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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5 2011.10.22 by Andy Jeong

2011.10.22

Economic issues : 2011. 10. 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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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매일경제


1. [매일경제]연임징크스 시달리는 포스코·KT

◆ 공민기업 CEO 리스크 ◆

# 1. 국내 최대 물류사인 대한통운 인수전. 포스코는 삼성과 손잡고 인수에 나섰다. 물류업은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필수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삼성이라는 막강한 후원군을 얻었는데도 포스코가 입찰가를 과감하게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M&A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공기업 성격이 강해 입찰가를 제대로 못썼다"고 평가했다. 실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한보철강 인수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 2. 지난달 1.8㎓ 황금주파수 경매. KT는 SK텔레콤과 1조원 가까운 금액을 써가며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9950억원에 SK텔레콤으로 넘어갔다. KT가 "과열 경쟁에 따른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 입찰 참여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발을 뺐기 때문이다.

그러나 KT 내부에서는 "민간 기업이라면 1.8㎓ 확보는 당연한데 정부 눈치에 포기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와 KT가 내년 2월로 예정된 정준양, 이석채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연임 징크스'에 빠졌다. '이윤 극대화'보다는 정부 눈치를 보는 결정을 하거나 성과를 위해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안팎에서 연임 여부를 두고 하마평을 제기하며 CEO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연임 징크스 사례는 연말을 앞두고 속속 나오고 있다. KT가 최근 발표한 요금 인하가 대표적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요금을 낮추면 통신의 미래가 없다"며 이례적으로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기를 들었지만 결국 요금 인하를 받아들였다.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엔 소프트웨어(SW) 산업 선순환에 앞장서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유달리 굵직한 성과를 내며 '공격경영'을 하고 있다. 7년째 표류하던 인도 제철소 사업은 최근 사업 승인이 났고 3년째 끌려가던 태국 철강사 타이녹스 인수도 마무리지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미얀마 등 잦은 해외 출장도 '자원외교'에 올인하는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이란 소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KT와 포스코 같은 '공민기업(公民企業)'이 지배구조를 재정립하고 정권 교체나 연임 리스크 없는 확실한 오너십과 제도적인 후계 승계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용어정리>

공민기업(公民企業) : 공민기업이란 공공과 민간이 합쳐서 만든 기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영화된 공기업. 공공적 성격을 지닌 민간기업이라는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

[손재권 기자 / 문일호 기자 / 황지혜 기자]


2. [매일경제]국제사회 `리비아 재건` 한목소리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죽음에 대해 미국 등 서방 사회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리비아 과도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특별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카다피 정권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리비아 국민의 길고 고통스러운 한 시대가 저물었다"고 선언했다.

18일 리비아 트리폴리 방문 후 20일 카불에서 보좌관을 통해 카다피 사망 소식을 들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첫 반응은 "왔노라. 보았노라. 그는 죽었노라"라는 농담이었다고 미 CBS뉴스는 21일 전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기자가 카다피의 죽음이 (전날) 리비아 방문과 관련 있는지 묻자 클린턴 장관은 "그렇지 않다(NO)"고 답했다가 이내 웃으면서 "확실히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카다피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리비아는 각 정파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카다피 잔존 세력으로 인해 정부 구성에 만만찮은 과제를 안고 있다" 며 리비아의 재건과 체제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리아의 반정부 세력인 통합시리아혁명위원회 대변인은 21일 "(카다피의 죽음에) 모두가 너무 기쁘고 (시리아의) 아사드가 다음 차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고향 시르테에서 최후를 맞은 카다피의 시신은 비공개로 비밀리에 매장될 예정이라고 과도정부 측은 밝혔다.

[서찬동 기자]


3. [매일경제]"미국·유럽 車시장 내년엔 성장 없다"

"올해보다 훨씬 어려운 내년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내년 자동차 경기를 어둡게 전망하고 나섰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실물경기로 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동차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의 댄 애커슨 회장은 최근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미국 자동차시장은 성장이 없을 것(flattish)"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미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된다면 오히려 판매량이 줄 수 있다.

대지진 피해를 복구한 일본 자동차업계가 내년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등 소비자로서는 차량을 구입할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애커슨 회장은 미국 판매 전망을 상당히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도 최근 한 행사에서 "내년은 매우 심각한 불확실성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르노는 유럽 재정위기, 일본의 닛산은 엔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곤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는 소비자들의 소비를 깐깐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동차를 판매하는 데는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리아슬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세르조 마르치오네 회장은 내년 유럽 시장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보다는 차라리 미국, 더 나아가 신흥시장인 브라질에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승훈 기자]


4. [매일경제]李대통령 "재계와 고졸채용 협약"

이명박 대통령이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교장과 취업 담당 교사 1000여 명, 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이 모여 고졸 출신을 뽑겠다는 협약을 맺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일 제41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를 포함해 기술ㆍ기능인 250여 명을 초청해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대한민국이 여러분 같은 사람을 높이 대우하고 평가하는 나라가 되면 선진일류국가가 되는 것"이라면서 "기업도 더 폭넓게 숙련 기능인을 뽑아야 한다. 대학에서 4년을 보내는 동안 직장에서 일하면 훨씬 더 대우받을 수 있도록 기업에도 부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굴뚝을 청소하는 아버지의 기술을 아들이 이어받는 독일을 모범사례로 언급하며 "한국 같았으면 '야, 너는 가지 마라. 내 대에서 끝내자'고 했을 것"이라면서 "독일을 보고 마이스터고를 만들었는데 올해 3대1 정도의 경쟁률이 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연이은 국제기능올림픽 우승을 축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우대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10월 4~9일),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9월 25~30일)에서 잇달아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오찬에는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제46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수상자, 명장, 대회 후원 기업 관계자 등과 정부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진명 기자]


5. [매일경제][표] 주요시세 (10월 21일)


6. [매일경제]블룸버그 뉴욕시장, 한인과 26일 첫 타운홀 미팅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뉴욕 소재 한인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는다.

특히 블룸버그 시장은 그동안 여러 타운을 돌아다니면서 시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했지만 이번처럼 '한인'이란 특정 국적의 민족을 콕 집어 행사를 갖는 것은 2002년 블룸버그 시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미국 소재 성공한 1.5세대와 2세대 한인들의 모임인 한인커뮤니티재단(KACFㆍ회장 토니 리)은 20일 "블룸버그 시장실 직원이 지난달 중순께 한인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자고 제안한 데 이어 18일엔 구체적 날짜와 시간, 장소를 확정해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시장은 26일 퀸스구 플러싱 소재 도서관에서 이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고 뉴욕시청 실무국장들의 전원 참석을 지시했다고 KACF측은 전했다. 뉴욕시는 이 자리에서 한인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을 듣고 해법을 마련할 예정이다.

KACF는 이번 제안을 받고 뉴욕한인회, 뉴욕한인변호사협회, 한인시민활동연대(KALCA), 민권센터 등과 함께 이 행사를 준비했다.

블룸버그 시장이 특정 민족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갖는 것은 한인들이 뉴욕시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전 뉴욕시의원 후보인 케빈 김씨는 "블룸버그 시장이 특정 민족과 첫 타운홀 미팅을 갖는 것은 한인들의 영향력을 인정한 동시에 한인들이 다른 민족과 달리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뉴욕사회에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측이 이번 행사 주관 단체로 KACF를 지정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윤경복 KACF 사무총장은 "뉴욕에 있는 다른 민족들도 우리처럼 뉴욕에서 기금을 모아 좋은 취지로 돈을 쓰지만 모은 기금을 뉴욕사회에 기여하고 변화를 주기 위해 쓰는 곳은 유대인과 한인밖에 없다"며 "뉴욕시도 이런 점을 감안해 한인들과 미팅을 가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인도 등 서남아시아계 이민자들도 뉴욕에서 기금을 마련하지만 모은 돈을 뉴욕에 쓰기보다는 자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KACF는 개인이나 기업들에서 연간 약 100만달러씩 모아 뉴욕 소재 각종 사회봉사단체에 나눠주고 있다. 지원 단체의 회계 자금조달 등 업무도 지원해준다. 지금까지 자금 수혜를 받은 곳은 주로 아동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을 돕는 단체들이다.

성공한 한인들이 뉴욕시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일에 나서 주니 뉴욕시 입장에서도 고마울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시장도 이런 KACF의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 3년 전 KACF 기금마련 행사에 직접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더욱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사는 뉴욕에서 시장이 특정 인종이나 민족만을 위한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은 특혜로 지적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 시장이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번 행사를 여는 것은 그만큼 한인들의 공로를 높이 산 셈이다.

뉴욕시는 26일 열리는 행사에서 주어진 시간 때문에 시장이 답변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배석한 뉴욕시 공무원들이 개별적으로 답변을 통보해줄 예정이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7. [매일경제]잡스는 왜 癌수술 9개월 미뤘을까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자신에게 닥친 췌장암을 대안치료로 치유하려다 수술을 9개월이나 지연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잡스의 공식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오는 23일 방영될 예정인 CBS의 '60분'과 인터뷰하면서 "잡스는 자신이 얼마나 후회했는지를 말하고 싶어했다. 그는 수술을 좀 더 빨리 받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고 말했다.

잡스가 처음으로 췌장암을 발견했을 때는 전체의 5% 정도만이 퍼진 상태였다. 아이작슨은 "잡스의 암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고 고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잡스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기보다는 다이어트, 정신적 수련, 자연식 등 대체의학으로 치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아이작슨은 잡스에게 수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묻자 잡스는 "내 몸에 칼을 대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잡스는 수술 대신 채식과 침술, 약재, 인터넷에서 찾은 치료법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잡스는 가족과 친지들의 권유로 뒤늦게 종양을 제거하고 나서야 이를 매우 후회했다고 아이작슨은 전했다. 잡스가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을 때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9개월이나 됐을 때였고 암은 이미 췌장 전체로 전이된 상황이었다.

그는 "잡스가 병의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주변인에게 자신이 이미 치유됐다고 말하면서도 비밀스럽게 계속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왜 잡스같이 현명한 사람이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아이작슨은 "잡스는 사람들에게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잡스가 앓았던 암은 췌장암 중에서도 희귀 종양인 신경내분비종양이다. 췌장에 생기는 암 가운데 신경내분비종양이 발생할 비율이 1%도 안 된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7일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인 램지 앰리의 글을 인용해 "잡스가 전통적인 의학에 의존하기에 앞서 여러 대안치료에 몰두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앰리는 "그 같은 상황에서는 잡스의 대안치료 선택이 조기 사망의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생전에 친부모를 여러 번 만났다고 말했다. 특히 잡스가 친부를 만난 후 자신의 출생 배경에 회의를 느끼고 만남 자체를 비밀에 부쳐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잡스가 생부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를 만난 건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던 지중해식 레스토랑이었으며, 당시 잔달리는 잡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잡스의 여동생인 모나 심슨이 잔달리를 추적한 후 그가 생부라는 사실을 확인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한편 잡스의 전기는 24일 전 세계 25개국에서 동시에 발간된다. 당초 11월 21일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잡스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나면서 출간이 앞당겨졌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8. [매일경제]그리스 긴축안 의회통과

유럽연합(EU)이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제시할 EU 정상회의를 23일에 이어 26일까지 추가로 개최해 포괄적인 대책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일 긴급 전화회의를 하고 "26일까지 각국 정상들이 포괄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추가 회의를 통해서라도 독일과 프랑스 간 이견을 좁혀 이달 안으로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포괄적 대책에는 그리스 민간채권단의 손실률(헤어컷) 조정,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은행 자본 확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앞서 이날 독일 일부 언론이 23일 정상회의가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유럽 주요국 증시는 1~2% 하락하며 약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23일 정상회의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소식에 따라 세계 증시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은 22일 다시 한 번 브뤼셀에서 만나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다.

한편 그리스 시민의 격렬한 시위로 막판까지 승인 여부를 예단할 수 없었던 그리스 긴축법안 표결은 이날 그리스 의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김주영 기자]


9. [매일경제]公民기업, 정치외풍 안받고 혁신 이어갈 지배구조 갖춰야

◆ 공민기업 CEO 리스크 ◆

"연임이라는 단어는 포스코 사내에선 금기어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3명의 이름이 언급되던데요."

"이석채 회장 연임이 확정됐습니까? A씨 등 4명이 이 회장에게 도전하지만 A씨와의 2파전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속에서도 '거함'을 견고하게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닥친 불황으로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 등 철강 경쟁사가 적자에 허덕였음에도 재빠르게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겨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이 회장도 발 빠른 아이폰 도입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으로 사실상 KT를 '재창업했다'는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공민기업의 가장 큰 특징인 '연임 신드롬'은 정 회장, 이 회장 모두 임기(2012년 2월)가 4개월 이상 남았음에도 포스코와 KT를 흔들고 있다. 벌써 일손을 놓고 줄을 서는 임직원들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다. 외풍을 타서는 CEO가 장기 플랜을 갖고 일관성 있게 일을 추진하기 힘들다.

공민기업은 주주가치 극대화보다는 공기업적 결정을 내려 주가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가 많으며 임기 말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데다 정권교체기에는 증후군을 겪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CEO 교체 때마다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정권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민기업'으로서 한계는 주가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KT의 목표주가는 5만3000원 수준이지만 아이폰 출시 이후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3만원대에 머물고 있으며 포스코도 2010년 1월 정점(63만원대)을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해 주가가 반토막(36만원) 난 상태다.

특히 포스코의 주가는 철강가격 인상과 직결되는데 올해 들어 정치권으로부터 가격 동결 압박이 거세다. 최근 2년 새 철광석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지만 포스코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지난 4월 이후 철강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KT와 포스코는 CEO 동향과 공기업적 성격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아 투자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석채, 정준양 회장이 대과 없이 KT와 포스코를 이끌고 있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정권교체 때문에 '1년 반짜리'란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KT와 포스코는 '우수지배구조'상을 수차례 받았다.

그러나 CEO가 정권교체 때마다 임기 중간에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이석채 KT 회장의 연임 여부는 KT는 물론 정치권과 관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포스코 내부에선 '연임'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대 상임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정권을 떠나서 국민경제 차원에서 기여할 만한 인사들을 선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재권 기자 / 문일호 기자 / 황지혜 기자]


10. [매일경제]公民기업 CEO리스크 줄이려면

◆ 공민기업 CEO 리스크 ◆

KT 포스코 등 공민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GE 소프트뱅크 등 외국 선진기업처럼 확고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외국 기업들과 KT 포스코의 지배구조와 승계 프로그램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허울 좋은 민영화'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GE는 강력한 지배구조와 확실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이 외풍에 시달리지 않으며 1896년 다우존스지수 초기 편입 기업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비결로 꼽힌다. GE의 전 CEO 잭 웰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차기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IT산업의 대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후계자를 양성하는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지난해 설립했다. 이곳에선 내부에서 200명, 외부에서 100명을 선발해 후계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6개월마다 20%씩 퇴출하는 식으로 최종 1인을 뽑는다.

마지막까지 남은 인재는 소프트뱅크를 이끌게 되고 아쉽게 떨어진 일부 후보들은 협력사 대표 등을 맡게 된다. 최근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개 선발 방식과 다름없다. 공개 경쟁을 통해 '뒷말 없는' 후계자 선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소니의 몰락도 후계자 양성과 관련이 있다. 체계적인 후계 양성 없이 위기 때마다 교체되는 CEO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소니 사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1999년 10월 전설적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의 사망으로 갑작스레 그 뒤를 이은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CEO는 워크맨과 브라운관TV에 매달리느라 아이팟을 들고나온 애플과 디지털TV를 공략한 삼성에 자신의 기반을 뺏겼다. 결국 이데이는 2005년 자신의 자리를 미국법인 사장이던 하워드 스트링어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스트링어 CEO조차 올해 들어 일본 대지진과 대규모 정보 유출 등 악재를 버티지 못하고 히라이 가즈오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상태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콘페리인터내셔널이 지난해 말 60개 국가 글로벌 기업 임원 1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는 자신의 기업에 별다른 CEO 승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공민기업이 GE처럼 오래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선 현 CEO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 사업을 감당할 만한 차기 CEO 양성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임기를 좀 더 늘리는 데도 거부감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 기자 / 문일호 기자 / 황지혜 기자]


11. [매일경제]정권교체기 포스코·KT선 어떤 일이…

◆ 공민기업 CEO 리스크 ◆

포스코와 KT 최고경영자(CEO)들의 '퇴진 스토리'는 공민기업의 CEO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교롭게 두 기업 모두 직전 CEO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했다. 여전히 외풍에 시달리는 공민기업이 '정권에 밉보였거나 정권을 등에 업고 임명된 탓'이라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압으로 인한 CEO 사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2009년 1월 결산 이사회에서 돌연 사퇴 선언을 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시점이었다. 검찰이 이 회장 집을 압수수색한다는 소문이 나돈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측근이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도 사퇴 결심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내놓지 않으면서 청와대 외압설이 부각됐다.

KT의 사장 교체 과정도 우연치고는 이상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 남중수 전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남 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2007년 말 연임했다. 새 CEO 임기는 2008년 2월 시작하는데 서둘러 2007년 11월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렸고 12월 초 사추위에서 남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당시 KT 안팎에선 대선 뒤 복잡하게 닥칠 정치 외풍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연임 절차를 서두른 것이란 추측이 돌았고, KT의 이런 행보를 현 정권이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남 전 사장은 2008년 11월 계열사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선 정권의 표적수사라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이 남 전 사장이 받았다고 한 뒷돈이 총 3억원으로 남 전 사장의 연봉에 미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사건 마무리 후 여러 얘기를 종합해본 결과 청와대에서는 사실 남중수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했다. 개인 비리를 수사한 게 아니라 KT 사장 자리를 노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 창출을 도운 핵심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에 좋은 자리인데 이게 없어졌다는 점에서 미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민기업의 이런 CEO 리스크가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공민기업의 CEO에 대한 불확실성을 알고 있고 주가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재권 기자 / 문일호 기자 / 황지혜 기자]


12. [매일경제]"138조 리비아 재건 선점" 이제부턴 글로벌 이권전쟁

◆ 포스트 카다피의 리비아 ◆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20일 사망하면서 리비아를 둘러싼 세계 주요 각국의 이권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리비아의 새 정부가 내놓을 석유개발사업권과 전후 재건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기 위해서다. 리비아는 석유 매장량(443억배럴)이 세계 9위다. 전후 재건사업 역시 KOTRA 추산에 따르면 1200억달러(약 138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리비아 군사작전을 진두지휘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경제적ㆍ정치적으로 가장 큰 이득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 카다피 정권과 과도정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뒤늦게 뛰어들면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카다피 정권과 맺었던 기존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며 주도권 경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다피 사망과 관련해 가장 주목하는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리비아 공습에 가장 큰 정치적ㆍ경제적 부담을 안고 참여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리비아 내전을 '사르코지의 전쟁'이라 부르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 회복과 함께 프랑스의 대(對)아랍 영향력 강화를 놓고 도박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도박에는 2억유로(약 3170억원)라는 막대한 공습비용이 들어갔다.

경제적인 기준으로 놓고 보면 도박은 성공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우호국회의 의장국을 맡으며 포스트 카다피 체제의 청사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폭적인 지지의 대가로 프랑스가 리비아 생산 원유의 35%를 할당받기로 했다는 보도도 일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번 리비아 전쟁과 관련해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여기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군사 개입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러나 카다피 사망을 전후로 미국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본격적으로 리비아에 다가가고 있다.

비판에 몸을 사렸던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카다피 사망과 관련해 "오늘은 리비아 역사에 '중대한 날'"이라고 평가한 뒤 "리비아는 이제 안정된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멀고 힘든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면적인 군사개입 대신 막강한 정보력으로 카다피 체포를 예견해 비용 대비 큰 효과를 챙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제적인 리비아 동결 자산 해제로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의 환심을 샀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카다피가 사망하기 직전부터 370억달러 규모의 해외 리비아 동결 자산에 대한 해제를 시작해 이미 7억달러를 지급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늦었지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비아는 이미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면서 "우리는 리비아가 빠른 시일 안에 사회안정을 실현하고 경제재건을 시작해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도 카다피 사망 직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성명을 통해 "리비아에 평화가 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국가의 리비아 공습에 대해 줄곧 반대입장을 취한 과거가 있어 NTC와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재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동욱 기자]


13. [매일경제]국내 건설사 리비아 복귀 잰걸음…정부 여행금지 해제 검토

◆ 포스트 카다피의 리비아 ◆

카다피 사망 후 리비아에 현장을 둔 건설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5일 리비아 진출 건설사와 긴급회의를 한다. 그간 우리 건설사의 1차 조사단 현지 파견 후 파악된 피해 규모와 발주처와 피해보상 문제 등을 협의한다.

외교통상부는 리비아에 대해 내려진 여행금지국 조치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중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내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트리폴리에 6명의 선발대를 파견해 놓은 (주)신한이다. 신한 관계자는 "1차 파견단이 발주처인 오닥, HIB와 협상한 결과 인건비와 자재비 등을 신청하는 대로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아놓았다"며 "공사 완전 재개는 300억원에 달하는 기성금을 지급받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춘환 신한 회장은 이미 중동으로 날아가 추가 수주를 위해 과도정부 핵심인사들과 접촉 중이다. 신한 측은 늦어도 12월 중 공사재개를 계획하고 있다.

트리폴리 웨스트 발전소 등 5곳에서 26억달러의 공사를 해오던 현대건설은 이르면 11월 중 공사인력을 재모집할 계획이다. 사전작업으로 28일 트리폴리 지사장 등 직원 3명을 현지에 파견해 현장 상황과 사업재개 가능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리비아 굽바시에 현장이 있는 현대엠코도 12월 말께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엠코 관계자는 "현지 원주민들이 우호적으로 공사현장을 보존해 피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이지용 기자 / 박지윤 기자]


14. [매일경제]국제유가 하락 시간 걸릴듯…원유시설 복구 최소 1년

◆ 포스트 카다피의 리비아 ◆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사망이 국제유가에는 당분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카다피 사망 이후 리비아 원유 생산 정상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유가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리비아 정국 안정과 생산시설 복구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더 우세한 편이다.

데이비드 파이페 국제에너지기구(IEA) 원유시장 분석가는 20일 "물류나 안전 관련 이슈가 여전히 많다"며 "원유 생산 수준이 내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전이 끝나더라도 원유 생산량이 내전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내전 종료가 곧바로 정국 안정을 의미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각국 석유회사들이 리비아에 들어와 생산계약을 다시 맺어야 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 9일 원유 생산량이 내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15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보다 더 긴 18개월로 전망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카다피 사망 소식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74센트 떨어진 배럴당 85.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달러 오른 109.39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15. [매일경제]토마토는 신한, 제일은 KB 인수 유력

지난달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인수전이 일단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1일 토마토저축은행 인수전에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도전장을 던졌다고 밝혔다.

또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 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BS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아주캐피탈, 러시앤캐시 등 5개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전날인 20일 마감된 제일저축은행에는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대영ㆍ에이스저축은행 패키지에는 아주캐피탈, 키움증권, 러시앤캐시 등이 참여했다.

입찰공고를 낸 4개 저축은행 패키지 모두 유효경쟁이 성사되면서 예금보험공사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자평을 내리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부분이 서울ㆍ경기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금융당국의 건전성 평가를 거쳐 숨겨진 부실이 없다는 점도 입찰 참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는 5대1로 이번 인수전에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인수 부담이 적은 데다 영업지역도 서울ㆍ부산ㆍ경남ㆍ울산 등 알짜 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패키지의 총자산 규모는 7058억원으로 4개 패키지 중 가장 작다.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은 대영ㆍ에이스저축은행 패키지에 이미 현대증권이 자체 정상화 기간 중 인수ㆍ합병(M&A) 방식으로 인수할 뜻을 밝힌 점도 투자자들이 프라임ㆍ파랑새저축은행 인수에 몰린 이유로 분석된다.

이미 금융권에선 제일저축은행은 KB금융, 토마토저축은행은 신한금융이 인수하는 '짝짓기' 계획이 마련돼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하나금융이 저축은행 인수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보는 입찰 참여자들이 실사를 마치는 대로 다음달 중순 입찰을 실시하고, 12월 중순께 계약이전과 함께 영업이 재개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이 저축은행을 탐내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 거래가 어려운 고객들을 유치해 고객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계 금융지주로선 저축은행 대출고객들이 대부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금융지주가 서민금융을 확대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증권업계는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ㆍ적금을 받을 수 없는 증권사나 캐피털사로서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수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수 이유가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증권사 간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자산 규모를 키우는 한편 주식대출과 연결된 여신사업을 확대하는 등 시너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영업환경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부업 금리가 39%까지 내려간 데다 새희망홀씨 등 다양한 정책상품이 출시되면서 고금리 영업 행태에 대한 비판론도 커지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을 통한 소액 신용대출 영업에 나설 경우 대부업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고금리 영업에 대한 비판론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 다른 금융회사에 인수되더라도 예금자보호 대상인 5000만원 이하 예금자는 피해가 없다. 다만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들은 피인수 방식에 따라 구제 여부가 달라진다.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거나 M&A될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투자자 모두 원금은 물론 원래 약속했던 이자까지 모두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산ㆍ부채이전(P&A) 방식으로 처리할 때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 보유자는 전액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손일선 기자 / 전정홍 기자]


16. [매일경제][표] 은행 정기예금 금리 (10월 21일 현재)


17. [매일경제][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10월 21일 현재)



18. [매일경제]한·미FTA 농업 피해보전 증액 추진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부수법안을 이달 안에 국회에서 처리하고 FTA 발효에 따른 농ㆍ축산ㆍ어업 피해보전액도 추가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김황식 국무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정은 한ㆍ미 FTA 이행법률 중 상정되지 않은 법률 3건에 대해서는 다음주 초에 조속히 상정해 상임위에서 논의 처리하도록 하고 이미 상정된 11건의 법안은 조속히 처리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며 "이달 안으로 FTA와 관련된 비준동의안과 이행법률안이 모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당청정 고위 관계자들은 한ㆍ미 FTA 발효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진전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추가 보완대책을 강구하기로 합의했다.

홍 대표뿐만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에 보다 전향적인 피해 보전대책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는 추가대책에 대한 수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지난 13일 7차 여야정 협의체에서 일부 수정안을 보고했지만 아직도 보다 더 강화된 피해보전책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이 공감했다"며 "보완대책 규모가 총 22조1000억원까지 최종적으로 증액됐지만 다시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증액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정은 재정여건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특히 FTA 발효에 따라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ㆍ축산ㆍ어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금을 추가로 증액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증액 항목과 규모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ㆍ정ㆍ청은 농ㆍ축산ㆍ어민의 생산비 절감 등을 통한 경영과 소득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제지원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김 대변인은 "면세유 공급, 배합사료 부가세 영세율 일몰의 10년간 지속 보장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지웅 기자]


19. [매일경제]`방콕 물폭탄`왕궁·의회도 초비상

홍수가 무너뜨린 것은 제방뿐만이 아니었다. 태국 산업기반도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21일 오전 수도 방콕 바로 북쪽에 위치한 빠툼타니주에서 주요 공단이 물길에 잠겨버렸다. 방카디 공단은 이날 오전 물길이 모래주머니를 넘고 밀려들어 어른 키 높이로 물이 들어찬 상태다. 군병력이 전날 밤 철수한 가운데 공단을 사수하던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건물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방콕 시내도 위태위태하다. 방콕 침수 위기가 높아지자 잉락 친나왓 총리는 왕궁과 의회 등 주요 시설에 대한 방위안을 마련하라고 유타삭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방콕시가 예비대피령을 내린 동부 7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락카반 공단은 모래주머니를 쌓아 물길을 막고 있지만 이미 물 높이가 공장지대보다 더 높아졌다.

21일 오전 제방작업을 하던 픽업트럭 외장재 생산업체 '캐리보이'의 한 직원은 "수위가 조금만 더 높아지면 공장이 침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에는 현재 비상인원만 남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태국 산업 생산 중 17%를 담당하는 아유타야주 5개 공단과 200여 개 공장이 밀집한 빠툼타니주 나와나컨 공단이 이미 침수된 데 이어 방카디와 락카반 등 다른 지역 공단들도 속속 물에 잠겨 홍수피해는 집계도 안 될 지경이다.

월드뱅크와 방콕중앙은행 등은 홍수로 인한 경제 피해가 1000억바트(약 3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것은 아유타야 지역 생산 차질과 곡물 생산 피해를 근거로 한 것이다. 락카반 공단 등 방콕 동부에서 피해가 계속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생산시설 붕괴로 태국 산업체감지수는 9월 90.7로 떨어져 2년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파이웅삭 태국산업연맹 회장은 "홍수 피해로 태국 제조업체들의 공포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태국 진출 일본 업체들 중에서도 자동차와 전자업종의 피해가 가장 크다.

닛산자동차의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일 "태국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의 생산 피해는 하루 6000대에 달한다"며 "2ㆍ3차 부품업체까지 합산하면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전자업체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소니는 20일 "아유타야주의 디지털카메라 공장이 폐쇄되면서 핵심 부품의 조달이 어려워졌다"며 "다음달 11일로 예정돼 있던 NEX-7 등 신형 DSLR 카메라의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니콘은 이번주 홍수 피해가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태국 홍수 전보다 14%나 빠졌다. 일본 손해보험업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도쿄해상일동화재는 20일 직원 70여 명을 급파해 피해 상황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본흥아손해보험도 방콕에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24시간 운영 창구를 개설했다.

다만 홍수피해 이후 대규모 복구사업은 경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 태국중앙은행이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4%대로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태국 정부는 수해복구를 위해 내년 예산에 1200억바트(약 4조5000억원)를 배정했고, 복구산업에 투자하는 인프라펀드를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늑장대응에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21일 차오프라야 강변에서 물길을 바라보던 주민 토니 씨는 "정부가 지금까지 사태를 한 번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며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까 대피령을 내린 것"이라고 성토했다.

방콕이 침수될 위기에 놓이자 야당 등에서는 신속한 재난대책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잉락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군부에 실권을 줘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염려해 비상사태 선포에 소극적이다. 잉락 총리는 21일 이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대신 국가재난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에도 대피지역이 늘고 있다. 방콕시는 지난 19일 민부리 등 7개 지역에 예비대피령을 내린 데 이어 20일 저녁에도 락시, 돈므앙 지역에 예비 대피령을 내렸다.

방콕시는 "출라롱콘 수문이 높아지는 수위를 견딜 수 없어 범람 위험이 높아졌다"며 주민에게 가재도구와 귀중품을 챙겨 고지대로 옮길 것을 권고했다.

1000만 방콕주민의 운명은 이번 주말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콕 주요 방송과 신문 매체는 "이번 주말을 무사히 넘기면 방콕이 침수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방콕을 지켜내기 위한 재난당국과 자원봉사자들의 필사적인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빠툼타니에서 방콕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사이마이에선 군부대와 주민이 길게 늘어서 한 뼘이라도 더 모래주머니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

[방콕 = 박만원 아시아순회특파원 / 서울 = 김규식 기자]


20. [매일경제]美고통지수 83년후 최고…오일쇼크때보다 살기 힘들어

미국의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20일 미국의 각 주와 도시별 빈곤층 분포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각 주별로 빈곤층이 가장 많은 곳은 미시시피주로 주민 22.4%가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5명 중 1명 이상이 빈곤층인 셈이다. 뉴멕시코주는 주민 20.4%가 빈곤층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가장 빈곤층이 적은 주는 뉴햄프셔주로 인구 중 8.3%만이 빈곤층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전체 주에서 유일하게 빈곤층이 10% 미만인 주로 집계됐다.

전체 주 중에서 12개주가 빈곤층 비율이 17%를 상회해 2009년의 5개를 훨씬 웃돌았다.

엘리자베스 니본 인구통계국 선임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실업률을 밀어올린 후에 내려오지 않고 있다"면서 실업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라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인구통계국은 지난해에만 260만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빈곤층은 모두 4620만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인구 15.1%가 빈곤층인 셈이다. 1993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빈곤층 규모도 인구통계국이 조사를 시작한 지 52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 중산층의 중간소득 수준도 1997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가계의 연간 중간소득이 5만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는 1996년 이래 처음이다.

미국에서 빈곤층이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벌어들인 가구를 의미한다. 최저생계비 기준은 세전 소득이 4인 가구 2만2314달러, 2인 가구 1만4218달러, 1인 가구 1만1139달러다.

지난 9월 미국 '고통지수'가 1983년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 이날 로이터가 미국 정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9월 미국의 고통지수(misery index)는 13.0을 기록했다.

고통지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삶의 질을 수치화한 지수다. 실업률이 높고 물가가 올라갈수록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 2포인트가량 상승했다.

9월 수치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3년에 13을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 후유증 때문에 물가가 아주 높았던 1980년대 이후 미국인들 삶의 질이 가장 악화됐다는 얘기다.

[워싱턴 = 장광익 특파원 / 뉴욕 = 김명수 특파원]


21. [매일경제]23일 EU정상회의후 다음주 한번 더 개최

2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증시가 2~3%가량 급락했다. 23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또 한 번 연기될 것이라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상이 곧이어 "23일 EU 정상회의를 예정대로 치르고 늦어도 26일까지 한 차례 더 EU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장 불안감은 일단 잠재웠다.

다만 EU는 예정대로 23일 정상회의를 치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날 당장 합의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23일에는 대책을 논의하고 추가 정상회의에서 합의안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로존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양측이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U 정상들이 23일 정상회의를 연기하는 대신 한 차례 더 개최하기로 한 것은 회담 연기로 인한 시장의 불안감을 줄이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시간을 더 벌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그리스 민간채권단이 손실률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합의할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많은 재정부담을 짊어질 독일 역시 유로존 위기 해결안에 대해 의회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초 21일 독일 의회에서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사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23일 이후 열릴 2차 EU 정상회의가 독일 의회가 구제금융과 관련한 변동사항에 대해 승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방식과 그리스 민간채권자 손실률 조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장 견해 차가 큰 EFSF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EFSF를 은행화하자는 주장 외에도 영구적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를 EFSF와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은 그리스 민간채권단의 손실률을 50~60%까지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 이날 2012년 성장률을 기존 1.8%에서 1%로 낮췄다. 유로지역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둔화, 투자심리 위축 등을 반영한 것이다.

유로존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그리스의 추가 긴축 법안이 20일 의회에서 찬성 154표, 반대 144표로 최종 승인됐다.

이 법안 통과로 그리스는 11월 초 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공무원ㆍ공공부문 종업원 임금ㆍ연금 삭감, 세금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새 긴축법안 이행으로 그리스 국민의 고충은 불가피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중앙은행(ECB)ㆍ유럽연합(EU) 등 이른바 트로이카팀은 21일 "그리스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틀째 총파업을 단행한 그리스 노동계는 이날 의회 앞 광장에서 노조원과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여한 항의 집회를 벌였다. 시위 참여자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53세의 한 남성이 사망했다.

[김주영 기자]


22. [매일경제]中주택분양계약 취소사태 …지방정부 채권 허용

중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하이 난징 항저우 등 동남부 지역에서 주택 분양계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상하이 매일경제신문 등 중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상하이 난징 항저우 타이창 등 저장성 장쑤성과 주변 지역에서 주택 분양계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중국 부동산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분양계약 취소 사태의 시발은 저장성 항저우다. 항저우에선 지난 9월 초 주택 분양가 인하전과 함께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져 10월 들어 분양계약 20건이 취소됐다. 장쑤성 난징에서는 10월 들어 계약이 53건이나 취소돼 더 심각한 양상을 나타냈다.

상하이와 장쑤성 타이창에서도 10월 초 국경절 연휴가 끝난 뒤 계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기존 주택 판매가보다 높았던 분양주택 가격이 낮아지면서 계약자들이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손해를 줄이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던 때도 주택 분양계약 취소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중국 건설사들은 분양가격을 10~20%가량 인하했는데 이번엔 상황이 더 심각해 많게는 30% 가격 인하를 단행한 곳도 생길 정도여서 계약 취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업체들이 아예 계약서에 취소 조항을 없애버린 곳도 적잖아 고객들과 분쟁도 예상된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심해지고 있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조했던 상하이 도심지 집값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롄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상하이 주택시장 여러 곳에서 1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앞으로도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자화그룹이 상하이에 지은 아파트 자위팅 판매가는 10% 하락했다. 이쥐다 자화그룹 상하이 지역 총경리는 "이번 가격 하락세는 시작일 뿐"이라며 "11월엔 더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나 상하이 전체 주택시장에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중하이 화룬 등 유명 개발업체들이 대폭적인 가격 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여기엔 부동산시장 큰손으로 꼽히던 원저우 투자자들이 자금난으로 상하이 항저우 등지에 사둔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기 시작한 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다웨이 중위안부동산 시장연구부장은 "원저우 상인들의 보유 주택은 상하이 항저우뿐 아니라 베이징 충칭 등에도 적잖아 주택시장은 앞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가격이 20%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통화긴축책으로 지방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중국 중앙정부는 20일 저장성 광둥성 상하이시 선전시 등 지방정부 4곳에 채권 발행을 시범적으로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방정부는 3~5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채권 발행 한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말까지 200억~300억위안가량 채권이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앞으로 상황을 봐서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확대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23. [매일경제]포스코 올해 2조7천억 지출 줄인다

포스코가 당초 계획했던 7조3000억원의 올해 투자를 1조3000억원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시황 악화와 철강 가격 동결, 원자재 부담 가중 등의 악재가 쏟아지면서 사실상 '생존 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올해 원가 절감 목표가 1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모두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지출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맨다.

하지만 포스코는 원료 자급과 원가 절감에 힘써 3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고수했다. 업계에선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포스코는 21일 기업설명회(IR)를 갖고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6조9530억원, 영업이익은 1조298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51.5%, 영업이익은 5.2% 늘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25.6%나 떨어졌다. 또한 환 평가손이 발생해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포스코 단독으로는 매출액 9조9620억원, 영업이익 1조8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 2분기 14.9%에서 3분기 10.9%로 4%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 조강 생산과 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2%, 12.2%씩 증가한 데 힘입어 매출액은 16.8% 늘었고 영업이익은 5.9% 증가했다. 그러나 2분기 고가계약 원료의 본격 투입으로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다소 줄었다.

박기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계약한 고가의 원재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는 1조원의 영업이익을 지켰다"며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견조한 성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3분기까지 1조1000억원의 원가를 절감하고 '월드퍼스트' '월드베스트 제품'을 전년 동기보다 19%나 많은 146만t을 판매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집중해 경영 성과를 개선했다. 석탄 자급률도 전분기 28.3%에서 31.9%까지 높였다.

4분기에도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포스코는 불황 버티기를 위한 생존 경영 체제로 들어갔다.

이를 위해 연간 원가 절감 목표를 당초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연간 투자비도 현금 창출 능력 범위 내에서 투자한다는 원칙하에 당초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한 국내외 철강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하지만 나머지 설비투자는 일부 연기한 것"이라며 "대한통운 인수자금 절감액을 포함해 일부 신성장 투자 시점을 경기 변동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향후 고부가가치 중심의 밀착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월드퍼스트, 월드베스트 제품 판매 비중을 더욱 높이고 제품 설계부터 판매, 서비스 등 전 과정에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마케팅 활동'도 더욱 폭넓게 전개한다.

포스코는 철강 시너지 효과 극대화 및 계열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신흥시장 중심으로 철강 생산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제철소 완공 등을 통해 해외 상공정 700만t 등 2015년까지 글로벌 조강 생산량 4900만t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기술 리더십 제고 및 원가 절감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4분기도 철광석 석탄 등 철강 원료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견조한 실적이 유지될 전망이다.

엄진석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이익 개선은 예상보다 더디나 이익 증가는 가능할 전망"이라면서 "원화 약세로 원가 부담은 가중되지만 수입재 감소로 내수 판매가 증가해 이를 만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24. [매일경제]LCD값 바닥 뚫고 지하로…200달러선도 위협

LCD 패널 가격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LCD 패널 가격은 이미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전 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탓에 좀처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0~42인치 풀 HD TV용 LCD 패널의 10월 하반기 가격이 보름 전인 10월 전반기보다 2달러(1%) 떨어져 206달러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제품인 42인치 TV용 패널의 가격이 200달러 선마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4월 340달러에 달했던 이 제품의 가격은 1년6개월 만에 134달러나 떨어진 것이다.

고급 제품인 발광다이오드(LED) TV용 패널도 지난해 초 50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31달러나 빠지면서 가격이 반토막 났다. PC 모니터용도 유럽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또다시 하락했고 노트북용, 휴대폰용, 태블릿PC용 등도 모두 약보합세나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글로벌 1ㆍ2위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디스플레이 부문)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3분기 LG디스플레이는 분기 손실로는 역대 최대치인 4921억원의 적자를 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 1년간 누적 적자는 1조1665억원에 이른다.

이는 세계 LCD 시장의 공급 과잉도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TCL, BOE 등 중국 LCD 업체들이 8세대 라인 생산에 들어가면서 LCD 업계가 당분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건설하기로 했던 8세대 공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장 착공이 지연되면서 국내 경기도 파주 라인을 확장해 세 번째 8세대 라인(P83)과 현재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P9 라인을 이미 착공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가격 반등의 시기를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내년 2분기로 예상했지만 현재 LCD 업계의 예상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25. [매일경제]신형 아이폰4S도 한국 부품 천지네

애플 신제품인 '아이폰4S'에 한국산 부품이 또다시 대거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애플은 부품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에 대한 부품 의존도는 아직 절대적이다.

21일 시장조사 전문 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아이폰4S를 분해한 결과를 소개했다.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400만대 이상 팔린 아이폰에 국내 부품이 채용되면서 공급 업체들의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2에 이어 아이폰4S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5'를 공급했다.

대만 TSMC 등에서 AP를 공급받으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아이폰4S의 경우 당분간 삼성전자가 AP를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모바일 D램을 납품한다. 2009년 하반기부터 애플과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기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한다. 삼성SDI도 LG화학 등과 함께 2차전지 공급사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는 2007년 1월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애플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폰4 출시 때부터 모바일 D램도 추가로 공급했고 아이폰4S에도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모바일 D램을 공급한다. 삼성과 함께 일본의 도시바와 엘피다 등이 경쟁사로 거론된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4S에도 LCD 패널을 공급했다.

아이폰 3GS에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물량을 나눠 가졌지만 기술 방식이 달라 아이폰4S부터는 LG디스플레이의 공급량을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도시바 등도 애플에 LCD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또한 LG이노텍은 일본의 소니와 대만의 옴니비전 등과 함께 800만화소 카메라모듈을 애플에 공급한다. 이번 아이폰4S의 주요 업그레이드된 하드웨어 스펙에 국내 기술력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인 인터플렉스 역시 지난 8월 말부터 애플과 전자회로기판(PCB) 부품 공급 계약을 맺어 이번 아이폰4S에도 부품을 공급한다.

[이동인 기자 / 김대기 기자]


26. [매일경제]페르난데스 MSCI 회장 "한국 선진시장 자격은 갖춰"

"지수 사용 사전승인 문제까지 모두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 향후 유연하게 협의해 나가겠다."

헨리 페르난데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회장은 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을 해외에 상장하는 등 보다 폭넓은 지수 활용을 위해 10년간 한국거래소(KRX)와 이야기를 해 왔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우선 이를 제외한 금융상품에 대해서만 합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르난데스 MSCI 회장과 김봉수 KRX 이사장은 이날 오전 11시 KRX 19층 회의실에서 코스피200 등 국내 지수정보 사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러나 MSCI 지수를 이용한 파생상품을 해외에 상장하는 데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문제에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추후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이날 김봉수 이사장도 "이번 계약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려면 사전승인건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 지수 이용 사전승인제부터 해결되면 좋았을 테지만 여기까지 미치지 못한 게 우리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 회장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는 한국이 그동안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과 업적,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국민의 노력을 알고 있다"며 "곧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며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이 최근 그리스에서 시작된 남유럽발 글로벌 경제 위기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해 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시장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번 위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며 "성장률은 둔해졌지만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삼성과 같이 세계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탄탄한 회사들도 한국 경제를 잘 지탱해 주고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그렇지만 개인적인 의견이나 한국의 위기 극복 능력이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지수를 사용하는 대부분 고객들은 한국 시장을 이미 선진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분명 한국 시장은 어떤 부분에서는 선진시장의 자격을 갖췄다"면서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수지만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한 고객들이 여전히 원화 환전이나 투자 접근성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이미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했는데도 여전히 한국을 신흥지수로 분류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MSCI는 세계에서 가장 큰 주가지수 산출 기관이며 경쟁사보다 다양하고 많은 투자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투자금액 또한 엄청나다"며 "이 때문에 경쟁자들보다 의사결정에서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 "한국 정부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시간 문제"라며 "우리는 이와 관련해 로비를 하거나 압박을 할 입장도 아니며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MSCI도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할 용의는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 서태욱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27. [매일경제]카다피 제거 소식에 건설株 급등

코스피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날 5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에 대한 단순한 기술적 반등의 의미가 크다. 여기에 유럽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과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더해졌다.

2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4%(33.29포인트) 오른 1838.38로 마감했다. 증시에서 유럽 리스크는 '해석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 위기라는 본질에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일정, 정책 당국자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증시가 크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그리스 의회가 2차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EU는 23일 예정된 정상회의를 26일 한 번 더 열기로 했다.

전날 시장은 독일과 프랑스 양국 간 이견에 더 주목했다.

하지만 이날은 정상회의가 23일에 이어 26일에도 열린다는 데 더 주목했다.

정상회의를 두 번 개최한다는 얘기는 '이견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문제 해결의 의지가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양국 정상이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최소한 26일까지는 각국 정상들이 '완벽하게' 합의된 포괄적 수습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 긍정적인 해석에 힘을 실었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각각 2612억원, 2076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고 개인들만 273억원 순매수했다. 기관 중에서 연기금은 1714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카다피 사망 소식에 힘입어 개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건설업종이 5% 이상 상승했다. 카다피의 사망으로 리비아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서 국내 건설업체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는 LG화학과 하이닉스가 10%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김기철 기자]


28. [매일경제]안철수 지분가치 3000억 넘었네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분가치가 3000억원을 넘어섰다.

2000억원을 돌파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지분가치가 하루 평균 100억원 안팎 늘어난 셈이다.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21일 강한 상승세로 출발해 8.75% 오른 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 원장의 지분 가치는 이날 하루에만 260억원이 불어나 3232억원이 됐다. 창업자인 안 원장은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회사 지분 37.1%를 보유하고 있다.

안 원장 지분가치는 8월 4일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11일에는 2000억원을 처음 돌파한 바 있다.

외국인과 경영진은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판단해 매도에 나섰지만 개인들의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그동안 차익실현성 매도를 마무리한 상태다.

8월 11일 4.5%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0.37%까지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2만원대 후반부터 매도하기 시작해 4만원 전후에서 보유 지분을 대거 정리했다.

이 회사 김홍선 대표는 지난 14일 보유주식 1만주(0.1%)를 6만2820원에 장내 매도했다. 조시행 안철수연구소 상무도 지난 11~12일 보유주식 대부분을 매도했다. 김기인 상무, 서남섭 감사위원 등은 지난달 보유주식을 모두 매도한 상태다.

안철수연구소는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30억1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 늘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229억4500만원으로 42% 증가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663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101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ELS평가손실과 사옥 이전에 따른 유형자산폐기손실로 세전이익은 2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 제시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각종 보안사고 이후 기업가치 상승 등의 호재가 있지만 현재 주가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펀더멘털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목표주가와 투자등급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봐도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지나치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1100~1200원으로 볼 때 PER는 72~79배에 달한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6~2010년 PER 밴드 상단이 20.3배였다"며 "내년 EPS를 2200원으로 봐도 펀더멘털로 설명(PER 20배)할 수 있는 주가는 4만4000원"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29. [매일경제]뱅가드도 두손 든 한국시장…세계적 인덱스펀드 운용사 철수

인덱스펀드 운용에 특화된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가 서울사무소를 철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뱅가드는 2008년 9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거점을 넓힌다는 전략 아래 서울사무소를 세우고, NH-CA자산운용 마케팅 본부장이었던 이광 씨를 한국 대표로 선임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최근 투자자문업 등록을 한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머서(Mercer)'의 투자 솔루션 부문 부사장으로 옮기면서 뱅가드의 철수 사실이 드러났다. 이광 부사장은 "뱅가드가 한국시장 진출 의지를 가지고 있으나 당분간은 싱가포르에서 총괄하기로 했다"며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1975년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 '뱅가드S&P500' 출시와 더불어 값싼 수수료를 무기로 대형 운용사로 성장한 뱅가드가 한국 진출을 유보한 까닭은 무엇일까. 액티브펀드가 주를 이루는 국내시장에서 아직 인덱스펀드가 먹히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덱스펀드는 기준(벤치마크)으로 삼은 지수(Index)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단기적인 부침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시장에 베팅하는 것이다. 박상우 우리자산운용 베타운용본부장은 "이론상 시장만큼 수익을 얻으면서 보수는 싼 인덱스펀드가 가장 좋은 상품"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국내 펀드투자자들은 오르든 빠지든 시장을 이기길 원하는 까닭에 인덱스펀드가 주목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액티브(Active)펀드는 펀드매니저가 투자 포트폴리오 내 종목 교체를 통해 벤치마크 이상 수익을 추구한다. 박영수 NH-CA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본부장은 "선진국에 비해 변동성이 큰 한국은 알파(초과수익)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과거 미래에셋과 올해 상반기 JP모간 액티브펀드 등이 시장을 크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알파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인덱스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14조2000억원이다. 2006년 초 1조8000억원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액티브펀드로 27조원 넘는 돈이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한 편이다.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내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인덱스펀드 비중은 22.33%다. 5년 전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때보다는 규모가 커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또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ETF로 돈이 몰린 덕이다. 올해 들어 ETF로 유입된 자금만 4조원이 넘으며 전체 순자산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TF를 제외한 인덱스펀드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으로 설정액이 1조1552억원에 달한다.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 'KB스타코리아인덱스' 등이 뒤를 잇는다.

당초 뱅가드 측이 타깃으로 삼았던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굳이 뱅가드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지수 사용료를 내면 지수에 포함된 종목을 볼 수 있어 직접 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섭 기자]


30. [매일경제][표] MKF 국고채 지수


31. [매일경제][표] 유가증권시장 투자주체별 매매동향 


32. [매일경제]CT·MRI 검사비 다시 오른다

22일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영상장비 검사비용이 15~30% 다시 오르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상장비 수가를 직권으로 내린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정절차 때문에 일반 국민만 큰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1일 서울아산병원 등 45개 병원이 제기한 영상수가 인하처분(상대가치 점수 인하 고시처분) 취소소송에서 "법령상 복지부가 영상장비 수가가 포함된 상대가치 점수를 직권으로 조정하려면 전문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병원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또 "이 처분은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해당 판결문이 21일 당사자에게 통지됨에 따라 22일부터 영상장비의 건강보험 수가 인하(15~30%) 효력은 정지돼 다시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게 됐다.

복지부는 지난 4월 CT와 MRI,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수가를 각각 15%, 30%, 16% 직권으로 인하했다가 절차상 하자와 함께 결정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병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병원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상석 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복지부가 영상수가 인하 과정에서 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고 영상수가 인하 근거가 희박했던 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전문평가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정책이 수십 건에 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부는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 등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절차상 하자만이 문제라면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희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치료재료의 수가 조정 과정에서 의료행위전문평가위 평가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2001년 이후 수가 조정 시 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적법절차를 거쳐 고등법원에 항소하면 승소할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가 승소하면 영상장비 수가는 다시 내리게 된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수가가 계속 바뀌면서 국민만 혼란을 겪는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박기효 기자]


33. [매일경제]서울우유 1ℓ 2300원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1ℓ짜리 서울우유 가격이 24일부터 2150원에서 2300원으로 150원 오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서울우유에서 만든 1ℓ짜리 흰우유를 24일부터 23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24일부터 흰우유 출고가를 ℓ당 138원(9.5%)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형마트에 소매가를 ℓ당 200원 올려 2350원에 판매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농협 하나로마트가 24일부터 서울우유를 2300원에 팔기로 결정하자 대형마트들은 이에 부담을 느끼고 서울우유에 납품가를 더 낮춰줄 것을 요구해왔다.

대형마트들은 다 올리지 못한 50원 중 일부는 서울우유 판촉비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서울우유와 이마트가 각 25원씩 지원하는 방식으로 흰우유 판매가를 50원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편의점들도 서울우유 판매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유주연 기자]


34. [매일경제][NIE] 미디어산업의 삼성전자 나올까

"경계 없는 문화의 시대가 가상국가(버추얼네이션)를 만들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소녀시대나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유럽, 남미, 미국인들은 피부색은 다르지만 SM타운의 국민이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겸 프로듀서. 그는 최근 매일경제가 주최한 제12회 세계지식포럼 특별 강연에서 문화로 동질감을 느끼는 문화 공동체가 탄생하고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 청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아이돌을 만들어낸 프로듀서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 '한류 수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콘텐츠의 중심이 되겠다는 구상을 갖춘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기업이지만 글로벌 미디어로 도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들으며 주가가 5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슈퍼스타K 시리즈를 만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개척한 CJ E&M도 글로벌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로 꼽힌다.

CJ는 엠넷, tvN, OCN, 채널 CGV, 온스타일, 스토리온, XTM 등 다수의 케이블TV 채널을 보유 중이다. 시청률도 좋고 인지도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채널이다. '슈퍼스타K' '남녀탐구생활' 등 히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엠넷 USA, 엠넷 재팬, tvN 아시아 등 한류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운영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CJ E&M 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초를 다졌다고 해도 타임워너, 바이어컴, 뉴스코퍼레이션과 같은 글로벌 미디어 대기업과 비교할 수는 없다. 규모와 영향력을 비교해보면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될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와 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2~13위권인 것에 비교하면 한국 미디어산업과 미디어를 뒷받침하는 광고시장은 너무 초라한 수준이란 평가다. 한국의 전체 미디어산업 규모는 2009년 약 288억달러, 지난해 300억달러에서 올해는 318억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산업에는 지상파, 케이블, IPTV, DMB, 신문, 위성방송, 콘텐츠 등이 포함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SO)를 포함하고 연평균 성장률(4.8%)을 반영해도 333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한국의 전체 미디어산업 규모는 미국의 유명 글로벌 미디어 기업 한 개의 매출에도 못 미친다. 더타임스, 더선, 폭스TV, 내셔널지오그래픽, 20세기폭스, B스카이B 등을 보유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매출은 304억달러(2009년)에 달하고 CNN, AOL, 타임지, 워너브러더스, HBO, 뉴라인시네마 등의 유명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는 타임워너의 매출은 469억달러(2008년)에 이른다.

ESPN, 픽사, 브에나비스타픽처스, ABC 등을 계열사로 둔 미국 월트디즈니도 한 해 매출이 한국의 전체 미디어산업 규모를 넘는 378억달러(2008년)다.

일본과 중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확연해진다. 중국은 미디어산업 규모가 올해 94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정부가 미디어를 통제하는 관영 매체가 다수임에도 경제 성장에 힘입어 미디어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으며 '상하이 런민라디오' '디이차이징채널' '둥팡위성TV' 등을 보유한 상하이미디어그룹(SMG)처럼 글로벌 미디어도 탄생하고 있다.

일본은 미디어 강국답게 1663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미디어는 국력이다'란 격언이 실감이 날 정도다. 일본은 "제품을 세계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수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도라에몽, 포켓몬스터 등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며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유럽, 미국, 호주, 아시아 각국에서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미디어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수출기업'이다. 외국의 유력 미디어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40%에 달하지만 한국 지상파 방송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제작된 글로벌 콘텐츠는 여러 국가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고 선호된다. 국가별로 특색에 맞게 리메이크되기도 하며 방송 콘텐츠를 넘어 영화, 소설, 게임,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산업으로 퍼진다.

실제로 CSI, 섹스&더시티, 프렌즈, 아메리칸아이돌, 심슨 같은 콘텐츠는 미국에서보다 해외에서 10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

한국은 왜 미디어산업이 국력을 뒷받침해주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를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쳐 '규제 대상'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은 소유는 물론 콘텐츠 관련 규제도 많으며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케이블TV 사업자나 위성방송, IPTV 사업자도 지분 소유 제한은 물론 내용 등을 규제받고 있다.

미디어의 특수성 때문에 '공공성'을 해쳐서는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일자리 창출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외부성(externalityㆍ경제활동과 관련해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놓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방송사들이 프로그램을 국외에서 제 돈을 주고 수입하지 않고 베끼던(카피) 관행도 문제다. 포맷 수입(코리아 갓 탤런트와 같이 해외 인기 프로그램의 형식을 수입해 노하우를 얻는 제작 방식)도 최근 2~3년 사이에 나타났을 뿐이다.

프로그램 제작사가 제작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제작비를 지급받고 부가 판권을 통한 수익 창출도 제한적이던 제작 관행도 미디어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오는 12월 출범하는 MBN(매일방송)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은 국내 미디어산업의 돌파구를 열어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종편은 드라마ㆍ교양ㆍ오락ㆍ스포츠ㆍ뉴스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해 방송할 수 있는 채널로 모든 장르를 편성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지상파방송과 차이점이 없으나 케이블TV(유선텔레비전)나 위성TV를 통해서만 송출하기 때문에 가입한 가구만 시청할 수 있다. 24시간 종일 방송과 중간광고가 허용된다는 점도 다르다.

오는 12월 MBN은 물론 조선TV(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등이 개국한다. 스포츠, 드라마, 예능만 전문으로 하는 채널이 아닌 지상파방송과 비슷한 편성을 하는 방송국 4개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국내 미디어 역사상 유례없는 시도다.

종편이 국내 미디어산업의 모든 한계를 극복할 만능키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산업에 활력을 주고 시장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이미 미디어 인력 수백 명이 새로 고용되는 효과를 봤다.

MBN은 '뱀파이어 아이돌' '너 때문에 미쳐' '꽃미남과 신데렐라' 등 시트콤과 '개그공화국' 등의 예능, 보도, 다큐멘터리를 12월부터 방송할 예정이며 조선TV, jTBC, 채널A 등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종편이 개국하면 매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공공성이 강조됐지만 앞으로는 크게 달라져 국내 미디어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재권 모바일부 기자]


35. [매일경제][Bullish vs Bearish] 예측 흔드는 `블랙스완` 출몰

투자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든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에 관한 힌트를 얻고 싶어한다. 월가에는 주가를 예측하는 점성술까지 등장했다니 그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다.

비이성적인 확률게임은 논외로 하고 주가와 가장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대표적인 매크로 지표는 '경기선행지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주가나 경기선행지수나 실물경기를 한 6개월 정도 앞서 반영한다는 특성 때문에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코스피는 일일 수출액 그래프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분석이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대형 종목이 대부분 수출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다.

시야를 좀더 좁혀보자. 수많은 기업이 매분기 실적을 내놓지만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촉각을 세워왔던 곳은 '인텔'이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이 정보기술(IT)이고, IT 경기의 바로미터가 바로 인텔의 실적이었다. 인텔이 컴퓨터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기업이라 이 기업의 실적을 보면 IT 전반의 경기를 얼추 추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인텔의 실적이 나오면 인텔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주가가 춤을 추고, 글로벌 증시까지 움직였다. 이성적 투자자들은 주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바로미터 지표가 발표될 때면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그러나 시장이 복잡해지고 금융위기와 같은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이 수시로 터지면서 이런 바로미터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만 봐도 경기선행지수는 약세였지만 코스피는 22%나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상관관계를 흩트려 놓았다. 8~9월 일일 수출액은 비슷한데 코스피는 크게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2~3년 사이 컴퓨터의 개념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확산되면서 인텔 효과도 무너졌다.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을 빗댄 애플 효과란 말이 대체하고 있지만 인텔 효과와는 개념이 다르다. 인텔 효과와는 달리 애플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얼어붙는 IT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젠 한두 지표가 인사이트를 주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온갖 지표가 의미하는 바를 하나씩 뜯어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IT 경기를 보려면 인텔뿐 아니라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여러 기업의 실적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뉴스 시작할 때 추락한 주가가, 분석 기사가 나온 이후 오르는 일까지 벌어지는 판이니 투자자 처지에선 골치 아픈 시절에 접어들었다.

이쯤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온갖 축구 전문가들을 제치고 승부 알아맞히기 최고수에 오른 점쟁이 문어 '파울'이 증시에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황형규 기자]


36. [매일경제][아하! 그렇구나] 美 금융중심지 왜 월가라 부를까

미국의 금융 중심가이자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가(Wall street)'.

17세기 식민지 시대 맨해튼 반도 남쪽에 살았던 네덜란드 사람들은 인디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북쪽에 울타리를 만들었다. 네덜란드와 영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 울타리는 4m 높이의 성벽(Wall)으로 거듭났다.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1699년 성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길을 냈는데 이 길이 바로 월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최초의 근대적 주식회사와 은행 체계를 개발한 금융시장의 선구자였다. 이들은 주식을 공개 발행해 서인도회사를 설립했고, 맨해튼에 서인도회사와 은행의 지점을 만들어 북미교역을 했다. 이때부터 맨해튼은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1783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미국인 투자자들과 거래중개인들은 월가 가장자리 버튼우드 아래에서 만나 국공채 은행주 등의 증권을 매매했다. 나무 밑에서 거래하던 24명의 중개인이 이른바 '버튼우드협약'을 맺어 공식적인 연합을 만들었고 1793년에는 월가에 뉴욕증권거래소가 들어섰다.

이때부터 월가는 미국 금융산업의 요람으로 부상한다. 미국 기업들은 월가 증권거래소에서 자본을 모아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후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도 이곳에 모여들게 되면서 월가에는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집결하게 됐다.

지난달부터 월가는 시위대에 점령당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한 월가의 금융사들이 배당과 보너스 잔치를 하면서 대중의 분노를 일으킨 것이다.

[석민수 기자]


37. [매일경제][매경TEST] 세계경제 흔드는 그리스 재정위기 원인은

■ 매경테스트 예제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시발점이 된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대한 원인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무리한 유로 단일통화의 편입 문제

② 경제력 뛰어넘는 과도한 복지정책

③ 실질환율의 저평가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누적

④ 국가신용등급 하락,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위기 초래

⑤ 제조업이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 없는 특유의 산업구조

▶ 해설

최근 발생한 유럽위기를 두고 그리스발 위기라고 부르고 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그리스 인구는 1126만명에 경제 규모(GDP)가 3300억달러에도 채 못미친다. 그리스는 2011년 유로존 회원국이 되면서 값비싼 유로화가 주는 혜택만을 생각한 채 정부와 개인이 흥청망청 빚잔치를 벌이면서 10여 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그리스 위기는 유로화에 기반을 둔 유로존 44개국 전체의 위기가 되었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으로는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어 왔던 사회복지 지출과 방만한 재정위기를 들 수 있다. 그리스는 1970년대 이후 상당 기간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하였으며 분배를 강조하는 적극적 복지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복지정책이 강조돼 그리스의 경제력을 뛰어 넘는 수준이 되어 재정적자가 심해지고 국가 부채 규모가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재정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공기업 개혁, 연금제도 개혁 정책 등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무리한 유로 단일통화권의 편입 문제 역시 그리스의 재정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다.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국가 부채에 대한 일종의 자격 기준을 갖춰야 한다. 그리스는 세계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의 채권스왑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일종의 분식회계를 통해 유로존 편입 자격을 얻은 것이다. 이는 채권이자의 이자상환부담 가중을 가져와 재정 부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발생에는 유럽통화동맹의 결정적인 모순이 작동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통화동맹은 단일환율이 적용되면서 산업 경쟁력이 낮은 그리스는 상대적으로 실질환율이 고평가되어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정답은 ③.

[박승룡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38. [매일경제][경제용어산책] VAN사…신용카드 승인 중계회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로 VAN사업자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VAN사에 내는 비용이 가맹점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통신망(Value Added Network)의 약자인 'VAN'사는 카드사ㆍ은행 등과 가맹점 사이의 전산중계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행업체다. 오프라인ㆍ온라인을 통해 신용카드ㆍ포인트카드ㆍ계좌이체ㆍ전자화폐 등의 지불결제를 중계하고, 현금영수증 발행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영업장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가능케 하려면, 사업자는 카드사와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을 맺어야 한다. 고객이 카드로 계산을 하면 사업자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낸다.

원래대로라면 이 과정에서 가맹점은 각 카드사에 카드 매출승인을 요청하는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또한 매출승인 후 전표를 보관하고 집계해 각 카드사에 대금을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대신해주는 곳이 VAN사다. VAN사는 신용카드사와 카드가맹점 사이에서 카드승인 등을 중계하고, 번거로운 일들을 처리한다.

VAN사는 업무중계를 해준 대가로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일부를 떼어받는다. VAN사는 카드 결제금액과 상관없이 승인건수당 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최근 카드 소액결제를 제한하라는 가맹점주들의 반발에 VAN 관련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VAN사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선 자사의 신용카드 조회기를 많이 설치해야 한다.

[이현정 기자]


39. [매일경제][MK토론방] 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 함정식 여신금융協 연구센터장…카드사 신용판매 이미 적자

최근 중소상인을 중심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카드사는 상생과 공존 차원에서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범위를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인하 과정에서 가맹점, 회원, 정부 등 카드산업 이해관계자의 주장에서 카드산업에 대한 실상을 이해하고 균형감 있는 논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카드사의 신용판매 영업 부문에서는 이미 손익분기점을 이탈한 지 오래다. 신용위험이 높은 카드대출 영업 부문과 보험대리, 여행알선, 통신판매 등 부수영업 부문, 할부나 리스와 같은 여전영업 부문 등 본업 이외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신용판매 영업 부문의 적자를 충당하고 적정한 마진을 확보하려고 애쓰는 것이 현재 카드산업의 정확한 실상이다.

적자영업 부문에 비용이 전가돼야 하는 것이 시장경제 논리지만 따뜻한 사회 구현을 위한 기업의 공익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하에 카드사는 수차에 걸쳐 수수료를 인하했음에도 이해관계자의 평가가 인색하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서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카드사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거의 바닥난다는 사실이다. 이미 신용판매의 경우 영업하면 할수록 적자 규모는 늘어날 것이고, 카드대출 등 본업 이외 영업은 심각한 가계대출 문제로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다.

게다가 연체율이나 조달비용은 역사상 최저 수준이기 때문에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 등 향후 모든 변수가 카드사 수익성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금융 약자에 대한 배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지만 카드사가 위험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건전한 금융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임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박영수 음식업중앙회 부회장…서민에게 부담 떠넘기는것

카드회사의 수수료 차등 적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유독 서민 자영업종에만 수수료를 과다하게 책정한다는 것은 더욱 공정하지 못하다. 영세업종일수록 대손충당금이 많아서 원가를 맞출 수 없다고 하는데, 결국 서민에게 카드사의 모든 위험부담을 떠넘기겠다는 발상 아닌가? 예전과 달라서 신용불량자는 결제 자체가 막히기 때문에 이 논리는 억지에 불과하다.

카드사가 고작 내놓은 해결책이 매출규모 1억5000만원 미만에 대해 요율을 낮추고 그 범위를 2억원까지 늘리겠다는데, 이는 외식업종의 경우 전체 매출의 20% 미만이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바도 아니거니와, 외식업체 전체가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주유소나 대형마트 같은 타 업종과 동일한 요율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6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1조8642억원에서 지난해 2조7217억원으로 46%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는 7개사의 당기순이익이 9692억원이었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7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4조6000억원 이상이 자영업종에서 부담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가맹점이 고객들의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없고 수수료가 싼 카드사를 선택할 수도 없다. 이는 자율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카드사 요율이 오직 카드사의 결정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사실은 결국 카드사만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입장은 변함이 없다. 오랜 홀대와 무관심 때문에 그동안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창업률보다 휴ㆍ폐업률이 5.5배에 달한다. 부분적 조정은 결국 생색내기나 물타기에 불과하고, 국민과 자영업자 간 이간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외식업종 전체가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동일 조건 즉, 1.5% 이하 인하를 요구한다.


40. [매일경제][세상사는 이야기] 배고픈 영혼 어떻게 채우나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문은 감동적이었다. 췌장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이 IT 천재가 외친 "Stay Hungry, Stay Foolish"는 어느 고승의 '할'처럼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낳은 부모를 떠나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던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대학을 자퇴해야 했던 아픔,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해고당한 좌절감, 암 발병과 재발에 대한 두려움. 이런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도 잡스는 주저앉지 않았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같이 기세등등하게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일을 해냈다. 그런 그였기에, 그의 말은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고 마는 우리들에게 큰 무게감으로 다가온 것이리라.

잡스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도그마에 순응하지 말고, 우리 내면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우리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잡스는 그렇게 자기 내면의 소리에 따라 당당하게 살다 갔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의문이 생기는 건 어찌된 일인가? 혹시 잡스는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이 아닐까? 그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살아 있는 동안 무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또 다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비장하게 살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이 원하는 대로 휩쓸리지 않고 나의 내면의 명령에 따라 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 그러나 분주한 삶 속에서 정제되지 않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 자칫 이기적인 삶, 독선적인 삶으로 흘러가기 쉽다. 욕심 많은 '내'가 내 삶의 기준이 되어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생, 그것을 만족스러운 삶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영혼 깊은 곳에는 지금보다 더 단순한 삶,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통해 마음과 영혼의 웰빙을 찾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 그러나 세상에 가득한 편리하고 풍요로운 것들이 이런 영혼의 소리를 가로막고 있다. 문명의 발명품들이 물질적 허영을 좇는 욕망을 부추긴다. TV의 현란한 광고를 보라. 바로 그런 물질적 풍요를 만드는 데 스티브 잡스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 베푸는 삶을 살라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정말 바보같이 사는 사람들도 있다. 소록도에서 17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살고 있는 40대 치과의사 오동찬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한센병에 뭉그러지지 않은 손발이 있으매 감사하고, 그 손으로 남을 도울 수 있으매 감사하며 산다. 또 평생을 독신으로 아픈 사람을 위해 살았던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도 그런 바보들 중 하나다.

어떻게 영혼의 배고픔을 채울 것인가? 우선 삶의 기본적 필요를 넘어선 물질적 욕망과 집착부터 절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사랑과 감사로 채워야 한다. 그럴 때 배고픔이 채워질 것이다. 내 주변의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 나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를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잡스의 연설문에 '감사'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은 것이 아쉽다."Stay Thankful, Stay Foolish."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41. [매일경제][기고]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내려면

매년 노벨재단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 직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는 기업이 있다. 세계적 정보서비스 기업인 톰슨로이터로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경제학 분야 논문의 피인용도, 영향력, 저자의 명성 등을 분석해 유력 노벨상 수상자 후보들을 발표한다.

톰슨로이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 후보 예측은 1989년 시작돼 현재까지 3개 노벨 과학상 분야에 총 135명의 수상자 후보들을 발굴했다. 노벨상 수상 시기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까지 23년간 노벨상 수상자 35명을 적중해 25.5%의 예측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쥘 호프만과 브루스 보이틀러는 2008년, 랠프 스타인먼은 2010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솔 펄머터,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는 2010년 수상자 후보로 발표한 과학자들이다.

톰슨로이터의 노벨상 수상자 후보 예측 발표 외에 우리가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노벨 과학상 수상자 예측 방법이 있다. 전 단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상(Wolf Prize)과 라스커 의학연구상(Lasker Medical Research Award) 수상자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울프상은 1978년부터 매년 이스라엘의 울프재단이 인류의 이익과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과학자 및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물리학과 화학상은 노벨상 다음으로 명성이 높다. 현재까지 화학, 물리학, 의학 분야 수상자 132명 가운데 29.5%인 39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라스커 의학연구상은 1945년부터 미국의 앨버트 앤드 메리 라스커 재단에서 매년 기초의학, 임상의학, 특별업적상 등 3개 분야에 수여하며, 미국의 노벨상으로 명성이 높다. 기초의학 분야 수상자 144명 가운데 무려 48.6%인 70명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다.

울프상과 라스커 의학연구상 수상자 분석을 통한 노벨 과학상 수상자 예측 정확도는 톰슨로이터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는 논문의 질적 수준ㆍ데이터 등을 활용한 톰슨로이터와 울프상, 라스커상 과거 수상자 데이터 기반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예측 정확도의 우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톰슨로이터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자 후보들의 공통점이 과거 30여 년간 논문 피인용도가 상위 0.1% 수준이며, 울프상과 라스커 의학연구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인류의 공통 관심사와 삶의 질 관련 기초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과학자라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이처럼 질적 수준이 높은 기초연구 업적을 일궈내는 과학자를 키워야 노벨 과학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노벨 과학상이 국가 과학기술정책 추진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노벨 과학상의 국가, 경제, 사회, 문화적 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한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과 역량, 국격을 가늠하는 커다란 척도와 영광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미 그동안 많은 기초과학연구 진흥 대책이 제시되어 왔고 추진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과 안정성이다. 정권교체 시기마다 R&D 포트폴리오와 관련 계획 수정, 신규 계획의 조급한 수립, 정부출연 연구조직의 개편 등이 거론되는 환경에서 세계적 성과 창출은 무리다. 창의성을 발현하여 미개척 분야를 발굴하고 10년이고 20년이고 묵묵히 기다리며 지원할 수 있는 R&D지원 체제의 정착이 필요하다. 어쩌면 매우 단순하게 느껴지는 이 원칙이 지켜질 때 머지않아 우리나라 과학자가 톰슨로이터의 예측 후보로, 울프상과 라스커상뿐 아니라 실제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과학한림원에서 호명될 것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


42. [매일경제][사설] 카다피 이후 리비아 재건에 소외되지 않도록

리비아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는 역대 어느 독재자보다 비참했다. 자신의 고향 시르테에서 콘크리트 하수관에 숨어 목숨을 구걸하던 모습은 42년 철권통치자의 위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사망 소식에 리비아 국민과 전 세계는 환호했다. 역사도 그를 ’중동의 미친 개’로 기억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은 이후 독재자들은 처형, 망명, 투옥 등 비극으로 종말을 맞았다. 20세기 들어 나치독재자 히틀러는 자살, 무솔리니는 총살로 생을 마감했고 루마니아 차우세스쿠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에 타도돼 역시 총살을 당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미국과의 전쟁에 패한 뒤 붙잡혀 교수형을 당했고 파나마의 노리에가, 칠레의 피노체트,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는 재판과 투옥으로 점철된 말로를 겪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바람은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리고 리비아의 카다피에 최후 일격을 가함으로써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민을 짓밟는 독재는 영속할 수 없다는 건 근ㆍ현대사의 당연한 인과응보로 굳어져 가고 있다.

우리가 지구상에 몇 안 남은 독재체제인 북한을 주시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인민의 굶주림을 도외시하며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이라는 기치 아래 3대 권력세습에만 매진하는 북한은 이제 또 한 번 선택의 기로를 맞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무장과 선군(先軍)정치로 쇄국의 담장을 계속 높여갈 것인지, 문을 열고 개방에 나설 것인지 진로를 깊이 숙고해야 한다. 조만간 열릴 북-미 회담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로선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와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질서 재편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특히 리비아 경제 재건 프로젝트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43. [매일경제][사설] MSCI선진국지수 편입, 거래소 열린 사고 필요

한국거래소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그동안 무단 사용해온 코스피정보 이용료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 짓고 어제 양측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올해까지 3년 연속 좌절된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내년에는 성사될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MSCI가 코스피를 이용해 선물ㆍ옵션 등 상품을 만들어 외국에 상장할 때 한국 측 거래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데 대한 이견을 해결하는 일이다. 거래소는 자신이 개발하지 않은 경쟁 상품이 외국 증시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활용을 줄임으로써 증권사와 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가 한국 증시에 상장한 코스피 관련 상품이 과연 위험과 기대수익에 대해 선호도가 상이한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외국 증시에 경쟁 상품이 등장해 고객을 빼갈 것을 걱정하기 앞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로는 세계적인 경쟁에서 점점 뒤처질 뿐이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장기투자에 치중하는 외국계 대형 투자펀드의 국내 주식보유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수요 기반 확대와 함께 우리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가 브랜드 상승 효과도 크다.

이 점에서 거래소의 이해득실을 앞세우기보다 국내 증시의 국제경쟁력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44. [매일경제][사설] 은행, 초등학교 수준 해외영업 언제까지

금융감독원이 어제 84개 국내 은행 해외 영업점의 현지화 수준을 평가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체적으로 3등급에 불과하다(올 6월 말 기준). 선진국 글로벌 은행을 1등급으로 벤치마킹할 경우 천양지차란 얘기다. 세부적으로는 현지고객비율(2등급)과 현지직원비율(2등급), 현지예수금비율(2등급) 등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초국적화지수는 5등급으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6월 말 현재 해외점포 자산이 613억달러로 은행 총자산의 3.5%에 불과하고 해외점포 이익(올 상반기)은 4억2900만달러로 은행 당기순이익의 4.6%에 그쳤다. 현지자금운용비율(4등급), 현지차입금비율(3등급)도 매우 낮다.

한마디로 은행 해외 영업점들은 국내에서 돈을 갖다가 교포 일부를 대상으로 우물 안 개구리식 영업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영업점 진출 지역도 중국 18개, 베트남 14개, 홍콩 12개 등 주로 개도국에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에서 국내 기업 현지법인이나 교포가 주요 고객이다.

경쟁력 부족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쉽게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적자를 보는 해외 영업점이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당기순손실을 본 영업점이 8개에 이른다. 싱가포르 하나은행 영업점, 미국의 우리은행 영업점 등이 손실을 본 예다.

금융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은행들은 비좁은 안방에서만 출혈 경쟁을 할 게 아니라 좀 더 비장한 각오로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한다. 현지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현지 자금조달과 현지 자금운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HSBC나 씨티은행처럼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세계 전역에서 영업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45. [매일경제][커버스토리] `월트디즈니`의 적합성 경영

1990년대 초등학생들은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오전 8시부터 TV에서 방영하는 '디즈니 만화동산'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디즈니 만화동산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0년간 어린이들의 일요일 아침잠을 빼앗았다. 101마리 달마시안, 곰돌이 푸, 욕심쟁이 오리 아저씨, 구피와 친구들, 다람쥐 구조대, 오리형사 다크 등 인기 디즈니 TV 만화영화가 50분 동안 방영됐고, 만화에 푹 빠진 아이들 옆에서 나이든 형이나 누나,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함께 보곤 했다.

당시 디즈니 만화는 특정 시간에만 방영됐다. 하지만 이젠 언제든 디즈니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부터 한국에 24시간 디즈니 채널이 송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련해져 가던 디즈니 만화동산의 추억이 여기저기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어린 시절 동경하던 월트디즈니 만화영화 속 왕자와 공주는 모든 이들의 추억이 됐고, 어른이 된 뒤 영화관에서 보는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속에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벗어나는 모험이 들어 있다.

동화 속 '마법의 성' 이미지부터 동물에게 인간성을 부여하는 방식, 그리고 고전과 신화를 끄집어내 환상을 심어주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게 월트디즈니가 원조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고다.

디즈니가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창의적 콘텐츠를 기막힌 상품으로 만들어 팔 줄 안다는 점이다. 만화ㆍ영화 속 캐릭터가 문구와 옷가지에 새겨져 생생히 세상 밖으로 살아나오고, 테마파크를 넘어 캐릭터가 새겨진 크루즈선 사업까지 펼친다. 이렇게 콘텐츠를 상품화해 팔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음반과 출판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스타를 직접 키워내는 영역에까지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가 올린 매출은 380억달러(약 43조원), 단연 세계 넘버 원 콘텐츠 생산 기업이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동화 같은 디즈니의 성공 스토리는 1923년 회사 설립 이후 9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다.

전 세계로 연결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어내 공유할 수 있는 세상, 이른바 '트랜스 미디어' 시대에 여전히 세계 최고 콘텐츠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는 월트디즈니의 경영 비결은 어디서 나올까. 상상력을 제품으로 만드는 월트디즈니의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제12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은 "디즈니의 콘텐츠는 언제나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소비자가 언제나 자신과 디즈니 콘텐츠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시대 흐름과 시장 변화에 발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적합성ㆍ연관성(relevance)'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시대에 통하는 적절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기술력이 있고 이를 실행하는 기술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반적인 기업의 엔지니어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월트디즈니는 이들 엔지니어를 '이매지너(imaginer)'라고 부른다.

버드 회장은 "'이매지너'라는 단어는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세계 최초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직접 만들면서 떠올린 단어"라고 말했다. 상상력과 혁신, 그리고 기술을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엔지니어가 스스로 풍부한 상상력을 갖고 이매지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과 상상력이 기업의 핵심이다 보니 실패는 오히려 장려된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는 이후 성공의 기반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버드 회장이 '실패를 유도한다'고까지 서슴없이 말할 정도다.

하지만 월트디즈니의 이런 성공 스토리 뒤에 감춰진 '하드웨어적 단단함'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김언수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Stay Relevant', 즉 시대 변화와 시장의 요구에 적합하게 발맞추고 소비자와의 연관성을 유지해 가기 위한 월트디즈니의 노력 뒤에는 과감한 결단과 강한 규율 체계가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콘텐츠 생산 능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 싶을 때에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픽사나 마블스 같은 기업을 사는 결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월트디즈니"라며 "테마파크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면 전 직원이 다 이를 이용해 보고 엄정한 평가를 하고 나서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치밀하고 엄격하다. 이런 단단함이 오히려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46. [매일경제][Editor`s letter] 다양성은 창의력의 원천

미국의 조사업체인 다이버스티사는 매년 다양성 우수기업 50개 업체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인력구성의 다양성과 최고경영자의 의지 등을 고려해 다양성이 우수한 업체를 뽑습니다. 올해에는 컨설팅 업체인 PWC, AT&T, 어니스트영, 존슨앤드존슨, IBM, 딜로이트 등이 상위 10위권에 들었습니다.

기업의 다양성은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이나 시장 접근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습니다만 다양성을 중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창의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관련이 없는 것들이 결합해 뛰어난 작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것을 일컫는 '메디치효과'의 저자 프란스 요한손은 "각기 다른 영역 배경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때 창조적 혁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다양성이 높은 조직은 동질적인 집단에 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하는 등 조직의 창의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글로벌 선진기업들이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입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은 '다양성 대학'이라는 사이버 대학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다문화 관련 이슈를 교육시켜 직원 상호간 이해를 촉진시키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 등을 교육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IBM은 다양한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다양성 위원회'까지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고경영자는 물론 전담조직 관리자 등 다양성 관리 주체별로 역할과 책임을 설정해 다양성 관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고 기업의 하나인 GE 역시 '인력 다양성은 끝없는 아이디어와 기회를 창조한다'면서 다양성 증진 전담 고위 임원을 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양성을 통해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단면들입니다.

기업에 창의성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입니다.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다르게 생각하자(Think different)'를 외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른 기업과 다르게 생각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경험한 지식이나 배경 출신 등이 달라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순혈주의와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국내 기업과 조직들이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화된 기업들이 많습니다. 해외 시장을 무대로 글로벌 기업들과 뜨거운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창의력을 높일 수는 없습니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으로 조직 구성을 다양하게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의 사례처럼 말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아직도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 같은 성(性)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입니다.

[위정환 기업경영팀장 sunnywi@mk.co.kr]


47. [매일경제][Hello Guru] 살고싶다면 디자인하라

소비자가 만족해야 하고(satisfying), 즐길 수 있으며(enjoyable), 쓰기에 적절해야(appropriate) 한다. 이 기준에 맞춰 디자인을 혁신해야 한다.

"디자인을 잘하든지 아니면 망하든지." 애플컴퓨터 디자이너인 로버트 브루너는 최근 산업계 트렌드를 이 같은 말로 정리했다.

과거에 디자인이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유행 정도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경영 전략이 됐다는 의미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바람을 불러일으킨 애플, 농구화 에어조던 시리즈로 스포츠 시장을 주름잡은 나이키 등은 디자인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으로 내세워 성공한 기업들이다. 한때 레이저폰으로 승승장구했던 모토롤라 모빌리티는 신선한 디자인을 내세운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폰 등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고 끝내는 구글에 인수되고 말았다.

굳이 전문가들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기업에 디자인은 생존의 문제로 부상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잘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기업이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선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 그리고 디자인을 혁신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매일경제 MBA팀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세계적 디자인 전문가인 빌 모그리지 미국 쿠퍼휴잇디자인박물관장을 만났다. 최근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실리콘밸리 중심에 위치한 글로벌 디자인 업체 아이데오(IDEO)의 창립자다. 모그리지 박물관장은 또 1990년대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내 대대적인 디자인 혁신 작업을 시작할 때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모그리지 박물관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땐 소비자의 감성과 취향을 끊임없이 읽어 내는 기업이 생존할 것"이라며 "디자인의 가치를 가격, 품질 이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오늘날 CEO가 갖춰야 할 자세"라고 강조했다.

-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주창하고 나섰다. 필립스는 '제품 성공 의 80%를 디자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고, IBM은 '좋은 디자인이 좋은 비즈니스다(Good design is good business)'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역사를 살펴보면 기업의 생사를 결정 짓는 요인은 늘 바뀌어 왔다. 20세기 초반에 자본력이 기업의 전부였다면 20세기 후반 들어서는 기술 보유력이 이를 대신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서는 '고객에 대한 적응력'으로 바뀌었다. 고객의 입맛을 더 잘 맞춰주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뜻이다. 비즈니스를 결정 짓는 주요 요인인 기술, 자본, 소비자 중에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그 중요도가 '자본→기술→소비자' 순이었다면 이제는 역으로 '소비자→기술→자본'이 됐다. 소비자의 취향을 맞춰주지 않는 기업은 이제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성공한 기업의 예를 들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설명해줄 수 있나?

"분야마다 얘기하자면 전자는 삼성, 자동차는 아우디, 가구는 놀, 첨단 기술은 애플, 소프트웨어는 페이스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만족하지 않고 소비자의 감성을 살리는 데 매진했다는 것이다. 이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소비자를 관찰하는 디자이너의 직관력(intuition)이 매우 중요하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이거나 감정적인 아이디어라도 디자인에 끊임없이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면 디자인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회사는 왜 끊임없이 혁신을 해야만 하는가?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소비자의 관심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것은 기회이자 동시에 도전이기도 하다. 항상 더 나은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또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기술이 있는데 눈에 띄는 혁신적 기술 변화는 2년을 주기로 일어난다. 애플, 삼성 등의 제품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아이디어 변화를 기업은 만들어 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 소니만 해도 1990년대에 삼성을 앞지르는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삼성이 앞질렀다. 소니는 좋은 가전제품의 기능은 훌륭하게 살렸는지 몰라도 디자인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면 기업의 위상이 바뀐다. 그리고 그 위상을 결정 짓는 요인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 경영의 최근 트렌드는 무엇인가?

"바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다. 과거에는 건축가나 그래픽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전담했다면 이제는 경영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섞인 팀이 앞선 디자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이른바 융합적인 팀(interdisciplinary team)이다. 이러한 팀은 감성적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끄는 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직업 디자이너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해왔다면 이러한 팀은 변화를 의식(conscious)하면서도 소비자의 감정을 잘 읽어낼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이 바로 소비자의 감성을 최대한 잘 읽어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점에 있어서 CDO(Chief Design Officer)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디자인은 언제나 미래 지향적이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그 가치를 뒤늦게 알아냈을 뿐이다. 디자인을 혁신하기 위해선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날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경쟁력의 한계를 뚜렷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What consumers already know)'을 분석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자만심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도태된다. 이들이 알아야 할 것은 '소비자가 하고 있는 행동(What consumers are doing)'뿐이다. 이 행동을 읽어내는 것이 아까 말한 융합적 팀이고, 이 팀의 수장은 바로 CDO가 돼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금융에선 CFO, 마케팅에선 CMO, 기술에선 CTO가 있다고 말하는데 디자인의 가치를 CEO가 인식했다면 CDO의 위상을 이들 이상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최고체험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라는 용어도 있다. CEO와는 어떻게 다른가?

"디자인의 가치를 가격, 품질 못지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요즘 시대 CEO(Chief Executive Officer)다. 최고체험책임자는 사실상 CDO라고 보는 것이 좋다. 디자인 서비스를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CDO다. 최고경영자(CEO)는 이 CDO를 다루는 사람이다. CDO의 위상을 다른 임원들과 동등하게 세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CDO가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적절한 책임을 CDO에게 주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좋은 디자인이 나오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다.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는 비결이 있다면?

"좀 전에 말한 디자인 사고다. 그러나 디자인 사고를 위해서는 수평적인 의사결정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급과 권력의 차별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평하게 융합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내가 창립한 IDEO의 테크박스(Techbox)라는 자료 도서관이다. 융합팀을 비롯한 사내 직원들은 다양한 디자인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테크박스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이들은 또 사내 인트라넷으로도 테크박스 자료를 공유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하는데 큰 도움을 얻는다. 이처럼 회사 내에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평적인 인간적 관계에서 아이디어를 교류할 수 있다면 그 공간 자체가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업을 하다 보면 좋은 디자인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다. 모방과 창조의 차이는 무엇인가? 세계적인 디자인 IT기업인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전쟁을 예로 말해 달라.

"창조와 모방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은 소비자의 요구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디자인의 과정은 3가지로 나뉜다. △모방을 하기 위한 노력(attempt to copy) △새로운 형태로의 도약(evolve into better version) △진정한 혁신(true innovation) 등이다. 모방 없는 창조는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디자인을 혁신하기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모방하되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 발짝 앞서나가야 한다. 이때 혁신이 이루어진다. 삼성과 애플의 법적 공방에 대해선 잘잘못을 가리기가 힘들다. 다만 (법적 공방은) 디자인을 중요시 여기는 회사 간에는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들은 이미 경쟁적 관계를 구축한 지 오래됐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나. 따라서 이번 논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디자인 문제가 아닌 비즈니스상 문제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삼성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띌 정도로 혁신적인 디자인 중시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한국 기업 전체적으로는 디자인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이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 대기업은 가치적인 측면에서나 비즈니스상에서나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더 나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외부 컨설팅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도 내부 디자인팀은 이미 훌륭한 수준이지만 그 의존성 역시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한국에 IDEO와 같은 경쟁력 있는 디자인 컨설팅 업체가 없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외부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내부 부서는 기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몰라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대개 외부에서 많이 나온다. 내부와 외부의 조합을 잘 이뤄내는 것이 한국 대기업 현 과제라고 생각한다."

▶▶ He is…

세계 최초 노트북 '그리드 컴퍼스' 디자인

빌 모그리지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디자인 컨설팅업체인 아이디오(IDEO)의 창립자다. 1980년에 세계 최초 노트북인 그리드 컴퍼스(Grid Compass)를 디자인한 빌 모그리지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주창하며 멋으로만 인식되던 디자인을 라이프스타일로 바꿔 놓았다. 그는 1988년에 영국 왕실에서 최고의 영국 디자이너에게 주는 RDI(Royal Designer for Industry) 칭호를 받았고, 1993년에는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지내며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빌 모그리지가 2006년에 낸 책인 '디자인 인터랙션'(Design Interaction)은 그해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2006년 최고의 혁신과 디자인 10가지'(10 Best Innovation and Design Books of 2006) 안에 들었다. 그는 2009년에 미 백악관으로부터 디자인 부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쿠퍼휴잇국립디자인박물관의 관장으로 있다.

[조진형 기자 / 사진 = 이승환기자]


48. [매일경제][커버스토리] 디즈니의 성공비결은 `Relevance`

디즈니를 생각하면 무엇을 느끼고 떠올릴 수 있는가. 재미, 긍정의 힘 그리고 마술과 같은 것을 상상하게 되지 않는가. 당신은 왜 디즈니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웃고 있는가. 디즈니는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그게 핵심이다. 디즈니의 콘텐츠는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디즈니의 콘텐츠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할아버지가 손녀딸이랑 이야기해도 이야기가 되는 것이 디즈니의 콘텐츠다.

의인화된 동물'과 그 동물이 등장하는 만화영화 그리고 각종 캐릭터 상품 매장으로 이어지는 현대 콘텐츠산업. 그 원조는 누가 뭐래도 월트디즈니사다. 월트 디즈니와 로이 디즈니 형제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터를 잡고 창업한 지 90년. 월트디즈니그룹은 이제 만화영화ㆍ영화산업에서는 물론 TVㆍ홈비디오 제작과 유통, 테마파크(디즈니랜드) 사업, 출판과 음악 등 문화ㆍ콘텐츠 산업 전반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대이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ㆍ콘텐츠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월트디즈니사는 지속적인 매출액 신장을 보이며 성장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ㆍ콘텐츠산업이 앞으로 육성해야 할 주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의 성공 신화는 많은 국내외 기업이 써보고 싶은 대상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제12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앤디 버드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을 만나 디즈니사의 지속성장 비결과 경영전략을 들었다. 버드 회장은 "디즈니의 성공전략, 특히 콘텐츠 시장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적합성'(relevance)"이라며 "최상급의 질을 유지하는 콘텐츠를 적절한 시기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콘텐츠 브랜드 가치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며 "수많은 콘텐츠 중에 무엇인가를 고르는 데 시간이 오히려 더 걸리고, 혹시라도 질이 떨어지는 내용을 볼 경우에 완전한 시간낭비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성'이 중요한데, 디즈니가 바로 그 신뢰성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월트 디즈니는 90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디즈니의 성공 전략이 궁금하다.

"나는 디즈니를 '미디어 그룹'이라기보다는 '콘텐츠 기업'으로 소개하고 싶다. 디즈니는 브랜드가 있는 강력한 콘텐츠 기업이다.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가 태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85년이 더 지난 지금도 우린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기술력이 향상됐지만 역시 우린 그때 그 디즈니일 뿐이다. 우리가 M&A를 한 기업들을 한번 보라. 픽사나 마블스 같은 경우도 정말 멋진 콘텐츠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디즈니의 가슴은 콘텐츠로 가득차 있고, 콘텐츠가 없으면 뛰지 않는다. 디즈니가 다른 콘텐츠 기업과 다른 점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트랜스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뒤부터 아무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럴수록 소비자들은 아무 콘텐츠나 보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믿고 신뢰하는 브랜드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는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적한 대로 콘텐츠 시장은 경쟁이 심하다. 사실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막강한 콘텐츠를 하나 만들어내면서 강한 브랜드로 거듭나는 기업들도 있다. 레드 오션인 콘텐츠 시장에서 디즈니가 살아남는 전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디즈니의 성공전략, 특별히 콘텐츠 시장에서의 성공전략은 그 무엇보다도 '적합성 혹은 연관성(Relevance)'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내는 콘텐츠를 적절한 시기에 보여준다. 단순히 시기만 중요시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삶과 연관된 콘텐츠임을 확실히 한 후에 상품을 공급한다. 두 번째 전략은 최상급의 콘텐츠다. 백설공주에서부터 최근 영화인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디즈니는 모든 콘텐츠를 최상급으로 제작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인재관리다. 혁신이나 발명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간혹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 잊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주 굉장한 전략이 있더라도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질이 떨어지면 별 볼일 없는 결과가 나오지만, 평범한 전략이라도 뛰어난 인재들이 일을 진행하면 최고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적합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디즈니 콘텐츠가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디즈니를 생각하면 무엇을 느끼고 떠올릴 수 있는가. 재미, 긍정의 힘 그리고 마술과 같은 것을 상상하게 되지 않는가. 당신은 왜 디즈니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웃고 있는가. 디즈니는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그게 핵심이다. 디즈니의 콘텐츠는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디즈니의 콘텐츠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할아버지가 손녀딸이랑 이야기해도 이야기가 되는 것이 디즈니의 콘텐츠다. 디즈니는 계속해서 글로벌 톱10 브랜드에 이름이 올라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서는 항상 1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글로벌 톱10 브랜드 중 디즈니 외에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브랜드는 없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는 당신을 웃게도 하고 당신을 울게도 하는 브랜드다. 디즈니란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수백 개의 커뮤니티가 전 세계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디즈니의 최대 강점이다."

-애니메이션과 방송은 물론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디즈니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린 언제나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모델을 갖고 있다. 지속적으로 질 높은 브랜드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콘텐츠 시장은 우리가 특별히 많은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알아서 커지고 있다. 커지는 시장은 디즈니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한국시장에서도 디즈니는 성장하고 있고, 인도,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모바일, 제품시장 등 다양한 산업군에도 진출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역시 관련성과 적실성에 주목한다. 시장의 수요에 적실한가, 사람들의 감성과 연관성이 있는가 등을 계속적으로 고민한다.

-앞서 잠시 인재에 대해 언급했는데 디즈니의 인재관리 비결을 알려달라. 콘텐츠 기업, 미디어 기업이란 원래 사람이 핵심 아닌가.

"물론이다. 모든 기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인재관리다.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사람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 내가 계속해서 '적합성(relevance)'을 강조하는데 인재관리 또한 이 원칙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직원들 모두에게 디즈니라는 기업과 관련성이 깊다는 것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개개인이 잘 맞는, 즉 그들에게 적합한 일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적합한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고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 디즈니 방식이다. 예전의 디즈니는 모든 결정권이 LA 본사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지 시장을 잘 알고 현지 소비자에게 적실성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하는 현지 직원들에게 결정권을 준다."

-인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월트디즈니만의 창의인재 육성 전략이 있나.

"육성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혁신을 하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실패'는 오히려 장려된다. 계속 최고 자리에 머물 수 있으려면 혁신적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디즈니는 직원들로 하여금 빨리 실패하도록 한다. 월트는 발명가였고 혁신가였으며 창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혁신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다른 부분을 결혼한 부부처럼 한 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의 정신은 아직도 디즈니에 남아 있다. 우리는 매일 특허를 낸다. 이런 모든 일들은 사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멈출 수 없다."

-'혁신과 기술(기술자)과의 결혼'이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디즈니가 엔지니어들을 '이매지너(imaginerㆍ상상하는 사람)'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되는 것인가.

"그렇다. 이매지너란 단어는 월트가 직접 만든 말이다. 그가 세계 최초 테마파크를 만들면서 떠올린 단어다. 사실 테마파크를 만들던 당시 월트는 일반적인 놀이공원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디즈니 이전에는 테마파크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테마파크는 보통 놀이공원과 달리 모든 것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저 놀이기구만 타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의 상상력으로 이전에는 보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이뤄졌다. 환상적이고 꿈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것들을 창조해내기 위해 엔지니어는 이매지너가 됐다."

-월트디즈니 역시 큰 미디어 기업이다. 미디어산업 얘기를 해보면, 앞서 말씀하신 대로 미디어는 이제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를 넘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트랜스 미디어'시대로 접어들었다. 미디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트랜스 미디어는 하이테크놀로지가 초래한 변화다. 발전된 기술로 인해 콘텐츠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에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이 매일 소비되고 있다. 그 소비량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팝 문화가 한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유럽과 동남아에서 유행을 하고 사랑받고 있으며 미국 드라마가 한국 청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술 발달과 함께 최근 등장한 소셜미디어도 잘 봐야 한다. '미디어'에 '소셜', 즉 사회적인 면이 덧붙었다.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공유하면 청중의 실시간 반응이 올라온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지인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 줄 뿐 아니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세상 모든 것이 다양한 연결통로로 공유되는 것이다. 이젠 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3D 텔레비전, 태블릿 등 공유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이를 잘 주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 하나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바로 '질' 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고 아무리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도 결국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한다. 오히려 수많은 커뮤니티들에게 비난받고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은 역시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트랜스 미디어 시대에도 '질적 향상'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

-디지털 기기부터 소통방식 등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 디즈니만의 대응 전략이 있나.

"디즈니는 플랫폼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기업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패드든 삼성의 갤럭시 탭이든 이런 모든 것을 우리는 받아들이고 제대로 활용하길 원할 뿐이다. 디즈니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이 아니다. 우리는 경쟁을 항상 기회로 본다.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우리가 잘하는 일이다. 역시나 우리의 핵심 전략대로 적절하게(relevant) 맞춰가는 것이다. 변화에 맞는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10년 전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이런 것들이 없었지만 지금은 우리도 잘 활용하고 있다. 또 앞으로 10년 뒤에는 무엇이 새롭게 나타날지 기대가 될 뿐, 두렵지 않다. 이런 모든 변화는 오히려 좋은 것이다. 나태해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는 고마운 요소들일 뿐이다."

-한국 기업들과 많은 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가.

"디즈니가 한국에 진출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거의 대부분 제품들로 한국 소비자들을 찾아갔던 것 같다. 디즈니 제품의 라이선스를 한국에 주고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직접 개입하고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국은 전 세계 콘텐츠 기업들이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됐다. IPTV, 모바일, 브로드밴드와 게임산업의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즈니도 더 이상 라이선스를 주기보다는 직접 비즈니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처음으로 한국지사에 한국 대표를 세웠고 SKT와의 합작을 통해 디즈니 채널을 론칭했다. 100% 한국어로 진행되는 디즈니 채널은 우리에겐 매우 큰 모험이다. 앞으로도 우린 게임산업과 더 많은 산업들에 진출할 예정이다."

[고승연 기자 / 황미리 연구원 / 사진 = 이승환 기자]


49. [매일경제][표] 월트 디즈니 주요 영화들


50. [매일경제][커버스토리]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경영철학

배운 것을 기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던 학습장애 소년은 세계인의 가슴에 꿈을 그려 넣었다. 전 세계 여러 기관들로부터 '영광의 얼굴'로 소개된 것이 총 950번, 아카데미상만 48번, 에미상 7번. 월트디즈니사의 창업자인 월터 일라이어스 디즈니 이야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예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히는 월트 디즈니는 상상력을 상품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꿈'을 팔았다.

'창조자(creator)'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의 철학과 정신은 창업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기업, '월트디즈니사'에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의 형과 함께 창업한 지 3년 뒤인 1928년,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 최초의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창조해내는 데 성공한다. 미키마우스는 '정신 나간 비행기'라는 무성영화로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기술 발전으로 유성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월트 디즈니는 수개월을 기다렸다 '증기선 윌리'로 1928년 11월 18일 뉴욕 콜로니 극장에서 데뷔한다. 좀 더 완벽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던 월트 디즈니는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영화를 제작한다. 움직이는 캐릭터들과 완벽한 음향으로 만들어진 첫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고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에 149만9000달러나 투자한,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디즈니 시설과 인력의 94%는 정부를 위한 홍보영상을 만드는 데 동원됐지만 월트 디즈니는 나머지 시설과 인원으로 코미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전쟁의 상흔이 사회를 파고들수록 사람들이 다 잊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이처럼 때로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때로는 남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시기를 기회라고 생각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월트 디즈니의 사업가적 기질은 지금의 월트디즈니 경영전략인 '적합성(relevance)' 개념이 됐고 지난 90년간 디즈니를 이끌어온 힘이 됐다.

1950년대가 되자 월트 디즈니는 기존의 놀이공원과 차별되는 '테마파크'를 구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디즈니랜드. 평범한 놀이공원과는 달라야 했기에 시설 하나, 사소한 배치 그 모든 것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이때 월트 디즈니가 만든 단어가 '이매지너(imaginer)'다. 이매지너는 디즈니 그룹에서 엔지니어를 일컫는 말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자들 스스로 상상력을 가지는 것이 필요했고, 그 철학이 바로 이매지너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다.

[황미리 연구원]


51. [매일경제][Insight] IT가 바꿀 `금융의 미래`에 대비하라

◆ 모니터그룹과 함께 하는 新 경영트렌드 ② IT 혁신과 금융산업의 미래 ◆

시나리오 사례 1, 애플 신용카드

전 세계 온라인 음악 시장을 장악한 애플컴퓨터는 이제 그 영역을 금융으로 확대해간다. 그 중심에는 아이패드가 있다. NFC 칩이 장착된 아이패드를 애플컴퓨터로부터 무료로 보급받은 각 스토어들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앱을 내려받으면 아이패드를 사용해 쉽게 결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밴(VAN) 사업자가 제공하는 결제 단계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결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수수료 인하로 이어져 결국 기존 신용카드사들은 급격히 시장을 잃게 된다. 애플컴퓨터의 로고가 박힌 신용카드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빠르게 퍼져나가고 비자나 마스터카드는 애플컴퓨터와의 제휴를 원하지만 애플은 독자적 시스템으로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

시나리오 사례 2, 아마존베이 은행

세계 1위 기업 아마존베이(Amazon+eBay)는 전 세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가상 쇼핑센터(Virtual Shopping Center)에서 첨단 디지털 쇼핑 도구를 이용하는 고객 개개인에게 은행, 신용카드, 보험, 증권 등 세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고객은 구매력 있는 세계 모든 성인의 수와 같을 뿐만 아니라 미래 잠재고객에 대한 완벽한 정보까지 보유하고 있다. 또한 평생 교육을 통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은퇴 후 생활에 대한 가장 신뢰 있는 해결자이자 조언자가 된다. 이미 경쟁력 있는 은행, 보험, 신용카드, 증권사들은 아마존베이의 온라인 지점으로 합병되었다.

시나리오 사례 3, 인도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합병을 단행하며 인도로 본사를 이전하고 회사 이름을 인도소프트(IndoSoft)로 변경한다. 이미 인도는 우수하고 경제적인 고급 IT 노동력을 보유하여 전 세계에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있었으나 소프트웨어 산업이 똑똑하고 효율적인 수많은 기술자에게 의존함으로써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인도소프트는 IT와 금융을 접목하는 기술력에 있어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플컴퓨터나 아마존베이의 금융 사업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백오피스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인도소프트가 보유한 금융 및 보안 관련 특허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또 다른 인수ㆍ합병 시도가 이뤄진다.

2000년을 전후로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른 속도로 보편화된 인터넷은 모든 분야 패러다임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그로부터 10여 년이란 짧은 기간 전 세계는 IT의 주도 아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혁을 겪고 있다.

미국 애플컴퓨터의 아이폰이 점화한 스마트폰 경쟁은 세계 IT 업계 판도를 변화시켰으며, 검색엔진으로 시작된 구글(Google)의 혁신적 기술력은 미래 생활상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소위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북아프리카, 중동지역의 민주화 바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으로 가능했으며 우리나라 K팝의 글로벌화는 유튜브(YouTube)가 아니었으면 실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IT의 혁신은 지속적인 산업 빅뱅을 일으킬 것이며 이 중에서도 은행, 보험, 신용카드, 증권 등 금융산업은 그 변혁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모니터 그룹(Monitor Group)의 자회사 모니터 GBN의 피터 슈워츠 회장은 몇 해 전 미국 저명 경제지 포천에 발표한 미래 10대 기업 중 1위 기업으로 아마존베이(AmazonBay)라는 가상 기업을 선정한 바 있다.

이 시나리오를 재해석하면 세계 최고 전자상거래(eCommerce) 및 온라인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기업인 아마존과 이베이(eBay)가 구글과 같은 검색 및 정보기술 회사와 결합한다면 전 세계 모든 유통을 장악하게 되며 여기에서 유통이라 함은 기존 은행, 보험, 카드 등도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현상과 사례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절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해준다.

1996년에 미국 체이스맨해튼(Chase Manhattan)과 케미컬(Chemical)은행의 합병으로 촉발된 선진 은행들 간의 인수ㆍ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는 자금조달과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금융사고(思考)의 틀을 벗어난 월가 엘리트들은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켜 리스크를 다른 금융사에 이전하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고 결국 이는 리스크를 다른 국가에 이전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악화시켰고 이는 현재 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 기간에 금융산업의 체질을 높이기도 했지만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한 저축은행의 부도 사태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유화된 은행의 비리가 그 주요 원인으로 금융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었다. 금융은 대표적인 정부 규제 산업인 반면에 그 경쟁력이 상실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파문을 일으킨다. 정부의 조정 능력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매번 엄청난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 이후에도 국내 증권사 수는 62개, 보험사는 52개에 이르러 애초 기대했던 세계적 금융그룹의 출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금융사끼리의 합병은 더 큰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사례들이 최근 금융위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산업은 심각한 변혁에 직면해 있으며 그 변화는 IT가 주도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IT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과 기존 은행, 신용카드, 보험, 증권사에 대한 인수ㆍ합병은 정부도 규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단기성이 아닌 적어도 10년을 대비하는 시나리오 개발과 그 대비 전략을 시급히 수립하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한만현 모니터그룹 서울오피스 대표]


52. [매일경제][커버스토리] 월트 디즈니의 `적합성` 경영이란

월트디즈니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미키마우스로부터 시작된 동물 캐릭터와 그들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다. 또 아름다운 동화나 판타지에 기반한 스토리다. 언뜻 보면 끊임없이 신나고 즐겁고 환상적인 스토리를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 같지만 디즈니 콘텐츠에는 시대 흐름과 시장 변화에 발맞추는 적합성(relevance)이 숨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초기 작품들은 동물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소설이나 동화를 아름답게 포장해 내놨다. 이는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랬고 대중소비문화 확산과 TV 보급, 영화의 대중화 속에 지속적으로 확산됐다.

김상용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서양 고전이나 신화에 기반해 백인 주인공 위주의 스토리와 캐릭터로 승부하던 월트디즈니의 콘텐츠가 1990년대 중반을 넘어오면서 변화를 겪게 된다"며 " '포카혼타스' '뮬란' 등에서 보듯이 인디언과 아시아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는 당시부터 콘텐츠 소비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아시아 시장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때부터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포착되는데 수동적으로 왕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금발 미녀가 서서히 퇴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이 부각된다"며 "이 역시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힘이 커진 시대적 흐름에 적절하게(relevant) 맞춰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귀여운 동물에 인격을 불어넣던 전략 역시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 갔다"며 "벌레(벅스라이프), 괴물(몬스터주식회사)을 넘어 아예 무생물(토이스토리)에도 인격을 넣어 캐릭터화했고 이는 수십 년간 쏟아지던 '귀여운 동물'에 식상할 수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월트디즈니는 기본적으로 '가족' 단위 소비자에게 타깃을 두고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참으로 어려운 줄타기'라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90년 가까운 전통 속에서 가족 구성원 전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들만의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트디즈니 성장사는 미국 중산층의 확산과 궤를 같이한다. 1950~1960년대 '가족'이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급됐고 '디즈니랜드'라는 '마법의 성'을 만들어 휴일을 실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언수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디즈니가 공급하는 콘텐츠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인데, 이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며 "단순히 어른들을 추억에 빠지게 하거나 잠시 일상을 잊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삶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애니메이션 'UP'은 아예 주인공으로 노인을 등장시킬뿐더러 삶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주는 내용이었다"며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즐기고, 어른들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디즈니 '가족 콘텐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사실 쉬운 것이 아니다"며 "제품으로 말하면 제품의 특징, 즉 피처(feature)가 복잡하다는 말인데 이렇게 명확하게 한 집단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 경우 사업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디즈니는 전 세대에게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적절하게 줄타기하며 기가 막히게 만들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즈니의 '적합성 경영' 개념은 비단 콘텐츠 공급 측면뿐 아니라 인사관리나 의사결정 구조에도 스며들어 있으며 결정적으로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디즈니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하던 1930~1940년대부터 '수직계열화'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왔다. 만화영화와 캐릭터 콘텐츠를 TV용으로 계속 확대 생산하고 유통시키며 이렇게 확산된 것들을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재 시장에 진출하는 식이다. 여기에 1950년대 첫 테마파크 개장 등을 기점으로 '실제 밖에서 가족과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확장시켰고, 이후 디즈니 캐릭터를 잔뜩 그린 '크루즈선'까지 등장했다. 단순히 사업 분야로 보면 만화영화와 유람선이 연결될 리 없지만 가족 중심 콘텐츠라는 개념을 놓고 볼 때 모든 것이 느슨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디즈니가 운영하는 아이스하키팀과 야구팀도 실제로 영화화되고 소재로 쓰이고 있으며, 픽사나 마블스 인수도 디즈니의 콘텐츠 사업과 영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엄청난 역할을 했는데 이 역시 스스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가장 적합한 인수 대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월트디즈니가 인터넷 사업 등 다양한 첨단 영역으로 마구잡이로 진출하면서 회사는 급격히 커졌지만 오히려 흔들리는 시기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확실히 '가족 중심 콘텐츠'라는 자신의 핵심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이와 연관성을 갖는(relevant) 분야로 끝없이 연결된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 황미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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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