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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1 2011.12.21 (김정일 사망 특집) by Andy Jeong

1. [매일경제]전문가 81% "北체제 붕괴 가능성 낮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매일경제가 2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북한정책포럼(매일경제ㆍ한국정책금융공사 공동 주최)' 소속 북한 전문가 21명 중 17명(81.0%)이 이같이 답했다.

'내부 투쟁이나 쿠데타로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낮다'고 답한 사람은 7명(33.3%), '매우 낮다'고 답한 사람은 10명(47.6%)이었다. '매우 높다'와 '높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에 대해 "사회주의국가는 당이 군대를 통제하기 때문에 쿠데타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김정은 체제'가 보기보다 견고하다고 본다"며 "(북한 체제 붕괴는) 남한의 희망이 반영된 의견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는 얼마나 견고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도 '견고하다'고 답한 사람이 12명으로 취약하다고 답한 사람(취약 7명ㆍ매우 취약 1명)보다 많았다. 이 질문에 '기타' 의견을 낸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아래로부터 혁명'은 어렵고, 만약 있다면 내부 투쟁일 것"이라며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군부 몇 사람들을 김정은이 성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북한 체제 견고성 여부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김정은 체제가 향후 경제 개혁ㆍ개방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왔다. '유럽 유학파 출신인 김정은이 향후 북한의 경제 개혁ㆍ개방을 강화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강화할 것'(12명)이라고 답한 사람이 '약화될 것'(2명)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많았다.

[장재혁 기자]


2. [매일경제]국정원장 "TV보고 알았다"…정치권, 대북 정보라인 질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52시간이 지나도록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방송을 통한 발표 전에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몰랐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일 사망 소식을 언제 알았느냐"는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정보수집 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향후 유사시에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해 우려가 크다.

원 원장과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정보력 부재와 관련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 사망을 52시간이 지나도록 청와대와 국정원은 물론 외교ㆍ안보ㆍ국방 라인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그런 국정원을 위해서 왜 그렇게 많은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이진명 기자 / 문수인 기자]


3. [매일경제][표] 주요시세 (12월 20일)


4. [매일경제]김정일 시신까지 공개했지만…풀리지 않은 7대 의문점

북한은 외부와 단절된 '불통'의 땅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누가 오가는지 추측만 무성할 뿐 외부와 소통이 안 되는 곳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사망 사실만 확실할 뿐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없는 의문 투성이다.

이런 탓에 정력적인 활동하던 지도자가 돌연사했다는 발표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다. 김 위원장의 사망 원인과 장소, 사망발표 시점, 유언 내용은 물론 심지어 언제 사망했는지도 미스터리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망한 사실은 사망 시점부터 51시간 30분이나 지나서 공개됐다. 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① 사망 발표까지 51시간 걸린 까닭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이 사망 사실을 보도한 시간은 19일 정오로 사망부터 발표까지 51시간 30분이 걸렸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34시간에 비하면 17시간 30분이 더 걸려 사망을 둘러싼 다른 사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북한이 병리해부 검사 결과까지 자세히 밝힌 점도 의혹을 키운다.

물론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가 불러올 지도부와 사회적인 혼란을 차단하려고 시간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지지기반이 약한 후계자 김정은을 위해 권력승계에 대한 논의와 내부 동요를 막을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란 설명도 있다. 데일리NK 등 대북매체들은 "사망 발표가 있기 전 북한 국경경비대에 국경을 봉쇄하라는 특별경비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도시 곳곳에 군대가 동원돼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북한 지도부가 군부 쿠데타나 폭동, 대규모 탈북 등 급변 사태를 막기 위해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김 위원장의 사망 시간 발표가 늦어진 것을 두고 심근경색의 특성상 법의학적으로 사망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기 어려워 시간이 더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② 17일 사망했다는데 믿을 수 있나

김 위원장의 사망을 둘러싼 또 다른 의문은 사망 시점이다. 북한의 발표는 17일 오전 8시 30분.

하지만 한 대북 소식통은 "일주일 전에 중국 공산당의 고위 인사 여러 명이 평양에 이례적으로 급파됐다는 정보가 알려졌다"면서 "17일 이전에 김정일이 사망하고 발표 시점에 대한 조율을 마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틀 전 김정일이 정정한 모습으로 대형마트를 순시하는 모습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해놓고 김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했다고 발표한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김정일이 주말인 토요일 오전 현지지도를 하다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정황도 석연치 않다. 최고권력자인 김정일이 토요일 이른 시간에 현장 시찰을 위해 이동했다는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탈북단체들은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 공개 활동으로 꼽히는 대형마트 지도 사진을 포함해 최근에 공개한 사진들이 예전 사진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일의 동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③ 최고 통치자가 열차 안에서 객사?

북한 매체들은 19일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강행군을 이어가다가 열차에서 순직했다"고 발표했다. 달리는 열차에서 과로로 숨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열차의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그의 건강관리는 북한 당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최고통치자의 만수무강에 모든 관심을 쏟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열차로 이동 중 사망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났거나 강경파가 일을 벌였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제기한다. 특히 북한 매체들은 사망 발표에서 "병리해부검사에서 질병의 진단이 완전히 확정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사망 원인을 놓고 북한 내부에서도 각종 설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추측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중국과 러시아를 다녀오고, 북한 내 기업, 공장 등을 활발히 방문하는 강행군을 했다. 강성대국 원년 준비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의 설명대로 과로가 겹쳐 심근경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④ 김정일이 남긴 유언은 무엇인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세 가지 유언(유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민을 잘먹고 잘살게 하라', '한반도를 비핵화하라', '남북통일을 달성하라'였다. 이후 북한은 이른바 '유훈 통치'에 들어갔고, 김 위원장은 아버지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 17년을 보냈다.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언한 것도 유훈 실천의 연장선이다.

김 위원장도 사망 직전 유언을 남겼을 것으로 보인다. 급병으로 갑자기 숨졌지만 평소 생각을 유언으로 남기고 갔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또 최근 들어 현지 지도에 나설 때 김정은을 비롯해 혈육과 측근 10여 명이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에서 사망 당시 김정은이 임종을 지켜봤고, 여기서 유언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과 최측근들이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유언이 나왔을 수 있다"면서 "그 내용은 강성대국 건설, 북핵 문제, 북ㆍ미 관계 등으로 넓게 보면 김일성의 유훈과 맥락이 닿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 승계와 관련해 혈육과 측근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유언 내용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⑤ 외국 조문단 거절한 속사정 있나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공보를 통해 영결식 때 외국조문단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조문을 거절했었다.

북한의 외국 조문단 거절은 김정일 사망에 따라 비상사태를 맞은 북한 내부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국의 조문 사절들이 오면 북한 내부 취약성이 노출되고 이는 체제 약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와 비노출로 북한 내부를 단속한 채 김정은 권력 승계의 안착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듯하다.

또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수의 조문단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일일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북한 지도부는 김 위원장의 장례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 조문단의 의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재외동포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조문단을 받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부 사정이 나빠진 점을 고려할 때 제한적인 조문단 허용도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외국 조문단의 조문 공간으로 해외 대표부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⑥ 美ㆍ中, 북한 발표전에 알았나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은 적어도 한국보다 앞서 김정일 사망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급사 이후 내부 권력이양과 향후 장례절차 등을 결정한 직후 중국에 이 사실을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라는 절대 권력이 붕괴되고 난 이후에 중국의 도움 없이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19일 발표 불과 몇 시간 전에 중국에 이 사실을 통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일 사망 이후 발표까지 52시간 가까이 시간을 끌며 내부진통을 겪었다는 점, 중국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기까지 8시간 이상 걸렸다는 점과 발표 주체도 중앙당이 아닌 외교부였다는 점이 그 근거다.

중국과의 대북 핫라인이 끊어진 미국은 자국 정보라인을 통해 김정일 건강 이상 징후를 첩보 형태로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도 직접적인 김정일 사망 사실은 아니더라도 이상징후에 대한 판단은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⑦ 김정은 출생연도, 81년? 82년?

김정은은 김 위원장과 그의 셋째부인인 고영희 사이의 소생이다. 출생연도를 놓고 다양한 설이 있다.

1월 8일은 확실한 것 같지만 연도를 놓고 1981년, 1982년, 1983년 설이 있다. 이 가운데 1982년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김정은의 나이가 제각각 다르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북한이 몇 년 전 출생 연도를 당초 1983년에서 1982년으로 고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우상화 작업 차원에서 김정은의 출생 연도를 1982년으로 변경했다. 정통성 제고 측면에서 1912년생인 김일성 주석, 1942년생인 김 위원장과 출생 연도 끝자리를 맞췄다는 것이다.

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이라고 선포한 해다.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에, 김 위원장이 7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1982년생이라면 그 역시 30세가 되는 해가 된다. 30세는 김 위원장이 1972년 30세 때 노동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돌입한 나이와 일치한다. 숫자상으로 김 위원장처럼 후계자로 본격 등극할 나이가 됐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북한 3대 최고권력자로 공표된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승계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는가는 단기적으로는 김경희 장성택의 수렴청정 체제의 안정성,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달려있다.

혈육 후견인의 수렴청정과 당과 군의 집단지도체제 와중에서 엘리트 내부의 균열이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폭동이나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상훈 기자 / 전범주 기자]


5. [매일경제]베일 벗는 김정은…매사 강한 승부욕 `김정일과 닮은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세상의 관심은 그의 셋째이자 막내아들인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지 이제 15개월밖에 안된 그가 북한 권력을 제대로 틀어쥘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권력 장악에 실패해 내부 암투라도 벌어진다면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국전쟁 이래 최악 수준으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김정일 사망 당일인 19일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최대 우방국인 중국은 조전을 통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혀 김정은 체제에 대한 힘 싣기에 앞장섰다.

김정은 통치 체제에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은 권력 승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김정일이 사망한 탓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후계자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지난해 9월 27일 열린 제3차 노동당 대표자대회와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서다. 이날 인민군 대장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된 것이 그가 대내외적으로 등장한 첫 공식 무대였다.

이는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치열한 내부 권력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단순히 시간만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강조한다. 김정은의 후계자 계승 작업은 알려진 것보다 더 일찍, 견고하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김정일이 막내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정한 것은 그의 27번째 생일이었던 2009년 1월 8일이었다는 것.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후 김정은의 정치적 지도체계 구축이 본격화됐으며 그해 6월 말까지 거의 모든 주민에게 김정은의 후계자 지정 사실이 통보됐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이미 2009년 하반기부터 모든 정책결정 과정에 본격 관여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중반부터는 외교부문을 제외하고는 김정일과 비슷한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에 대해서는 외부에 알려진 사실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스위스에서 보내는 동안 박은(Pak Un)이라는 가명을 사용함으로써 신분을 철저히 숨겼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정일이 김정은을 마음속 후계자로 결정한 시점은 그가 스위스에서 학업을 끝내고 북한으로 귀국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맏아들 김정남이 2001년 여성 두 명과 함께 일본으로 불법 입국하려다 걸려 추방된 후 김정일의 눈 밖에 난 것이 김정은이 부상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

둘째아들 김정철이 있지만 그는 호르몬 과다 분비증을 앓고 있는 데다 성격이 유약해 일찌감치 후계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목하게 된 데는 그가 어려서부터 김일성 주석과 닮은 면모를 많이 갖추고 있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988년부터 2001년까지 김정일의 요리사로 13년간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직접 쓴 수기를 통해 김정일은 막내 김정은을 통이 크고 군인 같은 인물로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군복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식사를 할 때도 부인 고영희가 없으면 김정은을 바로 옆자리에 앉힐 정도로 편애했다. 김정일은 그가 7세 때부터 초대소(김정일 별장) 안에서 벤츠를 운전하게 할 정도로 귀여워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강한 승부욕과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 등에서는 김정일을 많이 닮았다.

스위스에서 보낸 학창시절에 대해서도 간간이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다. 튀지 않고 조용한 성격으로 여학생들 앞에서는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농구를 할 때는 폭발적 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체육시간에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가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안 사람은 극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겐지 씨는 수기에서 "그는 농구와 승마, 제트스키 등을 즐기는 등 남성적인 면모가 강했으며 남에게 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호전적인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정혁훈 기자]


6. [매일경제]北 이례적 `김정일 시신` 신속공개

북한이 20일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을 전격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78시간여 만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북한은 93시간여 후에 김 주석의 시신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3시께 북한 조선중앙TV는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유리관 속에 안치된 김 위원장의 시신 모습을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평소 즐겨 입던 인민복 차림으로 시신은 붉은 천으로 가슴까지 덮여 있었다. 유리관은 붉은색 김정일화와 흰색 국화로 장식돼 있었고 주변에는 총을 든 인민군이 사열하고 있었다.

화면에 비친 김 위원장 얼굴에는 별다른 상처는 없었으며 오른쪽 뺨에는 검버섯이 두드러졌다. 시신을 받치고 있는 받침대 정면에는 김 위원장의 생몰연도를 뜻하는 '1942~2011'이란 명판과 훈장이 전시돼 있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일 동지의 모습은 생전 모습 그대로 한없이 인자하시고 자애로우시며 근엄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시신도 아버지 김 주석처럼 방부 처리돼 영구 보존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신 공개와 함께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조문 사실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새 영도자에 오른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영전에 조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검정 인민복 차림으로 숙연한 모습이었으며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당ㆍ군ㆍ정 수뇌부를 대동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 뒤로 최영림 내각 총리, 전병호 내각 정치부 국장, 김국태 당 중앙위 검열위원장 등이 포진해 향후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당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공개된 또 다른 사진에는 이영호 총참모장 외에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군부 핵심 세력도 모습을 드러내 김 부위원장이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켰다.

김 부위원장의 고모부로 김정은 체제 안정화 작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할 것으로 추측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은 김 주석 사망 때와 달리 김 위원장 영정도 신속하게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위원장 사진을 토대로 손으로 그린 영정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김 위원장 사망 소식 발표 직후 이 영정을 배포했다. 김 위원장 영정은 김 주석 영정과 동일하게 이를 드러내고 환히 웃는 모습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다음날인 1994년 7월 9일 노동신문 1면에 급조된 김 주석 영정을 실었으나 이후 "수령님이 환히 웃는 사진으로 영정을 특별 제작하라"는 김 위원장 지시로 그해 7월 19일 영결식에 맞춰 새 영정(태양상)을 완성했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김 주석 사망 때와 달리 김 위원장 사망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 영정 공개, 시신 공개 절차 등을 김 주석 사망 때와 달리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억측과 소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지웅 기자]


7. [매일경제]대북 정보라인 먹통 비싼 장비쓰면서 北정보력 인터넷 검색 수준

◆ 김정일 사망 이후 ◆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간 대북한 정보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나 이번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대통령조차 막판까지 몰랐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이 같은 정보당국의 능력에 대해 여ㆍ야가 한목소리로 비판을 가했다. 대북정보 수집 능력은 국가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19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보수집 능력이 인터넷 검색 수준"이라며 개탄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무력도발이 발생해도 모르고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은 "같은 한국말도 쓰고 절대적 역량을 그쪽에 집중하고 있는데 당연히 우리가 사망 사실을 파악해야지, 미국이 파악하지 못했다고 면피가 되는 건 아니다"고 질타했다.

대북 정보망에 심각한 허점이 발생한 이유로는 현 정부 들어 정보 수집과 관련한 인적 네트워크가 무너진 점을 꼽을 수 있다.

정보 수집 수단은 크게 휴민트(Humint)와 시진트(Sigint)로 구분할 수 있다.

휴민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고, 시진트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스파이'를 쓰느냐, 위성사진을 쓰느냐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과거 국민의정부 당시에는 대북 '햇볕정책'을 표방하면서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령부 등에서 북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했다.

수시로 연락이 닿는 북한 또는 중국 내 정보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천안함 폭침사건 그리고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남북 간 인적 정보망이 하나 둘 차단됐다.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역시 대북 정보망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신 첨단 장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정보 수집이 늘어났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정보 수집은 북한 군의 움직임이나 대규모 주민이동 등은 쉽게 알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막을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북한에서 특별열차가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향하는 사실은 즉시 파악했지만 열차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알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최첨단 장비를 갖추느라 예산은 많이 쓰면서도 구체적이고 내밀한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어왔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막대한 돈과 전자장비를 쓰고도 김정일 사망이라는 가장 중요한 군사정보를 캐치하지 못한 데 대해 국정원과 국방부의 대북 관련 부서가 책임져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중국과의 정보라인이 차단된 것도 큰 문제다. 북한과 중국은 스스로 '혈맹'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중국을 통해 입수하는 북한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높은 수준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 한ㆍ미 동맹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졌다.

한ㆍ미 동맹 수준을 강화하고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ㆍ미 관계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확고한 단계로 올라섰으나 미국과 반목하고 있는 중국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했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최소 두 차례 이상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 위원장이 사망한 당일인 지난 17일 북한 내에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튿날인 18일에는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와 관련해 "남북 간 공식, 비공식 채널이 가동되지 않아 긴장관계가 조성돼 있다. 중국과의 대화 채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명 기자]


8. [매일경제]박성철 신원 회장 "개성공단 남·북에 꼭 필요"

◆ 김정일 사망 이후 ◆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여러 가지 사건을 겪어왔지만 이번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사망이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충격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동요는 거의 없습니다. 후계 구도나 체제의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패션기업 신원의 박성철 회장(사진)은 20일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큰 영향 없이 공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은 2004년 6월 국내 패션 기업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 업체로 선정됐으며 2005년 1월 개성공장을 완공한 뒤 시험 가동을 거쳐 그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개성공장에서는 내수 부문 생산량의 약 30%(신원 전체 생산량의 약 10%)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신원 개성공단에는 국내 근로자 15명과 북한 근로자 약 1250명이 일하고 있다.

박 회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김정일 사망 당일에만 몇 시간 단축 조업을 한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박 회장은 김정일 사망 이후 수시로 현지 보고를 받고 있으며 21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직접 개성공단을 둘러볼 계획이다.

그는 "특별방송을 듣기 전에는 북한에서 아무도 김정일 사망을 예상하지 못해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였었다"며 "하지만 곧 주민이 놀랄 만큼 금방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망 당일 조문을 위해 평소보다 두 시간 이른 네 시께 조기 퇴근한 것을 제외하면 정상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박 회장은 앞으로도 개성공단 조업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북한 사회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균열이 생기는 곳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 이유로 "북한 측도 개성공단만큼은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치 이슈를 떠나 남북 모두에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곳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이를 개성공단의 잠재력과 연결시켰다. 현재 개성공단은 2000만평(65.7㎢) 중 5%만이 가동되는데 고용 노동력이 4만6000명에 달한다는 것. 가동 비율을 늘릴수록 북한 경제에 더 큰 활력과 파급 효과를 불어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늘 맘을 졸여왔지만 한 번도 조업이 중단된 적이 없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후계 구도나 체제 변화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은 "중국도 김정은의 후계 구도를 인정하고 있고 북한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이 같은 체제를 굳혀왔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도 남북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을 모색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연 기자]


9. [매일경제]"김정은 인정 분위기…증시충격 단기 그칠듯"

◆ 김정일 사망 이후 / 리서치센터장들이 본 증시 전망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는 '미풍' 수준이다. 코스피와 아시아 증시는 하루 만에 출렁임을 멈췄고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국가 주식시장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 권부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언제라도 '태풍급' 변수가 돌출해 국내 증시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 단기 이벤트…그러나 끝이 아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는 김정일 사망의 시장 내 유통기한을 '일주일 이내'라고 평가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등 주변국이 새로운 체제를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통상 주식시장 내에서 정치적인 이벤트는 단기 효과"라며 "시간이 지나면 기업 가치 등 증시의 기초체력이 되는 기본 요소들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은 철저한 폐쇄사회라는 점에서 오히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사회"라며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 중 어느 한 국가도 북한의 경착륙을 원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국제 공조 불화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내 후임 체제가 굳어지기까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임자로부터 충분히 권력을 승계받지 못한 상태에서 체제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정권 이양이 기존 '폐쇄정권'에서 '개방정책'이라는 체제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계자 김정은이 중국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는 뉴스는 중국이 북한에 지속적으로 개혁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개방정책이 증시에는 우호적일 수 있지만 체제 전환에서 일어날 잡음은 국내 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병문 센터장도 "당장 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5년, 10년 후에는 경제적인 문제, 즉 배고픔 때문에라도 1인 독재체제로는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때가 올 것"이라며 "이때는 국내 증시에 새로운 모멘텀이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북한 테마주' 주의…현대그룹주엔 악재 가능성

김정일 사망 이후 이런저런 '테마주'가 뜨는 현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주의 환기를 요청했다. 특히 생필품주와 방산주 같은 '북한 테마주'는 오히려 주의하라는 의견이 많다. 김지환 센터장은 "북한 테마주의 경우 실적으로 뒷받침될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현혹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오성진 센터장은 "김정일 사망으로 방산 관련 기업 등의 매출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쪽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시장 위험을 조장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김정일 사망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는 현대그룹주가 꼽혔다. 한 전문가는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과 북한의 친분관계가 지속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후계자인 김정은과는 서로 아무런 연줄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새봄 기자 / 서태욱 기자]


10. [매일경제]외국인 채권시장서 발뺄 가능성 있나

◆ 김정일 사망 이후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원화값의 방향이, 장기적으로는 김정일 사망으로 남북통일이 얼마나 빨라지느냐가 외국인 자금 동향의 핵심 열쇠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이 전해진 19일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시장에서 1만9490계약을 순매도하면서 한국 채권시장에 대해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20일에도 5080계약을 순매도하면서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채권시장의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19일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국고10년물을 564억원, 5년물을 535억원 순매수해 현물 시장에서는 매수세를 유지했다. 20일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일 대비 0.04%포인트 내리면서(채권값 상승) 전날의 하락폭을 회복하고 있다.

통상 국채선물시장은 차익거래 등을 노리는 단기적인 외국인 채권투자자가 많이 참여하고 현물시장에는 장기투자자가 참여한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외국인의 움직임을 결정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가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북한 리스크가 단기 환율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중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만약 원화값이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면 상승을 노리고 투자한 외국인들은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값은 12원 이상 뛰면서 19일 하락폭을 많이 회복했다.

이번 사태를 좀더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이 통일에 따른 리스크까지 감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만약 한국이 통일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두세 단계 떨어질 수 있다"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투자 비중을 낮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11. [매일경제]독일의 난민수용 사례, 각주에 분산…정착지원·직업교육

◆ 김정일 사망 이후 ◆

대량 난민 사태에 대비하려면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독일 현대사는 난민 수용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그해에만 동독 주민 34만명이 서독으로 넘어왔다.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종식 직후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독일인만 총 360만명이다. 1989년까지 300만명이 망명을 신청했고 1989년 1월부터 1990년 7월까지 60만명이 서독으로 넘어왔다.

옛 서독 정부는 동독 난민을 수용하면서 각 주정부에 난민자와 이민자들을 할당해 분산 배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입국 심사→분산 배치→경제적 보조→직업 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난민 캠프는 우엘첸, 기센, 마리엔펠데 등에 설치됐다. 입국 심사를 통과한 난민은 서독 주민과 같은 동등한 권리를 행사했다. 일단 이민자들은 1인당 200마르크(1995년 시세로 약 14만원)의 임시지원금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1인당 5만마르크(약 3500만원)까지 저리에 융자를 받아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서독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 보험, 실업급여, 사고보험, 복지기금, 아동수당도 동일하게 적용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서독 주민 세금으로 충당했다. 1991년 독일은 통일연대세를 도입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증액해 이 중 7.5%를 재원으로 삼았다. 연평균 재원은 110억유로, 지금껏 총 1850억유로를 거두어들였다.

막대한 지출에도 서독 정부가 정착 지원에 성공했던 것은 직업 교육에 있었다. 신기술에 대한 고등 교육 제공과 직업 재교육, 현장연수가 병행됐고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이런 각종 지원에 1990년대 말 이민자 1.9%만이 실업 상태일 정도로 안정됐다.

김영수 한스자이델재단 사무국장은 "독일이 성공적으로 난민자를 수용한 배경에는 동독과 서독 주민 간 문화적 격차가 낮았던 것이 컸다"면서 "현 남북한 문화적 차이를 볼 때 한국은 독일보다 더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덕 기자]


12. [매일경제]탈북사태 오나…北 체제 붕괴땐 난민 최대 400만명

◆ 김정일 사망 이후 ◆

"북한이 붕괴되면 한반도 유일한 정부로서 법적으로도 '북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보트피플 등 북한 난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해 다시 컨틴전시 플랜을 다듬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북한 체제가 흔들릴 경우 대량 탈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염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북한 난민 수용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은 '개념계획 5029'와 '충무 계획'이다. 한미연합사가 마련한 '개념계획 5029'는 북한 대규모 난민을 군부대에서 임시로 수용한 후 정부에 인계하는 시나리오뿐이다.

보다 자세한 것이 '충무계획'이다. 이 중 '충무3300'은 북한의 대규모 난민이 휴전선을 넘어올 경우 최대 20만명 규모의 수용시설을 각 시ㆍ도에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과거 정권에서 만들어진 비상대응계획으로, 현재로서는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 북한 난민 250만~400만명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군부가 통솔력을 상실해 극도로 혼란한 상태를 맞으면 탈북자가 250만~4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허남성 국방대 명예교수가 추산한 난민은 약 400만명이다. 이는 작년 북한 추산 인구 2418만명 중 16.5%가 난민 행렬에 가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범수용소의 20만명을 포함한 대규모 난민이 북한을 탈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등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현 탈북 인원 4만명도 행렬에 가담할 수 있는 인원이다. 정부의 정확한 추정치는 없다. 1993년 마지막으로 공개된 시나리오에는 탈북 난민을 최대 250만~400만명으로 전망했다. 당시 북한 인구 11~18%에 달하는 규모인 점을 고려할 때 현 인구에 적용한다면 최대 265만~435만명이라는 추정도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이 같은 추정은 북한 정권과 군부가 몰락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라는 단서가 붙는다.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발하더라도 북한 군부가 부분적으로 주민을 통제한다면 10만명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군 당국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그럴 경우에도 난민은 휴전선을 통해 20만명, 해상으로 1만5000명이 내려올 것으로 전망한다.

◆ 중국과 일본의 난민 시나리오

정부보다 중국이 북한 난민 문제에 더 구체적이다. 북ㆍ중 국경지역인 압록강은 길이가 무려 803㎞인 데다 경비도 상대적으로 휴전선보다 허술해 난민이 대거 중국행을 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북한 난민캠프 건설을 추진했다. 1997년 2월 김정일이 유훈통치를 끝내기 직전 내분 위험이 고조되자 지린성 옌지시에 최고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캠프 건설에 착수한 바 있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때도 단둥에 대규모 난민시설 건설을 검토했다. 당시 중국 한 언론은 단둥 변방수비대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최소 50만명의 난민이 랴오닝과 지린성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도 해상을 통해 대규모 난민이 규슈 북부 등지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하고 별도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1998년 방위청이 전쟁 등 한반도 비상사태가 발발하면 남북한 주민을 포함한 난민 27만명이 일본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쟁을 피해 한국에서 22만명, 북한에서 5만명이 해상을 통해 일본 연안으로 상륙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본 최남단 후쿠오카현이 임시 난민수용지역으로 활용된다는 전략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통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체제 불안이 계속될 경우 연간 탈북자 수가 수만 명에 달하는 '대량 탈북' 사태가 머지않았다는 경고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남캘리포니아대학 한국학연구소는 탈북자뿐만 아니라 북한 내 국내 난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구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미 대량 탈북을 막기 위해 군 병력 2000명을 훈춘과 투먼 등 국경지대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북한 난민 문제는 여전히 통일 대비 '신패러다임' 논의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탈북자 관리 인력과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인프라스트럭처를 '쪼개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대량 탈북 사태를 대비해 생필품과 거주 공간, 물자조달망과 비상연락망 등 각종 통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난민 유입으로 인한 동북아 대혼란을 줄이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비상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병득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13. [매일경제]김정은 독주 vs 장성택 수렴청정 `팽팽`

◆ 김정일 사망 이후 / 북한정책포럼 설문조사 ◆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김정은이 작년 9월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이후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자회에서 구축된 김정은 후계 체제와 지난 1년여 동안 김정은이 얼마나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졌느냐에 대한 판단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 구도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8명(38.1%)의 전문가는 '김정은 전면 부상 속 독재'라고 답했다. '장성택 등의 수렴청정(6명ㆍ28.6%), '당 집단지도(3명ㆍ14.3%)' '군부의 권력 장악(2명ㆍ9.5%)' 등이 뒤를 이었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권력 시스템은 분점할 수 있거나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김일성 사후 김정일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를 거친 뒤 문제없이 김정일 독재 체제가 구축된 바 있다"며 김정은 독재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직 후계 구도가 완벽히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김정은을 앞에 두고 실질적으로는 장성택이 지원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핵, 통일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변화에 대해선 '현상 유지' 의견이 많았다. 핵 문제에 있어선 북한이 기존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남북 통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정일 사후 당장은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가장 많았다.

'김정은은 핵을 어떻게 활용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엔 '핵무기 동결 조건으로 원조 요구'로 답한 사람이 16명(76.2%)으로 가장 많았다. 아버지 김정일 세대로부터 이어져 온 북한의 대미ㆍ대남 외교 전술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초기에는 핵무기를 동결하고 원조를 받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원조를 통해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는 데 이용하려 할 것이다.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확대하는 쪽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핵시설 늘리고 핵무기 증대'나 '핵무기 포기'에 답한 사람은 없었다. 기타(5명ㆍ23.8%)로 답한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북ㆍ미 관계, 남북 관계 여부에 따라 핵 포기와 핵 증가 가능성이 병존한다"고 설명했다.

통일 가능성에 대해선 김정일 체제 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김정일 사망으로 남북 통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11명(52.4%)이 '지금과 변함 없다'고 답해 현상 유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높아졌다'고 답한 사람도 10명(47.6%)으로 현상 유지와 비슷한 숫자로 나타났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ㆍ글로벌국토전략센터장은 "김정일 사망이라는 하나의 사건만으로 통일 시기에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홍익표 연구원은 "김정은 체제가 생각보다 안정적일 것"이라며 "정책 변화 없이 김정일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북한이 당분간 이 부분에선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통일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측의 조문 필요성에 대해선 정부든 민간이든 조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을 이뤘다. 해야 한다는 의견은 '민간ㆍ정부 모두 해야' 5명(23.9%), '민간만 허용' 4명(19.0%), '정부 차원만 허용' 4명(19.0%) 순이었다. 민간ㆍ정부 모두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은 2명(9.5%)이었다.

홍익표 연구원은 "조문 국면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적 관리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김정일 사망 국면을 경색된 남북 관계를 해소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이희호 여사나 현대아산 등 민간만 선택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설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문을 한다고 해서 남북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가. 지금 남북 관계는 그 정도로 될 게 아니다"며 "국민 정서도 더 단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북한정책포럼 회원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 △박훤일 경희대 법대 부교수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센터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운영위원장)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ㆍ글로벌국토전략센터장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미정 한세대 교수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봉식 한국정책금융공사 수석이사 △황진훈 한국정책금융공사 실장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가나다 순)

[장재혁 기자 / 김세웅 기자 / 손유리 기자]


14. [매일경제]탈북단체·北주민들이 전하는 북한 표정

◆ 김정일 사망 이후 ◆

"보따리장사라도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김정일 사망 후 북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산이나 들이라도 나가서 뭐라도 캐야 하는데 이조차도 쉽지 않아요. 괜히 '큰일' 당할 수도 있어 쉬쉬하고 있지만 '김정일이 죽으니 먹고살 길이 더 막막해 졌다'며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째인 20일 국내 탈북단체와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분위기다.

NK지식인연대, 탈북난민인권연합,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등 탈북단체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 사망 소식 발표 후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애도기간에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한층 강화돼 바깥에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못 나가는 상황이다.

NK지식인연대 관계자는 "빨리 애도기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일부 주민은 먹고살아야 하니 몰래 장사를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탈북단체들과 북한 주민들을 연결해주는 통화의 끈은 대부분 끊어졌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관계자는 "19일 오후 3시쯤 거의 모든 '라인'이 '잠적(끊어짐)'해 북한 주민들과의 통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애도기간에) 북한 군이나 보위부에 들켰다가는 수백 배로 처벌당하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연락을 자제한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 분위기는 17년 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추모 열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한 탈북자는 "함경도, 양강도 등에 사는 주민들은 '이 추운 날 김정일 추모한답시고 밖에서 떨어야 하는 평양 시민들은 웬 고생이냐'고 말한다"며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며 슬퍼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의 죽음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한 탈북자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주민들 사이에서 '곧 통일이 된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김정일이 1인 독재를 하면서 고난의 행군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화폐개혁으로 경제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중동에서 일었던 민주화 시위는 북한에서도 가능할까.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100도까지 끓어야 하는데 현재는 60도쯤 된다"며 "평양에 사는 주민들은 먹고살기가 힘든 건 맞지만 북한 당국이 선전을 잘 해놔서 김정일 때문이라기보다는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개인들의 불만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 시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빨리 진압하고 언론을 통제해서 일절 보도가 안 되고 있지만 최근 북한 곳곳에서 소규모 시위는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지지만 있어도 시위가 가능하고, 북한 지역 곳곳에는 주민들을 규합할 수 있는 인물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어 남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북한 주민들은 한국, 중국, 일본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앞으로 김정은 체제로 전환되면서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훨씬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임영신 기자]


15. [매일경제]영국, IMF 추가 자금조성도 반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함께 유럽 재정위기를 풀어갈 '방화벽'이 될 국제통화기금(IMF)이 당초 목표액인 2000억유로를 영국의 반대로 채우지 못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20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19일(현지시간) 밤까지 콘퍼런스콜을 열어 IMF에 양자대출 형식으로 1500억유로(약 1956억달러)를 추가 출연하는 방안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은 콘퍼런스콜 직후 낸 발표문에서 "영국이 내년 초에 G20 차원에서 분담액을 결정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혀 당초 목표치인 2000억유로는 채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융커 의장은 이어 "덴마크, 폴란드, 체코, 스웨덴 등 비유로존 4개국이 동참 가능성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가 구체적인 분담액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AP에 따르면 폴란드가 60억유로, 덴마크가 54억유로를 각각 추가 출연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국은 추가 출연국 대상에서 제외됐다.

EU 재무장관들은 또 영구적인 구제금융기금 유로안정화기구(ESM) 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SM은 투표 시 만장일치 대신 85%만 찬성하면 구제금융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므로 위험국가를 더 빠르게 도울 수 있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유럽투자은행(EIB) 등 2개 유럽 은행이 스페인 등 일부 재정위기국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들 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피치는 현재 신용등급이 트리플A인 EIB와 유럽개발은행협의회(CEB)를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놨다면서 이들 은행은 향후 3개월 안에 강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고는 피치가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슬로베니아, 벨기에, 키프로스 등 6개국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최근 경고한 후 나온 것이다.

피치는 "관찰 대상인 이들 국가는 모두 CEB와 EIB 주주로, 이들 은행에 대한 평가 결과 하향조정 결정이 나오면 1~2등급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특히 스페인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EIB 자본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20일 신재정협약(New Fiscal Compact)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 전체가 아니라 9개국만 비준해도 발효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재확인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9일 신재정협약 초안을 각국에 보냈으며, 이 같은 내용의 발효 조건을 명시했다.

이는 비유로존 국가는 물론 아일랜드 등 유로존 국가마저 국민투표 등을 거치면서 협약 가입에 반대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EU는 협약 최종 문안을 내년 1월 말까지 확정해 3월에 서명할 계획이다.

총 14개 조항으로 된 협약 초안은 9개국 정부만 비준해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규정돼 있으며,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자국 의회나 국민투표 등으로 가입 승인이 거부되는 경우 이 협약에 구속받지 않는다.

초안은 협약 비준국들이 헌법 등에 균형재정 준수를 반영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과도한 재정적자를 낸 나라는 '경제적 파트너십 계획을 EU 집행위와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행토록' 했다.

또 회원국 정부는 주요 경제 개혁을 유로존 차원에서 협의ㆍ조정해 시행하고, 재정 규정 위배국에 대한 제재 조치들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 9일 열렸던 EU 정상회의에서 영국 반대로 EU 기존 조약을 개정하지 못하고 정부 간 협약에 따르는 것으로 결론 냈던 신재정협약이 국제법적 구속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집행위와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이 조항들을 집행할 법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황시영 기자]


16. [매일경제]드라기 ECB 총재 "추가 국채매입은 EU조약 위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별명은 '슈퍼마리오'다. 유럽 재정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힘을 그에게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슈퍼마리오가 19일(한국시간 20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시장에 '우울한' 신호만 보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연설에서 유럽 재정불량국에 대한 추가 국채 매입 가능성에 대해 "유럽연합(EU) 조약 위반이며 ECB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그는 "EU 조약은 중기적인 물가 안정을 ECB 정책목표로 분명히 제시하고 있으며, 또한 ECB의 통화적 자금 조달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ECB 조약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통화적 자금 조달'이란 중앙은행이 정부 자금을 대신 조달해주는 것으로, ECB의 국채 매입을 이 같은 행위로 본 것이다.

그동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ECB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추가 국채 매입을 압박해왔다.

그는 또 내년, 특히 1분기에 유럽 은행들이 엄청난 차환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일 화폐 유로는 되돌릴 수 없다"며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도 "유로존이 앞으로, 특히 내년 1분기 채권시장에서 엄청난 차환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분기뿐 아니라 내년에 전반적으로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내년 1분기에 2300억유로 규모의 은행 채권과 3000억유로 상당의 국채, 2000억유로 이상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밖에 그는 "금융시장 긴장이 확대되면서 유로존 경제 활동을 더 위축시키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는 내년 내내 아주 더디게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수개월간 2% 이상 되겠지만, 이후로는 2%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신용 강등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의 AAA등급이 강등되면 (AAA등급을 가진) 다른 나라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EFSF 등급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시영 기자]


17. [매일경제]5년내 비밀번호 없어진다…IBM, 미래기술 5가지

IBM이 향후 5년 안에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기술혁신 5가지를 19일 소개했다.

올해 IBM이 선보인 향후 5년 내 인기를 끌 만한 기술혁신 중 일부는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장면과도 같아서 마치 딴 세상 일인 것처럼 여겨진다고 미국 IT블로그미디어 기가옴이 이날 전했다.

떠오르는 기술과 시장ㆍ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IBM의 '향후 5년 내 5가지(Five in Five)'에는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모으는 기술이 들어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나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 등 움직이거나 열을 생산하는 모든 물체에서 운동에너지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많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면서 사람들은 비밀번호를 잊어 고생하는 경우가 이따금 있는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게 된다. 비밀번호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면 인식이나 망막 스캐너, 음성 인식 등을 이용한 DNA 온라인 비밀번호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범죄자들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다가온다. 과학자들은 뇌의 전기 활동을 읽어 얼굴 표정과 흥분, 집중 상태, 사람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할 것이다.

스팸메일함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IBM은 소셜네트워크나 온라인 선호도 등과 같은 모든 면을 분석해 개개인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실시간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IBM은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더 이상 정보 격차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의 5가지 기술혁신 발표는 올해로 여섯 번째 발표됐다.

[김덕식 기자]


18. [매일경제]세계의 독재자 6명 올해 몰락

2011년은 세계 독재자들이 연이어 쓰러진 해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올해 사망하거나 시민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독재자들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등 총 6명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9일 소개했다.

올해 초 시작된 '아랍의 봄'으로 중동 독재자가 대거 몰락했다. 지난 10월 20일 카다피 원수가 사망하면서 세계의 이목은 북한에 쏠렸다. 그리고 두 달 후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서 올해 '독재자 몰락'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몰락한 첫 독재자는 반정부 시위로 축출되면서 '아랍의 봄' 진원지가 된 튀니지에서 나왔다.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해 과일 노점을 하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을 계기로 촉발된 '재스민 혁명'은 벤 알리 대통령을 23년 권좌에서 밀어냈다.

혁명의 바람은 아랍권 전체에 민주화 불을 지펴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을 휩쓸었다.

이집트인 수백만 명이 튀니지 혁명 성공에 영향을 받아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를 통해 1981년 이후 권력을 쥐고 있던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했다.

또 1978년부터 예멘을 통치해온 살레 대통령도 지난 11월 국내외 사퇴 압박에 굴복해 33년간 독점했던 권좌에서 물러났다.

특히 카다피 원수의 비참한 최후는 독재자 말로의 하이라이트였다. 1969년부터 권력을 쥔 카다피 원수는 올해로 아랍세계 최장수 통치자가 됐으나 민중 봉기 이후 국민은 그를 '쥐새끼'라고 불렀다. 그도 역시 아랍 민주화 열풍으로 축출됐고, 결국 반군에 의해 처참하게 사살돼 사막 한가운데 묻혔다.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2000년 권좌에 올랐으나 올해 대선에 패배했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그는 유혈사태를 일으켰으나 알라산 우아타라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대에 체포돼 헤이그로 압송됐다. 지난 17일 기차에서 사망한 김 위원장을 계기로 아랍의 봄이 북한에도 상륙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 봉기로 축출된 아랍 독재자들과는 다르지만 북한 내부가 불안정성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온 주민이 들고 일어설 가능성을 CNN 등 외신이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평양의 봄'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필립 크롤리 전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평양의 봄으로 가는 시민 봉기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뉴스위크는 이날 "이제 지구상에 남은 장기 집권 독재자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도"라고 소개했다.

[김덕식 기자]


19. [매일경제]日, 中국채 매입 100억달러 규모

일본 정부는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 매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ㆍ일 통화ㆍ금융 협약'을 오는 25일 중ㆍ일 정상회담 기간에 체결할 예정이라고 일본경제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중국 채권은 일본은행 외환기금 특별계정을 통해 매입하며 규모는 최대 100억달러(약 7800억엔)로 추산된다. 일본 측에서 보면 달러 자산에 편중된 외환보유를 다양화하고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확대하는 방안이 된다.

중국의 국채발행 규모는 2009년 1조40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중국은 해외 투자자도 자국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매입액에 상한을 두는 등 규제가 엄격하다. 지금까지 태국과 나이지리아 등의 중앙은행이 중국 국채를 매입했지만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이 처음이다.

[서찬동 기자]


20. [매일경제]메가톤급 北이슈에도 잠잠한 원화값 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란 악재에도 원ㆍ달러값이 예상외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162.2원에 마감하며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이 들리기 직전 수준(1164원)으로 돌아갔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우리나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외환시장도 요동칠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통상 북한발 리스크가 커지면 불안감에 편승한 역외세력의 투기적 달러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위험한' 원화를 버리고 '안전한' 달러화로 금융자본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외국인 달러자금 유출로 원화값 약세 압력이 컸던 터라 더욱 위험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봄이 그랬다. 2010년 3월 26일 서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고 같은 해 5월 25일 김정일은 전군 전투태세 돌입 명령을 내린 바 있었다. 여기에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과다 채무국인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재정적자 문제로 불안감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치며 달러당 원화값은 천안함 침몰 직전 1140원에서 북한 전투 태세 돌입 직후 장중 한때 1277원까지 12%가량 폭락했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왜 그랬을까. 김정일 사망 발표 당일 정부가 일부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연말 휴가 시즌이란 점을 꼽았다. 크리스마스 연휴 등을 앞두고 국내외 외환딜러들이 대거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다.

많은 딜러가 일시에 떠나다 보니 외환시장 유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물론 일시적으로 많은 금액을 베팅하면 시장이 쉽게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시장유동성이 작아 이익 실현이 쉽지 않다는 점이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일 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거품이 무너질 때 부동산을 사자는 사람이 없어 부동산 매도자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듯 시장유동성 위험이 크기 때문에 연말에 외환딜러들은 무리한 베팅을 하지 못한다. 혹시 돈을 번다면 좋겠지만 큰돈을 잃었을 경우 결산을 앞두고 만회할 시간이 없어 소속 기관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이 한 달 늦은 내년 1월 중순이었더라면 분위기는 아주 달랐을 것이라는 게 외환딜러들 시각이다.

지난 13년간 외환시장의 굴곡을 섭렵한 고참 외환딜러는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 표현했다. 김정일 사망 시점이 연초였다면 서울외환시장은 돈만 된다면 물불 안 가리는 역외 투기세력의 노름판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많은 돈을 벌어놓고 한 해를 시작하려는 의욕이 강렬한 역외 투기세력이 핵을 비롯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 없다"고 말했다.

역외 투기세력이 결집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게 되면 원화값은 폭락할 수밖에 없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은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외환보유액 소모가 극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단 서울외환시장의 대혼란은 피한 상황이지만 새해가 되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연말이라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북한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새해가 시작될 때 북한 정국 불안이 커져 있다면 원화값 약세 위험은 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 외환시장이 안정됐다고 좋아하기보다 새해에 닥칠 위험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우람 기자]


21. [매일경제]러시앤캐시·산와머니 등 영업정지 처분 사전통보

대출이자를 법정 최고 이자율보다 높게 받아 적발된 1, 2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등 대형 대부업체가 영업정지를 사전 통보받고 형사고발됐다. 서울 강남구청은 20일 법정 최고금리 법규를 위반한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미즈사랑, 원캐싱 등 4개 대부업체에 영업정지를 명령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내년 1월 6일까지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강남구청은 또 4개사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수서경찰서와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 업체는 만기가 지난 한도대출에 대해 현행 최고 이자율(연 39%)을 적용하지 않고 기존 계약 그대로 44% 또는 49% 금리를 적용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이들 업체의 위반 사실을 적발해 검사에 나섰고 지난 7일 검사 결과를 관할 감독기관인 강남구청에 통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받은 초과 이자는 6만1827건, 30억6000만원에 이른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를 넘겨 이자를 받을 경우 1회 적발에 6개월 영업정지, 2회 적발에 등록취소 처분을 받는다. 감독권이 있는 강남구청의 판단에 따라 기간의 50%를 가중 또는 감경할 수 있어 영업정지는 최단 3개월에서 최장 9개월에 이를 수 있다. 해당 업체들은 검사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만기가 지난 대출은 연체로 간주되기 때문에 계약 이자를 적용했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의 6월 말 잔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41.3%. 영업정지가 내려질 경우 대부업체에서 저축은행으로 소비자금융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계 자금을 끌어다 쓰는 산와머니는 금감원 조사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대출을 하고 있다. 반면 러시앤캐시와 계열사인 미즈사랑, 원캐싱은 지난달부터 국내 금융사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대출을 줄여오다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석민수 기자]


22. [매일경제][표] 외국환율고시표 (12월 20일)


23. [매일경제]무섭게 달리는 디젤차…2012년 빅뱅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디젤(경유)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닛산자동차가 내년 초 국내시장에서 디젤 모델을 첫 출시하는 것을 비롯해 도요타와 혼다도 디젤차 전략에 대해 비공개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2012년 연구개발(R&D)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디젤 성능 개선'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2012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 '디젤 열풍'이 대대적으로 불어닥칠 전망이다.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독일 디젤차에 맞서 한국과 일본차의 대대적인 추격전이 벌어질 모양새다.

20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산은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 FX 3.0에 디젤 모델을 적용해 내년 2월 7일 국내시장에 전격 출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일본차는 디젤 모델을 앞세운 독일차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독일차에 현저히 밀렸던 일본차가 디젤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닛산뿐 아니라 도요타와 혼다도 디젤 출시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한국토요타는 표면적으론 "디젤 출시 계획이 없고 여전히 하이브리드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디젤 전략에 대해 재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하이브리드 전략이 내년 초 어떤 성과를 내는지를 면밀히 살펴본 후 여의치 않을 경우 디젤 전략을 적극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벤츠가 C클래스 디젤을 앞세워 바람몰이를 했고, 올해는 BMW가 5시리즈 디젤로 국내 시장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차와 일본차 간 격차가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BMW와 벤츠는 국내시장에서 각각 2만2273대, 1만7565대를 팔았다. 이 가운데 디젤차는 BMW가 무려 1만1884대, 벤츠가 3117대를 판매했다. BMW와 벤츠, 아우디의 올해 디젤차 판매는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도요타와 닛산의 전체 판매량은 각각 4594대, 3415대 판매에 그쳤다. 도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를 합쳐도 판매대수가 1만대에 못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메이커들의 디젤차 성능이 가솔린 못지않게 향상되면서 소비자 호응이 크게 높아졌다"며 "특히 고유가 시대에 디젤이 가솔린에 비해 ℓ당 가격이 싼 데다 연비까지 강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도 디젤 모델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 독일차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연비나 소음 등 여러 면에서 아직 독일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정몽구 회장은 최근 한 회의석상에서 "현대ㆍ기아의 가솔린 기술은 독일ㆍ일본차 못지않게 향상됐다. 내년엔 디젤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RV를 중심으로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벤츠와 BMW를 통해 디젤 세단에 대한 수요가 확인된 만큼 내년엔 일반 세단으로 디젤 모델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차종이나 일정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국내 시장서 유럽 디젤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24. [매일경제]`춘추전국` 울트라북 최종승자는 누구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인텔의 새로운 노트북 플랫폼 표준인 울트라북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국내에도 울트라북 판촉 전쟁이 펼쳐졌다.

울트라북이란 인텔이 애플 '맥북에어'에 대항하기 위해 노트북 성능에 태블릿 PC의 휴대성을 결합해 만든 상품으로 빠른 반응성과 가벼운 무게를 동시에 만족시킨 프리미엄 노트북이다. 이미 에이서와 아수스 등 대만 업체들과 HP가 하반기 국내에 신제품을 출시했다. 지난달 LG전자가 '엑스노트 Z330'을 내놨고, 삼성전자도 이달 초 '시리즈5 울트라'를 출시하면서 울트라북 전쟁에 불이 붙었다.

인텔이 울트라북에 제시한 플랫폼은 △디스플레이 두께 18㎜ 이하(13인치 이하 기준) △인텔 2세대 코어i 시리즈 프로세서 탑재 △배터리 지속시간 5시간 유지 등 기준을 만족하는 노트북을 말한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이면 전체 노트북 시장 중 40%를 울트라북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울트라북 시장 경쟁구도는 삼성, LG, HP 삼파전으로 볼 수 있다. 셋 중 가장 먼저 나온 LG전자 엑스노트 Z330 시리즈는 휴대성과 속도가 강점이다. 13.3인치인 신제품은 자체 기술인 '슈퍼 스피드 테크(Super Speed Tech)'를 적용해 전원을 켜고 9.9초 만에 부팅이 끝나 동급 모델 중 최단 시간을 자랑한다. 노트북 전체 두께는 14.7㎜로 인텔이 제시한 플랫폼보다 얇은 두께를 구현했으며, 무게도 일반 넷북보다 가벼운 1.21㎏으로 휴대가 간편하다. 이 중 Z330-GE55K 기종은 2세대 Core i7 2637M 1.7㎓ 프로세서를 사용하며 SSD 256GB 용량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말 국내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시리즈5 울트라는 대용량 저장장치가 필요한 소비자라면 관심을 둘 만하다. 대부분 울트라북이 내세우고 있는 128GB SSD 모델 외에도 대용량 HDD와 최대 8GB 메모리를 내장한 모델도 함께 선보였기 때문이다. HDD 기종은 디스플레이 크기 13.3인치는 500GB HDD, 14인치는 1TB HDD를 내장했다.

한국HP의 첫 울트라북 폴리오13(Folio13)은 배터리 사용시간이 최대 9.5시간으로 다른 제품을 능가한다. 시리즈5 울트라나 엑스노트 Z330 등의 배터리 유지 시간이 6시간대임을 고려하면 50% 이상 사용시간을 늘린 것이다. 무게 1.49㎏, 두께 18㎜로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자랑하면서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어 장시간 노트북을 써야 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가격은 업체별ㆍ기종별로 천차만별이다. 엑스노트 Z330 시리즈 가격은 170만~260만원이며 폴리오13은 139만원이다. 시리즈5 울트라 출고가는 13.3인치 기준 129만~149만원, 14인치 기준 134만~154만원 선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울트라북에 비해 삼성전자나 HP 제품이 싸기는 하지만 시중에 출시된 울트라북 모두 가격이 최소 120만원이 넘어 기존 넷북으로 가격 기대치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초기에 프리미엄 노트북 이미지를 강조하다보니 제품 가격대를 너무 높게 설정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출고 이후 가격이 점차 하락해 울트라북 가격이 100만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내년 2분기 이후에야 본격적인 울트라북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림 기자]


25. [매일경제]KT `4G 제동`불똥 中企로 확산

KT의 2세대(G) 통신서비스 종료가 늦어지면서 불똥이 중소기업에까지 튀고 있다. KT에 4G LTE(롱텀에볼루션) 장비를 공급키로 한 업체들이 신규 매출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KT는 당초 지난 8일부터 2G 서비스를 중단하고 2G용 주파수를 활용해 4G LTE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7일 법원이 당분간 2G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KT가 8일 항고했지만 아직 법원의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11월 KT의 LTE 장비 공급사로 선정된 삼성전자, LG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등 3개사는 납품이 지연되면서 연간 매출 계획을 수정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KT는 당초 LTE 부문에 2014년까지 1조6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이들 3개 장비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 통신장비 업체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지앤텔 등 KT 협력사들은 4G 네트워크 장비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수익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3000여 개에 이르는 KT 대리점이 LTE 마케팅을 못하고 있어 소상공인 피해까지 예견된다.

이런 문제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LTE 스마트폰 제조사도 겪었다. KT는 입고된 LTE 단말을 활용하기 위해 LTE 스마트폰을 3G 서비스로 개통해주는 고육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KT 내부적으로도 2G 네트워크 유지 보수 비용으로 연간 1000억원, 하루 2억70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

[황지혜 기자]


26. [매일경제][마켓레이더] 北 리스크보다 美 경기에 더 관심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후 아시아의 주식, 외환시장도 큰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동북아시아 정세 불안이 전반적인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한 결과다.

일본 증시도 김정일 사망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내 증시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김정일 이후 동아시아 경제와 금융시장 움직임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들은 유럽 금융위기 여파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당장 증시가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질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치카와 신이치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수석전략가는 "금융시장의 소화불량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새로운 후계자가 정해져 있지만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에서는 새로운 체제가 어떻게 정착할지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투자정보부장은 "이미 유럽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정을 위해 아시아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움직임이 전개돼 왔다"고 진단했다. 인도 증시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중이었는데 김정일 사망까지 겹친 탓에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은 별 탈이 없겠지만 북한의 새로운 정권이 안착하지 못하면 대형 악재가 출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모지소우 이치로 야마토투신 투자전략부장은 "북한이 새로운 체제로 이행하겠지만 새로운 지도자가 카리스마를 과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위험은 낮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새 지도자가 권력 장악에 실패할 때다. 모지소우 부장은 "북한 체제 불안정은 동아시아지역의 불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악재"라고 진단했다.

구보 겐이치 도쿄해상애셋투신 시니저 펀드매니저는 김정일 사망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보다는 유럽 금융위기 해결 과정과 미국 경기회복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향후 장세를 점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채무 문제의 장기화 우려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현재는 가장 큰 악재"라며 "하지만 올해에는 유럽과 중국쪽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당장 추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구보 매니저는 "이제부터는 미국 경기 회복에 관심이 모일 것"이라며 "내년 2월 이탈리아 국채의 대량 만기가 어떻게 해결될지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27. [매일경제]S·X+세대 "김정일보다 내 취업이 더 걱정"

"TV는 김정일 사망 소식에 난리고 나는 취업 안 돼 죽겠고…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gug***)

"김정일 사망은 1주만 있으면 그나마 좀 조용해질 겁니다. 디도스는 계속 터질거고요."(서울대 학내 게시판 '스누라이프'의 한 네티즌)

환호도 슬픔도 없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사망 이틀 만인 19일 국내에 알려졌지만 20대인 S세대와 30대ㆍ40대 초반인 X+세대들은 시큰둥했다.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당시 전국적으로 80여 건에 달했던 대자보나 유인물은 2학기 막바지인 20일 현재 찾아볼 수 없었다.

연세대 인터넷 게시판에서 김정일 사망 소식과 관련된 게시물은 전무했고 스터디 모집과 관련된 게시물만 즐비했다. 고려대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전쟁 나는 거 아니야?" "(군대) 소집되면 우리 어느 부대로 가야 하나" 정도의 가벼운 걱정 정도가 고작이었고, 겨울 계절학기 수업은 어떤 과목이 좋을지, 어떤 교수님이 잘 가르치는지를 문의하는 글만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윤정현 씨(연세대 4학년)는 "이번 총학생회선거에서 학생들의 복지문제에 대해 공약을 내세운 반운동권 후보가 당선됐다"며 "더 이상 정치적인 이슈로 학생들을 동원하거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들에게서도 감지됐다. 대학원생 한홍걸 씨(28ㆍ연세대)는 "어제(19일) 소식을 접해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오늘(20일) 프로젝트 준비로 바빠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언론사와 군인, 공무원들은 비상이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사고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이규연 씨(27ㆍ여ㆍ고려대)는 "김정일이 죽은 사실 자체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며 "주식에 소액투자했던 오빠는 주식 떨어졌다며 울상이었고 남자 동료들은 군대 다시 가야 하느냐며 걱정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의) 통일 가능성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당장 돈을 벌고 학위를 받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등 우리 미래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성 사망 두 달 후인 1994년 9월 가을학기 첫 신문을 통해 김일성 사망 후속 특집기사를 게재했던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조차도 김정일 사망과 관련된 별도 특집기사를 내보낼 계획이 없다고 했다.

내년 1월 2일자 신년호가 예정돼 있는 연세대 학보인 '연세춘추'도 마찬가지다.

고대신문사의 한 학생기자는 "신년기획을 준비하느라 바쁘고 방학까지 겹쳐 학교에 사람이 없다"며 "김정일 사망이 실질적으로 내게 주는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은 분단 체제 속 '민족문제'가 아니라 지난 10월 나온 리비아 최고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 소식처럼 '국제문제'의 일종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취업난에 직면한 S세대뿐 아니라 사회생활 초년병인 X+세대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회사원 전상배 씨(41)는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도에 군대에 있었는데 지금과는 달리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며 "지금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 예전과 같은 긴장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소래섭 울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38)는 훈련소 입소를 앞두고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었던 1994년 7월 말을 회고했다. 당시 대학교 2학년 봄학기를 마친 소 교수의 대학 동창들은 대자보와 유인물 작성에 한창이었고 이른바 PD(민중민주), NL(민중해방) 논쟁도 활발했다. 학생운동권과 경찰 간에 벌어진 전남대 분향소 설치 논란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계속됐다. 소 교수는 "지금 학생들은 김정일 죽은 것보다 내일(21일)까지 시험보는 게 더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페이스북에도 김정일 사망 전에 간신히 제대한 예비역 병장이 등장한 방송 화면을 보고 낄낄거리는 풍경이 대세"라고 전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와 있어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며 "지금은 북한이 이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의 죽음보다 취업 걱정 같은 자신이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석우 기자]


28. [매일경제][매경 데스크] 통일열차가 온다면…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12월 19일. 이날은 공교롭게 '아랍의 봄' 시발점이 된 튀니지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가 분신한 지 딱 1년 되는 날이다. 허가 없이 노점상을 하던 부아지가 몸을 불사른 이날부터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중동의 독재정권을 향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집트 리비아 예멘에서 독재자를 축출했고 이제 시리아를 압박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으로 한반도는 당분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이 북한이 발표한 대로 3대 권력세습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 집단지도체제로 갈지, 아니면 권력투쟁에 휘말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김정은의 승계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이 20년간 후계수업을 받으며 정적을 제거하면서 권력기반을 튼튼히 한 것에 비하면 김정은 체제는 너무나 취약하다. 북한 내 격변이 일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에 큰 격랑을 몰고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 내 체제 격변 가능성을 예측하는 의견이 많다. 김정일이 사망한 후 공식 발표 때까지 51시간30분이 걸린 것은 관리능력 부재의 사례로 지목된다. 또 김정일이 제3 장소에서 죽었을 가능성, 누군가가 권력을 이미 잡았고, 북한 내 소요를 막기 위해 심장마비로 위장해 발표했을 것이라는 주장들도 그럴싸하게 전해진다. 물론 대북 정보들이 늘 그러했듯이 어느 것 하나 확인된 것 없다.

북한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인정 성명을 낸 데 이어 미국도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transition)'을 원한다고 밝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북한 내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급작스럽게 붕괴의 길로 접어든다면 준비가 안 된 우리에겐 큰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들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동서독 통일의 기폭점이 된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던 1989년 11월 9일 당시 동서독 위정자들과 전문가들은 통일이 되려면 10년에서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통일은 성큼 이뤄졌다. 동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지역으로 밀려들면서 동독체제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동독 주요 도시에서 민주화와 조기통일 시위가 번져나갔다. 결국 동독 모르도프 총리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받아들였다. 1990년 2월 6일 헬무트 콜 서독 총리와 화폐통합을 합의했고, 7월에 발효시켰다. 그리고 다시 10월 정치통합을 이뤄냈다.

동서독이 시장의 예측보다 10년, 20년 앞당겨 정치적 통일까지 이루게 된 것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당시 통일을 최일선에서 밀어붙였던 콜 총리는 "지금 통일 열차를 타지 않으면 언제 다시 그 열차가 올지 모른다"며 동서독인들을 설득했다.

동서독 통일과정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당장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이 무너지고, 휴전선과 서해와 동해 연안에 북한을 탈출하는 보트 피플이 늘어난다면 이는 북한체제 붕괴로 가는 것이다. 이미 북한에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주민이 80만명을 넘어선다. 라디오로 남한방송을 몰래 듣는 이들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특히 남북대화, 이산가족 교류 등을 통해 남한의 풍요로움과 자유를 부러워하고 있다. 배고픔이 극에 달하면 장벽을 넘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이를 막아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준비해둬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통일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수용해야 한다. 남북경색에도 잘 굴러가고 있는 개성공단은 남북이 윈윈하는 좋은 모델이다. 북한의 저렴하면서 우수한 노동인력은 사양화되어 가고 있는 남한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남한 4900만명과 북한 2400만명을 합해 7300만명이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특히 남북한이 협력해 중국으로, 러시아로 직접 나가 유럽과 연결되는 루트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불필요한 안보비용을 줄이고 평화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는 큰 이익이다.

[서양원 경제부장 syweon@mk.co.kr]


29. [매일경제][인사이드 칼럼] 시련 예상되는 내년 한국경제

올해 직장인들이 뽑은 사자성어인 '수중에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의 수무푼전(手無分錢)은 올해 경제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45%가 넘는 응답자가 사회경제적 하층이라고 답한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특히 전년보다 소득은 감소하고 부채는 늘어났다고 응답하는 가구주가 늘어난 사실이 우리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이런 뉴스들은 속절없이 세밑을 맞는 우리의 마음을 더 우울하게 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세계경제 회복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우리 경제 여건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유감스럽게도 내년 경제도 그다지 밝을 것 같지는 않다. 한 해를 돌이켜보면 선진국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였으나 미국 연준의 2차 양적완화 조치가 완료된 6월 이후 다시 악화됐고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시작으로 잠복했던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세계경제는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17개 회원국이 국가연합체를 구성하고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비록 유로존 재정위기가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위기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정건전성이 회복돼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재정개혁이 필요하나 17개 회원국 그리고 각 회원국 국민의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더욱이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위축시키는 재정개혁의 역기능으로 재정은 오히려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럽경제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유로존은 올 4분기, 내년 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경제가 유럽보다 낫다고는 하나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실업률이 9% 이하로 감소한 데는 고용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실망실업자가 증가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결과다. 마찬가지로 늘어난 소비활동이 내구성 소비재에 국한된 것은 할인판매 영향이 크다.

이 같은 해외경제 흐름은 해외자본 유출입 패턴에 그대로 반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외국인들은 국내에 신규 투자하기보다는 기존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고 있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200억달러 이상 투자의 순감소가 일어났다. 한편 예전과 달리 외국인들은 우리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간주해 계속 사들이고 있으며 신용도가 높은 우량기업들도 순조롭게 해외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 전체로 볼 때 외국인 자본의 순회수가 일어나는 현상은 국내에서 부문 간 자금조달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선진국발 경기악화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때 부문 간 격차는 전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격차가 일어날 뿐 아니라 제조업 안에서도 경영합리화에 실패한 기업들은 국제경쟁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산업별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통상 20만명 증가에서 40만명이 넘어 60% 내외의 높은 고용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용사정이 내년에도 좋을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다. 최근 고용 증가는 인플레이션갭과 실질임금의 감소라는 거시경제 환경에서 조성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 가운데 2년간 실질임금은 줄어들었다.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내년에 인플레이션으로 줄어든 실질임금을 보전하려 한다면 높은 물가만 남고 고용사정은 악화될 게 뻔하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선거의 해인 내년, 정부로서는 기회보다는 도전과 시련의 해가 될 것이다. 지난주 발표한 안정을 강조한 2012 경제정책방향은 한국경제가 나갈 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정치, 사회, 경제 곳곳에 암초가 있으며 자칫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사회구성원 간 의사소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한 해가 되어야 한다

[김경수 객원논설위원ㆍ성균관대 교수]


30. [매일경제][테마진단] 민족화합 위한 대북정책 절실한 때

김정일 사망 이후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후계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친인척 집단과 당, 그리고 군부는 권력 안정화와 내부 단속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권력 집단에 반기를 들 제3 세력이나 시민세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김정은 후계체제는 권력구조를 다진 다음부터 어려운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 김정은은 정보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는 21세기에 시대착오적인 3대 권력세습을 정당화해야 한다. 더욱이 김정은은 경제난과 국제 제재, 주민불만 등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실패국가를 물려받았다.

조문기간이 끝나면 북한의 신지도부는 핵을 담보로 선군체제를 유지하면서 만성적인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을 감수하느냐 아니면 핵포기와 선군체제의 완화를 통해 경제난 극복과 국제사회 참여를 시도하느냐는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북한의 신지도부가 김정일체제의 혜택을 받고 성장한 세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선 변경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신지도부가 새로운 정책 선택을 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대부분의 상속자들은 물려받은 유산을 고수하기보다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김정은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

또한 김정일 사망 전 정해진 6자회담 재개, 북ㆍ미 관계 개선, 경제특구 건설 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개방노선의 채택을 기대하게 한다.

북한의 신지도부는 비핵화와 개방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경제난 해소와 주민들의 지지 확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신지도부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새로운 부를 창출함으로써 오히려 지도층이 활용할 수 있는 재원과 권한을 증가시킨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신지도부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 것을 촉구하는 대북정책을 취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안정화와 점진적 변화를 희망한다는 점을 표명해야 한다.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되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북한 신지도부와 신뢰를 조성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열어 가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식적인 조문사절을 보낼 필요는 없지만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은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대북정책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의 폭을 확대하는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상황 변화를 주시하되 인도적 지원 및 교류, 협력의 확대, 남북대화의 채널 확보 등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한반도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북한 신지도부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견인책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 사회의 대내적 안정화가 필요하다. 김일성 사망 시 조문파동과 같이 진보ㆍ보수 간 불필요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북한 정세를 관망하면서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자세는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코리아 리스크를 줄이고 우리 경제의 해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김정일 사망의 충격 여파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과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과 한반도의 장래가 역사적 변곡점에 놓였다. 이것이 북한의 변화와 통일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지 아닐지는 상당 부분 우리에게 달려있다. 냉철하게 북한의 상황 변화를 주시하되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중장기적 포석을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


31. [매일경제][디지털3.0] USB포트 있는 아이패드 나오길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2011년은 스티브 잡스가 작고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3주 만에, 예정보다 한 달 일찍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전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에 동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밖에 하이테크 분야에서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닷컴의 공동 설립자인 폴 앨런과 제프 베조스의 전기도 출간됐다.

올해 휴대용 전자기기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획기적인 신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폰 4S, 아이패드 2, 갤럭시 S2, 갤럭시탭 10.1 및 갤럭시 노트 등 모두 기존 제품에 새 디자인을 적용하고 성능을 개선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이 각각 내놓은 킨들 파이어와 누크, 이 두 e리더기는 예외다. 두 제품 모두 미국에서 갤럭시탭의 진정한 적수로 드러날지 모른다.

한편 기술은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에서 사상 처음으로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휴대폰과 소셜네트워크가 이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안타깝지만 북한에서 이것을 보려면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아이폰 4S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미국산 쇠고기 반대와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촛불시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세계 전역 언론이 이 운동을 '한국의 가을' 혹은 '수원을 점령하라'라고 이름 붙였을지 모를 일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도 대규모 반발시위를 방지하기 위해 애플의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를 전격 개방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한국 게이머들은 이를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이들이 이전에 게임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홍콩, 또는 일본의 앱스토어에 의존해야 했다. 한국에 게임 구매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 식으로 과도한 간섭을 한다고 보는 대중의 불만이 일부 잠잠해졌다.

3D와 관련해서는 작년에 후지필름에서 출시된 '파인픽스 리얼 3D W3' 이후, 특별할 것 없는 3D 휴대폰 '옵티머스 3D'를 출시한 LG 외에 다른 회사들은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소니도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3D 캠코더 MHS-FS3를 출시했다. 두 제품이 모두 별로인 이유는 두 렌즈 사이 간격이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들은 근접 촬영 시 3D가 잘 구현되지만 풍경 촬영 시에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다. 올해 관객은 3D 영화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었으나 본격적인 3D의 '쓰나미'는 2012년에 몰아닥친다.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두 배 가까운 3D 영화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중 한국에서 막 개봉한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과 내년에 개봉될 예정인 '휴고'가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2012년에는 어떤 제품들을 볼 수 있을까? 삼성 팬이라면 갤럭시 3와 다른 버전의 갤럭시탭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 외 나머지 사람은 그토록 고대해온 아이폰 5와 아이패드 3를 볼 수 있을 것이다. 3D TV도 성능이 개선될 것이고, 진정한 3D 카메라 또한 출시됐으면 한다.

필자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먼저 캐논과 니콘이 전문가용 최첨단 3D 카메라를 출시하는 것이다. 캐논은 1D와 5D 제품을 출시한 바 있지만 그 사이 3D 제품을 아직 내놓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3D 카메라 출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 플래시가 구동되고 USB 포트가 있는 아이패드가 나오길 바란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가?

[장 폴로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교수]


32. [매일경제][사설] 큰 동요 없는 금융시장과 국민의식

그저께 갑작스러운 김정일 사망 소식에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던 금융시장이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았다. 전날 3.4%(63포인트) 급락했던 코스피는 어제 0.9%(16포인트) 반등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어제 13원 올랐다. 그저께 하락폭(16원)을 거의 만회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어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는 3000억원대에 그쳤다. 그것도 북한 리스크보다는 유럽 재정위기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 국채의 부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19일 뉴욕시장에서 0.09%포인트 오른 1.68%포인트에 그쳤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CDS 프리미엄이 4~5%포인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북한 사태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클 수도 있다고 보고 24시간 비상대책반을 가동했지만 당초 염려한 만큼 큰 동요는 없었다.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이 성숙했다는 뜻이다. 웬만한 북한 리스크에도 패닉(공황)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일반 국민도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다. 라면 생수 통조림 판매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사재기 자제를 당부했던 정부 당국이 머쓱해질 정도였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일제히 북한 후계체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신뢰를 보낸 것이다. 골드만삭스, 노무라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북한 사태의 파장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본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다.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 리스크 때문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차별대우를 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치밀한 위기대응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중요하다.


33. [매일경제][사설] 서울 학생 인권조례, 교권침해 없도록 관리를

서울시 의회가 ’서울 학생인권조례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는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에 이어 서울이 세 번째다.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시행될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체벌과 복장ㆍ두발 규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소지품 검사를 금지하고 휴대폰 등 각종 전자기기 소지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 밖뿐 아니라 교실이나 운동장 등 학내에서도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ㆍ민변ㆍ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진보ㆍ좌파성향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학생 신분이라고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물리력을 행사해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인격을 모독하는 것일 뿐더러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서 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교실에 개성과 창의가 넘치게 하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학습권 침해와 교권 훼손이 일상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학생인권조례가 불러올 부작용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교사에게 대들고 심지어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이런 교권 붕괴를 가속화함으로써 가뜩이나 난장판으로 변한 학교를 더욱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빚어서는 결코 안 된다.

학업에는 인내와 절제가 수반되게 마련이다. 개성과 자유를 강조한 나머지 학습권 침해와 교권 훼손을 방치하면 선의의 학생들이 애꿎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울 뿐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도 교육이 반드시 감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시 의회는 학생인권조례가 초래할 교육현장의 변화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결코 득(得)보다 실(失)이 크게 나타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34. [매일경제][2011 베스트 북] 올해를 달궜던 화두 `잡스와 자본주의`

올해 경제ㆍ경영 분야의 두 가지 화두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와 '자본주의'다. 자신의 죽음을 예상이라도 하듯 잡스는 생의 끝자락에 자서전 집필 작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10월 5일 그가 눈을 감자마자 그의 생애를 기록한 '스티브 잡스'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책이 출간되기까지 엄청난 소문을 몰고다녔다. 출간된 후에는 자서전 내용이 연일 보도됐다.

서점가를 달군 또 하나의 열풍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고민'을 꼽을 수 있다. 반(反) 월가 시위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2011년 하반기를 반영하듯 자본주의 공과를 분석한 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렇듯 자본주의에 얽힌 거시적인 미래 담론을 분석한 책들이 추천위원들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그 가운데 오랜 세월 동안 인기를 누려왔던 재테크 서적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 스티브 잡스

기존의 웹사이트 기반이 아닌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로 새로운 IT 시장을 개척한 스티브 잡스.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이지만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등 롤러코스터와 같은 굴곡진 삶을 살았다.

책은 그의 인생과 별난 성격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게 쓰여졌다. 잡스와의 4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 100명이 넘는 주변 인물을 인터뷰한 저자는 잡스의 장점뿐 아니라 결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써넣었다.

잡스의 자서전은 국내 출간 직후 일일 판매량 2만부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13쇄, 판매부수 42만부라는 엄청난 기록을 출판계에 새겨놓았다. 월터 아이작슨 지음. 민음사 펴냄.

◆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

이 책의 저자 스티브 포브스는 자본주의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책속에서 "자본주의의 비판을 뛰어넘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월가 시위에서 보이듯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은 없다는 것.

저자는 경제가 실제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사례를 통해 보여주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규명한다. 자본주의에 관한 크고 작은 의문에 대해 대답하면서 저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은 설득력을 더한다. 스티브 포브스 외 지음. 아라크네 펴냄.

◆ GDP는 틀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유럽의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펴낸 올해의 책. 저자들은 '경제실적과 사회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소개하며 국민의 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자고 제안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본의 논리로 설명되는 국내총생산(GDP)의 크기가 아니다. GDP는 측정 과정이 불완전하고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해낼 수 없기 때문이란 것.

경제 전문가인 저자들이지만 이들은 책 속에서 숫자 이외의 방법으로 인간의 신념과 상상력을 통해 행복을 계량하는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동녘 펴냄.

◆ 10년 후 미래

뉴욕타임스에서 최연소 논설위원을 지낸 뒤 영국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 대니얼 앨트먼 교수가 전망한 미래 산업 보고서. 저자는 향후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국가가 경제적 위험에 처할 것인지 냉정하게 내다본다. 또한 성공적인 투자 분야는 무엇이며 다음 경제위기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저자는 책 속에서 중국의 몰락, 미국의 부활을 설명하면서 자본주의의 숨겨진 가능성과 함께 국제 교역 체계의 변화를 설명한다. 단순히 미래상을 설명하는 장광설보다는 정확한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대니얼 앨트먼 지음. 청림 펴냄.

◆ 디퍼런트

신제품인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획기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기가 없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모든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한 가지 꼽으라면 모든 기업이 다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시대, 모두들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종류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런 노력은 경쟁자들과 똑같아져 버리는 것.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교수'상을 받은 문영미 교수는 책 속에서 애플 이케아 등 혁신적인 기업의 사례를 제시하며 진보된 소비문화로 나아가자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어 교과서에서 기계적으로 외치는 '혁신'이 아닌 진정한 차별화에 대한 개념을 전달한다. 오랜 경영 강의 경험을 통한 저자의 노련미는 물론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살아남도록 유도하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문영미 지음. 살림비즈 펴냄.

[위기의 시대 돌파할 혜안을 길러주다]

◆ 원칙으로 승부하라

12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화학회사를 일궈낸 최고경영자(CEO) 존 헌츠먼의 비결은? 바로 그가 '원칙'주의자였단 점이다. 그는 책 속에서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거나 좋지 않을 때도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핵심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존 헌츠먼 지음. 럭스미디어 펴냄.

◆ 크래시코스

오늘날 지구촌이 직면한 3대 위기는 경제, 에너지, 환경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위기를 통합적 시각에서 설명한다. 한계에 부딪힌 통화 시스템, 남용돼 고갈돼 버린 석유 등 우리가 처한 위험한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서 설명한다. 저자는 암울한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 3대 위기를 다각적으로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리스 마틴슨 지음. 미래의창 펴냄.

◆ 썩은 사과

문제인물을 키우는 조직시스템의 특성과 그로 인한 손실을 수치로 밝혀낸 책이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임직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연구를 거친 끝에 탄생한 보고서다. 단 한 명으로도 조직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인물을 '썩은 사과'로 칭하고 결코 혼자 썩지 않는 그들의 습성을 파헤친다. 미첼 쿠지 외 지음. 예문 펴냄.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책 한 권을 읽으며 문장에 밑줄을 긋는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세상이 온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 똑똑해졌을까? 이 책의 저자는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이후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증언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청림 펴냄.

◆ 모든 것의 가격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이 품은 어두운 진실을 파헤친 책. 저자는 가격이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경제적인 관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변화무쌍하게 얼굴을 바꾸는 야누스 같은 존재라는 것.

우리가 가격으로 어떤 상품을 선택했을 때 그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김영사 펴냄.

◆ 도시의 승리

도시학 분야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전하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흥망성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경제, 사회, 역사, 정책을 아우르는 방대한 연구를 통해 도시의 가치와 도시를 둘러싼 쟁점을 자세히 다뤘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해냄 펴냄 .

◆ 무역전쟁

교역 시장을 장악한 G7 국가의 20세기 무역 정책과 이념을 살피며 무역의 역사가 곧 세계 권력의 재편이라는 점을 밝힌 책. 중국의 시선으로 분석되어 매우 신선하다. 저자들은 7개국의 무역정책과 이념을 살펴 성공 및 실패 요인을 밝히고 국제무역의 미래를 진단한다. CCTV 경제 30분팀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특별취재팀=허연 팀장(부장대우) / 전지현 기자 / 이향휘 기자 / 김슬기 기자/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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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Jeong