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위기의 김치코인②] 상폐 또 나올까


대마불사 '위믹스' 상폐되자 김치코인들 바짝 긴장
"'잘못하면 상폐'라는 경종 울려"
위믹스 사태 직후 유통량 공시 강화 및 정정 움직임
전문가 "이번 기회에 김치코인 전수조사해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가상자산(가상화폐) 위믹스가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된 8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모니터에 위믹스 시세가 보이고 있다. 위믹스는 전날 저녁 재판부가 상장 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상장 폐지가 확정, 이날 오후 3시부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된다. 2022.12.0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이른바 '대마불사'로 불리던 위믹스가 결국 최악의 상장 폐지를 맞자 국내 가상자산(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상장 폐지의 주요 사유였던 '유통량 위반'같은 투명성 논란에 불거질 경우 상장 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를 재차 확인했기 때문이다.

유통량 위반이 상장 폐지까지 이어졌던 김치코인은 위믹스가 처음이 아니다. 코스모코인, 피카, 픽셀 등도 보고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가 매우 커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된 바 있다. 다만 이들은 위믹스와 다르게 시총 규모가 크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위믹스 상장 폐지 사태를 계기로 향후 유통량 공시 강화에 힘쓰겠다는 김치코인 프로젝트들도 대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을 이를 두고 긍정적 효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투명성이 의심되는 김치코인들은 이번 기회에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하면 바로 상폐"…김치코인들 '긴장'

 



김치코인 대표주자로 꼽혔던 위믹스가 13일 만에 국내 4대 원화거래소에서 퇴출당하자 다른 김치코인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코인에 대마불사는 없다'라는 메시지를 위믹스 사태로 확실히 각인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프로젝트를 운영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A씨는 "위믹스 사태 이전에는 유통량 기준 및 공시가 '그레이존(회색지대)'에 있어 프로젝트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가 프로젝트에는 '잘못하면 바로 상폐'라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져 다들 유통량 공시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위믹스가 상장 폐지를 통보받은 이후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은 유통량 관련 공시를 강화 및 정정했다. '제2의 위믹스'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우선 위믹스와 같이 국내 게임사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유통량 관리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입장이다.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는 코인마켓캡에 실시간 유통량을 연동 중이며, 가상자산 공시업체 쟁글에 분기별 유통 계획을 공시했다. 컴투스가 발행한 엑스플라도 현재 코인마켓캡과 실시간 유통량 연동을 진행 중이며, 엑스플라 분기별 유통계획도 매 분기 보고서로 공개하고 있다.

 


이외에 다른 김치코인 프로젝트도 사태 이후 유통량 공시 강화에 나섰다. 페이코인은 지난 8일 이용자 보호센터 내 '보유지갑 현황'을 통해 프로젝트가 보유한 지갑의 주소와 잔량뿐 아니라 사용 용도까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휴먼스케이프 역시 지난 9일 "코인마켓캡에 표기된 유통량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공시된 유통량에는 어떠한 변동사항도 없고, 정확한 유통량은 업비트 및 쟁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디카르고는 지난 2일 코인마켓캡과 코인게코, 업비트에 공지된 유통량을 모두 통일했다. 통일 전 디카르고 유통량은 코인마켓캡에서 10억개, 코인게코 및 업비트에서 24억개로 각각 다르게 공지돼있었다.

과거 '유통량 위반' 사례는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비트코인이 하락해 2900만원대에 거래중인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2.08.23. 20hwan@newsis.com

 



이처럼 위믹스 사태를 계기로 유통량 공시 강화에 힘쓰겠다는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나오는 가운데 과거 유통량 위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유통량 이슈가 상장 폐지까지 이어졌던 사례와 달리 소명 과정을 통해 상장 폐지를 면했던 사례도 있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1위인 업비트에서 유통량 위반 사유로 상장 폐지됐던 김치코인은 ▲코스모코인 ▲피카 ▲픽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통으로 공시 없이 가상자산을 새로 발행하거나 락업을 한 번에 풀면서 상장 폐지됐다. 업비트는 당시 이들이 기존에 보고한 유통량과 큰 차이가 나는 물량을 유통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들과 다르게 유통량 오류에도 불구하고 상장 폐지를 면한 김치코인도 있다. 무비블록은 지난 6월 담당 직원의 실수로 토큰 6만개가 기존 락업 해제 일정보다 일찍 유통됐다. 무비블록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 유통량을 다시 사들이며 락업시켰고, 유통량 오류를 수정했다. 이후 무비블록은 유의 종목에서 해제돼 현재까지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앞선 사례와 달리 오류의 수준이 적은 편이라 상장 폐지를 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2분기 기준 무비블록 총유통량은 약 148억6349만개다.

전문가들 "이번 기회에 나쁜 코인 걸러내야"


국내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위믹스 사태를 계기로 투명성이 의심되는 김치코인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또한 사태 직후 유통량 공시 강화에 힘쓰겠다는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나오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보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투명성이 의심되는 코인들이 많았다"며 "이번 기회에 거래소에서 이들을 전수조사해 거버넌스가 나쁜 코인으로 판단되면 전부 다 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소들 역시 이 과정에서 상장과 상폐 기준을 투명하게 공지해 함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까지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가 수습되는 과정을 보며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발행사와 거래소 모두 노력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태 직후 다른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도 유통량 오류를 자발적으로 점검하고 공시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위믹스 사태의 좋은 효과가 바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지영 기자

Posted by Andy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