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에 수요자들 움직일까… “큰 효과는 없을듯”


무주택자 김모(30)씨는 개선된 보금자리론 조건을 보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내년 한시적으로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소득과 관계없이 연 4%대 금리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그간 넘볼 수 없었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소형 아파트 등도 9억 이하로 떨어진 것을 지켜만 보고 있던 와중,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집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오전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내년 특례보금자리론 출시가 예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얼어붙은 주택 매매 심리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에게 대출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형태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행 보금자리론 주택가격 상한을 6억에서 9억까지 높이고, 대출 한도도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다. 지금은 연 소득 7000만원으로 설정돼있는 소득기준도 없앤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이용 문턱을 대폭 낮춘 게 특징이다. 신규 주택구매자는 물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대환하려는 차주, 담보물건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보전용)를 받으려는 차주 등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현행 보금자리론과 비교하면 보전용 이용 요건이 완화됐다. 금리는 연 4%대에 형성될 전망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 중반 수준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보금자리론 통합 운영계획안'. /금융위 제공

 

 


특례보금자리론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현재까지는 70%로 운영되는 기존 보금자리론과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적용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LTV는 큰 변화가 없으면 현행 보금자리론과 동일하게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다만 정부 차원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추가 조치가 있다면 그에 따라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내집 마련을 고려하는 수요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진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지만, 시장 영향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금리 4%는 현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LTV가 얼마나 될지 확실히 정해져야 수요자들도 주택 구입 계획을 세우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대출 상품 하나로 시장이 갑자기 반등하지는 않겠지만, 내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폭을 하나 늘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특례보금자리론 취지와 내용은 좋다”면서도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결국 미국발 금리 쇼크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과 같은 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이상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백윤미 기자

Posted by Andy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