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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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매일경제
1. [매일경제]`취업 성차별`여대생들의 눈물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 졸업반인 이 모씨(25ㆍ여)는 금융권 취업이 목표다. 그는 지난 7월부터 2개월간 한 증권회사 지점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우수한 평가를 받아 정규직 전환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며칠 후 이씨는 상사에게서 충격적인 말까지 들었다. "미안하지만 본부에서 남자만 뽑으라는 지시가 내려와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이씨는 "각 지점에서 매긴 인턴 성적은 여성이 훨씬 높았는데도 당시 정규직으로 입사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여자'라서 꿈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여대생들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며 눈물 짓고 있다. 여성 고학력화로 곳곳에서 여풍(女風)이 불고 있지만 채용시장에선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는 성(性)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1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대졸 신입 공채 합격자 남녀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은 신입사원 10명 중 1~2명꼴로 나타났다. 여성 신입사원 비율을 평균 내보니 18.5%로 20%를 채 넘지 않았다.
기업별로 보면 롯데그룹이 27.5%로 가장 높았고, LG와 SK는 20%, GS는 18%, 한화는 17.1%였다. 현대ㆍ기아차는 10% 후반대로 나타났으며 현대중공업이 9.7%로 대졸 여성 신입직원 비율이 낮았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두산그룹 기업 이미지 광고 '사람이 미래다'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여대생이 자주 등장하지만 해당 기업에 여자 신입사원 비중은 18.8%로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남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여성 신입사원 비중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진은 대한항공 등 일부 계열사로 공개 범위를 제한했고, 삼성은 공개 자체를 거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대졸자는 27만1773명으로 남성 대졸자(26만8223명)를 10년 만에 처음 앞질렀다. 하지만 대졸 여성 실업자 수는 14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기업들이 여성 인재를 적극 채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섬세함과 부드러움, 배려심, 소통 능력 등 여성만이 가진 강점에 주목해 기업이 경영전략 차원에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후기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남성성을 상징하는 '하드웨어 소사이어티'보다 섬세함으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소사이어티'가 부각되고 있다"며 "소비자 욕구를 잘 잡아내는 기업이 살아남기 때문에 여성 인력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 전경운 수습기자 / 황윤선 수습기자 / 손유리 수습기자 / 이용건 수습기자]
2. [매일경제]日, 외환시장 개입 엔화 79엔대 추락
일본 당국이 연일 치솟는 엔화 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약 3개월 만에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 덕분에 지난달 31일 엔화값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지난 주말 대비 3엔 이상 급락한 79엔대로 떨어졌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오전 10시 25분에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아즈미 재무상은 시장 개입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시장 소식통을 인용해 8월 4일 시장 개입 당시 4조5000억엔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개입은 외국 정부 도움을 받지 않은 일본 정부 단독 개입이며 8월 4일 이래 약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장 한때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지난 주말 종가보다 3.67엔 급락한 달러당 79.50엔까지 떨어졌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일본은 유럽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발행한 채권 중 20%를 매입해 왔으며 향후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서찬동 기자]
3. [매일경제]한·미FTA 심야 합의후 민주, 한나절만에 말바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합의안에 서명까지 한 민주당이 또 막판에 이를 번복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숨가쁜 협상을 통해 한ㆍ미 FTA 비준 후 핵심 쟁점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미국과 재논의한다는 막판 대타협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 협상안은 이날 오전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한ㆍ미 FTA는 무조건 반대'한다는 민주노동당이 지난주 이뤄진 야5당 합의를 민주당이 위반했다고 강력 항의한 데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 내 강경파가 협상안을 강력 비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민주당 행태는 한ㆍ미 FTA는 국익을 위해 필요하며 FTA 발효에 따른 피해산업 구제책이 마련되면 비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내년 총ㆍ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 대통합을 위해서는 국익이나 정치적인 합의를 내팽개칠 수 있다는 당파적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새벽까지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 등과 만나 국내 피해 산업을 지원하는 대책 마련에 합의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전날 마라톤 심야 회동에 이어 △농어업 피해보전 대책 추가 마련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대책 확대ㆍ신설 △통상절차법 실효성 강화를 골자로 한 합의문을 작성했다.
특히 합의문에는 민주당이 한ㆍ미 FTA 비준안 통과를 위한 최종 조건으로 내건 ISD에 관한 정치적 대타협안도 담겨 있어 여야 간 극적 타결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 합의문은 몇 시간 뒤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간단히 파기됐다.
이 자리에 참석해 발언한 민주당 의원들은 "ISD 폐지 없이는 FTA 비준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한나절만에 뒤집힌 여야정 합의
합의문이 나온 지 단 몇 시간 만에 여야 원내대표 간 핵심적 합의 내용이 무력화된 셈이다. 한ㆍ미 FTA 국회 통과를 위해선 미국과 무조건 재재협상을 해야 하며 비준 처리 시점도 내년 총선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민주당 측 고집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민주노동당 등 의회 내 소수파에 불과한 특정 이해집단 힘에 휘둘려 중도 성향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팽개친 사례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5월 한ㆍ유럽연합(EU) FTA 비준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당시 민주당은 표결 처리를 합의해 놓고도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이 거세게 반대하자 국회 본회의장에 불참했다.
한마디로 한ㆍ미 FTA에 임하는 민주당 태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 줄 수 없으니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는 막무가내식 고집인 셈이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지난 4ㆍ27 재ㆍ보선에서 합리적인 공약을 내세워 분당을 선거에 이겼다가 한ㆍEU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질질 끌려다니다가 지지율이 급락했던 경험을 또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번주 중 국민에게 FTA 통과의 당위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고, 국회 본회의에서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은 여야가 합의한 한ㆍ미 FTA 피해 보전 대책을 청와대와 긴급히 논의하는 등 당청 간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등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차 국회를 방문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황 원내대표는 ISD 문제와 관련해 협정 발효 후 한ㆍ미 양국이 협의하도록 하는 여야 절충안을 소개했다. 또 여야 합의안에 따른 정부 지원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 실장 등은 여야가 농업 분야에서 새롭게 합의한 피해 보전 직불제 발동 요건 완화, 밭농업 직불제 신설, 농업용 전기료 적용 대상 확대 등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 성향 정당과 한나라당 미래희망연대 등 보수 성향 정당은 수시로 의총과 원대대표 회담을 여는 등 본회의 때 실력행사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근우 기자 / 김은표 기자]
4. [매일경제]행복지수, 강원영월>서울목동
◆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② ◆
'교육ㆍ복지ㆍ고용은 한 묶음이다.'
한국 사회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적인 솔루션이다. 전문가들 충고는 교육개혁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되 복지와 고용부문 개혁과 연계하라는 것이다. 양극화와 높은 주거비 부담의 뿌리가 교육에 있기 때문이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교육ㆍ복지ㆍ고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면서도 "무엇보다도 교육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영월군 하송리에서 두 남매를 키우는 남보배 씨(46ㆍ여) 부부. 이들 한 달 여가비는 130만원이다. 주말이면 테니스와 래프팅, 오토캠핑을 즐기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친구나 직장 동료와 회식을 한다.
저렴한 생활비 덕분에 가능한 생활이다. 남씨 가족 주거비는 월 10만원도 안 되는 아파트 관리비가 전부다.
102㎡(약 31평)짜리 아파트는 6년 전 6000만원을 주고 샀다. 사교육비는 고등학교 2학년인 큰딸(18)이 이용하는 인터넷 강의료 4만5000원뿐이다.
보험료 60만원을 감안하더라도 남편(48)과 함께 버는 월소득(약 500만원) 중 60%인 300만원이 남는다. 더 큰 기쁨은 자녀교육이다.
중학생인 아들(16)은 저녁 9시 30분까지 학교에서 공부한 후 택시를 타고 하교한다. 저녁은 근처 식당에서 공짜로 배달된다. 무상택시와 저녁식사는 영월군이 제공하는 족집게 복지혜택이다.
아들은 정신지체아인 친구들과도 함께 수업받고 어울리지만 전국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영어실력은 일상적인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없을 정도다.
교육 여건과 삶의 질이 개선되자 영월군에 터를 잡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 사정도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송미숙 씨(43ㆍ가명).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남씨와 비슷한 월 500만원가량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영화 감상이나 쇼핑 같은 여가비에 쓸 수 있는 돈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2001년 구입한 79㎡(24평)짜리 아파트 대출 이자로 한 달에 60만원이 나가고 두 딸 사교육비로 한 달에 150만원이 나간다.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붓고 있는 월 적금 70만원과 보험료를 빼면 실제로 남는 돈은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생활비를 아껴야 겨우 100만원 정도 여가비가 나온다. 송씨는 얼마 전부터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여기서 버는 150만원은 꼬박 자녀 사교육비에 쏟을 계획이다.
지난달 매일경제신문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서울 목동과 강원도 영월 지역 행복도 조사를 실시했다.
소득구간별로 가장 많은 주민이 분포된 월소득 400만~500만원대 목동 주민(25%) 행복지수는 54.6이었다. 영월 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51%)을 차지하는 200만원 미만대 소득 주민들 행복지수(56.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영월에서 최고소득계층인 400만~500만원대 소득 주민들 행복지수는 65.7로 비슷한 소득 수준대인 목동 주민들 행복지수(54.6)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적은 돈을 벌고 있지만 많은 혜택을 누리는 영월 사람들과 달리 목동 사람들은 고소득에도 불구하고 교육비, 주거비 등에서 높은 사회적 비용만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13~15일 서울 목동과 강원도 영월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 13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는 ±8.37%포인트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5. [매일경제][표] 주요시세 (10월 31일)
6. [매일경제]민주 `FTA 비준후 美와 ISD 협의하자` 해놓고…
지난달 31일 새벽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은 선(先) 비준안 처리, 후(後)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관한 재재협상과 국내 피해 산업의 대폭 지원이 핵심이다.
합의문은 한ㆍ미 FTA 발효 이후 3개월 안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해 양국 간 협의를 시작하도록 돼 있다. 그 후 정부는 1년 안에 협의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국회는 보고 후 3개월 안에 정부의 협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미국 정부로부터 ISD 유지 여부를 위한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다"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ISD 재재협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다. 또한 민노당, 진보신당 등이 합의안에 강하게 반대해 사실상 여야 합의는 무산됐다. ISD 합의안의 반대로 농어업, 중소상인에 대한 피해 보전대책 합의안도 물거품이 됐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요구한 농축산업 피해대책 13개 항 가운데 정부가 난색을 보여온 피해보전직불제 개선, 밭농업 직불제 및 수산 직불제 시행, 농사용 전기료 적용 확대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농촌 지역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도 이 같은 대책에 대체로 환영했으나 ISD 합의안에 대한 반대로 당내에서 확실한 의견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보전 직불금의 경우 농어민 소득이 기존의 85%로 떨어졌을 때 지원하는 기준을 90%로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밭농업ㆍ수산직불제를 신설하고, 농사용 전기료의 적용 대상을 농어업 필수시설ㆍ농축협 가축분뇨처리시설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야는 중소기업에 대한 상향된 지원책도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ISD의 '덫'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에 진입한 대기업은 2년 안에 중소기업에 이양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 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사업 자율권을 침해하는 법안으로 논란이 됐지만 막판 야당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처리한 통상절차법은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에 맞춰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통상조약체결계획의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와 국내산업 또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가윤 기자]
7. [매일경제]▶ 7번에서 계속 : 한나절만에 뒤집힌 여야정 합의
합의문이 나온 지 단 몇 시간 만에 여야 원내대표 간 핵심적 합의 내용이 무력화된 셈이다. 한ㆍ미 FTA 국회 통과를 위해선 미국과 무조건 재재협상을 해야 하며 비준 처리 시점도 내년 총선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민주당 측 고집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민주노동당 등 의회 내 소수파에 불과한 특정 이해집단 힘에 휘둘려 중도 성향인 민주당이 자신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팽개친 사례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5월 한ㆍ유럽연합(EU) FTA 비준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당시 민주당은 표결 처리를 합의해 놓고도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이 거세게 반대하자 국회 본회의장에 불참했다.
한마디로 한ㆍ미 FTA에 임하는 민주당 태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켜 줄 수 없으니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는 막무가내식 고집인 셈이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지난 4ㆍ27 재ㆍ보선에서 합리적인 공약을 내세워 분당을 선거에 이겼다가 한ㆍEU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질질 끌려다니다가 지지율이 급락했던 경험을 또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번주 중 국민에게 FTA 통과의 당위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고, 국회 본회의에서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은 여야가 합의한 한ㆍ미 FTA 피해 보전 대책을 청와대와 긴급히 논의하는 등 당청 간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등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차 국회를 방문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황 원내대표는 ISD 문제와 관련해 협정 발효 후 한ㆍ미 양국이 협의하도록 하는 여야 절충안을 소개했다. 또 여야 합의안에 따른 정부 지원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임 실장 등은 여야가 농업 분야에서 새롭게 합의한 피해 보전 직불제 발동 요건 완화, 밭농업 직불제 신설, 농업용 전기료 적용 대상 확대 등에 대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 성향 정당과 한나라당 미래희망연대 등 보수 성향 정당은 수시로 의총과 원대대표 회담을 여는 등 본회의 때 실력행사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8. [매일경제]韓美 통상장관 서신교환…中企작업반 등 설치키로
"통상장관끼리의 서신 교환인 만큼 충분한 구속력이 있다. 이 정도면 정부도 야당에 충분한 협력 의지를 보인 것이다."(외교통상부 관계자)
정부가 마련한 한ㆍ미 통상장관 간 서신 교환은 무엇보다 한ㆍ미 FTA 비준 갈등의 핵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불확실성을 정부가 일정 부분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그동안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러 차례 유선 협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한ㆍ미 FTA 발효 이후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중소기업작업반'과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확인하는 내용의 2개 서한을 서명ㆍ교환했다.
먼저 서비스투자 분야 협정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서비스투자위원회는 FTA 협정문에 규정된 투자ㆍ국경 간 서비스무역ㆍ통신 관련 챕터의 모든 사항을 관장한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제기하는 문제는 물론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현지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협의 채널로 적극 활용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특히 역대 한국의 FTA 이행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ISD가 한ㆍ미 FTA에서 잠재적 위협으로 떠오른 만큼 발효 후 위원회 논의 초기부터 ISD 제도의 투명한 운영 방안을 둘러싸고 미국 측과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협상 과정에서 불발된 '전문직 비자쿼터' 할당 문제도 추후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당초 국내 전문직 자격증 보유자들의 미국 진출을 활발하게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 전문직 비자쿼터 할당 문제는 미국 측이 "행정부가 아닌 의회의 결정 사항"이라며 거부해 무산됐다.
추후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다시 전문직 비자쿼터 할당 논의가 개시돼 한국 측 요구가 수용되면 매년 수천 명씩 전문직 취업비자(H-1B)가 한국 몫으로 할당될 수 있다.
중소기업작업반 회의에서는 중소상인,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국내 중소기업 관련 정책에 대해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두 이행 협의체는 각각 양국 정부대표로 구성되며 첫 회의는 협정 발효후 90일 안에, 이후 매년 수시로 개최될 수 있다.
[이재철 기자]
9. [매일경제]일부 은행 "채용 추천때 여성은 제외해달라"
'18.5% 대 45.9%.'
각각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과 공무원의 여성 신입직원 채용 평균 비율이다. 시험 성적이 고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법시험이나 외무고시, 행정고시, 7ㆍ9급 공무원시험에서는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시험 여성 채용 비율은 외무고시에서 60%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고 행정고시(47.7%)와 사법시험(41.5%)에서도 꾸준히 높아져 50%대에 근접했다.
이처럼 필기시험이라는 객관적 평가에 중점을 둔 곳의 경우 여풍(女風)이 거세지만 서류전형과 서너 차례 면접을 거치는 기업 채용에선 유독 여성들의 설 자리가 좁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일반 기업들이 여성 지원자에 대한 편견을 다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업무 특성상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취업에서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여성 대졸자들이 많았다.
서울 중ㆍ상위권 대학 졸업반인 정 모씨(24)는 학점 4.4점(4.5점 만점), 토익 950점, 외국 교환학생ㆍ인턴십 경험, 영어ㆍ중국어 실력까지 어디 하나 뒤처지지 않는 완벽한 스펙을 갖췄다. 하지만 면접 전형에서 기업들은 그를 외면했다.
한 대기업 2차 면접에서 5명이 함께 들어갔지만 여자는 정씨 한 명뿐이었다. 정씨는 "당시 면접관한테 받았던 유일한 질문은 '여자가 남자보다 사회생활이 뒤처지는데 그 이유가 뭔가'였다"며 "공통 질문도 못 받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 면접관에게 따져 묻고 싶었지만 혹시 다른 기업에 소문이라도 날까봐 참았다"고 말했다.
여대생 취업난에 각 대학 취업 관계자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남녀 학생 간 취업률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나는데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며 "학교추천 채용의 경우 어느 은행은 '남학생 위주로 소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군필' 조건을 내거는 기업도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대생들을 '끼워넣기'식으로 추천하지만 채용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다.
이미 취업한 여성 사원들도 불만을 쏟아낸다. 카드회사 1년차 사원 이 모씨(26)는 "회사엔 남자 상사만 있고 따를 만한 여성 역할모델이 없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채용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여성 직원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곧 경영 성과로 이어짐을 간파하고 있다.
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BMS제약은 여성친화적 기업 정책에 발맞춰 여직원들을 적극 채용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BMS는 최근 미국 대표적인 여성지 '워킹마더'가 발표한 '여성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14년 연속 선정됐다.
장영윤 한국BMS제약 상무는 "여성의 채용과 승진을 독려하는 문화를 통해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가정과 직장 간 균형 있는 생활을 영위하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가족친화적 기업으로 알려진 유한킴벌리는 20여 년 전부터 유연근무 체제나 출산ㆍ육아ㆍ가족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실시해 양성평등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족친화 경영은 사원 복지 향상뿐 아니라 이직률 감소, 생산성 증대를 통한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여성 직원의 가치와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여성 고객 비중이 늘면서 여성 직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 인력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에선 여성 비율이 3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도 "구본무 회장이 직접 '똑똑한 여성 인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채용에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러한 기업 변화에 앞서 여성 대졸자들 역시 생각을 전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연의 경희대 교수는 "영업직처럼 현장 근무를 지원하는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의 70%는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인사나 마케팅 업무를 선호한다"며 "기업에서 인정받으려면 조직을 위해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여학생들이 자기중심적으로만 사고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 전경운 수습기자 / 황윤선 수습기자 / 손유리 수습기자 / 이용건 수습기자]
10. [매일경제]기업 여성차별 해소 어떻게…"여성인재 채용쿼터제 고려를"
전문가들은 기업이 여성 인재 채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직장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목하고 있다. 남성보다 일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사회생활에서 일에 대한 집념이나 열정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팽배해 있다"며 "이런 근거 없는 편견이 '유리천장'이라는 현실로 이어져 또다시 편견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남녀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단지 일 중심의 조직 문화에서 상대적으로 가사 부담이 큰 여성들이 일보다 가정을 더 중시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여성들이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시스템도 문제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알파걸'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인사 담당자들 편견에 따라 여성들이 배제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여성 인재의 능력을 재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왕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1세기 '소프트웨어 사회'에서는 소비자 욕망을 잘 포착할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며 "상품 디자인과 설계 등 제품의 감성적 코드를 잡아내는 능력처럼 여성 인력의 장점을 재빨리 인지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엽 교수는 "글로벌 기업인 HP나 IBM, 제록스 등의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여성이며 전세계 IT기업 CEO들도 대다수 여성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창조적 혁신이 필요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ㆍ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급 인력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이 여성 인재들의 리더십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신 교수는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로 '여성인력 채용 쿼터제'까지 제안했다.
여성 임원이 점점 늘고 있는 현실도 여성 신입사원 채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배은경 교수는 "최근 들어서야 기업 안에 임원급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여성들이 핵심 인력으로 커서 향후 기업 임원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앞으로도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 전경운 수습기자 / 황윤선 수습기자 / 손유리 수습기자 / 이용건 수습기자]
11. [매일경제]2011.10.31 지구촌 70억명 시대
지구촌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
31일 0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여자아기인 다니카 마이 카마초가 태어나자 "70억명째 지구인이 태어났다"며 환호를 질렀다.
이 아기의 부모는 유엔인구기금(UNFPA) 관계자들을 만나 축하의 말을 전해 들었고 이들이 갖고 온 축하 케이크도 받았다. 이들은 또 지역 관계자에게서 아기의 장학금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잡화점 창업을 비롯한 생활지원대책도 약속 받았다.
70억명째 아기의 탄생이라는 역사적인 광경을 지켜본 사람 중에는 1999년 세계의 상징적인 60억명째 아기로 알려졌던 로리체 매 게바라(12)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70억명째 아이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다.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26일 '2011년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31일 세계인구가 70억명을 넘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시간에 맞춰 31일 0시에 태어나는 아기는 모두 '70억명째 아기'가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각국이 자국에서 70억명째 아기가 태어났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여아 다니카 마이 카마초도 그런 의미에서 필리핀 정부가 홍보하는 70억명째 인류가 된 것이다. 동시에 인도의 지방도시인 우타르프라데시와 방글라데시에서도 각각 70억명째 아기가 태어났다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아동 인권운동을 벌이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인구 밀집지역인 우타르프라데시에서 31일 태어나는 여자아기를 70억명째 아기로 공인하기로 결정했다.
이보다 앞서 유엔인구기금은 '2011년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31일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할 것이며 2050년에는 93억명, 2100년에는 10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인구기금은 이런 인구 증가로 지구는 기아와 물 부족 그리고 환경문제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유엔은 올해는 70억명째 아기를 지목하지 않았다. 1999년 10월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보스니아 사라예보로 날아가 60억명째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 등 대대적 축하 행사를 벌인 것과 다른 모습이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 서울 김미연 기자]
12. [매일경제]좌절·분노 40년 영월군, 공교육 되살리자 삶의 질 쑥쑥
◆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② ◆
강원도에서도 군(郡) 단위 벽지인 영월은 '교육-복지-고용'이 연계된 패키지 개혁의 생생한 성공사례다. 영화 '라디오 스타'(2006)에서 몰락한 가수 최곤(박중훈)의 유배지로 그려졌던 영월군이 최근에는 '행복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영월에는 좌절과 분노가 흐르는 고장이었다. 2006년까지 연간 순이동 인구(전출인구에서 전입인구를 뺌)가 많게는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쇠퇴를 거듭했다. 이 지역 산업의 아이콘이었던 영월화력발전소는 1998년 12월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곳에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영월군 인구는 2007년 기준 4만595명으로 40년 전인 1967년 12만5414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다 2008년 4만475명, 2009년 4만522명, 지난해 4만407명으로 4년째 4만500명 안팎의 인구가 유지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달하는 65세 이상 고령자 사망에 따른 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이 같은 인구 추이는 사실상 '증가'인 셈이다.
박영기 영월군청 주민생활지원담당 과장은 "4년간의 인구 정체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탄광산업이 무너지며 계속돼 온 인구 유출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분노를 희망으로 바꿔 놓은 반전은 영월 안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영월읍 덕평리 7개 학급의 작은 학교에서 이뤄졌다.
강원도 영월군 덕평리 374 일대 봉래중학교. 장웅익 교감(53)이 2008년 9월 교감으로 부임했을 때 이 학교는 거의 폐교 직전이었다. 학생 수는 매년 25%씩 줄었고, 전교생 3분의 1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
장 교감은 "중학교까지만 믿고 맡겨 달라"며 학부모들을 설득했지만 "당신들이 (우리 아이) 책임질 거냐"며 멱살을 잡히기 일쑤였다. 중학교 진학자의 이탈을 막으려 하자 학부모들은 아예 초등학교 때부터 덕평리를 떠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방법은 공교육을 살리는 길뿐이었다. 오후 6시면 버스가 끊기는 덕평리에서 방과 후에도 학생을 붙잡기 위해서는 교통문제 해결이 필수였다. 당시 학생은 100명을 조금 넘기는 정도였다. 장 교감은 '택시'를 택했다. 장기계약을 하면 하루 1만7000원(올해 기준 2만원)으로 택시 한 대를 빌릴 수 있었다.
그 길로 장 교감은 박선규 영월군수를 찾아가 담판을 지었다. 집이 먼 학생들은 택시에 태워 집으로 보내고, 저녁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배달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월 570만원. 서울 강남에선 두 집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이 돈을 주면 110여 명 학생들의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번뜩이는 맞춤형 복지 아이디어에 군수도 맞장구를 쳤다.
교사들은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면 방과 후 학생들의 '과외 교사'로 변신했다. 미국 명문대나 사범대에 다니던 인근 군부대 병사들도 명예 방과후 교사 대열에 합류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8년 12월 학력평가에서 이 학교 1ㆍ2학년 학생 각각 1명이 강원도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특목고 진학자도 나왔다.
떠나려던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마음을 접었다. 이어 인근 중학교로 전학했던 학생이 돌아왔고, 어떤 학부모는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자녀의 손을 잡고 봉래중학교로 전학을 왔다. 봉래중 학생 수가 2009년 107명에서 지난해 117명, 올해 133명으로 급증한 이유다.
봉래중학교의 기적은 영월군 전체로 확산됐다. 2008년 인근 신천중학교는 학생들 일부에게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여름부터는 영월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영월 관내 모든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학연수를 시작했다.
원주고 강릉고 춘천고 등 강원 도내 이른바 '빅3' 고교로 떠나던 우수 학생들도 영월고나 석정여고 등 군내 학교로 진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영월고 학생 수는 2009년 340명에서 지난해 356명, 올해 35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학원강사로 직업이 '사교육'인 이재명 씨(39)는 아들 교육 때문에 영월을 선택한 사례다. 2009년 말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을 데리고 이사왔다. 이씨는 "지금 영월에서 벌 수 있는 돈은 12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 돈으로 아들 교육이고 생활이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강남 아줌마'였던 주부 김복기 씨(44)는 직장을 옮긴 남편을 따라 영월로 이사 오면서 두 자녀의 교육비가 10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서울 반포에 살았던 김씨는 사업을 하는 남편에게 받았던 생활비 500만원 중 80%를 두 아이의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김씨는 "옆집 아이가 새로운 학원을 다니면 조바심이 나서 우리 아이에게도 (학원을) 추가하게 됐다"며 "일종의 중독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지금 김씨 부부가 지출하는 교육비는 월 50만원 수준으로 영월 내에서도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딸의 성적은 강남에 있을 때나 영월에 있는 지금이나 똑같다고 했다. 대신 생활만족도는 훨씬 높다.
교육여건과 '삶의 질'이 좋아지자 영월의 고용 사정에도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13. [매일경제]폐광후 떠났던 기업들 U턴
◆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② ◆
영월의 교육 활성화는 산업, 고용 확대의 핵심 모멘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가 살아나자 사람들이 돌아오고 집이 생긴다. 기업이 들어서고 다시 고용이 창출돼 사람들이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사람들이 돌아오니 집이 생겼다. 신호탄은 잇달아 들어서는 대규모 주거시설이다.
박영기 영월군청 과장은 "인근 원주 등지에 집을 마련하고 영월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공교육이 살아남에 따라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며 "공급도 따라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영월읍 하송리 일대 334가구(74~121㎡) 규모 D아파트의 분양률은 약 85%로 광역시 단위에서도 달성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세를 몰아 144가구(57~84㎡) 규모 주상복합형 R아파트도 견본주택을 연 바 있다.
일할 사람들과 살 만한 집이 생기자 수백 명 단위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기업들도 이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7월 1단계 준공이 완료된 120억원 규모 태양전지용 실리콘 생산 실증단지에는 포스코 2차 협력업체와 합작한 대규모 청정소재기능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박선규 영월군수(54)는 "자연 여건을 기반으로 한 개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ㆍ주거 여건 등으로 인해 투자 여력이 있는 큰 기업을 유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며 "교육ㆍ주거 활성화로 생각만 해오던 사업들을 조금씩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텅스텐, 몰리브덴 등 영월 폐광 이후 남아 있던 광물에 대한 대규모 채굴ㆍ가공 시설 건립도 검토되고 있다. 모두 최근 국제적으로 품귀 현상을 겪고 있지만 영월에는 단일 규모 최대 매장량을 자랑한다.
박 군수는 "단순히 채굴권만 빌려주는 식이 아니라 제2차 산업시설까지 영월에 유치할 만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골프장을 연 데 이어 스파시설 조성만 남은 폐광대체법인 동강시스타에는 영월 관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신입사원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교육ㆍ주거 활성화를 바탕으로 영월군은 올해 1216개에 이어 2014년까지 10대 분야 5836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형수 영월군청 문화관광과장은 "관광업 등 3차 산업 비중이 47%로 절반에 달하는 영월은 3차 산업이 1ㆍ2차 산업을 견인하는 구조"라며 "관광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이 다른 산업 분야 확충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막 무르익는 단계지만 영월의 이 같은 발전은 사회 구성원 간 합의와 공감을 전제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공감 자본주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월 500만원대 교육 투자로 승수효과를 발휘해 기업이나 학부모가 직접 돈을 들고 찾아오게 한 저비용ㆍ고효율 구조도 마찬가지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월군으로 귀농한 가구 234가구 중 115가구가 지난해 귀농했을 정도로 최근 영월군으로 귀농이 급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원도 안에서도 1위다. 50대뿐 아니라 30ㆍ40대도 시골에 터전을 꾸리고 있다.
특히 영월의 최근 변화상은 변화의 수혜자들 모두가 변화의 한쪽에서 서로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범을 보여줬다. 봉래중학교를 비롯한 영월군 일대 중학교들이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지자체 지원뿐 아니라 강원랜드, 동강시스타 등 일대 기업의 지원 때문이었다.
박선규 군수의 존재도 영월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요인이다. 박 군수의 특장점은 주민과의 '공감(共感)' 능력이다.
영월중ㆍ영월고등학교를 나온 박 군수는 영월군청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006년 2월 영월읍장으로 퇴직하기까지 줄곧 영월군 주민이자 영월군 공무원으로 생활해왔다.
군내 초등학생 상당수는 지나가는 박 군수를 알아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2006년부터 5년째 영월군수를 맡아서가 아니라 1957년 영월에서 태어나 반세기 이상 영월에서 배우며 일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14. [매일경제]"비싼 집·학원비에 각박해진 삶…목동 이사온 것 후회"
◆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② ◆
서울시내 중산층의 대표적인 주거지 중 한 곳인 양천구 목동. 서울 강남과 함께 교육 일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그러나 2만5000가구의 목동아파트 단지와 단지 밖 아파트 간의 차별이 엄청난 곳이기도 하다. '주택 아이'라는 말은 목동 사람들에게만 있는 희한한 용어다. '목동아파트 단지에 사는가, 아니면 단지 밖 주택에 사는가'로 시작된 목동의 차별은 하이페리온이나 트라펠리스 같은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단지 내 사람들도 다 똑같지는 않다. "누구네는 20평에 산다더라" "누구는 45평에 산다더라"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엄마도 많다. '전세냐, 자기 집이냐'를 놓고도 '구분 짓기'가 심하다.
생활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도 주거지 분리를 통해 상대적인 계층 생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중견기업 차장인 주부 전 모씨(40)는 요즘 마음고생이 심하다. 원래 직장에 다녔던 전씨는 자녀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교육에 모든 걸 거는 목동 엄마들을 보고 회사를 그만뒀다. 막연히 '애들이 이곳에 오면 좋은 학교에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한 게 잘못됐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발생했다.
"남편 월급으로는 생활비 하기에도 모자랍니다. 엄청나게 오른 전세금 때문에 대출을 더 받아야 해요."
그는 "목동에서 애들을 키우다 보니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전씨는 "내 자식이 학교에서 기죽는 게 싫어서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수학만 보내던 것이 점점 과목이 늘면서 학원비가 지금은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전씨는 요즘 화장품 방문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녀 교육 때문에 그만뒀던 일자리를 그는 똑같은 이유로 갖게 됐다.
최규섭 목동씨티공인컨설팅 이사는 "작은 평수의 아파트도 주변 시세에 비해 몇 천만원 더 비싸다"면서 "생활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굳이 목동에 살려고 하는 것은 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박 모씨(34)는 3년 전 목동아파트 3단지 28평 아파트로 이사했다. 불과 200m 앞에 S중학교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들은 여전히 화곡동에 있는 Y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화곡동에 살던 시절에 배정받은 학교를 그대로 다니는 것이다. 사교육이 심각한 목동 학교에 오면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이 돼서다.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온 목동이지만 박씨는 생활이 "각박하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자신도 마트에 일자리를 얻어야 했다.
직업군인인 남편을 따라 전국을 누볐던 박씨는 아이와 함께 섬생활을 했던 과거가 더욱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낚시도 가고 자연 체험을 했던 시절이 교육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이곳에 와서 영어ㆍ수학 등 주요 과목을 더 잘하지만 '삼일절이 무슨 날인지' 같은 기본적인 상식은 오히려 없어집니다. 공부만 시키다 보니 운동도 잘 못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 얼굴의 중학교 2학년생 이 모양(14)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일본어 학원을 다닌다"면서 "나는 반에서 많이 하는 편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양은 "반에 7~8개 정도 학원 다니는 애들도 있다"면서 "학업의 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양의 친구인 박 모양(14)도 "수행평가를 하러 박물관에 가겠다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다"면서 "내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오전 8시 반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이 여행용 트렁크 가방을 끌고 초등학교로 들어갔다. 혹시 수학여행을 가느냐고 묻자 "등교용 가방"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가야 하는데 교재가 많아서 트렁크 가방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빡빡한 목동의 삶 대신 주변 지역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신월동에 사는 이덕영 씨(46)는 "아내와 자녀 교육 문제로 목동으로 옮기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고1 큰아이 학원을 화곡동으로 보냈다"면서 "아이가 원하는 바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노 모씨(57)는 최근 목동 집을 정리하고 구로동으로 이사를 갔다. 그는 "1986년도에 목동 원주민으로 들어왔지만 대통령이 집값을 잡겠다는 말을 해 1989년에 집을 팔았다"면서 "그 후 목동에서 전세를 전전하며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팔았던 그 집을 사기 위해 수년간을 힘들어 했던 노씨는 "억울했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목동을 떠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자녀를 다 키운 노씨는 목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목동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구로동에서 같은 값이지만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샀다. 노씨는 "구로구는 교통이 좋고 살기가 편한데도 생각 외로 집값이 매우 쌌다"면서 "지금은 맘이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15. [매일경제]▶ 4번에서 계속 : 영월 vs 목동 행복지수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송미숙 씨(43ㆍ가명).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남씨와 비슷한 월 500만원가량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영화 감상이나 쇼핑 같은 여가비에 쓸 수 있는 돈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2001년 구입한 79㎡(24평)짜리 아파트 대출 이자로 한 달에 60만원이 나가고 두 딸 사교육비로 한 달에 150만원이 나간다.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붓고 있는 월 적금 70만원과 보험료를 빼면 실제로 남는 돈은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생활비를 아껴야 겨우 100만원 정도 여가비가 나온다. 송씨는 얼마 전부터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여기서 버는 150만원은 꼬박 자녀 사교육비에 쏟을 계획이다.
지난달 매일경제신문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서울 목동과 강원도 영월 지역 행복도 조사를 실시했다.
소득구간별로 가장 많은 주민이 분포된 월소득 400만~500만원대 목동 주민(25%) 행복지수는 54.6이었다. 영월 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51%)을 차지하는 200만원 미만대 소득 주민들 행복지수(56.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영월에서 최고소득계층인 400만~500만원대 소득 주민들 행복지수는 65.7로 비슷한 소득 수준대인 목동 주민들 행복지수(54.6)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적은 돈을 벌고 있지만 많은 혜택을 누리는 영월 사람들과 달리 목동 사람들은 고소득에도 불구하고 교육비, 주거비 등에서 높은 사회적 비용만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13~15일 서울 목동과 강원도 영월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성인 남녀 13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는 ±8.37%포인트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16. [매일경제]교육·복지·고용 패키지 해법
경제성장에 힘입어 국민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1604만원에서 2010년 2400만원으로 절반 이상 늘었다. 반면 행복지수는 추락했다. 2003년 주간동아가 조사했을 때 64.13이었던 것이 올해 매일경제신문 조사에서는 52.86으로 주저앉았다.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행한 국민이 늘어난 까닭은 '이스털린 역설(Easterline Paradox)'이 한 원인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까지 높아지면 행복이 함께 비례해 상승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한계에 부딪힌다는 이론이다.
경제학자들은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함께 늘지 않는 까닭을 습관화 과정에서 찾는다. 인간은 풍요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기대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인다. 1960년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혼수품으로 재봉틀을 구입하면 으뜸 재산으로 여기고 만족했지만 오늘날 이런 국민은 없다.
그러나 한국은 여기에 독특한 요인들이 추가된다. 1차적인 요인은 국민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이다. 서민은 벌이가 좋아져도 쓸 데가 훨씬 더 많아지니 경제적 여유를 즐길 틈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고학력 사회로 진입하면서 대기업과 금융권 등 연봉이 높은 곳을 선호한다. 하지만 매년 쏟아지는 고품질 일자리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경쟁을 위해 더 많은 사교육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과 주거 간 연관관계가 매우 높다.
'고학력 사회→고임금 일자리 부족→경쟁을 위한 사교육비 재투입→삶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 구조가 바로 한국판 이스털린 역설인 셈이다. 월급은 분명 늘었지만 돈을 예전보다 마음껏 쓸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비용ㆍ저효율 사회에서 저비용ㆍ고효율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육 개혁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복지 혜택을 퇴직 시점에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교육ㆍ복지ㆍ고용' 패키지 해법이 중요하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교수)은 "교육 비용이 높은 까닭은 기술 발달을 교육 업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건물을 짓거나 새로운 교사를 확충하는 등 기존 투자를 되풀이하는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중요한 것은 질 높은 교육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IT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비용을 낮추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ㆍ복지ㆍ고용 패키지를 공급하고 교육 비용을 근본적으로 낮추려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첫 교육자치선거로 뽑힌 보수 진영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진보 진영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까지 사법 처리되는 사태에 이르자 교육자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예산 업무에 밝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시장경제연구원과 인터뷰하면서 "우리 교육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려면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시장과 군수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예산을 교육 부문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것이란 설명이다. 학부모도 시장ㆍ군수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교육 분야에서 지자체 간에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를 위해 교부금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재정교부금을 받는 지자체는 초ㆍ중ㆍ고 교육을 지원할 수는 있으나 그에 따른 책임과 권한은 없다. 지자체로서는 골치 아픈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셈이다.
최 전 장관은 "한국 사람들은 미국 워싱턴DC의 한국계 교육감인 미셸 리(한국 이름 이양희)가 잘했다고 하는데 실은 시장이 뒤에서 밀어붙인 것"이라며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교육자치가 이뤄지면 전체 교육계와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실제 교육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에 한해 입후보 자격을 주고 정치 바람이 끼어들기 어렵도록 차라리 교육감 간선제를 실시하는 것이 한 가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17. [매일경제]국내 실물경기 둔화속도 더 빨라질듯
현재와 앞으로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ㆍ선행지수가 5개월 만에 동반 하락하고 11월 제조업ㆍ서비스업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실물경기는 둔화국면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은 우리나라 소비ㆍ투자ㆍ서비스 등 경제활동 전반이 둔화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줬다. 유럽발 충격으로 어느 정도 국내 경제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은 했지만 둔화폭이 예상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9월 동행지수는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달보다 0.8포인트 떨어져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 기준선(100) 언저리인 100.1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8월부터 본격화된 유럽발 재정위기와 선진국 경기둔화 불안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1.6% 감소해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내수 확대 여부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내구재ㆍ비내구재 모두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3.2% 하락해 8월(-0.2%)에 이어 2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김효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선진국 경기 하강도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투자ㆍ소비 확대가 어려운 만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내년까지 기준선을 하회하는 위축 국면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또 9월 광공업 생산이 반도체 덕분에 전월보다 1.1% 늘어나 3개월 만에 확장세로 돌아섰지만 생산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는 재고순환지표를 감안하면 생산 확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6개월 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도 지난 8월(0.1%포인트)에 이어 9월에도 0.4%포인트 하락하는 등 두 달 연속 떨어졌다. 내년에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행지수란 총유동성(M3), 기계수주액, 은행대출금, 건축허가면적 등 실물경기 움직임에 앞서 먼저 오르내리는 지표를 조합한 것으로 선행지수가 하락하면 경기가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도 2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1년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11월 제조업황 전망 BSI가 전월보다 4포인트 낮은 82로 뚝 떨어졌다. 2009년 8월(8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황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처럼 업황 전망이 부진하게 나온 것은 그만큼 앞으로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감이 큰 탓이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연구팀장은 "산업활동동향이나 제조업 전망지표가 좋지 않은 것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하락과 비슷한 맥락에서 보면 된다"며 "추세적인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심리적 위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서비스업 생산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봉권 기자 / 이상덕 기자]
18. [매일경제]삼성전자 등 전력소비 많은 기업 신재생에너지 의무제 도입
월평균 6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용을 융자해주는 프로그램이 내년 3월 도입된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민간 기업들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RPS는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발전량 중 일정 비율(현행 2.0%)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2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를 열고 금융회사가 태양광 업체에 설치자금(가구당 평균 1360만원)을 융자해주면 태양광 업체가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주고 신청 가구는 매월 절약되는 전기요금으로 융자금을 갚는 내용인 '햇살가득홈' 프로그램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력 소비가 많은 5000가구를 시범보급 대상으로 설정하고 2013년부터 민간 금융회사 참여를 통해 태양광 설비 융자 프로그램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기업 전력 수요자를 대상으로 2단계 RPS를 도입하고 산업용 전기요금(현재 KWh당 74원)도 1%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력 다소비 기업에 신재생에너지 0.5% 의무 공급 기준을 부여하면 태양광 발전을 기준으로 640억원 규모 내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또 녹색산업 수출금융 지원 규모를 2010년 6조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0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재생 에너지 분야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비중도 2010년 38%에서 2015년 50%로 각각 늘릴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밖에도 2015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최대 1000억원대 녹색 기부를 달성하고 모집된 기부금을 통해 사회 취약계층이나 복지시설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제공해 주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녹색성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수환 기자 / 이진명 기자]
19. [매일경제]공정거래위 결정,SK는 증권지분 팔고 과징금 50억 내라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SK 계열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주식처분명령과 함께 과징금 50억8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날 "지주회사 SK의 자회사인 SK네트웍스가 4년간의 유예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인 SK증권을 계속 지배하고 있어 법을 위반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를 통한 무분별한 세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유도하면서 전환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금지 조항을 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이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지연되면서 유예기간 만료 후 SK네트웍스의 법위반 상황이 초래됐다. SK그룹 측은 "공정위 심의 결과를 수용한다"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SK증권 처리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20. [매일경제]2000만원 미만 건설사업장 고용 관리책임자 없어도돼
중소기업에는 각종 규제가 다소 느슨하게 적용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개선된다. 예컨대 공사 금액이 2000만원 미만인 소규모 건설사업장에는 고용관리책임자가 없어도 된다. 소규모 업체들의 입주가 쉬워지도록 산업단지 내 분할 최소 면적이 900㎡(종전 1650㎡)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산 국가산업단지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소기업 애로 해소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제 부담 형평성 제고 방안'을 논의ㆍ확정했다. 이번 방안은 동일한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중소기업이 오히려 불공평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나왔다.
주요 내용은 '2012년 규제개혁 추진 지침'에 반영돼 모든 부처에 통보되며,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
김 총리는 회의에서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부담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이런 취약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규제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며 "규제 형평성을 보완하고 중소기업 규제개혁에 대한 근원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고용 규모, 매출액, 공사액 등에 따라 규제 대상을 세분화하고 기준 절차 시기(주기) 제재 등에 있어 규제 부담을 완화하는 '규제 적용 차등화'를 적극 시행할 방침이다. 예컨대 총공사금액이 20억원 미만일 경우 해당 사업장에 속하지 않는 근로자를 고용관리책임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는 관련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10월 2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매출액 규모가 300억원 미만인 통신사업자를 인수ㆍ합병할 경우 심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연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식품업체는 2014년까지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적용을 단계적으로 유예받는다.
중소기업에 불공정한 규제도 개선된다. 오는 12월까지 관련 훈령 등을 고쳐 대규모 사업자에게 대형ㆍ고급 택시 사업 면허를 우선 인가하는 규정을 없애고, 국제물류안전표준(AEO) 인증업체는 기존의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귀금속 등 고가물품 보세 운송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건설근로자가 건설현장이 바뀔 때마다 교육받던 것을 일정 요건을 갖춘 등록기관에서 사전에 한 번 교육받도록 하고, 기술용역 적격심사 시 신용평가항목을 삭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입찰에서 차별적인 요소도 개선된다.
이 밖에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해 △인터넷쇼핑몰의 비회원 구매 시 실명인증을 하지 않도록 하고 △공공기관 납품실적 인정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며 △의료기기 제조ㆍ수입업자가 판매업 신고 없이 일반소비자에게 직접 팔 수 있도록 했다. 또 산업단지 분할 최소 면적이 1650㎡(500평)여서 섬유 전자부품조립 주물업종 등의 소규모 업체들이 입주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최소 면적을 900㎡(273평) 이상으로 낮추도록 했다.
[김상민 기자]
21. [매일경제]장애인 활동급여 1일부터 지급
보건복지부는 1일부터 중증장애인 4만1300명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신변 처리나 이동 보조 위주의 기존 '장애인 활동보조'를 확대해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을 추가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8월부터 활동지원급여 신청을 받은 뒤 수급자격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새로 5200여 명을 포함해 4만1300명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정조사 점수만으로 수급자가 될 수 없더라도 돌볼 가족이 없거나 학교ㆍ직장에 다니고 있는 중증장애인 114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상 등급별로 35만~86만원의 기본급여에 생활환경을 고려해 추가 급여를 받는다. 급여는 현금이 아닌 바우처로 지급되며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은 뒤 결제하게 된다.
대상 장애인들은 가까운 읍ㆍ면ㆍ동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복지부는 연말까지 활동지원급여 신청이 적을 경우 장애등급을 낮춰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복지부는 올해 5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봤지만 현재 4만1300명에 불과해 대상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급 중증장애인으로 한정된 지원 대상을 하위인 2급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김병호 기자]
22. [매일경제]엔고저지 다급한 일본 "유럽위기 적극 돕겠다"
일본 당국이 엔고 해소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환율 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무릅쓰고 올해 들어 세 번째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엔화값 안정을 위해 유럽 금융위기 해소 방안에도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일본 금융당국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대규모로 쏟아붓고 달러화를 사들였다.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엔화의 사상 최고치 행진을 꺾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주까지는 구두 개입에만 그쳤지만 이날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개장 초 엔화가 달러당 75.58엔을 기록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본격적인 행동에 옮겼다.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8월 4일 있었던 2차 개입 당시 규모인 4조5000억엔이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엔고 저지를 위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시장이 납득할 때까지 개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
덕분에 달러당 엔화값은 79엔대로 급락했지만 시장에서는 언제 다시 강세 기조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스즈키 겐고 미즈호증권 FX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전면적인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 개입은 역부족"이라며 "주요국이 공동 보조를 취해 주지 않는 한 엔고 강세 기조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야마시타 에쓰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시장 개입은 일본 정부가 엔화값 75엔 돌파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가 엔화값 안정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당국은 금융위기에 빠진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채권 매입에 더욱 적극 나서겠다며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일본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EFSF에 '적절한 방법'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유럽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강조했다.
엔화값 안정을 위해서는 유럽 금융위기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바탕에 둔 조치다.
일본은 EFSF 자금 조달을 위해 EU가 지금까지 발행한 총 130억유로어치 채권 가운데 20%인 26억유로어치를 사들였다. 외환보유액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일본을 방문한 클라우스 레글링 EFSF 총재는 나카오 다케히코 재무성 차관과 회담한 후 "일본이 추가로 EFSF 채권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며 일본의 지원 약속을 발표했다.
반면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중국은 친구인 유럽을 도울 것이지만 유럽은 중국이 재정위기의 구원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베이징을 방문했던 레글링 총재는 중국 재무부 관계자들과 회담한 후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대화가 오갔다"는 말만 남기고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주광야오 중국 재무부 부부장은 "중국 정부는 EU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좀 더 세부적인 사항을 EU 측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신은 '중국이 EU 지원의 대가로 무역과 인권 문제 등 반대급부를 최대한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EU 내에서도 중국에 기대려는 데 대한 불만이 노골화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EU 정상회의 직후 "유로존은 위기 타개를 위해 중국 도움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에서 공짜 선물을 얻으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서찬동 기자]
23. [매일경제]ECB 伊출신 신임총재, 伊국채 계속 매입할듯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64ㆍ사진)가 1일 취임한다. 지난 8년 동안 ECB 총재를 맡아온 장클로드 트리셰 전 총재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지가 관심거리다.
특히 그는 최근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 국채를 사들이는 기존 ECB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가 위기 국가 국채를 매입하는 데 대해서는 독일 등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채 발행금리가 치솟고 있는 이탈리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는 3일 있을 ECB 기준금리 결정도 드라기 신임 총재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는 있지만 그가 취임하자마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라기 신임 총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이탈리아를 대표해 세계은행에서 일했고, 1991년부터 10년간 이탈리아 재무부 국장을 역임했다. 2002년 골드만삭스에서 활동한 뒤 2005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에 올랐다.
[박승철 기자]
24. [매일경제]태국, 홍수복구에 32조원 투입
당초 염려됐던 최악의 도심 침수 사태는 피했지만, 방콕 홍수로 인한 피해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민심도 들끓고 있어 후유증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지난달 30일 "비가 더 오지 않으면 홍수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복구와 치수사업에 9000억바트(약 32조원)를 투입해 홍수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당초 태국 정부는 수해 복구를 위해 우선 내년 예산에 1200억바트를 배정한다고 발표했는데,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이보다 훨씬 종합적인 대책을 세운 것이다.
피해규모가 날마다 증가하는 이유는 아유타야주와 빠툼타니주에 이어 방콕 시내 공단에까지 물이 들어차기 때문이다.
락카반 공단을 비롯해 방콕 동부에 있는 공단들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피해가 없었지만, 지난주부터 물이 차기 시작해 현재 대다수 공장들의 생산설비가 물에 잠겼다. 이에 따라 이번 대홍수로 인한 실직자는 일시적 폐쇄공장을 포함해 6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산업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도요타와 혼다, 마쓰다 등 일본 업체들이 모두 공장을 폐쇄한 가운데 홍수가 진정되더라도 설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태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홍수로 올해 자동차 생산대수가 150만대에 그쳐 목표치에 30만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복구비용 9000억바트 가운데 1000억바트를 자동차 공장 등 공단 복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농업 분야 피해도 심각하다. 침수된 쌀 경작지가 최대 25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물이 빠지더라도 3모작 중 두 차례는 수확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수확량 감소분은 250만~300만t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의 홍수 피해로 국제 쌀값은 지난 보름간 10% 가까이 급등했다.
올해 GDP 성장 전망치도 2%포인트 줄었다. 태국 중앙은행(BOT)은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손실을 반영해 지난달 29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낮췄다. 홍수사태가 시작된 뒤 GDP 성장률을 4.1%와 3.7%로 내린 데 이어 며칠 만에 다시 세 번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 전망도 방콕 도심 사수에 성공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도심이 물에 잠기면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BOT의 전망이다.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이번 대홍수는 전국 77개주 가운데 28개주에 피해를 입혀 지금까지 381명이 숨졌다. 집이나 논밭이 물에 잠긴 수재민은 250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홍수가 최악을 지났다는 안도감이 나오고 있지만, 후유증도 심각하다. 방콕 외곽에서는 정부의 '도심 사수'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공무원들의 작업을 방해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방콕 도심을 보호하느라 물길을 동부와 서부로 돌리는 바람에 외곽지역 주민들이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와운하에서는 일부 주민이 제방작업을 하던 방콕시청 공무원들을 위협하며 총기를 발사하기도 했다.
[박만원 기자]
25. [매일경제]英 억만장자들 재산10% 기부
영국 억만장자들이 재산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번에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는 영국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 카폰 웨어하우스 공동 창업자인 찰스 던스톤,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제이컵 로스차일드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재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받는 캠페인 '리거시10(Legacy10)'에 동참했다. 이들이 내놓을 기부금 총액은 약 5억파운드(약 8856억원)에 달한다.
개인 재산의 10%를 기부하자는 의미의 '리거시10'은 영국 금융 컨설팅업체 핀스버리의 창업자인 롤랜드 러드 주도로 시작됐다. 현재 이 캠페인에는 영국 기업인뿐 아니라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제러미 헌드 하원의원 등 각계 인사층도 지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리거시10'에 참여하면 최소 10~36%까지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은 2일 공식적으로 창립행사를 열 예정이다.
[김미연 기자]
26. [매일경제]빌 게이츠 "잡스 비판 이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후 전기에서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사진)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오히려 잡스를 칭찬했다.
게이츠는 지난달 30일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30년 넘게 잡스와 함께 일하면서 그는 나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했지만 고약한 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일했지만 경쟁자로서 서로 자극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잡스는 월터 아이잭슨이 쓴 자신의 전기 '스티브 잡스'에서 빌 게이츠에 대해 "빌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아무것도 발명한 것이 없기 때문에 기술을 다룰 때보다 자선사업을 하는 지금 더 편안해 보인다. 그는 뻔뻔스럽게도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잡스는 자신들의 제품이 너무 비싼 것이어서 말 그대로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던 현실에 직면한 적이 몇 차례 있있고 우리가 다양한 가격의 각종 제품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27. [매일경제]中부자 50% "중국 떠나고 싶다"
부자들은 중국 탈출, 농민들은 농촌 탈출. 최근 중국에서 잇따라 발표한 조사결과를 들여다보면 '탈출'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회해체 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행과 후룬연구소가 최근 공동 발표한 '2011 중국 개인 재산관리 백서'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의 절반이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개설 4주년을 맞아 전국 18개 대도시의 1000만위안(약 17억3000만원) 이상 자산가 9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4%는 이미 이민을 갔거나 수속 중이고, 33%는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3%는 해외에 주택 등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돈 없는 농민들은 계속 도시 빈민으로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쑹샤오위 중국수입분배연구원 원장은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 농민공은 8.8%에 불과하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박만원 기자]
28. [매일경제][표] 정기적금 금리
29. [매일경제][표] 외국환율고시표 (10월 31일)
30. [매일경제]올 신용카드 이용 500조원 넘을듯
택시요금 등 신용카드 소액결제 확산에 힘입어 올해 8월까지 신용카드 이용액이 1년 사이 10%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사상 처음 연간 5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신용카드가 결제비율 60%를 넘어 현금보다도 보편적인 지급 수단이 되면서 '준화폐'로서 공익적 성격을 고려한 수수료 인하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개인과 법인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355조2800억원으로 지난해(321조4800억원)에 비해 10.5% 급증했다.
그만큼 신용카드 이용이 일반화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택시요금 카드 결제 등 소액결제가 확산되면서 신용카드는 '생활 밀착형 결제 수단'이 됐다. 택시요금 카드 결제 금액은 해마다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편의점 등에서도 소액결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카드 이용이 일반화하면서 지난해 연간 카드 이용액이 493조7400억원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9~12월 월간 신용카드 결제액이 40조원씩만 넘어도 5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들어 월평균 신용카드 이용액은 44조4100억원가량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은 신용카드는 '준화폐' 성격을 띠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하가 마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카드 가맹점주들이 수수료율에 대해 압박을 가하자 신용카드사들은 포인트제도나 부가서비스 등 소비자 혜택을 줄이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신용카드 이용액이 크게 늘어났고, 카드론ㆍ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에서 카드사들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혜택을 줄이지 않고서라도 충분히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곽윤태 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 수석부회장은 "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았던 지난 몇 년 전이면 몰라도 현재는 화폐이자 통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신용카드가 공익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 인하를 받아들이려면 소비자 혜택을 폐지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수수료만 놓고 보면 적자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며 "카드대출 역시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은 이후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란' 염려가 있다는 지목을 받은 카드대출 자산은 지난 8월 말 28조6400억원을 기록해 지난 6월 말(28조3700억원)에 비해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은 19.1%였다.
쟁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과연 적정 수준이냐는 문제다.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연구원에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원가 분석을 의뢰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연구원 측은 내년 1월은 돼 봐야 분석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케팅비 등을 어디까지 원가로 따져야 할지 살펴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신용카드가맹점중앙회 측은 신용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 카드 프로세싱 비용, 인건ㆍ전산 비용 등이 수수료의 원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 금리가 연 5% 안팎이다. 카드 회원이 가맹점에서 카드를 이용한 뒤 실제로 대금을 결제하기까지 기간을 신용공여기간이라고 하는데, 이를 25일 정도로 가정하면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0.3% 안팎이 된다.
이와 함께 밴(VAN)사의 수수료 등 프로세싱 비용과 비자ㆍ마스터 등 해외 결제 브랜드 이용 비용, 인건비나 전산 비용, 리스크 비용, 가맹점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가는 0.7% 안팎이라는 게 중앙회 측 설명이다.
현재 음식업중앙회, 한국석유유통협회, 유흥음식업중앙회에 이어 한국관광호텔업협회도 현행 2.5~3.5% 수수료율을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낮춰달라는 공문을 최근 국회와 정부에 보냈다.
[최승진 기자]
31. [매일경제]대형 저축은행 흑자 돌아섰지만 …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대형 저축은행들이 올해 1분기(7~9월)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저축은행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업계 전체의 위기감도 조금 수그러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회계연도에 부실에 대비해 대규모로 적립했던 충당금이 다시 환입된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3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에 2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회계연도에 12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소비자금융 영업에서 탄탄한 수익을 올렸고 충당금 환입으로 인한 수익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산, 토마토, 제일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 몰락으로 업계 2위로 뛰어오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 1분기에 300억원대의 대규모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서민금융 활성화와 우량소액대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회계연도에는 6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만 과거 연간 총 당기순이익 규모에 달하는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래저축은행도 1분기 약 190억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회계연도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 적자를 기록했지만 충당금이 일부 환입되고 소매금융 분야가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흑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래저축은행은 1년 전부터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소매금융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 계열 저축은행인 한국, 경기, 진흥저축은행도 각각 70억~90억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됐던 일부 부동산 여신이 최근 전액 회수되고 충당금 환입액 규모가 예상보다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흑자 기조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실적 개선 요인이 대손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이 많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손일선 기자]
32. [매일경제]스마트폰뱅킹 석달만에 200만명↑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 이용 고객이 한 분기 만에 200만명이 넘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3분기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서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에 등록한 고객은 812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분기 말보다 205만명(33.7%) 늘어난 수준이다.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은 지난해 2분기 54만명에서 3분기 136만9000명, 4분기 260만9000명, 올해 1분기 422만7000명, 2분기 607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반 휴대전화 이용 고객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은 전 분기 말 1952만명에서 197만명 늘어난 2149만명으로 집계됐다.
모바일뱅킹을 포함해 19개 금융사에 등록된 인터넷뱅킹 서비스 등록 고객은 전 분기 말 7088만명보다 203만명 늘어난 7291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2.9% 늘어난 수준이다. 하루 평균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는 3872만건으로 전 분기보다 1.4%, 이용 금액은 32조526억원으로 2.3% 늘었다.
이 중 자금이체 서비스 이용 건수는 477만건으로 전 분기보다 3.3%, 이용 금액은 32조299억원으로 2.4% 증가했다.
[최승진 기자]
33. [매일경제]車업계 "새차 중고될때 비싼값에 삽니다"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투어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에 나섰다. 중고차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 보장해주는 방법으로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는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의 대상 차종과 보장률을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9개 차종에서 i30와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빠지고 베라크루즈 스타렉스 포터가 추가돼 적용 차종이 10개로 늘었다. 보장률도 보유 기간별로 기존보다 각각 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엑센트와 아반떼, 쏘나타, 쏘나타 하이브리드, 그랜저, 투싼, 싼타페, 베라크루즈, 스타렉스, 포터 등 10개 차종을 구입한 고객이 5년의 보장기간 안에 현대차를 재구매하면 차량 보유 기간에 따라 각각 1년 75%, 3년 62%, 5년 47%의 기준 보장률을 적용받는다.
보유 기간은 차량 등록일부터 중고차 처리일까지 산정하며 사고 유무와 주행 거리 등에 따라 기준 보장률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 가격 보장 서비스에 적극적인 것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보장률을 높이더라도 그 이상의 중고차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중고차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소형 트럭과 승합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은 일정 수준 중고차 가격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새 차를 살 때는 일반 차량보다 비싼데 중고차 가격은 오히려 이보다 못할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대해 30일 이내 불만족 시 다른 차량으로 교환해주는 '차종 교환 프로그램', 구입 후 1년 이내 사고 발생 시 신차로 교환해주는 '신차 교환 프로그램', '하이브리드 전용부품 최대 보증서비스'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도 포르테와 쏘울, K5, K5하이브리드, 쏘렌토, 스포티지 등 6개 차종에 대해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3년 보유 시 57%, 5년 보유 시 42%의 가격을 보장해주고 있다.
르노삼성은 '바이백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중고차 가격 보장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SM3와 SM5, SM7(2.5)을 할부로 구매할 때 3년 후 중고차 가격을 최대 50% 보장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SM7과 QM5는 이보다 낮은 40%의 가격을 3년 후 보장받게 된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BMW가 5시리즈에 대해 3년 후 60% 가격을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통상 수입차의 경우 3년이 지나면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BMW는 품질에 대해 '자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 도요타도 주요 차종인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에 대해 3년 후 최고 52%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는 '도요타 프리미엄 가치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보장 서비스는 해당 제조사 차량을 재구매할 때만 혜택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다양한 이유를 들어 당초 제시한 만큼의 가치를 보장해주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실제 차량 구입 시에는 조건을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34. [매일경제]KCT, 가입비 5500원 반값 이동통신 이달부터 서비스
SK텔레콤이 이달부터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을 통해 첫 후불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로써 SK텔레콤은 지난 3월 데이터 MVNO(한국정보통신), 7월 선불 MVNO(아이즈비전, KCT)에 이어 모든 유형의 MVNO 사업자들에게 도매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번에 SK텔레콤과 KCT가 선보인 요금제 '티플러스(tplus)'는 별도의 가입비나 약정기간이 없고, 기존 이동통신사의 요금제보다 최소 23%에서 56%까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표준요금제는 월 기본료 5500원에 음성통화 초당 요금이 1.8원, 문자요금은 1건에 15원이다. 정액요금제와 자율요금제도 있다. 정액요금제의 경우 월 기본료 2만5000원에 250분의 무료통화와 250건의 무료문자를 제공한다. 자율요금제는 월 기본료 5만원을 내고 음성통화와 문자를 자유롭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음성통화는 초당 1.3원씩, 문자는 건당 11원씩 기본료에서 차감된다. 가입 및 개통은 티플러스 대리점이나 홈페이지(www.tplusmobile.com), 콜센터(1877-9114)를 통해 할 수 있다.
■ <용어정리>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의 서비스나 설비를 임대해 이통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
[김대기 기자]
35. [매일경제]삼성전자 SW인재 영입 잇따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에 S급 인재가 속속 영입되고 있다.
애플과의 특허 전쟁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무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약점으로 지목되는 소프트웨어(SW) 인력 보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조범구 전 시스코코리아 사장이 삼성전자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조 전 사장은 이달부터 전무로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산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그룹을 이끈다.
조 전 사장이 삼성전자로 이동한 것은 그의 비즈니스용 솔루션과 컨설팅 전문가로서의 화려한 경력이 밑거름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유명 개발자인 커티스 사사키도 상무급으로 합류시켰다. 소니에서 디지털 음악 분야를 담담했던 조너선 킴 역시 지난 9월 상무급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또한 윈드리버의 마이클 박(한국명 박진환)도 맥아피와 리눅스 기반 모바일 소프트웨어 분야에 상무급으로 영입됐다.
[이동인 기자 / 김명환 기자]
36. [매일경제]해양플랜트 호황이지만 中企 `죽을맛`
부산 녹산공단에 위치한 선박용 철제 구조물 전문기업 H사는 이중고에 죽을 맛이다. 수주 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줄어들어 힘든 데다 공급가격마저 2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 A씨는 "대형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부품업계도 호황일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중소 부품기업에 돌아오는 물량은 점점 줄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상당수 부품업체가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밸브 기업 B사도 앞날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주요 고객인 조선사 수주가 상선이 아니라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과 같은 상선은 작업기간이 짧아 부품 수요가 많았는데 고부가가치 선박인 해양플랜트는 작업기간이 길고 원가 중 밸브와 같은 단순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부품기업으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B사 한 임원은 "해양플랜트에도 제품을 공급하지만 수익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해양플랜트에서 선전하며 세계 1위 조선 강국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만 바라보고 사는 부품기업들은 전혀 반갑지 않다.
부품기업들이 힘들어진 이유는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구조가 상선 중심에서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톱3 조선사 선박ㆍ해양플랜트 수주량은 480억~49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해양플랜트 비중은 6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주량 기준으로 올해 이들 조선사는 2007년 535억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2007년 수주 선박 중 해양플랜트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톱3 조선사 수주 물량 중 해양플랜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2009년(71%) 이후 두 번째. 하지만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상선 발주가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올해가 50%를 넘어선 첫해다.
국내 조선사들이 지금까지 주로 수주해 오던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은 부품 국산화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조선사들이 외국 선주에게서 선박을 수주하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품 발주 또한 부산ㆍ경남 지역에 위치한 중소 부품기업들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하지만 드릴십과 부유식원유저장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는 부품 국산화율이 상선에 비해 낮다. 가장 높은 유지ㆍ보수 관련 부품이 50% 안팎이며 주요 부품장비는 20~30%에 불과하다. 해양플랜트 중 드릴십의 핵심인 드릴링 머신은 미국과 유럽 부품업체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품 국산화율이 낮은 이유는 자명하다. 기술력이 없기 때문이다. 꾸준히 해양플랜트 부품산업을 발전시켜온 유럽이나 일본 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상선 시장 패러다임이 가격 경쟁력 우위인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부품업체들은 급속도로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이라도 부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상선 1위 자리가 이렇게 빨리 흔들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리 준비했어도 외국 기업들을 따라잡기 힘든 마당에 투자도 늦어졌으니 더욱 상황이 나쁘다"고 염려했다.
조선사들이 부품사를 끌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선 분야에서는 발주처에 큰소리를 칠 수 있을지 몰라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아직 새내기다. 주요 발주처인 오일메이저 요구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 거제도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주요 부품들은 주문할 때부터 발주처에서 자국 기업이나 협력사 제품으로 지정한다"며 "우리가 직접 만들거나 협력사를 통해 개발하더라도 납품 경험이 전무해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석윤 조선해양기자재 글로벌지원센터 본부장은 "정부와 대기업이 해양플랜트 핵심 부품 국산화에 앞장서야 한다"며 "부품기업들도 강점을 지닌 상선 분야 부품으로 외국시장을 적극 공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 정순우 기자]
37. [매일경제]약값 평균 14% 내린다…7500개 대상
내년 1월부터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구입하는 전문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정도 인하된다. 정부는 당초 지난 8월에 약가를 평균 17% 일괄 인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 뒤로 물러섰다. 약가 인하 대상 품목 수도 당초 계획보다 1200개가량 줄어든다.
복지부는 지난 8월 12일 발표한 약가 인하 방안에 대한 제약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새로운 세부규정을 11월 1일자로 고시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복지부는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한 동일 가격(계단식 약가제도 폐지) △특허 만료 오리지널약과 복제약 상한 가격을 53.55%로 인하 △올해 말 이전에 등록된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서도 새로운 약가 산정 방식 적용 등 지난 8월 인하 방안의 큰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단독 등재 의약품(특허 보호 등 이유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약이 하나뿐인 경우) △퇴장 방지 의약품(질병 치료에 필수적이나 원가 비중이 높아 시장원리로는 퇴출될 수 있는 약) △기초수액제 등 약 4700개 품목(4조1000억원 규모)의 '필수 의약품'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다. 생산 기업이 3개 이하인 희귀 의약품은 약가를 우대(오리지널약 70%ㆍ복제약 59.5%)하기로 했다.
제약 업계의 연구개발(R&D)을 촉진하기 위해 개량신약, 혁신형 제약 기업이 생산한 복제약, 원료 합성 복제약 등도 약가 우대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개량신약(용법 용량 개선, 물질을 바꾼 경우 등)은 현재 특허 보호를 받는 신약의 80~90%인 약가를 90~100%로 올리고 원료 합성 복제약은 1년간 가격을 68%(일반 제네릭은 59.5%)를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1만4410개 가운데 지난 8월의 가격 인하 품목이 8776개였으나 이번에 7500여 개로 줄고 약품비 절감액은 2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4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약가는 평균 14% 인하될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했다. 종전에는 17%였다.
복지부는 새 약가 인하 고시를 연내 확정해 내년 1월에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기등재약의 가격 인하 고시는 당초 내년 3월에서 4월로 한 달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박기효 기자]
38. [매일경제]리베이트 적발땐 健保서 퇴출
약가 인하와 함께 복지부는 보건의료계의 오랜 관행인 리베이트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먼저 올해 말까지 제약 업계와 의료계ㆍ약계ㆍ유통 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대협약(MOU)'을 이끌어내기로 방침을 정하고,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최대 23개월에 이르는 의약품 대금 지급 관행을 개선하고 수가 체계를 합리화하는 등 보건의료계가 리베이트를 줄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반면 자정 선언 이후에도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곧바로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같은 관행이 세 차례 누적되면 아예 품목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박기효 기자]
39. [매일경제]연내 2000 터치 가능성…1800선 매수 타이밍
지난주 코스피가 1900선을 넘기자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8월 초 미국 소버린 사태 이후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정이 최소 6개월은 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1900이란 지수대는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무장해제하기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곧장 2000대에 진입해 본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기엔 잠복한 변수가 너무 많다. 주요 증권사 강남권 PB센터장 5명에게 강남 부자들이 주식투자 재개 타이밍을 언제쯤으로 잡고 있는지 물어봤다.
◆ 11월 중 한 차례 조정 예상
대다수 센터장들이 11월 중 코스피 조정을 예상했다.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장은 "저점 대비 300포인트가량 올랐으므로 이익실현 물량이 대거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경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은 "매물 소화 과정에서 1860선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 조정 이후 코스피 흐름에 대해선 '연중 2000선 돌파가 어렵다'는 쪽과 '2000을 넘을 수 있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변주열 센터장과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 센터장은 연말까지 큰 장은 없을 것으로 보는 쪽이었다.
조재홍 센터장은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2~3월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상승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 윤성환 대우증권 PBCLASS 갤러리아센터장은 중간중간 출렁임은 있겠지만 기본적인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제시한 연말까지 코스피 밴드는 1800~2000이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보인 박경희 지점장은 11월 중 코스피 상단을 2050, 연말엔 2100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지점장은 "12월 초 시작된 연말 랠리로 내년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이다 1월 중순 일시 조정을 거쳐 3~4월부터 본격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경기 회복 신호 기다려야
지금이 주식투자 타이밍이 아니라는 데 센터장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단기적으로 너무 많이 올라 가격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상승장으로의 전환 모멘텀이 유럽 사태 해결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라는 점도 공통됐다. 다만 본격적인 주식투자 타이밍에 대해선 얘기가 조금씩 달랐다.
변주열 센터장은 "여러 번의 저점 확인을 거친 후 나서도 늦지 않다"는 쪽이었다. 변 센터장은 "지금 분위기로 봐서 1700 아래로까지 다시 내려갈 확률은 낮을 것으로 보지만 유럽 사태 진전 여하에 따라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며 "유럽 재정시스템이 정상화되고 그 결과 경기 회복이 확실시되는 국면까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성환 센터장은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해 본격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는 시점을 내년 2분기 이후로 예상했다.
반면 신혜정 센터장은 "연말에는 기관의 매수세가 기대되므로 1800~1900 사이 지수대라면 진입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과도기적 국면에서 투자자가 취해야 할 자세로 이들은 '현금 확보' 및 '분산투자'를 요청했다.
변재열 센터장은 "1900 이상 지수대에선 가격 부담이 크다. 현금 비중을 최소 30% 이상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재홍 센터장은 "일단 분할매수 전략으로 나가다 내년 1분기쯤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올 때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주식투자 여력이 10억원 정도인 투자자라면 한 달에 2억원씩 5개월에 걸쳐 분할 매수하는 것이 변동성 위험을 줄여가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노원명 기자]
40. [매일경제]증권사 수수료인하 생색내기
금융당국이 증권 거래 수수료, 펀드 판매보수 등 '비용 잡기'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눈치를 보며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생색 내기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먼저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이르면 1일부터 거래 수수료를 낮춘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거래 수수료상에 포함된 자신들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받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지난달 31일 "거래소와 예탁원의 수수료 인하 규모 그대로를 수수료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금융투자협회 수수료까지 면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주식 거래 수수료는 0.004623%포인트 낮아진다. 선물 거래와 옵션 거래 수수료도 각각 0.0003036%포인트와 0.012654%포인트 인하된다. 인하 시기는 올 연말까지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거래소와 예탁원이 가져가는 부분이 없어짐에 따라 이를 고객과의 수수료 체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 주식거래 시장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과 대신, 신영, 신한, 유진, 현대, KB, SK증권도 인하를 검토 중이다. 시간문제일 뿐 모든 업체들이 수수료를 인하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 수수료 인하 움직임은 '전시용' 성격이 짙다.
증권가에서도 두 달간의 한시적 인하 조치를 두고 '거래소와 예탁원의 생색 내기'라고 비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려면 체계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했다"며 "이번 정책은 증시 급락 때마다 반복된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거래소와 예탁원은 2005년 이후 네 차례(2005년, 2006년, 2008년, 2010년) 유관 기관 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자와 회원사 등 시장 참가자의 고통을 분담하고, 시장 참가자의 거래 비용 부담을 경감해 국내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 확충을 통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라며 수수료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실효성 부분도 논란이다. 거래 수수료는 거래소와 예탁원이 연말까지 남은 두 달만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내년 초부터는 다시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펀드 수수료 역시 마찬가지다. 펀드 수수료를 두고 대부분 증권사들은 펀드운용사와 금융투자협회의 협의가 이뤄진 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일경제가 지난달 31일 증권사 22곳을 조사한 결과 일반 주식형 펀드 판매보수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곳은 없었다. 수수료 면제 대상 범위 또한 제한적이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은 ETF 거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인버스는 정작 수수료 무료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박용범 기자 / 김대원 기자 / 서유진 기자]
41. [매일경제]외국인 1390억 순매수에도 20P 하락
10월 증시는 내내 훈풍이었지만 그 시작과 끝은 조정이었다. 10월 초 1650선까지 내려가며 조정을 보였던 코스피는 전거래일 장중 1960선까지 올라가 300포인트 이상 회복하는 강한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조정을 받은 코스피는 지난달 31일에도 하락세를 보이며 전거래일보다 1.06%(20.45포인트) 떨어진 1909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은 투신권 등 기관의 차익 실현을 위한 '팔자'가 주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474억원, 1299억원어치 주식을 산 데 반해 기관은 2625억원의 주식을 팔며 10월 들어 가장 큰 매도폭을 나타냈다.
지난달 28일 코스피가 1960선을 넘어선 이후 지속적인 상승을 점쳐오던 시장은 이후 50포인트 이상 하락을 보이자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10월 상승장이 11월에도 지속되며 다시 연내 2000선을 돌파할 수 있을지, 아니면 10월 마무리에 시작된 조정이 다시금 시장의 힘을 뺄지가 관심거리다.
증권사들이 점치고 있는 11월 코스피 상하단 전망을 살펴보면 하단은 최하 1750, 상단은 최상 2150까지로 보고 있다. 9~10월 코스피 예상치 하단이 1600대, 상단이 190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눈이 높아졌다.
하지만 증권사별로 하단 전망보다는 상단 전망의 차이가 컸다. 코스피 상단을 1950으로 보며 2000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곳(신한금융투자)이 있는 반면 다음달 중 2150을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곳(하나대투증권)도 있었다. 두 증권사 간 코스피 상단 예상치 차이는 200포인트에 달한다.
이달 중 코스피 2000을 넘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증권사(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 교보증권 HMC증권)들의 판단은 대체로 일치한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심증이나 위기 해결에 대한 언급뿐 아니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한 '물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상단을 1980으로 보고 있는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월에는 생각보다 경기 상황과 실적 모두 나쁘지 않다는 게 확인됐지만 사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곧 '앞으로 좋을 것'이라는 것을 방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2000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이라고 판단하는 증권사들의 시각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 완화'에 맞춰져 있다.
8월과 9월에 나타난 급락과 변동성의 주요인 중 하나가 미국과 유럽발 뉴스에 울고 웃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였지만 이제는 이 부분이 꽤 완화돼 2000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새봄 기자 / 서태욱 기자]
42. [매일경제]다시 늘어나는 콜차입…9월 1천억 증가
금융감독원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증권사 콜차입 규모(평잔 기준)가 전달보다 오히려 100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달 31일 금감원에 따르면 9월 증권사 콜차입 규모는 1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늘어난 것은 대형사가 콜차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대형사 콜차입은 5조7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000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대비 콜차입 비중은 8월 31.3%에서 9월 31.7%로 소폭 상승했다.
당국의 관리가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 콜차입 규모를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낮추는 안을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 이 조치가 시행됐으며 시행 당시 한도 초과분은 내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이 계획을 어긴 증권사는 없었지만 최근 하락 추세가 둔해지고 있다. 지난 5월 41.8%였던 자기자본 대비 콜차입 비중은 6월 이후 크게 하락했으나 9월에는 다시 상승하는 등 주춤해진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단계적 콜차입 한도 준수 여부 점검과 대체자금 조달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43. [매일경제]외국인, 도이치證에 첫 손배소
지난해 11월 11일 발생한 '옵션 쇼크'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가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도이치증권은 금융위원회에서 질책이 나오자 한국에서 주식워런트증권(ELW) 사업 재개를 포기한 데 이어 국내외 금융회사와 소송까지 휘말림에 따라 글로벌 입지와 명성에 작지 않은 타격을 입게 생겼다.
지난달 31일 뉴욕 금융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뉴욕 소재 헤지펀드인 에버레스트캐피털은 "지난해 11월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측의 시세조종 행위에 따라 모두 200억원 내외 손해를 봤다"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에버레스트캐피털은 1990년 설립된 헤지펀드로 약 20억달러(약 2조2200억원) 규모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 헤지펀드는 당시 케이맨 제도에 둔 7개 특수목적회사(SPC)가 코스피200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도이치증권 등의 불법행위에 따라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가 금융계 한 관계자는 "에버레스트캐피털은 뉴욕에 본거지를 둔 회사로 주로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라며 "이번 소송을 미국에서 진행하려고 했으나 법리적 문제로 서울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에버레스트 측은 코스피200지수 추세를 볼 때 도이치증권 측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코스피200지수는 256까지 상승했을 것이라며 최대 231억원가량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코스피200지수는 최소한 주식 대량 매도 직전 254.62보다 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경우 최소 손실 규모는 178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도이치증권 한국법인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에버레스트 측의 이번 소송 제기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레스트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관계자는 "지난 8월 검찰 측의 기소 이후 국내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의 소송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륙아주는 에버레스트캐피털만이 아니라 와이즈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투자자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도이치증권은 금융당국과 검찰에서 '옵션 쇼크'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됐고 여러 송사에 휘말렸다. 11월부터 관련 민형사상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4월 764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을 대상으로 제기했다. 코스피200지수가 크게 하락해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한 국민은행 역시 7억원을 배상하라고 도이치증권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도이치은행ㆍ도이치증권 임직원과 도이치증권 법인을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도이치증권 측은 사전에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보는 풋옵션을 16억원어치 매입한 후 국내 기업 주식을 팔아 코스피200지수를 7.11포인트 떨어뜨리고 이에 따라 448억원 규모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옵션 쇼크는 코스피200지수가 역사상 최대로 폭락한 사건이었다. 코스피200지수는 코스피200 옵션의 만기일인 2010년 11월 11일 254.86으로 시작해 256.51까지 상승한 후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장 종료 10분 동안에 갑자기 247.51로 급락했다.
그 이후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도이치증권이 당일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등 코스피200 구성종목 199개 주식 전량을 매도하고 코스피200지수가 급락하면서 옵션 쇼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옵션 만기일에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제출하려면 장 종료 15분 전인 오후 2시 45분까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데 도이치증권 측은 장 종료 15분 전까지 사전신고를 하지 않아 자신들의 주식 대량 매매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박용범 기자]
44. [매일경제]공모주시장 달구는 IT장비업체
공모주 시장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 정보기술(IT) 장비업체 돌풍이 거세다.
최근 장비업체 공모에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고 청약경쟁률 역시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연말 공모주 물건에서 장비업체 청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등 물량도 풍부하다. 실제 10~11월 공모주 청약 대상 기업 17곳 가운데 29.4%(5곳)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 시장에서 IT 장비업체 인기가 높아진 것은 △업황이 부진할 때 선취매에 나서자는 투자 수요가 집중됐고 △신규 투자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예비 상장업체 속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테크윙 등 일부 업체가 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공모가 인하에 나서면서 상장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IT 장비업체가 대폭 증가했음에도 투자자 관심은 좀처럼 희석되지 않고 있다.
1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AMOLED 열처리 장비업체 테라세미콘의 청약경쟁률은 최근 864대1까지 치솟았다. 청약 증거금만 1조4000억원이 몰렸다. 지난달 공모주 청약을 받은 평판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업체 케이맥 경쟁률은 745대1을 기록했다.
이번주 이후 공모주 물량에도 장비업체가 대거 포진했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급상승한 테크윙이 2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받고 2~3일에는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아이테스트 청약이 예정됐다. 9~10일에는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쎄미시스코가 청약 대기 중이다.
테크윙은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핸들러) 비중이 82%에 달하는 업체로 다변화한 거래처가 특징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마이크론(29%) 엘피다(26%) 하이닉스반도체(19%) 등 글로벌 40개 반도체 업체로 매출 비중이 고르게 분산됐다. 지난해 14.9%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7.5%, 내년 20.0%로 대폭 상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테스트는 국내 반도체 테스트장비 점유율 1위 업체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시스템, 복합칩(MCP) 등 전 부문 반도체 테스트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 직후 가격 변동이 심한 종목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지난달 25일 상장한 케이맥은 시초 가격이 공모가(1만4500원) 대비 171% 이상 급등한 상태로 형성됐다. 이후 4거래일간 케이맥 주가는 24.8% 급락하는 등 공모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안 좋을 때 오히려 투자를 늘려 잡자는 대형 IT 납품업체가 증가하며 장비업체 기업공개(IPO)가 흥행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액정표시장치(LCD) 업종 성장은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향후 장비업체 내에서 실적 요인이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45. [매일경제]고난의 스팩 `산넘어 산`…합병반대땐 공모가이상으로 매수청구가 보장해야
기업인수목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스팩(SPAC)은 최근 금융위원회 개정안으로 자본환원율 자율화라는 숙원은 해결했지만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가를 공모가 이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단서 조항을 얻었다.
자본환원율 자율로 스팩은 피합병 기업에 "높은 몸값을 받게 해주겠다"며 더 적극적인 포섭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스팩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본환원율이 피합병 기업과 연관이 있는 쟁점으로 해결 실마리를 찾았지만 여전히 투자자와 문제가 남았다. 바로 매수청구가다. 기업 합병 후 최종적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매수청구가 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때 기존 주주 동의를 얻는 작업을 해야 한다.
매수청구는 합병안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을 묻는 절차다. 반대가 높으면 합병안은 부결된다. 대신증권 스팩 합병이 지난 8월 임시 주총에서 주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매수청구가는 일반적으로 증시에서 시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스팩은 이를 시가가 아닌 공모가로 책정한다. 이는 국내 증시만의 정서법이었고 '부국 사태' 이후 스팩 업계에서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부국 사태'는 부국 스팩이 지난 6월 퓨처스타즈스팩이 공모가(2000원)보다 낮은 1832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를 제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받고 청구가를 공모가로 재조정했던 일을 말한다.
정서법이 금융위의 최근 개정안으로 명문법이 된 것이다. 개선안은 이르면 11월, 늦어도 연내 시행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조건은 스팩 투자를 통해 무위험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합병 때 공모가로 스팩이 주식을 사주기 때문에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에 투자한 투자자는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스팩 주가와 매수 가격 간 차익을 위험 없이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팩 투자자는 합병에 반대하면 최소 원금 보장은 할 수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투자금 손실이 컸던 최근 투자 환경과 스팩이 증시에 소외주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합병 반대를 통한 무위험 차익 확보의 매력은 매우 커져 있다.
지난달 31일 현재 상장된 스팩 20개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밑돈다. 공모시 돈을 태운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이런 스팩을 현시점 가격으로 매입한 후 공모가 기준으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투자자들은 6~17%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스팩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무위험 차익 전략과의 전쟁은 스팩이 스스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우선 첫째로 '스팩=원금보장 상품'이란 인식을 새긴 것도 결국 스팩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모 전 투자자 유치를 위해 스팩 역시 증시에 따라 출렁이는 위험 상품인 '주식'임에도 "원금은 보장해 준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벌였다.
둘째로 상장 후 부진한 주가 관리 책임에서 스팩이 자유로울 수 없다. 공모가 기준의 매도에는 곧 스팩의 미래 주가를 낙관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다.
[김대원 기자]
46. [매일경제]韓·日 해외펀드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한국과 일본의 해외펀드 가입자들이 투자를 선호하는 국가가 확연히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해외펀드 투자자중 절반 정도가 중국 펀드에 돈을 넣고 있는 반면, 일본 투자자들은 인도 펀드를 가장 유망하게 보고 있다.
일본투신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인도 주식형 펀드의 전체 운용자산(AUM)은 1859억엔(약 2조6000억원)으로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중국 펀드 운용자산은 589억엔(약 8200억원)에 불과하다.
또 프랑스 아문디자산운용 일본 법인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아문디 재팬 해외펀드에서 인도 관련 펀드에 들어가 있는 돈은 823억엔(약 1조1500억원)에 달하고, 중국 관련 펀드 규모는 374억엔(약 5200억원)이다.
일본 펀드 투자자들의 인도 선호 현상은 다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일본 펀드시장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블랙록자산운용 일본법인의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덩치가 큰 상품은 '블랙록 인도주식 펀드'였으며 '골드 펀드'와 '천연자원 주식 펀드'가 뒤를 이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재팬 역시 인도 펀드가 다른 글로벌 펀드보다 규모가 컸다.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 모두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중국 펀드는 없다. 일본 안에서 중국 펀드 수요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해외펀드 가입자 투자금은 중국 관련 상품에 집중돼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중국 펀드(중국 본토 A주+홍콩 H주) 설정액은 14조8655억원이다. 전체 해외펀드 설정액의 46.02%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 시장이 편입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친디아(중국ㆍ인도)' 펀드 설정 규모가 각각 5조7707억원, 1조6748억원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 해외펀드 투자자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순수 인도 펀드 설정 규모는 7633억원이다. 전체 해외펀드의 2.36%에 불과한 수치다.
이처럼 이웃나라 간에 해외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NH-CA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한 니콜라 소바주 아문디 재팬 부사장은 "일본 투자자들은 역사적인 문제로 중국 투자를 꺼린다"며 "반면 인도의 발전상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인도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매료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흠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정책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를 중심으로 한 '중국 투자 붐'이 일었다"며 "그러나 당시 잇따른 중국 측의 일방적인 프로젝트 취소 등으로 일본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때 기억이 오늘날까지 안 좋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2007년 해외펀드 가입 열풍이 불 때 중국(H주)과 브릭스 펀드로 큰돈이 몰렸으나 이후 상하이ㆍ홍콩 증시가 추락하면서 오늘날까지 수익률이 회복되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근 2년 사이에는 중국 본토 펀드로 1조원 넘는 돈이 유입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중국 본토 펀드(-13.65%)가 인도 펀드(-24.44%)보다 낫다.
[이유섭 기자]
47. [매일경제]불공정거래 조사중인 내용도 공개
금융감독원이 특정 종목에 대해 불공정거래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일 경우 이런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려 왔으나 앞으로는 투자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계량적으로 측정해 5단계로 평가하는 '기업공시 종합관리시스템'이 올해 말까지 도입된다. 이 시스템은 공시 자료의 접수, 심사,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으로 관리하게 된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시 심사 및 조사ㆍ감리업무 개선 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가장 달라지는 점은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가 원칙적 비공개에서 필요 시 공개로 원칙이 수정된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불공정거래로 조사 중인 내용을 단계별로 공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사 중, 조사 종료 시, 법원 판결 시 등 시기별로 구분해 공개 내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제도 개선 배경에 대해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가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다 보니 투자자가 투자 판단에 활용하기 어렵고 조사 결과에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새로운 불공정거래 유형, 중대 사건 등의 경우 투자자 유의 사항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공시 종합관리시스템'은 공시심사의 투명성, 신뢰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된다. 심사자의 재량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심사 대상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와 체크리스트가 심사자에게 사전 제공되고 심사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사항이 전산에 기록되고 저장, 관리된다.
이 시스템의 또 하나 기능은 상장기업 부실화 가능성을 5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증시에서 연중 탄력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제도가 손질된다. 지금까지는 결산기 경과 후 재무제표 확정 시까지 자금 조달 기회가 제한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분ㆍ반ㆍ기말 경과 후 재무제표 확정 전에도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심사 운용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박용범 기자]
48. [매일경제][3분기 실적] 셀트리온 또 분기 최고실적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이 올 3분기에도 변함없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매출액은 72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1.2%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75억원과 420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8.2%와 38.1% 급증했다. 회사 측은 "2010년까지는 개발도상국 위주로 매출이 일어났지만 올해부터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매출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며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률 60% 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 끝나는 유럽 등 해외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가 임상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자산으로 잡혀 있던 개발비가 일시 상각돼 그간 인식해온 연간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없어지게 된다.
LG이노텍은 디스플레이, PC 등 전방산업 침체 여파로 흑자 전환한 지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LG이노텍은 지난 3분기 매출액 1조671억원,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당초 영업적자 폭이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는 훨씬 적었다.
회사 측은 "전방산업 침체 영향과 주요 고객사 전략제품 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았다"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단가가 계속 낮아진 반면 원자재 가격은 올라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별로 발광다이오드(LED)는 조명모듈 매출은 늘었지만 TV용 LED 백라이트유닛(BLU) 수요 감소와 가격 인하 여파로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9% 감소한 2489억원에 그쳤다. 카메라 모듈도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모델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물량 감소로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21% 감소했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계절적인 비수기인 데다 판매단가 인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악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성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방산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급격한 분기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올해 3분기를 바닥으로 내년 1분기부터는 서서히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자동차산업 활황 덕에 3분기 매출 1조1540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29.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31억원, 순이익은 5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이익이 늘었다.
회사 측은 "현대차그룹 외에도 GM 등 다른 판매처를 44%까지 늘리면서 매출 다변화에 성공한 것이 성장 비결"이라며 "북경현대나 상하이GM 등 중국 매출이 20%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세도 눈에 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1일 만도 주가는 3% 이상 밀렸다.
회사 측은 "지난 8~9월 폭락장에서 비교적 선방하면서 최근 외국계 물량이 차익실현 등을 이유로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며 "실적은 올해 말과 내년에도 꾸준히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만 기자 / 전범주 기자]
49. [매일경제][마켓레이더] 롤러코스터장세가 불가피한 이유
10월의 주가 상승률은 드라마틱했다. 처음에는 급락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랠리로 끝났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8% 올랐고 S&P500은 1987년 1월 이후 월 상승률로 최고치인 14%를 기록했다. 펀드 투자자에겐 즐거운 한 달이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재미없었을 것이다. 상대수익률로 평가되는 자산운용사는 움직일 것 같으면 바로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는 '급등락'장에서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주식을 실어야 할까.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자.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할 만큼 유로존 사태는 과장됐던 것인가? 아니면 지난주 글로벌 주식시장이 너무 흥분한 것인가? 기대 괴리 현상으로 설명해본다. 집에만 있던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강아지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주인 보폭은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잰걸음으로 멀찌감치 앞서나간다. 하지만 주인이 따라오지 않으면 그제서야 살랑거리며 주인에게 되돌아온다. 여기서 강아지를 주가로, 주인의 보폭을 펀더멘털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 예상은 10월에 멀찌감치 앞서나갔던 강아지가 이젠 되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지난주와 지지난주 큰 차이는 없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유로로 늘리기로 결정했는데 액션플랜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내 기금을 만들어 EFSF에 출자하는 안이 거론됐으나 1000억유로의 돈을 댈 것으로 기대된 중국은 후속 코멘트가 없다. 중국은 2010년에도 다섯 차례에 걸쳐 유로존 국채 매입을 시사했지만 액션으로 옮긴 흔적은 한 번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유럽 지도자들은 다시 '시간 벌기'만 한 것인지 모른다. 물론 EFSF는 일본 홍콩 태국 등 유로존에 우호적인 국가에 다시 손을 벌리겠지만 구체적인 자금 마련 계획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메두사처럼 사분오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1조유로인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이탈리아 국채 발행 규모는 1조9000억유로다. 그런데 유로존은 암암리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손실률을 25%까지 추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발행 규모 1조9000억유로의 25%만 해도 4750억유로다. 결국 이번 4400억유로에서 1조유로로 증액한 안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상각과 이에 따른 신용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이슈다. 이탈리아 국채 상각이 본격적으로 뉴스화하면 국채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자금시장은 어떻게 될까. 세컨더리 마켓은 스톱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3개월 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37% 하락, 26% 상승, 20% 하락, 24% 상승을 반복한 적이 있다. 모든 전망가들이 투자 의견을 상향하면 주가는 하락하고, 반대로 투자 의견을 하향하면 주가는 상승한 경험이 있다. 11월장 역시 그런 급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50. [매일경제]MKF지수
51. [매일경제][매경TEST] `게임이론` 최선의 전략은
■ 매경테스트 예제
다음 중 게임이론의 균형개념 중 하나인 내시균형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ㄱ. 내시균형은 게임에 하나만 존재한다.
ㄴ. 게임 참여자의 최적반응전략을 찾아 이루어진 균형이다.
ㄷ. 열등전략을 연속적으로 소거하여 하나의 균형이 구해지면 이는 내시균형이다.
ㄹ. 모든 참여자에게 약우월전략이 있을 경우에는 약우월전략을 선택한 균형만이 내시균형이 된다.
ㅁ. 게임 참여자에게 모두 강우월전략이 있다면 각각 강우월전략을 선택하여 이루어진 균형은 내시균형이다.
① ㄱ, ㅁ ② ㄴ, ㄷ ③ ㄱ, ㄹ ④ ㄴ, ㄹ ⑤ ㄷ, ㅁ
▶해설
내시균형은 서로 상대방의 특정전략에 따라 나의 최선의 전략을 찾아 형성된 균형이다.
만약 상대방의 어떤 전략에도 관계없이 나에게 더 큰 보수를 주는 전략인 강우월전략이나 나에게 적어도 동일하거나 더 좋은 보수를 주는 약우월전략이 있다면 이를 선택하여 형성된 균형도 내시균형이 된다. 열등전략을 연속적으로 소거하여 구해진 하나의 균형은 우월전략균형이며 이는 내시균형이 된다. 다만 약우월전략이 있는 경우 약우월전략이 아닌 전략도 내시균형전략이 될 수 있으며 게임에 따라 내시균형은 여러 개 존재하거나 (순수전략) 내시균형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정답은 ③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52. [매일경제][매경포럼] 분노 해법,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주 연례 한ㆍ일 편집인 세미나 참석 차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우리는 잠깐 잊었지만 일본에서 3ㆍ11 대지진과 원전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방사능 공포도 사실상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이상할 정도로 여전히 평온했다. 우리와는 참 다르다는 느낌을 다시금 받았다. 요즘 2040 세대의 분노로 펄펄 끓고 있는 우리 모습과 교묘하게 대비된다.
물론 공통점도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력한 정치다. 이번 세미나에서 일본 측 발표자인 요미우리신문 다나카 다카유키 논설위원은 오늘날 일본의 '불능시대'를 두고 "전략적으로 중대한 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내향(內向)적 정치상황"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매일경제가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기획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이 내 의사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고작 5.5%에 불과했다. 민심이 이러니 중차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기로는 우리 현실도 매한가지다.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돌아보자. 국가의 장래를 위해 여야를 초월해 장기 안목에서 내려진 결단이 있는가. 김대중 정부 시절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외환위기에 따른 글로벌 압력이 먹힌 덕분(?)일지 모른다. 혹자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치적을 치켜세우는데 거기에는 민주주의라는 기회비용도 함께 대차대조표에 올려야 한다.
이러니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한국식 게임 룰이라는 게 명확하지도 않고 그다지 공정하지도 않아 보이는데 그나마 한국 자본주의가 허점을 드러내는 상황에서도 이걸 뜯어고치기가 막막하다. 교육 노동 복지 등 굵직굵직한 이해집단 사이의 갈등을 통 크게 조정하는 게 지금 같은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하겠느냐 말이다.
어디 이뿐인가. 고성장 대신 저성장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고 반복된 경제위기는 인적 물적 자원의 정상적 신진대사를 꽉 틀어막고 있다. 수출주도 경제를 탈피하고 내수를 키우려면 변호사 의사 약사 등 철밥통 기득권층의 쪽박을 깨야 하고, 전면적 세제개편도 필수다. 표를 잃고 정권을 내줄 각오를 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엔 부동산 패러다임도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부동산 공개념을 건드려야 할지 모른다. 안 그러면 부동산은 앞으로도 계속 양날의 칼이다. 집값 폭등이 노무현 정부를 거꾸러뜨렸다면 가까스로 집을 장만하니 집값이 오르지 않아 가계빚만 늘어난 40대 불만과 전세금 폭등에 따른 20, 30대 분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다.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하는 질문 한 가지. 혁명 전야 레닌의 화두처럼 우리는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이다. 여기에 대한 정답의 단초를 가진 쪽이 개인적으론 내년 선거에서 다음 정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출간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은 이와 관련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9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정수는 전기작가 대신 잡스 자신의 글인 책 말미 마지막 여섯 페이지. 여기서 잡스는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임을 분명히 했다.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잡스가 절대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이윤' 대신 인간애와 인문학이 담긴 '위대한 제품'을 창조하는 혁명을 꿈꿨다. 그리고 치밀한 장기전략을 토대로 결국 그것을 창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구분되는 이유다. 잡스 안목대로라면 대중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는 로빈 후드식의 포퓰리즘 영합도 사이비다.
보수든 진보든 자기 정파에 유리한지 여부를 먼저 따지는 우리 정치지도자나 사회 지도층이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무엇이 과연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일까.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 방향부터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서정희 경제부장]
53. [매일경제][기자 24시] 민간 발전사는 전력산업 들러리
"정전 대란 주범인 전력거래소는 해체하라." "한전 재통합 쟁취해서 정전 사태 막자."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 한 달째 걸려 있는 노조의 현수막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이 새롭게 취임했지만 이 현수막은 꿋꿋이 걸려 있다. 지난 9월 15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책임을 따져보니 전력계통을 맡은 전력거래소의 허술한 대응이 가장 문제였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국회의원들도 정전 책임을 물어 전력거래소 계통운영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11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독점적인 '공룡 한전' 기능을 전력거래소와 발전사로 분산한 지 10년 만에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치하면 과연 정전을 방지할 수 있을까. 전력정책 라인인 지식경제부는 입을 닫고 있다. 한전은 조직이 커질 수 있으니 좋을 뿐이고, 전력거래소는 정전 핵심 책임자로서 할 말이 없다. 국회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거래하던 SK E&S, 포스코파워, GS EPS 등 민간 발전사들만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한전이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을 가져가면 아무래도 제 식구인 남부발전 등 5개 발전자회사부터 챙기면서 민간기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공정한 경쟁을 통한 전력시장 운영마저 저해될 가능성도 높다.
민간 발전사 측은 "정전은 수요 예측 실패, 관계기관 정보 공유 부족, 대국민홍보 지연 탓이지 전력계통 통합과는 연관성이 적다"고 강조한다. 민간 발전사들은 지금 생존을 걸고 국회와 지경부를 찾아다니면서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거의 없다. 경쟁 도입을 위해 지난 10년간 전력산업이 변하는 동안 민간기업은 언제나 들러리였을 뿐이다.
[산업부 = 강계만 기자 kkm@mk.co.kr]
54. [매일경제][기자 24시] 공정위 `늑장조사` 논란
실수일까, 고의일까?
최근 공정위가 LCD 국제 담합 사건을 처리하면서 불거진 '늑장조사' 논란이 묘하다. 이 사건은 한국 기업(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이 최초로 국제 가격 담합에서 주동자로 지목된 사건이었다. 2006년 미국, 유럽연합(EU), 한국에서 공동조사가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1순위로 범행을 고백하고 먼저 '면죄부(자진신고 감면제)'를 얻었다. 곧이어 LG디스플레이가 2순위로 범행을 고백했다. 담합 주범이 모두 범행을 실토하자 미국은 2008년, 회원국이 많아 시간이 더 걸린 EU조차 작년 12월 관련 기업들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남은 건 한국 공정위였다.
공정위는 현행법에 따라 담합 범죄가 끝난 후 5년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LG디스플레이가 공정위에 2006년 7월 범행을 고백하고 담합을 끝냈으니 2011년 7월까지는 어떻게든 처분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공정위는 "조사량이 방대하다"며 5년 넘게 끌었다. 10월 26일에서야 LG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공정위가 법적 시효를 넘겼다"며 소송을 벌일 태세다. 법원에서 LG디스플레이가 이기면 담합을 주도한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과징금 처분을 피하는 결과를 얻는다.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공정위가 늑장 조사로 처분시효를 넘겼을 수 있다. 그러나 담합 전담 준사법기관이 '기본'을 놓쳤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조사량이 많았더라도 우리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복잡한 EU보다 처분이 늦을 수는 없다.
지금 공정위 주변에서는 이런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미국ㆍEU에서 과징금 수천억 원을 맞은 한국 기업에 차마 한국 공정위까지 나서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공정위의 실수일까, 고의일까? 진실은 독자 상상력에 맡긴다.
[경제부 = 이재철 기자 humming@mk.co.kr]
55. [매일경제][글로벌 포커스] 국제개발협력의 새 패러다임
오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개발원조 총회가 열린다.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정상급 인사들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들과 70여 개 국제기구 대표, 시민사회, 학계 저명 인사들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다.
회의 정식 이름은 '제4차 원조 효과성에 관한 고위급 회의(HLF-4)'이다. 2005년 파리에서 열린 제2차 고위급 회의에서는 잘 알려진 '원조 효과성에 관한 파리선언'이 발표된 바 있고 이번 회의에서는 파리선언이 2010년까지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했는지 모니터링하게 된다.
파리선언은 원조 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으로 합의한 것인데 △원조 수원국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고 △원조가 수원국 개발전략과 수원국 시스템에 일치(alignment)해야 하고 △공여국 간에 원조 조화를 이뤄야 하고 △성과 중심의 원조 관리를 하고 △공여국과 수원국이 함께 상호 책임성을 갖는 등 다섯 가지 파리선언 원칙은 이후 지금까지 국제 개발협력에 있어 핵심 패러다임이 돼왔다.
그러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기존 개발협력 패러다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 핵심은 파리선언이 주로 원조 과정과 전달 방식의 효과성에 국한된 좁은 의미의 원칙에 대한 합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실질적인 개발 성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이라고는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원조 공여국과 글로벌 펀드 등 새로운 개발 원조 주체와 재원들이 등장하고, 남남협력과 민관협력 등 새로운 원조 방식이 시도되는 개발협력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원조 효과성 어젠더는 너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많은 공감대를 얻게 됐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는 비OECD 회원국인 중국 브라질 등을 포함한 신흥 경제국, 민간기업 대표 등도 참여해 포괄적인 개발 파트너십 구축 등에 대해 논의하도록 돼 있다.
또 원조 정책만으로는 개발의 성과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공여국 정부가 원조 이외 정책에 대해 개도국 경제 발전이나 빈곤 퇴치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치되도록 하는 '개발을 위한 정책 일관성(policy coherence for development)'도 중요한 논의 분야가 돼왔다. 즉 공여국 정부의 원조 외에 무역, 투자, 농업, 환경, 이주, 보건,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 대개도국 정책이 원조정책과 합치해야 실질적인 개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의 흐름 속에 개도국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원조 효과성'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개발 효과성(development effectiveness)'에 기초한 새로운 개발협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부산총회 의제는 'Aid and Beyond'다. 이는 원조(Aid)와 원조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개발(Beyond)로 이해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개발협력 논의의 중심이 원조 효과성에서 개발 효과성으로 옮겨가는 것은 개발협력 패러다임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한다.
개발 효과성에 대한 통일된 개념 정의는 아직 없지만 보다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개발전략을 추구하고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이 파트너십을 형성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새로운 개발협력 패러다임을 기대하게 한다.
원조를 넘어서 광범위하고 거시적인 개발과 연계된 국제 개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개발 효과성의 비전이 부산에서 제시될지 기대해 본다.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56. [매일경제][기고] SW산업의 공생발전 열쇠
# 장면 1. 지난 세기 말 IMF 외환위기가 진정돼 가고 IT붐이 한창일 때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ㆍ안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일환으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그룹 내 SI(시스템 통합)기업 사장과 협의해 필요한 분자(이익)는 그룹 차원에서 책임을 지기로 하고 SI기업 사장은 모양새를 감안한 분모(매출액)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공공시장 참여 확대에 힘쓰기로 한다. SI기업 담당 임원은 중소기업인 SW 개발 협력업체 사장과 면담하면서 회사가 불가피하게 전략적으로 저가 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으니 협력업체에서도 고통 분담을 할 것을 요구한다.
# 장면 2. 올해 초 MRO, SI, 광고기획 등 대기업의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충격적인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징벌적인 새로운 세제 도입을 검토할 즈음 SI기업 사장들은 그룹 경영진에게 분자(그룹 내 매출 비중)를 줄이기보다는 분모(외형)를 키울 것을 주문받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공시장에 관심이 없던 대기업집단 내 SI기업들도 전략적으로 대거 시장에 참여하면서 공공시장에서는 갑작스럽게 경쟁이 심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두 장면은 SW산업 내 다수 시장참여자들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SW산업 생태계를 황폐화하고 관련 중소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과 관련해 상상해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마침내 정부는 지난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하면서 전문ㆍ중소기업의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SI기업에 대해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2013년부터 전면 제한하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정부 방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좀 더 살펴보면, 1980년대 초부터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물결은 최근 승자독식에 따른 양극화 현상, 미국 '월가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가 주장하는 1%의 탐욕에 의한 99%의 희생과 같은 폐해 등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인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통해 사회 저변에 흐르는 정서를 확인했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지속적으로 지켜가기 위해서는 승자의 양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상생협력, 공생발전, 기업윤리는 반드시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들인 것이다.
정부가 취한 공공 SI시장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 정책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창업자들에게 기본적인 최소한의 수익기반을 갖출 수 있는 기회와 장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마련한 '장'에서 SW산업의 선순환적 생태계 복원과 산업 발전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자들과 창업을 꿈꾸는 SW개발자들 모두 진정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세기의 천재 스티브 잡스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칭찬한 것은 창업 초기에 눈앞의 금전적 유혹을 뿌리치고 페이스북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향후 일정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SW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이번 전문ㆍ중소기업 중심인 공공 SI시장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는 SW산업 육성 정책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SW산업 인력 15만명, 타 산업 전산직까지 포함하면 70만여 명에 달하는 SW 분야 종사자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바, 단순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내년 봄 정치지형 변화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실천 의지를 견지해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윤호 용정보통신 대표이사 SW공제조합 이사장]
57. [매일경제][사설] 펀드 판매보수부터 대폭 내려라
금융당국이 주식ㆍ펀드 관련 수수료와 금리 체계 개선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증권업계의 각종 수수료 수입은 한 해 8조원을 웃돈다. 펀드 판매와 운용회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도 연간 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손실 위험이나 서비스 질에 비해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고 배분 방식도 불합리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증권사 신용공여 연체이율은 너무 높다. 주식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돈을 떼일 위험이 매우 낮은 데도 연 16% 안팎의 이자를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을 굴려 2.3~2.9% 수익을 내면서도 예탁금 3000만원까지는 0.25%, 1억원까지는 0.59%의 이용료만 주는 것도 불합리하다.
투자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내는 분야는 과도한 펀드 판매보수다. 현재 주식형 펀드 보수율은 평균 1.66%고 이 중 판매보수는 0.93%다. 이와 별도로 펀드에 가입할 때 떼는 선취수수료가 0.98%나 된다. 예컨대 주식형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 먼저 선취수수료로 10만원 가까이 떼이고 해마다 9만원 넘는 판매보수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은행ㆍ증권ㆍ보험사들이 지난해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로 챙긴 돈이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운용사들이 갖고 간 보수보다 42%나 많은 금액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곳에서 챙긴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판매사들은 이에 대해 자금이체, 세금 정산, 지속적 안내와 상담 서비스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전산관리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정도 서비스만으로 해마다 가입 시 원금의 1% 가까운 보수를 꼬박꼬박 챙겨가는 것은 지나친 수탈이다. 연 1.9~2.9% 수수료를 물리면서 그중 절반 이상을 선취수수료로 떼가는 자문형 랩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주식형 펀드 계좌 수는 1000만개를 웃돈다. 경제활동인구 3명 중 한 명은 주식간접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고 장기적으로 자본시장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도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챙겨가는 펀드 판매보수부터 대폭 내려야 한다. 금융당국이 원가 구조와 펀드산업 생태계를 잘 살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때 거대 은행을 비롯한 펀드 판매사들이 자산운용사들보다 우월적인 위치에서 자기 배만 불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58. [매일경제][사설] 세계인구 70억시대, 한국이 당면한 과제들
유엔이 어제 날짜로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세기 초 세계 인구가 16억5000만명을 기록한 후 100여 년 만에 인구가 4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1959년 30억명을 기록한 후 10여 년마다 세계 인구가 10억명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인구가 93억명에 이를 것으로 유엔은 추산한다.
인구 급증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도국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는 현재 10억명에서 2100년에는 36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인도 인구는 2021년에 14억명을 돌파하며 중국을 제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도국 인구 급증 속에 선진국 인구는 정체 내지 감소하는 인구구조의 질적 악화도 나타나고 있다.
폭발적 인구 증가는 산업화와 수명 연장 등 인류의 성공을 대변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어 걱정이 더하다. 무엇보다 식량난이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10억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등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고 가격 폭등세를 연출할 때가 많다.
인구를 통제하지 않는 한 현재 세계 농업시스템이 감당하기 힘들다. 물 부족도 심각하다.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가 현재 약 10억명에서 2025년에는 18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자원 부족, 에너지 고갈, 환경 파괴 등 문제점은 이것 말고도 숱하게 많다. 세계은행 인구 전문가는 "세계 인구가 새로운 10억 단위에 진입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4900만여 명으로 세계 25위다. 그러나 세계 최하위 출산율(합계출산율 1.15명) 때문에 2018년을 정점으로 인구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산율을 현 상태에서 개선하지 못하면 300~400년이 흐르면 한민족은 소멸되고 우리 강토는 결국 이민족 터진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면 이민 대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문화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지 그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 정책당국은 인구정책을 다시 한 번 총점검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정표를 새롭게 설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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