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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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매일경제
1. [매일경제]토마토·제일 등 7개 저축銀 영업정지
자산 규모가 3조원이 넘는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을 포함한 7개 저축은행이 18일 낮 12시부터 영업정지됐다. 지난 7월 5일부터 금융당국이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괄 경영진단 결과다. 이들 7개 저축은행은 고객수가 64만4400여명 총 수신이 11조4400억원에 이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임시회의를 열어 제일, 제일2, 프라임, 대영, 에이스, 파랑새, 토마토 등 7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사로 결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를 비롯한 경영개선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영업정지와 동시에 해당 저축은행 전산망을 장악해 이날 낮 12시부터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들 7개 저축은행은 지난주 말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심사한 13개 저축은행 중에서 경영개선계획 이행 가능성이 부족해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으로 분류된 곳들이다.
나머지 6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정상화 기회를 줘 자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 대형으로 알려진 이들 6개 저축은행 명단도 분기실적 보고서와 함께 조만간 시중에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 영업정지 7곳보다 자체 정상화 6곳이 자칫 시장 혼란의 새로운 뇌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염려를 낳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7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증자 등 자체 정상화 기회를 45일간 부여하되 자체 정상화가 곤란하면 즉시 제3자 매각 또는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가교저축은행으로의 계약 이전을 추진해 3개월 안에 영업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제일, 프라임, 대영, 에이스, 파랑새, 토마토 등 6개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인 동시에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명단에 포함됐다"며 "제일2는 BIS비율 기준(1%)에 미달하고 모회사인 제일저축은행이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 여파로 유동성 부족이 명백히 예상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일2 사례와 달리 토마토2는 영업정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주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부산에 있는 토마토2저축은행은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지분 90%를 소유)이나 완전히 별도로 경영되는 정상 저축은행"이라며 "특히 경영진단 결과 6월 말 BIS 비율이 6.26%로 기준비율(5%)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 예금자 중에서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오는 22일부터 2000만원 한도에서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리금 합계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은 5000만원까지만 보호받고 초과분은 파산배당금 등을 통해 일부만 되돌려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7개 저축은행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자(개인의 경우)는 2만5535명에 총 1433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는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사모를 포함해 2232억원에 7571명이 가입해 있다.
[송성훈 기자 / 이상덕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2. [매일경제]최중경 "무한책임…자리 연연 않겠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정전 사태와 관련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선사태 수습, 후거취 정리' 입장을 밝힌 것으로 사태 조사와 후속 대책이 마련되면 사임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전대란' 재발 방지와 피해 보상 대책을 발표한 직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 장관은 9ㆍ15 정전대란에 대해 국민에게 거듭 사과한 뒤 "전력 위기 대응 체제 개선 비상대책반(TF)과 정전 사태 피해보상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이번 사태의 원인과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점검반을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일 오전 9시부터 한국전력 산하 189개 지점과 산업단지공단 지역본부 등을 통해 이번 정전대란에 대한 피해 신고(종합안내 국번 없이 123)를 접수할 예정이다.
정전대란 재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는 △순환정전 사전예고 시스템 구축 △병원ㆍ은행 등 단전 대상에서 제외 △엘리베이터ㆍ신호등 예비전원공급체계 구축 △전력예비율 2014년부터 14%대 유지 △발전기 정비주기 3년 이내 유연체제로 전환 △비상상황 시 자동경보시스템 실시간 재난 예고 방송 등이 마련됐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관계회의를 열어 최 장관이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 장관도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임 실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적 감정도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당장 사태 수습부터 해야 하고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정전 사태 원인 조사와 후속 조치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은 지경부를 초월한 조직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경부도 이번 사태 책임의 당사자 중 하나"라면서 "지경부가 피해 대책도 얘기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청와대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경부뿐 아니라 한국전력 등 산하 공기업에 대한 개혁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어 개혁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을 후임자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이 '9ㆍ15 정전대란' 3일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청와대와 정치권, 국민의 분노가 거셌기 때문이다.
[채수환 기자 / 이진명 기자]
3. [매일경제]롯데, 中지주사 만든다…연말께 출범
롯데가 그룹 내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든다. 롯데는 계열사별로 흩어진 중국사업을 통합해 롯데차이나 지주회사(가칭)를 조만간 세우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2조원대인 중국 내 매출을 10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18일 롯데 고위 관계자는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주회사 설립 작업은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경제경영연구소가 맡고 있는데 이르면 올 연말께 롯데의 중국 지주회사가 정식 출범할 전망이다. 롯데차이나 소재지는 상하이가 유력하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차이나 수장에는 사장급이 임명될 것"이라며 "한국 일본에 이은 또 하나의 롯데가 중국에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롯데차이나는 그룹의 중국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롯데는 현재 계열사별로 중국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중국 전체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통합조직은 없는 상태다.
지금은 식품지주회사인 롯데중국투자유한공사만 있을 뿐 호남석유화학 롯데쇼핑 롯데자산개발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별로 중국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롯데차이나는 중국삼성이나 중국SK처럼 그룹 내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 보면 된다"며 "롯데차이나 출범을 계기로 중국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환 기자]
4. [매일경제]기아차, 전기車 연내 출시
일본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순수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린다. 기아자동차가 올 연말께 박스형 경차인 '탐(TAMㆍ프로젝트명)' 전기차를 출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에 나선다.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양웅철 부회장은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 2000대 생산을 목표로 올 연말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탐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탐은 전기차 모델뿐 아니라 휘발유 모델도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가 경차인 모닝을 베이스로 개발한 탐은 박스형 경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로 통한다. 닛산 큐브와 같은 박스카 형태의 차량으로 자전거를 세워서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차고가 높다. 당초 지난달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막바지 일정 조율 작업으로 11월 이후 내놓을 예정이다. 탐은 운전석 쪽 문은 일반 차량과 동일하지만 인도 쪽 뒷문은 슬라이딩 도어로 처리된 것이 특징이다.
양 부회장은 "탐은 한번 충전으로 160㎞를 가고 최고 속도 시속 130㎞를 낸다"며 "기아차 쏘울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박스형 차량이라면 탐은 가족용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는 기아차가,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가 중심이 돼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시장에서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상업용 전기차는 미국 GM의 볼트와 일본 닛산의 리프,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등이 있다. 프랑스 르노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상용 전기차 '캉구'의 판매에 들어간다.
[프랑크푸르트 = 이승훈 기자]
5. [매일경제]오바마 `버핏稅` 제안…고소득자 세금 더 내라
일자리 법안에 대한 세원을 증세로 해결할 의사를 밝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버핏세' 도입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17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세계 각국이 경기 회복 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들에 대한 세율을 올리거나 신설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할 버핏세는 연봉이 100만달러(11억원가량) 이상 되는 고소득자에 대해 고율의 차등세율을 매기겠다는 것. 백악관은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3조달러(연 3000억달러)를 충당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기 재정 적자 감축안을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가 제안할 '버핏세'는 부유층에 적용되는 세율이 적어도 중산층만큼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개념 아래 이들에게 적용할 세율의 마지노선을 정하는 '최저한세율(Minimum tax rate)'을 제의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세율이 '버핏세'로 불리는 것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8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지난해 낸 세금 693만달러가 많아 보여도 사실은 전체 소득의 17%에 불과하다"며 "내 사무실 직원들의 41%보다 훨씬 낮다"며 부자들에 대한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미 여러 차례 "일자리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세금을 올리는 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버핏세를 둘러싸고 공화당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에 대해 부유층 증세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그의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적인 면모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 제안이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들에게 먹혀들 것으로 백악관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흥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 모두 부자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증세안을 마련했다. 노다 정부는 지난 16일 향후 10년간 11조2000억엔의 세금을 추가로 걷어 대지진 부흥재원으로 충당하기 위한 임시증세안을 마련했다. 이 안은 이달 중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소득세 증세는 고소득 가구일수록 높은 증세율을 적용하는 '부자세'안을 채택하는 방식이다. 평균적으로는 소득세액의 5.5%를 늘리지만 소득이 적은 가구는 증가율을 낮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부부와 2인의 자녀를 둔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수입이 500만엔인 가구는 연간 4300엔을 더 부담하고, 연수입 900만엔 가구는 2만7204엔의 소득세를 더 내게 된다.
연소득 500만엔과 900만엔 가구를 비교하면 소득은 2배가 채 안 되지만 소득세 추가 부담분은 6.3배나 많아진다.
일본은 법인세의 경우 우선 당초 올 세제개편안에서 약속한 실효세율 5% 축소를 단행한 후 앞으로 3년간만 한시적으로 세율을 2.4% 올리기로 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40.69%에서 일단 35.64%로 떨어졌다가 바로 38.01%로 늘어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비를 대량 구입하거나 연구개발비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은 공제 축소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공제제도 이용이 드문 중소기업은 세율인하 혜택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부자세 도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15일 치러진 덴마크 총선에서 승리해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헬레 토르닝 슈미트는 교육 건강 등 복지 분야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부유세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같은 날 스페인도 올해와 내년 약 70만유로(약 1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자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경우 예정된 부유세 도입계획을 지난달 철회했으나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고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서찬동 기자]
6. [매일경제]"업계 2·3위도 부실…더 놔뒀단 시장 혼란" 속전속결
18일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전체 자산규모는 12조원이다. 최근 영업정지된 경은저축은행을 제외한 97개 저축은행 총자산 65조원과 비교하면 18.5%에 달하는 규모다. 그만큼 저축은행 구조조정 폭이 컸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5일부터 8월 19일까지 7주간에 걸쳐 예금보험공사와 회계법인 인력을 포함한 20개 진단반(총 338명)을 파견해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경영진단 과정에서 법규위반 혐의가 드러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추가 검사인력을 배치해 진단범위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저축은행들이 속출했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에이스저축은행의 경우 1년 만에 BIS비율이 8.51%에서 -51.1%로 크게 악화됐다. 제일저축은행이 8.22%에서 -8.81%로, 토마토저축은행은 9.45%에서 -11.47%로 추락하는 등 BIS비율 하락이 심각했다.
'BIS비율'이란 거래하는 기업이 도산해 급작스레 부실채권이 늘어 은행 자체가 경영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은행이 자기자본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BIS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영업정지 대상은 BIS비율 1% 미만이면서도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며 경영평가위원회가 자구노력 계획에 대해 승인하지 않은 곳으로 한정했다. 설령 자기자본이 부족하더라도 자본 잠식에 빠져 있지 않거나, 더 나아가 자본 잠식이 됐더라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회생할 수 있다면 최악인 영업정지는 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영진단 결과 BIS비율 5% 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3개 저축은행에 대해 최근 경영개선계획을 제출받았다.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경영평가위원회는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한 대주주 면담과정에서 경영개선계획 이행 가능성이 미흡한 7개 저축은행을 가려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대규모 구조조정 때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철저한 비밀주의와 속전속결이라는 원칙을 유지했다. 매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개최했던 경평위를 경기도 기흥에 있는 기업은행 연수원에서 비밀리에 열었고, 최종 영업정지 명단을 가려내기 위한 막판 금융위원회 전체회의는 여의도 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했을 정도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때 나타났던 영업시간 마감 후 인출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위 임시회의가 끝난 직후인 18일 낮 12시부터 곧바로 전산장악에 들어갔다. 금감원 감독관들을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 인근에 배치했다가 신속히 투입했다. 제일저축은행에 투입된 예보 직원은 "금융위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정오에 들어갔다"며 "곧바로 전산을 정지시키고 은행 직원들을 비상소집해 오후 2시 10분부터 임직원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막판까지도 영업정지를 언제 시킬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9월 하순에 하겠다고 밝힌 상태라서 20일 이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전에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 더 이상 추가적인 시장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을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 18일 일요일 오전에 전격 결정했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7곳에 대해서는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방침이다. 우선 이들 저축은행은 영업정지일로부터 45일 이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 경영정상화를 달성하면 영업재개가 가능하다는 게 금융위 방침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동시에 금감원은 불법행위 적발을 위한 집중검사를 실시한다. 금감원은 대주주 신용공여, 부당한 영향력 행사, 위법행위 지시ㆍ요구 등 불법행위를 검사해 적발 시 신분제재, 검찰고발 등 법적 제재조치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 예금보험공사는 불법ㆍ은닉재산을 환수할 예정이다.
영업정지 기간(2011년 9월 18일~2012년 3월 17일) 동안 만기도래 어음과 대출 만기 연장 등 일부 업무는 지속할 수 있다.
[송성훈 기사 / 이상덕 기사 / 석민수 기자]
7. [매일경제]자체정상화 조건부 회생 6곳…27일 결산공시 촉각
금융위원회는 영업정지 대상을 공개하면서 경영정상화 대상 6곳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경영정상화 대상이란 일단 이번에는 영업정지 대상이 아니지만 향후 6개월 또는 1년 내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추가 영업정지 대상이 될 확률이 높은 곳들이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뱅크런(예금인출 사태) 염려다. 이들 명단이 발표되면 시장에 혼란이 벌어져 자구노력에도 뱅크런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는 27일이 결산공시 마감일이기 때문에 정부도 결국 막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정상화 유형은 크게 4가지다. 이번에 정상화대상 저축은행들은 △경영개선권고 대상(BIS비율 5% 미만이면서 경영실태평가 종합 3등급 이상) △경영개선요구 대상(BIS비율 3% 미만이면서 경영실태평가 종합 4등급 이하) △경영개선명령 대상(BIS비율 1% 미만이나 자구노력 계획을 인정받은 곳)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 등 4가지 유형이 섞여 있다. 자구노력 기간도 유형에 따라 다르다. 경영개선권고 대상이 6개월 이내, 요구 대상이 1년 이내, 명령 대상이 금융위 결정 기간 등이다. 특히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의 경우는 공시의무가 없다.
이번 발표에서는 지난 상반기 때와 달리 경영정상화 명단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김주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의했는데 적어도 영업정지한 7곳 이름은 밝히지만 나머지 6곳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일정기간 기회를 부여해 자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패키지로 밝힐 경우 지난 두 달간 자구노력을 열심히 했는데 같이 발표하게 되면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향후 이들에 대한 영업정지 여부는 감독당국과 경영평가위에서 개선실적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뱅크런으로 인한 추가 영업정지 사태는 배제할 순 없다. 향후 영업정지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명단 공개가 안된 경영정상화 대상 저축은행들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올 상반기 때 영업정지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뱅크런으로 추가로 영업정지가 된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자 같은 계열인 부산2, 중앙부산, 전주저축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었다. 또 일부 저축은행은 명단이 공개 안 됐지만 시장에 소문이 퍼지면서 뱅크런이 일어나기도 했다.
따라서 이 같은 함구령에도 뱅크런 염려가 얼마나 지속될지 미지수다. 특히 이달 27일 자정을 기점으로 상반기 결산공시가 마감되는 것이 큰 변수다. 정부가 대상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소문이 번지는 것까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배준수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일단 시간이 흐르면 시장도 안정되기 마련이다"면서 "함께 발표하면 뱅크런 가능성이 높으나, 시장이 안정된 뒤 알려지면 시장이 동요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정책 성패는 이런 과정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자구노력을 충분히 부여했지만 뱅크런이 확산되면 정부 방침과 상관없이 사전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성훈 기자 / 이상덕 기자]
8. [매일경제]금융당국 "토마토저축銀과 별개" 선긋기
"경영평가위원회(경평위)에서 자구노력을 거의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앞으로 45일 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겠습니다."
18일 영업정지 대상으로 선정된 토마토저축은행은 그동안 절박한 노력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이 오르자 허탈한 모습이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날 "사옥 매각과 유상증자, 계열사 매각 등의 계획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계약서나 증빙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이른 시일 내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토마토저축은행 측이나 금융당국은 계열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은 튼튼한 회사로 판명났으니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토마토2저축은행은 완전히 분리된 별개 회사로 건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지 않았느냐"며 "내일(19일) 이후에도 불안하게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토마토2저축은행의 뱅크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토마토2저축은행은 경영평가 결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26%로 정상 저축은행으로 판정됐다"며 "예금 인출사태만 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당부했다. 또 토마토2저축은행은 최단기일 내 440억원 규모의 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이날 결의했다. 이 경우 BIS비율은 10.5%까지 높아진다는 게 은행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정홍 기자]
9. [매일경제]22일부터 가지급금 지급…2천만원까지 받을수 있어
◆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 예금자 어떻게 되나 ◆
저축은행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되면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단 원리금 합계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은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도 해지하면 약정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없어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웃도는 금액의 예금자들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갖고 있는 주요 궁금증을 문답형으로 풀어본다.
-영업정지되면 내 돈은 어떻게 돌려받나.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해결 방식에 따라 보상 여부가 엇갈린다.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진로는 크게 네 가지다. 영업 재개, 피인수ㆍ합병, 자산ㆍ부채이전(P&A), 파산 등이다. 영업 재개, 피인수ㆍ합병의 경우 모든 예금자는 물론 후순위채 투자자까지 원래 약속받았던 이자를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P&A할 때는 이전되는 원리금 5000만원 이하 예금에 가입한 사람은 인수 은행을 통해 가입 당시 이자율대로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면 이전되지 않는 5000만원 이상 예금에 가입한 사람은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5000만원까지만 보장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이 넘는 부분은 부실 저축은행 정리 후 남은 금액을 차등 지급한다.
파산할 경우에는 모든 예금이 청산되고 예금보험기금이 지급된다. 원리금 합계 5000만원 미만 예금에 대해서는 원금과 함께 원래 약속한 이자가 아닌 시중은행 평균 이자율을 기초로 한 '소정'의 이자(현재 연 2.49%)가 지급된다. 5000만원 이상 예금은 P&A할 때와 같다.
-가족 명의로 분산 예치한 경우도 보호 대상이 되나.
▶금융실명법에 따른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했다면 당연히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비밀번호, 인감, 이자를 받는 계좌가 동일해도 예금 명의자별로 원리금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
-대출자들은 당장 상환해야 하나.
▶아니다. 만기 연장 등 업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예금과 대출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라면 예금을 돌려받지 않고 대출을 줄이는 상계 요청을 할 수 있다. 예금에서 대출을 제한 금액이 5000만원 미만이라면 일반 예금자와 마찬가지로 상계 후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하면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데.
▶예금보험공사는 당장 자금이 필요한 예금자들을 위해 예금 잔액 가운데 일부를 가지급한다. 영업정지 후 4영업일인 22일부터 최고 한도 2000만원까지 돌려준다. 예금액이 2000만원 이하라면 해당 금액을 모두 받을 수 있고 2000만원이 넘더라도 2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가지급금 신청은 예보 홈페이지나 해당 저축은행 지점을 이용하면 된다. 예금주가 미성년자라면 부모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갖고 와야 한다. 군복무자는 복무확인서 및 소속 부대장이 확인한 위임장이 필요하다. 해외에 살고 있다면 현지 대사관(영사관)의 확인을 받은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dinf.kdic.or.kr)으로 가지급금을 신청하면 기다리는 시간 없이 즉시 본인 계좌로 가지급금이 이체되므로 편리하다.
-가지급금을 받으면 예금은 중도 해지되나.
▶가지급금은 원금의 일부를 빼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받았다고 예금이 중도 해지되지는 않는다. 저축은행이 정상화되면 약속했던 금리대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지급금을 받은 후 만기까지 해당 기간의 가지급분에 대해서는 이자가 쌓이지 않는다.
-가지급금으로 부족하면 예금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데.
▶다른 금융권과 연계해 예금자 본인 명의의 대출을 최고 95%(4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통상 영업정지 기간을 감안해 대출기간을 6개월로 설정하되 필요할 경우 3개월 단위로 연장 가능하다.
-만기 도래한 예금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만기 후 예금을 찾을 때까지 저축은행이 당초 약속한 '만기 후 금리'가 추가 적용된다. 다만 결국 정상화되지 못해 예금보험금을 타는 경우라면 예치된 기간 전체에 대해 소정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가지급금을 제외한 예금은 언제 찾을 수 있나.
▶가지급금과는 별도로 예금은 해당 저축은행의 영업이 재개돼야 돌려받을 수 있다. 만일 자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예보의 매각 절차 등을 거쳐 인수자가 정해지거나 가교 저축은행이 설립된 뒤 돌려받을 수 있다.
-후순위채는 어떻게 보상받나.
▶5000만원 일반 예금채권과 선순위채권 등이 있는 관계로 후순위채권에까지 배당이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후순위채권 보상 순위를 올려줄 경우에는 선순위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만큼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살아남은' 저축은행에 맡긴 돈은 안전한가.
▶이번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다른 저축은행으로 영업정지가 번지지는 않는지 우려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금액이 5000만원 이하라면 큰 문제가 없다.
[전정홍 기자 / 최승진 기자]
10. [매일경제]"안전하다더니" 고객들 분통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영업정지 결정이 발표된 18일 낮 서울 송파구 가락동 제일저축은행 본점 앞.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해당 은행 예금자 20여 명이 굳게 잠긴 정문 앞에 모여들었다.
영업정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읽으며 일부는 어디론가 급히 통화를, 일부는 수첩에 꼼꼼히 메모를 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크게 동요해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는 이 모씨(53ㆍ여)는 울먹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이씨는 "생활비 때문에 급히 돈이 필요해 이번주 중으로 돈을 찾으려던 참이다. 당장 찾지 못하면 큰일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10년째 제일저축은행 고객이라는 김 모씨(64ㆍ여)는 예금 만기일을 이틀 앞두고 이 같은 일을 당했다.
그는 "20일이 1년 정기예금 만기일이다. 이달 말에 영업정지 발표가 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내일모레 바로 예금을 찾을 생각이었는데 허무하다"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일부 예금자는 후문을 통해 저축은행 안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의해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정확한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정기예금 만기가 3개월 남았다는 최 모씨(42)는 "지난번 예금인출 사태 때 금감원 직원이 직접 은행에 와서 제일저축은행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며 "믿고 돈을 맡겨놨는데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뒤통수를 맞았다. 금융당국 말이 이렇게 바뀌어서야 누굴 믿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함께 영업정지된 인천의 에이스저축은행과 부산의 파랑새저축은행 영업점에도 예금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걱정과 함께 분통을 터뜨렸다.
해운대구 좌동 파랑새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예금자 조 모씨(45)는 "계속된 영업정지로 저축은행은 물론 정부도 못 믿겠다"며 "내일도 은행 앞으로 나오겠다"고 말했다.
인천 에이스저축은행의 한 고객도 "안전하다고 해서 돈을 넣어뒀는데, 갑자기 영업정지 소식을 들어 황당하다"며 답답해 했다.
[이현정 기자]
11. [매일경제]서민금융 `설상가상`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서민금융의 한 축을 차지하던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는 서민 대출 시스템의 경색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급격하게 불어나던 카드론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고, 최근 자산이 크게 증가한 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도 손을 대고 있다. 가뜩이나 서민들의 대출처가 줄어든 상황에서 저축은행 대출까지 막히면 서민들이 오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대출보유자의 5.92%가 저축은행에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7등급의 12%가, 8등급의 26.8%가, 9등급의 22.6%가, 10등급의 17.42%가 각각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특히 8등급과 9등급은 금융권 중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비율이 가장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최근 들어 자산을 늘리기 위한 차원에서 개인 신용대출을 늘려왔지만, 이번 영업정지를 계기로 자산 건전화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자칫 잘못하면 서민들의 '신용경색'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상호금고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대출 조이기에 나서게 되면 저신용자들은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 있는 각 은행 해당 지역 점포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배정하도록 했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을 연장하는 한편 중소기업은행 경영 안정자금 대출 역시 확대하도록 했다.
[최승진 기자]
12. [매일경제]저축은행 구조조정 정말 끝?…전문가들 "천만에"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토마토, 제일 등 7개 저축은행이 18일 추가로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게 된 것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올바른 치료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라는 엉뚱한 업무에 전력을 쏟은 게 부실의 근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순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인 햇살론 등은 저축은행의 실적이 오히려 일반 은행보다 못하다"며 "서민대출을 통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을 외면하게 된 데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2000년 1월 정부가 저축은행의 예금보호 한도액을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원으로 올리면서 저축은행은 서민이 아니라 부자들이 애용하는 금융사가 됐다. 부자들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저축은행 여러 곳에 5000만원씩 분산 예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18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가운데 상당수가 본점과 영업점을 서울 강남ㆍ서초구 등에 두게 된 배경이다.
저축은행은 정부의 예금보호 확대 덕분에 늘어난 예금을 서민에게 대출하는 대신 부동산 PF 대출에 활용했다. 부동산 PF 대출은 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교한 대출 심사 능력이 필요했지만 저축은행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불량한 PF 사업을 맡았지만 제대로 관리할 능력도 떨어졌다. 그 결과 2008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저축은행의 PF 대출은 대규모로 부실해졌다.
서민금융을 외면하고 부동산 PF 대출에 전력을 쏟은 부실 저축은행의 경영 행태는 감독당국의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등급을 받은 우수 저축은행은 PF 대출 비중이 7%에 불과한 반면 기타 저축은행은 22%에 이르렀다. 또 우수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20%로 일반 저축은행(10%)의 두 배에 달했으며 도소매업과 숙박ㆍ음식업 대출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업종별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의 환부가 오늘처럼 커지게 된 데는 정부의 늦장 대응도 한몫했다.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저축은행이 PF 부실로 한국 금융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2007년 초부터 제기됐으나 정부는 환부를 도려내는 조치를 미뤄 왔다. 정부는 올해 1~2월에야 비로소 저축은행 8곳을 영업정지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정부 당국은 저축은행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 실제로 부산저축은행은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특수목적회사 120곳을 설립해 부동산 개발에 직접 뛰어들어 큰 손실을 입었으며 대규모 분식회계까지 저질렀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이번 영업정지 조치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강조한다. 당장 저축은행에 대한 예금자들의 믿음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뱅크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
특히 금융위원회는 이날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것과는 별개로 또 다른 6개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결정했다. 6개 저축은행의 자체 정상화가 실패할 경우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PF 대출의 추가 부실화 등 우발적인 경영 환경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앞으로는 상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에 따라 저축은행을 관리ㆍ감독해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와 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경영 현황을 지속적으로 밀착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저축은행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부실 PF 채권 1조9000억원을 구조조정기금에서 매입하고,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한 PF 채권에 대한 사후 정산 기간도 연장했다. 지난 3월에는 국회에서 통과된 '구조조정 특별계정' 수정안을 통해 10조원의 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도 구축했다. 또한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하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 저축은행들이 자구 노력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13. [매일경제]상장 제일저축은행株 거래정지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상장사인 제일저축은행이 18일 발표된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19일부터 거래가 정지되고 이후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제일저축은행은 이미 지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1430억원으로 나타나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 상태다.
1년 전만 해도 제일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이 2152억원이었지만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15~16일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잘못된 소문이 돌아 뒤늦게 투자에 나선 주주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한 소액주주는 "자회사인 제일2저축은행 매각설 등이 퍼지며 호재로 작용했으나 결국 누군가 헛소문을 유포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15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16일에도 5.9% 상승하며 1340원에 거래를 마친 상태다.
제일저축은행은 최대주주인 유동천 회장과 아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5명이 46.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5.37%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5월 4일 이를 전량 처분함에 따라 손실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제일저축은행은 오는 2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나머지 6개 비상장사 저축은행은 대부분 주요주주가 모회사, 대주주 위주로 구성돼 있어 개인 주주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2저축은행은 제일저축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프라임저축은행은 프라임개발이 94.2% 지분을 갖고 있으며, 에이스저축은행은 김학헌 씨가 55.5%를 가진 대주주다. 파랑새저축은행은 조용문 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박용범 기자]
14. [매일경제]"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없는한 올해내 추가 영업정지 없을것"
◆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
금융당국이 경영진단에 착수한 지 2개월여 만인 18일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구사일생 위기를 넘긴 6개 저축은행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결정됐다. 자구 계획이 주어진 시간 내에 제대로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다음은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과의 일문일답.
-예금보험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예금과 후순위채 규모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은 1560억원, 이 중 개인 예금은 1433억원 규모다. 예금자 수로는 2만5535명이다. 후순위채는 2232억원, 보유자 수는 7571명이다. 이 중 공모는 7501명이 2082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문기구인 경영평가위원회 의견과 금융위원회 결정에 차이는 없었나.
▶없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기본적으로 제출된 경영개선계획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경우 경영진 면담 결과 등까지 모두 반영해 결정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은.
▶낮 12시~12시 30분 사이에 예금보험공사가 전산을 장악하고 인터넷뱅킹을 정지시켰다.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금 인출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저축은행과 같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한 신용공여한도 위반은 적발됐나.
▶부산저축은행 같이 대주주가 SPC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신용공여한도를 위반한 사례는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타인 명의를 이용해 한도를 위반한 사례는 일부 적발돼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상장 저축은행은 어떻게 되나.
▶상장사 공시의무에 따라 한국거래소에 별도 상장공시를 해야 한다. 이날 영업정지로 19일부터 당장 매매 거래가 정지된다. 다만 상장폐지는 결산보고서에 따라 향후 결정된다.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것으로 보나.
▶변수가 많아 앞으로 상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다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없는 한 올해 내에는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나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다.
-이날 자체 정상화 대상에 포함된 6개 저축은행은 추가 영업정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이들 6개 저축은행은 경영평가위원회가 대주주 증자, 자산 매각 등 경영개선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나 회사 재무구조가 독자 정상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자체 정상화할 수 있는 일정 기한을 줬다. 이후에 영업정지 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6개 저축은행 명단은.
▶시장 불안을 염려해 영업정지 대상 외 6개 저축은행에 대해선 고심 끝에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들 6곳 중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저축은행은 결산공시에 해당 내용을 적시해야 한다.
-향후 저축은행 유동성 지원은.
▶개별 저축은행이 마련한 금액 외에 저축은행중앙회에 3조5000억원이 마련돼 있다. 시장 불안에 따른 예금 인출이 없다면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수신을 늘리기 위한 고금리 특판예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일부 저축은행이 특판예금으로 일시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예금 증가 규모가 염려할 만큼 크지는 않다.
[전정홍 기자 / 석민수 기자]
15. [매일경제]9·15대란 낙하산 인사 탓? `전력맨` 텃세 탓?
◆ 정전대란! 이대론 안된다 ② ◆
전력당국의 최고 책임자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9ㆍ15 정전대란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전격 표명했지만 근본적인 인사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려 있는 전력대란이 연례 행사처럼 지속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경부의 의사결정 담당라인과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의 경영진 인선은 전력산업에 대한 이해나 능력보다는 인맥 관리나 보은 인사 등 낙하산 인사 위주로 진행돼 왔고 이 같은 인사구조의 난맥상이 정전대란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국가 에너지정책을 책임지는 최중경 장관의 경우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장관 임명 직후부터 "산업ㆍ에너지 정책 부처에 거시경제ㆍ금융 전문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적임성 논란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최 장관이 부임한 이후 주도한 기름값 인하논쟁, LPG값 동결, 전기요금 인상안 등도 물가안정에 주력할 뿐 국가에너지 전략의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국이 정전 혼란에 직면했던 지난 15일 저녁에 비상대책본부에서 사태를 수습하지 않고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것은 정전 파장을 너무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경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정재훈 에너지자원실장은 부처 내부에서는 업무 수완이 좋은 공무원으로 손꼽히지만 정작 에너지 분야는 처음 담당해 아직 업무에 익숙지 않다는 평가다.
이번 정전대란의 핵심으로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전력거래소는 지금까지 인사검증 '사각지대'로 분류돼 왔다.
염명천 이사장을 비롯해 대대로 지경부 공무원들이 이사장 등 고위직을 독식하면서 한국전력이나 발전자회사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번에 긴급히 전력을 차단하도록 한전 일선 사무소에 지시해 놓고 정작 국민에게는 예고하지 않고 내부 보고에만 치중한 것도 이 같은 폐쇄적인 조직구조 때문이다.
지경부 관료 출신인 염 이사장은 공무원 시절 2008년 5월~2009년 1월까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근무가 전력 관련 경력의 전부다. 또 황의덕 기획본부장은 지경부 광물자원팀장 출신이고 감사는 경기도의회 의원 출신인 김인성 씨가 맡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총 11명의 상임ㆍ비상임 임원 중 5명이 지경부나 정치권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이번 9ㆍ15 전력대란이 전문가 그룹들이 배제된 '낙하산 인사'와도 관련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전력은 정전 당시 김우겸 부사장 직무대행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김중겸 신임 사장은 18일 한국전력 사옥으로 출근해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성 논란은 여전하다. 현대건설 사장으로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당시 한국전력과 협력관계를 맺은 인연이 있을 뿐이다. 한전의 현 상임이사 7명 중 5명이 TK(4명) 및 한나라당(1명)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계열사에도 지경부 출신과 이명박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이 다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전 자회사로서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전KDN 전도봉 사장은 해병대 사령관 출신이다. 내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력IT기술 수출에 앞장서고 있지만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전전력기술 안승규 사장도 김중겸 한전 사장처럼 고려대를 나왔고 현대건설 플랜트 사업담당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정전사태는 후진국형 낙하산 인사로 인한 직원 사기저하와 내부기강 해이에 따른 결과"라며 "전력거래소 등 11개 자회사 경영진과 감사 22명 중 17명이 대통령직인수위, 한나라당, TK나 현대 출신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부재 현실을 정전대란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과 정반대로 에너지 복마전 그룹의 텃세를 더 큰 문제로 지적하는 관측도 있다. 최중경 장관의 사임 시사로 또 한 명의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 포함) 출신 단명 지경부 장관이 탄생할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천 관가에서는 "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가 지경부로 가면 텃세가 작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정전대란이 촉발된 이후 최중경 장관이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도 지경부 상당수 관료들은 정치권 파장이나 후임 인선에 더 촉각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채수환 기자 / 강계만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16. [매일경제]예비전력 허위보고 됐다
◆ 정전대란! 이대론 안된다 ② ◆
18일 오전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결과 정전 사태 당일인 지난 15일 오후 실제 예비전력은 24만㎾까지 추락하는 비상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또 전력거래소 측은 당시 공급 능력을 총 7071만㎾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6752만㎾로 약 319만㎾ 차이가 났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이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공급 능력에 대한 허위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9ㆍ15 정전대란과 관련해 여전히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전력대란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 또 나오고 있다.
최 장관은 사태 원인에 대해 "공급 능력의 허수 계상이 있었다. 허위보고라고 할 수 있는데, 발전기가 처음 예열 상태를 거쳐서 발전 상태로 가려면 5시간 동안 예열해야 하는데 예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공급능력에 포함시켰다"고 해명했다. 이것이 202만㎾인데 당일 오후 2시 30분까지만 해도 지경부에 보고된 예비전력은 350만㎾ 내외였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허수가 있었기 때문에 140만㎾ 정도로 내려왔던 것이고 그 상황이 오후 3시 다 돼서 통보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140만㎾에도 사용 곤란한 용량이 포함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전력 비상대책 일자에 대해서도 "지경부가 하절기 비상대책을 9월 23일까지 3주간 연장한다는 공문을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에 보냈는데도 원래 계획대로 발전소 정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결국 지경부의 지휘 계통이 먹혀들지 않았고 지경부는 허위보고를 받고 대책회의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영환 국회 지경위원장은 "허수발전을 제외하면 사고 당일 실제 예비전력은 31만4000㎾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이 동시다발적 정전에 들어가는 '블랙아웃'에 근접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보고체제와 매뉴얼이 무시된 채 순환정전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허수발전이란 실제로 가동하지 않는 발전소를 마치 가동하고 있는 것처럼 전력공급량을 허위로 외부에 발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복수의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 장관이 단전조치와 관련한 보고를 받은 시각은 지난 15일 오후 4시 전후다. 김도균 전력산업과장 등 실무라인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에 단전 가능성에 대한 1차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지경부는 전국 단전조치가 종료된 오후 8시가 넘도록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 국민들도 단전조치가 시작된 뒤 1시간45분이 지나서야 정부의 공식 발표를 접할 수 있었다.
오히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정전 사실과 대응요령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지경부가 정전사태 심각성을 가볍게 봤거나 사태를 조용히 수습한 뒤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채수환 기자 / 이기창 기자]
17. [매일경제]엘리베이터·병원에 예비 전원공급 구축
◆ 정전대란! 이대론 안된다 ② ◆
18일 전력 대란에 대한 후속 대책이 발표됐지만 현실을 따져보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부터 나오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특히 2009년 이후부터는 전력 최대 사용(피크) 시기가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는 등 수요 구조가 크게 변했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 보상과 매뉴얼 조정에 초점을 맞춘 뒷북ㆍ땜질식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력위기대응 비상대책반(TF)'을 구성하고 위기 상황이 초래될 경우 보고 라인에 따른 단계적 보고가 아니라 기관장 이하 모든 관계자들이 동시에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즉시보고 체제를 갖추기로 결정했다.
또 피해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언론사를 포함한 관계기관에 메시지를 자동으로 발송하는 시스템을 구축(재난예고방송 실시)하고 엘리베이터나 신호등, 병원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시설에는 예비전원 공급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5일 정전 당시 대국민 공지가 1시간45분 뒤에야 이뤄졌고 고층 아파트와 상업용 시설, 경공업 공단 등은 1~2시간 전 사전예고하도록 규정된 매뉴얼도 전혀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도균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은 "2014년까지 1145만㎾의 추가 전력 확보를 통해 예비율을 평균 14% 이상으로 유지하는 공급 차원의 조치를 병행하고 발전기 의무정비 주기는 현행 2년 의무화 기준을 3년 이내 유연정비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전력 대란을 차단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전력예비율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스스로 전력을 절감할 수 있도록 선진국형 정보공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6일 한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전에 통보만 하면 우리 국민이 10% 정도 전기를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채수환 기자]
18. [매일경제]中외국인근로자도 사회보험 의무화 파장
중국이 오는 10월 15일부터 중국 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5대 사회보험 가입 의무화를 강행키로 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가 그만큼 올라가 기업으로선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개인들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국에 취업하는 외국 국적 근로자에게 사회보험을 의무 가입시키는 정책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책이긴 하다. 각국 정부들은 자국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보험료를 이중 부담하지 않도록 사회보험 상호면제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중국은 아직 한국ㆍ독일과만 면제협정을 맺은 상태다.
한국은 2003년 중국과 사회보험 상호면제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중국 양로보험(국민연금에 해당)에는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양로보험은 중국의 5대 사회보험 중에서도 납부액이 60%에 이를 정도로 부담이 큰 항목이다.
다만 KOTRA 칭다오무역관은 "중국에서 장기 근무 중인 한국인 10만명 가운데 국민연금 납부증명서를 제출할 수 있는 인원은 3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결국 중국 내 한국인 7만명 정도는 의료ㆍ실업보험과 함께 중국에서 양로보험도 새로이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사회보험은 기업과 개인이 공동 부담한다. 보험요율은 각 도시별로 다르게 책정돼 있다. 베이징시는 상하이보다는 사회보험료 부담이 약간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일본 후생노동성은 베이징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중국 내 일본인 근로자 1인당 사회보험료 부담액(기업ㆍ개인부담 합산)이 연간 약 83만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에 주재한 일본기업과 그 주재원 7만명이 부담해야 할 추가 금액 총액은 연간 580억엔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중국과 사회보험 상호면제협정이 체결돼 있지만 중국 내 한국인 근로자 약 70%가 국민연금 납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할 상황이라는 분석에 따르면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인 근로자와 같은 중국 내 고액연봉자라면 베이징시를 기준으로 양로보험을 포함한 5대 사회보험 1인당 부담액이 월 5422위안(약 92만원), 연간 1100만원에 달한다. 중국 내 한국인 근로자 10만명이 모두 이런 부담을 진다면 그 총액은 1조1000억원에 이르는 셈. 여기서 양로보험은 60%인 6600억원 정도인데 한국인 근로자 10만명 중 3만명이 양로보험 면제혜택을 받는다면 1980억원의 부담은 줄어든다. 나머지 70% 근로자가 양로보험을 모두 납부한다면 한국기업과 근로자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연간 약 902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사업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실업보험의 경우 중국에서 일하다 해고되면 외국인취업증과 거류증을 회수당하고 강제 귀국해야 한다. 실업보험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생육(출산)보험도 첫 번째 자녀를 낳을 때만 혜택을 준다. 자녀를 2~3명 보유한 외국인에게 예외를 둘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의료보험도 비슷하다. 그런데 입원할 정도로 병이 위중하면 외국인들은 대개 자국으로 들어가 치료받기 때문에 실익이 작다. 양로보험(국민연금격)도 외국인이 중국에서 15년 이상 취업한 뒤에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산업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상(산재)보험이 그나마 실질적인 혜택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는 분석이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19. [매일경제]`공공기관 선진화`가 비정규직 늘렸다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만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129개 공공기관의 정원 17만5000명 가운데 2만2000명을 2009년 감축했고 정원 초과 인원도 단계적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들이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대신 고용해 업무 공백을 해소해온 탓으로 풀이된다.
1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공공기관 전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4만597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3만7405명)과 비교할 때 22.9% 늘어난 것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4만2096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도 낮은 수준이었다. 공기업ㆍ준정부기관 등 109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총 1만5542명(6월 말 현재)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2.5%에 해당하는 394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전력, 국민연금공단 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원 감축을 통한 인력 운용이 경영평가의 중요 항목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준균 공공정책국 정책총괄과장은 "한시적인 사업에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는 한시적인 사업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공기관이 학력제한 없는 공개채용으로 바뀐 후 고졸자 채용이 되레 확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122개 주요 공공기관 정규직에 고졸자가 채용되는 비율은 학력제한 철폐 후 점점 감소해 2008년 6.3%에서 2009년 4.4%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3.0%로 축소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학력제한 없는 공개채용은 오히려 실제 고졸자는 극소수만 채용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공공기관은 2005년부터 학력제한을 폐지하고 서류심사와 필기시험 등을 통해 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
[이기창 기자]
20. [매일경제]가이트너는 명령무시 서머스는 독선
현재 백악관 내 경제팀들이 지난 몇 년간 갈등 관계에 있었고, 대통령 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고발한 책이 미국에서 조만간 발행될 예정이어서 화제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견 언론인 론 서스킨드가 20일 출간할 책 '신용사기꾼들:월가, 워싱턴 그리고 대통령 길들이기(Confidence Men:Wall Street, Washington, and The Education of A President)'라는 책에서 이 같은 사례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서스킨드는 현 정부에서 일한 적이 있거나 현직에 근무 중인 인사 200명을 대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올 2월까지 모두 700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서술했다.
서스킨드는 책에서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백악관 임시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피터 라우스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경제팀 내부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기술했다.
그중에서도 래리 서머스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독선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관련 미팅에서 서머스 위원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머스 위원장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었던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와 피터 오재그 실장 등 경제팀 멤버들과 자주 충돌을 빚었다고 전했다. 서머스 위원장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몇 가지 경제정책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그중 하나가 금융거래세였다고 오재그 실장은 회고했다.
오재그 실장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 재정적자에 관한 사적인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사실을 안 서머스 위원장이 몹시 화를 내며 "앞으로 대통령을 만나려면 자신(국가경제위원회)을 거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오재그 실장은 "서머스는 (자신이 했던 일을)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머스 전 위원장은 책에 기술된 내용의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메일을 보내 "서스킨드의 책은 모두 소설투성이"라면서 "분명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은 확고한 신념과 일관성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서스킨드는 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2009년 씨티은행 처리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했다고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초 가이트너 장관이 제의한 월가 대형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승인하면서 월가 은행들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 그래서 가이트너 장관에게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씨티은행을 구조조정할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로부터 한 달 후 가이트너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계획 진행 여부에 대해 묻자 로머 위원장이 "지시한 계획은 아무것도 된 것이 없습니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놀란 표정으로 "더 좋은 계획이 나오겠지"라고 답했다고 서스킨드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가이트너 장관은 서스킨드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지시를 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고 책은 전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스킨드는 탐사보도 전문 기자로, 1995년 월스트리트저널 소속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외관계, 안보정책과 관련해 일련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21. [매일경제]유럽 재무장관회의, 유럽위기 해법 말잔치로 끝나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16~17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는 그리스 구제금융 차기분 지급 여부를 10월 초에 결정하기로 합의했을 뿐 추가적인 은행 지원이나 경기 부양책 도출에는 실패했다.
1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디폴트는 있을 수 없으며 유럽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원론에만 동의했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그리스는 긴축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구제금융이 제공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거래세 도입과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금 확대 여부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거래세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은 도입에 찬성했지만 영국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대규모 정부 구제금융 비용을 은행들에 전가시키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거래세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부과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4400억유로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금 확대는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적극 주장했지만, 유럽은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럽 재정안정기금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유로존 비회원국(미국)과 논의하지 않는다"며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을 일축했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도 "경제지표만 보면 미국이 유로존보다 더 심각한데, 우리에게 충고를 하는 것이 우습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 재무장관 회의가 소득 없이 끝남에 따라 시장은 곧바로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재무장관 회의 직후 미국 국채 가격은 강세를 나타냈으며 금값은 온스당 1800달러로 올라섰다.
한편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출국을 하루 앞두고 방문할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총리실은 성명서를 통해 "18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던 총리는 주요 정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을 바꿔 그리스에 머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찬동 기자]
22. [매일경제]일본 中企 350개社 동남아행
일본 중견ㆍ중소 제조업체 350개사가 앞으로 3년 안에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을 이전할 예정이다. 엔고 영향뿐 아니라 해외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대기업에 원활한 부품 공급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동남아 지역에서 일본 종합상사들이 조성 중인 산업공단에 입주하기로 하고 향후 3년 안에 생산설비를 이전할 일본 중견ㆍ중소기업이 350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종합상사인 소지쓰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교에 있는 기존 공단을 300㏊ 확대해 모두 700㏊로 확장할 예정이며 이곳에 후타바산업, 시로키공업 등 자동차부품사 중심으로 일본 중소기업 60개사가 2012년 상반기에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요타통상도 자카르타 근교에 토지 15㏊를 취득해 도요타자동차 계열 부품업체 입주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중소ㆍ중견기업의 해외 생산비율은 2004년 1.4%에서 2009년엔 5.7%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8.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것은 엔고와 고비용(인건비ㆍ토지가격 등)에 대응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도요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공장 건설을 결정하고, 파나소닉이 물류 및 부품조달본부 기능을 싱가포르로 옮기는 등 일본 대기업들이 현지 조달 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견ㆍ중소기업들의 동남아행을 부추기고 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23. [매일경제]백세팔팔 위해 `5·30법칙` 지켜라
◆ Happy 100 호모 헌드레드 ⑨ ◆
#. 일본 나가노(長野)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단명 지역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남성 평균수명이 78.9세로 일본에서 가장 높다. 이 지역에서 의사로 일한 나카가와 마코토 씨(66)는 전후 시작된 '싱겁게 먹기 운동'을 이유로 꼽는다. 과거 나가노현의 주요 사망원인은 짠 음식 습관으로 인한 뇌졸중, 고혈압, 동맥경화 등 혈관계 질환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싱겁게 먹기 운동으로 1960년대 20g이 넘던 나가노현 주민들의 하루 염분 섭취량은 90년대 들어 10g대로 떨어졌고, 그 결과 혈관계 질환 사망자가 급감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나가노현 노인 1인당 진료비는 홋카이도의 절반 수준이다.
노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것은 아니다. 90세가 넘어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60세를 갓 넘어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실제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섰지만 건강수명은 아직 71세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남성의 건강수명은 68세, 여성은 74세로 집계됐다. 상당수 노인이 인생 말기의 6~12년간 병들어 부양을 받아야 하는 '고령화의 저주'에 빠져 있다.
이제 갓 노화의 문턱에 도달한 베이비부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트라이프생명의 '베이비부머 연구'에 따르면 47~55세 베이비부머의 40.1%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6.2%는 신체건강, 6.2%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ㆍ정신질환이 함께 있는 고위험집단도 7.2%에 달했다.
제임스 프라이즈 스탠퍼드대 교수는 "노화는 단순히 살아온 햇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신체관리를 등한시한 결과"라며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질병의 압축'이 필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와 관련해 WHO는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흡연과 음주를 노년기 만성질환의 요인으로 꼽았다.
이 네 가지 위험요소만 잘 관리해도 뇌졸중ㆍ심장병ㆍ당뇨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WHO의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운동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닷새 이상, 1회 30분 이상 걷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걷기 실천율'이 2001년 75.6%에서 2005년 60.7%, 2009년 45% 선까지 떨어졌다. 국민생활체육 참여율도 41.5%로 10명 중 6명은 주기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레이철 톰슨 세계암연구재단 연구위원은 "굳이 헬스클럽에 갈 필요 없이 상점이나 백화점에 갈 때 심장박동이 빨라질 정도의 속도로 걷기만 해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의학전문가들은 '530'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일주일에 5회, 30분 이상 걷기다.
특히 걷기는 달리기에 비해 지방연소비율이 높고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과 근력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과도한 영양 섭취도 한국인들의 노화를 촉진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단백질 섭취량은 지난 10년 사이 1.5배나 늘었고, 지방 섭취량이 3대 영양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년 13.7%에서 2009년 19.5%로 늘었다.
해법은 간단하다.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출발은 '소식'부터다.
크리스티언 리우원버거 플로리다대 교수는 "소식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 및 암 등의 질병을 예방해 준다"며 극찬했다.
소식은 단식과는 다르다. 일본 최고의 노화 전문가 이시하라 유미 교수는 "밥을 굶는 게 아니라 매끼 조금 모자란 듯이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는 적게 먹되 고칼로리 식품 섭취를 줄이고, 영양분을 골고루 갖춘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과도한 염분 섭취는 고혈압 등을 유발해 심장질환과 뇌졸중, 신장 장애 등을 낳는다. 영국 워릭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염분 섭취를 15% 줄이는 것이 향후 10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약 850만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며 저염식을 '호모 헌드레드'의 필수과제로 지적했다.
한국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세계 1위로 선진국의 2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원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음주자 중 한 달에 1회 이상 소주를 7잔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빈도가 47.8%에 달했다.
일본 준텐도대학 의학연구과 노화제어 전공 시라자와 교수는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5% 정도라는 게 의학계에서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며 "나머지 75%는 금연, 절주 등 본인이 바꿀 수 있는 환경요인"이라고 말했다.
야스유키 곤도 일본 도쿄종합노화연구소 박사도 "과음과 흡연은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생활건강 전체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음주나 흡연, 경제상황 등보다 노후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간관계'라는 주장도 있다. 한마디로 고독한 노인은 단명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일본의 대표적 사회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고독사다. 현재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 확인된 것만 연간 3만2000명에 달하는 고독사가 집계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싱글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도 일본과 같은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757만여 가구 중 23.6%가 1인 가구다. 현재의 자유로움이 노후에 외로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안으로는 지역공동체 부활, 노인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랑방을 만들어도 독거노인이 오지 않는 일이 많다"며 "고립생활에 빠지기 전에 본인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공동기획 : 매일경제ㆍMetLife
[기획취재팀 : 동남아 = 서양원 팀장 / 북유럽 = 이창훈 기자 / 일본 = 임상균 기자 / 미국 = 김인수 기자 / 중유럽 = 송성훈 기자 / 호주ㆍ뉴질랜드 = 전정홍 기자 / 남미 = 김유태 기자 / 이현정 기자]
24. [매일경제]김인호 前청와대 수석 "`日추락`은 정부·기업 담합구조 탓 "
◆ 한국경제 영욕의 순간들 / ⑥ 김인호 前청와대 수석 ◆
1997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열 달 전인 1월 22일.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개혁위원회(금개위)가 공식 출범했다.
김인호 현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다가 2월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고 있었다. 금개위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연말에 불어닥칠 외환위기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금개위는 후진적인 국내 금융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우리나라가 1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뒤 OECD 회원국들이 "한국도 금융시장을 열라"며 개방 압력을 높였던 것도 정부가 부랴부랴 금개위를 출범시킨 배경이었다.
금개위는 금융개혁법안 제정을 밀어붙였지만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은 은행감독원 등 4개 기관에 분산된 금융감독 업무를 신설될 금융감독위원회로 통합하고 금감위를 어디에 둘지 위상 문제 등을 놓고 맞섰다. 밖에서 보기에는 서로 자기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쳤다.
김 수석은 금융정책실, 세제실 실장에서 과장까지 모두 모아놓고 금개위 건의 내용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다그쳤다. 그는 기획원 출신답게 "만일 여러분이 나를 납득시킬 수 있으면 재경원 의견을 받아들이겠지만, 내가 설득되지 않으면 금개위 의견을 받는 것으로 하자"며 재무부 출신 간부들을 압박했다.
그는 "재경원 후배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혔다"며 "건별로 검토해보니 세제 부문은 금감위 건의가 일부 불합리해 고치게 됐고, 금융 부문은 거의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은 남았다. 은행감독권을 잃은 한은의 반발이 컸고, 연말 대선과 연계돼 국회는 법률 제ㆍ개정안 통과를 미루는 등 난항이 계속됐다.
김 이사장은 "결국 우리 스스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IMF 외환위기가 터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환란 뒤 일각에서는 당시 최고위급 정책담당자들이 우리 금융 현실을 모른 채 무리한 개방정책을 밀어붙인 게 문제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부는 그해 11월 21일 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했는데, 한 달 뒤인 12월 국회에서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됐다.
김 이사장은 "IMF 체제가 들어서면서 IMF가 제일 먼저 한 일이 계류 중인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키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다 해놓은 것을 스스로 실현하지 못하고 IMF 힘으로 하게 돼 부끄러웠다"고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IMF 위기 덕분(?)에 금융개혁법은 통과됐지만 외환위기가 준 교훈을 국내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기회로 이어가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점을 지금도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는다.
김 이사장은 1999년 출간한 강연집 '시장으로의 귀환'에서 "만약 백제 멸망의 원인을 계백장군이 나당연합군에 황산벌 전투에서 패한 데서 찾으려고 한다면 백제 멸망의 배경과 원인이 밝혀질 수 있겠느냐"고 썼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사태가 없었더라도 취약한 경제 구조는 추후 문제를 낳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이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괴리, 인적자원 양성 시스템의 미비, 창조적 기업의 출현 가능성 한계 등으로 한국 경제 위기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 이사장이 경제 구조라는 프레임 속에서 강조하는 주요 인자 중 하나는 '소비자 중심'이다.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조 문제를 푸는 고리로서 정책당국자들에게 소비자 중심적 사고를 강조한다.
일본 경제가 시들해진 것도 경제 구조적 관점에서 파악해야 풀린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일본 경제의 문제를 경기순환적인 시각으로 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급자 중심의 경제 구조에 있다. 정부와 기업이 담합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런 구조로는 세계 경쟁에 적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그는 "전반적인 경제 정책을 입안ㆍ조정하는 주무부처가 재정부인데 시장경제 국가에서 경쟁 정책과 소비자 정책 주무부처가 공정위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조사와 준사법 기능인 심결을 하면서 한편으론 경쟁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공정위를 별도 준사법기구로 독립시켜 조사와 심판 기능만 맡기고, 정책 기능은 경제 정책 주무부처(기획재정부)로 돌릴 필요가 있다. 경쟁 정책 입안과 조정 기능이 부총리 기능을 갖는 경제 정책의 총괄 부처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 He is…
1942년 경남 밀양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관료로 줄곧 일하며 잔뼈가 굵은 기획통. 기획원 차관보를 거쳐 1993년 한국소비자보호원장을 맡았고 1996년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뒤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은 인연으로 한때 환란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김병호 기자]
25. [매일경제]기아자동차, 순수 전기차 `탐` 연내 판매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순수 전기차 시장에 현대ㆍ기아차가 가세했다.
전기차는 향후 10년 내에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0~15%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세계 각국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름값도 매년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연비 차량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는 최근 배터리 기술이 좋아진 데다 충전 인프라스트럭처도 서서히 늘어나면서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권상순 르노삼성 연구개발(R&D) 부문 이사는 "2030년까지 국내 그린카 시장이 연평균 25.7% 성장해 106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가운데 전기차는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수많은 전기차가 선을 보였다. BMW의 i시리즈와 아우디의 'A2 컨셉트', 폭스바겐의 'NILS' 등의 전기차는 모터쇼 내내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기아자동차가 연말에 출시하는 전기차 '탐(TAMㆍ프로젝트명)'은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처음 판매되는 전기차다. 물론 현대ㆍ기아차에 그동안 전기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소형차 i10을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 '블루온(BlueOn)'이 있었지만 이는 관공서 등에서 시범사업용으로 사용됐을 뿐 일반인에게 판매되지는 않았다.
블루온은 최고 시속 130㎞다. 정지 상태부터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13.1초로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다. 또 1회 충전으로 최대 140㎞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일반 가정용 전기인 220V를 이용한 완속 충전 시 6시간 이내에 90%를 충전할 수 있다.
탐도 블루온과 비슷한 성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는 우선 탐을 시장에 출시해 소비자들의 반응과 충전 인프라를 함께 점검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연간 판매 목표도 2000대라는 아주 미미한 숫자로 잡았다.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에는 GM 볼트와 닛산 리프, 미쓰비시 아이미브가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가솔린 엔진이 기본이고 전기배터리는 보조장치인 반면 전기차는 전기배터리가 주된 동력이다.
미국의 포드도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이다. 포드는 소형차 포커스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포커스EV를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닛산의 제휴사인 르노 역시 올해 각기 다른 4가지 컨셉트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도 2인승과 5인승 전기차인 '캉구'를 다음달부터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9개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르노삼성이 올해 SM3 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 2013년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또 쌍용자동차도 2015년부터 소형 다목적 전기차량을 양산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전기차가 출시되더라도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충전 인프라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최근 가정과 직장에 전기차 관련 충전시설을 갖추는 곳이 늘고 있지만 국내는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 가격도 문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기존 모델에 비해 20~30% 높은 가격도 논란거리가 됐는데 전기차의 경우 최소 2배가 넘는다.
미국 시장에서 볼트는 대당 4만1000달러(약 4500만원), 리프는 3만2780달러(약 37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미국 정부가 최대 7500달러(약 840만원)의 구입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비슷한 크기의 다른 차량 가격이 평균 2만달러(약 22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랑크푸르트 = 이승훈 기자]
26. [매일경제]친환경車 투트랙으로 개발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 이후 현대ㆍ기아차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는 기아차가,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차가 중심이 되어 개발할 예정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기자와 만난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현대ㆍ기아차에서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양 부회장은 올 상반기 출시한 쏘나타ㆍK5 하이브리드 모델의 개발을 주도한 주역이다.
양 부회장은 "도요타도 못한 방식의 기술을 해냈다는 것 때문에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그동안 콧대 높던 해외 자동차 업체들도 글로벌 행사에서 현대차와 미팅을 하기 위해 먼저 접촉해 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부품 가격이 비싸 회사 수익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하이브리드의 원조로 불리는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익성이 낮아 고민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관련해서 양 부회장은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유럽에서 열린 만큼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와 소형차를 앞다퉈 내놓은 것이 인상적"이라며 "다만 닛산 등이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고 도요타와 혼다의 신모델도 예전처럼 파괴력이 없는 등 일본차가 많이 위축된 모습"이라고 감상을 전했다.
그는 이어 "독일 사람들이 이번에 출시한 현대차의 신형 i30 외관을 보고 좋다고 평가하는데 실제 타보면 핸들링이 완벽할 정도"라며 "그동안 미국 사람의 취향에 맞는 핸들링 기술을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유럽 입맛도 사로잡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트 = 이승훈 기자]
27. [매일경제]SK이노베이션, IT첨단소재로 승부수
SK이노베이션이 IT 첨단 소재인 TAC(Tri Acetyl Cellulose)필름과 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섰다.
18일 SK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작년부터 충북 증평 산업단지에서 총 2061억원을 투입해 TAC필름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TAC필름은 LCD용 편광판을 보호해주는 소재다. 오는 11월 공장을 완공하면 시험가동을 거쳐 내년 3월께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연간 TAC필름 생산량은 5400만~6000만㎡다.
TAC필름은 고난도 기술로, 일본 후지필름과 코니카미놀타 등이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TAC필름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기술로 개발해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2016년 글로벌 TAC필름 시장 규모는 3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SK 관계자는 "파일럿플랜트(시험생산설비)에서 생산한 TAC필름 품질이 일본과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향후 TAC필름 생산설비 증설을 감안해 5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대규모 최첨단 전력설비 등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연성회로기판의 핵심 소재인 FCCL 공장은 약 1년간의 공사 끝에 최근 상업가동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건설과 용역계약을 맺고 723억원을 들여 FCCL 공장을 완성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400만㎡다.
SK 관계자는 "FCCL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지만 주문 물량이 많아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등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 첨단 소재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말 "TAC필름과 FCCL은 정보전자소재 사업으로까지 SK의 기술 영토를 넓히는 성과"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를 비롯해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를 거느린 지주회사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인 '그린폴', 청정석탄에너지인 '그린콜' 등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계만 기자]
28. [매일경제]현대重, LNG선 4억弗 수주
현대중공업이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두 척을 4억달러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6일 울산 본사에서 김외현 대표이사와 클래런스 루이 싱가포르 BW마리타임 그룹재무총괄이 참석한 가운데 4억달러 규모의 LNG선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같은 종류의 선박 2척을 추가로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수주한 LNG선은 길이 288m, 폭 44.2m, 높이 26m 규모다. 연료로 디젤과 가스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방식(DFDE)'이 적용된다.
현대중공업은 이 선박을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상반기에 각각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올해 모두 8척의 LNG선(현대삼호중공업 2척 포함)과 2척의 액화천연가스 저장ㆍ재기화 설비(LNG-FSRU)를 수주했다.
1996년 국내 최초의 LNG선을 건조한 현대중공업은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중연료 추진방식'의 LNG선을 건조했다. 2009년에는 독자 개발한 'LNG 화물창'에 대한 선급(船級)협회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극지형 LNG선 화물창 용접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LNG선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노르웨이 업체와 세계 최초로 '바다 위의 LNG 공급기지'인 LNG-FSRU의 건조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조선ㆍ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모두 79척, 171억달러(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수주 실적을 기록해 올 수주 목표 198억달러의 약 87%를 달성했다.
[문일호 기자]
29. [매일경제]5배 빠르고 8배 선명한 4세대폰
지금보다 5배 이상 빠른 스마트폰 데이터 서비스를 원한다면? 퇴근길 강남역에서도 끊김 없는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으로 8배 이상 선명한 동영상을 즐기고 싶다면?
이달 말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선보이는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된다. LTE는 기존 3세대(3G) WCDMA망에 비해 5배 이상 빠른 모바일 데이터 전용망이다. 하지만 LTE 전용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나오지 않는 데다 요금 조정, 스마트폰 출고가 인상 등으로 소비자 부담은 5%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르면 이번주 초 4.5인치 디스플레이에 1.5㎓ 듀얼코어 모바일 CPU, 안드로이드2.3버전(진저브레드)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LTE'와 보급형 스마트폰 등 2종의 LTE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초에는 팬택의 '베가 LTE(가칭)'도 추가한다.
SK텔레콤은 LTE 스마트폰에 기존 3G 기반 영상통화보다 8배 이상 선명한 영상과 2배 이상 깨끗한 음성을 제공하는 고품질 영상통화 서비스인 '영상통화 에볼루션(가칭)'을 탑재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대용량 파일을 인터넷 서버에 쉽게 올리고 내리거나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도 이용할 수 있는 'T클라우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10월 초 4.5인치, 1.5㎓ 듀얼코어 모바일 CPU, 1280×720의 고해상도 액정(AH-IPS)을 갖춘 '옵티머스 LTE' 판매를 시작한다. 오는 26일부터 예약 판매를 받는다. 초고속 LTE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만큼 LTE 스마트폰 이용요금은 3G에 비해 5%가량 비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지원되지 않아 이용자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게 될 전망이다. 실제 LTE 스마트폰에서는 1.4GB 영화 한 편을 1~2분에 내려받을 수 있지만, 일부 요금제는 영화 한 편을 내려받기 어려운 데이터양을 제공한다. 또 LTE 스마트폰에서는 음성, 문자,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 특성에 따라 각각 고르는 선택형 요금제도 쓸 수 없다. 단말기 자체 가격도 올라간다.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LTE 칩 등이 추가되면서 출고가도 5만~6만원 인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는 아직 서비스 이용 지역이 서울(SK텔레콤)로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애초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던 기본요금 4만~10만원의 LTE 요금제를 손질해 기본요금이 더 낮은 요금제를 추가하고 데이터 용량도 늘릴 방침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되 일정 용량 이상 사용하면 속도를 늦추는 방법도 검토 대상이다.
[황지혜 기자 / 김명환 기자]
30. [매일경제]삼성·LG, 3D TV 유럽서 격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1 이후 유럽 3D TV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삼성전자는 TV '스마트' 기능이 대세라는 주장인 반면 LG전자는 '3D'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18일 TV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D 기술은 이미 기본'이라는 전제하에 스마트를 구현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 등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열린 IFA 2011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의 새로운 삼성 스마트TV용 3D 콘텐츠 서비스를 비롯해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뮤주TV, 헬스클럽TV 등 7개 신규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D TV 기술 논쟁은 이제 무의미하다"며 "글로벌 콘텐츠 제작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주도권을 잡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흰색 3D 스마트TV 모델을 곧 유럽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은 만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삼성전자의 3D 스마트TV는 메탈 소재에 은색인데, 유럽시장에서 흰색 제품을 출시해 '갤럭시S2 화이트'에 이어 화이트 열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이번 IFA 2011에서 '3D로 모든 것을 즐겨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시네마 3D TV 마케팅에 주력했다. 대부분 TV에 스마트 기능이 탑재돼 있는 만큼 앞으로는 3D TV 구현 방식이 차별화의 핵심 요소라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편안한 안경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사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에 승부수를 띄웠다. LG전자는 다음달부터 독일 8개 도시를 돌면서 경쟁사의 셔터글라스(SG) 방식과 자사 FPR 방식을 비교 체험하는 로드쇼를 실시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반 안경 위에 씌우는 클립형 3D 안경은 SG 방식에서는 만들 수 없다"며 "FPR 방식 3D TV가 유럽에서는 시작 단계지만 TV 시청 편의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쳐 LG전자 시네마 3D TV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겠다"고 말했다. 독일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유럽 3D TV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8%(수량 기준)로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재만 기자]
31. [매일경제]박성칠 사장 "식품 수출액 해마다 2배로 늘리겠다"
2009년 초 대상은 벼랑 끝에 몰렸다.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여파가 계속됐고, 회사 경영실적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2008년 국제 옥수수 시세가 폭등하면서 전분당 사업은 흔들렸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바이오 사업 역시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철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영입된 사람이 바로 박성칠 대상 사장(56)이다. 2009년 3월 대상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사장은 적극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 활동을 통해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6년 1조189억원에서 2007년 9621억원, 2008년 920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매출은 박 사장 취임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09년 1조9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2023억원을 올렸다.
9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대상 본사에서 만난 박 사장은 "2009년에 겪었던 위기 상황을 벗어나 이제 회사의 성장 기반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박 사장은 대상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실행력'과 '창의력'을 꼽았다. 이는 박 사장의 경영 신조이기도 하다. 신속한 실행력을 갖고 있는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 창의력이 더해지면 1등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임 후 지난 2년간 보다 강도 높고 다양한 PI(프로세스 혁신)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혁신 활동의 역사는 짧지만 대상의 실행력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평가합니다. 식품 업계 중에는 최고 수준이고, 국내 대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다음 정도는 될 겁니다."
박 사장은 대상이 외부에서 처음 영입한 최고경영자(CEO)다.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장과 i2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거쳐 2004년부터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 담당 전무를 역임하며 혁신 관련 전문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대상은 2006년 초부터 혁신 관련 자문역을 하면서 대상의 혁신 활동을 이끌어왔다.
IT(정보통신) 분야에 몸담았던 그의 눈에 비친 식품 산업은 지나치게 내수에 치우쳐 있었다. 그는 '글로벌화'와 '차별화'에 눈을 돌렸다. 그는 식품 산업도 IT처럼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매년 전년 대비 수출을 두 배씩 늘려가도록 목표를 세웠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청정원 마시는 홍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소재 사업도 수출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요즘 '한식 세계화'를 많이 얘기하지요. 그런데 처음부터 전통 한식을 들고 나가면 시장 개척이 어렵다고 봅니다. 홍초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미 일본에 음용 식초 시장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듭니다. 고추장을 일본 1만개 점포에 넣는 데 3년이 걸렸는데, 홍초는 단 몇 달 만에 전 점포에 깔렸습니다. 어느 정도 형성된 현지 시장에 기능이 우수한 우리 제품을 가져가 승부를 봐야 합니다."
'미투' 상품이 난무하는 국내 식품 업계에서 제품 차별화는 그에게 또 다른 과제였다. 그래서 그가 사장 취임 후 내놓은 첫 작품이 우리 쌀로 만든 카레였다. "개인적으로 밀가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데 식품회사에 와서 보니 모든 회사들이 카레에 쌀 대신 값싼 밀가루를 넣어 만들더군요. 제가 쌀로 다 바꾸자고 제안했더니 연구원들이 다 뒤집어졌습니다. 쌀로 카레를 만드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요. 결국 몇 달의 밤샘 작업 끝에 탄생한 것이 우리 쌀로 만든 '카레여왕'이었죠."
양극화가 심해지는 요즘 박 사장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함께 식품단가를 낮추는 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시장이 둘로 나뉘고 있지 않습니까? 취임 초기에는 식품 전체를 모두 프리미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싼 소재를 잘 가공해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대상의 식품, 바이오, 전분당 등 전 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이 오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식품회사로서 더욱 원가 절감이 중요해진 것이지요. 전 사업부서가 머리를 맞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건강에는 좋지만 값싼 돼지 뒷다리살에 조미 발효 기술을 결합하는 식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상의 향후 성장동력은 소재 부문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2016년까지 소재 산업 비중이 식품을 넘어설 것"이라며 "전분당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CEO 취임 3년차인 그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 정착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7시 이전 퇴근제, 가족사랑데이 등을 도입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였고 최근에는 직장보육시설도 열었다.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스킨십도 강조한다. 취임 직후부터 전 직원을 일대일로 만나는 '소주 미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제 지방 사업장 몇 곳만 돌면 전 직원을 모두 만나보게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18번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광화문 연가'.
인터뷰 말미에 그는 식품 산업의 매력이 '사회공헌'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위해 건강한 식품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 "홍초를 마시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요. 우리가 만드는 김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식품 산업의 매력입니다."
▶ He is…
△1955년 서울 출생 △1978년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1980년 외환은행 수출부 △1987년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1987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 △1993년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장(이사) △2003년 삼성SDS 경영혁신본부장 △2004년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장(전무) △2006년 대상 경영혁신 담당 고문 △2009년 대상 대표이사
[유주연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32. [매일경제]이상진 에미레이트항공 지사장, 직원 氣살리니 승객도 쑥쑥
'FLY EMIRATES.'
이상진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 사무실 벽에 걸린 티셔츠에 새겨진 로고다. 이 티셔츠는 에미레이트항공이 후원하는 축구팀인 영국 아스널의 유니폼이다. 안드레이 아르샤빈 등 유명 축구선수들은 에미레이트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꿈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박주영 선수도 이 유니폼을 입는다. 이 지사장은 축구 마케팅을 통해 에미레이트항공 인지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축구는 기업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가져다주는 스포츠죠. 앞으로 박주영 선수의 활약이 크면 클수록 에미레이트 브랜드 파워도 커질 것으로 봅니다."
이 지사장은 7년차다. 외항사 CEO 모임인 주한 항공사 대표자회의 회장도 3년째 맞고 있다. 파리 목숨보다 짧다는 외국계 항공사 지사장 자리를 7년째 지키는 이유를 묻자 그는 '신바람' 이야기를 했다. "일이 즐겁다고 느끼는 직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회사는 성장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직원들은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자율입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재량권을 줄 뿐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뿐이죠."
이 지사장이 이끄는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의 실적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5년 9만1581명에 불과하던 승객은 이듬해 15만9771명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30만560명을 기록했다. 특히 2009년 12월 프리미엄항공기인 A380을 인천~두바이 노선에 투입한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파르다. 511석짜리 이 비행기의 평균 탑승률은 80%를 상회한다. 성수기에는 빈자리가 없어서 이 지사장이 민원 전화까지 받을 정도라고 한다. "영업요?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할 뿐이죠. 저는 누구에게 우리 항공사 티켓을 사달라고 부탁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사장 임무는 회사를 한국에 알리고,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입니다."
그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에미레이트항공에 다니는 한국인 승무원은 730여 명이다. 2005년 한국 진출 당시만 해도 한국 승무원은 20명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채용한 결과다. 외국계 항공사 가운데 단연 1등이다. "한국인 승무원의 우수함은 본사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인 채용이 늘 수밖에 없죠. 우리 회사 승무원은 두바이~인천뿐 아니라 전 세계를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의 남은 숙제는 증편이다. 에미레이트는 현재 하루 한 번 뜨는데 이를 더 늘리는 것이 이 지사장의 미션이다. 물론 노선 증편은 양국 정부가 항공협정에 서명을 해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 지사장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증편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장이 일자리 늘리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도 젊은 시절 비정규직으로 어렵게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임시직으로 출발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정식 직원이 됐고 공항 지점장을 거치며 항공 전문가로 성장했다. "일자리는 젊은이에게 꿈이자 생존입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통해 인생을 다시 산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많은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He is…
△1958년 경남 사천 출생 △1976년 삼천포고 △1983년 단국대 전자공학과 △1984년 노스웨스트항공 입사 △1997년 노스웨스트항공 김포공항 지점장 △2001년 노스웨스트항공 인천공항 지점장 △2005년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 △2009년 주한 항공사 대표자회의 회장
[정승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33. [매일경제]막걸리·재생타이어 中企업종 합의
급식ㆍ식품 대기업인 아워홈은 순대, 장류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두부 업종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대기업으로 성공한 풀무원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CJ, 대상 등 뒤늦게 이 분야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더 이상 두부 사업을 하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ㆍ사진)는 그동안 대ㆍ중소기업 간 우선 합의된 품목을 중심으로 이르면 28일 1차 적합업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순대, 막걸리 등 식품류와 재생타이어, 내비게이션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20개 이상, 최대 30개 안팎의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될 전망이다. 이들 품목은 27일 적합업종 선정 실무위원회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재 실무협의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접근된 품목은 톳 등 식품류와 밸브, 순대, 막걸리, 청국장 등 장류, 재생타이어 등 10개 안팎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반성장위원은 "일부 업종에서 합의가 이뤄지긴 했으나 구두 차원의 합의일 뿐 아직 문서화하지는 않았다"며 "실무위원회가 열리는 27일까지는 확실하게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는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미지정, 지속 관찰, 진입 자제, 확장 자제, 사업 이양 등 5단계 권고를 하게 된다. 특히 순대 등 일부 품목은 대기업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사업 이양 권고'가 나올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두부, 금형, 데스크톱PC 등 상당수 품목은 여전히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ㆍ중소기업 간 견해 차이가 큰 일부 품목은 조정협의체 첫 모임도 열지 못하고 있다.
적합업종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서 왔던 두부의 경우 적합업종 선정이 유력하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기존 사업을 유지하되 CJㆍ대상 등은 사업 이양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기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이 된 풀무원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성공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대기업들 견해는 다르다. CJ 관계자는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사업 이양이 아닌 확장 자제 권고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두부가 적합업종으로 지정이 안 된다면 모를까, 점유율 1위인 풀무원이 제외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10개 품목에 대해 적합업종 신청이 이루어진 전자 분야에서는 내비게이션의 적합업종 선정이 확실시된다.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삼성, 현대를 비롯해 SK M&C, 웅진, 만도 등 대기업들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다"며 "진입 자제 또는 확장 자제 권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선정 신청이 들어온 품목 총 234개 중 자진 철수, 반려 요청 등으로 남은 검토 대상 218개 중 45개를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대ㆍ중소기업 간 자율적으로 합의되지 않으면 동반위가 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동반위는 쟁점 품목 중 대기업이 조정을 거부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일단 가장 낮은 단계인 '지속 관찰' 대상 품목으로 지정한 뒤 경과를 지켜보며 진입 자제나 확장 자제, 사업 이양 권고 등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이달 말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발표될 품목은 20개 이상일 것이라는 게 실무위 관측이다. 실무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협상 진행이 순조롭다"며 "대기업에서 성의 있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일 전체회의에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한 나머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내부적인 문제점들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협상이 잘 진행되면 1차 발표에서 최대 30개 안팎까지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성 기자 / 조한필 기자 / 노현 기자]
34. [매일경제]중기중앙회, 서울시와 공동 채용박람회
중소ㆍ중견기업 인력난을 덜고 퇴직자에게 퇴직 후 제2의 삶을 주기 위해 마련된 중견전문인력 채용박람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일부터 나흘간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컨벤션센터(SETEC)에서 서울시와 공동으로 '2011 서울일자리박람회'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로 340여 개 기업이 참가하며, 총 3만명 이상 구직자가 참가할 전망이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림산업, 르노삼성자동차 등 대기업도 대거 참여한다.
중견전문인력 외에 청년, 여성, 시니어 구직자 대상 채용박람회도 열린다. 20일부터 이틀간은 청년과 중견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하고 22일부터 이틀간은 여성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채용 목표는 청년ㆍ중견전문인력 600명, 여성 200명, 시니어 400명 등 총 1200명이다.
분야별로는 중견전문인력은 알파와 르노삼성자동차까지 90여 업체가 35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청년 채용기업은 일진그룹과 하이리빙 등 116개 업체가 참가해 250여 명을 선발하고 여성인력은 재능교육ㆍ우진솔루션 등 78개 기업 200여 명을 채용한다. 시니어 인력은 신화전기에서 코레일네트웍스까지 77개 기업에서 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박람회는 340여 참가 기업의 일대일 현장면접 외에 다양한 행사로 꾸려진다. 온라인 구인ㆍ구직 신청과 전화상담도 이뤄지며 취업ㆍ창업 컨설팅도 기획행사로 마련돼 있다.
인크루트 채용포털 배너와 인재 검색권한 부여 등 차후 2~3차 채용 기회도 있다. 온라인 박람회(seouljobfair.incruit.com)를 통해 11월 15일까지 구인ㆍ구직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는 삼성전자경력컨설팅센터와 삼성금융경력개발센터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참가해 자사 우수 퇴직인력을 홍보하고 일반 구직 참가자를 대상으로 퇴직자 경력관리 기법과 재취업 스킬 등에 대해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채용박람회에 관심 있는 구인ㆍ구직자들은 중앙회 중견전문인력 종합고용지원센터에 전화로 문의(02-2124-3291~4)하면 된다. 중앙회는 채용박람회 신청 기업과 참가자에게 채용포털 커리어잡(www.careerjob.or.kr)을 통해 채용 매칭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340여 개 우량 기업이 참가해 채용에 나서는 만큼 구직자에게는 국내 불경기의 파고를 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35. [매일경제]LS네트웍스 문어발식 확장…임대수익 제외땐 영업손실
LS네트웍스(대표 김승동ㆍ박재범)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비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에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S네트웍스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8.6% 증가한 207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4.6%나 감소한 1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도 LS용산타워 임대수익 109억원을 제외하면 오히려 6억원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LS네트웍스 주요 사업은 프로스펙스 등 스포츠 브랜드 사업과 임대사업, 유통사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매출에서 77.4%를 차지하는 브랜드 사업이 상반기에 올린 영업이익은 52억원이다. 2009년과 2010년 같은 기간에 각각 81억원, 93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프로스펙스 러닝화 'R' 실적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S네트웍스가 유통하는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에 대한 마케팅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브랜드 사업에서 단기간에 눈에 띄는 수지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LS네트웍스가 야심 차게 진행하는 유통사업도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11월 글로벌사업본부를 정식 출범한 이후 글로벌 상사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7월 베이징에 중국 지사를,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 지사를 각각 설립했다. 또 알마티(카자흐스탄)와 타슈켄트(우스베키스탄)에는 연락사무소를 세우는 등 독립국가연합(CIS)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만 상사 업무가 포함된 유통 부문에서 60억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회사 관계자도 "외국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성 악화 추세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프로스펙스는 최근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 한국특별전에 참가하는 등 해러즈백화점 입점을 통해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한국특별전에 참가했던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전시회 분위기가 한산해 현지 바이어 관심을 특별히 끌지 못했다. 국내 브랜드가 해러즈백화점에 입점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단독 매장 형식으로 입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LS네트웍스가 지난해 4월부터 외국 유명 자전거를 수입ㆍ유통하기 위해 론칭한 자전거 전문매장 '바이클로(biclo)'는 지역 내 영세 자전거 상인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지배구조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LPG 수입ㆍ판매사 E1이 LS네트워크 지분 81.8%를 가지고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상장사로서는 눈에 띄게 많은 최대주주 지분"이라며 "지분율이 높은 만큼 지배구조 리스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36. [매일경제]시들해진 대형마트 미끼상품
17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 '이마트피자' 코너. 토요일 저녁 시간인데도 한산하다. 피자 판매점원은 "지금 바로 피자 구입이 가능하고 예약을 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줄을 서서 신청하고 피자를 받기 위해 최소 2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1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슷한 시각 롯데마트 서울역점. 이마트 피자보다 지름이 1㎝ 더 큰 '손큰피자'를 구입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 지난해 12월 줄을 서도 사먹지 못했던 통큰치킨 자리에는 2000원 더 비싼 흑마늘 양념치킨(7000원)이 놓여 있다. 통큰치킨과 900g으로 양도 로고도 유사하지만 마저 다 팔리지 못한 채 진열대에 놓여 있다.
대형마트 미끼상품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지난해부터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초대형 피자, 저가 초밥ㆍ치킨ㆍ두부 등 정상가보다 훨씬 저렴한 역마진형 미끼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이 서로 미끼상품을 베끼는 등 경쟁이 심화되면서 1년 사이에 효과가 대폭 줄어들었다.
대형마트 간 미끼상품 경쟁을 가장 먼저 불러일으켰던 제품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이마트피자다.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도 직영 또는 가맹 형식으로 너도나도 피자를 도입했다.
프랜차이즈 피자업계 관계자는 "유통을 기반으로 한 대형마트들 피자 판매로 자사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며 "그러나 맛과 질적인 면에서 소비자들 호기심이 떨어져 현재 업계 관심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롯데마트 점당 손큰피자 일일 판매량은 150여 판으로 출시 초기 판매량 180여 판에 비해 16% 줄었다. 롯데슈퍼에 입점해 있는 피자 가맹점의 점당 하루 판매량도 첫선을 보인 지난해 12월 57판에서 지난달 31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마트는 점당 일일 피자 판매량이 출시 초인 지난해 9월 160여 판에서 지난달 190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점포별로 일일 판매 가능 피자 수를 150판에서 300판으로 2배 늘린 데 비해서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백인수 롯데유통전략연구소 소장은 "미끼상품은 노이즈 마케팅 일환으로 판매가 시들해질 것은 이미 예견돼 있던 일"이라며 "기간을 정해놓고 싸게 파는 일시 저가형 PB(대형마트 자체 브랜드)에서 상시 저가형 PB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큰ㆍ착한 등 상시 PB로 탈바꿈한 미끼상품들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주부 이신영 씨(46)는 롯데마트 '통큰 옥수수식빵'(500gㆍ1200원) 대신 값도 비싸고 양도 적은 일반 브랜드 식빵을 선택했다. 이씨는 "통큰식빵을 사먹어봤는데 맛이 괜찮았다"며 "그러나 식구가 적어서 결국 남게 돼 다시 안 사게 되더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8일 1㎏에 가격이 1450원에 불과한 '착한두부'를 1년 내내 싸게 파는 상시 저가상품으로 출시했다. 목동점은 집객을 위해 두부 코너가 아닌 할인행사 코너에 이 제품을 배치했지만 주부들이 선뜻 구입하지 못한다. 4인 식구가 유통기한 안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간을 정해놓고 일반제품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고 싸게 팔아 인기를 끌던 미끼상품들이 상시 판매로 바뀌자 맥을 못 추고 있는 것.
이에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에서 기업형슈퍼마켓(SSM)ㆍ편의점에 쫓기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새로운 방식의 집객몰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미끼상품을 통한 고객 유도는 결국 지속성이 떨어지고 대형마트만의 철학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1~2개 품목만을 파격적으로 싸게 파는 미끼상품 대신 원가 절감을 통한 효율성 개선으로 전 품목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윤탁 기자]
37. [매일경제]`헤지스` 약진… 빈폴·폴로 추격
트래디셔널(정장풍 캐주얼) 시장에서 '헤지스'(LG패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은 오랫동안 '빈폴'(제일모직)과 '폴로'(랄프로렌코리아)가 주도하는 양강 체제였으나, 올해부터 '폴로'가 미국 본사의 직진출과 함께 명품(럭셔리)으로 컨셉트를 바꿈에 따라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됐다. 실제 '폴로' 변동의 틈을 노려 '헤지스'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며 새 강자로 부상 중이다.
지난해까지 '빈폴'과 '폴로'는 각각 30%가량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30%를 '헤지스' '라코스테' '헨리코튼' '타미힐피거' 등이 나눠 가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올 8월까지 전국 주요 백화점 20개점의 누계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빈폴'은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폴로'는 20% 초반대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헤지스'와 '라코스테'가 각각 10%대 후반대로 바짝 추격해오면서 2위 '폴로'와 격차를 줄이고 있다. '헤지스'는 여성라인인 '헤지스 레이디스'의 선전에 큰 힘을 받고 있다. 2005년 후발주자로 출발한 '헤지스 레이디스'는 '빈폴 레이디스' '랄프로렌 여성' '타미힐피거 여성'에 이어 줄곧 4위권에 머물러왔으나, 지난해 3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1~8월까지 매출 기준)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비롯한 전국 주요 백화점 14개점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헤지스'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데는 입소문 마케팅도 한몫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에서 출연자들이 입었던 옷들이 그들 이름이 붙은 일명 '데이비드오 후드티' '노지훈 피케 티셔츠' 등으로 불리며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상승세를 몰아 트래디셔널캐주얼 시장에서 확고한 3위를 굳히고 2위 '폴로'를 추격하기 위해 헤지스는 올가을 신규라인인 '헤지스 스포츠'를 론칭한다.
[김지미 기자]
38. [매일경제]한국입맛 잡은 해외 정통식품
올해 초 롯데제과 마케팅 개발팀은 새로 내놓을 제품 컨셉트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남미, 특히 멕시코 요리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멕시코 정통 요리인 타코를 스낵으로 만든 '타코스'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제품부터 광고 컨셉트까지 모두 '멕시코'를 키워드로 맞췄다"며 "출시 첫 달 2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요즘 가공식품 업계에 해외 유명 식품 컨셉트를 도입한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세계 각 나라 음식을 컨셉트로 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고, 시장에서 반응도 좋은 편이다.
롯데제과의 케이크 '갸또(gateau)' 역시 해외 식품 컨셉트를 강조한 제품이다. 초콜릿과 크랜베리의 조화를 노린 이 제품의 컨셉트를 프랑스풍 과자로 정한 후 강조하고 있는 것. 제품 이름인 '갸또'는 원래 프랑스 말로 과자, 케이크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해외 유명음식을 컨셉트로 내세우지 않으면 신뢰감을 잘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도 일본 나가사키 지역의 명물 짬뽕을 컨셉트로 하고 있다. 나가사키 짬뽕의 특징인 돼지뼈와 해물맛이 어우러진 육수를 살리면서도 청양고추를 더해 한국인 입맛에 맞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기존 짬뽕라면과 다른 '나가사끼'만의 특징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빈달루 커리'는 인도 빈달루(고기나 생선을 넣어 아주 매콤하게 만든 요리)의 맥을 이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인도 커리가 한국에서 대중화되지 않고 고급 식당가 위주로만 확산되고 있는 점에 착안해 선보인 제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도 정통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카레'라는 단어를 버리고 '커리'를 제품 이름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선 앞으로도 지역 유명음식 컨셉트를 내세운 마케팅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학 및 해외 여행이 잦아지면서 현지 유명 음식을 찾는 미각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로 소비자들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해외 유명 음식을 컨셉트로 내세우면 제품에 대한 공신력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39. [매일경제]콜라 등 카페인 음료에 주의문구 표시
콜라와 에너지음료 등 카페인 함량이 높은 액체식품 포장에 주의 문구 표시가 의무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8일 고카페인 액체식품 포장에 어린이와 임신부 등의 주의를 환기하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카페인이 1㎖당 0.15㎎ 이상 함유된 액체식품에는 '어린이, 임신부, 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고시가 시행되면 콜라와 에너지음료 등에는 반드시 이런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또 식약청은 차(茶)와 커피 등은 기존에 표기하던 '고카페인 함유' 문구와 함께 구체적인 카페인 함량을 '○○○㎎' 형태로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이 밖에 개정안에는 식품 포장에 표시되는 주의사항 활자 크기를 8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키우고, '부정ㆍ불량식품 신고는 국번 없이 1399'라는 표시를 주의문구 조항 옆으로 이동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건강한 성인의 카페인 섭취는 문제가 없지만 임신부나 어린이 등 노약자는 카페인에 민감한 만큼 소비자 스스로 잘못된 섭취를 피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로 하여금 강제로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40. [매일경제]3분기 낙관하는 삼성전자 "영업이익 3조5천억 이상"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영업이익(IFRS 연결기준)이 3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증권가에서 '3조원 붕괴설'까지 나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 정도 실적을 올린다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IR팀은 최근 3분기 실적과 관련한 업계의 비공식 질의에 "시장 컨센서스가 현재 3조1000억~3조7000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는데 상단에 가까운 실적이 예상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은 3조5000억원이다.
회사 측이 이 같은 시장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의 실적을 예상한다는 것은 소버린 쇼크 와중에도 'IT 대장주' 삼성전자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의미로 증권가는 해석한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3조7500억원 영업이익을 냈지만 3분기에는 이보다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7월 초만 해도 증권가 기대치가 4조2000억원에 달했으나 지금은 3조원대 중반까지 깎인 상태다. 미국 유럽발 소버린 쇼크가 극에 달했던 지난달 중순에는 3조원 붕괴 가능성을 점치는 일부 애널리스트 보고서까지 나왔다. 반도체와 LCD 시장 악화를 고려한 증권가의 기대치 하향 조정이었다. 하지만 9월 들어 "예상보다 낫다"는 평가가 솔솔 나오면서 분위기가 다소 개선되는 추세다.
이 같은 전망에는 D램 반도체 값 바닥 진입 가능성과 스마트폰 등에서 예상 밖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글로벌 IT산업 부진을 초래한 TV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고가품을 주력으로 하므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시장 기대치 수준'의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3조원 붕괴와 같은 최악의 어닝 쇼크를 낼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남은 9월 하반기에 의외로 선전할 경우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3조5000억원을 상회할 여지도 남겨 뒀다는 점이다.
만약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낸다면 최대 공헌자는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이 크다. 3분기에는 최대 라이벌인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이승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IT팀장은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사실상 무주공산이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수익성 호조가 마케팅 비용 증가분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도 "강력한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시장 염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을 3조66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낙관론을 점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3분기가 열흘 이상 남았기에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두고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이 속한 교보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3억원 내외로 보고 있다.
[노원명 기자 / 김대원 기자]
41. [매일경제]뿔난 채권자들 대한해운 회생안 바꿨다
대한해운은 '주주보다 채권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회생계획안을 채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면 변경했다. 회생계획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자집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기존 안건이 상법상 '파산 시 채권자 우선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회사 측이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한해운은 최근 채권자의 주식출자 전환가격을 낮추고, 주주의 감자비율을 높여 결국 채권자에게 좀 더 유리해지도록 하는 내용으로 회생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회생채권자(무담보 선순위 채권자)는 당초 향후 10년에 걸쳐 투자금의 37%를 상환받을 예정이었지만, 이번 변경안에서는 현금상환비율을 40%로 늘렸다.
반면 주주들의 감자부담은 다소 높아졌다. 이진방 회장 등 대주주는 9대1 감자에서 10대1 감자로, 일반주주는 4.5대1 감자에서 5대1 감자로 변경됐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가격을 당초 14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낮춘 데 있다. 출자전환 가격이란 채권자가 보유 채권 대신 현재가 9940원(감자 후 약 5만원)짜리 주식을 어느 수준의 가격으로 바꿔 가질지를 의미한다.
결국 회생안에 따르면 거래정지 직전 주식을 산 주주와 현재 채권을 들고 있는 무담보 선순위 채권자를 비교할 때 향후 주가가 10만원보다 낮을 경우 채권자 회수율이 높고, 10만원 이상일 경우는 주주 회수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기존 회생계획안에서는 주가가 4만원만 넘어도 주주가 유리했다. 모두 부실 회사채 할인율을 15%로 가정한 결과다.
[전범주 기자]
42. [매일경제][이번주 증시 변수] 20~21일 美 FOMC…또 버냉키효과?
지난주 국내증시는 추석연휴로 3일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극과 극을 경험했다.
추석연휴 후 증시 개장 첫날이었던 14일에는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에 코스피가 60포인트 이상 급락했지만 16일에는 국제 공조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하락폭만큼 반등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과 일본, 스위스, 영국 중앙은행들과 함께 오는 10월 12일, 11월 9일, 12월 7일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 대출을 입찰 형식으로 유로존 은행에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그리스 지원금 집행 여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유로존의 단합된 대응을 주문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회의 결과가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흡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초부터 이번 회의에서 큰 합의를 이뤄낼 상황이 아니었다"며 "시장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고 그리스 지원에 대한 공조 움직임이 깨진 것은 아니어서 주초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폐막한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이 "유럽을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다시 한번 확인한 것도 상승 분위기에 힘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초 우리나라 증시는 국제공조 분위기에 편승해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제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조정 가능성보다는 추가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유럽 재정위기 불식을 논할 상황은 아직 아니어서 반등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에는 또 하나의 '빅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오는 20일과 21일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다. 지난달 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9월 FOMC 회의에서 경기 부양책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부양책이 나온다면 증시는 다시 한 번 반등할 수 있다. FOMC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 인하 △3차 양적완화(QE3) 등이 꼽히고 있는데 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국채를 매도하고 장기국채를 매수해 장기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미국의 경기 부양책뿐만 아니라 ECB와의 달러 유동성 공조 등 유럽 안정과 관련한 역할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승우 연구원은 "이번 FOMC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 반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잭슨홀 미팅이나 8일 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 발표 등을 떠올려 보면 FOMC 효과도 미풍에 그칠 수 있다. 곽병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전 기대감과 발표 후 기대소멸 과정을 떠올려 본다면 FOMC의 부양책이 단기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서태욱 기자]
43. [매일경제]스탄 바티 회장 "금·원유 2~3년내 2배 더 오른다"
"현재 온스당 1800달러 하는 금값이 2~3년 안에 3000달러까지 오를 겁니다. 배럴당 90달러(WTI 기준) 하는 원유도 200달러까지 상승합니다."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한 스탄 바티 포브스&맨해튼 회장은 "원자재가격 상승 추세가 1970년대와 닮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4년 바닥을 찍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은 이후 1980년까지 쉼없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30년 전과 비슷하게 최근 원자재 가격 추세는 2009년 이후 또 다른 장기 상승 사이클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는 명쾌하다. 미국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돈을 더 풀 수밖에 없다. 1970년대 2% 수준이던 연간 물가상승률이 20%까지 상승했던 것처럼 전 세계 각국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는 "상품 가격 추세는 인플레이션이 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며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운데 어떤 분야가 가장 유망할까.
그는 주저없이 금ㆍ은과 같은 귀금속과 석유를 꼽았다. 현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귀금속의 가치는 올라간다. 또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 귀금속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태양광ㆍ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붐이 일었지만 결국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최소 20~30년간은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대체 에너지가 석유의 지위를 꿰찰 수 있다.
바티 회장은 "금ㆍ은ㆍ석유 등 실물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그런 자원을 개발하는 초기 기업에 투자한 후 상장(IPO) 차익을 노린다면 5배 이상 고수익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칼륨과 같은 비료 관련 기업 투자도 유망하다고 추천한다. 60억명인 세계 인구가 2050년 10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국 농업생산을 증진시키는 비료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티 회장은 "한국의 연기금이나 삼성 현대 포스코 같은 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금융자산을 국내에만 투자하고 있다"며 "국외에 있는 상품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설립된 가족기업 포브스&맨해튼은 △석유ㆍ가스ㆍ우라늄 등 에너지 △칼륨ㆍ비료 등 농업 관련 광물 △철ㆍ구리ㆍ니켈 등 산업재용 광물 △금ㆍ은 등 귀금속 분야 초기단계 기업을 발굴한 후 금융ㆍ경영지원을 거쳐 궁극적으로 IPO를 통해 차익을 내는 자원 전문 민간 상업은행이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러시아 호주 등에서 25개 기업을 발굴해 캐나다 증시에 상장해왔다. 예를 들어 포브스&맨해튼이 주당 20센트에 산 한 회사는 4년 후 주가가 7달러에 달했다. 포브스&맨해튼은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10억달러 규모 자원 펀드를 모집하고 있다. 이 펀드는 신흥시장 자원 기업에 투자해 3~5년 후 IPO 차익을 내는 구조다. 이름 앞부분이 같지만 경제잡지 포브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조시영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44. [매일경제]상장사 국제소송 확인하고 투자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최대 1조원 규모 배상판결에서 패하면서 국제소송을 당한 기업들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소송은 특허 관련 분쟁이 많은 만큼 배상금액이 천문학적일 수 있지만 법률 소송의 특성을 이유로 상장사들이 구체적인 공시를 하지 않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송대상이 해외 현지법인일 때 공시의무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은 2009년 2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아라미드 제품군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9월 중순께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나 소송가액에 대한 합리적 예측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달 15일 배심원 평결을 통해 나온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 법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해 9억1990만달러(약 1조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배심원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만을 내린 것으로 구체적인 배상금은 판사가 결정하게 된다. 또한 항소심을 통해 재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악재로 큰 손해를 봤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16일에도 9.9% 폭락했다. 단 이틀 동안 주가가 2만1000원(23.4%) 떨어진 것이다.
많은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국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애플 등 6개사와 특허침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며 하이닉스는 미국 램버스사와 특허권 침해와 반독점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는 소송이 미칠 재무적인 영향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공시에서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공시를 통해 소송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하고 자원의 유출금액과 시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할 뿐이다.
또한 국내 소송은 진행 사항이 결정될 때마다 공시하도록 돼 있으나 소송 당사자가 해외법인이면 그 의무는 훨씬 약하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특허관리 전문기업인 오리온IP로부터 다른 20여 개 자동차업체와 함께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2009년 4월 3400만달러(약 39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지난해 5월에는 항소를 통해 승소했으나 이 중 어느 것도 공시하지 않았다. 소송 당사자가 현대차 미국법인이어서 국내에서는 공시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소송에 의한 충격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보다 중견기업에 훨씬 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투자하는 기업이 어떤 소송에 얽혀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국제 특허법 전문가인 이해영 리앤목 변리사는 "국내 대표기업들은 특허 등 국제소송 관련 대비가 잘돼 있으나 중견기업은 소송을 당하면 충격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최종 배상금액뿐 아니라 소송비용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반도체다. 서울반도체는 일본 LED기업인 니치아와 소송을 3년간 벌여 2009년 최종적으로 승소했으나 막대한 소송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덕주 기자]
45. [매일경제][마켓 레이더] 중국관련株 늘려야 하는 이유
전 세계 주식시장이 심각한 변동성 몸살을 앓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역사적인 이벤트였고 유럽의 부채 문제가 그야말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더블딥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은 더블딥에 대한 염려만으로 고점에서 한국은 24% 이상, 중국 시장은 40% 이상 하락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급락 직후 주식시장은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대부분 시장에서 100% 이상 급등했다. 따라서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에 관심을 두게 된다.
중국에도 리스크는 분명 상존한다. 중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 둔화 시 중국의 수출 증가율에 빨간불이 켜지고 경착륙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수출 중 35.7%가 미국과 유럽이 차지할 정도로 서구 의존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점점 떨어지고 대신 이머징 마켓에 대한 중국 의 수출비중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재정, 부채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지역 수출이 둔화되더라도 이머징 마켓의 수출이 상당 부분 메워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중국 자체 고정자산 투자와 소비의 균형적 증가는 이번 유럽과 미국발 세계경제 성장둔화 국면에서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아직도 경기 순환적 시장이지만, 2008년과 같은 어려움에는 봉착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다. '홍콩 H지수 1만1000선 붕괴'는 내년 중국 주요기업 주당순이익(EPS)이 10% 이상 감소하거나, 현재 위험 프리미엄이 2%포인트나 뛰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RI(residual incomeㆍ초과이익) 모델상 홍콩 H지수가 추가 하락하려면 △중국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가 20% 하향 조정되거나 △금리가 적어도 현재 예상치(0.25%포인트)보다 훨씬 높은 1%포인트 이상 급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향후 1년 후 홍콩 H지수가 현 수준보다 높을 확률이 85%를 웃돌고 최고 상승여력은 50%, 최대 하락 여력은 5% 정도로 분석된다. 따라서 중국기업 주식이나 중국경기 민감주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
한국기업 가운데 반도체(삼성전자, 하이닉스), 자동차(현대차, 기아차) 등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수출주이고, 한미약품 롯데쇼핑 오리온 등은 중국 진출 필수품 소비 관련주여서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다.
단기적으로 1~3개월 정도는 더블딥 염려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중국 관련 주식비중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유동원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리서치센터장]
46. [매일경제][펀드] 월지급식펀드 원금손실 `경고음`
국내 증시가 연초 대비 11%가량 하락했다. 주식형 펀드도 이런 하락장 속에서 수익률에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노후를 책임지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 할 월지급식 펀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와 만날 수 있는 월지급식 펀드는 16일 기준 총 29개다. 설정액 합계는 7455억원이다. 평균수익률을 보면 지난 1주일과 1개월이 각각 -1.24%, -0.41%다. 하락폭이 국내 주식형 평균(1주일 -3.98%, 1개월 -2.13%)보다 크지는 않지만 일부 펀드는 원금 손실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월지급식 펀드 출발 자체에 있다. 월지급식 펀드의 90%가 2010년 이후 설정됐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2000선 근처일 때 설정된 월지급식 펀드가 많다 보니 지수가 1800까지 내려오자 덩달아 뭇매를 맞은 것이다.
2010년 이전에 나온 월지급식 펀드는 3개다. 2007년에 나온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증권투자신탁과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펀드, 2009년 나온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 펀드가 그것이다. 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 펀드의 경우 설정 후 수익률은 46.23%지만 연초 이래 수익률은 -16.59%로 하락폭이 컸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별로 차이가 날 수 있으나 현재 평균수익률을 보면 원금손실을 일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수익이 안 나면 원금에서 돈을 빼서 줘야 하는 구조가 월지급식 펀드의 발목을 잡는다. 애초보다 투자자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펀드투자가 이뤄지니 손실 회복기간이 더 많이 걸린다. 월지급식 펀드가 적립식보다는 거치식이 많은 것도 원금 회복을 어렵게 한다. 매월 일정 금액을 불입하면 일시적으로 손실을 입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만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거치식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한번에 넣으면 초기에 내돈이 깎여도 향후에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 날개에 입은 상처가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가 더 높이 날아야 하는 격이다.
그래도 월지급식 펀드에 투자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서 연구원은 다양한 자산에 분산하는 펀드가 월지급식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서유진 기자]
47. [매일경제]미착공 물량만 46만가구…전세난 `구원투수` 외면
◆ 통합 2년 맞은 LH ◆
"공기업 선진화 성공 사례로 만들겠다."
2009년 10월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초대 사장을 맡은 이지송 사장은 취임 일성을 이렇게 밝혔다.
정작 취임 후 이 사장은 '선진화'를 위한 개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술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
출범 직전인 2008년 85조8000억원이었던 LH 부채는 통합 직후인 2009년 109조2000억원까지 치솟았고 지난해 말에는 125조5000억원(금융부채 90조7000원)으로 급증하면서 '모라토리엄'설까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공공주택 공급자로서 불가피한 '선사업-후회수' 원칙이 '선재무-후사업'으로 바뀌면서 전국 개발사업장이 모두 중단되는 진통을 겪었다. 사업비 지출을 줄이고 직원을 정리하는 등 2년간 노력 끝에 부채 증가는 일단 멈췄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 공공주택 공급자로서 설 자리를 잃어 LH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쳤는데 통합된 LH에는 '주택공사가 안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팔고 줄이고 2년…벼랑 끝 벗어나
= 투자 7년, 회수 12년이라는 특성을 가진 공공개발사업과, 36년이 소요되는 선투자 후회수 구조의 임대주택사업이 LH의 주 업무다.
실제 올해 LH 금융부채 증가분(4조3000억원)은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증가액이 전체 76%인 3조3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임대료 수입보다 임대운영 비용이 훨씬 커 한 채 건설할 때마다 금융부채만 8300만원씩 늘어가는 꼴이다.
국토부 주택 정책 고위직 출신인 이재영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LH의 구조상 부채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임대주택을 일정 기간 후 민간에 매각해 유동자산화하는 것 외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숙명적인 처지를 잘 지적한 언급이다.
모든 사업을 스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장이 내놓은 해법은 '자식과 마누라 빼고 팔 수 있는 건 모조리 팔아라'였다.
'갖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번다'는 과거 토공의 경영 방침을 반추해 볼 때 LH가 보유 토지에 대해 일정 시점 후 계약금은 원금으로, 중도금은 5% 이자를 붙여 되사주는 '토지리턴제'를 내놨던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철밥통'으로 일컬어지던 LH를 떠난 직원은 지난 2년간 798명에 이른다.
LH 고위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는 추가적으로 700여 명을 명예ㆍ희망퇴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H 출범 직전 7300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인력 25% 수준을 감축하는 것이다.
임금 수준이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13개 기관 중 최하위 수준이고 125조원에 이르는 빚에 비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재무개선 효과는 그야말로 '손톱의 때'만큼이지만 고통 분담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다.
전국 138개에 이르는 사업조정 대상 중 현재 61%인 85곳의 사업조정이 끝났거나 주민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사업지마다 해당 지역구 정치인, 지자체, 지역민으로부터 반발이 거세게 나왔지만 이 사장과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설득한 결과다. 이를 통해 연간 40조~50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30조원 이내로 대폭 삭감했다. LH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138개 미착수 사업을 모두 진행하면 총 142조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했지만 사업조정으로 인해 70조원 안팎의 추가사업비를 절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LH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15조6000억원이 급증했지만, 올해 6월 말에는 4조3000억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 구조조정에 가려 주택공급 미진
= 지난해 LH의 주택 착공 실적은 1만5670가구로 사상 최저 실적을 나타냈다.
분양은 2008년(1만6118가구) 대비 50% 줄었고 임대주택은 2008년(4만8730가구) 대비 무려 84% 줄어든 것이다.
올해 들어 정부가 몇 차례 LH 정상화 지원책을 내놓고 국토부의 공공주택 조기 착공 요청에 따라 분양물량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임대주택의 경우 여전히 통합 이전 2년치 평균치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토지 매각 실적은 지난해 1만5599㎡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때문에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공공주택건설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유휴용지 매각에 속도가 붙고 LH 재정상황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보금자리사업이나 임대주택 건설사업에 여전히 LH가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땅 장사에만 급급해 공공주택공급자로서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공공아파트 미착공 물량도 LH 사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LH의 미착공 물량은 7월 말 현재 46만8860가구. 이 가운데 2008년 하반기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아 3년 이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미착공 물량이 26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한다.
국민임대아파트는 19만2392가구로 임대아파트의 68%, 전체 미착공 물량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착공이 부진한 상태다.
[이지용 기자]
48. [매일경제]정부 지원대책 20건중 시행 9건뿐
◆ 통합 2년 맞은 LH ◆
LH가 꼭 필요한 공공주택 공급이나 개발사업에도 움츠러들고 있는데는 '지원하겠다'는 방침만 발표한 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데는 속도가 더디기만 한 정부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LH 재정난 완화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은 줄잡아 20여 개에 이른다.
지난 3월 정부는 정부예산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는 사업(현재 보금자리지구와 산업단지만 포함)에 세종시, 혁신도시 개발사업과 임대주택 사업을 포함시켰다. 국책사업에 따른 손실 위험을 덜어준 것이다. 주택기금 여유자금 5000억원으로 LH 채권을 사들였다. 국민임대주택에 대한 기금 융자금 거치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줬다. 그러나 20여 개 발표 정책 중 시행에 들어간 것은 9건뿐이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30조원 규모 주택기금 후순위채 전환은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30조원이면 125조원 부채의 24%에 해당하고 순수 금융부채(95조원)의 31%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주택기금 후순위채 전환은 직접적으로 LH 회계상 부채비율 축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유상증자에 버금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출자'인 셈이다.
이 밖에 임대주택 지방세 감면을 비롯해 보금자리주택 건설 시 공공-민간 공동법인 등 민간참여 확대 관련 법안도 상정만 되어 있을 뿐 시행은 되지 않고 있다. LH 관계자는 "전체 부채 125조원 중 국민주택기금에 묶인 30조원이 앞으로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는 가장 악성 부채"라며 "신규사업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빨리 시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49. [매일경제]560%→460% 부채비율 `뚝`
LH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지난해 559%에서 올해 458%로 101%포인트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사업비 지출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내세웠다.
그러나 실상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재정 국토해양부 토지정책관은 "기존에는 공시가격으로 토지 건물 등 자산을 평가해 자산에 반영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시가에 가까운 공정가액으로 평가함에 따라 자산가액이 크게 늘어났다"며 "부채 감소분 중 상당 부분이 회계에 의한 것이고 자구 노력에 의한 부채 감소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 지은 임대아파트 등 재고자산이 시가로 평가되면서 생긴 '풍선 효과'라는 지적이다.
실제 LH 자산 규모는 지난해 147조9000억원에서 올해 6월 현재 152조4000억원으로 되레 늘었다.
지난 2년간 LH가 신규 사업을 위해 토지 매입은 거의 중단하고 매각에만 열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회계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이 분명히 발생한 셈이다.
반대로 보면 LH 구조조정과 사업조정에 의한 재무구조개선 속도는 아직 더디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장부상 회계 기준 변경에 의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채권신용도가 올라가는 등 여러 가지 부수적 효과가 많다"고 말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일 LH를 비롯해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 산하 기관 CEO급 간부들을 불러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위한 비상회의'를 개최했다.
김 정책관은 "정부에서 LH처럼 부채 덩치가 큰 곳은 좀 더 실시간에 가깝게 재무 상태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마련한 회의"라며 "조만간 정부, 각 기관과 협의해 부채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LH 부채관리 능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 2년이 지났지만 사업장별로 부채 규모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구분회계 시스템도 여전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위 소속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장별 원가와 수익 부채 등을 정확히 회계상에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현 부채 내용은 확실한 근거에 의해 산출된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50. [매일경제]작년 전국교육청 디도스공격 3억건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에 대한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숫자가 연 3억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만반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실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이들 교육청은 총 3억168만5495건의 디도스 공격을 감지해 차단했다. 인천광역시 교육청이 2413만3586건으로 전국 교육청 중 디도스 공격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 같은 경향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교육청은 총 2억2151만4028건의 디도스 공격을 감지해 차단했다.
아직까지 이 같은 디도스 공격이 실제 피해로 이어진 적은 없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끊임없이 외부 공격이 있기 때문에 경계 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이제까지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청 자료에는 정보 유출에 민감한 학생들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또 교육청 홈페이지 주요 내용이 변용되면 일선 교육 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학 사이트는 성적 검색이나 증명서 발급 등이 연결된 경우가 많아 외부 해커들 공격을 받으면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보안컨설팅 전문가는 "3억건이라는 공격 숫자만으로 사태의 경중을 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보안에는 100%가 없다. 3억번 막아도 한 번 뚫려서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나 기자 / 장재혁 기자]
51. [매일경제]주말 고속도로 휴게소 가보니…얄팍한 호객행위 여전
추석 연휴가 끝나고 첫 주말을 맞은 17일 오후 1시께 남해고속도로 부산 방향 진영휴게소. 휴게소 앞 주차장 한쪽에 차량용품을 가득 실은 봉고차량에서 30~40대 남성 3명이 와이퍼와 광택제, 흠집제거제를 한가득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들은 각자 득달같이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내리려는 이용객들에게 달려가 자신들이 가져온 제품을 구매하라고 권유했다. 운전석 유리창에 분무기를 뿌리면서 "와이퍼가 낡았다. 바꿀 시기가 됐다"며 자신들의 와이퍼를 사라고 은근히 강요했다. 또 다른 호객꾼은 이용객 차량에 있는 조그만 흠집을 닦으며 "우리 흠집제거제는 다른 제품과 다르다. 흠집이란 흠집은 모두 싹 지워진다. 싸게 줄 테니 써보라"고 제품 소개에 열을 올렸다. 일부 이용객들은 이들의 끈질긴 호객 행위에 짜증이 났는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안우진 씨(38ㆍ경남 창원)는 "차를 주차하자마자 두 남자가 다가와 유리창에 물을 뿌리고, 흠집을 제거해 당황스러웠다"며 "마치 서비스를 해주는 것처럼 접근해 결국 조잡한 제품을 판매하려는 얄팍한 상술에 불쾌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비치된 장애인이나 유아ㆍ노약자를 위한 휠체어나 유모차 관리도 엉망이었다.
진영휴게소 화장실 좌측에 비치된 유모차는 담배꽁초는 물론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어 있었고,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목발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인근 장유휴게소에도 주차장 앞에 비치된 휠체어 두 대가 녹이 슬고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또 정규 스낵코너가 아닌 건물 한쪽 통로에는 휴게소 측에서 아이스크림 노점을 불법으로 열고 버젓이 영업을 하면서 이용객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휴게소 앞 분리수거 쓰레기통 앞에는 얌체 이용객들이 버려둔 쓰레기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방치돼 있어 고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앙고속도로 동명휴게소와 군위휴게소의 경우 '하이숍'의 등장으로 기존 노점상의 폐해가 상당히 사라졌으나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노점상에서 판매하던 불법 복제음반 등이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또 하이숍은 불법 노점상에서 판매하던 물품과 큰 차별성을 갖지 못해 기존 입주업체들의 불만도 사고 있다. 동명휴게소 입주업체의 한 관계자는 "불법 노점상에게 정상적인 영업을 하게끔 자리를 마련해 줬는데도, 파는 물건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여전히 유사 제품을 파는 업체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특히 낮 중심의 서비스를 펼치다보니 밤이 되면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지는 고질적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하행 화성휴게소는 하이패스카드ㆍ휴대폰 충전, 팩스전송 등 휴게소 이용자들의 비즈니스 활동을 돕기 위해 비즈니스센터를 갖췄다.
그러나 오후 6시가 넘으면 이 센터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이용객은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관하는 분실ㆍ습득물도 찾아갈 수 없다. 식당 한쪽에 여분의 밥과 반찬을 갖다 놓는 '서비스 무한 제공' 코너도 밤 8시면 철수한다. 식당 관계자는 "밤이 되면 손님이 적고 밥이 말라 갖다놓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흡연은 모든 휴게소가 당면한 문제다. '흡연구역'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다보니 거의 모든 휴게소들의 벤치가 흡연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경춘고속도로 하행 가평휴게소도 건물 입구에 흡연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담배 연기를 내뿜는 바람에 어린아이와 동행하는 어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화성휴게소 관계자는 "휴게소 건물 옆 분수광장은 금연구역인데 흡연을 제지하면 곧바로 불친절하다고 신고하는 등 이용객들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일부 휴게소의 경우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턱없이 모자라 여성고객들이 화장실 밖으로까지 나와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는가 하면 각종 음식들이 가격에 비해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52. [매일경제]`하이숍` 노점상은 흡수했지만…
경기도 기흥휴게소에 가보니 화장실 앞에 연두색으로 꾸며진 부스가 눈에 띄었다.
이 부스는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불법 영업을 하던 노점상 328개소를 철거하고 지난달 22일부터 새 단장을 해 문을 연 '잡화 전문매장'이다. 이름은 하이숍(hi-shop).
하이숍이 들어선 자리는 통상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가장 많이 왕래하는 곳이어서 기존 노점상들이 들끓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차장을 불법 점거한 채 좌판을 차리거나 가건물까지 지어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이 지금은 모두 하이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기흥휴게소 주차장은 여느 때와 달리 정돈되고 깔끔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6평짜리 하이숍 매장은 선글라스, 건전지, 손전등, 가요 테이프 등 200여 가지 잡화를 판매한다. 직원은 과거 주차장에서 불법으로 영업하던 노점상 주인들이다. 이들은 깔끔한 셔츠 차림에 명찰까지 달고 손님을 환대했다.
하이숍에서 선글라스를 구경하던 한 60대 남성이 "카드 결제가 되느냐"고 묻자 판매원인 이만수 씨(55)는 흔쾌히 "그럼요"라고 답했다. 선글라스를 구매한 이 남성은 "예전과 달리 카드 결제도 되고 아주 편리해졌다"며 "노점상들이 사라지면서 주차장이 정리돼 보기도 좋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10여 년간 기흥휴게소에서 노점상을 하다 하이숍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매장을 연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하루 평균 90만원 정도 하던 매출이 150만원까지 가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 164개 휴게소에 있는 하이숍은 모두 카드 결제는 기본이고, 현금영수증까지 자동으로 발급한다. 모든 제품은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정찰제로 팔린다. 바가지를 쓸 염려가 사라진 셈. 과거 노점상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또 제품에 불량이 있을 때에는 곧바로 교환해주고, 애프터서비스(AS)도 해준다. 도로공사가 노점상을 사실상 흡수하기 위해 탄생시킨 하이숍은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진행된 끈질긴 타협의 결과물이다.
[강다영 기자]
53. [매일경제][대학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 미래 대한민국 이끌 `잡스` 저요 저 !
◆ 대학생 창업 ◆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미래 아이디어를 찾아라.'
지식경제부가 전국 단위로 확대 개편한 '제1회 전국 대학(원)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에서 쏟아져 나온 사업 아이템들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그린에너지, 무인헬기, 친환경 포장재 등 미래지향적인 첨단 아이템 일색이었다. 학생들 아이디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전문적이었다. 특히 다양한 경험을 가진 동료들과 팀을 결성하고 수년 동안 창업의 길을 닦아 준비한 참가자들도 많았다.
지난 4월부터 7월 말까지 3개월간 전국 65개 대학에서 255개팀 488명이 지원했고 이 중에서 40개팀이 1차 예선을 통과했다. 9월 19일까지 약 한 달간 전문가 멘토링을 거쳐 최종 기획보고서를 작성하고 12월 7일 시상식까지 장장 8개월간 준비하고 창업을 체험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즉 초기 아이디어만으로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손익을 추정하고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며 구체화하는 '과정'을 즐기고 배우는 것이다. 대학에 확산되고 있는 창업 동아리에서 팀을 결성한 경우도 많았다.
연세대 패키징학과 4년 신지현 씨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노 기술로 농산물 포장지를 개발하겠다면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도전했다. 에틸렌 가스로 포장재 보관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신씨는 "외가가 과수 농사를 한 인연으로 농산물 보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국내 시장은 아직 좁지만 실용화하면 농산물 유통과 소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기후조건과 주요 농산물의 특성을 연구하고 농협 관계자들과 논의하면서 가능성을 보고 창업 경진대회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최근 마리나 개발 열풍에 발맞춰 표준화된 요트 시험정 개발에 나선 국립부경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김인철 씨는 청춘을 바친 장기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그는 대학시절 레저선박지역혁신센터에서 일하고, 요트면허시험관과 요트평생교육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표준화된 요트시험정에 대한 확신을 갖고 도에서 개설한 주말 창업학교도 다녔다. 그는 "이번 경진대회에서 김유신 한양대 창업보육센터 팀장을 멘토로 만나 판로와 마케팅 관련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창업의 꿈이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도시형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농업에 적합한 친환경 토양을 바이오차(Biochar)를 이용해 만들어 보겠다는 서울시립대 김혁수 씨팀, 태양광을 활용한 자동압축 쓰레기통과 수거시스템을 개발해 비용절감과 친환경 처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연세대 권순범 씨팀도 출사표를 던졌다.
소셜미디어 열풍을 타고 검색 결과를 분석하고 저장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선 한양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4학년 심철환 씨팀은 경쟁이 더 치열하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태블릿PC의 배터리 문제를 태양광을 활용해 해결하겠다며 나선 한국산업기술대학 최근식 씨팀과 빛의 양을 조절하는 차량용 LCD 블라인드를 개발해 운전자들이 편리하게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박재영 씨팀도 눈길을 끌었다.
울산대 김현철 씨 팀은 산업방제용 무인 헬리콥터를 개발해 상용화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이미 필요 기술의 90%를 확보해 시제품을 개발했고 국내 농업 환경에 적절한 무인 방제 헬리콥터를 개인이나 농협 등 공공기관에 판매한다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기술창업아카데미(구 기술창업학교)에 참여하는 연령층은 2009년 1195명 중에서 30대와 40대가 각각 375명과 366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올해는 20대가 326명으로 30대 260명, 40대 257명을 추월했다.
또 스마트폰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관련 교육을 하는 기술교육센터(앱 창작터) 지원자 연령대도 20대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지원자 1241명(77%)에서 올해 4834명(79%)으로 급증했다.
이러닝 교육서비스 전문기업 에듀윌의 양형남 대표는 대학생 벤처준비생들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양 대표는 "기성세대가 미처 생각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멘토링하면서 나도 도움을 받는다"면서 "다만 학생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생각지 못한 여러 변수들을 극복할 수 있는 끈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새롭게 탈바꿈했다. 사업아이템을 한번에 평가해 시상하는 다른 행사와는 달리 총 7개월 동안 기업인의 집중적인 멘토링, 변리사의 특허선행기술 검토, 총 3단계에 걸친 전문가그룹의 창업아이템 코칭이 더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창업아이템을 조속히 상업화할 수 있도록 진화시켜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이템의 참신성과 사업계획의 충실성, 상품화 또는 고객수요의 창출 가능성, 판매 또는 매출 실현 가능성, 창업자의 의지 및 사업능력, 일자리 창출의 파급 효과성, 현장 발표력과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심사 대상이 된다.
[이한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54. [매일경제]태양을 삼킨 용감한 남매
◆ 대학생 창업 ◆
창업 열풍에 뛰어든 이들 중에서 '태양을 이용한 친환경 발전장치'를 상용화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뭉친 융합형 인재 남매가 눈길을 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에너지공학과 원종호 씨와 성균관대 경영학과 원상현 씨가 그 주인공.
오빠 원종호 씨는 일찌감치 창업의 꿈을 품고 학부 때 기계공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후 KAIST 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동생 상현 씨도 문과생이면서 고등학교 때 각종 발명대회를 휩쓴 인재들이다.
이들은 선진국에서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열전 발전 소자(열 온도차)를 이용해 전력을 발생시키는 발전장치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창업경진대회에 도전했다. 이 원리를 활용해 가정에서도 발전이 가능한 장치를 보급하고 환경친화적인 가로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종호 씨는 "장치 구성이 간단해 소형 장치에 적용할 수 있고, 반영구적이면서 소음과 진동이 없고 높은 내열성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십분 살려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 새내기인 여동생 상현 씨는 "입학하자마자 벌써부터 스펙 쌓기에 나선 친구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때 발명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내가 직접 개발한 상품이 상용화되는 창업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종호 씨는 "학부를 다닐 때 친환경 기술개발 경진대회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후 오히려 창업에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계기가 됐다"며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니 주변에 기술적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아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이 좀 더 구체화되면 군대에 있거나 교환학생으로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55. [매일경제]대학도 나섰다…기업가센터 설립
◆ 대학생 창업 ◆
대학들이 젊은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키워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나서고 있다. 실전 경험이 있는 기업가들 위주로 강의를 편성하는 것은 물론 실전에서 실패율을 낮추기 위한 준비다.
카이스트가 앞장서서 2004년 재미 기업인 이종문 씨의 도움으로 기업가정신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양대가 2009년 7월 첫 글로벌 기업가센터를 설립해 실전 교육에 집중하면서부터 숙명여대와 중앙대도 잇따라 기업가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도 유사한 센터 설립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국경 개념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변화에 민감한 한국 젊은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기업가정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숙명여대는 작년부터 아예 학부 과정에 앙트러프러너십 전공(글로벌서비스학부)을 신설했다.
김규동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 센터장은 "창조적인 도전정신을 키우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인데 학생들 관심이 사회적 기업에 많이 쏠리고 있다"며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창업경진대회 수상자들이 나오고 사업자 등록을 한 학생도 2명이 나오는 등 여학생들 창업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영어로 수업하고 스탠퍼드대학과 연계해 12주간 기업가정신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 글로벌기업센터 류창완 센터장은 "과거 기술만 믿고 창업했던 국내 벤처기업인들은 재무지식이나 상법 특허 등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많은 지식을 대학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 때 집중적으로 창업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56. [매일경제][사설] 저축은행 7곳 퇴출로 끝난게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제일, 토마토, 프라임 등 7개 저축은행에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2월 8곳 영업정지에 이은 2차 구조조정에 해당한다. 이들 7곳은 45일 내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 경영정상화를 달성해야 영업이 재개되지만 BIS 비율 1% 미만에다 부채 규모가 자산을 초과하고 경영개선계획도 승인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상 퇴출 대상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년 초부터 추진된 일련의 구조조정과 경영진단이 일단락됐다"고 했지만 여전히 진행형으로 보는 게 옳다. 퇴출 대상이 과연 엄정하게 선정됐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이 정도로 12조원대에 이르는 저축은행권 PF 부실이 정리됐다고 보긴 더욱 어렵다. 오히려 어제 발표를 앞두고 일부 저축은행은 막판에 5%대 고금리를 제시하며 예금을 끌어들이는 도덕적 해이도 빚어졌다.
설령 기존 부실을 웬만큼 털어냈다치더라도 향후 추가 부실을 차단할 근본 대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다면 훗날 똑같은 문제가 재발할 게 뻔하다. 따라서 저축은행이 다시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들지 못하게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저축은행은 시장구조상 1금융권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새마을금고, 신협, 대부업체 사이에 끼어 모호한 상황이다. 은행이 예대마진에 의존하던 수익구조를 수수료 수입 증대로 전환해온 데 비해 저축은행은 수신금리부터 높아 원가와 비용 부담이 높은데 영업 범위는 매우 제한돼 있다. 한마디로 먹고살기가 빡빡하니 PF 같은 고위험 대출에 손을 대고 뒷감당 못할 사고를 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재앙을 막으려면 예금상품 취급 범위를 넓혀주되 리스크 관리는 더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시장구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또 저축은행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을 차단할 보완책도 더 강구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7개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해 불법행위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고 했지만, 이미 부산저축은행 비리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뒷북조치로 해결되는 건 별로 없다.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금융회사는 ’사회적 흉기’라는 단호한 인식을 갖고 사전감독기능과 사후제재조치를 훨씬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