는 사실 과장된 얘기"라며 인도에서도 여성이 성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어떤 성별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신감, 실력, 태도, 그리고 리더십이 리더의 요건이다. 하지만 아직도 카스트 시스템이 사라지지 않고 성적 차별도 뿌리 깊은 인도에서 여성이 기업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진보적인 기업들은 여성 채용을 적극 권장한다.

인도의 일등기업 인포시스는 의도적으로 매년 여성을 채용하기 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단 7%에 불과하다. 인포시스는 직원의 성비율 변화를 기대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도는 10년 후쯤이면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전에는 상위 대학들에 진학하는 여성이 거의 없었으나, 현재는 상위권 대학 졸업생들 중 여성 비율이 15%에 이른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도의 여성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여성들은 결혼, 육아 등의 문제로 남성처럼 원활하게 경력을 쌓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연근무를 도입한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여성에 대한 특별한 배려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인도에서 리더의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들 중 샤일라 두트, 안잘리 반살은 틀을 깨고 성공하기 위해서 여성들이 감수해야 할 것에 대한 조언을 한다. 샤일라 두트는 자신의 성공 뒤에는 '군인정신'이 있었다고 한다. 남자보다 상사에게 더 깍듯하고, 올바른 일만 하며, 일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보다 더 타이트하게 군대식 규율을 자신에게 적용했다고 한다. 안잘리 반살의 경우는 무엇보다 일을 할 수 있도록 육아 등의 문제를 배려해준 가족에게 공을 돌리면서도 자신의 성공 뒤에는 "Killer work ethic", 즉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근무 윤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 금주의 유튜브 비즈니스 동영상…하버드 경영대학 대가가 본 현명한 리더십

하버드 경영대학의 지식경영 대가들이 논하는 현명한 리더십에 대한 동영상 강의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동영상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에서 발행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편집장과 지식경영의 대가로 불리는 노나카 이쿠지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히로타카 다케우치 하버드 경영대 교수 간의 좌담회다. HBR를 통해 발표했던 심도 있는 기사를 바탕으로 공익을 실천하는 현명한 리더십에 대한 논의와 리더들을 위한 제언이 이어진다. 이들이 제안하는 공익을 고려하는 현명한 리더십은 '도덕적 목적 (Moral Purpose)'를 가졌느냐의 여부에서 시작한다. 도덕적 해이가 야기한 수많은 거품 경제의 혼돈과 미국발, 유럽발 금융위기 등 최근 몇 년 사이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 지금까지 기업들이 존재의 이유로 합리화했던 이윤 극대화나 주주만 부유하게 하는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시스템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이라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 타타자동차 회장인 라탄 타타(Ratan Naval Tata)가 2500달러 정도로 살 수 있는 경차 나노 타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어려운 인도의 가정들이 탈 수 있는 저렴한 국민차를 생산하기 위한 선의의 목적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도덕적 목적이라는 출발점에 부합한다. 단순히 실용성과 효율성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 실용주의(ideal pragmatism)'를 목표로 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대응하면서 기업을 경영하기에도 벅찬 현대의 경영자들이 이러한 선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오히려 위기의 시대를 맞이한 리더일수록 정보 프로세싱을 통한 단순한 결정 (decision)을 내리지 말고, 모든 상황과 맥락을 통찰한 뒤 이를 바탕으로 판단(judgement)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특히 철학, 문학, 역사 등의 인문학에서 힌트를 얻어 현상에 대해 숨어 있는 맥락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황미리 연구원]


75. [매일경제][Insight] 시대를 너무 앞서간 罪…몰락한 전시회서 배워라

세계 최대 자동차산업 관련 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최근 열렸다. 글로벌 단위 정보 교류와 교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거의 대부분 산업군에서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이런 전시회에 나온 물품뿐만 아니라 전시회 자체 부침에서,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면 산업 전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주요 전자 관련 전시회 중 컴덱스(Comdex)와 시카고 여름 가전전시회는 이미 없어졌다. 그들이 사라지게 된 이유를 보면 전자업계가 어떤 흐름을 타면서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시회도 하나의 기업이나 상품과 같은 브랜드의 일종으로 보았을 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 왜 시카고 전자전시회는 없어졌는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시카고를 흔히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 부르는데 다르게는 '관문도시(Gateway City)'라고도 한다. 5대호와 이리(Erie)운하를 비롯한 수로와 동서남북으로 미 대륙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들이 시카고 주변을 통과한다. 원래 시카고라는 도시 자체가 축산업의 유통 중심지로서 역사에 등장했다. 소떼를 몰고 남부에서 온 카우보이들이 길을 개척하며 시카고는 자연스럽게 축산 유통의 중심지가 되었고 부가산업이 함께 발전하면서 지리적으로 미국 중심부에 위치했다는 강점을 살려 다른 부문에서도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덩치가 큰 가전제품 유통의 허브도 시카고를 둘러싼 중서부였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스토어 체인인 베스트바이(Best Buy) 본사는 시카고 북쪽 5대호 연변에 위치한 미니애폴리스에 있다. 미니애폴리스 하면 추위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시카고도 미니애폴리스 못지않게 겨울이 혹독하게 춥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가전전시회를 일 년에 두 차례 하기로 결정하면서 연초의 겨울철 가전전시회를 라스베이거스에서 하고, 아름다운 여름과 편리한 교통을 만끽할 수 있는 여름 가전전시회를 시카고에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카고 여름 가전전시회가 사라져 버린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있다. 첫째, 날씨와 관련해 라스베이거스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나는 시카고 입장에서야 여름은 그저 아름답고 쾌적했겠지만 라스베이거스 1월 날씨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둘째, 전자제품의 신기술 개발 속도가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지 못했다. 셋째, '환락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라스베이거스는 전시회 이외 즐길거리에서 시카고를 압도했다. 굳이 시카고와 라스베이거스 둘 중에서 일 년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를 고르라면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할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중요한 것은 전시회를 기획할 때 시간을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자신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참가자 입장에서 과연 적당한 것인지, 경쟁 전시회와 비교해 우월한 면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본행사로서 전시회 이외에 참가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경쟁 전시회가 열리는 도시와 비교해 그 '+α'를 명확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도시 브랜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도시 관광부처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 컴덱스와 CES의 엇갈린 운명

1999년 11월에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컴퓨터 IT산업 관련 전시회인 컴덱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필자가 처음 컴덱스를 직접 참관한 해이기도 하다. 전자전시회에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에 장착하는 통신장비인 '온스타(OnStar)' 홍보를 위한 것이었다. GM의 자동차와 함께 수많은, 소위 닷컴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컴덱스는 욱일승천의 기세를 보였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다음해 1월 초에 열린 가전제품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는 GM 외에도 몇몇 자동차 업체가 전자기술이 장착된 자동차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당시 전자 관련 산업의 영웅들은 바로 닷컴 기업들이었다. 컴퓨터가 빠진 상태에서 전시된 TV나 냉장고와 같은 제품들이 갑자기 전통문화재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해 가전전시회 다음달 초에 열린 세계에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은 아직도 '닷컴볼'로 불린다. 그 정도로 닷컴 기업들의 광고가 줄을 이었다. 가전전시회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컴퓨터가 전자제품의 중심으로 떠오른다고들 얘기했다. 컴덱스의 위상은 MS의 빌 게이츠가 키노트 연설의 연사로 나서서 태블릿PC를 소개하는 2000년 11월의 컴덱스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MS 입장에서 먼저 본다면 그들의 야심찬 작품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호응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 갔다'고 혀를 차는 제품들이 가끔 있다. 혁신의 선두주자라는 타이틀이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길을 만들 테니 따르라'는 독불장군식 전시는 지양해야 한다. 컴덱스라는 전시회 자체가 디지털의 총아와 같은 제품이나 기술의 경연장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2000년을 정점으로 기울기 시작한 데는 물론 그 다음해 9ㆍ11과 같은 예기치 못한 엄청난 사건의 여파도 있었다. 특히 2001년은 9ㆍ11 바로 두 달 후여서 컴덱스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간 요인이 더욱 컸다.

2000년 컴덱스 직후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이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시작된 것만 같은 주제가 2000년에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미 1997년부터 제기됐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전시됐던 모바일기기 자체는 발전했지만 초고속ㆍ모바일 인터넷망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리 미래지향적인 전시회라고 하더라도 생활 속에 구현될 수 없는 제품들과 그런 제품들을 전시하는 전시회의 생명은 길 수 없다. 컴덱스가 언제 제대로 구현될지 모르는 미래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가전전시회는 가정 속에서 매일 쓰는 제품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시키며 그 영역을 넓혔다. 결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전시회는 컴덱스까지 삼켜버리는 미국 내 최대 전자 관련 전시회 지존의 위상을 획득했다.

◆ 전기차의 모터쇼 주인공 역할은 언제까지?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보면서 2000년 컴덱스 참관 직후에 들었던 생각이 났다.

전기차란 주제는 2007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큰 컨셉트 제시 없이 단지 더 빠르고 더 작아지고 더 편리해진 '전기차'들의 전시장으로 그친 느낌이 들어 다소 실망스러웠다.

전기차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모터쇼 주인공 노릇을 했다. 몇몇 업체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시장 밖에서 전기차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거대담론'의 구현체로서보다는 '실용도구' 쪽에 초점을 맞춘 전기차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현재 모터쇼와 같은 전시회의 존속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또한 필수적이다.

모터쇼에 대한 연상을 물어보면 상위에 3위 안에 여성모델이 들어간다. 여성모델을 보러 모터쇼에 간다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남자들도 많다. 여성모델이나 도우미들이 있는 전시회야 많지만 자동차 전시회는 특히 그 존재가 두드러진다. 자동차의 공격적인 성향을 누그러뜨리고,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며, 몇몇 남성들을 전시장으로 끄는 데 여성모델들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여성모델은 부가적인 요인일 뿐이다. 주(主)와 부(副)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부수적인 것은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전형이 된 부수적인 것에 변화를 줌으로써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 본부장]


76. [매일경제][21세기 인문학] 여행은 영혼에 상처를 주고, 상처는 문학을 잉태한다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동안 우리는 간혹 지울 수 없는 '원초적 장면'을 목도하는 수가 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감동에 빠져서 책 안에 묘사된 공간이 상상 속에서 그대로 '복사'되고 마치 손을 뻗으면 그대로 닿을 듯이 느껴지는 그런 체험이랄까. 실재하지 않는 책 속의 인물과 환상의 세계조차도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리라는 이상한 확신이 잊을 수 없는 '설렘'으로 기억 속에 그렇게 각인된다.

'몽상'과 '환각'이 예술의 본질인 것처럼, 책과 박물관, 미술관에는 이런 '설렘'의 기록들이 숨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만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그 공간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결핍이나 상처로 남는데, 그것이 곧 현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원형적 결핍을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로 둔갑시키는 힘을 우리는 간혹 문학작품과 책을 통해서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티베트의 고원에서 자신의 기행이 순결한 신성의 땅에 대한 모독임을 발견한 박완서의 기행문 '모독'을 읽으면서, 그리고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으면서 발견한 것은 이런 '환각에의 매혹'을 현실 속에서 찾고자 하는 행위가 또 하나의 집요한 욕망이라는 사실이다. '동경'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서 이탈리아, 인도, 티베트으로 길을 떠나지만 우리가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벅찬 매혹에 의한 감동보다는 또 다른 상실감이다. 환각은 언제나 영원히 환각으로 남을 뿐이라는 엄연한 진실이 여행 이후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여행이 문학의 주요한 모티프인 까닭은 '한계적 존재'인 인간의 실존에 대한 자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언제나 사라져버린 자아의 진정성, 그리고 세계의 총체성에 대한 그리움이다.

인간이 시간적ㆍ공간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가장 대표적인 행위가 글쓰기라면, 여행은 한계적 인간에 대한 재인식과 그 실존의 비애, 애수를 가장 철저하게 깨닫게 한다. 그래서 여행은 언제나 한계 속에 갇힌 비애의 실천이고 그 비애와의 정직한 대면은 또 다른 글쓰기를 필요로 한다. 글쓰기가 결핍에 대한 보상 혹은 대리충족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육체적인 실존의 한계성에 대한 자각으로 끝나는 여행 이후의 비애와 허무는 문학적인 글쓰기 혹은 인식의 탐구로 쉽사리 전이되는 것이다.

마음 속에 각인된 '풍경'과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을 통해 본 '풍경' 사이에 놓인 거리를 발견한 뒤, 우리는 매혹과 상실이라는 참을 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가슴에 품고 다시 여행지에서 돌아온다. 하지만, 이런 영혼의 상처가 또한 벅찬 감동과 헤어 나올 수 없는 매혹의 '진원지'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만주의 초원을 기차로 달리면서 안수길의 '북간도'와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를 떠올리는 순간, 우리의 눈앞을 스쳐가는 섬광 같은 '풍경'은 두 개의 밑그림이 겹쳐진 희미한 '이마주'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펼쳐진 풍경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에 대한 '존재적 질문', 스스로의 '내면'에 간직한 깊은 '동경'과 서로 팽팽하게 맞섬으로써 우리의 온몸을 전율시킨다. '바라보는 자'의 철저한 '고독' 속에서 생겨나는 더 많은 질문과 방황을 예감하면서.

[김춘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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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